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젖은 호밀빵
마르코가 외쳤다.
“탈출!! 빨리 탈출한다!!”
“아악!!!좆됐다!!”
파울이 외쳤다.
“MP18 갖고 갈까요??”
“그게 소용이 있겠냐 빨리 나가!!”
마르코, 파울, 베겔러는 뒤집어진 마우스의 해치 밖으로 탈출했다. 파울이 소리쳤다.
“아! 철모 놓고 왔는데!!”
마르코와 달리 해치 밖으로 머리를 내밀지 않는 파울, 베겔러는 더운 전차 안이 답답해서 철모를 쓰지 않고 있었던 것 이다. 대대장 한스가 전차병들에게 철모를 꼬박꼬박 쓰라고 명령했지만 전차병들은 이렇게 자기 좆대로 지키지 않는 것이 대다수였다. 마르코가 외쳤다.
“빨리 뛰어!!”
그렇게 마르코, 파울, 베겔러는 도랑 밖으로 뛰쳐나와서 있는 힘껏 앞으로 달렸다. 순간, 마우스를 뒤쫓아오던 프랑스 중전차 부대의 생샤몽의 75mm 장포신에서 불꽃이 뿜어졌다.
퍼엉! 피우웅
“엎드려!!”
쿠광!!콰과광!!
마르코, 파울, 베겔러 위로 흙먼지가 우수수 쏟아졌다. 파울은 두개골 안에서 뇌가 진동하는 것이 느껴졌다.
‘어..어..’
하지만 마르코와 베겔러가 앞으로 달리자 파울도 따라서 달렸다. 베겔러가 달리면서 뒤를 돌아 보았더니, 프랑스 중전차 부대의 생샤몽은 도랑을 건너기 위해 조심스럽게 다리로 진입하고 있었다. 마크 V 전차라면 다리를 이용하지 않더라도 건널 수도 있는 폭이었지만 뒤따라오던 생샤몽과 슈네데르 CA는 주행 능력이 떨어져서 차례대로 다리를 건너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베겔러가 외쳤다.
“하하!! 너네들은 다 좆 됐어!! 지금 몇 시입니까!!”
마르코는 자신의 회중 시계를 꺼내 보았더니 12시 58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2분 남았다!!”
“우와와!!!”
그 때, 마르코의 눈에는 또 다른 도랑과 다리가 보였다.
“저 다리 밑으로 가!!”
그렇게 마르코, 파울, 베겔러는 다리 밑으로 숨었다. 파울이 외쳤다.
“그..그냥 도망가도 되지 않을까요? 여기까지 포격이 올까요?”
그 때, 하늘에서 어린 애새끼가 방구끼는 것 같은 바람 빠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피우웅 피잉 피슈슝
그리고 그 포탄은 마르코 일행이 숨어 있는 다리 위에서 폭발했다.
쿠광!!콰과광!!쿠광!!
금속이 폭발하는 날카로운 소리가 사방에서 울려 퍼졌다. 마르코, 파울, 베겔러는 도랑 다리 밑에서 몸을 최대한 웅크리고 귀를 막고 입을 크게 벌렸다.
콰광!! 쾅!!!피우웅 쿠광!
파울은 눈을 희번덕 뜨고는 거품을 물기 시작했다.
“으으으···으어어···”
온 세상이 진동하는 것 같았다. 어딘가 평화롭게 식사를 하는 누군가가 존재한다는 것이 믿기지않았다.
꽈과광!! 콰광!! 피우웅 꽝!!
지구 반대편도 이 정도면 박살이 날 것 같았다. 커다란 보름달이 뜬 날 그 보름달이 커지며 하늘을 뒤덮고 지구로 날라와서 충돌한다면 이런 소리가 날 것 같았다.
피우웅 쿠과광!! 콰광!! 쿠과광!!
베겔러가 외쳤다.
“시발!!이러다 죽겠습니다!!”
마르코가 회중 시계를 보니 시간은 1시 6분을 가리키고 있었고, 집중 포격이 끝나는 1시 15분까지는 9분이 남았다.
“9분만 참게!!”
쿠광!! 콰과광!!
이제는 포격 소리가 좀 멀어진 것 같았고, 베겔러는 따라오던 프랑스 전차 부대가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해서 다리 밖으로 고개를 슬쩍 내밀어 보았다. 그 모습을 본 마르코가 베겔러의 머리를 짓눌렀다.
“뒤지고 싶냐!!”
“이제 이 쪽은 포탄 안 떨어지는 것 같..”
피우웅 쿠광!!콰과광!!
