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십자기 휘날리며
티거의 정면 장갑에는 예비 궤도가 한 개, 양 측면에는 궤도를 포탄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통나무가 두 개씩 부착되어 있었다. 엔진 수리야 내부에서 가능했지만, 궤도 교체는 전차 밖에서 해야 하는 상당히 까다로운 작업이었다. 근처에 있는 프랑스 보병들이 정리되더라도 이 근방을 독일군이 완전히 먹기 전까지 궤도 교체는 불가능했다. 프랑스 병력의 저항도 강력했지만 한스는 아군 보병들이 이기는 것에 도박을 하기로 했다.
‘우리 쪽 보병들이 이 근방을 점령하면 그 때 나가서 궤도를 교체한다!’
평소에 한스와 말을 놓고 허울없이 지내던 친구 벤이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수신호를 보내며 외쳤다.
“대대장님!! 탈출할까요?”
한스가 식은 땀을 흘리며 한 손으로 자신의 훈장과 계급장을 때며 외쳤다.
“지금은 여기서 싸운다!! 엔진 시동은 끈다!!”
한스는 아군 보병이 밀리는 것 같으면 사방에 연막을 뿌리고 전차를 버리고 튀기로 마음 먹고, 혹시나 도망갈 때 적에게 식별이 되지 않기 위해서 계급장과 훈장을 때어낸 것 이었다. 엄청나게 윙윙거리던 티거의 엔진이 꺼지자, 수류탄 터지는 소리, 총소리, 포탄에 건물이 우지끈 부러지는 소리가 더욱 더 생생하게 들렸다. 프란츠는 적군이 나오면 바로 기관총을 쏠 수 있도록 벌벌 떨며 대기했다.
지금 파리의 건물들이 포격으로 무너졌고 여기저기서는 시뻘건 화염이 용솟음쳤고 하늘에서는 조명탄이 대낮의 태양처럼 붉게 타오르며 천천히 낙하하고 있었다. 한스는 좁은 관측창을 통해서 이 쪽을 향해 몰려오는 프랑스 보병들을 발견하고는 프란츠에게 외쳤다.
“기관총 발사!!”
드륵 드르르륵
티거의 기관총이 불꽃을 내뿜자 이 쪽으로 접근하려던 프랑스 보병들이 잽싸게 골목으로 들어갔다. 한스가 벤에게 외쳤다.
“2시 방향 골목!! 유산탄 발사!!”
“장전 완료!!”
“조준 완료! 발사!!”
퍼엉!
엄청난 반동에 티거가 덜컹거렸고 한스는 반동에 넘어지며 뒤통수를 찧었다.
타앙!
“아악!!!”
하지만 한스는 재빨리 자세를 잡고 반대쪽 관측창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티거는 지금 3층짜리 건물 옆에서 엄폐하고 있었고 한스는 그 건물을 보며 생각했다.
‘다른 골목 쪽은 기관총이나 포탄으로 방어 가능하지만 이 건물은..’
만약 프랑스군이 그 건물 3층으로 올라가서 위에서 수류탄을 던진다면 티거는 순식간에 작살날 것이 분명했다.
‘아군이 저 건물 위층에서 티거를 엄호해준다면 좋을텐..아악!!’
한스와 전차병들은 우측에서 엄청난 폭발을 느꼈다.
쿠광!!콰과광!!
어디선가 날아온 수류탄에 티거 오른쪽 측면에 달아 두었던 나무통 두 개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장갑 내부 파편이 헤이든의 뺨에 박혔고 헤이든에 비명을 지르며 얼굴을 만졌다.
“으아악!! 저 다쳤습니다!!아악!!”
헤이든의 손은 피로 범벅이 되었다. 이번에는 좌측에서 폭발을 느꼈다.
쿠궁!!
볼트가 빠지며 프란츠의 어깨를 떄렸다.
“우왁!!우와왁!!”
겁에 질린 프란츠가 깔대기 모양의 소화기를 들고 비명을 질렀다.
“이러다가 다 불타서 죽을 겁니다!!”
벤은 우측 측면을 향해 다시 유산탄을 발사했다.
“유산탄 발사!!”
퍼엉!
“프란츠!! 장전을 도와!!”
“으악!!!아아악!!”
좌측 포수 루이스는 좌측에 거치된 기관총을 사방으로 난사하기 시작했다.
“우와왁!!아악!!”
드르륵 드르르륵
한편 슈타이너 분대는 저격수 맥스와 함께 근처에서 백병전을 벌이고 있었다.
타앙! 탕!!
슈타이너는 달아나는 프랑스 병사를 향해 위협사격을 하고는 자신의 분대원들에게 외쳤다.
“저 전차가 있는 근처 건물로 올라가서 전차를 엄호해야 한다!!”
레온이 울부짖으며 외쳤다.
“접근 했다간 우리가 기관총에 뒤질 겁니다!!”
