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를 마시는 용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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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잇감
작품등록일 :
2021.07.26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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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24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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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8.18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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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24화

DUMMY

“여러분 잠시만 진정하고 대화를....!!”

“죽어라!!”


부우웅!!


룬터를 중심으로 사방에서 각종 무기가 쏟아져 내렸다.

웬만한 기사급 실력자라도 빠져나가기가 만만치 않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룬터 녀석은 그런 상황에도 입술을 깨물고는 침착하게 검술을 펼쳤다.


채앵!! 채앵!!


순식간에 수십 번의 공격이 오고 가며 허공에 불꽃이 튀었다.

그런데 불꽃이 사라졌을 때 낭패한 표정을 지은 건 오히려 용병들이었다.


“아니 뭐 이런 괴물 같은 녀석이...!”

“.....만만치 않은 놈이다! 어려 보인다고 방심하지 마!”


용병들은 룬터를 중심으로 주춤주춤 물러서며 자리를 잡았다.

고작 한 명을 상대로 수십의 숫자를 가진 녀석들이 진지한 마음을 먹은 것이다.

그리고 그 끝에는 용병 대장으로 추측되는 중년인이 있었다.


‘저 녀석 이름이 뭐였더라?’


과거에는 딱히 녀석과 접점이 없어 이름을 몰랐다.

피를 통해 흡수한 기억을 뒤적여 봐도 딱히 떠오르는 이름이 없었다.

기억 속에서 용병들은 그를 그저 대장이라고 불렀다.


“허억...! 하아.... 카살!! 너 진짜...!!”


가까스로 위기를 넘긴 룬터가 크게 소리치며 내게 뛰어왔다.

용병들은 녀석이 도망치는 걸 막지 않고 가만히 지켜봤다. 그리고 이내.


철컹!


“어, 어! 카살, 문이 닫혔는데?”

“아티팩트군요. 왜 철문에서 마나가 흐르나 했더니...”


용병 대장 손에 작은 막대기 하나가 들려 있었다.

녀석은 품속에 막대기를 다시 넣고는 우리 두 사람을 쳐다봤다. 그러면서 입가에는 징그러운 미소를 지었다.


“크흐흐, 이제 보니 사제와 함께 왔다는 그 녀석들이군. 그런데 왜 너희 둘만 온 거냐?”


녀석의 물음에 룬터 대신 내가 입을 열었다.


“너 따위를 상대하는데 또 누굴 데려와야 하는 거지?”

“....으득! 어린 녀석이 겁이 없구나!”

“설마 겁도 없이 중범죄를 저지른 너보다 심할까. 넌 앞으로 감옥에서 평생을 썩게 될 거다.”


의도적인 도발이었다.

녀석이 흥분해 달려들게 만들기 위한.


‘반대쪽에서 문이 있다는 건 출입구가 총 2개라는 소리겠지.’


여차하면 녀석이 수하들을 버리고 도망칠지도 모른다.

헌데 녀석이 갑자기 검을 다시 허리춤에 꽂아 넣고는 양손을 들었다.


“흐흐, 항복이다.”

“뭐?”

“순순히 잡히겠다는 말이다. 어차피 도시를 빠져나가지 못하는 이상 내가 잡히는 건 시간문제였잖아, 안 그래?”


전혀 예상치 못했던 반응.

용병들 또한 마찬가지였는지 당혹스러운 눈으로 녀석을 쳐다봤다.


“대장! 그게 무슨 소리야! 이대로 잡혀가면 전부 감옥행이라고!”

“닥치고 너희도 내 말을 들어!”

“하, 하지만.....”

“멍청한 녀석들! 내가 설마 아무런 방비도 없이 이러겠냐? 너흰 그냥 나만 믿으면 돼!”


이해할 수 없는 확신에 가득 찬 저 눈빛.

도대체 녀석이 믿는 게 뭐길래.


“카살, 우린 이제 어떻게 하지? 그냥 병사들을 기다려야 하나?”

“이상합니다. 아무래도 녀석이 무슨 꿍꿍이를 짓는지 확인해야겠습니다.”

“....묻는다고 대답해줄까?”

