집행유예 부대에 간 오토
오토의 1소대는 스테판의 2소대, 게오르크의 3소대와 함께 명령에 따라 개활지를 이동하고 있었다. 소련군의 T-34 전차와 경전차들이 언덕을 따라 내려오고 있었다.
슐레프 중대장의 무전으로 명령했다.
"83확인점에 적 전차 최소 20대 이상 식별!! 1,2,3소대 공격 대형으로!!"
"수신 완료!!"
1,2,3 소대는 공격 대형으로 변경하여 넓게 산개하여 V 자로 앞으로 전진했다.
"놈들이 오는군..."
먼지를 내뿜으며 소련군의 전차 부대가 오토바이 보병 부대, 보병들과 함께 이 쪽으로 접근하고 있었다.
"적 전차 식별!! 적 장비 T-34로 추정!!"
"정지하고 공격 개시!!!"
"철갑탄 장전하고 자유 사격!!"
소련군의 포병대 또한 슐레프 중대 전차들을 향해 포탄을 쏟아붓고 있었다.
"적 포탄 낙하!!"
쿠광!! 콰과광!! 쿠구궁!!!
그 때, 마흐땅 중대 차량들이 우회해서 접근한 다음 측면에서 소련군의 전차들을 하나씩 격파해주기 시작했다. 그리고 보병들 또한 치열한 교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30분에 가까운 치열한 교전 뒤, 개활지에는 소련군의 T-34들이 불타오르고 있었다. 최근 전까지는 하이에의 보병 소대였던, 페를라스카 보병 소대 또한 키가 큰 갈대밭에서 치열한 교전을 벌인 직후였다. 페를라스카는 첫 교전에 식은 땀을 줄줄 흘리며 정신이 나가 있었다. 소대원들은 기존에 하이에에게 전수받은 보병 전술을 이용하여 능숙하게 소련군 보병들을 사살하고 기관총을 노획하고 포로로 잡았다.
항복한 소련군들은 총을 내려놓고는 양 손을 들고는 끌려가고 있었다. 지크프리트 4인조는 의기양양하게 새로 노획한 소련제 기관총을 들고 있었다. 올라프가 이 원반형 탄창의 소련제 기관총을 보며 외쳤다.
"난 이 로스케 기관총이 제일 좋더라!"
페를라스카는 아직도 다리가 후들거리는 상태로 지크프리트 4인조를 격려했다.
"기...기관총을 노획했군!!! 이는 상부에 보고로 올리겠네!!"
지크프리트 4인조는 칭찬을 받아서 신난 상태였다. 페를라스카는 굴비처럼 묶여서 끌려가는 소련군 포로를 보며 생각했다.
'그래도 첫 전투치고는 나쁘지 않았다...기관총도 노획하고 포로도 잡았으니...'
그 때, 부소대장 바르크호른이 비틀거리며 걸어오더니 무기도 없는 소련군 포로의 배에 칼을 쑤셔넣었다.
퍼억!!!
페를라스카가 이 광경을 보고는 고함을 질렀다.
"으악!!"
바르크호른은 그렇게 소련군 포로의 배때지에서 칼을 끄집어냈고, 소련군 포로는 온 몸에 힘이 풀린 채로 쓰러졌다. 소련군 포로는 피가 흐르는 자신의 복부를 감쌌지만 이미 피가 흥건하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페를라스카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로 식은 땀을 흘렸다.
"위...위생병!!!"
바르크호른이 굳은 표정으로 보고했다.
"2분대에서 경기관총 한 정을 노획했습니다."
페를라스카는 잠시 당황했으나 소대장으로서 바르크호른에게 호통을 쳤다.
"이런 일은 내 소대에서 용납할 수 없다!! 한 번만 더 이런 일이 있을 경우 상부에 그대로 보고하겠다!!"
"죄송합니다."
페를라스카는 바르크호른이 소련군 포로를 죽인 것은 용서할 수 있었지만 자신의 허락 없이 이러한 행동을 한 것은 용납할 수 없었다. 페를라스카는 노획한 기관총을 갖고 걸어가는 바르크호른에게 속으로 이를 갈았다.
'부사관 주제에 건방진 새끼...'
한편, 오토와 스테판은 이번 전투가 끝나고 연대장에게 훈장을 수여 받았다. 원래라면 본토로 가서 총리나 황제에게 직접 수여받았어야 할 훈장이지만 상황이 급했던지라 이렇게 최전선에서 급하게 훈장을 수여받게 되었다. 연대장이 오토를 격려했다.
"아주 훌륭해!! 나중에 곡엽 기사 철십자 훈장까지 받으라고!"
오토가 말했다.
"이..이건 제 소대원들이 모두 받아야 하는 훈장입니다."
물론 오토는 자신이 잘해서 받은 훈장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세운 전공이면 이미 곡엽 기사 철십자에 2주 휴가까지 받았어야 하는데...'
훈장 수여식이 끝나고, 2중대에 마흐땅 중대장 또한 오토와 스테판을 칭찬했다.
