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룡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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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13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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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2.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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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백(4)

DUMMY

미스 어묵이 저에게 묻더군요. 한국에 온 진짜 목적과 여무명 주변을 서성이는 이유가 뭔지를. 그리고 CIA로부터 어떤 지시를 받았는지에 대해서도요.

이들은 저의 정체를 이미 파악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저는 아무 말도 없이 미소만 허공에 띄어 보냈어요. 이럴 때일수록 냉정을 잃으면 진다는 것이 특수요원들의 기본적인 대응원칙이죠.


그러자 미스 어묵은 제가 아닌 형의 부실한 치아를 커팅용 낚시니퍼로 뽑아버리는 게 아니겠어요. 그것도 연달아 세 개씩이나요. 세상에나!

형의 처절한 비명이 공장 안에 울려 퍼졌고. 곧바로 혼절하셨지요. 자는 척해도 소용없었던 것이에요. 인생이 원래 그래요.


어묵여사는 제가 훈련받은 요원으로서 고문에 대처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죠.

뒤이어 형의 늘어진 혀를 피싱그립(물고기 집게)으로 들어 올리면서 다음은 이 걸 자르겠다는 암시를 주고 있군요. 우릴 물고기 취급하다니.

이쪽 세계에서는 여자들이 더 잔인무도한 것 같아요. 정말 끔찍한 여성이네요.

물고기를 낚는 강태공이 아니라 사람들을 낚는 납치범이었던 것이지요.

저는 사촌형이 벙어리가 되는 것만은 막기 위해 어느 선까지 기밀사항을 말해야 하나, 하고 계산하는 와중에···. ‘꽝’ 하고 ‘퍽’하는 둔탁한 소음과 함께 인간 어묵은 물고기인양 바닥에서 퍼덕거리고 있지 뭐예요?


예상대로 여무명이었죠. 문을 발로 부수고 들어와 부서진 문짝을 들어 어묵을 내려친 것이죠. 제가 한동안 연락이 없자 저를 찾아 나선 것입니다. 위치추적 앱이 깔려있어 쉬웠겠죠? 그래도 그렇지 여성을 문짝으로 조지면 어떻게 하라고요?


글구 제가 그 여성을 풀어주자고 주장하는데도 막무가내랍니다. 이 인간은 정말 여자에 대한 배려심 자체가 없는 거 같아요.


낚시는 포인트가 중요하다죠? 포인트란 물고기가 즐겨 모이고 잘 낚이는 장소를 말하는 겁니다.

제가 생각하기론 대한민국 보수 정치인들은 포인트를 잘못 잡는 건 아닌가요?

엉뚱한 곳에서 낚싯대를 드리우는 나홀로 보초서기를 하거나···.

캐스팅(Casting)한 후 장애물에 줄이 걸려 비싼 장비나 망치고 있지요.

심지어 물고기가 아닌 각종 쓰레기나 건져 올리는 경우도 종종 있어요. 낚시꾼이 아니라 환경운동가인가요?

일반 국민들도 마찬가지랍니다 루어(Lure)에 쉽게 현혹되거든요.

그래서 루어낚시가 인기래요. 가짜 미끼인 루어에 아주 환장하죠.

민어(民魚)들은 잘 살펴야 해요. 진짜 먹이인지 루어인지를. 아니면 개인의 생명은 물론이고 나라의 명까지도 재촉하는 지름길입니다.


참고삼아 말하자면, 제 사촌형은 고향 동네에서 알아주는 엘리트였지요.

정확히 나와 같은 동네는 아니지만 같은 도내에 있는 다른 마을이었어요.

그곳에서는 서울대 법대 출신도 명함을 못 내민다는 수재들이 즐비한 신비한 마을이랍니다. 각종 고시 출신들이 차고 넘친다고 하네요.

어떤 전직 검찰총장도 그곳 출신이시죠. 전 사촌형이 자랑을 하도 많이 해서 그 사실을 알게 되었거든요.

따라서 우리 사촌형도 타고난 머리에다 큰 꿈을 이고 명문대에 당당히 합격했고, ROTC 장교로 의무복무를 자랑스럽게 마친 후, 바로 꿈에 그리던 상사맨(商社man)이 되었지요.

그런데 대졸자들에게 꿈의 직장이자 재계 랭킹 4위였던 형의 회사는 순식간에 역사 속으로 사라져갔어요.

회사 몰락과 함께 ‘상사맨’들도 뿔뿔이 흩어져야 했고요. 드라마 미생에 나오는 상사맨들은 보셨겠죠?

형은 바로 대한민국이 자랑하던 ‘대우 맨’이었던 것입니다. 형을 비롯한 대우 해외영업 사원들 상당수는 세계 곳곳에서 버려졌다는 표현이 맞을 듯싶네요.

