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만능 수도사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판타지

완결

공장성소
작품등록일 :
2023.11.30 09:20
최근연재일 :
2024.04.07 18:50
연재수 :
76 회
조회수 :
6,236
추천수 :
315
글자수 :
416,508

작성
23.12.23 21:00
조회
29
추천
3
글자
12쪽

성전으로(2)

DUMMY

“은자 베드로, 저를 알고 계시던 분이었습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직접 본 기억이 나지 않는 자가 나를 아는 척하니 무례한 질문임에도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어봤다.


“저도 토마스가 연 그 회합에 있었지요.”


그게 누군지 몰라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이며 생각하고 있으니 그가 내게 귀엣말을 한다.


“크리스티안 로젠크로이츠의 가명입니다. 장미십자회를 뜻하는 게지요.”


나는 벌써 30년이 지나도록 그 회합에 다시 고개를 들이민적 없지만, 이제는 유대인 학살을 종용하는 집단이 되었던가?


“자네는 그 회합의 가장 최근의 사상을 따르는 건가?”


“저는 제가 생각했을 때 가장 옳은 일을 했을 뿐입니다.”


병신이었던가. 올리버 근처에 두면 안될 듯 싶다. 그런데 이미 한껏 혐오하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아이를 보면 굳이 그럴 필요도 없을 것 같다.


“그런가. 자네는 성전에 언제까지 따라올 생각인가?”


“그야, 모든 이교도가 정화 될때까지 입니다.”


“그대의 경건함에 경의를 표하네.”


아무런 감정도 담지 않은 말이 입을 떠나고, 그에게 더 할말은 없기에 곧장 올리버의 교육에 들어갔다. 불을 다루는 방법은 이미 숙련이 된 듯해, 재료의 손질을 좀 더 심화된 과정을 알려줬다. 그냥 끓이는 것과 물에 녹는 약재로 결정을 만드는 법까지.


하지만 은자 베드로는 끝까지 남아서 제자에게 전수되는 지식을 훔쳐본다. 원래 이렇게 무례한가?


“무례하군. 지금 뭐하는 건가?”


“하하.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같은 회합에 있으신 분이다 보니 비밀도 역시 같이 보아도 되는가 싶었습니다.”


비밀 회합에 성격상 이 연금술도 회합에서 나온 것으로 생각한 건가?


“나는 나 자신이 새로운 학파를 이룬 연금술사일세. 장미십자회의 성격을 안다면 이런 식으로 나오지 않을텐데?”


거기에 무지렁이 백성들을 현혹하고 그들을 이용해서 바바리아 공작좌 주장 전쟁에 사용하려 한 수도사가 곱게 보이겠는가?


“죄송합니다. 이교도를 보호하는 수도사답게 비밀이 많으시군요.”


실실 웃는 얼굴로 거슬리는 말을 한다.


“바바리아 공작좌를 주장하시는 웰프공은 이미 폐하께 감화되었는데 같은 수사에게 무엇을 뜻하는 말을 하는가?”


올리버를 가르치던 것을 그만두고 손을 털며 묻자 녀석이 손을 턴다.


“아닙니다. 단지 이교도들을 보호하고자 하시는 이유를 모르는 것 뿐이지요. 당신께는 아무런 악감정도 없습니다. 성전의 의미와도 부합하지 않습니까?”


이유없는 학살을 종용하는 자가 성전을 논한다.


“성전은 성지를 회복하기 위한 전쟁이고, 동쪽의 신앙의 형제들을 구원하기 위한 전쟁이다. 학살을 위한 전쟁이 아니지.”


“이교도를 몰아내기 위한 전쟁 아닙니까? 그렇다면 저 유대인들, 이 땅에 있는 베두인들 모두를 쓸어버려도 상관 없는 일 아닙니까?”


“글을 읽는 인원은 그렇게 많지 않은데, 그들을 죽이는 것보다는 우리의 성전을 돕게하는 게 더 높은 효율을 가지지 않는가?”


“우리는 지금 성전을 하고 있습니다. 승리의 하나님-여호와 닛시-께서는 악한 종교인들의 죽음을 바라십니다. 그 승리를 위해서는 유대인들의 목숨이 필요합니다.”


그는 마치 그게 진리라는 듯이 성호를 그으면서 말한다. 그야말로 충격적이다.


