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만능 수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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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공장성소
작품등록일 :
2023.11.30 09:20
최근연재일 :
2024.04.07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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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2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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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군(1)

DUMMY

“저 사람들이요?”


올리버가 입술을 파르르 떨면서 말한다.


“상처에 진흙을 바르라는 사람들한테요? 똥을 먹으라는 사람들한테요? 손 씻으면 죽는다는 사람한테요? 스승님은 그나마 연금술 같은 거라도 있지 저 새끼들은 그냥···.”


새끼라니. 그래도 수도사로 생각했을 때 올리버의 선배인데, 언사가 곱지 못함을 지적했다.


“그게 무슨 말이더냐. 어른에게 그런 버릇 없는 말이라니. 저들도 성규를 지키면서 지식을 쌓은 저들 나름의 학자다.”


물론 대변을 끓여서 먹이는 짓은 나도 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름대로 이에 고대의 기록이 있는 상황이니 이를 마냥 무시할 수도 없는 일 아닌가?


“아니···!”


그래, 자신의 미래에서 봐온 것이 있을테니 아마도 옳지 못한 일이겠지. 하지만 이것도 모르는 일인 것이다.


“너가 알고 있는 사실이 전부라고 항상 확신하지 말거라. 모든 일에는 원인과 결과가 있는 법이지.”


우리가 성전에 나섰으니 지금부터 행군에 돌입해야하는 것처럼 말이야. 일단 올리버는 끝까지 박박 우기기에, 수도사들에게 이 녀석의 말을 내 말처럼 따르라고 명령한 다음에 올리버에게 지시사항을 전달하게 한 뒤에야 조용해졌다.


뭐 물은 꼭 끓여서 줘라 이런 정도의 내용이었다. 불로 작은 악마들을 없애는 과정이라고 설명하던데 무슨 소리는 모르겠다. 나중에 내게 수도사들이 설명을 요구했는데. 올리버의 말이 맞다고 대충 둘러대니 말을 듣기는 했다.


그러고나서 하루를 보내고 행군에 돌입했다. 짐꾼들이 두배 가까이 늘어서인지 그래도 빠른 속도로 전진할 수 있었다. 일주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던 행군은 프랑크푸르트까지 닿는 데에 6일만에 도착했다.


탈영병은 특히 새로이 들어온 포로들 중에 수가 많았는데, 어차피 포로들이라 크게 사기 저하의 요인이 되지는 않았다. 지나가는 길에 들른 마인츠에서는 유대인들이 포로들을 보고 고맙다면서 크게 사례했다.


은을 한 상자를 주었는데, 그렇게 축재를 하니 원한을 살법도 하다는 생각을 잠시했지만 굳이 입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유대인 지도자라고 하는 칼로니무스 벤 메샬롬이라는 남자가 계속 고개를 숙였다.


1000마르크는 넘을 은을 받아버린 것에 약간 놀랐지만, 선한 행동에는 항상 그 결과가 따라온다.


덕분에 보급에 큰 걱정은 하지 않고 소집한 상인들을 프랑크푸르트에서 맞이하는 것에 집중했다.


가격을 높게 부르는 이들을 강제로 징발해버리니 괜찮은 가격으로 팔아넘기는 상인이 많아졌다. 원래 검을 들고 있는 이가 진짜 가격을 정하는 것 아니겠는가. 물론 그래도 저들에게 이익이 남을 가격을 줬기에 큰 불만은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병장기의 상태는 처참한 것들이 꽤 많았는데, 그걸 수리하기에도 재료는 부족했고, 아무리 강철이나 무기를 사들이려고 해도, 이 신성로마제국에도 성전군을 꾸리는 이가 많아서 정상적인 가격으로는 힘들었다.


그래도 대장장이들의 장비를 사용하게 해주는 공방은 꽤 있었는데, 덕분에 도시에 좀 더 오래 머물게 되었다. 도시 관리들은 거품을 물었지만 어쩔 수가 있나, 고칠 무기가 많은데. 그래서 그러고 있으니 도시 관리들이 사재기 했던 무기를 줘서라도 우리를 하루빨리 내보내고자 했다.