그래 그들은 망해버린 집 자식들처럼 각자 알아서 살아가야 했지요.

물론 그분들 중에서는 피나는 노력 끝에 큰 기회를 잡은 사례도 적지 않아요.

그만큼 대한민국의 재계 랭킹 4위라는 존재는 훌륭한 시스템과 인재들을 보유하고 있었다는 증거가 아니겠어요?

형 역시 중국시장에서 한국 상사맨이라는 타이틀을 인정받아, 상해나 홍콩 금융시장에서 대활약을 했어요.

지금은 중국에서 가장 핫한 도시인 선전(深圳)에서 물주를 잡아 편하게 먹고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죠.

그런 왕년에 상사맨이었던 형은 IMF가 대한민국을 좌지우지하던 시절 대우가 해체된 사실에 대해 아직도 의문을 가지고 있거든요.

그러나 대우 해체의 배경에 대해서는 저와 이견을 보인답니다.

대한민국에는 이처럼 재계 랭킹 4위의 몰락을 놓고도 의견이 엇갈리죠.

명백한 진실을 찾기가 어렵다는 것을 증명하는 사례가 아니겠어요.

나와 형 각자의 주장과 논리는 나중에 기회가 되면 소개하려 해요.


과거 DJ 정권에서 벌어진 이 문제를 다시 짚으려는 저의 개인적 고심의 발로는? 혹시 대우그룹의 전철을 밟을 수 있는 재벌은 지금 현재 또 없을까, 하는 걱정에서죠.

참고로 대우 회장의 경우, 박정희 대통령이 총애하던 인물이었던 점만 상기하세요. 박 대통령의 스승이 김 회장의 부친이라는 사실을···.


그래서인지 모르겠으나, 한국재벌은 형이 조로우에 대해 열변을 토하면서 잠시 소개한 리카싱 (李嘉誠) 청쿵그룹 회장과 너무 다르네요.

리 회장은 중국 본토에 많은 투자를 하는 애국(愛國) 거부(巨富)였고, 자신의 뜻과 다른 중국정부에 당당히 맞설 수 있을 만큼 대가 세거든요. 이게 거부의 품격이겠지요.


반면에 한국 재벌은 대우사태 교훈 때문인지, 대부분 경상도 출신이어서 그런지, ‘이럴 땐 수그리라’라는 가훈을 마음속 깊숙이 간직하고 있는 듯합니다.

전쟁과도 같은 시기에는 낮은 포복이 최선이라는 경영철학을 몸소 실천해서일까요?

“뭘 모르는 소리!” 세월이 흘렀잖아요. 낮은 포복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와 같은 시절에는 총알을 피하는 데 다소 유리한 측면이 있으나, 오늘날과 같은 첨단무기의 집중포화에는 당해낼 방도가 없거든요.

그래서인지 요즘은 아예 깊은 참호 속에서 숨어 지내고 계신대요.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 남는 장사라고 속삭이네요.

그래도 정권 눈치가 보여서 무엇인가 하는 척은 해야겠대요. 집권자들이 쇼하는 걸 금방 따라 배웠기 때문이래요.

‘쇼, 쇼, 쇼’···. 지금은 사라진 TBC(동양방송)에서 인기 있던 프로그램이 있었지요. 젊은 층에선 고개를 갸웃하겠죠. “‘동양방송’ 이라고요?”

그래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재벌이 정부에 빼앗겼던 방송국이 있었지요.

그래서 예나 지금이나 새로운 정권은 방송을 장악하려 하나 봐요.

교통방송에서 교통안내가 아닌 실시간 정치 안내를 해도 무관한 세상이랍니다.

성도가 서로 교통하는 세상이랄까요? 종교방송도 ‘딴짓거리’를 하고 있으니, 어떤 분께서 노하실 터인데···.

“너의 처음 사랑을 버렸느니라.”




난 여무명이다. 다니엘이 푸시킨 추격을 잠시 중단한 이유를 아직까지 모르겠다.

나에게 사연을 알려주려 하지 않는다. 왜일까? 다니엘이 정 그렇게 나온다면야 나 혼자서라도 수행할 수밖에.


똘래 똘래 집을 나섰다. 오랜 공을 들인 결과, 얼마 지나지 않아서 푸시킨을 또다시 찾아낼 수 있었다.

어! 예술의 전당? 푸시킨이 지금 누굴 만나고 있네! 그것도 백발에 하양 수염을 기른 자를. 콧수염과 턱수염이 잘 정돈되어 있다.

거기에 블랙의 아르마니 정장을 입어 완성된 완벽한 흑백의 앙상불! 생각지도 않은 월척을 낚은 것이다. 잭팟이 카지노가 아닌, 의외로 미술관에서 터졌다.

