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룡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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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niG
작품등록일 :
2021.12.13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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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2.2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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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백(4)

DUMMY

이야기를 계속해서···. 정말 그랬어요.

푸시킨은 장님들이 지키고 있는 이 땅에서 활개를 칠 수 있었답니다.

외눈박이들은 푸시킨과 같은 국익을 저해하는 부류들을 보고도 한쪽 눈마저 스스로 가렸단 말인가요?


저 다니엘은 오후 느지막이 여무명과 함께 푸시킨이 있는 객실로 침입했지요. 다행히 경호원은 보이지 않는군요.

흰색 목욕가운을 입고 있는 푸시킨은 엉겁결에 잠시 당황해했으나, 의뭉스러운 눈빛 아래로 고뇌에 찬 지식인의 표정을 짓더군요.

얼핏 봐도, 암살과 납치 등 흉악한 일을 몸소 실천하는 스타일은 아닌걸요. 손가락으로 지시만 내리는 리더의 자세가 느껴졌거든요.

“당신! 포스와 아우라가 장난이 아닌데!” 필시, 그의 손가락 짓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생사를 달리했을까요?


언젠가 영화에서 본, 로마 원형경기장에 있는 코모두스 황제처럼. 그 영화가 ‘글레디에이터(Gladiator)’였던가요? 거기서 과거 북부군 사령관이었던 막시무스 장군이 한 말씀 하신답니다. 마이내임이즈···.


여무명은 다짜고짜 푸시킨의 뺨을 때리며 베아트리체인 담백으로 하여금 자신을 해하려 했던 이유를 캐묻기 시작하네요.

“뭐야, 이 새끼. 주먹맛을 봐야 건방을 안 떨지. 왜지? 왜 날 해치려 했냐고? 야야! 다니엘, 연장 어따 둔 거야?”

저 다니엘이 보기엔 푸시킨은 겁을 준다고 넘어갈 인물이 아닌 것 같던데? 그런데다가 여무명은 역시 암살은 전문인지 모르겠으나 취조는 많이 서툴었어요.

그에 비해서 전 취조나 신문에 있어서도 정식 교육을 필한 전문가가 아니겠어요. 으레 그렇듯 휴대용 거짓말탐지기까지 가져왔지요.

취조는 쌍장군과 담백 부녀에게 했던 유사한 방식으로 진행된답니다.

모든 과정과 절차가 끝난 후, 무명과 전 서로 얼굴만 쳐다본답니다. “이거, 뭐지? 다니엘! 이 새끼가 남북한이랑 뭘 거래한다는 거야?”

나도 당황하긴 마찬가지. “형! 어차피 설명해도 모를 걸, 뭘 그렇게 알려고 해. 흠···. 이거 말이야, 정말 장난 아닌데··· 흥미진진해지겠어.”


우리가 상상했던 것보다 심각한 상황이라 떨리는 걸까요? 그동안 당당함과 침착함을 잃지 않았던 무명의 흔들리는 모습을 처음 보았답니다.

저 역시 쫄긴 했어도 CIA로부터 관련첩보를 접한 경험이 있었지요. 무론(毋論) 그것이 푸시킨과 연관된 것인지는 몰랐지만요. 우리 두 사람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죠, 그래서였을까요? 푸시킨을 처리할 방식을 놓고 고민에 빠졌답니다.


그것도 잠시, “어, 어! 이놈들이 벌써 도착했나 보네. 이놈들! 뭘 그렇게 급하게 들어오시나?”

제 노트북에 연결된 호텔 CCTV를 보자, 푸시킨의 부하로 추정되는 자들이 곧 들이닥칠 태세군요. 이젠 우리와 반대로 푸시킨이 미소까지 보이면서 여유를 보이고 있네요. 상황이 반전될 줄이야!

부랴부랴 우린 호텔을 나와 다시 병원으로 복귀했지요. 논외의 이야기지만, 저 다니엘은 난동사건 이후 병원에 반성문을 제출하고 재입원이 허가되었어요.

현 시점부턴 병원도 결코 안전한 곳이 아닐 테지요? 그간 우리 둘만의 아지트 역할을 충실히 해왔던 정이 가는 장소였는데···.

아무도 의심할 수 없었던 그런 곳이었고요. 아쉽고 안타깝답니다. 그렇다고 다른 곳으로 피한다 해도 이자들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요.

이러한 판단의 배경에는 푸시킨이 독단적으로 여무명을 공격한 것이 아니었다는 데 있지요. 그의 윗선이 존재한다는 현실!

푸시킨이 최면 속에서 자백한 것은 ‘염소’라는 인물이었잖아요. 아직 그자가 누구인지 정확히는 알 수가 없군요.

다시 한 번 CIA 한국 지사에 있는 지인에게 염소에 대해 알아봐 줄 것을 부탁할 수밖에···. 그러나 답변은 자료가 없다는 것이 아니겠어요?

