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갑 괴물들
오사카 사다오는 온 체중을 실어 해치 위로 상체를 내밀고 있는 한스를 향해 군도를 내리쳤다.
“흐아아앗!!”
군사학교 시절 군도술 1등이었던 오사카 사다오의 자세는 한 치도 흐트러짐이 없었다. 한스는 머리속이 새하얗게 되며 무의식적으로 양 손으로 MP18을 들고 오사카 사다오의 군도를 막았다.
챙!
“흐아아악!!!”
위에서 내려치는 군도의 힘은 어마어마했다. 한스는 죽을 힘을 다해 양 손을 세게 쥐고 버텼고, 군도의 칼날은 MP18 위에서 미끄러졌다.
스르륵
군도의 칼날이 MP18의 드럼 탄창과 총열 사이에 끼었고, 사다오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다시 칼을 치켜 들었다. 한스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재빨리 해치를 닫았다.
쾅!!
금속 해치 위로 칼날이 내려쳐졌다.
카앙!
한스가 해치를 잠그고 외쳤다.
“시발 미친 새끼!!!”
오사카 사다오는 여전히 티거 해치 위에 있었다. 한스가 벤에게 외쳤다.
“1시 방향 적 전차!! 거리 150m!! 철갑탄 발사!!”
퍼엉!
티거의 포신이 불을 뿜었고, 오사카 사다오는 반동에 르노 FT 전차가 있는 쪽으로 미끄러졌다. 한스가 외쳤다.
“전진!! 앞으로 전진해!!”
사다오는 르노 FT 전차 위에서 밑으로 내려가서 엄폐했다.
“빌어먹을..”
사다오의 소총은 탄피가 걸려서 못 쓰게 된 상황이었다. 그래서 사다오는 구석에 엄폐한 상태에서 한스의 티거를 유심히 관찰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티거가 르노 FT 전차 옆에 정차한 순간, 티거의 좌측 포와 기관총이 르노 FT 전차로 막혀있을 때, 르노 FT를 계단처럼 타고 올라가서 이런 무모한 짓을 벌였던 것 이었다. 사다오는 총을 든 적군과의 장거리 교전을 피하기 위해 농가에 있는 작은 골목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한편 일본군은 사령부로부터 후퇴 명령을 받고 후퇴하기 시작했다.
“후퇴한다!!”
한스가 외쳤다.
“저 자식들 놓치지 마!! 계속 전진해!!”
한편 한 독일 병사는 고립되어 있는 일본군의 르노 FT 전차 위로 올라가서 해치 위를 캉캉 두드렸다.
캉! 캉!
그러자 일본군 전차병은 르노 FT의 포탑을 이리저리 회전시켰고, 독일 병사는 욕설을 퍼부었다.
“항복해!! 항복하라!!안 나오면 뒤진다!!”
그 때, 갑자기 해치가 열렸고, 독일 병사는 그 안에 있던 일본 병사가 수류탄을 꺼내드는 것을 보고 기겁을 하며 FT 전차 옆으로 떨어졌다.
“우와왁!!!”
르노 FT 안에 있던 일본 병사는 수류탄의 핀을 뽑고는 수류탄으로 자신의 머리를 세게 두드렸다.
쿠광!!콰과광!!
FT 밑으로 굴러 떨어진 독일 병사의 머리 위로 무언가가 후드득 떨어졌고, 얼이 빠져 있던 독일 병사는 비명을 지르며 달아났다.
“으아악!!!”
한스는 자신의 부대를 전진시키며 달아나는 일본군을 최대한 소탕하라고 명령하고 있었다.
“놓치지 마!!”
‘저걸 다 노획하면!!’
그 때, 헤이든이 외쳤다.
“연료가 다 떨어져 갑니다!!”
“빌어먹을!!”
그 때, 한스는 관측창으로 부상당한 한 일본 장교를 목격했다. 그는 군도를 허리에 차고 있었다.
‘저..저거..’
한스는 여태까지 딱히 노획에 한눈을 판 적은 없었지만 이것만은 참을 수 없었다.
‘저거 내버려두면 분명 브레데마이어 같은 보병 새끼들이!!’
한스가 외쳤다.
“헤이든!! 잠시 정지해!!”
한스는 해치를 열고 티거 밖으로 뛰텨나가서 부상당한 일본 장교의 군도를 노획했다. 그 일본 장교는 증오심이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한스를 바라보았다. 한스는 그냥 가려다가 칼집까지 빼앗으려 했다. 티거 안에서 프란츠가 울부짖었다.
“대대장님!!”
한스는 억지로 일본 장교에게서 칼집을 빼앗으며 외쳤다.
“우리 쪽 위생병들이 치료해줄걸세!!그러니 내놓게!!”
한스는 재빨리 티거 안으로 돌아왔다.
“허억..헉···”
한스는 침을 꿀꺽 삼키며 그 군도를 살펴보았다. 헤이든이 외쳤다.
“대대장님!! 명령을 내려주십시오!!”