그래서 일주일간 머무른 다음 떠났다. 완전한 상태로 프랑크푸르트를 떠내게된 우리의 병사들은 얼굴에서 윤기까지 나는 것 같았다. 모두 떠날 때 아쉬운 소리를 했지만 우리에게는 신성한 의무가 있으니 움직여야 했다.


그렇게 여러 날을 움직일 즈음에 군영에 이상한 노래가 퍼지는 것을 확인했다.


“붉은 베드로가 요정과 난쟁이가 벼려낸 오래된 검을 들고 불신자의 피를 뒤집어쓰고 거짓 선지자를 꾸짖는다고 하던데요. 푸흡···!”


올리버가 곡조를 따라부르다가 결국 포기하고 내용만 전달하고 폭소를 터뜨린다.


“조용히 하거라. 수도사는 쉬이 웃지 않고 농담하지 않는다. 이는 모든 인간들에게 적용된다. 품위 있는 이는 쉽게 웃지 않고 쉽게 농담하지 않는다. 재치라고 생각하는 것은 경박함이 되는 경우가 많다.”


금과옥조를 들려주는 데에도 불구하고 녀석은 웃음을 멈추지 않기에 결국 참지 못하고 꿀밤을 먹였다. 그래도 어른의 영혼을 가졌다 한 이후로 때려서 교육하는 방식은 최대한 참았거늘.


“누가 만든 노래더냐?”


잡아서 때리던지 해야겠다. 가사는 그렇다치고 곡조가 너무 쓰레기 같지 않던가.


“윈체스터의 고드프리라는 수도사께서 지은 노래인데요?”


“너는 굉장한 음치구나.”


고드프리처럼 대단한 음악가이자 시인의 노래를 이렇게 쓰레기로 만들어버리다니. 뭐가 됐건 수도원에서 뛰쳐나와 이곳에 나온만큼 한번 얼굴이라도 봐야겠다 싶어 그가 머문다던 천막으로 가니까 그가 마치 영웅이라도 본 것처럼 크게 반긴다.


“오! 이 땅의 새로운 별께서 이곳에 행차하셨군요.”


“그 말이 불경한 건 너도 알고 있으리라 믿네. 아니 몇가지 층을 거쳐서 불경하군. 자네도 충분히 할 수 있는 무용을 보였을 뿐인데 그렇게 띄워버리는 이유가 뭔가?”


“내가 그런 무용을 부리는 건 불가능합니다. 저는 펜대만 잡는 수도사의 불과한데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그래, 알겠네. 그래서 왜 이런 시를 쓴 건가.”


“그야, 제가 본 것을 남긴 것 뿐입니다. 당신께서 그 빛나는 갑옷을 입고 중앙으로 파고들어 불경한 죄인들을 베어넘기던 그 모습을 기억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한 이후에, 화살이 다섯개 정도 박혀있음에도 속도가 느려지지 않고 적들의 피로 붉게 물든 갑옷을 입고 적장에게 달려가지 않으셨습니까. 자신의 말을 귀히 여겨 자신의 두다리로 달리는 그 고결함까지.”


말을 타고 가면 파고들 수가 없다는 말을 해봐야 지혜로움이라고 추켜세울 것 같아 입을 꾹 다물고 녀석을 보고 있자니 13년 전에 그가 수도원의 수도원장이 됐었다는 사실이 기억났다.


“수도원장까지 된 다음에 성전에 나선 이유가 뭔가?”


“그야, 수도원장이니 그 신성한 의무에 합류하는 게 당연하지 않습니까?”


당연히 아니라는 말을 그도 알고 있을 터. 굳이 대답하지 않고 의뭉스럽게 구는 그에게 한마디를 뱉고 나온다.


“병사들 사이에 그 노래를 부르고 다니는 건 관둬주길 바라네. 가능하다면 로베르 공왕께 그런 시를 만들어주게나. 나는 속세의 명성이 달갑지 않은 사람이니 환심을 사기 위한 행동이라면 부디 관두게나.”


성전에 많은 수도사들이 함께했지만 수도원장의 직급 이상을 가진 사람은···. 생각보다 많다. 방금 생각해보니 그렇다. 저 한줌 평민들끼리 성전에 나서고자 한 은자 베드로가 이상한 이인 것이다. 그리고 그도 여러 기사와 결국 백작, 공작 주장자까지 모아서 제대로 된 군세를 꾸리고자 했었지.