“지금 주께 인신공양을 드려야한다는 불경한 말을 하는 것이더냐? 주께서 이삭을 번제드릴 때에도 아브라함에게 일러 이를 막지 않으셨나? 이게 과연 자네가 생각하는 진실인가? 성서를 읽기는 한 건지 의심할법한 이야기구나. 성지순례만이 너에게 있는 유일한 이력인데. 성지에서 저 이교도들에게 푸대접이라도 당했나?”


예의도 차리고 싶지 않아 한숨까지 푹푹 내쉬면서 말하니 그가 고개를 끄덕인다.


“성지에서조차 저들이 그렇게 행동한다면 저들에게 어찌 희망이 있겠습니까?”


지금 내 태도를 보지 못하는 건가? 왜 계속 나를 설득하려 드는 것인가.


“아가리를 닥치게나.”


“예?”


마치 듣지 못할 말을 들었다는 듯이 그가 말한다.


“아가리 닥치라고 했네. 거머리 같은 쓰레기가 양민들을 꼬드겨 그들을 죄의 길에 밀어넣으려는 자가 어찌 신성한 척을 하는가? 나를 만나서 다행으로 생각해라. 내가 네녀석에게서 그 병권을 뺏어서 웰프 경에게 전부 넘겨주기를 했기에 망정이지. 그냥 뒀더라면 몇명이 죽었을지 짐작도 가지 않는구나.


꺼져라. 내게 말걸지 말아라. 아니, 부디 나가서 죽어라. 수도사라는 자가 입을 놀리는 데에 거리낌이 없고 그 입을 멈추지 못하며, 자신이 옳다는 듯이 말하고 겸손은 찾아볼 수도 없구나. 베네딕트회의 성규는 알고 있더냐?”


그렇게까지 말하니 그는 자리를 뜨려더니 다시 말한다.


“저는, 당신도 알아주실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유일한 지식인이니까. 당신의 연금술 정리의 구절을 보고 저와 같은 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연금술은 태생의 죄를 씻어나가는 과정이고, 순수성을 되찾는 과정이다.’ 어찌 이 구절이 기독교 세계의 유일한 오점인 유대인을 솎아내는 것이 아니라는 말입니까?”


그리고, 올리버는 뭔가 짐작가는 게 있다는 듯, 그에게 미래인 특유의 말로 말을 건다. 하지만 그 해괴한 게르만어를 듣고 은자 베드로라는 자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자리를 뜬다.


“아닌가 보네···.”


그와 비슷한 인물이 미래에도 있었던 모양이다. 다행히도 그는 주의 기적을 받은 자가 아니라 다행이었다. 만약 그가 주의 기적을 받아 과거로 돌아왔다면 그의 말이 맞는지 고민했어야 할테니. 다시 올리버의 교육에 집중하고 하루를 브장송에서 보냈다. 그리고 행군하기 전에 2000명이 탈영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은자 베드로를 찾아보라고 했지만 그는 없어진지 오래다. 웰프 공도 자신의 책임이라면서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물자를 많이 가져가지는 않았으니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고 다시 행군을 했고, 산맥 사이로 난 평야를 지나 스와비아에 다다랐을 때에, 소식이 들려왔다.


1500명 남짓한 인원이 라인강 근처의 라인란트 지방에서 유대인과 민간인들을 학살하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윌리엄 폐하께서는 성호를 그으면서 중얼거리신다.


“오. 주여, 어째서 비극은 저의 의지와는 상관 없이 다시 벌어진단 말입니까.”


본래에도 있던 일임을 암시하는 폐하의 말은 들리지 않았다. 내게는 지금 힘이 있고 이를 막아야한다.


“이 학살을 좌시할 수 없습니다. 제게 병력을 할당해주신다면 이들을 전부 죽이고 돌아오겠습니다.”


폐하가 고개를 비스듬히 꺾으면서 내 주장을 꺾는다.


“그렇다면 병력의 보급은 어떻게 된단 말인가?”


“앞으로 아무리 물자를 낭비한다 한들, 두달 간은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겁니다. 그리고 스와비아의 병력과 물자 역시 징발해서 이 부족분을 채우겠습니다. 부디 제게 허락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장고가 이어지던 와중, 고드프리 공작이 나를 지지한다.


