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만능 수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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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공장성소
작품등록일 :
2023.11.30 09:20
최근연재일 :
2024.04.07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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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0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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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카이아 공성전(3)

DUMMY

망루에 서서 지원군이 오면 보고를 하라는 명령을 받았을 보초 하나가 빈대떡이 됐다.


“곧장 명중했군.”


성호를 그으면서 그의 혼이 위로받기를 기도하고 있자니, 그 위로 돌덩이가 몇번이고 떨어진다. 이제는 그 시체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망루는 로마 특유의 건축방식으로 꽤 단단하게 버티고 있지만, 조금씩 깎여나가고 있다.


“저걸 다시 수리 할수 있을까?”


“그야···. 그 근본을 부수지 않는다면 금방 수리하겠지요?”


망고넬의 조립과 조준을 진두지휘한 수도사가 말하기에 다른 지시를 내린다.


“조금 밑으로 쏴보게.”


“알겠습니다.”


대답을 한 수도사가 곧장 매듭을 좀 더 낮게 묶은 뒤에 망고넬을 발사한다. 말한대로 약간 밑의 성벽을 정확히 명중시키는 모습을 보고 그의 어깨를 두드린다.


“대단하군!”


순수하게 감탄하니 그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답한다.


“하하. 이쯤되면 잘 해야지요. 상대는 그런 식의 나무 물자가 모자른듯 싶습니다. 적의 공성무기가 보이지 않고, 반격이 오지 않지 않습니까?”


적의 성벽은 창들이 드문드문 보일 뿐, 달리 보이는 그 흔한 망고넬이나, 설치형 쇠뇌도 없다. 급조해서 만든 것도 없다.


“그러게나 말이다. 식량이 모자랐으면 더 편했을 뻔했을 텐데 말이야.”


“맞습니다. 그런데 만약 그랬으면 진작 적들과 싸웠을 수도 있지요. 지금 물자는 소모하고 있을지는 모르지만, 확실히 적들에게 작은 피해를 누적시키고 있으니. 이 또한 주의 도움 아니겠습니까?”


엷게 미소지으면서 그가 말한다. 어떻게 보면 내 말을 반박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는 말이지만, 항상 주께서 안배하신 부분을 찾아내는 것이 참 옳은 자세인가 싶다.


“언제나 좋은 점을 찾아내는 것 역시 주를 섬기는 이가 가져야할 마음이겠지. 당신 같은 수도사가 많으면 참 좋겠군. 고맙네.”


세시간 정도 더 망고넬을 발사하게끔 하고, 다른 조가 똑같은 자리에서 같은 망고넬을 발사하게끔 했다.


“척후병의 보고는?”


남쪽 방면의 정찰 결과를 물어보니, 언덕 너머를 둘러봤지만 이렇다할 적의 척후병이나 움직임은 확인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리고 동쪽에서의 척후도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했던가?”


조금 더 멀리 정찰범위를 늘려야 할지, 아니면 이 근처에 오지 않았을 거라고 배제를 한 뒤 생각했던 작전을 시행해야할지 생각해봐야 한다.


“망루 말고 성벽에서는 언덕 너머가 보이지 않는 것은 건축가에게 확인을 받았습니다.”


그렇다면 내가 말한 방법대로 한번 시도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그럼 좋다. 폐하께 여쭤보겠다.”


윌리엄 폐하께서는 남동쪽, 언덕 너머에 진을 치고 계셨다. 감시탑도 높게 지어서 최대한 감시를 삼엄하게 하시는 등 이제는 노회한 지휘관의 면모가 확실히 보이는 그의 모습이다.


“꼼꼼하십니다?”


“물론이지. 전쟁을 몇년을 했는지 이제는 기억도 안날 지경이니 당연히 이 정도는 기본으로 해야하지 않겠나.”


“이 정도의 수를 직접 조율해보신 적은 없으십니다. 항상 겸손을 마음 가운데 두고, 주께 답을 갈구하는 심정으로 움직이시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그렇게 말하자, 나를 잠시 바라보다가 곧 고개를 끄덕이고 답한다.


“물론이지, 베드로 수사. 너무 오랜만에 듣는 말이라 그런가, 나에게 그런 말을 해오는 자가 갑자기 줄었다는 것을 알게 됐네. 그만큼 내 지위가 높아졌다는 말이기도 하겠지. 자네는 그와 상관없이 나에게 필요한 말을 해주기에 안심이네.”


황제가 된 뒤로, 그 누구에게서도 반박이나 경고를 듣지 못한 모양이다. 지위의 고하는 대부분 사람들이 말하는 언어의 종류를 바꾼다. 하지만, 내가 그럴 이유는 없지 않은가.


“저는 누구에게든 필요한 말을 할 것입니다. 폐하가 어떤 지위에 오르든 이는 변하지 않습니다. 이는 폐하와 저의 친분 때문도 아니고, 제 성향 때문도 아닙니다.”


“그럼 무엇인가?”


“이는 필요입니다. 폐하에게 그 누구도 주의 금언을 말하지 않는다면, 누가 주의 힘을 넘겨받은 주께서 넘겨주신 왕홀과 그 권위가 드리울 곳이 옳은 지를 말하고자 합니까.”


황제의 좌를 언제나 떠올리며, 폐하에게 주어진 책임을 떠올려야한다는 말을 하려했지만 훌쩍 그 책임을 폐하는 넘겨 버린다.


“자네가 열심히 해주게.”


“폐하께서도 성서를 열심히 읽으시는 편이 좋지 않겠습니까.”


“그래. 그래야지.”