그날은 제대로된 진을 치고 병사들을 쉬게 했고, 술이라도 먹었는지 그 노래를 다같이 불러댔다. 아무래도 정말 나의 환심을 사기 위한 행동은 아닌가 싶다.


그 통에 이제는 로베르 공왕도 나를 붉은 베드로라고 부른다.


“붉은 베드로, 나의 동생과는 다르게 적의 피로 붉어진 베드로라서 더욱 멋지군. 내 동생은 그냥 머리카락이 붉어서 붙여진 이름 아닌가. 하하.”


긴급한 소식을 알리러 왔더니 초대형 사냥에 나갔던 붉은 윌리엄에게는 좋은 감정이 없어 굳이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지만 이런 소리를 듣고 있는 것자체가 달갑지 않아서 과찬이십니다. 하고 넘기려 했지만 계속 전투 얘기를 한다.


“내가 흩어지는 저 도적 무리를 박살내고 있자니 좌익이 무너졌다 하지 뭔가? 아주 시원한 전투였네.”


“전하, 저는 그 전투가 우리의 희생이 매우 적었다는 점에서 스트레기콘의 적을 만한 일일지는 모르나, 미담이나 영웅담을 채울 전투였다고는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물론 전하의 활약은 롤랑의 그것과도 비견할만한 일이었지만 말입니다.”


숨쉬듯이 아첨을 해주고 그쯤 이야기하라고 하자 로베르 공왕은 어느 정도 말귀를 알아듣고 짧게 마무리 짓는다.


“하하. 자네야말로 아첨이 심하지 않은가? 알았네.”


하지만 내 친우인 체스터 공작이 히죽히죽 웃으면서 내게 다가오는 걸 몰랐다.


“붉은 베드로. 잘못하면 사도이신 베드로님보다도 이름이 높아지겠어.”


“공작 각하는 부디 불경한 말씀을 삼가주시기를 바랍니다. 속세의 이름은 제게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여전히 히죽대는 얼굴이 가라앉지 않는 체스터 공작은 아마도 하루 종일 이걸로 이야기하지 않을까 싶다.


“왜, 그러면 병력을 통솔하는 데에 더 편해지고 좋지 않나? 이전에도 그렇게 됐었고, 자네의 이름을 모르는 이는 잉글랜드에 사실 없었을 걸세. 시간이 오래지나 잊혀졌을 뿐이지. 그런데 시까지 지어주는 건 처음이지 않나. 축하하네.”


건성으로 대답하고 이곳의 위치를 헤아린다. 이제 바바리아 공작령의 경계에 위치한 작은 정착지 즈음이다. 이 상태로 쭉 동남쪽으로 보름 정도 움직인다면 파사우 주교후국에 다다른다. 폐하가 전령을 보내겠다고 약속하신 지역에 다다르면 폐하의 성전군이 어디까지 다다랐는지, 어느 정도의 보급량이 남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운이 좋다면 우리가 다다를 때 즈음에 헝가리 지역에서 비잔틴 제국의 보급품을 받고, 키예프 공국의 보급품도 받아 콘스탄티노플로 향할 수도 있다. 아니라면, 최악의 경우 그곳의 마을을 약탈하고 있겠지.


폐하가 인격자이시긴 하지만, 자신의 병사를 굶겨 양민을 살릴 정도로 성인은 아니시니.


이제 바바리아에 들기 시작하니, 이 은자 베드로에 대한 통제를 더 강하게 해야할 듯 싶다. 웰프 공을 충동질할만큼 바바리아에 연결점이 있는 인물이니 이번에도 탈출해서 비슷한 참사를 일으킬 공산이 크지 않은가.


생각한 것과는 다르게 그가 뭔가 문제를 일으키려는 짓은 하지 않았다. 대신 찾아낸 것은 툴루즈 백작의 성전군이었다.


붉은 바탕에 노란색 십자가가 아로새겨진 툴루즈 백작가문의 인장이 크게 박힌 깃발이 이를 보여준다.


“정지! 정지! 우리의 폐하의 아들인 로베르 공왕의 깃발이 보이는데 맞소?”


잠시 골머리를 앓던 공왕 전하에게 툴루즈 백작의 이름을 조용히 귀띔해주자, 그제야 공왕께서 대답하신다.