“그의 군사적 재능은 이미 웨일스 병합전쟁에서 증명된바 있지 않습니까? 그에게 병력을 할당한다 한들 적은 피해로 저들을 무찌를 것이라 생각합니다. 거기에 스와비아 공작에게 빚을 지울 수 있는 기회 아닙니까. 하지만 마음에 들지는 않습니다. 고작 저 유대인들을 죽이는 것 아닙니까? 저들은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은 자 아닙니까?”


또 열이 뻗친 내가 곧장 화가 나서 공작에게 말을 뱉었다.


“각하. 예수님께서 용서하신 죄를 각하께서 징치하시고자 하십니까? 부디 성경을 읽고 분노하소서.”


그말에 곧장 입을 다문 고드프리 공작은 분노로 붉어진 얼굴로 나를 쳐다보지만 나는 무시한다. 주께서 나를 보우하시니 나는 두려움이 없다.


죄를 짓는 이를 좌시할 수 없는 것보다 효율에 문제다.


무엇보다, 이렇게 유대인들을 죽여버리면 이 머나먼 여정에서 누구에게 은을 빌린단 말인가? 그렇다고 저 병사들에게 10만파운드를 수레에 실어 갈테니 이를 잘 간수하라고 해야하는가? 그럼 보급은 어떻게 하는가. 물론 당장 빚을 진 이 자들도 유대인을 죽여서 빚을 청산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을 건 안다.


그렇게 되면 이제 모든 걸 약탈로 해결해야하지 않은가? 이는 낭비다. 이들을 수호하고, 은을 대가로 받아 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


물론 저들을 협박해서 은을 받아내는 방법이 더 쉬울 수 있다. 그렇지만 저들의 진리가 비틀어진 점은 있다 한들, 저들의 밀교에서 연금술의 완성의 단서를 얻고, 기적을 받은 내가, 유대인들의 주는 우리의 주가 아니라며 무시할 수 있겠는가.


“그래. 그게 더 효율적이단 말이겠지?”


금방 말을 하지도 않았는데 내 생각을 아시는 듯, 말씀하시는 폐하께 곧장 그러하다 말씀드리니 그렇게 하라면서 잉글랜드의 영지민들로 이뤄진 4000명의 군세를 내려주셨다. 다시 집합할 장소는 바바리아로 정해주셨다. 보급품 역시 어느정도 갖춰진 군대와 100명에 달하는 기사들을 보내주신 폐하께 감사하면서 익숙한 얼굴들을 보았다.


“포위스 공왕 전하. 체스터 공작님. 서포크 보안관의 아드님, 우스터 주교대리···? ”


우트레드가 이곳에 있었다. 우스터의 주교가 되는 것은 불발된 탓일까? 의문스러운 표정을 보았는지 우트레드가 웃으면서 말한다.


“아. 교황특사에게 성지 근처의 주교좌를 약속받았네. 그냥 우트레드 수사라고 불러주게.”


“그렇습니까. 우트레드 수사. 축하드릴 일입니다.”


어지간히도 세력을 모으더니 그런 제안을 받을 정도로 성장한 것인가.


그렇게 대꾸하고 로베르 공왕께 예를 갖춰 인사하니 그가 품위있게 받아주고 말을 돌려준다.


“베드로 수사. 웨일스 병합 전쟁에서의 활약은 기억하고 있네. 내 모든 권한을 받아 군대를 이끌어보게나.”


이전에 왜 내가 군대를 이끌 책략을 내냐며 의문을 가지던 때와는 다르게 그는 나를 믿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전략 따위 딱히 없다.


이런 병력이라면 곧장 공격해도 상관이 없으리라 싶었지만 일단은 멈춰서서 진지를 짓고 척후병을 보내는 데에 집중했다.


과연 라인란트의 백작은 이 행태를 관망하고 있는가, 아니면 지원하고 있는가? 확실한 정보 없이는 적지에 들어갈 수는 없다. 그리고 이들이 어디로 향할지도 확인해야한다. 이를 알 방법은 꼼꼼한 정찰과 여러 곳의 연락이다. 폐하께서 하인리히 4세에게 전령을 보내기로 하셨고, 오도 주교께서는 교황께 주청 드리기로 했다. 내 예상이지만, 그런 학살을 방관 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렇게 되면 어떤 명분이 생기던가. 아마도 참회 명령을 내리고 성전으로 바로 가기를 권할 것이다. 그 속도가 얼마나 빠를지는 모르지만.


