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트키 들고 무한전생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흔캐
작품등록일 :
2023.07.09 00:40
최근연재일 :
2024.03.05 19:00
연재수 :
57 회
조회수 :
1,700
추천수 :
11
글자수 :
316,235

작성
24.02.03 19:00
조회
13
추천
0
글자
12쪽

비명

DUMMY

장정 몇이 달라붙어야 겨우 열 수 있을 법한 문을 단숨에 박차고 나온 것은 호리호리한 여자였다.


"여뢰 님! 어찌 여기까지···."

"할머니의 손님이 누구냐!"


여뢰는 일동을 둘러보았다. 그러던 그녀의 시선이 검에게 멎었다.


"너냐?"


검은 반말로 대답했다.


"그래, 나다. 또 특이한 사람이 튀어나왔군."


여자는 검의 말을 한 귀로 흘리며 사람들에게 말했다.


"이능자가 있나? 다들 호패를 한번 들어봐."


사람들은 군말 없이 호패를 들어 보였다.

호패를 죽 둘러본 여뢰가 실망스럽다는 기색으로 말했다.


"뭐야, 이능자는 한 명도 없잖아."


시선을 돌리려던 여뢰가 희가 든 호패를 문득 보고는 말했다.


"넌 여자 아닌가? 왜 남자 호패를 들고 있는 거냐?"


희는 잠시 당황하다가 이내 목소리를 최대한 낮게 깔며 말했다.


"어··· 어릴 때부터 곱상하게 생겼다는 말을 많이 들었습죠."

"그래? 근데 남자 놈이 가슴에 뭘 그렇게 우겨넣고 있는 거냐?"

"···이건 남들한테 함부로 보여줄 수 없는 저의 강력한 무기입니다요."

"흠··· 특이한 녀석이로군. 싸움은 좀 하나?"

"예, 뭐···. 그보다 저도 휘 할머니의 손자입니다만."

"여기서 신분 같은 건 중요하지 않다. 잘 싸우는 놈이 제일이지."


그리고 여뢰는 검에게 말했다.


"이 은장도의 의미를 알고 있나?"

"휘는 그런 말은 해주지 않았는데."

"절대적인 무력을 가진 사람을 보낸다는 뜻이다. 근데 넌 이능자도 아니면서 어찌 그럴 수 있지? 신분을 숨기고 있나?"


그리고 여뢰는 희를 가리켰다.


"아니면 이 강력한 무기를 가진 녀석인가?"

"아니, 휘가 그런 의미로 보냈다면 그건 내가 맞다."


여뢰는 검이 찬 청경을 내려다보았다.


"이능이 담긴 칼이라도 쓰나 보네? 하여튼 좋아. 매영강에 온 걸 환영한다!"


그녀는 검의 손을 잡고 마구 흔들었다. 영문을 모른 채 일행은 매영강 안으로 안내되었다.

아낙네들과 무영은 검과 희에게 깊게 인사하고 각자 갈 길로 떠나갔다. 물론 그들 전부 희가 여자라는 비밀을 지켜 주었다.

여뢰는 탄탄하게 균형 잡힌 몸에 키가 큰 편에 속하는 여자였다. 하지만 보기와는 다르게 그녀가 걸을 때마다 땅이 쿵쿵대며 심하게 울렸다.


여뢰가 검과 희를 그녀의 성으로 데려가는 동안, 그들은 그런 여뢰를 보면서 수군덕댔다.


"저 여뢰라는 여자, 보기보다 엄청 무거운 거 같죠?"

"이능이거나, 부작용이거나. 매구보다도 무거운 것 같군."

"혹시 저 여자도 역귀가 아닐까요?"

"···휘의 손자들끼리는 서로 알고 지내지 않는 건가?"


희는 손사래를 쳤다.


"말도 마세요. 할머니 손자들만 모아도 작은 마을 하나는 만들 수 있을 걸요."


검은 혼잣말로 의문을 표했다.


"그런 작은 소녀가 어찌···."

"다 왔다."


여뢰가 도착한 곳은 성의 안쪽, 깊숙한 곳에 있는 방이었다.

