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화감
순간 생샤몽에서 거대한 불길이 용솟음치더니 시꺼먼 연기에 둘러 쌓였다.
쿠광!!콰광!!
계속해서 폭발이 일어나며 사방으로 파편이 날라가며 근처에 있던 다른 전차를 때렸다.
카앙! 탕!
근처에 있던 다른 생샤몽의 전차병들 또한 엄청난 충격을 느꼈다.
덜컹!!
“어디야!!”
“이동!! 이동해!!”
프랑스 보병 또한 폭발하는 생샤몽을 피해 달려가며 외쳤다.
“놈들 전차야!!”
“빨리 찾아!!”
“이러다 다 뒤진다!!”
프랑스의 전차병들 또한 어딘가에 숨어있을 독일군의 전차를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관측창이 워낙 좁은데다가 사방이 연기로 뒤덮혀서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 때, 다시 휘파람 소리가 났다.
쉬이잇
뱅글뱅글 돌아가며 직선으로 공기를 가르며 날아가는 철갑탄은 슈네데르 전방에 있는 장갑을 드릴처럼 꿰뚫었고 녹아버린 금속 파편들이 사방으로 튀었다. 좁은 전차 안에서 사방으로 날라가던 그 작은 금속 파편은 슈네데르의 한 전차병의 눈으로 파고 들었다.
“아악!!으아악!!”
슈네데르의 전차병들은 머리를 망치로 두들긴 것 같은 충격을 느끼고 양 손으로 머리를 붙잡았다. 뇌가 덜덜 떨리고 눈이 세게 흔들렸다. 몸 안에 모든 액체가 떨리는 것 같았다. 구역질이 나고 내장이 배 속에서 요동쳤다. 금속 파편은 탕! 탕! 소리를 내며 전차 내부를 여기저기 튕기다가 한 병사의 머리에 퍽! 하고 박혔다. 그 병사는 소리를 낼 틈도 없이 몸이 흔들리더니 고개를 푹 떨구고 다시 일어나지 않았다.
전차 내부는 녹아 내린 금속 파편, 매연, 피로 범벅이 되었다.
“시발!!!”
슈네데르의 조종수는 두개골의 울리는 와중에도 포탄을 피하기 위해 전차를 앞으로 전진시켰다.
끼긱 끼기긱
“으악!!죽을 거야!!”
눈에 파편이 박힌 전차병은 한 손으로 자신의 권총을 찾았다.
“으아악!!!”
그 때, 다시 37mm 철갑탄이 공기를 가르고 회전하며 날라갔고, 이번에는 슈네데르 전차 전방에 있는 장갑을 꿰뚫었다.
카앙!
뚝뚝 녹아내리는 금속 액체를 사방으로 튀기며 장갑을 갈기갈기 찢는데 성공한, 뜨겁게 달구어진 37mm 철갑탄은 곧이어 슈네데르 전차의 연료통을 관통했다.
쿠과과광!!!
다시 폭발이 일어나며 거대한 6mm 두께의 장갑 파편 조각이 사방으로 날라갔다.
“놈들을 찾아!!”
“파이퍼 전차 부대다!!”
그 때, 한 용감한 프랑스 보병이 매캐한 검은 포연 속에서 헛간 쪽에 엄파한 독일군의 대전차포가 불을 뿜는 것을 발견했다.
“저 쪽이다!! 헛간!!”
“헛간!! 목표 발견!!”
한편 헛간에 엄폐한 상태로 37미리 대전차포를 쏘던 독일 포병들은 자신을 향해 방향을 돌리는 생샤몽 전차를 발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일 포병들은 도망가지 않고 37미리 대전차포를 장전하고 발사했다.
퍼엉!!
쉬이이잇
공기를 날카롭게 가르며 날아온 37미리 철갑탄이 생샤몽의 장갑을 왕관 모양으로 갈기갈기 찢으며 파고 들어갔다. 그리고 37미리 철갑탄은 사방에 샛노랗게 녹아내린 금속 파편을 튀기며 장전수의 두개골을 박살냈다.
“으아악!!”
한편 독일 포병들은 이제서야 있는 힘껏 도망가기 시작했다.
“도망가!!”
“우와왁!!!”
‘이제 죽는구나!!’
좁은 길을 통해 오느라 아까까지만 해도 서로 경로가 엉키고 모여 있던 프랑스 중전차들은 이제 농가 안에 산개하며 제각기 전투하기 좋은자리를 잡고 있었다.
“망할 보슈놈들!! 코빼기만 내밀어봐라!!”
프랑스 중전차들은 그렇게 제각기 다른 방향을 향해 전면의 75mm 포를 겨누고 있었다.
‘됐다..놈들을 먼저 발견하기만 하면!!’
한편 다른 위치에서 마구간 안에서 밀짚 뒤에 엄폐해서 대전차포를 쏘던 독일 포병들도 정해두었던 퇴로로 미친듯이 달아났다. 이미 똥오줌을 흥건하게 지린지 오래였다.