하지만 엔진 소리도 시끄러웠고 한스는 군도에 정신이 팔려서 헤이든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옆에 있던 프란츠가 한스의 귀에 대고 외쳤다.
“대대장님!!”
“아! 후..후퇴한다!!”
그렇게 독일군은 큰 타격 없이 프랑스군의 공세를 성공적으로 방어하고, 슈네데르 CA 3대, 생샤몽 4대, 르노 FT 전차 2대를 노획하는 것에 성공했다. 한스는 새로 노획한 전차들을 보며 속으로 뿌듯해했다.
‘나의 자랑스럽고 사랑스러운 이 철갑 괴물들!!’
독일 병사들은 넓게 배치되어 있는 한스의 전차 부대를 보기만 해도 안심했고, 이는 전차병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언제 적 전차의 포탄을 맞아서 죽을지 모르는 위험한 전투였지만, 뒤따라오는 다른 전차들을 보면 마음이 든든해졌다.
‘더 추격했다면 좀 더 노획할 수 있었을텐데..’
한스는 후퇴하는 일본군의 르노 FT 전차 부대를 추격하지 못한 것에 아쉬워했다. 바이스 중위가 외쳤다.
“연료가 모자라서 그 이상 추격은 무리였습니다!”
한스가 중얼거렸다.
“전차 뒤에 밧줄로 연료통을 달고 전진하면 중간에 연료를 채워넣어서 더 효과적인 공세가 가능할지도 모르겠군.”
전차병들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프란츠가 속으로 생각했다.
‘여···연료통 달고 가다가 포탄 파편이라도 맞으면!!’
한스가 말했다.
“그렇게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네.”
기겁한 전차병들이 속으로 생각했다.
‘왜..왠지 그렇게 할 것 같은데..’
한편 한스는 포병 대대장을 찾아갔다. 포병 대대장이 말했다.
“자네의 아이디어 덕분에 우리 대전차포 진지가 놈들 전차를 손쉽게 격파할 수 있었네!!”
그 포병 대대장은 한스 덕분에 얻은 이번에 큰 전공을 세우게 되었다. 더군다나 한스가 고안한 대전차포 진지에 관한 아이디어를 윗 선에 보고서로 올린 참이었다.
‘저 녀석 덕분에 조만간 푸르 르 메리트를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
실실 웃는 포병 대대장에게 한스가 말했다.
“앞으로 아군 전차가 진격하는 길 쪽으로는 근접 신관탄을 사용해줄 것을 요청합니다!”
“하긴 근접 신관탄을 이용해야 포탄 구덩이가 덜 파일 테니 그게 자네 부대에는 좋겠군. 알겠네!”
“혹시 적군 포병대의 규모는 어느 정도인지 궁금합니다.”
‘만약 프랑스군 포병대의 화력이 약하면 장기간 예비 포격을 할 필요가 없다. 그러면 두 세 시간만 포격한 다음, 우리 전차 부대로 기습 공격이 가능하다!’
포병 대대장이 말했다.
“놈들 포병대는 아주 강력하네! 내 개인적인 추측이지만 장기간 예비 포격 없이 그대로 갔다간 매우 피해가 클 수도 있네.”
그 때, 리히터 연대장과 브레데마이어 보병 대대장이 의기양양하게 들어왔다. 리히터 연대장이 말했다.
“이보게 파이퍼 중령! 훈련도 제대로 받지 않은 일본 전차 부대가 후퇴하는 것도 추격하지 못하다니 이런 식이면 전차 부대에 지원을 해준 내 체면이 뭐가 되겠나!”
브레데마이어가 실실거리며 말했다.
“일본군 보병은 멍청해서 전차를 상대로 돌격한다고 합니다!”
한스가 말했다.
“일본군 전차 부대는 훈련이 부족해서 포격 정확도가 떨어지지만 만만하게 볼 수 있는 상대는 아닙니다.”
‘놈들은 중간에 내 전술을 알아채고 숲으로 우회해서 아군 중전차 부대의 측면을 공격했다..누가 이런 생각을 한거지? 프랑스군 사령부의 지시였나?’
그러자 브레데마이어가 비꼬았다.
“일본군 장교가 전차 위에서 칼을 휘둘렀다는데 그 동양인 따위한테 쫄기라도 한 건가?”
다른 보병 대대장이 외쳤다.
“칼 들고 전차한테 달려들다니 완전 미친 새끼로군!!!”
“동양인은 장교라는 새끼들도 돌대가리구만!”
“병신 새끼들이야!!놈들은 포격 정확도도 떨어진다고! 원숭이나 다를 바 없네!”
한스는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랐지만 천천히 말했다.
“놈들의 포격 정확도가 떨어지기는 하지만 우리는 놈들의 전술이나 특성을 모르기 때문에 방심은 금물입니다.”
‘어떻게 나올지 모르는 적이 두려운 법이다..’
