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룡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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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1.12.13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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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2.3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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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백(1)

DUMMY

-결백(潔白, Innocence)-


【편치 않아도 들어나 봅시다.】


인간들은 모두 자신이 결백(潔白) 하다고 주장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비록 그들이 평생 청결하지 않은 음식을 집어먹고, 불결한 물건에 손을 대며 살아왔음에도 말입니다.

근본적으로 아담의 후손들은 원죄론(origin sin)을 잊고 살아왔지 않았을까요?

생각해보면, 죄를 지으면 벌을 받아야 한다는 건 인간이 만든 법이잖아요.

이래서‘죄와 벌’이라고 할 수 있고요. 다행인지 모르겠으나, 상당수 인간들은 그래도 자기 죄를 깨닫고 있다고 합니다. 문제는 깨달았다는 자들 중 다수는 죄를 해결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겠죠.

그래서일까요? 자기 성찰과 처절한 회개 과정을 통해 죄를 용서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많은 수의 종교들이 이를 열심히 주장하고 있고요.

단, 조건은 심장을 찢는 정도의 반성이 있어야겠죠. 그러한 반성하는 마음이 있기에 인간은 남은 속여도 자신의 양심은 속일 수 없다는 주장이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근래에 와서 완전 헛소리임이 증명되기 시작했지요. 이데올로기(ideologie)가 인간의 마지막인 양심마저 속일 수 있다는 무서운 사실을.

양심에 난 털을 빗질하는 신비한 도구이자, 불량한 행동을 합리화시키는 핵무기로 등장했답니다. 이 핵무기만 보유하고 있으면 언제나 거짓말해도 되고 수시로 말을 바꾸어도 된다는 뜻이겠죠. 왜냐하면 핵무기니까요.


현재 남한은 이러한 핵무기적인 사상을 가지고 있는 자들이 지배하는 세상이라고 봐야겠죠. 이에 비해, 북한은 진짜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고요.

이런 핵폭탄과도 같은 인간 부류들은 자신을‘초인(超人)’내지‘인신(人神)’으로 내심 여긴답니다. 왠지 모르겠지만, 남을 함부로 해도 된다는 그런 위험한 사상을 지니고 있다지요.

이러한 사람들 중에서도 가장 딱한 부류는 ‘도스토옙스키’의 소설 ‘죄와 벌’에서 주인공으로 나오는‘라스콜리니코프’와 같이 섣부른 정의감으로 무장한 자들입니다.

자신들이 악으로 여기는 대상을 도끼로 찍어 죽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죄 없는 목격자까지 이중 살인을 저질러놓고도 결백하답니다.

대를 위해 소는 희생될 수 있다는 훌륭한 철학입니다.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 결백을 중국어로 청백(淸白)이라고도 한다죠. 결백을 입증하다란? 시칭바이(洗淸白)라고 한답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간혹 몰래 잘못을 저지르고도 화장실 가서 손만 씻고는 결백함을 다시 주장하는 자들이 널려있어요. 되풀이하지만 이런 결백한 척하는 인간들일수록 남에겐 심장을 찢는 회개를 해야 한다면서 반성을 촉구한다니까요, 죄를 지은 너희들이 너무 안타깝다면서 계속 가르치려 듭니다.

반대로 자기는 더 이상 회심할 것이 없다고 한답니다. 이와 더불어서 최소한의 공부도 이젠 하지 않겠다고 하네요. 세상이 너무 좋아져서, 행복한 세상이 도래해서 그럴 필요가 없어졌답니다.




나 염소는 푸시킨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처음 만났다네. 소설 ‘죄와 벌’의 배경도시라면 이해하기 편하겠지? 실제로 지은이 도스도옙스키가 살던 곳이라네.

자 그럼, 나와 푸시킨에 대해 인간 대 인간으로 얘기해봄세. 원래 절친 푸시킨은 내가 부업으로 악기 장사를 하면서 알게 된 악기상의 동생이거든.

“그래, 이제 생각났다.” 이와는 별도로 난 그때 북조선으로부터도 그에 관한 연락을 받았지 뭔가. 남한에서 혁명적인 애국청년이 가니 잘 돌봐주란 명령이었지, 아마도? 더 자세한 건 그를 KGB와 꼭 연결을 시키라는 지시였다네.

난 푸시킨이 러시아에 제대로 정착할 수 있도록 생활비를 충분히 제공했다네. 그런데 알고 보니, 남한 학생이던 그를 공화국에 보고함으로써 나와 연결되게 한 인간이 지금 내 수하와 마찬가지인 백사(白蛇)가 아니갓어?