“맞네. 툴루즈의 레이몬드 맞나?”


“폐하의 첫째 아들이 이 미천한 백작의 이름을 기억하니 몸둘바 모르겠소. 그려.”


그렇게 강한 충성심을 가진 백작이 아닌건 알 수 있지만, 벌써 이곳까지 온 것을 생각해보면 그의 신앙심만은 진짜가 아닐까 예상해볼 수 있다.


“반갑습니다. 툴루즈 백작 각하. 지금 이 병사를 이끌고 있는 만체의 베드로라고 합니다. 벌써 성전군을 이끌고 이 먼 땅까지 도달한 각하의 경건함이 너무도 깊게 느껴집니다. 괜찮다면 함께 성전으로의 길에 합류하시지 않겠습니까?”


이천명 남짓되어 보이는 병력을 보았지만 예의상 말을 꺼내니 그가 고개를 젓는다.


“이는 성전을 위한 군대가 아니오! 물론 성전에도 합류할 작정이오만, 그건 아마도 여름에나 가능하지 않을까 싶소. 하지만 배를 몰아 최대한 빨리 올 것을 약속하오.”


배로 온다면 여행시간 자체는 빠를 것으로 생각되지만, 그렇다면 이 자는 왜 여기있나? 굳이 질문을 하지도 않았는데 그가 직접 대답한다.


“폐하의 편지를 받아 웰프 공의 공작좌 주장을 돕고 돌아가는 길이오. 많은 은화를 얻었지.”


덕분에 성전을 할 수 있겠다는 말을 대충 흘려들었다. 얼마나 많은 마을을 약탈 했을 지는 잠시 생각에서 버리고, 그가 성전에 참여할 것이라는 사실에 집중하고 훌륭한 일을 하셨다고 아첨을 하니 그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웰프 공이 기적을 목도하고 짓던 표정을 잠시 생각해본다. 그건 기적에 대한 환희가 아니었던가. 단지 좋은 군주를 선택한 이의 웃음일 뿐이었나.


그래, 그가 감화된 데에는 세속 적인 이유가 있었나. 세속의 군주에게 기적에 감화됐기를 바란 나 자신을 꾸짖으며 성호를 긋는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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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도릴라이움 전투(3) 24.01.09 19 3 12쪽
49 도릴라이움 전투(2) +1 24.01.08 22 3 11쪽
48 도릴라이움 전투(1) 24.01.07 26 3 12쪽
47 니카이아 공성전(7) 24.01.06 23 3 12쪽
46 니카이아 공성전 (6) +2 24.01.05 23 3 11쪽
45 니카이아 공성전(5) +1 24.01.04 25 3 12쪽
44 니카이아 공성전(4) +2 24.01.03 27 3 11쪽
43 니카이아 공성전(3) +1 24.01.02 23 3 12쪽
42 니카이아 공성전(2) 24.01.01 22 3 12쪽
41 니카이아 공성전(1) 23.12.31 24 3 13쪽
40 정복 황제 윌리엄의 독백 23.12.30 39 3 14쪽
39 행군(4) +1 23.12.30 22 3 12쪽
38 행군(3) +1 23.12.30 28 3 12쪽
37 행군(2) +2 23.12.29 25 3 12쪽
» 행군(1) +1 23.12.28 26 3 12쪽
35 전투 후 처리 23.12.27 29 3 12쪽
34 바트크로이츠나흐 전투 +3 23.12.26 38 3 12쪽
33 성전으로(4) +1 23.12.25 28 3 13쪽
32 성전으로(3) 23.12.24 33 3 11쪽
31 성전으로(2) 23.12.23 31 3 12쪽
30 성전으로(1) 23.12.23 36 3 13쪽
29 식을 올리다(9) 23.12.22 42 3 13쪽
28 식을 올리다(8) +1 23.12.22 38 3 12쪽
27 식을 올리다(7) +2 23.12.22 37 3 12쪽
26 식을 올리다(6) 23.12.21 36 3 13쪽
25 식을 올리다(5) 23.12.20 45 3 12쪽
24 식을 올리다(4) 23.12.19 41 3 12쪽
23 식을 올리다(3) 23.12.18 52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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