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만능 수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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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공장성소
작품등록일 :
2023.11.30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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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1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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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을 올리다(3)

DUMMY

성탄절은 그야말로 신성한 날이다. 온 잉글랜드, 아니 온 기독교 세계가 그 신성함에 전율하는 날이다. 신의 아들께서 그 신성한 의무를 띄고 모든 권위를 받아 내려오신 아름다운 날이다. 헤이스팅스의 전투가 있었고, 혜성이 하늘을 갈랐던 그 해의 성탄절도 그러했다.


동로마의 황제가, 신성로마제국의 황제가 그러하듯 성탄절에 즉위식을 올리는 날이었다. 나는 주의 축복을 담은 신성한 병을 들고 손을 바들바들 떨었다. 이 병에는 주의 의지가 들어있다. 나에게 이 축복을 내리신 이유는 자명하다.


나의 주군이신 윌리엄 폐하께 이를 드리는 것이다.


그래서 기름 부음을 받을 병을 그 신성한 병과 바꿨다. 스티간드 대주교께 병에 든 주의 축복을 보여드리니 그 신성함을 보고 놀라 성호를 그으셨고, 요크의 대주교이신 엘드레드 은하께 그 병을 드렸다.


이제 폐하께서는 웨스트민스터의 궁전에서 이곳으로 행차하신다. 이 섬의 모든 주장자들을 물리치시고, 압도적인 힘으로 그 왕위를 쟁취하신 폐하께서 이곳으로 십자가를 든 이와 함께 웨스트 민스터 사원으로 오신다.


주교들과 수도사들이 높이 부르는 스가랴의 찬가가 점점 다가오고, 멀리서 보이던 십자가가 점점 가까워진다. 교차랑에 놓인 높은 단상으로 폐하가 10 피트는 끌리는 금빛으로 자수된 망토를 끌고 다가오신다.


심장 소리가 귀에 울린다. 주께서 나와 함께 하신다.


그리고 이 즉위식을 함께 돕는 아브헝슈의 주교이신 조프리 드 몽트브레이께서 소리 높여 묻는다.


“잉글랜드의 만민들이여, 너희는 너희의 자유 의지로 윌리엄, 노르망디의 공작을 왕으로 받들 겠는가?”


그리고 이는 잉글랜드 어로 번역 되었다. 교회 바깥에서 듣던 이들 중 노르만 인들의 큰 소리가 들려왔지만 모든 주교들이 단상주변에 엎드리고 키리에(자비송)를 부르는 소리에 덮힌다. 나 역시 엎드려 기도한다.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하나님의 자비를 받아, 혼란해할 어린양들을 이끌 권위를 받게 하시니, 자비를 베푸소서.


“그리스도시여, 자비를 베푸소서. 그리스도시여, 자비를 베푸소서.”


지옥을 정벌하시고, 우리를 죄로부터 해방하신 예수님, 자비를 베푸소서.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모든 자비송이 끝나고, 기름부음을 받으신다. 주의 축복이 폐하의 손에 먼저 닿고, 그 다음은 가슴에 닿는다.


그리고 그 축복이 대주교 은하의 손에 들린 병에서 떠나, 폐하의 머리카락에 닿을 때에.


밖에 소란이 멎는다. 헛숨을 삼키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사락거리는 소리조차 나지 않는다. 언제 질러졌는지도 모를 불마저 모두 그 모습을 감춘다.


태양보다도 밝게 빛나는 왕에 모습을 모두가 목도한다.


아직 왕관조차도, 홀도, 검도 받지 않았지만, 알 수 있다. 왕은 이 땅에 도래했고, 정당한 왕은 지금 단상 위에 무릎 꿇어 있다.


주의 기적이 천년만에 이 지상에 발을 디뎠다.

===


웨스트민스터 수도원의 예배당을 보고 있으니 그날의 기억이 떠오른다. 아직도 많은 런던의 사람들은 그 때 왕께서 받은 축복으로, 전혀 늙지 않는다는 둥 소문이 퍼져있다. 그래서 교황특사들도 잉글랜드를 오면 꼭 이곳을 방문한다.


