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복지 향상
늑대굴에서 히틀러와 참모들의 회의가 끝났다. 한스 또한 회의실 밖으로 나가는데 히틀러가 말했다.
"파이퍼 백작과는 긴히 할 말이 있소."
히틀러의 말에 한스는 나가지 않고 기다렸다.
'뭐...뭐지?'
다른 참모들이 모두 나가고 회의실 문이 닫혔다. 히틀러가 자리에 주저앉은 다음 천천히 입을 열었다.
"현재 보고되는 각 사단의 실제 전력을 나는 믿을 수 없네."
히틀러의 말이 일리가 있었던 것은, 수 많은 장군들이 자신의 부대의 상황을 제대로 보고하지 않고 숨기고 있었던 것 이다. 보급 상황에 대해 병참감이 모두 잘 되고 있다고 거짓말을 했다가 지난 번에 히틀러한테 대판 깨진 적이 있었다. 우크라이나 사태도 한스가 직접 보고를 올리지 않았다면 보고가 제대로 올라오지 않아서 대처가 늦어졌을 것 이었다. 히틀러가 말을 이었다.
"이 자리에서는 어떠한 근거도 없이 상황을 낙관적으로 보는 것을 가장 경계해야 하네. 지금 불가리아와 헝가리 연방 제국의 갈등이 심상치않네. 그리고 가장 심각한 것은 프랑스일세. 독일 제국이 볼쉐비즘과의 성전을 하는 틈을 타서 알자스 로렌 지역을 되찾으려는 움직임이 보고되고 있네."
프랑스에서는 극우 민족주의 세력과 강경 공산주의 세력이 점점 커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 세력 모두 독일 제국을 이 틈을 타서 선제 공격해야한다는 의견에 암묵적으로 동의하고 있었다.
"외교적으로 프랑스와 협상을 하는 것은 어떤가? 그렇게 하면 프랑스의 여론을 잠재울 수 있을 수도 있네."
"양면 전선을 형성하는 위험보다는 당연히 프랑스와 협상하는 것이 나을걸세. 하지만 내부 여론 때문에 쉽지 않을걸세. 그리고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난 이 작자도 믿을 수 없네."
"이탈리아가 전쟁을? 그..그렇다면 혹시 아프리카 전선이 생길수도?"
절대 있어서는 안되는 상황이었음에도 한스 사막에서 전투를 하는 것을 떠올렸다.
'사막에는 먼지가 많기 때문에 엔진이 쉽게 고장나겠군...혹시 열기 때문에 포 조준이 어려울지도? 아프리카의 전차전은 어떨까?'
히틀러는 빠른 속도로 소련과의 전쟁을 끝나고 여태까지 추진하고 있던 개혁 정책들을 다시 추진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대규모 농업 개혁이 그 중 하나였다.
황제와 황실이 중재자로 있으며 소작농 대표, 지주 대표 등으로 토지 및 소작 분쟁 조정위원회를 구성하고, 트랙터를 대량 생산하는 것 이었다. 히틀러는 1920년대 국회의원 시절부터 트랙터 대량 보급을 제안했었다. 그렇게 트랙터를 대량 생산하여 가격을 낮추고, 지주들을 설득하여 농민들이 트랙터를 이용하여 농사를 지을 수 있게 했다. 덕분에 농업 이익이 극대화되었다. 히틀러가 총리가 되고 나서 농업 개혁의 일환으로 토지 및 소작 분쟁 조정위원회가 구성 되었다.
뿐만 아니라 4개년 경제 개혁을 실시하고 중국, 이탈리아 등에 투자하여 해외 시장을 넓혀둔 상태였다.
히틀러는 최저 임금제, 실업 급여 지급 같은 복지 개혁 또한 염두에 두고 있었다. 또 시민들의 권리를 강화하고 연정 내각을 구성한 상태였다. 소련과의 전쟁만 끝나면 선진 병영을 실시하고 외박, 휴가를 증가하고 px를 자유 사용화하고 가혹행위 등 부조리를 금지하고 엄격 단속하는 등의 군 정책을 고려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전쟁이 끝나면 군 복지에도 예산이 쓰일 예정이었다.