"1중대하고 내 중대는 항상 좋은 경쟁 관계였고 같이 힘을 합쳐서 소련군과 싸우고 있네! 자네들 같은 훌륭한 장교와 싸우는 것은 나에게도 영광이네!!"
오토는 마흐땅 중대장에게도 칭찬을 받고 기분이 좋아졌다. 그래서 잠시 뒤, 소대원들에게 말했다.
"이 훈장은 자네들 모두가 받아야 하는 훈장일세! 모스크바까지 같이 가보자고!"
그 때, 헌병들이 타고 있는 트럭이 부대에 왔다.
'무슨 일이지?'
모두들 헌병을 싫어했다. 오토는 괜히 뜨끔해서 헌병이 탄 트럭을 쳐다보았다. 헌병이 내리더니 종이를 꺼낸 다음 외쳤다.
"호명하는 사람은 앞으로!! 오토 파이퍼!! 에밀 &@*"
그렇게 오토, 스테판, 에밀, 요하네스, 마티아스, 알프레트 등 지난 번에 연료를 얻으러 수송 부대로 임시 편성되었던 녀석들이 끌려나왔다. 참고로 스테판의 소대원 두 명도 그 때 수송 부대였기 때문에 같이 끌려나갔다. 헌병이 외쳤다.
"보급소에서 권총을 이용해서 불법으로 연료를 탈취한 것을 인정하는가?"
오토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주..중대장님의 허락을 받고 명령서를 가지고 갔으나 연료를 보급해주지 않아서..."
헌병이 외쳤다.
"권총으로 연료를 탈취하기는 했다는 소리군!"
헌병은 제 아무리 훈장을 받고 동부전선에서 수 많은 소련군의 전차를 격파한 오토 파이퍼일지언정 군법으로 처벌할 수 있는 권력을 만끽했다. 헌병은 서류를 꺼낸 다음 외쳤다.
"이는 정식으로 군사 재판에 회부해야 하는 사안이지만, 현재 중요한 전투를 앞두고 있고, 귀관이 여태까지 독일 제국군으로서 세운 전공을 고려하여, 집행 유예 부대로 전출을 *%$#@&"
그렇게 오토, 스테판, 그리고 티거 전차병들은 집행 유예 부대로 전출되게 되었다.
'이..이럴 수가!!! 여태까지 죽어라 독일 제국을 위해 싸웠는데 집행 유예 부대라고?'
전차병들이 웅성거렸다.
"그 실버링(후방 행정 부대원들을 지칭하는 속어)새끼들이 연료를 배급하지 않은 것이 잘못 아닌가?"
"목숨 걸고 싸워봤자 소용이 없군."
그렇게 오토는 계급장과 훈장을 모두 회수당했다. 슐레프 중대장이 오토의 어깨를 두드렸다.
"이렇게 보내게되어 애석하지만 이게 자네에게 교훈이 되면 좋겠군."
오토가 말했다.
"주...중대장님께서 주신 명령서를 행정 장교에게 내밀었지만 그 녀석들이 연료를 주지 않았습니다!"
'중대장님께서 날 변호해주시면 집행유예 부대는 안 갈 수 있을거다!!'
하지만 슐레프 중대장이 말했다.
"자네는 전술에는 훌륭했지만 지휘관으로서는 부족했네."
오토는 슐레프 중대장이 자신을 변호해주지 않아서 너무 억울했다.
'내가 지휘관으로 부족했다고?'
마티아스가 오토를 배웅했다.
"밀리나에겐 비밀로 해줄게."
그렇게 오토와 에밀, 알프레트, 요하네스, 마티아스, 그리고 스테판은 헌병의 트럭을 타고는 집행유예 부대로 끌려갔다. 자랑스러운 훈장과 계급장은 모두 뺏긴 상태였다. 다들 침통하기 그지없었다. 오토는 억울해서 뒤질 것 같았다.
'최전방에서 휴가도 못 가고 몇 달간 죽어라 싸웠는데 독일 제국이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단 말인가?'
"모두 하차해!!"
그렇게 오토 일행은 트럭에서 하차했다. 집행유예 부대는 분위기 자체가 뭔가 좆 같았고 고약한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집행유예 부대원들은 신참으로 새로 온 오토 일행을 바라보았다. 에밀이 수근거렸다.
"저 녀석들은 어떤 죄를 지었을까요?"
"탈영했을까?"
마티아스가 말했다.
"어..어쩌면 민간인 여성을 강간하고 약탈했을지도 몰라!! 무시무시한 녀석들!!"
오토와 스테판은 뜨끔했지만 입을 다물었다. 오토는 계급장과 훈장이 없었기에 자신감이 사라졌다. 계급이 강등되었다는 것 만으로 행동이 위축되었다.
'난 저런 시궁창 녀석들하고는 다르다!! 나는 무수히 많은 T-34를 무덤으로 이끈 기갑부대 장교다!!'
오토는 계속해서 장교다운 자세를 유지하기로 마음 먹었다.
'전투 한 두번만 잘 치루면 다시 훈장도 돌려받고 복귀할 수 있을거다!!'