또 다른 즉위식이라. 파리의 어디에서 즉위식을 올릴까. 이번 즉위식에는 직접 기적을 목도하기 위해서 교황도 그 자리에 참석할까 아니면 오히려 평생을 기적을 갈구한 사람들이 그러하듯 오히려 염세적으로 그 존재조차 믿지 않고 들으려고도 하지 않을까.


그렇게 연금술과 올리버의 교육에 좀 더 집중하겠다고 생각하고 일을 한지도 며칠이 지났다.


폐하는 다시 잉글랜드로 돌아오셨다. 노섬벌랜드의 백작이 노르웨이 상선을 공격했다는 소식에 그를 소환했다.


혹시나 많은 호사가들은 백작이 이에 반기를 들까 걱정했지만 그는 곧장 소환에 응해서 런던 근처에 가지고 있던 몇개의 영지를 빼앗기는 것과 성전에 임하는 것 중 하나를 고르라는 말에 성전에 임하겠다고 하여 잉글랜드와 프랑스를 합한 십자군은 점점 더 그 세를 더했다.


폐하의 귀환이 이렇듯 평화를 가져오니 백성들은 좋아했으나, 나에게는 곧장 또 다른 명령이 내려졌다.


‘웨스트민스터의 길버트 수도원장에게서 들은바로는 자네의 행정처리가 아주 출중하다고 하더이다. 이번에 내가 새로 얻게된 직할령의 감찰을 부탁하겠네.’


어차피 행정관을 보낼 것을 알면서도 나를 보내는 이유는 아마 거기에 수도원도 이상한 일이 있던 것 아닐까. 싶어 편지를 쭉 읽어봤다.


‘더럼, 린디스판 수도원도 감찰에 대상이네. 내 권한은 아니지만, 베네딕트 수도회의 수도사로써 할 수 있는 일 아닌가?’


아니다. 전혀 아니고, 수도원장의 권리를 침해하는 일일지도 모르지만, 윌리엄 폐하까지 ‘이상한 일’의 보고가 들어갔다면 수도사가 한번 확인해보는 것 역시 말이 안되는 일은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스코틀랜드 접경지까지 움직인 후에 배까지 타서 그 섬까지 닿을려면 긴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 싶다.


‘최근 새로 만들어진 쾌속선에 태워서 갈테니. 같이 타고 가시게나. 여자아이가 배에 타면 부정 탄다느니 그런 소리는 집어치우고. 돌아오는 것도 린디스판에서 직접 데려올 것이니 지금부터 한달, 11월 달까지는 일을 마무리하게나.’


혹시나 즉위식 준비에는 빠질 수 있을까 싶었는데 그것도 아닌 듯 싶다.


곧장 나와 함께할 수도사 다섯명과 함께 온 전령과 그대로 움직일까 하다가 검을 허리춤에 차고 오랜만에 성서를 꺼내다가 사슬로 허리춤에 묶고, 예전부터 입던 사제복을 공방 가운데에서 꺼내온다.


올리버도 그 갈색 머리에 어울리는 짙은 붉은색의 로브를 입혀주고 벨트도 메어준다. 이제는 수도사 같은 테가 제법 나는 것 같아서 만족한 채로 바라보니 또 팔을 여기저기 움직이면서 빙빙 돌길래 발을 걸어 넘어뜨리니 울음을 터뜨린다.


저게 40년을 산 영혼이라. 40년. 인간의 불완전성에는 혀를 내두르게 된다.


테임스 강 하구에 위치한 항구에 준비된 폐하의 쾌속선이 있었다.


열명 정도 되는 인원이서 상선으로도 겸해서 쓰이는 배에 올랐다. 배의 높이가 매우 높아 로프로 만든 그물을 잡고 올라가야 했다. 잉글랜드의 아름다운 해변가를 보면서 점점 북상하는 배의 속도를 느낀다. 바람을 타고 움직이는 배가 점점 속도가 붙고, 마치 말에라도 탄 것처럼 움직이는 이 거체의 힘을 느끼니 경이로웠다.