그런 척후와 여러 정보를 모으는 작업을 이틀내로 완료한 후,


근처의 가장 큰 유대인 집성촌인 마인츠로 향한다. 그 근교에는 신성로마제국에서 가장 중요한 도시 중 하나인 프랑크푸르트가 자리잡고 있어, 그곳에 자리잡기 전에 황제에게 허락을 구하고자 서신을 보냈다.


한낱 수도사인 나의 이름으로 보낸다면 그 진정성이 침해받을 수 있으니, 포위스 공왕의 이름으로 그 서신을 보냈다.


‘웨일스의 유일한 왕이자, 새로운 프랑크 제국의 황제이신 윌리엄 폐하의 첫째 아들인 공왕 로베르가 논합니다.


위대하신 신성로마제국의 황제이시자, 우리의 황제 윌리엄 폐하와 함께 샤를마뉴를 잇는 유이한 존재인 하인리히 폐하께 알립니다. 라인란트에 우리 성전군의 탈영병으로 의심되는 은자 베드로의 군세가 저희의 통제에서 벗어나 불경한 학살을 저지르고 있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이 중대한 배신을 막고자 저희가 제국의 중요한 도시인 프랑크푸르트 근교의 마인츠에서 야영하며 이들을 보호하고 공격해오는 자를 격퇴하고자 하니, 허가를 구합니다.’


편지를 보여주니, 포위스 공왕은 자신의 글씨가 이렇게 아름답다고 소문이 퍼지면 어쩌냐며 희희낙락 하셨다.


서신에는 허가를 바란다고 말은 했지만 답신이 돌아오기 전, 소식만 전해질만한 시간에 미리 군대를 주둔 시키기로 결정했다. 만약 그가 불허한다고 한들, 그가 직접 군대를 끌고 올것도 아니니 적당히 무시하면 그만이다.


작가의말

연참입니다. 좋은 연휴 보내시길 바랍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중세 만능 수도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2 소아시아 행군(2) 24.01.11 25 3 12쪽
51 소아시아 행군(1) 24.01.10 21 3 12쪽
50 도릴라이움 전투(3) 24.01.09 19 3 12쪽
49 도릴라이움 전투(2) +1 24.01.08 20 3 11쪽
48 도릴라이움 전투(1) 24.01.07 25 3 12쪽
47 니카이아 공성전(7) 24.01.06 22 3 12쪽
46 니카이아 공성전 (6) +2 24.01.05 21 3 11쪽
45 니카이아 공성전(5) +1 24.01.04 24 3 12쪽
44 니카이아 공성전(4) +2 24.01.03 27 3 11쪽
43 니카이아 공성전(3) +1 24.01.02 21 3 12쪽
42 니카이아 공성전(2) 24.01.01 21 3 12쪽
41 니카이아 공성전(1) 23.12.31 24 3 13쪽
40 정복 황제 윌리엄의 독백 23.12.30 37 3 14쪽
39 행군(4) +1 23.12.30 22 3 12쪽
38 행군(3) +1 23.12.30 28 3 12쪽
37 행군(2) +2 23.12.29 25 3 12쪽
36 행군(1) +1 23.12.28 25 3 12쪽
35 전투 후 처리 23.12.27 27 3 12쪽
34 바트크로이츠나흐 전투 +3 23.12.26 36 3 12쪽
33 성전으로(4) +1 23.12.25 27 3 13쪽
32 성전으로(3) 23.12.24 31 3 11쪽
» 성전으로(2) 23.12.23 30 3 12쪽
30 성전으로(1) 23.12.23 35 3 13쪽
29 식을 올리다(9) 23.12.22 41 3 13쪽
28 식을 올리다(8) +1 23.12.22 38 3 12쪽
27 식을 올리다(7) +2 23.12.22 35 3 12쪽
26 식을 올리다(6) 23.12.21 35 3 13쪽
25 식을 올리다(5) 23.12.20 43 3 12쪽
24 식을 올리다(4) 23.12.19 40 3 12쪽
23 식을 올리다(3) 23.12.18 51 3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