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 이등병의 1차 대전 생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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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0.11.2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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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17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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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탄생

DUMMY

밀리나, 소피, 한나, 기르케는 연극 관람을 마치고 더 구경할게 있나 싶어서 길거리를 돌아다녔다. 하지만 눈에 띄는 것은 전쟁 채권을 매입해달라는 포스터들이었다. 어차피 돈 쓸 곳도 없었기에 밀리나 3총사와 기르케는 전쟁 채권을 구입하고 인근 식당으로 들어갔다.


식당 라디오에서는 베토벤 교향곡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밀리나 일행은 자리에 앉은 다음 메뉴를 주문했다. 라디오에서 베토벤 9번 교향곡 연주가 끝나고 도이칠란트 위버 알레스가 흘러나왔다.


"독일, 그 무엇보다 위대한 독일, 세상의 그 무엇보다도!"


요즘 라디오에서는 교향곡 혹은 군가만 흘러나왔다. 구태여 말은 하지 않았지만 다들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전쟁은 지긋지긋해...'


소피가 말했다.


"볼쉐비키들은 쿠데타도 안하는걸까?"


기르케가 의기양앙하게 말했다.


"내가 볼땐 이번 공세가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스탈린은 쿠데타로 쫓겨날거야! 그러면 쿠데타 세력과 휴전 협상이 진행되고 전쟁은 빨리 끝나겠지!"


한나가 물었다.


"밀리나, 혹시 아는거 없어?"


밀리나가 얼버무렸다.


"전혀 모르겠어. 나도 신문에 나온거 말고는 아는게 없는걸."


밀리나가 속으로 생각했다.


'스탈린이 물러나거나 휴전 협정이 체결될 확률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언론에서 비슷한 뉘앙스의 보도를 했을거야. 하지만 가장 낙관적인 언론에서도 스탈린이 쿠데타로 물러날거라는 언급은 안하고 있어. 언론에서 이런걸 언급하지 않는걸 보면 스탈린은 분명 건재한거야.'


밀리나는 오토에게 받은 편지를 떠올렸다. 오토는 전투에 대한 직접적인 이야기는 좀처럼 편지에 쓰지 않았다. 하지만 만약에 소련군의 사기가 약했고 스탈린이 물러나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면 분명 편지에 그런 내용을 언급했을 것 이다. 밀리나는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대다수의 소련군은 죽음을 각오하고 싸우고 있었던 것 이다.


'혹시 우리가 잘못 생각했던건 아닐까? 설마 잘 사는 사람들을 상대로 선전 포고도 하지 않고 쳐들어간건 아니겠지?'


한나가 말했다.


"소련군은 도대체 왜 항복하지 않는건지 모르겠어. 빨리 항복하는게 자기들한테도 좋을텐데."


밀리나가 말했다.


"맞아. 우린 단순히 동유럽 땅을 차지하기 위해 싸우는게 아니야. 이건 이념과 이념의 전쟁이야. 우리에겐 정부를 비판할 자유는 있지만 소련인들은 그런걸 경험해본적도 없잖아."


"스탈린의 체제가 무너져야 그 사람들한테도 좋을텐데 말이야."


밀리나가 애써 스스로를 확신시키며 말했다.


"투표를 통해 자신의 지도자를 선택하고 비판할 자유는 누구에게나 주어져야 해. 결과적으로 이 전쟁으로 인류는 발전할거야. 약간의 희생은 안타깝지만..."


잠시 뒤, 밀리나 일행은 저녁 식사를 먹기 시작했다. 요즘엔 고기를 구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다 채소로 만들어진 메뉴 뿐이었다.


'맛 없어...'


"세계대전때는 커틀릿도 순무로 만들어졌다는데 이 정도면 진수성찬이지."


"우크라이나, 루마니아 같은 동유럽 국가들은 지금 더 힘들겠지?"


"우크라이나는 작년에 농사도 못 지었을텐데 불쌍하다."


밀리나가 말했다.


"전쟁만 끝나면 독일 제국이 그들을 책임질거야. 배급품도 그쪽으로 많이 가고 있는걸로 알고 있어."


"정말?"