하지만 곧 판자에 매달려서 볼일을 보던 선원 하나가 바다에 빠지는 바람에 멈춰야했다.


“어우! 어우! 어우!”


온몸에 본인이 뿌린 오물이 묻고, 아랫도리는 어디갔는지 밧줄을 잡고 올라와서도 혼란함을 감추지 못하는 사람에게 충고했다.


“지금 배가 멈춘 김에 빨리 바다에 다시 내려가서 몸을 씻는게 좋을게야.”


“흥. 예수쟁이가 뭘 아나?”


뭐라고?


“지금 뭐라고 했나?”


“예수쟁이가 뭘 아냐고 했다. 바다는 뇨르드께서 다스리는 걸 모르나? 쯧, 재수없게 수도사를 태워서.”


검을 차고 오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주먹이라도 내지르려 했는데 허리춤에 찬 기사검을 보고 멈칫하는 것을 봤으니까.


“미신과 미혹에 빠진 쓰레기들을 봤나. 예수께서 한마디 함으로 풍랑이 멈추던 이야기를 모르더냐?”


“흥, 직접 보여줄 수 있나?”


“내가 하지 않아도 불운이 너희에게 닥칠 것이니 내 어찌 주의 행사를 내가 직접 하겠나? 우리가 내리고, 주의 보호에서 벗어난 너희가 얼마나 오래갈 수 있겠는가. 주의 징치가 너희가 모르는 곳에서 다가올 것이니.”


“주는 염병, 재수없는 소리하지 마소.”


뱃사람답게 성질을 긁어놓는 법을 아는 듯하다. 폐하의 감찰관에게 한낱 항해사가 이런 모습을 보이다니? 선장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그제야 선장이 나와서


“그쯤해라. 폐하의 명령을 받은 수도사니까. 재수 없다느니, 다른 신에 대한 말도 하지 말고.”


그래도 선장이 상식적인 말을 해서 참았다.


“예수는 개뿔···.”


참자. 나는 죄인이다. 죄인이 또 다른 죄를 지을 수는.


“저런 죄인을 징치하지 않는 것도 주께 죄를 짓는 일이다! 이 개같은 자식, 사람이 선의를 배풀고자 했는데 거기에 돌아오는 것이 이런 불경한 말이더냐? 내 너를 단칼에 죽여 주의 심판대로 곧장 보내주마.”


10년만에 누군가를 해하기위해 잡아본 기사검은 가벼웠다.


“덤벼라!”


항해사, 그중에서도 꽤 오랫동안 배에 탄듯보이는 남자가 자신의 칼을 들고 실실 쪼개면서 온다.


“배에서 일어난 일을 누가 알겠습니까? 그냥 싹 다 죽여버리죠? 선장.”


“하. 그렇게는 안되지. 그래도 결투는 존중한다. 이것까지는 너 맘대로 해라.”


오래된 것처럼 보이는 검의 손잡이를 보면서 녀석이 실실쪼갠다. 책이나 보는 수도사가 얼마나 검을 휘두르겠냐고 생각하겠지.


곧장 쇄도해오는 위에서 아래로 녀석의 검을 튕겨내고 곧장 검날을 잡고 폼멜로 머리를 찍으니 바닥에 쓰러져 움푹패인 관자놀이를 잡고 엉엉 운다.


그냥 두면 죽겠지.


곧 있으면 거품을 물고 마구 토하다가 헛소리를 하다가 회개도 못하고 죽겠지. 그렇게 두는 건 아닌 것 같아 죽어가는 선원의 손을 잡는다.


“이제 주의 빛이 느껴지나?”


“씨..개···.”


지금까지 욕을 하는 것보니 더 이상 희망은 없는가 싶다. 올리버는 충격을 받은 듯 그 모습을 보다가 정신을 차린다.


“아직 말을 할 수 있는 것보니까 살릴 수 있어요. 스승님.”


그래야만 하는가?


“스승님?”


고민하고 있는 내게 뭘 하냐는 듯이 묻는다. 그래. 옳은 일을 하자. 항상 들고 다니던 약재를 이용해도 죽지 않을까 싶어 안으로 흘러들어가지 않게 독한 주정을 뿌린다.. 그리고 나름대로 뼈를 맞춰주지만 눈은 이미 으스러진 것 같다.