당시엔 난 백사를 몰랐지 뭐야! 알 수 있는 위치도 아니었을걸! 나와 푸시킨은 각자 남과 북에서 한때 사회주의자였고, 현재 러시아를 토대로 하여 이데올로기와 무관한 길을 가고 있는 동반자라 할 수 있다네.

아무러하면 어떠냐? 그땐 둘 다 젊었으니까. 젊은 시절 소련 땅에서 나와 푸시킨은 죽이 잘 맞았지. 난 미술학도였던 그에게 그림을 배웠고, 그 대가로 그에게 문학을 가르쳤다네.


1980년대 후반쯤이었을까? 그때 이미 소련 문화는 미국에 뒤처진 지 오래였으나, 과거 러시아는 문학과 예술의 나라였지. 적어도 1950년대 까지는 말일세. 우린 사상보다는 문학과 예술을 더 많이 논했던 것으로 기억한다네.

헌데 얼마쯤 있다가, 생각지도 않게 소련이 와르르 무너지는 게 아닌가! 그렇지만 우리 둘은 어두운 세상에서도 성공할 수 있었다니까.

그런고로 이젠 혁명동지가 아닌 비즈니스 파트너인 셈이지. 오래도록 함께 어떤 선을 넘어온 용감한 심판관이자 집행자라고나 할까!

갑자기 내 뇌리에는 공산주의에서 배운 프로퍼겐다(propaganda)가 자본주의식 사업의 마케팅이라는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 그래서일까? 푸시킨이 요즘 남조선에서 정치마케팅 사업까지 진출했다는구나. 운동권 후배들이 경영하는 각종 컨설팅이나 여론조사 회사에 투자하는 거라더군.


난 예전에 푸시킨과 나누던 대화를 떠올리며 상념에 젖는다네.

“내 친구 푸시킨! 자네 한때 화가가 꿈이었다면서?”

그는 잠시 동공이 흔들리더니 응답해 주더군.

“음. 고 동지. 아니지. 친구. 난 학창 시절 해바라기가 좋다면서 자주 그렸지. 네덜란드의 어떤 화가를 흉내 내면서···. 그런데 뭐랄까. 난 내가 그림을 조금 안다고 자부하고 있었는데, 나도 이해할 수 없는 그림이 있단 말일세. 추상표현주의 화가라고 들어는 봤나?”

나 염소가 푸시킨의 응답에서 느낀 건 비록 추상표현주의자들 상당수는 좌파 성향 화가들이나. 정작 푸시킨 자신은 이런 종류의 회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았지. 대학 운동권 시절 주로 노동해방도와 같은 사실적이고 역동적인 혁명화를 그렸고, 그 후에도 사회주의의 독특한 미술양식인 ‘집체화’에 꽂혀있었기 때문일 테지만. 헌데, 그와 나는 이런 추상표현주의 그림이 자본주의 국가에서, 특히나 미국에서 인기가 있다는 데 적지 않게 놀랐지 뭔가.


내가 인상적으로 느낀 추상표현주의 작품은 ‘레드’였다네. ‘마크 로스크’가 그렸다는군. 그림 전체 분위기가 붉은색으로 표현되고 있어서인지 몰라도 젊은 시절 혁명적인 삶을 살던 때가 생각났다네.

그렇긴 하지만 그의 작품 중 진짜 비싼 건 ‘바이올렛, 그린&레드’로 1억 8,600만 달러에 달한다고 해. 도무지 이해할 수 없군그래.

세계에서 6번째로 비싼 그림이라니 놀랍지 않은가? 이거 한 장이면 북한 인민들을 몇 명이나 살릴 수 있는기야? “어케 기럴 수가 있어?”


흥분을 잠시 가라앉히고 다시 얘기를 계속해봄세. 이밖에 나와 푸시킨이 프랑스에 출장을 가서 본 그림이 있었다네.

출장이랬자 돈 받고 누군가를 해치는 일이었지.


그곳은 루브르 박물관이었던가? 푸시킨이 그날따라 전공자답게 의기양양해 보이더군.

“친구, 이건 내가 왕년에 그리던 분위기와 상당히 유사하다네. 이 작품은 ‘외젠 들라크루아’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이지. 참고로 빈센트 반 고호가 들라크루아의 이러한 과격한 색체 사용에 광분해 최고의 기교적 화가라며 칭송했다지? 자네 저기 왕정에 당차게 맞선 그림 속 여인네를 보게나. 7월 혁명에서 젖가슴을 내놓고 프랑스 삼색기(청•백•적)를 들고 있는 여전사의 모습을 좀 보란 말이야. 여성 혁명동지가 너무 인상적이지. 그치?”