벽에는 거대한 지도가 걸려 있었다. 그 말고는 단촐한 장식에 돌로 된 의자와 책상이 전부였다. 여뢰는 가장 안쪽에 있는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서 있지 말고 좀 앉지. 참고로 나는 매영강의 성주, 대부사 여뢰다.

본론부터 말하겠다. 역귀들이 들어앉은 도시 하나를 수복해야 해. 할 수 있겠나?"


행동이 시원하고 호쾌한 여자였다. 검이 말했다.


"나는 네가 천신을 섬기는 부족을 알고 있다고 해서 온 거다."

"아, 그 녀석들? 당연히 알고 있지."

"네 할머니는 어디로 가야 그들을 만날 수 있는지 네가 알고 있다고 하던데."

"그래, 물론 알고 있다. 하지만 맨 입으로 알려줄 순 없지."

"역귀가 들어찬 도시를 수복해 주면, 알려줄 텐가?"


여자는 고개를 젖히며 호탕하게 웃었다.


"당연하지. 난 한 입으로 두 말하지 않아."

"언제까지 해 주면 되나?"

"아주 시원시원하군. 마음에 들어. 지금은 서로 소모전 중이라, 빠를수록 좋다."

"좋아, 그럼 당장 내일···."

"크흠! 크흐흠!"


희가 크게 헛기침했다. 그녀는 여자라는 것을 들키지 않도록 말을 최대한 아끼고 있었다.

그런 그녀가 검의 옆구리를 찌르며 속삭였다.


"도시의 규모가 얼마나 큰 지부터 물어봐야죠!"

"···도시의 규모가 얼마나 되지?"

"이곳보다 조금 작다."

"그렇다면 청경으로 한 번에 처리하기는 힘들겠군."

"청경? 그게 뭐냐?"

"알 필요 없다. 그 도시를 되찾고자 하는 이유가 있나?"

"보다시피 우리 도시는 화산을 끼고 있어서 지대가 불안정해. 물론 역귀를 막기에 지형이 좋은데다, 땅이 비옥하고 온천수도 나지만 말이야.

그런데 몇 년 전, 세를 모아 들이닥친 역귀들이 옆 도시를 습격했지. 대비가 안 돼 있던 것은 아니지만 끊임없는 공세를 이기지 못하고 무너져 버렸어.

그리고 거기에 위험한 놈들이 들어와 앉았다. 지네와 두꺼비 형상을 한 놈들인데, 땅을 워낙 울려대는 바람에 언제 화산이 폭발할지 모르는 상황이야."


"땅이 울리는 데는 당신도 한몫···우읍···."


기어이 참지 못하고 입을 연 희를 막으며 검이 말했다.


"무슨 말인지 알겠군. 하지만 우리에게는 한 가지 불확실 요소가 있다."

"뭐지?"

"알고 있을 텐데. 이곳으로는 수배서가 날아오지 않았나?"

"너희들 수배 중인 범죄자들인가?"

"추적자까지 따라붙은 1급 범죄자일걸."


희가 말했다. 여뢰는 크게 웃으며 말했다.


"나 역시 1급 범죄자 출신이다. 너무 걱정 안 해도 된다."

"당신이?"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창 밖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곳은 언제 역귀들이 쳐들어올지 모르는 단여의 끝, 바람 앞의 촛불 같은 상황이다.

힘만 있다면, 역귀들을 전부 물리쳐줄 수 있다면 범죄자든 살인자든 나한텐 똑같은 사람이다."

"역귀들에 대한 증오가 깊은가 보군."

"삶의 터전을 잃고 사랑하는 이들을 잃은 분노가 짐작이 되나? 이곳에서는 호패를 불심검문하고 없으면 쳐죽이는 게 일상이다."


희가 꿀꺽, 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보아하니 사람 모습을 한 역귀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모양이군."

"그런 걸 모르는 사람도 있나? 바라안을 무너뜨린 역귀가 사람과 정확히 같은 모습을 한 역귀였다는데."

"바라안이 무너졌다고?"