티거는 사방으로 기관총을 난사하고 대인살상용 유산탄을 발사하고 있었기에 독일 보병이 근처에 갔다가 뒤질 확률도 꽤 높았다. 슈타이너가 외쳤다.
“우회해서 1층 창문으로 침투한다!!”
그렇게 슈타이너의 분대는 티거가 있는 쪽 반대방향으로 우회해서 1층 창문을 통해 건물에 진입하기로 했다. 저격수 맥스는 건물 안을 둘러보다가 망치를 발견하고 이를 주워서 3층으로 가지고 올라갔다. 레온이 이 모습을 보고 의아해했다.
‘왜 망치를 가져가지?’
맥스는 3층에서 망치를 이용해서 벽을 세게 두드려서 벽돌을 세 개 빼내어 좁은 틈을 만들고는 저격하기 위해 자리를 잡았다. 맥스는 티거가 있는 곳으로 향하는 여러 길목에서 프랑스 보병들이 집중적으로 몰려드는 것을 발견하고는 중얼거렸다.
“오우···이건 나 혼자 안 되겠는걸?”
한편 프랑스 보병들은 다시 티거가 있는 쪽을 향해 수류탄을 던졌다.
쿠광!!콰과광!!
티거 전면에 붙어 있던 예비 궤도가 작살나며 사방으로 파편이 튀었고, 바닥에 놔뒹구는 통나무에 불이 붙었다.
화르륵
그 순간 한 프랑스 병사는 전차 옆에 티거라고 쓰여진 것을 발견하고는 외쳤다.
“놈이다!!! 놈이야!!!”
“뭐 뭐라고??”
“강철 사냥꾼이야!! 한스 파이퍼 그 놈 전차야!!”
“놈을 죽여라!!!”
“무슨 일이 있어도 놓치지 마!!”
한스의 전차가 기동 불가가 되었다는 소문은 순식간에 프랑스 보병들에게 퍼지기 시작했다. 결국 프랑스 보병들은 이 쪽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 때 한 프랑스 소대장이 자신의 병사들에게 외쳤다.
“놈의 탄약을 소진시켜라!!”
“넵! 알겠습니다!!”
루이스는 어둠 속에서 뭔가 움직이는 낌새만 보여도 그 쪽을 향해 기관총을 쉬지도 않고 난사했다.
드륵 드르륵
한스가 루이스의 어깨를 발로 치며 외쳤다.
“탄약을 아껴!!”
한스가 프란츠에게 물었다.
“유산탄 몇 개 남았나!!”
“열 세 발 남았습니다!!”
한스는 이마에서 식은 땀이 흘러내렸고 자신도 모르게 바지에 오줌을 지렸다.
“연막탄은 두 발 남았습니다!!”
타앙! 탕!
이 와중에도 적군의 소총은 티거의 관측창을 집중적으로 때리고 있어서 한스는 더 이상 관측창을 통해 외부 상황을 관찰할 수도 없었다.
운전병 헤이든이 외쳤다.
“아군 전차가 도와주러 오지는 않을까요!!”
한스가 속으로 생각했다.
‘내가 가능하면 빨리 파리 남부를 향해 침투하라고 명령했기 때문에 이미 다들 한참 앞서 가 있을 것 이다! 그래도 오토바이병들이 지금 이 곳의 소식을 전하면 녀석들이 날 구하러 와줄 거다!!’
한스의 예상대로 오토바이병 플로리안이 앞서 가던 레오파드의 전차장, 욘트에게 이 소식을 전했다.
“대대장의 전차가 기동불가가 되고 포위되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레오파드의 연료가 부족했기 때문에 티거가 있는 곳까지 갈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욘트가 플로리안에게 외쳤다.
“롤스로이스 장갑차에게 가서 이 소식을 전하게! 우리는 연료가 없어서 그 쪽으로 갈 수 없네!!”
욘트는 레오파드의 조종수에게 외쳤다.
“전진!! 계속 전진한다!!”
욘트가 속으로 생각했다.
‘대대장님!! 저희는 대대장님의 뜻을 받들어 꼭 고기스프를..아니 파리에 깃발을 꽂겠습니다!’
욘트는 티거가 있는 방향을 향해서 경례를 하고는 자신의 레오파드를 지휘했다. 이 때 헤이든이 티거 안에서 울부짖고 있었다.
“아무도 안 오는 것 같습니다!! 우린 다 뒤질 겁니다!! 뒤질 거라구요!!”
한스도 벌벌 떨며 속으로 생각했다.
‘망할 새끼들!!! 한 놈도 안 와!!!’
프란츠는 자신의 머리를 향해 권총을 겨누었다.
“우와왁!!!”
한스는 재빨리 프란츠의 권총을 뺏고는 대가리를 쳤다.
“진정해!!”
권총을 뺏긴 프란츠는 이제는 측면 해치를 통해 탈출하려고 했다. 한스가 프란츠를 뒤에서 붙잡고는 외쳤다.