내가 꿈에서도 근접할 수 없었던 염소라니! 난 언제부터인가 암흑 생태계 최종 포식자인 염소를 없애야 내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했지.

이자는 그야말로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었던 것. 그렇게 생각해서인지, 염소에게 내 식대로 이름을 붙였다. ‘아사셀 염소’라고.


푸시킨과 아사셀 염소는 미술 전시회 관람을 끝내고 헤어진 후 각자 길을 갔다. 나로서는 푸시킨이 더 이상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염소의 뒤를 쫓아야지. 한 놈만 패기로 했다. 그것도 더 센 놈을···. 이러한 타격수법이 길거리 싸움에서 병법의 진수일진대. 이걸 모르면서 싸움을 한다고 ‘정치 광장’에 모인 분들이 많이 있다니 안타까울 뿐.


염소 이자는 미행을 의식해서인지 자차(自車)가 아닌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수도권 소재 공장지역으로 들어가는 게 아닌가!

철저한 놈! 겨울밤 인적이 드물고 화학약품의 메케한 냄새가 진동하는 곳이다.

이름 모를 공장마다 경쟁적으로 연기와 가스를 내뽑고 있다. 피어오르는 그것들이 가로등 불빛을 받자, 분명 무색의 기체임에도 나에겐 마젠타 핑크빛으로 보인다.

요즘 난 다니엘에게서 영향을 받아 그림과 색채에 대해 공부하는 중이다. 무심중간(無心中間)에 여기저기 국적불명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눈에 들어온다.

이어서 뭔가 등 뒤에서 철 내음이 확 풍겨왔다. 그건 카람빗(karambit) 나이프였다.

원빈 주연 영화 ‘아저씨’에서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장기밀매 조폭 보스의 동남아인 경호원이 섬세하게 휘두르던 칼 종류다.

워낙 회전반경이 짧아 찔러오는 속도감이 대단하다 대단해. 무엇보다도 칼사위가 화려하면서도 절제미가 묻어있었다.


난 아무리 날쌔게 피해보았지만. 이미 몇 군데 자상을 당했다. 어! 별안간 카람빗에 비교해서 상당히 긴 칼이 보인다.

일명 사시미 칼이구나. 나 여무명의 싸움터에 이다지도 상스러운 연장이라니!

공간이 협소한 지역에서는 카람빗이 다소 유리한 반면, 공간이 충분히 확보된 곳에서는 사시미칼의 난자(亂刺) 짓이 효과적일 터.

게다가 한 개가 아닌 것이···. 쌍칼? 이내 쌍사시미 칼과 몇 차례 부딪친 카람빗은 튕겨져 나갔다.

이 땅의 조폭들이 사시미 칼로 무장하는 데에는 다 나름 이유가 있다는 걸 보여주기라도 하듯. 하여간 카람빗이 그렇게 힘없이 땅에 떨어진 근본적 이유는 또 다른 인물의 추가 공격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실루엣이 여성으로 보이는 물체가 날아오더니 카람빗의 주인을 차버렸던 것이다. 짐작한 대로였다. 그 둘은 쌍장군과 담백!


“뭐야, 여무명! 무술 실력은 형편없었잖아? 허어! 상처가 심한 것 같은데, 좀 쉬라고.” 나 여무명이 그렇다고 이들에게만 맡길 순 없다.

“아니라니까요! 쉬기는 무슨. 내 걱정일랑은 접어두라니까!”

쌍장군은 아직도 나에게 감정이 있나요? 아니면 라이벌 의식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것도 아니긴! 그 몸으로 어쩌자는 건데. 그만 쉬라지 않느냐!”


이젠 다시 여무명의 차례다. 정체불명 공격자와 서로 연장 없이 무술을 겨루어본다.

예상했던 대로 ‘펜칵실랏’이다. 말레이반도에서 시작된 전통무술로 요즘 각국 경호원이나 특수부대가 애용하고 있다고 들었다.

배우 원빈이 영화 ‘아저씨’에서 구사한 무술이란다.


내가 부상을 입고 있어 고전을 면치 못하자 아마추어 UFC 선수인 담백이 바통터치를 하려 한다.

“여무명 씨, 잠시 실례 좀 하겠습니다.” 현란한 펜칵실랏도 정통 UFC 선수에게는 속수무책이다. 여자라고 우습게 여기다 암바(arm bar)에 된통 걸린 것이다.

아무리 펜칵실랏의 고수여도 우리 셋을 상대하기에는 무리였겠지. 이것이 쪽수의 힘이로다.

난 담백의 암바로 팔이 부러진 펜칵실랏의 고수를 결박한 채 신문을 개시하려 했다.

그런데 아차 싶었다. 밤하늘을 가르고 도끼 한 자루가 날아와 펜칵실랏 고수의 왼쪽 가슴에 그대로 꽂힌다. 절명하셨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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