"그래, 200년 전 대공습 때 멸망했지. 그 때 웬 여자 모습을 한 역귀가 혼자서 바라안의 병사 절반을 쓸어버렸다고 하더군."

"여자 모습을 한 역귀라고···?"


검은 매구를 떠올리며 물었다. 여뢰는 고개를 끄덕였다.


"들려오는 소문으로는 본인을 충화라고 밝혔다던데."

"그렇군··· 바라안이···."


검의 목소리가 잠겨들었다.


"어쨌든 너희들은 무력에 자신이 있는 것 같군. 역시 할머니가 보낸 사람들다워. 내일 한번 그 도시에 가 봐라.

지낼 곳은 내가 신경써서 마련하도록 하지."


검과 희는 여뢰의 방에서 물러났다. 곧 병사 하나가 와서 그들을 안내했다.

그들은 도시의 한쪽에 있는, 온천이 딸린 큰 여관으로 안내되었다.

여관에 들어서자 늙은 주인이 그들을 맞았다.


"반갑소. 여뢰 님께 극진히 모시라는 분부를 들었소. 호패를 보여주시구랴."


둘은 호패를 꺼내 보였다.

여관의 주인은 의아하다는 말투로 물었다.


"이 쪽은 아가씨가 아닌가···?"

"그런 오해를 종종 받소."


희는 자못 걸걸한 목소리로 말했다.


"웬만한 여자보다 예쁜 사내로구만. 자, 방으로 안내하겠소. 따라오시게들."

"자, 잠깐만!"


열쇠를 하나만 가지고 나서는 주인을 희가 붙잡았다.


"방을 하나만 내주려 하시는가?"

"사내 둘이서 방을 여러 개 쓸 이유가 있는가···?"

"크흠, 그것이 혼자 있어야 잠이 잘 오는 터라···."

"허어, 지금은 손님이 많을 때라 아무리 그래도 방 두 개는 안 된다오. 대신 제일 좋은 방으로 드리지. 여뢰 님의 명령도 있었고 하니."

"크흐음···."


희는 불편한 티를 숨기지 않으며 여관 주인의 뒤를 따랐다.

그런 그들을 누군가가 불렀다.


"어, 당신들 여기로 온 거야?"


산적떼들에게 붙잡혀 있던 소년, 무영이었다.


"오오, 무영. 어머니와 함께 여기에 묵고 있는 건가?"


희가 걸걸하게 물었다.


"아니, 나는 여기에 살아. 저 분은 우리 할아버지시고."

"그렇군. 할아버지가 매우 기뻐하셨겠구나."

"당연하지. 당신들은 나와 엄마의 은인이기도 하니, 필요한 거 있으면 언제든 말하라구. 그리고 당신한테 할 말이 있는데···."


무영이 검을 보며 말했다. 하지만 그가 다음 말을 하기 전 여관의 주인인 그의 할아버지가 말했다.


"무영아, 손님들과 무에 그리 할 말이 많은 게냐?"

"이 사람들이 저랑 엄마를 구해준 사람들이거든요."

"오, 그러냐? 이거 어떻게 감사를 표해야 할지 모르겠군. 식사도 잠자리도 최고급으로 준비해 주겠네."

"그렇다면 방을 하나만 더···."

"그건 안 된다네."


여관의 주인은 냉랭하게 몸을 돌렸다. 무영이 멀리 뛰어가며 말했다.


"나중에 말할게. 푹 쉬어, 누나··· 아니, 형!"


검과 희가 안내된 방으로 들어가자 산적떼에게 붙잡혀 있던 아낙네, 무영의 어머니가 상을 들고 왔다.


"여기서 묵게 되셨다죠? 이것도 인연이네요. 묵는 동안 필요하신 게 있으시면 편하게 말씀하셔요."

"와, 감사합니다!"

"근데 이쪽 아가씨는 어쩐대? 남자랑 한 방을 쓰게 돼서?"

"아, 괜찮아요. 좁은 동굴에서도 같이 잤는데요 뭘. 그냥 밖이라고 생각하려구요."