세계 최고 정보기관에서 자료가 없다는 건 두 가지 중 하나가 아닐는지요! 깜이 안 되는 인물이거나 CIA 조차 숨기고 있는 인물이거나···.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으나, 여무명은 염소의 정체를 어느 정도 알고 있더라고요. 그럼에도 여무명 역시 염소가 이 정도인지는 몰랐다는 반응이네요.


평일에 병원에서 여무명과 함께 외출을 나왔어요.

저희는 답답한 기분에 등산을 하자는 데 의견이 일치했죠. 조금 늦은 시간에 도봉산에 올랐지요. 우이암에서 오봉 쪽으로 가는 한적한 길.

주말인 아닌 평일에다 시간 때문인지 등산객이 드물군요. 서양인 커플이 힘차게 우리를 추월해 앞으로 나가네요. 이상했지요.

특수훈련을 받은 저와 여무명 같은 족속들은 산에서 절대 능선을 타지 않는답니다. 자신이 쉽게 노출되기 때문이랍니다.

따라서 조금 힘이 들어도 능선 밑 오솔길을 이용하는 것이 기본이거늘. 즉 우리가 지금 걷고 있는 곳이 보통 등산객들이라면 응당 피하는 음지의 비탈길인 것이죠.

안락한 산행을 즐겨야 할 커플이 이런 길로 따라왔으니···.


저 연인들도 이상하지만 뒤에 오는 한 무리의 나이 든 등산객들은 조금 더 수상하지 않은가요?

저와 같은 북방계 몽골리안 계통임에도 결이 다르잖아요. 그들의 근골은 적어도 수천 년간 초원을 말 타고 달리던 것에 익숙해진 형태였죠.

우리 한민족과 같이 좁아터진 반도에 밀려와 풀떼기만 먹고 농사나 짓던 자세가 아니었죠. 생각이 거기에 다다르자, 나의 예감은 ‘역시나’였죠.

전반적으로 휘어진 형태인 몽골 전통 칼을 휘두르며 달려드는 게 아니겠어요. 몽골 남자들의 3가지 필수품이 이 칼과 채찍과 불이라더니 과연!

식당에서조차 제공되는 나이프를 쓰지 않고 자기 소유 칼을 쓴다는 호전적인 민족이라 그럴까요?

무명과 저는 급한 대로 수적인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방어전투가 유리한 지형을 찾아 앞으로 뛰었죠. 절대로 지금 도망가는 건 아님을 알아주세요. 뛰다 보니 어느덧 ‘여성봉’까지 왔군요.


갑자기 앞서가던 서양인 커플이 등산지팡이로 우릴 겨냥하는 게 아니겠어요? 지팡이 끝의 고무마개는 이미 벗겨져서 날카로운 금속이 드러냈죠.

아니, 그것은 파르티잔(partisan)? 빨치산을 뜻하는 이 단어는 서유럽에서 체제에 저항하던 농민군들이 사용하던 연장이랍니다.

벽안(碧眼)의 커플이 들고 있는 지팡이는 특수제작 무기였던 것이죠. 설명을 좀 하자면, 폭이 넓은 양쪽 날의 창에 작은 돌기마저 좌우 대칭으로 달려있어 찌르고 베기가 동시에 가능한 무기래요.

순식간에 다가오는 파르티잔을 제가 평소 소지하던 칼로 ‘비트’했어요. 여기서 ‘비트(beat)’는 상대방의 찌르기를 내 검으로 툭 쳐내는 펜싱용어랍니다.

그렇담 제 칼은? 좌•우 날선 검! 길이는 45.6cm로 양날의 칼이 아니겠어요? 제가 작정만 했으면, 두 커플의 몸을 각자 두 조각으로 균등하게 쪼갤 수도 있는 치명적인 검이죠.


이어서 여무명은 배낭에서 큰 주머니를 꺼내더니 사방을 향해 기체를 뿜었어요. 그 정체불명 물질은 전후좌우 20m 이상 살포되었고요.

곤충들은 물론 날고 있던 새까지도 툭툭 떨어지더군요. 이게 바로 신경가스(nerve gas)? 우린 준비해 간 방독면을 미리 착용했지만, 몽골과 슬라브족 연합군은 눈이 뒤집힌 채 거품을 물고 있었지 뭐예요.

그들 또한 간단한 신문절차를 마치자, 그 결과는 이러했죠. 서양인 커플은 블라디보스토크 거주 마피아 방계 조직원들이고, 나머지 무리들은 소련 위성국가 시절 몽고 군 출신들이었군요.

예상했던 대로 이들에게 러시아어로 명령하는 자는 바로 푸시킨이었던 것이죠. 살려주는 것이 좀 후회되었지만, 전 불필요한 살생은 안 한다는 신조를 지킨답니다.

비록 여무명은 많이 아쉬워하는 모양새지만. 전 푸시킨 부하들을 그대로 산 채로 방치하곤 하산했지요. 다들 알아서 안심귀가 했겠지요?


저희는 다음 주에도 불안정한 심신을 달래고자 다시 산을 찾았어요.