잠시 뒤, 포격이 끝나고 마르코, 베겔러가 천천히 도랑 위로 고개를 내밀었다.
“다 뒤진 건가?”
저 쪽에서 도랑을 건너오던 여러 대의 생샤몽과 슈네데르 CA 전차에서는 시꺼먼 연기가 하늘 높이 솟아오르며 불타고 있었다. 베겔러가 욕설을 퍼부었다.
“멍청한 포병 자식들!! 고작 전차 몇 대 부수겠다고 포탄 500발은 쓴 것 같습니다!!”
마르코가 말했다.
“이건 우리 대대장님이 건의한 작전이네!!”
“그..그러면 아주 훌륭한 작전입니다!”
“으으..으으으..으거걱···”
뒤를 돌아보니 파울은 아직도 거품을 물고 경련하고 있었다. 베겔러가 파울의 얼굴을 쳤다.
“이봐!! 일어나게!!”
“으극..으그극..”
하지만 여전히 파울은 정신을 차리지 못해서 마르코과 베겔러가 양쪽에서 파울을 부축하고 거품을 무는 파울을 끌고 갔다. 베겔러가 속으로 욕설을 퍼부었다.
‘빌어먹을 약해 빠진 자식 같으니라고..’
독일군의 십자 포격에 프랑스군은 공세를 중지하고 퇴각했고, 독일군은 급하게 방어 진지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한스가 마르코에게 외쳤다.
“아주 훌륭하네! 자네 덕분에 이번 작전이 성공할 수 있었네! 이보게 파울! 자네는 괜찮은가?”
파울은 여전히 거품을 물고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고 있었다. 한스가 속으로 생각했다.
‘젠장..어떻게 하지..’
지난 번에 오기로 했던 LK2 전차로 이루어진 대규모 전차 중대가 조만간 한스의 부대에 합류하기로 했기에 파울 같은 에이스 전차 운전병은 매우 귀한 자원이었다. 파울의 상태를 보면 병원으로 보내는 것이 맞지만 한스는 파울을 부대에 잔류시키기로 결심했다.
“좀 쉬다 보면 괜찮아질 걸세.”
전차병들은 드디어 고대하던 잼 바른 호밀빵과 뜨끈한 고기 스프와 바닷 가재, 고급 위스키로 이루어진 진수성찬을 먹게 되었다. 프란츠는 호밀빵을 차마 먹지 못하고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크게 한 입 베어 물었다.
“으흑..흑..으극···”
프란츠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호밀빵을 입 안으로 쑤셔 넣고는 뜨끈한 고기 스프를 먹기 시작했다.
“으극..너무..맛있습니다..”
“위스키에 담배까지 있으니 천천히들 먹게!!”
현재 독일군은 파리를 점령했고 서쪽에 있는 뿌와씨, 생제르맹앙레 돌출부까지 점령한 상황이었다. 그렇게 해서 프랑스군은 현재 파리와 생제르맹앙레 사이에 있는 아주 길쭉하고 기괴하게 생긴 낭테르 돌출부에 고립되어 있었다. 루이스가 말했다.
“낭테르 돌출부에 있는 프랑스군은 항복 안 할까요?”
“그 쪽 사령부에서 절대로 항복할 수 없다고 했다더군.”
“개네는 이런 고기 스프 못 먹겠지?”
“당연히 못 먹지! 보급로가 끊어졌는걸! 그 새끼들 퇴각 못하도록 양쪽에서 우리 포병대가 계속해서 감시하고 있어!”
“내 생각엔 조만간 항복할 걸세!”
“아니야! 그 멍청이들은 조만간 아군이 도와주러 올 테니 어떻게든 버티자고 하고 있다더군!”
“얼간이 같은 자식들..상부를 믿다니 말일세!!”
그 때 헤이든은 근처에 소대장, 중대장, 한스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한 신병에게 말했다.
“야, 너네 그거 연극해봐.”
“넵? 무슨 연극 말입니까?”
“그거 있잖아! 중대장 연극!! 내 훈장 빌려줄게!!”
중대장 역할에 야닉이 철십자 훈장을 군복 여기저기 붙여놓고 외쳤다.
“목숨 걸고 이 곳을 사수하라!! 나는 첫번째로 이 곳에서 죽을 것 이다! 내 시체는 군마 먹이로 주어라!!”
“놈들이 몰려옵니다!!”
“공격!!”
이등병 역할의 플로리안, 펠릭스가 기관총을 쏘는 시늉을 했다.
드르륵 드르르륵
펠릭스가 외쳤다.
“젠장!! 중대장님은 어디 가셨습니까!!”