“우와왁!!! 우왁!!”
그 순간, 생샤몽의 75미리 포탄이 불을 뿜으며 철갑탄이 발사되었다.
퍼엉!
생샤몽의 전차병들은 모두 강한 반동을 느끼며 몸을 덜컹거렸다.
“으악!!”
그 75미리 철갑탄은 밀짚을 뚫고, 마구간을 지나 달아나던 한 독일 포병의 옆을 스치고 지나갔다.
쉬이잇
그렇게 독일 포병을 스치고 지나간 75미리 철갑탄은 농가의 건물 벽을 박살냈다.
콰광!!
그 때 프랑스 보병이 외쳤다.
“전차가 아니야!! 대전차포야!!”
그 때, 어디선가 기관총 소리가 들렸다.
드륵 드르르륵
프랑스 보병들은 잽싸게 전차 뒤에 엄폐했다.
드륵 드르륵
프랑스 병사는 거울을 꺼내들어 기관총 소리가 들리는 곳의 위치를 확인하였다.
“짚더미 속에 기관총!!”
“가서 수류탄 던져!!”
프랑스 보병 분대장 프랑시스는 이등병 쟈끄를 이끌고, 우회해서 기관총 소리가 들리는 거대한 짚더미 쪽으로 달려갔다. 그리고는 작은 건물 뒤에 엄폐한 다음 밀즈 수류탄을 꺼냈다.
“망할 보슈놈들!! 죽어봐라!!”
쿠과광!!콰광!!
프랑스 보병 분대장 프랑시스가 이등병 쟈끄에게 말했다.
“돌아가자!!”
그 때, 쟈끄가 호기심에 고개를 내빼어 짚더미가 있는 쪽을 확인했다.
“어..어..”
끼기긱 끼기기긱
짚더미 속에서 르노 FT 전차 한 대가 천천히 기어나오더니, 쟈끄를 향해 기관총을 긁어댔다.
드륵 드르륵
퍼억!
쟈끄는 피가 흩뿌려진 땅바닥 위에 쓰러졌다. 프랑시스 분대장이 외쳤다.
“으아악!!”
프랑시스 분대장은 다른 방향으로 우회해서 프랑스군의 생샤몽에 달려가서 해치를 두드리고 독일군 전차의 위치를 알렸다.
“10시 방향 짚더미 속에 독일군 르노 FT 전차 엄폐!! 기관총이 있는 암컷이다!!”
그 말을 듣고 프랑스군의 생샤몽은 독일군의 르노 FT 전차가 있는 쪽을 향해서 선회하기 시작했다.
끼긱 끼기긱
독일군 르노 FT의 전차장은 좁은 관측창을 통해서, 자신이 있는 쪽을 향해 거대한 생샤몽의 75미리 포가 선회하는 것을 보고 외쳤다.
“전진!! 전진해!!”
르노 FT 전차장 토비아스는 조종수 에릭의 등을 계속해서 발로 깠다.
“으아악!!가고 있습니다!”
그렇게 독일군의 암컷 르노 FT는 선회하는 생샤몽의 포를 피해서 최대한 빠른 속도로 전진하였다.
“저 건물 뒤로 엄폐!!”
전차장 토비아스는 그렇게 외치며, 달려드는 프랑스 보병을 향해 기관총을 긁어댔다.
드륵 드르르륵
생샤몽의 프랑스 전차장은 이를 갈며 조종수의 왼쪽 어깨를 발로 계속 걷어찼다.
“빨리!! 빨리 선회해!!놈들이 건물 뒤로 엄폐하겠어!!”
끼긱 끼기기긱
토비아스의 르노 FT는 이제 건물 벽 뒤로 엄폐하기 일보 직전이었다.
“빨리 가!!”
생샤몽의 거대한 75미리 포는 이제 토비아스의 르노 FT를 향하고 있었다.
“철갑탄 발사!!!”
퍼엉!
75미리 포의 잔동에 생샤몽의 전차병들은 모두 강한 충격을 느꼈다.
“으윽!!”
75미리 철갑탄이 공기를 가르고 지나갔다.
쉬이잇!
철갑탄은 회전하면서 건물 모서리의 콘크리트를 박살냈다.
카가강!!
박살난 콘크리트 파편이 르노 FT의 장갑을 때렸다.
캉!
“우악!!와악!!”
토비아스가 외쳤다.
“우측으로 선회!!”
그렇게 토비아스의 르노 FT는 건물 뒤에서 엄폐한 상태로 방향을 바꾸어 도망가기 시작했다.
끼기긱 끼기기긱
조종수가 울부짖었다.
“어차피 도망가는데 왜 하필 우리가 이 역할이었습니까!!”
토비아스는 긴장해서 구역질이 나기 시작했다.
“우웩!!!”