“지금 나가면 뒤진다!!”
한스가 프란츠의 얼굴에 주먹을 날리자 프란츠가 잠잠해졌다. 그런데 갑자기 프란츠는 아무거나 잡히는 대로 집고는 이번에는 상부 해치를 열고 탈출하기 위해 팔을 내밀었다. 한스가 외쳤다.
“우아악!! 들어와!!”
순간, 바람이 불며 프란츠 손에 잡혀 있던 철십자기가 펄럭거렸다. 반대편 골목에서 엄폐하고 있던 프랑스 병사들은 파리 한복판 티거 위에서 펄럭거리는 철십자기를 향해 총을 쏘았다.
타앙! 탕!!
“우와왁!!”
프란츠는 잽싸게 해치 안으로 다시 몸을 넣었다. 순간 티거 위에서 수류탄이 폭발했다.
쿠광!! 콰과광!!
수류탄 파편이 한스의 얼굴을 스쳤다. 한스는 상부 해치를 재빨리 닫으며 비명을 질렀다.
“으아악!!!”
한스는 시야가 피로 뻘겋게 물드는 것을 느꼈다. 이런 상황에서 영웅적으로 싸우는 장교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막상 피가 철철 나기 시작하자 한스는 어지러워서 쓰러질 것 같았고 온 몸에 힘이 쭈욱 빠지며 다리가 휘청거렸다.
‘으..으허어..’
프랑스 병사들은 분노에 치를 떨었다.
“저 새끼들이 감히!!!!”
“저 놈들은 반드시 생포해라!!!”
“찢어 죽이겠어!!”
“누가 접근해서 이 수류탄을 던지고 온다!!”
“저격수가 이 쪽을 노리고 있어서 힘듭니다!!”
한 프랑스 병사가 소총에 철모를 걸고 모퉁이 쪽으로 살며시 내밀었고, 그 순간 맥스의 총알이 날아왔다.
타앙!!
한편 건물 3층에 자리 잡고 있던 슈타이너 분대의 레온은 이 모습을 보고 감동받았다.
“포위 당한 상태에서도 철십자 깃발을 휘날리다니! 정말 대단한 애국심입니다으악!!”
3층 건물 창문으로 총알이 날라왔고 슈타이너는 재빨리 레온의 머리를 눌러 창문 밑으로 숙이게 했다.
“우와왁!!”
“창문 쪽으로 고개 내밀지 마!!
슈타이너는 있는 힘껏 프랑스 병사들이 있는 모퉁이를 향해 수류탄을 던졌다.
콰광!!쿠과광!!
슈타이너는 긴 막대에 달린 거울을 반대편 창문을 향해 내밀어보았다.
“이런 젠장..”
거울 속에는 이 쪽을 향해서 오고 있는 프랑스 군의 르노 FT 전차 두 대가 보였다. 슈타이너가 저격수 맥스에게 말했다.
“맥스, 여긴 자네가 맡고 있게! 레온! 남은 수류탄 모두 가져와!!”
“넵! 알겠습니다!!”
맥스는 집중하느라 슈타이너의 말에도 대꾸도 하지 않고 계속해서 골목으로 들어오는 프랑스 병사들을 사살했다.
타앙!
하지만 맥스의 저격총만으로는 몰려드는 프랑스 병사들을 모두 사살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이제 프랑스 보병들은 티거의 뒤 쪽으로 몰려들고 있었다. 마크 V 전차의 후방 쪽은 기관총도, 포도 닿지 않는 사각 지대였기에, 프랑스 보병들은 그 쪽을 향해 은밀하게 접근하고 있었다. 프란츠가 관측창을 보고 외쳤다.
“6시 방향에서 놈들 오고 있습니다!!”
프랑스 보병들은 골목 뒤에 숨은 채로 수류탄을 들고 대기했다.
“신호하면 달려가서 던진다! 놈들은 이 쪽으로 기관총을 쏠 수 없다!!”
그 순간, 티거의 상부 해치가 열리며 한스가 6시 방향을 향해 MP18을 갈겼다.
츠킁 츠킁 츠킁
3초 갈긴 후에 한스는 잽싸게 해치 속으로 다시 쏙 들어갔다.
“허억···헉···”
조준하고 쏜 것도 아니고 껌껌한 어둠 속에서 쏜 거라 한스가 쏜 총알은 하나도 맞지 않았지만 프랑스 보병들은 잠시 주춤했다. 그리고는 골목 쪽에서 계속 티거를 향해서 총을 쏘았다.
탕! 탕! 탕!
한스는 피로 범벅이 된 얼굴로 눈을 크게 뜨고 속으로 숫자를 셌다.
“5,4,3”
티거에는 총알이 우박처럼 쏟아지고 있었다.
“2,1”
한스는 해치를 열고는 총알 소리가 들리던 쪽으로 수류탄을 있는 힘껏 던졌다.
콰광!!쿠과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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