"그게 아니라, 우리 여관은 방마다 온천이 분리돼 있어서, 이 방에 딸린 온천은 하나밖에 없거든."


아낙의 말을 들은 희가 검에게 말했다.


"먼저 써도 되죠?"

"식사를 먼저 하는 게 낫지 않으시겠소?"

"됐어요, 먼저 갔다올게요! 찝찝해서 못 있겠어요."


그리고 그녀는 검이 쳐다보는 것도 상관하지 않고 연붉은 도복을 훌훌 벗었다.

순식간에 맨몸에 가까운 차림이 된 그녀를 보고 아낙이 멍하니 말했다.


"···둘이 이미 부부였나?"

"만난 지 며칠 안 됐는데, 전 그런 거 신경 쓰는 편은 아니라서. 이 사람은 신경 쓰는 것 같지만."


검은 그녀를 보지 않기 위해 시선을 돌리고 있었다.


"···예의를 지키는 거요."


희는 도복을 아낙에게 건네며 빨래를 부탁했다.

그러고 나서 그녀는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온천으로 들어가 버렸다.

검 역시 입고 있던 도포를 벗어 건넸다. 아낙은 옷가지를 들고 나갔고 편한 차림이 된 검은 천천히 식사하고 있었다.


두 사람이 묵고 있던 방의 문이 눈치채지 못할 만큼 스르륵 열렸다.

검은 옆에 내려놓은 청경에 눈길을 주었다.

인기척은 거의 나지 않았다. 검은 눈치채지 못한 척 식사를 계속했다.

그러자 온천으로 향하는 문 역시 제 혼자 살짝 열렸다 닫혔다.

희는 알아채지 못한 듯, 온천에서 그를 소리쳐 불렀다.


"여기 시설이 되게 좋네요. 물도 깨끗하고 온도도 좋고. 밥은 먹을 만해요?"

"식사도 맛이 있소."

"온천을 즐기고 나서 빈 속에 먹는 게 진짜 맛있는 건데, 몇만 년이나 살았다는 분이 그걸 모르셔."

"당신도 나이 들면 나처럼 될 거요."


온천에서 나오는 뜨거운 김이 살짝 열린 문 틈으로 방까지 들어왔다.

검은 혼잣말로 말했다.


"문을 꼭 닫는 걸 잊으셨군."


그리고 잠시 후, 온천에서 희의 찢어지는 비명이 들려왔다.

동시에 쿵 하며 누군가 넘어지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치트키 들고 무한전생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7 머리를 쓰다 24.02.04 14 0 16쪽
» 비명 24.02.03 13 0 12쪽
25 코끼리 24.02.02 17 0 13쪽
24 사투 24.02.01 16 0 12쪽
23 초대 24.01.31 16 0 10쪽
22 잊혀진 도시 24.01.30 16 0 12쪽
21 강한 충격 24.01.29 14 0 12쪽
20 비상 24.01.28 15 0 11쪽
19 무서운 여자 24.01.27 20 0 12쪽
18 무서운 남자 24.01.26 19 0 13쪽
17 송곳니 24.01.25 25 0 12쪽
16 실종, 그리고 폭발 24.01.24 20 0 13쪽
15 연화 24.01.23 24 0 13쪽
14 1,500킬로그램 24.01.22 27 0 13쪽
13 불신과 균열 24.01.21 26 0 14쪽
12 금지된 구역으로 24.01.20 32 0 11쪽
11 믿을 수 없는 제안 24.01.19 33 0 13쪽
10 500년 전 24.01.18 40 0 13쪽
9 학살 24.01.17 42 1 12쪽
8 천년여우 24.01.16 43 1 12쪽
7 의기투합 24.01.15 55 1 12쪽
6 오해와 해방 24.01.12 57 1 12쪽
5 치트 아이템을 빼앗기다 24.01.11 65 1 11쪽
4 낯선 도시 천강 24.01.10 75 1 11쪽
3 이름 없는 남자 24.01.09 88 1 11쪽
2 600살이 넘은 꼬마 23.07.09 148 1 11쪽
1 새로운 시대 23.07.09 255 3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