토비아스는 차마 조종수의 대가리에 토할 수는 없어서 뒤로 돌아서 자신의 철모에 토하기 시작했다.
“우웩!!웩!!”
순간, 생샤몽의 75미리 포가 다시 불꽃을 내뿜었다.
퍼엉!
그렇게 포연과 함께 75미리 철갑탄은 건물의 창문을 와장창 박살내고, 건물 내부를 지나 다시 창문을 박살내며 토비아스의 르노 FT의 큐폴라 뚜껑을 날렸다. 철모에 토하느라 머리를 숙이고 있던 토비아스는 대가리 위로 뻘건 녹물이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아악!!우아악!!”
한편 프랑스 전차 부대의 중대장은 지금 상황에 위화감을 느꼈다.
‘이 곳에 고작 소형 전차 한 대에 대전차포 3문만 놓아뒀다고? 제아무리 폭격에 성공했다고 해도 이런 농가에는 기관총으로 매복해두는 것이 정상이거늘..’
“사주 경계하고 계속 전진한다!!”
‘파이퍼, 도대체 무슨 생각이지?’
한편 일본군 또한 프랑스 군에 이어 2파로 전진하고 있었다. 오사카 사다오의 보병 소대는 르노 FT 전차들의 뒤를 따라가고 있었다.
‘뭔가 이상하다..’
오사카 사다오는 우측에 있는 숲을 바라보았다.
‘소형 전차라면 저 쪽 숲으로도 올 수 있을 것이 분명한데..1파로 전진한 프랑스 부대는 어떻게 되고 있는 거지?’
일본군과 프랑스군은 언어가 통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사카 사다오 같은 하급 장교들은 현재 벌어지고 있는 전투나 전술, 상황에 대해 전혀 알 수가 없었다. 그 때, 쿠리바야시 중대장이 오사카 사다오에게 외쳤다.
“자네 소대는 저 숲으로 전진하게!”
쿠리바야시 중대장의 명령에 오사카 사다오의 소대원들은 입을 크게 벌렸다.
‘무..무슨 소리지? 저 숲으로 가면 더 멀리 돌아가야하는데?’
쿠리바야시가 외쳤다.
“가다가 전차를 발견하면 붉은 조명탄과 하얀 조명탄을 동시에 발사한다!!”
오사카 사다오는 쿠리바야시의 말의 의미를 알아채고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한편 독일군의 수컷 르노 FT 전차 한 대는 낮은 구릉 뒤에서 천천히 올라가고 있었다. 구릉 너머에서 프랑스 군의 중전차 부대가 앞으로 전진하고 있었다. 르노 FT 전차의 전차장 필립이 자신이 조종수에게 외쳤다.
“좋아!! 여기 풀 숲에 엄폐한다!!”
때마침 풀 무더기 옆에는 거대한 바위도 있어서, 엄폐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필립이 속으로 생각했다.
‘나도 이걸로 철십자 훈장을 받을 수 있어!!’
그리고 자리를 잡고 나서, 필립은 관측창을 바라보았다. 필립의 현 위치보다 저지대 농가에 있는 프랑스 중전차들은, 여태까지 교전으로 약간의 피해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어마어마한 규모였다. 필립은 잽싸게 37미리 철갑탄을 장전하고 발사했다.
“발사!!”
퍼엉! 쉬잇 쿠과광!!
‘젠장!! 빗나갔다!! 다시 쏘면!!’
그 순간, 거대한 슈네데르 CA가 필립이 있는 곳으로 선회하기 시작했다. 필립은 서둘러 다시 철갑탄을 장전했다.
“발사!!”
퍼엉! 슈웃 콰광!!
한 손안에 들어갈만한 작은 37미리 철갑탄은 슈네데르 CA의 위쪽을 스치고 지나갔다. 하지만 이미 슈네데르 CA의 전면포는 이제 거의 필립의 르노 FT와 겨우 10도 정도 차이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그 거대한 75미리 포는 느리게 선회하는 것 같았지만 생각보다 훨씬 빨리 필립의 르노 FT를 갈기갈기 찢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조종수가 외쳤다.
“으아악!! 후진해야 합니다!!”
필립이 외쳤다.
“가만 있어!! 명령이다!!”
필립은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잽싸게 다시 37미리 철갑탄을 장전하고 발사했다.
퍼엉!
“이제 후진!!”
하지만 이미 슈네데르 CA의 전면 75미리 포가 불을 뿜고 있었다.
퍼엉! 쉬이잇
그리고 75미리 철갑탄은 필립의 르노 FT 우측을 스치고 지나갔고, 동시에 필립이 발사한 37미리 철갑탄은 슈네데르 CA의 전면 장갑을 왕관 모양으로 찢으며 뚫고 들어갔다.
카가강!!
슈네데르 CA의 내부에 온갖 금속 파편과 녹물이 튀었고, 37미리 철갑탄은 슈네데르 CA의 조종수의 목을 향해 공기를 가르며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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