대학 등록금을 줄이는 교육 개혁, 종교 개혁을 통하여 성소수자 차별을 금지하고, 여성 사회 진출을 허용하고 군 입대도 허용할 예정이었다. 화가, 예술가에게 최소의 지원금을 지원하는 문화 개혁 또한 시행될 예정이었다.
히틀러는 이렇게 국회의원 시절부터 총 3차에 걸친 개혁을 계획하고 있었던 것 이다. 현재 2차 단계까지는 완료되었고, 히틀러는 전쟁이 끝난 이후 전후 과정을 수습하고 나서 3차 개혁을 마무리하기로 계획해둔 상태였다. 3차 개혁에서는 헌법을 수정하고 최저 임금제를 실시할 예정이었다.
물론 3차 개혁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오랜 기간에 걸쳐서 경제가 회복되어야 가능할 것 이었다. 그리고 일단 전쟁에서 이기는 것이 중요했다.
지금 한스가 가장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소련의 강력한 첩보망이었다. 잠시 뒤, 오토 슈코르체니가 들어왔다. 키 192센치의 거구에 얼굴에 커다란 흉터가 있는 이 사내에게 히틀러는 소련군 사령부로 침투하는 특수 임무를 내렸고, 서류를 하나 내주었다.
[대위 슈코르체니는 현재 총리의 명령에 의해 매우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군, 관 그 외 모든 부처는 슈코르체니를 지원해주고, 슈코르체니의 요구를 충족시켜줄 것을 명한다. 아돌프 히틀러]
슈코르체니는 이 서류를 가지고 집무실 밖으로 떠났다. 그리고 히틀러는 한스에게 말했다.
"자네 아들이 집행유예 부대에 들어갔다더군."
한스는 식은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구...군법에 어긋나는 행동을 한만큼 마땅한 처벌은 받아야 할걸세."
한스는 솔직히 자신의 빽으로 오토를 빼주고 싶었지만 히틀러의 아들도 부상을 입고도 다시 최전선으로 투입되었는데 오토만 특혜를 입을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만약에 오토가 집행유예 형을 제대로 채우지 않고 사면이 된다면 뒷말이 나올 것 이었다. 만약 특혜를 준다면 향후 한스가 정적들에게 공격을 받을 빌미를 제공하게 될 것 이었다.
히틀러가 말했다.
"확실히 현재 군사 재판 시스템은 융통성이 떨어지지. 뭐 젊을 때는 사고도 치면서 성장하는 것 아닌가?"
한스는 잠시 뒤 식은 땀을 흘리며 회의실 밖으로 나왔다. 오토의 문제로 혹시 자신의 출세길에 지장이 생기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
'그 망할 녀석!!!'
한편 오토와 스테판이 있는 집행유예 부대에는 T-34가 2대 더 보충된 상황이었다. 오토와 스테판, 그 외 전차병들은 다른 집행유예 부대원들에게 T-34 운용법을 가르쳐주었다.
"생각보다 쉽잖아!"
"전차 조종은 어려울 것 같았는데 말일세!!"
마티아스가 말했다.
"소련군 전차가 우리가 쓰는 전차보다 조종이 쉽네. 전차를 실컷 찍어내다가 탈 사람이 부족하면 부품을 만들던 여공들까지 내보내지!"
멀리서는 계속해서 독일군과 소련군이 포탄을 발사하는 웅장한 소리가 대기를 울렸다.
티잉!! 쿠과광!!!
포탄이 공기를 가르는 입체적인 음향은 오토와 집행유예 부대원들이 전투를 기대하게끔 만들었다. 이번에 좀머는 T-34의 전차장 겸 포수 역할을 맡았다. 좀머는 조준경 안을 들여다본 다음 전차장 해치 위로 머리를 내밀고 외쳤다.
"죽기 전에 드디어 전차포 한번 쏴보는군!!"
오토가 외쳤다.
"좀머!! 자네는 그냥 내가 오는 쪽으로 따라오고 내가 쏘면 자네도 쏘게!!"