“굳이 물을 필요는 없죠.”


나는 룬터를 뒤로하고 당당히 용병 대장에게 걸어갔다.

녀석은 그러는 동안에도 징그러운 미소를 지은 채 손을 올리고 있었다.


“흐흐, 설마 항복한 상대를 죽이려는 건 아니겠지? 너흰 날 신전에 데려가야 하잖아.”

“....너 도대체 꿍꿍이가 뭐냐?”

“으하하!! 그냥 잡혀준다는데도 불만이냐? 정 못 믿겠으면 무기라도 바닥에 버릴까?”


잠시 후면 이곳에 병사들이 들이닥칠 터.

내 입장에서 이대로 녀석이 순순히 잡혀가게 둘 수는 없다.

사건 규모를 키운 이유가 룬터에게 시련을 주기 위함이었으니까.


‘아무래도 가소로운 짓을 꾸미고 있나 본데..... 그렇게는 안 되지!’


나는 가볍게 쥐고 있던 검을 녀석을 향해 망설임 없이 휘둘렀다.


스-걱!


“크흑! 너 이 자식 이게 무슨 짓이냐!!”

“가벼운 상처니까 닥치고 가만히 기다려.”


팔을 아주 얇게 베었다. 고작해야 피가 몇 방울 튈 정도로 정교하게.

녀석도 부상이 심하지 않다는 걸 알았는지 인상을 찡그리며 얌전히 있었다.

나는 그 틈에 슬쩍 검에 묻은 피를 손에 묻혀 혀로 가져다 댔다.


‘.....악시온. 역시 이 녀석도 악시온의 수하 아니, 거래 관계라고 해야겠군.’


피를 바탕으로 최근 기억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녀석이 용사가 된 악시온과 만나 은밀한 대화를 나누던 기억과.

어젯밤 다급히 통신구로 악시온에게 도움을 요청하던 기억들까지.

그리고 그 기억 속에는 녀석이 왜 항복을 선택했는지에 대한 답도 함께였다.


“너.... 중립 도시에서 불법적인 일로 돈을 꽤 많이 벌었다고 하더군.”

“흥! 그게 무슨 문제가 되나? 영주가 없는 이상 법을 어겨도 내게 벌을 내릴 자는 없다!”

“그렇겠지. 그런데 문제는 그 돈이 어디로 흘러갔냐는 거다.”


용병 대장은 생긴 거와 달리 상당히 영악한 자였다.

어젯밤 악시온을 통해 신전 고위층에게 막대한 자금을 전달하기로 약속했다.

신전 고위층에도 더러운 놈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 대가로 녀석이 받은 건 목숨에 대한 안전.

그저 본보기로 간부 몇 명만 처형하고 녀석을 풀어주기로 약속된 상태였다.


“이 어린놈이 뭐라는 거야! 들어 보니 고작 지망생 보조라면서 왜 이리 까불어? 크크, 그러다 이 아저씨한테 혼난다!”

“....하나만 묻자. 저 철문 튼튼하냐.”


녀석은 이상한 질문이라 생각했는지 고개를 갸웃거리다 이내 웃었다.


“뭐 철문? 크흐흐! 당연하지! 저 문을 만드는데 돈이 얼마나 들어갔는데!”

“그럼 쉽게 부서지지는 않겠군.”

“으하하!! 당연한 말을 왜 해! 내가 자수하려고 문을 안 잠갔으니 너희도 들어올 수 있던 거라고!”


머릿속에서 바쁘게 뛰어놀던 생각들이 정리되며 그림이 그려졌다.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정답이 적힌 그림이.


‘여기서 전부 죽인다.’


답이 나온 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다.

나는 곧장 도적 대장을 발로 걷어차고 용병들을 향해 검을 횡으로 휘둘렀다.


푸화악!!


“커헉!!”

“어, 어!! 레이!! 이 자식이...!!”


동료가 당하자 용병들이 집어넣었던 검을 뽑아 들고 주변을 둘러쌌다.

그사이 용병 대장이 배에 묻은 먼지를 털며 일어나 나를 노려봤다.


