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 호랑이
한스가 외쳤다.
“저 건물로 들어가!!”
그 때 한스의 눈에는 오토바이 뒤에 꽂혀있는 철십자기가 보였다. 아까 전, 오토바이 뒤에 아무렇게나 놔둔 것이 오토바이가 달려가면서 펄럭이고 있었던 것 이다.
‘젠장!!’
한스와 플로리안은 잽싸게 옆에 있는 건물의 문을 박차고 들어가서 옥상으로 올라갔다. 한스의 MP18에는 탄이 조금 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한 번 긁을 것 밖에 안 남았잖아!’
플로리안이 똥오줌을 지리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저 녀석들은 대대장님을 어떻게 알아챈 걸까요?”
한스는 귓볼이 잘려나간 부위가 여전히 쓰라린 것을 느끼며 말했다.
“내가 각 전차 소대가 있는 곳 마다 돌아다니며 명령을 하달하는 것을 목격했을 걸세.”
한스는 아까 부상으로 인한 출혈 때문에 갈증이 심해지기 시작했다.
“물 있나?”
플로리안이 수통을 내밀었고 한스는 물을 조금 마시고는 건물 옥상으로 올라가서 작은 틈으로 프랑스 병사들이 이 쪽으로 몰려오는 것을 목격했다.
‘이대로 있다간 뒤진다..옆 건물로 건너가야..’
파리 건물 곳곳에는 저격수와 관측수가 자리잡고 있었고, 독일 전차 부대를 예의 주시하고 있었다. 그들은 철십자기를 펄럭거리는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며 각 전차에 명령을 하달하는 한스의 오토바이를 목격하였고, 유선을 통해서 이 사실은 프랑스 지휘소에 전달 된 것 이었다.
프랑스 보병들은 한스를 찾으며 좁은 골목길을 따라 달려오고 있었다.
“강철 호랑이가 철십자기가 휘날리는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며 자기 전차 부대에 지휘를 내리고 있다!!”
“절대 놓치지 마!!”
“죽더라도 그 새끼는 잡고 죽는다!!”
이 소식은 퇴각하던 프랑스 포병대에도 전해졌다. 포병 대대장 베른 중령은 계속해서 퇴각을 할지, 아니면 독일 보병들과 싸울지 고민했다. 그 때, 큰소리치는 것을 좋아하는 포병 샤를이 외쳤다.
“기왕 죽을거 명예롭게 죽읍시다!!”
“강철 호랑이의 목을 조국에 바치자!!”
아르노와 시릴의 표정이 안 좋아졌다.
‘뭔 미친 지랄 같은 소리야..빨리 퇴각해야지!!’
하지만 다른 녀석들이 죄다 싸우자고 하길래 아르노와 시릴은 눈치만 보고 있었다. 그리고 베른 중령이 외쳤다.
“이 곳이 우리의 무덤이다!!끝까지 싸우고 명예롭게 죽는다!!”
“우와와와!!”
다들 함성을 외치기에 아르노와 시릴도 눈에 눈물이 고이며 함성을 외쳤다.
“우와와와!!”
그렇게 프랑스 병사들은 결의를 다지며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파리 시내 한복판으로 몰려갔다. 한편 한스는 플로리안과 함께 옥상에 널뻔지를 걸쳐놓고 조심조심 다른 건물로 이동하고 있었다.
달그락!!
‘으익!!’
한스는 속으로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조심스럽게 다른 건물 지붕으로 올라갔다. 길가에서는 프랑스 병사들의 고함 소리가 계속해서 들리고 있었다. 그 때 한 프랑스 보병이 외쳤다.
“여기 오토바이가 있다!! 이 근처에 있을 것 이다!!”
“이 쪽이다!!”
프랑스 보병 한 소대가 한스가 있는 쪽으로 몰려오고 있었다. 플로리안이 똥오줌을 지리며 벌벌 떨었다. 그 순간, 한스는 자신의 상관이었던 롬멜을 떠올렸다. 롬멜은 이런 상황에서도 적에게 호기를 부리며 빠져나오곤 했었다.
‘나도 할 수 있다!!! 나도 이제 소령 아닌가!!’
한스가 지붕 위에 서서 MP18을 프랑스 보병들에게 겨누며 외쳤다.
“내가 한스 파이퍼 소령이다!!”
프랑스 보병들이 모두 한스에게 소총을 겨누었다. 프랑스 보병 소대장이 자신의 부하들에게 외쳤다.
“아직 사격 하지마!!”
한스는 롬멜의 호기 넘치던 말투를 그대로 따라하며 당당하게 외쳤다.
“항복하라! 자네들 모두 항복하면 포로로 받아주(!)겠네!”
한스는 하도 긴장해서 목에서 삑사리가 났다.
플로리안이 굴뚝 뒤에 숨어서 자신의 정신나간 대대장을 바라보았다.
‘좆됐다..’
프랑스 보병 소대장이 외쳤다.
“사격!!”