잠시 뒤, 프란츠가 중대장 역할을 맡은 야닉을 끌고 왔다. 야닉이 외쳤다.
“나는 사령부에 갔다왔네!!”
프란츠가 외쳤다.
“중대장님!! 계급장이랑 훈장이 모두 떨어지셨습니다!!”
야닉이 근엄한 척 외쳤다.
“포탄이 폭발하면서 훈장이 떨어져나간 모양이군!!”
그 때 프란츠가 야닉의 주머니 속에서 훈장을 꺼냈다.
“이것은 뭡니까!!”
야닉이 다시 훈장을 착용하며 외쳤다.
“아, 여기에 있었군!!”
그 때 펠릭스가 외쳤다.
“놈들이 다시 공격해옵니다!!”
“뭐..뭐라고?”
야닉은 착용했던 훈장을 헐레벌떡 주머니에 넣으며 어딘가로 도망갔고 프란츠가 소총을 빼어 들고 야닉을 쫓아갔다.
“중대장님!!”
연극을 보던 전차병들이 모두 낄낄대기 시작했다.
“와하하!! 보병 중대장들은 다 저런 식이지!!”
“사수하라고 명령만 내리고 전투할 땐 안 보인다며!!”
그 때 한스가 나타나서 전차병들은 모두 웃음을 멈추고는 경례를 했다. 한스가 말했다.
“조만간 다른 곳에서 우리측의 대규모 공세가 있을 거라는 말이 있네. 그러니 지금 푹 쉬어두게.”
한스가 다시 지휘소 쪽으로 걸어가는데, 정비병 빌이 자리에서 일어나서 한스에게 말했다.
“예비 궤도도 몇 개 없고 전차들 상태가 안 좋아서 먼 곳까지 기동하는 것은 무리일 것 같네. 전차 종류가 여러 가지이다 보니까 수리할 때 부품도 호환이 안 되고 솔직히 이 상태로 먼 거리를 이동하다 보면 몇 대나 제대로 작동할지 모르겠네.”
원래 이 당시 전차들은 이동하는 동안 절반 정도가 기동 불가 되어서 전투에 투입도 하지 못하는 일이 흔했다. 한스가 말했다.
“그건 그렇지..조만간 LK2 전차의 문제점을 개선한 신형 전차가 나올거라는 소문이 있는데 경전차는 그걸로 싹 교체되었으면 좋겠네.”
빌이 물었다.
“혹시 신형 전차 몇 대 생산되는지는 알고 있나?”
“300대 주문할 예정이라고 들었네.”
하지만 300대 주문할 예정이면 많아봐야 30대 생산되면 다행일 것이라는 것을 한스와 빌은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애초에 생산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한스가 말했다.
“그래도 일단 생제르맹앙레에서 전차들이 올 테니 당분간은 부대 운용에 크게 문제는 없을걸세.”
한스는 조만간 들어올 LK2 전차 중대를 생각하며 잔뜩 기대에 부풀었다.
‘과연 새 전차는 얼마나 강력할까! 여태까지 프랑스 전차들을 연구할 기회도 있었으니 분명 근사할 거야!’
한편 저격수 맥스는 파리에서 민간인 복장으로 위장한 프랑스 잔존 병력들을 저격하는 임무를 맡고 있었다. 맥스는 옥상의 벽돌이 무너진 틈으로 골목을 조준하고 있었다.
‘이 쪽엔 없는 것 같은데..’
그 때 맥스의 눈에는 켈러 중위가 프랑스의 민간인 여자의 팔을 잡고 끌고 가는 것이 보였다. 그 여자가 거부하고 달아나려고 하자 심지어 켈러 중위는 그 여자의 머리채를 잡았다. 맥스는 그 여자의 목소리는 들을 수 없었지만 온 힘으로 도망치려고 하는 것이 보였다. 켈러 중위가 외쳤다.
“그냥 얌전히 따라오면 통조림도 줄 수 있다니까?”
그 순간, 켈러 중위 옆에 있던 창문이 와장창 깨졌다. 켈러는 깜짝 놀라며 여자의 머리채를 손에서 놓쳤고 그 틈을 타 여자는 도망갔다. 켈러가 골목 밖으로 달려나가며 아군 보병 소대에게 외쳤다.
“이 쪽에 놈들이 있다!! 수색해!!!”
맥스는 조준경을 바라보고 안도의 한숨을 쉰 이후에 다른 건물로 총을 들고 이동하였다.
- 작가의말
붉은 색이 독일군 점령 지역입니다
공지에서 설문조사 진행중이니 자유롭게 의견 주시면 참고하도록 하겠습니다!
Comment '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