“으득! 생각이 바뀌었다. 보조 하나 죽인다고 해서 큰 문제가 되지는 않겠지! 당장 저 녀석 죽여!!”

“예! 대장.”


명령이 떨어지자 용병들은 교묘하게 움직였다.

수십 명이 반으로 갈라져 일부는 룬터가 오지 못하게끔 길을 막아섰다.


“카살!! 이 자식들이 비켜!!”

“크흐흐! 그 녀석이 지망생 같으니 절대 죽이지 마라!”


대장 녀석은 수하들과 함께 직접 내게 검을 휘둘렀다.


쇄애액-!!


용병치고는 꽤 날카로운 일격이었다.

재빨리 뒤로 물러섰음에도 검날에 옷깃이 베였다.


“기사의 검술을 배웠군. 그것도 제법 괜찮은 기사의 검술이야.”

“흥! 어디서 여유로운 척을!”


허공에 빈틈없이 각종 무기가 날아들었다.

다들 간부급답게 기사급은 아니라 해도 바로 그 아래의 실력자들이었다.

그중에는 우리를 습격했던 도적 대장 또한 함께였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


“이래서는 백날 휘둘러 봤자 날 죽이지 못할 거다.”

“이, 이 녀석이...!!”


이미 2단계 진화를 마친 내게는 녀석들이 벌레와 다름이 없었다.

딱히 긴장감 없이 가볍게 몸을 움직이는데도 검은 허공을 스쳐 지나갔다.

그때 허공에서 그 모습을 구경하던 벨이 킬킬 웃음을 터트렸다.


-에헤헤!! 주인님, 언제까지 가지고 놀 생각이십니까요! 그냥 죽여버리고 피나 취하시죠!

“이제 이런 녀석들의 피가 필요할 시기는 지났지.”

-그것도 맞습니다만 그래도 주제를 모르는 게 건방지지 않습니까요!


그 말에는 나도 동의했다.

룬터만 없다면 감히 내 눈도 마주치지 못할 녀석들이니까.

그런데 주제도 모르는 용병 대장이 숨을 헐떡이며 나를 노려봤다.


“허억...! 이런 쥐새끼 같은 놈! 너 언제까지 도망만 칠 거냐!”

“이봐. 그 전에 주변을 둘러보는 게 좋을 거 같은데.”

“그게 뭔....”


용병 대장의 눈이 찢어져라 커졌다. 아니 녀석뿐만 아니라 나를 공격하던 용병들의 눈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어느새 간부 절반을 처리하고 다가오는 룬터를 보고 있었다.


“하아.... 후우....”


룬터는 꽤 지쳤는지 숨을 헐떡였다. 거기다 전신은 이미 피로 물들어 있었다.

그럼 에도 녀석은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막아서는 적들을 무자비하게 베어 넘겼다.


“아, 아니 지금 이게 무슨..... 분명 갓 들어온 지망생이라 했는데....”


용병 대장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눈빛은 이미 반쯤 공포에 잠식된 상태였다.

나는 입꼬리를 올리며 용병 대장을 바라봤다.


“신기하지 않나. 실시간으로 강해질 수 있는 녀석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눈으로 보고 있음에도 믿기지 않을 것이다.

나 또한 녀석을 15년을 봤음에도 또다시 놀라고 있으니까.



* * *



콰아앙!!


굳게 닫혀 있던 철문이 부서지며 비사르 사제와 병사들이 들이닥쳤다.


“혀, 형제님들 괜찮으십니까!”


녀석은 바닥에 앉아 쉬고 있는 나와 룬터에게 다가와 어쩔 줄 몰라 했다.


“제... 제가 더 빨리 왔어야 했는데 철문이 너무 단단한 나머지....”

“하하, 비사르. 나랑 카살은 괜찮아! 그보다 문은 어떻게 부순 거야?”


용병 대장이 자랑하던 문은 완전히 박살이 났다.

나는 그 범인이 매의 눈으로 상황을 확인하고 있는 심문관이라는 사실을 알아챘다.


‘그래도 D급 용사 수준은 된다는 거군. 심문관치고는 제법이야.’