땅! 따앙!
총알이 건물 외벽에 부딪치며 불꽃이 튀었고 한스는 재빨리 굴뚝 뒤로 숨고는 외쳤다.
“튀어!!”
한스와 플로리안은 잽싸게 옆 건물 옥상으로 건너 뛰었다.
“우와와와!!”
건너 뛰던 한스는 실수로 MP18을 손에서 놓쳐서 떨어트리고 말았다. 다음 순간, 한스가 원래 있던 건물의 옥상에서 수류탄이 터지는 소리가 났다.
쿠광!!콰과광!!
이제 프랑스 병사들은 그 건물 안으로 진입하고 있었다. 한스는 플로리안과 함께 프랑스 병사들이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로 몸을 웅크리고 뛰어내렸다.
“아악!!”
한스와 플로리안은 그렇게 골목에서 골목으로, 모퉁이에서 모퉁이로 잽싸게 도망쳤다. 현재 남은 무기는 권총 한 자루 뿐이었기에 교전은 무조건 피해야했다. 한스가 속으로 생각했다.
‘지금 도하는 어떻게 되고 있을까..빨리 연료가 보급이 되어야 한다..그렇지 않으면..’
현재 많은 전차들이 연료 보급으로 기동불가가 되었고 그 중에서 일부는 전차병들이 버리고 갔을 것이 분명했다. 그렇게 버려진 전차들은 프랑스 병사들의 공격을 받는 것은 물론이고, 아군 병사들이 부품을 뜯어가거나 망가뜨릴 가능성도 상당히 높았다. 한스는 예전부터 전차를 주차해둔 곳에 와서 괜히 부품을 탐내던 다른 병과 병사들을 떠올렸다.
‘절대 안돼!!’
골목 곳곳에는 시체와 부상병이 널려 있었다. 그 때 한 시신 옆에 있던 수통이 한스의 눈에 띄었다. 한스는 재빨리 그 수통을 집어들어서 벌컥벌컥 마셨다.
‘휴우..살 것 같다..’
그 때, 희한한 소리가 들렸다.
“히이힝!! 이히힝!!”
주인을 잃고 허둥지둥 헤매는 군마가 골목에서 날뛰고 있었다.
‘히익!! 저 쪽은 피해가야지..’
한스가 그 곳을 지나치려던 순간, 플로리안이 외쳤다.
“제..제가 말을 탈 수 있습니다!!”
한스는 플로리안과 함께 말에 가까이 다가갔다. 한스는 아까 전 자신이 보았던 광경을 떠올리며 공포에 질렸다. 말은 흥분한 채로 뒷발을 걷어찼다.
“이히힝!!이힝!!”
플로리안은 능숙하게 말을 진정시키고 고삐를 잡았다.
“이제 괜찮습니다!!”
한스는 부들부들 떨며 말 위에 올라탄 다음, 애써 태연한 척 말했다.
“에펠탑으로 간다!!우리 전차 부대가 아군의 도하를 지원해야 한다!”
“넵! 알겠습니다!!”
군마는 빠른 속도로 에펠탑을 향해 질주하기 시작했다. 한스는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우와왁!! 우와와왁!!!’
한스의 귀를 감싸고 있던 붕대는 다시 피로 물들었고 갈증으로 인해서 목은 타들어갔고 수면 부족으로 인해서 뇌는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지만 한스는 정신력으로 버텼다.
‘내 대대를 지휘해야 한다!!’
한편 센느강에서 프랑스 병사들은 기관총을 긁어대면서 독일군의 도하를 치열하게 막고 있었다.
드르륵 드르르륵
하지만 경사진 곳에서 아래 쪽을 향해 기관총을 긁어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때, 한 프랑스 병사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저..저건!!”
수컷 르노 FT 를 개조한 자주포 5대가 다리를 건너오고 있었고 보병들이 그 뒤를 따르고 있었다. 이제 소위로 진급한 에루빈은 선두에 서서 자신의 자주포를 이끌고 있었다.
에루빈이 외쳤다.
“발사!!”
퍼엉! 쿠과광!!콰광!!
에루빈의 자주포가 불을 뿜었다. 하지만 프랑스 기관총 사수들은 잘 엄폐된 진지에서 기관총을 긁어대고 있었다.
드륵 드르르륵
따악! 땅! 따악!
에루빈은 식은 땀이 줄줄 나고 똥오줌을 지리기 시작했다.
‘이제 조금 있으면 해 뜰텐데 전차 부대 녀석들은 아직까지 뭘 하고 있는 거야!!’
절대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이 지옥의 새벽을 깨우는 햇살이 조금씩 센강을 물들이고 있었다. 병사들은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누군가는 희망을 품었고 누군가는 공포에 잠식되었다. 독일 육군 항공대의 빌헬름 크렙스는 동쪽을 바라보며 출격을 기다리고 있었다. 심장이 쿵쾅거리고 피속에서 아드레날린이 분출되는 것이 느껴졌다. 조만간 크렙스는 엉또니에 있는 프랑스 포병대에 폭격을 하기로 예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크렙스가 원하는 것은 따로 있었다.