오토는 구형 T-34를 직접 타보니, 왜 소련군이 초반에 속수무책으로 독일군 전차에 당했는지 알 수 있었다. 무전기가 없으면 각 차량들은 소대장 전차를 따라가거나 소대장 전차가 쏠 때 따라 쏘는 수 밖에 없었던 것 이다.
그렇게 집행유예 부대원들이 탑승한 T-34 4대는 모두 기동 준비를 마쳤다. 집행유예 부대 중대장이 와서 외쳤다.
"현재 교전 끝에 37 확인점 쪽에 소련군 부대 사이에 간격이 벌어졌다!! 귀관들은 돌파부대로서 37 확인점으로 침투하는 임무를 맡긴다!! 이번 임무만 성공하면 조만간 명예와 직위를 회복할 수 있을 것 이다!"
참고로 집행유예 부대 중대장은 항상 자신의 부대원들에게 조만간 명예와 직위를 회복해줄 것 이라고 했지만 아무리 위험한 임무에 성공해도 최대 2주만 감면시켜주었다. 그렇게 4대의 T-34는 강력한 소련군 기갑 부대의 간격 사이로 돌파하는 역할을 맡았다.
"출발!!!"
트으으응 트드등 트드드등
구형 T-34 4대가 연기를 내뿜으며 덜덜거리며 앞으로 나아갔다. 중구경 대구경 포탄들이 저음으로 공기를 두드리며, 고오오오 고오오오하며 로켓탄이 날아가며 하늘을 향해 작렬하고 있었다. 그렇게 모든 직위도 훈장도 빼앗긴 오토는 다시 전쟁의 쾌감을 느끼고 있었다.
고오오오 고오오오
쉬이이이잇!!!
쿠궁!! 쿠궁!! 쿠과광!!
천둥치듯 대기를 가로지르는 포탄 소리가 계속해서 들렸다. 아직 소련군은 오토 일행이 있는 쪽으로 포격하지 않고 있었다. 소련군 부대 사이에 간격이 벌어졌다는 중대장의 말은 사실이었던 것 이다.
좀머가 해치 위로 머리를 내밀고는 뒤를 돌아보았다. 형벌 부대원들이 T-34 뒤에서 허리를 숙인채로 따라오고 있었고, 그 한참 뒤에는 독일군 전차 부대가 후속해서 따라오고 있었다.
"대전차포는 유탄, 적 전차는 철갑탄 쏘면 되는거냐!!"
오토가 다시 해치 위로 머리를 내밀고 좀머에게 외쳤다.
"하얀색 깃발 들면 유탄, 붉은색 깃발 들면 철갑탄 발사하게!!"
그리고 오토는 소련군의 T-34 전차들을 목격했다.
"철갑탄 장전!!!"
티잉!! 쿠과광!! 콰광!!
계속해서 포탄을 주고 받는 와중에, 한 집행유예 부대원이 타고 있는 T-34의 궤도가 끊어졌다.
"으아악!! 아아악!!"
그 T-34에 탑승하고 있던 집행유예 부대원들은 연기가 뿜어져 나오는 T-34 해치로 모두 탈출했다. 조종수는 다리가 절단된 상태였다. 치열한 전투가 끝나고 오토, 스테판, 좀머는 그 녀석을 보러 갔다.
"아아악!! 으아아악!!"
스테판이 말했다.
"운이 좋았네."
좀머가 하얗게 질린 얼굴로 외쳤다.
"그게 무슨 소린가!!"
"저길 보라고."
소련군의 T-34 들은 격파된 상태로 시뻘건 화염과 연기를 내뿜으며 개활지 여기저기에 멈춰 있었다. 좀머는 천천히 그 곳으로 걸어가보았다. T-34는 여전히 궤도 쪽에 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고, 탈출하던 전차병들은 T-34 옆에 엎어진 상태로 시꺼멓게 익어가는 중 이었다.
그 중에서 한 시체는 피부가 모조리 없어지고 하얗고 촘촘한 치아와 구멍이 뚫린 코의 뼈가 휑하니 드러나있었다. 좀머는 이 광경을 보고 기겁했다.
"으으..."
에밀이 좀머에게 외쳤다.
"전차병이 된 것을 축하하네!!"
그 때, 집행유예 부대 중대장이 와서 외쳤다.