그래 나 염소도 그 정도 그림은 알고 있었다네. 왜냐하면 한때 이 그림을 놓고 사방에서 패러디를 하고 지랄들이었기 때문이거든.

푸시킨이 그림에 관한 설명을 계속했지.

“인간들은 이 그림이 뭔지도 제대로 모르면서 떠들고 있단 말이지. 내가 잠시 설명해 주겠네. 자, 보라고. 여전사 옆에는 들라크루아 자신을 살포시 그려 넣었다네. 모자를 쓰고 총을 든 채 서 있는 저자일세. 보통 사람들은 이 그림의 혁명적 의미만 내세워 찬미하지만 어떤 이들은 밝히기를 주저하는 재미있는 뒷이야기가 있다네. 이 그림은 화가가 새로 들어선 혁명정부를 위해 그린 ‘정치 선전화’였지만, 정작 새로운 정부는 이를 매입하지 않았다지. 왜일까? 맞춰보게나.”

나 염소는 그때까지는 그림에 해박하지 않았기에 푸시킨에게 계속 설명할 것을 요청했다네.

“고 동지, 들어보시게. 그건 바로 자신들도 거꾸로 시민들에 의해 혁명의 대상이 되는 걸 두려워했기 때문일세. 그림 하단 부분을 보게나. 정부군이 시민군에 의해 하의가 실종된 채 치부를 드러내고 죽어있는 것, 보이지? 시민들이 군인들의 총을 빼앗는데 그치지 않고, 군복 및 군화를 강탈하여 자기들이 입고, 신고는 즐거워하고 있는 모습 말이야. 거기다 너무 어리디어린 소년 혁명가의 광기 어린 표정까지도. 너무 생생한 모습이어서 충격적이지 않은가? 중국 문화혁명 당시 숙청에 앞장서던 학생들과 흡사하지 않나? 남조선에선 내 운동권 후배들이 학교로 들어가 저런 청소년 혁명가를 길러내기 위해 분투 중이지. 그런데 말이야. 당시 프랑스에서는 혁명과 반혁명이 되풀이되면서 국민들의 생계마저 심각해지고, 이에 실망한 외젠 들라크루아는 더 이상 이런 사회 참여적 그림을 그리지 않기로 결심했지. 결국 그렇게 순수미술로 돌아가 말년에 우울한 그림만 그리다 죽었다는군.”


나 염소는 푸시킨으로부터 작품에 대한 설명을 들은 후에 더 놀라운 사실을 언론에서 접했다네.

2013년 정신이상자로 보이는 여성이 이 그림에 매직으로 ‘AE911’이란 글자를 휘갈겼다는군. 알파벳과 숫자로 조합된 ‘AE911’은 바로 미국 9.11 테러가 조작이었다고 주장하는 단체라네. 너무나 재밌지 않은가?


한국에도 이미 진실이 밝혀진 북조선의 각종 테러가 모두 조작임을 주장하는 분들이 많잖아. 이들은 대체 뉘실까? 김현희의 KAL 858기 폭파 사건 위조와 천안함 좌초설 등을 포함해서···.

그분들이 속한 단체 이름이 어떤 명화에 갈겨질지도 모르겠네그려. “응답하라우. ‘예술의 전당’! 기러구 조심해야디.”


너무 오래된 이야기라 언제였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데, 푸시킨이 한국에 있는 동지가 권유한 책이라며 대뜸 읽어보라 했네. 귀찮게시리!

난 대충 책을 훑어보고 푸시킨에게 묻지 않았겠나.

“빠치무(왜)? 뭐야. 뭔 뜬금없는 소리래. 그래 곱등어(돌고래)가 어떻다는 건데? 이거이 뭐이가?”

내가 시간을 들여 꼼꼼하게 조사를 해보니, 야, 다 이유가 있구나! 해양수산부 장관 출신 대통령께서는 평소 소신이 대한민국을 돌고래와 같은 국가로 만드는 것이라더군. 덩치가 큰 모비딕들 가운데 균형을 잡는 돌고래!

그래서 ‘균형자론’이 나왔다는 겁나게 웃기는 얘기일세. 그러던 돌고래는 중요 뉴스는 물론 인터넷에서도 순간 사라졌지 뭐야. “어디 갔다뇨? 대한민국 미래의 표상이 어데로?”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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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청백(4) 22.01.07 38 0 12쪽
61 청백(3) 22.01.07 40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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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월백(5) 22.01.06 4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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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월백(3) 22.01.05 38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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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아두백(2) 22.01.01 43 0 11쪽
44 아두백(1) 22.01.01 4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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