이후 한스는 벤과 함께 아군의 오인 사격으로 부상당한 전차병들을 보러 임시로 만든 대피소를 찾아갔다.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었기에 후방 쪽 병원으로 보내지고 치료를 받으면 문제는 없을거라고 했다. 하지만 한스는 파편으로 인해서 얼굴에 상처를 입은 부상병을 보고 죄책감을 느꼈다. 그 19살의 병사는 앞으로 평생동안 뺨에 흉터를 갖고 살아야 할 것 이었다. 대피소를 나오는 벤도 죄책감과 후회를 느끼고 있었다. 벤이 말했다.
“죄..죄송합니다!”
벤은 이번 일에 대해 몇 개월간 봉급을 감봉받는 징계 조치에 처해졌다. 한스가 말했다.
“일본군 전차 부대는 우리 쪽 전차 부대의 포위를 받는 것을 알고 일부러 아군 1중대의 측면을 때린 걸세. 다음에는 우리 쪽에서 역으로 이 전술을 이용할 수도 있겠지.”
‘내가 요청한 것은 언제 완성될까···’
그 때, 한스의 눈에는 포로로 잡힌 일본 병사들이 눈에 띄었다. 그들 중에는 한스가 군도를 빼앗은 일본 장교도 있었다. 치료를 받았는지 팔에는 붕대를 감고 있었다. 한스는 죄책감에 자신의 술을 그 일본 장교에게 건네 주었다.
‘어차피 내가 안 뻇었어도 뻇겼을 거야!’
한스는 장교 대피소로 간 다음에, 자신을 향해 군도를 휘두르던 일본 장교의 모습을 떠올렸다. 독일에서도 군사학교 출신 장교들은 검술을 배웠고, 한스의 상관이었던 롬멜 역시 검술에 능했다. 한스가 속으로 생각했다.
‘나도 검술을 잘 하면 멋있어 보일지도..’
한스는 솔직히 자기 자신이 롬멜 같은 카리스마가 없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한스는 오사카 사다오처럼 군도를 칼집에서 꺼내며 폼을 잡아 보았다.
“흐랏차!!”
‘나도 꽤 멋있어 보이는데?’
그 때, 뒤에서 요나스의 헛기침 소리가 들렸다.
“으흠..”
요나스 뿐만 아니라 프란츠, 에밋, 거너, 헤이든이 모두 한스를 보고 있었다. 프란츠가 한스에게 말했다.
“대대장님께서 요청하신 디코이 전차들이 도착해서 보고하러 왔습니다!”
한스는 시뻘개진 얼굴로 말했다.
“좀 있다가 가겠네.”
요나스, 프란츠, 에밋, 거너, 헤이든이 우르르 장교 대피소 밖으로 나갔고 한스는 쪽팔려서 속으로 욕설을 퍼부었다.
‘망할 놈들 왔으면 진작에 왔다고 할 것 이지!!’
한편 오사카 사다오는 쿠리바야시에게 자신이 직접 절단해온 독일 철조망, 독일군 철모, 기타 노획한 총들과 함께 보고서를 제출했다. 쿠리바야시는 오사카 사다오가 직접 그린, 독일군 대전차포와 가짜 진지를 그린 스케치를 보았다.
“수고했네.”
오사카 사다오는 꿈쩍도 하지 않고 그대로 서 있었다. 오사카 사다오는 처음으로 맡은 자신의 소대에 예착이 컸고 부하들도 자신을 꽤나 잘 따랐었다.
“제 죽은 부하들을 위해서 기필코 한스 파이퍼의 목을 가져오겠습니다.”
사다오는 어차피 죽은 부하들에게 있어 그것은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다짐하지 않으면 자신이 잘못 지휘해서 많은 목숨을 일었다는 죄책감을 견딜 수가 없었다. 쿠리바야시가 말했다.
“허튼 생각하지 말고 독일군, 프랑스군의 전술, 기술 등을 한 개라도 더 알아내서 보고하게. 그것이 그들의 죽음을 가치있게 만드네.”
오사카 사다오의 얼굴은 시뻘겋게 변하고 있었다. 도저히 분노를 참을 수가 없었고 다른 장교 앞에서 말했다간 할복을 명령받았을 만한 말을 내뱉었다.
“독일군은 전술, 전력 면에서 우리보다 수십 년은 앞서 있습니다. 이러다 우리 군은 전멸할 수도 있습니다. 아군 포병들은 정확도가 훨씬 떨어지는데 독일 포병들은 어떻게 저런 정확도 있는 포격을 쏟아부을 수 있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오사카 사다오는 이 말을 하면서 죽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다다즈미였다면 첫 마디를 듣자마자 군도를 꺼내들었을 것이 분명했다.
쿠리바야시가 말했다.
“올바른 지적일세.”
쿠리바야시의 말에 사다오가 움찔했다.
“아군 포병대는 지금 프랑스 포병대로부터 포병 관측 기술에 대해서도 배우고 있네. 지금 일본은 프랑스, 독일과 전력 차이가 크지만 자네와 같은 엘리트 장교들이 전쟁이 끝난 후 유학을 가서 공부하고 오면 많은 것이 달라질 걸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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