"그럼. 독일 제국과 동유럽 국가들은 영국이 식민지 착취하는 식의 관계가 아닌걸. 전쟁만 끝나면 우크라이나, 루마니아, 불가리아, 벨라루스에서도 많은 개발이 이루어질거야. 전세계 경제의 중심이 런던 시티, 월가에서 라이히스방크(독일의 중앙은행, 국가 은행)로 옮겨가는 거지."


소피가 투덜거렸다.


"솔직히 책임이고 뭐고 모르겠고 나일론 스타킹이나 구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


기르케가 웃으며 말했다.


"동유럽 국가들 전부 조만간 독일 제국의 훌륭한 무역 파트너가 될거야! 그렇게 되면 주가가 장난 아니게 오를테니까 전쟁 끝나기 전에 미리 민간 기업들 주식 사두는게 좋을거야!"


"민간 기업 주식들이 오르면 그게 전쟁이 끝날거라는 징조일지도 모르겠네?"


"그렇지! 영국과 프랑스는 독일 제국이 떠오르는 것에 잔뜩 열이 받겠지만 말이야!"


"영국은 이미 져물어가고 있지. 대신에 독일 제국이 신흥 강국이 될거야!"


"앞으로 100년 동안 제국이라는 단어는 오직 독일 제국만을 의미하게 될거야!"


"미국이 유일한 독일의 라이벌이 될까?"


기르케가 말했다.


"미국 기업들은 품질이 좋지 않은 물건을 대량 생산해서 헐값에 판매할 뿐이야! 세계 시장에서 독일제품에 경쟁력으로 밀릴거야!"


밀리나가 기대에 찬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우리는 독일 제국의 가장 위대한 시대에 살고 있는건지도 몰라."


"근데 극동 상황은 어떻게 될까?"


"일본 잠수함 작전 반경이 유보트 작전 반경보다도 넓잖아. 제아무리 영국도 두 대양에서 패권을 유지하기 힘드니 극동에서도 일본의 힘이 커지지 않을까?"


기르케가 말했다.


"영국은 제국의 영향력이 약해지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는거야. 그래서 괜히 독일 제국에 딴지를 거는거지. 영국의 방해만 아니었다면 작년 공세는 성공했을텐데."


기르케를 포함한 일부 독일인들은 작년 공세의 실패가 영국과 미국, 프랑스의 방해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한나가 말했다.


"그 동안 잉글랜드가 전세계의 1/6를 차지했잖아! 이게 불공평했던거지!"


밀리나가 말했다.


"영국은 제국을 유지하기 위해서 지중해 항로가 필수적으로 필요해. 우리가 근동 쪽에 힘을 키우면 좋을텐데."


밀리나와 친구들은 해군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해군의 힘이 커지길 원했다.


"우리도 진작에 항모 만들었어야 하는데 너무 육군 쪽으로만 물자를 많이 배분해줬어."


"이번 전쟁 끝나면 항모부터 만들어야 해."


한창 대화가 이어지다가 소피가 밀리나에게 물었다.


"혹시 이번 공세에 대해 뭐 아는거 없어?"


밀리나가 목소리를 낮추고 말했다.


"내 생각에는 캅카스로 갈 것 같아."


"캅카스? 왜?"


밀리나는 어릴때부터 오토랑 지구본을 보면서 놀았던 기억을 떠올리며 냅킨에 지도를 그리며 이야기했다.


"남부집단군을 주공으로 캅카스를 점령하는데 성공하면, 독일 제국은 막대한 석유를 얻게 되는 거야! 그리고 소련은 막대한 원자재와 석유를 잃게 되는거지! 이렇게 되면 소련은 더 이상 전쟁을 할 힘이 없어지는거야! 뿐만 아니라 중동을 통한 무역 루트가 독일 제국의 차지가 되는거야!"


기르케가 말했다.


"터키 또한 우리 눈치를 볼 수 밖에 없겠군."


"베를린으로부터 부쿠레슈티, 키이우, 테헤란을 잇는 무역로가 모두 독일 제국의 손에 들어오는거야! 중공업이 어마어마하게 발전할게 틀림없어!"


"혹시 인도까지도 무역로가 이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기르케가 신이 나서 말했다.


"앞으로 인도와 중국 시장이 어마어마하게 클거야! 우리 쪽 민간 기업들이 빨리 그 쪽 시장을 선점해야 해. 전쟁 끝나기 전에 미리 주식 사두라고."