‘명령은 좆까라고 하지..’
빌헬름 크렙스는 머리 속에서 파리 한복판에 폭탄을 투여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아주 커다란 불꽃 축제가 시작되겠군..’
건물들이 불타오르고 수많은 민간인과 군인들이 잔해에 깔리고 심지어는 뼈만 남기고 녹아내릴 것 이다. 그 벌레 같은 인간들이 비명을 지르고 아둥바둥 대는 것을 상상하며, 빌헬름 크렙스는 전율을 느꼈다.
한편 에루빈은 계속해서 총알과 박격포탄을 뚫고 앞으로 전진했다.
퍼엉! 쉬잇 쿠과광!!콰광!!
센강 쪽에 있는 프랑스 포병대는 퇴각하지 않고 에루빈의 자주포 소대를 향해서 계속해서 박격포와 소구경 야포를 발사하고 있었다.
쿠광!!콰광!!!
에루빈이 탑승한 자주포의 운전병이 울부짖었다.
“우왁!!”
에루빈은 덜덜 떨며 계속해서 포탄을 발사했다.
퍼엉!
‘시..시발 그냥 튈까?’
그 때, 레만 상사의 A7V 전차 오딘이 다른 마크 V 전차와 함께 센강을 지키고 있는 프랑스 포병대를 향해 포를 발사했다.
퍼엉! 쉬잇 쿠과광!!콰광!!
A7V의 전차병들은 오랜 전투로 인해서 가스를 마셔서 눈이 시뻘겋게 충혈되었고 눈물은 줄줄 흘러내리면서 화장실 갈 틈조차 없어서 모두 바지에 똥오줌을 지린 상태였다. 수면 부족과 일산화탄소로 인해서 머리조차 잘 돌아가지 않았다. 레만 상사가 외쳤다.
“가라!! 우리는 역사를 바꿀 것 이다!!”
오딘의 포수가 갈라진 목소리로 외쳤다.
“발사!!”
쉬잇 쿠광!!콰광!!
오딘에서 척탄병들이 뛰쳐나와서 센강을 겨누고 있던 프랑스 기관총 진지를 향해 수류탄을 던졌다.
쿠광!! 콰광!!
센강을 사수하고 있던 18살의 프랑스 병사 로베르가 외쳤다.
“항복해야 합니다!!이러다 다 죽을 겁니다!!”
군사학교 출신의 르누와르 소위가 외쳤다.
“중대장님은 끝까지 이 곳을 사수하라고 명령하셨다!!퇴각하라는 명령은 하달되지 않았다!!”
“중대장님 지금 어디 계십니까!!”
“조만간 오실거다!!”
해가 뜨면서 센강은 서서히 주황색 빛으로 물들고 있었다. 에루빈의 자주포 소대와 그 뒤를 따르던 독일 보병 1개 중대가 다리를 모두 건넜다. 에루빈이 자신들을 도우러 온 한스의 전차 부대를 보고 외쳤다.
“역시 전차 최고야!! 독일의 전차 부대는 세계 최고다!!!”
프랑스 신병 로베르는 기관총 진지에서 모래 주머니 틈으로 이 광경을 바라보았다.
‘마..말도 안돼..’
그 때 르누와르 소위의 목소리가 들렸다.
“저들에게 항복하게.”
로베르가 뒤를 돌아보았다.
“소대장님?”
르누와르 소위는 권총으로 자신의 머리를 겨누고 있었다.
타앙!
로베르의 얼굴에 피와 살점이 튀겼다.
한편 한스는 즐거움을 만끽할 순간도 없이, 파리 남부 시가지에서 프랑스의 전차 부대와 교전을 벌이고 있을 2중대를 지휘하러 플로리안과 함께, 판터 뒤에 거치되어 있던 자전거를 타고 가고 있었다.
‘연료가 없어도 되니 자전거가 생각보다 유용하군!!’
한스는 이제 거의 승리했다는 생각에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훈장을 다시 착용하고 있었다.
‘내 전술이 통했어!! 내가 해낸 거야!!!’
플로리안의 자전거가 10m 쯤 앞서가며 좁은 골목을 달려가는데, 갑자기 문이 열리며 한스의 자전거를 가로막았다.
‘어?’
문이 활짝 열렸고 한스의 자전거는 그 문에 꼴아박았다.
우당탕!!
“으으···누구야..”
그 건물에서 나온 것은 프랑스의 포병 대대장 베른 중령이었다. 베른 중령은 권총을 쏘려고 하다가 한스의 군복에 붙어 있는 훈장들을 발견했다.
‘이 훈장은?’
베른 중령은 발로 한스의 머리를 차서 얼굴을 확인했다. 뒤 따라나온 포병 아르노와 시릴이 소총을 겨누며 외쳤다.
“가..강철 호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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