그래서 주의 축복을 좀 더 뿌리니 곧장 피가 멎는게 눈에 보인다. 거기에 고대의 이교도들의 의식에 쓰이던 대마잎을 씹게하고, 주정을 위에 뿌린다.


그대로 붕대가 뼈를 누르지 않게끔 나무판을 덧대고 붕대를 묶는다.


“이제 주의 광명이 보이더냐?”


“으···.”


녀석이 결국 깨닫지 못하고 주를 다시 한번 무시하고 망령되이 그 이름을 불러도 상관없다. 그렇다면 기적은 그 빛을 잃고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갈테니.


“주께서 내게 이 힘을 주셨다. 너희 중 누구도 나를 검으로 이기지 못하리라.”


어차피 검 좀 다룬다 싶던 항해사를 한번에 눕히는 것을 봤으니까 덤비지는 않지 않을까?


“그리고 주의 자비를 받아 이 불경한 자의 목숨까지 살려줬으니. 주의 가르침에 감사하라.”


아무도 대답하지 않지만 어쩌겠나. 기껏해야 하루 이틀 보고 말 사이인데. 올리버나 잘 지켜야되겠다 싶다.


“이제 항상 나와 붙어 다니거라.”


내가 보지 않는 곳에서 이 녀석에게 해코지하는 이가 있을까 싶어 걱정이다 싶었는데 선장이 먼저 말한다.


“이제부터 폐하의 명령을 받은 수도사들을 건드리는 놈들은 내게 먼저 덤벼라. 폐하가 주는 은화로 먹고 사는 너희가 그러면 되겠나?”


“옙.”


그래도 선원들을 휘어잡는 솜씨만은 있으니 저런 말을 할 수 있는 거 아닐까? 짧은 항해겠지만, 미혹에 쉽게 휘둘리는 뱃사람들 사이에 있으니 아직도 주의 빛이 닿지 않은 사람이 있다는 것에 실망하게 된 마음을 추스리고자 기도를 올린다.


당신의 광명이 닿지 못한 이들이 이곳에 있나이다. 주께서 제게 허락해주신 기적으로 이들을 새로이 하고자했지만 그 결과는 오직 주만이 정하실 수 있기해 기도합니다.저들이 온 세상을 다스리시는 주의 역사를 보여주시기를 기원하나이다.


성호를 그으며 기도를 마무리지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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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니카이아 공성전(5) +1 24.01.04 24 3 12쪽
44 니카이아 공성전(4) +2 24.01.03 27 3 11쪽
43 니카이아 공성전(3) +1 24.01.02 21 3 12쪽
42 니카이아 공성전(2) 24.01.01 21 3 12쪽
41 니카이아 공성전(1) 23.12.31 24 3 13쪽
40 정복 황제 윌리엄의 독백 23.12.30 37 3 14쪽
39 행군(4) +1 23.12.30 22 3 12쪽
38 행군(3) +1 23.12.30 28 3 12쪽
37 행군(2) +2 23.12.29 25 3 12쪽
36 행군(1) +1 23.12.28 25 3 12쪽
35 전투 후 처리 23.12.27 28 3 12쪽
34 바트크로이츠나흐 전투 +3 23.12.26 37 3 12쪽
33 성전으로(4) +1 23.12.25 27 3 13쪽
32 성전으로(3) 23.12.24 31 3 11쪽
31 성전으로(2) 23.12.23 30 3 12쪽
30 성전으로(1) 23.12.23 36 3 13쪽
29 식을 올리다(9) 23.12.22 41 3 13쪽
28 식을 올리다(8) +1 23.12.22 38 3 12쪽
27 식을 올리다(7) +2 23.12.22 35 3 12쪽
26 식을 올리다(6) 23.12.21 36 3 13쪽
25 식을 올리다(5) 23.12.20 43 3 12쪽
24 식을 올리다(4) 23.12.19 41 3 12쪽
» 식을 올리다(3) 23.12.18 52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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