기르케는 전쟁이 끝나면 오를 민간 기업 주식들을 미리 사두고, 주식 투자에 성공해서 현재 자신이 타고 있는 중고 고물차를 팔고 새 차를 살 계획이라고 했다. 현재 수병이 받는 월급은 워낙 적기 때문에 큰 돈을 벌려면 주식 투자에 성공해야 한다는 것이 기르케의 지론이었다.


밀리나와 친구들은 천년 동안 영광이 지속될 독일 제국의 미래를 꿈꾸며 식당을 나왔다. 그런데 상이군인들을 위한 모금에 동참해달라는 포스터가 눈에 띄었다.


'...'


밀리나는 전선에 있는 마르틴과 오토를 생각하면 마음이 욱씬거렸다.


'괜찮을거야.'


밀리나와 친구들은 약간의 돈이나마 모금을 했다. 밀리나는 사회민주당이 이번 전쟁에 썩 찬성하지 않았고 독일 국민들이 썩 전쟁을 반기지 않았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어쩌면 전쟁을 하지 않는게 옳았던건 아닐까? 아니야 그건 나약한 생각이야. 이번 전쟁은 독일 제국과 인류의 미래를 위하여 반드시 필요했어. 마음 굳게 먹자.'


그리고 밀리나는 오토에게 편지를 썼다.


[오토에게


편지가 늦게 도착할 때가 많다고 해서 미리 준비한 발렌타인 선물이야! 민간인들은 난방용 등유, 세탁 비누, 휴지 같은 물자가 부족하긴 하지만 이 정도는 얼마던지 참을 수 있어. 몇 달 안에 전쟁이 끝나면 다시 볼 수 있겠지? 연극도 실컷 보러 가자! 너가 전선에서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하고 있는지 나는 알 수 없지만 &$@%^#@


조만간 독일 제국이 천년 제국이 될거라 생각하니 가슴이 뛰어. %^*&$@


사랑을 담아 밀리나가]


그리고 동부전선에서 오토는 눈으로 뒤덮힌 참호 속에서 밀리나의 엽서를 읽었다. 엽서에는 야포로 하트를 발사하는 귀여운 강아지가 그려져 있었고 소포에는 초콜렛이 들어 있었다. 밀리나는 어릴때 오토와 지구본을 보면서 소꿉놀이했던 것을 실제 전쟁인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민간인들은 현재 전쟁의 상황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모르는게 좋을거야.'


오토는 밀리나가 준 초콜렛을 먹었다. 만약 이번 공세가 실패로 끝나면 언젠가 소련군은 영국, 미국의 도움을 받아 베를린까지 올지도 모른다. 무슨 일이 있어도 그 일만큼은 막아야 했다.


어린 시절부터 오토가 갖고 있었던 군인으로서의 꿈은 박살이 났다. 오토는 자신의 군인으로서의 커리어가 끝장이 났다고 생각했다. 엄청난 전공을 세웠음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진급은 꿈도 못 꾸는 상황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그것이 중요한게 아니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베를린에 거주하는 민간인들은 소련군이 어떠한 존재인지 영원히 몰라야 한다.


혹시나 언젠가 베를린에 닥칠지도 모르는 엄청난 사태를 생각하면 오토는 자신이 전쟁을 하면서 저지른 짓들에 대해서 추호도 후회를 하지 않았다. 호랑이가 사냥감을 동정하지 않듯이, 오토는 죽기 전까지 한 명의 이반이라도 더 죽이고 죽을 것 이었다.


오토는 천년 제국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이제 실소 밖에 나오지 않았다. 전쟁터에서 죽어간 수많은 동료들은 그 어떠한 보상도 받지 못했다.


'...'


전쟁이 시작되고 1년도 지나지 않았는데 10년은 지난 것 같았다. 오토는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소대에 몇 대 남지 않은 전차들을 살펴보러 갔다.


한편, 괴벨스는 발칸 반도에서 독일의 프로파간다 영화들을 상영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비교적 낙후된 지역에서도 영화를 상영할 수 있도록 많은 준비를 취하고 있었다. 비록 전기가 없다고 할지라도 사람이 직접 페달을 밟아서 인력으로 발전기를 구동하여 영사기를 돌려서 영화를 상영할 수 있을 것 이었다. 괴벨스가 일기에 적었다.