그 때, 집행유예 부대 중대장이 외쳤다.
"차렷!!"
차자작!
안경을 쓴 집행유예 부대 중대장이 외쳤다.
"자네들이 무슨 범죄를 저질렀건 그것은 중요치 않다!!"
오토가 속으로 생각했다.
'웃기고 있네...난 저런 강력 범죄 저지른 녀석들하고 다르다!!'
집행유예 부대 중대장이 말을 이었다.
"현재 독일 제국은 유럽을 볼쉐비즘으로부터 수호하기 위한 마지막 성전을 앞두고 있다. 로스케들은 모스크바 인근에 강력한 방어선을 구축해두었다! 이 방어선을 돌파하는데 제군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공병을 도와 대전차 지뢰를 제거할 팀을 뽑겠다! 무사히 임무를 수행하면 명예를 회복시켜 주겠다! 직위도 훈장도 돌려받을 수 있다!!"
몇몇이 자진해서 나갔지만 오토와 스테판, 전차병들은 자원하지 않았다.
'웃기고 있네...지뢰 제거 같은 위험한걸 할 것 같냐?'
근데 막상 생각보다 많은 인원이 자원하자, 그 중에서도 제비 뽑기를 통해서 자원자를 걸러냈다. 오토가 생각했다.
'그..그래도 위험한 임무 하나 하고 빨리 복귀하는게 좋을 수도...'
지뢰 제거팀 모집이 끝나고, 형벌 부대 중대장이 서류를 보고는 이름을 호명했다.
"오토 파이퍼, 에밀 &%$@"
그렇게 오토와 스테판, 전차병들은 모두 불려나갔다.
"자네들은 따라오게!"
오토와 스테판과 전차병들에게 형벌 부대 중대장이 T-34 전차 두 대를 보여주었다. 오토가 속으로 기뻐했다.
'T-34 정도면 나쁘지는 않다!! 이걸로 전공을 세우면 다시 복귀해주려나?'
조종수 마티아스만이 불안한 표정으로 T-34를 쳐다보았다.
'망할 놈의 미키마우스 전차 같으니라고! 이거 피격당하면 조종석에서는 탈출도 어려운데!!'
형벌 부대 중대장이 외쳤다.
"자네들 실력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네. 기사 철십자장 수훈자가 사소한 실수로 집행유예 부대에 오게 된 것은 안타깝군. 자네 같은 베테랑은 빨리 부대로 복귀해야지."
오토는 이 말을 듣고 속으로 기뻐했다.
'여..역시!!'
"제군들의 도움 없이는 소련군의 방어선을 돌파하는 임무를 수행할 수 없다!! 이 임무만 수행하면 작위도 훈장도 돌려받을 수 있을걸세! 할 수 있겠나!!"
"예! 대위님!!"
그 T-34 전차 중에 한대는 사소한 문제가 있어서 기동이 안되는 상태였다. 오토와 스테판, 전차병들 또한 수리를 하려고 했으나 잘 되지 않았다.
'젠장...이게 왜 이러지...'
스테판이 말했다.
"제비 뽑기에서 이긴 녀석이 멀쩡한 T-34를 타는 것은 어떤가?"
그 때, 지나가던 수염 투성이 집행유예 부대원이 외쳤다.
"뭐라도 도와줄까?"
오토는 가능하면 다른 집행 유예 부대원들과 말을 섞고 싶지 않았기에 입을 다물었고, 알프레트가 대답했다.
"이게 기동이 되지 않네!"
"이보게!! 좀머!! 이 친구들 도와주게!!"
약간 얼빠져보이는 좀머라는 녀석이 와서 T-34를 고쳐주었다. 스테판이 외쳤다.
"고맙네!!"
"난 차량 정비사였네!"
그 좀머라는 녀석은 인상이 나빠보이지 않았다. 에밀이 물었다.
"자넨 뭣땜에 집행유예 부대 온건가? 악!!"
알프레트가 에밀의 허리를 쿡 찔렀다. 좀머가 말했다.
"기관총 버리고 튀다가 엿 같은 장교한테 잘못 걸렸네! 그 장교가 자신의 차이스 쌍안경 장비를 분실한 것까지 내가 덮어썼지!"
잠시 뒤, 오토, 스테판, 전차병들은 좀머와 함께 보급받은 흑빵을 먹기 시작했다. 평소에 받던 빵보다 배급양이 적었다. 집행유예 부대에서는 우편물도 못 받기 때문에 어머니와 가족들이 보내주는 음식도 먹을 수 없을 것 이었다. 사실 지금은 음식물이 문제가 아니었고 오토가 집행유예 부대로 들어갔다는 소식에 가족들이 난리가 났을 것 이었다.
오토가 속으로 생각했다.
'어떻게던 빨리 부대로 복귀해야 한다!!'
요하네스가 푸념했다.
"부대 복귀해도 당분간 휴가는 무리겠죠?"
좀머가 말했다.
"어차피 전쟁은 금방 끝날테니 좀만 버티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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