둘 다 암벽등반에 자신이 있었기에 간단한 장비만으로 무작정 올랐죠. 저는 CIA 교육과정에서 산악 훈련은 기본이었기에 큰 무리가 없었거든요.

지금 오르는 코스도 초중급자용에 불과했고요. 다만 비가 촉촉이 내리고 있어 거의 사람들이 없네요. 제가 선뜻 선등자로 나섰답니다. 맨손으로 길을 확보하는데 초크를 묻혔음에도 너무 미끄러워요. 곳곳에 비로 인해 살아난 이끼가 있어 암벽 등반객의 생명을 위협하지요.


크랙(바위 사이의 갈라진 틈) 안으로 타고 오르는데 밸런스가 잘 안 잡혀졌어요. 여무명도 올라가는 폼으로 보아 나름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것이 틀림없네요.

저 위쪽으로는 외롭게 보이는 소나무 한그루가 바위를 기어오르는 인간들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내려다보고 있지요.

어차피 다시 내려갈 짓을 왜 목숨까지 걸고 하는가, 라고 묻고 있더군요. 그렇다면 적송(赤松)님의 질문에 대해, 인간의 정복욕이나 성취감이라고 대답해야 할까요?

저도 잘 모르겠어요. 왜 인간은 계속 오르려하는지를···. 자칫 추락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요. 수많은 인간들이 성공과 출세란 암벽을 애써 오르잖아요.


“오호라!” 이러한 악조건임에도 불구 우리 보다 분명 밑에 있던 여성 클라이머가 어느덧 추월해 암릉(岩稜) 꼭대기에 매달려 있네요.

장비로 보나 자세로 보나 전문 등반가임이 틀림없겠어요. 제가 안전을 위해 확보물인 캠(크랙용 볼트)을 여러 개 박으면서 올라가는 데 반해서 저 여자는 그냥 기어올랐다고 봐야겠죠.

이곳은 플레이크(얇은 바위가 암벽 일부에 들떠 있는 덧바위)가 곳곳에 있어 가능하거든요. 그런데 저 여자가 왜 우릴 보고 씩 웃고 있을까요?

기분 나쁜 미소도 잠시! 성난 얼굴로 돌변하면서 낙석 잔해물을 날리는 게 아니겠어요? 다행히 낙석이 작고 헬멧을 착용했기에 망정이지 골로 갈 뻔했다니까요.

그뿐만이 아니었어요. 쓰고 있던 자기 헬멧까지 투척하던데요. 탈모(脫帽)한 얼굴을 자세히 보니 지난번에 살려주었던 슬라브 계통 여자였군요.

급기야 그녀는 로프를 이용해 긴급하게 레펠(Rapprl) 하강하면서 시계추처럼 원을 그리며 저희에게 킥을 날렸어요.

그것도 여러 차례나. 설상가상으로 밑에는 저번에 보았던 이 여성의 커플이 대기하고 있네요. 여자가 실패할 경우를 대비해 2차 가해를 시도할 게 뻔해요.

아니! 저년이 저희가 유일하게 의존하고 있던 로프를 끊으려하고 있어요. 이젠 젠틀맨인 저도 참을 수 없군요.

저와 여성이 각자 자기 줄에 매달린 채 격투를 벌이는 와중에 여무명은 맨손으로 암벽을 타고 올라가 여성의 생명줄인 밧줄을 잡는데 성공 했죠.


잠시 후 외마디 비명이 길게 메아리치면서 ‘퍽’!

미안해요. 여성분! 제가 손쓸 겨를도 없었다니까요. 뒤늦게 서양 남성의 외침도 들리네요.


“나타샤!” 바닥에 패대기쳐져 죽은 여성의 이름이 ‘나타샤(NATASHA)’였군요. 슬라브어권의 흔한 여성이름이죠. ‘나탈이야’의 애칭이며 라틴어로 크리스마스란 뜻을 지닌 단어에서 유래했으므로 대략 생일이 12월이겠죠?

참! 톨스토이의 소설 ‘전쟁과 평화’에 나오는 등장인물이기도 한답니다.

영화 테스의 여주인공 ‘나타샤 킨스키’도 생각나네요. 그녀의 젊은 시절 전설적인 영화의 한 장면만 떠올리시고, 절대 현재 사진은 찾지 마세요. 슬퍼집니다.


그러하거나 말거나, 저희는 거치른 들판에 울부짖음을 뒤로한 채 산에서 무사히 빠져나왔고, 한참 후에 119 구급헬기의 요란한 날개소리만 뒷전을 울렸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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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청백(4) 22.01.07 38 0 12쪽
61 청백(3) 22.01.07 40 0 11쪽
60 청백(2) 22.01.06 3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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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월백(2) 22.01.05 39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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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장백(5) 22.01.04 40 0 12쪽
52 장백(4) 22.01.04 41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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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아두백(2) 22.01.01 43 0 11쪽
44 아두백(1) 22.01.01 44 0 12쪽
43 결백(5) 22.01.01 41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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