[중유럽과 동유럽 국가들을 무역 파트너로 만들기 위해서는 전쟁이 끝난 뒤에도 이 국가의 국민들이 독일 제국에 좋은 인상을 갖고 있어야 한다. 조만간 발칸 반도의 극장에서는 독일 제국의 영화가 상영될 것이다. 독일 제국의 영화 산업은 헐리우드 영화 산업보다 크게 부흥할 것 이다.


1941년 공세를 앞두고 우크라이나 국민 정부, 러시아 임시 정부, 벨라루스 자치국, 루마니아 왕국, 불가리아 왕국의 사기를 높여야 한다. 롬멜, 구데리안, 만슈타인은 그 이름 만으로도 군의 사기를 올리는 힘이 있다. 그러므로 언론에서 이들의 전공에 대해서 더 널리 보도해야 한다.]


괴벨스의 일기대로, 롬멜, 구데리안, 만슈타인은 독일 제국은 물론이고 동유럽 국가들, 심지어 영국, 미국, 프랑스 등에서도 이름을 날리고 있었다. 독일을 싫어하는 사람들조차도 그들의 군사적 성취에는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던 것 이다. 괴벨스는 계속해서 일기를 썼다.


[물론 이름 만으로 소련군을 공포에 떨게 하는 가장 효과적인 장군은 파이퍼다. 소문대로 파이퍼가 복귀한다면 동유럽의 여러 국가들에게 있어 독일 제국의 명예가 손상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것 이다.]


괴벨스는 한스에 대하여 개인적인 악감정은 없었지만, 한스가 저지른 수 많은 실수들을 뒷감당한 것을 생각하면 이가 갈렸다.


[언론에서 슬라브 민족에 대한 차별성 발언을 하지 않도록 다시 주의를 해야 할 것 이다. 현재 러시아 해방군, 우크라이나 국민 정부군 등은 그들의 역할을 잘 하며 용맹하게 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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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1 결정적 타격 24.03.05 63 3 12쪽
970 모스크바로 진군하는 기갑선봉대 +10 24.03.04 82 3 16쪽
969 프랑스-소련 회담 +22 24.03.03 89 2 12쪽
968 도이체 보헨샤우 +28 24.03.02 80 3 12쪽
967 셔먼 전차 +12 24.03.01 69 3 13쪽
966 거대한 움직임 +8 24.02.29 81 3 12쪽
965 수송부대 +12 24.02.28 70 3 12쪽
964 두번째 라스푸티차 +2 24.02.27 76 3 12쪽
963 그 누가 적진을 행군하며 악마의 노래를 부르는가 +52 24.02.26 104 3 14쪽
962 녹아내리는 눈 +41 24.02.25 99 3 13쪽
961 세계정세의 추이에 따른 시국 처리 요강 +6 24.02.24 81 2 12쪽
960 친위대는 적지에서 행군한다 +45 24.02.23 111 3 13쪽
959 중부집단군 총사령관 한스 파이퍼 +2 24.02.22 82 3 12쪽
958 붉은 마녀 24.02.21 63 2 12쪽
957 특수부대 나타샤 24.02.20 67 3 13쪽
956 중부집단군 작전 회의 +6 24.02.19 61 1 12쪽
955 롬멜이 우리와 함께 있다 24.02.18 67 3 11쪽
» 제국의 탄생 +4 24.02.17 90 2 12쪽
953 빌헬름 3세에게 불려간 한스 24.02.16 72 2 14쪽
952 엉터리 첩보원 삼총사 11 (完) +2 24.02.15 55 1 12쪽
951 엉터리 첩보원 삼총사 10 + 반역 24.02.14 50 2 12쪽
950 엉터리 첩보원 삼총사 9 24.02.13 42 1 12쪽
949 엉터리 첩보원 삼총사 8 메사츄세츠 공과대학교 24.02.12 44 2 13쪽
948 엉터리 첩보원 삼총사 7 + 경제 구상 24.02.11 55 2 13쪽
947 엉터리 첩보원 삼총사 6 + 1급 외교 기밀 +2 24.02.10 55 3 12쪽
946 엉터리 첩보원 삼총사 5 + 미국 정보조정국 OCI +2 24.02.09 58 3 12쪽
945 엉터리 첩보원 삼총사 4 + 윈스턴 처칠의 예측 +4 24.02.08 71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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