그때 바닥에 널브러진 시체를 확인한 심문관이 다가왔다.

그는 꽤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흠, 20호. 자네가 전부 죽인 건가?”

“카살이 많이 도와줬습니다! 한데 무슨 문제라도....?”

“으음, 사실 신전에서 범인을 살려서 데려오라는 말이 있었네. 그런데 이렇게 다 죽어버렸으니 이거야 원....”

“예? 그럼 제가 실수를.....”


분명 악시온을 통해 돈을 받기로 했던 놈이 내린 명령이겠지.

하지만 다행히도 심문관은 연관이 없던 건지 이내 미소를 지었다.


“아닐세, 아주 잘 했네. 어차피 끌고 가봤자 감옥에 들어갔어야 할 놈들이었네. 이런 놈들은 죽이는 게 맞지.”


룬터의 어깨를 토닥이던 심문관이 이내 눈을 반짝였다.


“그런데 자네.... 실력이 제법이구만.”

“하하... 과찬이십니다.”

“아닐세. 알아본 정보로는 용병 대장이란 놈이 기사급 수준이라고 하더군. 거기다 정예 병사 수준인 간부들까지 전부 잡았지 않나.”


기사급? 그리고 뭐 정예 병사?

어디서 얻은 구닥다리 정보인지 실력이 한 단계씩 낮춰져 있었다.

그런데 정작 룬터 또한 그 사실을 모르는지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저 멍청한 새끼.’


아니 사실 룬터를 탓할 건 아니었다.

녀석의 진짜 실력은 아는 거 나뿐이었고, 나는 그에 대해 말해준 적이 없으니까.

아마 녀석은 본인이 6개월 동안 얼마나 강해졌는지도 모를 거다.


“그럼 20호 자네 임무도 끝이 났구만.”

“예! 신전에 보고를 올려야 해서 바로 복귀할 예정입니다!”

“잘됐군. 나도 돌아가려던 참이었네. 같이 가며 이야기나 나누도록 하지.”


심문관은 룬터가 상당히 마음에 든 눈치였다.

신전에서 그의 직위를 생각하면 룬터에게 좋은 일이었다.

나는 그 둘을 따라가며 용병 대장과 거래 관계였던 악시온을 떠올렸다.


‘녀석이라면 지금쯤 D급 용사가 되었겠지. 그럼 슬슬 그 사건이 일어날 때라는 건데....’


과거에 이때쯤 대륙 남부에서 몬스터 난동이 일어났었다.

피해로 몇천 명이 죽었을 정도로 꽤 큰 사건이었다.


그리고 그 사건을 중심에서 해결한 게 다름 아닌 악시온.

녀석이 이름을 떨치기 시작한 것도 바로 그때부터였다.


‘마음 같아서야 쫓아가서 방해라도 해주고 싶다만....’


나는 아쉬움에 입을 다셨다.

이제 막 성장을 달리는 룬터를 두고 자리를 비울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그때 허공을 날던 벨이 입을 열었다.


-주인님! 무슨 걱정이라도 있으십니까요! 표정이 안 좋습니다만!

“....심문관이 근처에 있을 때는 숨어 있으라니까.”

-에헤헤! 뭐 어떻습니까! 저자의 능력으로는 저를 간파할 수 없잖습니까!


얄밉지만 틀린 말은 아니었다.

내가 2단계 진화를 이루며 사역마 벨 또한 함께 성장한 탓이다.

이제는 고위 사제가 아닌 이상 벨의 은신을 꿰뚫어 볼 수가 없었다.


“몸이 부족해. 이럴 때 내 명령대로 움직여 줄 몸이 하나 더 있으면 좋을 텐데 말이야.”

-그럼 그 녀석을 시키시면 되지 않습니까요?

“그 녀석?”

-저택에서 편히 놀고 있을 로안 녀석 말입니다요!


머리가 번쩍였다.

내가 왜 그 생각을 하지 못했던 걸까.

마침 사건이 터지는 장소에 칸 왕국도 포함되어 있었다. 거기다.


“만약 로안이 상황을 봐서 악시온까지 죽일 수 있다면.....”


이보다 즐거운 일도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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