"아주 훌륭해!! 이제 이 임무만 더 완수하면 자네들의 명예와 직위가 회복될 수 있을걸세!"
어두운 표정의 집행유예 부대원들에게 중대장이 외쳤다.
"매번 공병 지원도 없이 선두에 투입되어서 불만이라는건가? 하지만 이번에는 다를걸세! 네벨베르퍼 부대가 자네들을 위해 막대한 연막 로켓을 발사해줄거세! 네벨베르퍼 부대는 아무 곳에서나 볼 수 없다는 것은 잘 알고 있지?"
집행유예 중대장이 계속해서 떠들었다.
"요새 무슨 군 복지를 강화해야한다느니 헛소리가 떠돌고 있더군! 하지만 집행유예 부대에서도 귀관들을 위해 네벨베르퍼 부대가 연막을 쏴누는데, 도대체 무슨 복지를 강화한다는건지 알 수 없군! 우리 부대만큼 꿀 빠는 집행유예 부대는 없을걸세!"
그렇게 오토와 전차병들은 휴식도 취하지 못하고 연료만 보급받은 상태로 3대의 T-34를 이끌고 다시 소련군이 점거하고 있는 작은 마을으로 기동하기 시작했다.
트드등 트드등 트드드등
마을에 위치해있던 소련군의 대전차포들이 불을 뿜기 시작했고, 네벨베르퍼는 엄청난 연막 로켓을 발사하며 오토, 스테판, 좀머의 T-34들을 은폐해주었다. 문제는 이 연막은 차체 내부까지 들어왔던 것 이다. 오토가 외쳤다.
"유탄 장전!!!"
오토는 연막 사이로 얼핏 뿌옇게 보이는 발사광이 있는 쪽을 향해 고폭탄을 발사했다.
티잉!!
쉬잇!!!
치열한 교전 끝에 집행유예 부대는 마을을 점거하는 것에 성공했다. 좀머는 자신의 동료들과 함께 비틀거리며 T-34 밖으로 탈출했다.
"헉...허억..."
좀머의 T-34는 궤도 한 짝이 망가져서 기동불가가 되었음에도 정지한 채로 계속해서 포탄을 발사하며 소련군의 대전차포 1문을 격파하는 엄청난 전공을 세웠다. 좀머가 말했다.
"고장났으니 이제 전차는 안 타도 되는거지?"
스테판이 외쳤다.
"걱정 말게!! 예비 궤도가 있으니 갈아끼우면 그만일세!"
오토가 말했다.
"좀머 자네는 이미 훌륭한 전차병일세!"
좀머가 울상을 지으며 말했다.
"차라리 풍선 폭탄 제거 임무가 나은 것 같은데..."
"좀머 자네는 나중에 우리 전차 부대로 오는게 어떤가? 아, 그러고보니 지금 우리 형기 얼마나 감면된거지?"
"한 달은 감면되었을걸!"
그 때 집행유예 중대장이 와서 외쳤다.
"아주 훌륭하네! 자네들의 형기는 2주 감면되었네!"
"하..하지만 여태까지 성공한 임무들을 합치면 총 5주는 감면되어야 하는데..."
"하하! 계산을 잘못했군! 내가 말한건 이 임무들을 모두 성공하면 2주 감면된다는 뜻이었네! 앞으로도 국가를 위해 계속 봉사하도록 하게나!"
그 날 저녁 오토 일행은 다같이 흑빵을 먹었다. 집행유예 부대에서는 우편물을 받을 수도 없었기 때문에 계속해서 흑빵으로만 때워야 했다. 그래도 집행유예 중대장의 자비 덕분에 이들은 전선 신문은 읽을 수 있었다. 신문에서는 군대 복지가 향상되었다는 기사가 대문짝만하게 실려있었다.
오토 일행이 세운 전공 덕분에 그 날 집행유예 부대원들은 초코바를 한 개씩 먹을 수 있었다. 내일 또 오토 일행은 T-34를 타고 소련군의 소규모 강화 진지를 돌파하는 돌파구 역할을 해야 했다. 좀머가 초코바를 먹으면서 질질 짰다.
"시발..."
Comment ' 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