들은척 만척 폐하께서 내 말을 넘긴다. 더 이야기를 끌 이유도 없고 해서, 전략에 대해 말을 꺼냈다.


“적들의 지원군이 온 척을 하고, 성에서 나온 적들을 빠르게 솎아내는 작전에 알맞게, 저 성벽에서는 언덕 너머가 안보인다는 말인가? 상황이 그렇게 모두 알맞게 이어진다고?”


“확실히 그렇게 말씀하시고 나니, 문제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지원군을 보내고 싶지 않아서 건축가에게도 여러 논리를 무장시켜서 보내는 콘스탄티노플의 첩자나 다름없는 그의 말을 내가 곧이 곧대로 믿어버려 사과하고 나니, 폐하가 말한다.


“확인은 그렇게 어렵지 않지, 언덕 위에 올라서 성벽이 이 내려다 보이는지 확인하면 그만이다.”


“아니면 벽의 높은 곳과 마주보거나 말이지요.”


“그렇지. 그런 건 건축가에게도 물어볼 필요 없는 일 아닌가?”


“맞습니다···.”


갑자기 허를 찔린듯한 기분에 약간 정신이 흐려진 건가 싶어 성호를 긋고, 여기서는 감시탑에서 밖에 보이지 않는 니카이아 성쪽을 바라본다.


“직접 확인해보겠습니다.”


넓게 펼친 진지를 한번 확인도 해볼겸, 깃발을 들게 할 시종 한명과 올리버를 데리고 진영을 둘러본다. 말이 통하는 부류끼리 모여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눈다. 그래도 지휘하는 이들은 라틴어를 구사할 수 있는 귀족들이 대부분인 것 같았다.


그럼에도 아무말도 못하고 북부 게르만 어만 하는 이도, 잉글랜드 어만 하는 이도, 이곳 저곳에 많다. 내가 용병들을 나누어 담는 전략을 한 탓인가, 아예 말도 안 통하는 병사가 같은 분대에 있는 경우도 있었다. 이건 확실히 개선이 필요할까 싶다.


물자를 조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콘스탄티노플의 물자를 실은 수레와 그들을 호위하는 호위병의 수가 온다던 지원군의 수보다 많은 것 같아서 약간 머리에 화가 돌았지만, 그래도 물자를 공급해주는 이들이니 참았다.


“이게 지금 말이 되는 가격이라 생각하오?”


플랑드르의 백작이 소리치는 목소리가 들린다. 나서지는 않고 멀리서 듣고 있자니,


“지금 리브르 은화의 가치를 얼마나 내려치고 있는 것이오?”


“1솔리두스는 8할이 금인 아주 가치높은 금화입니다. 리브르 은화에 비할 가치가 아니지요.”


“거짓말 치지 마라! 이 모양새만 봐도 이건 반정도나 금이 들었으면 다행인 정도 아닌가!”


뭔가 찔리는 게 있는 듯 상인 헛가침을 하지만, 검을 든 사람들 앞에서 사기치려다가 걸리면 살기 힘든 것도 알기에 끝까지 뻔뻔하게 우긴다.


“플랑드르 백작 각하. 죄송합니다만, 저 역시 지체 높은 비잔틴 제국의 귀족입니다. 저의 신의를 무시하시는 겁니까?”


“지체 높은은 개뿔, 곧 망해가는 주제에···.”


플랑드르 백작이 분노에 차서 중얼거리자, 그의 말을 들었는지 고개를 숙였다가 짐짓 못들은 체 협상을 이어간다.


“그러니, 1 솔리두스를 25파운드로 하면 괜찮지 않겠습니까? 당신들의 측량으로 각 파운드 스털링에 11온즈의 은이 있다고 쳐드릴 테니요.”


선심이라도 쓰는 듯 말하지만, 이 또한 틀렸다. 여러 연금술 서적을 탐구한 내게는 이 과정에서도 그가 서로 도량형이 약간 다른 것을 이용해 거짓말은 하지 않고 또 가격을 후려치고 있었다.


“고생하십니다. 로베르 백작님. 주께서 함께하기를.”


인사를 건네면서 그 사이를 파고든다.


“베드로 수사. 여기 이 상인이 나를 멍청한 귀족으로 알고 환전하는 것만으로 돈을 뜯어가려고 하오.”


상인이 급하게 변명한다.


“이 솔리두스가 금화로써 높은 값어치를 가지고 있는 건 당연합니다. 그러니 이정도 교환비는···.”


내가 그가 들고서 강변하는 솔리두스를 뺏어다가 저울 위에 올린다. 저울도 알게 모르게 평형을 맞추지 않고, 거리도 다르게 조정해놓았다. 그래서 제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저울을 조정하니, 상인의 얼굴이 흙빛이 됐다.


“금이 들었는지도 모를 솔리두스를 솔리두스라고 부르는 것 자체가 웃길 지경이군요. 보십시오. 같은 크기의 은화랑 거의 무게가 똑같습니다? 이전 바실레우스의 금화를 쓰고 있는 것도 재밌지만, 그것을 새로 나온 알렉시오스 바실레우스의 금화와 같은 가치를 가진 양 쓰고 있는 것도 웃깁니다. ”


“그게 정말이오?”


“저는 연금술사입니다. 금이 어느 정도 들었는가는 그냥 보는 것 만으로도 압니다.”


당연히 이건 말도 안되는 말이다. 정확한 무게를 측정한 것도 아닌데 보는 것만으로 금이 얼마나 들어 있는지 알겠는가?


“그, 그런게 말이 됩니까?”


말이 전혀 안 된다. 될리가 없지 않나? 하지만 거짓말을 하는 자를 잡기에는 거짓말이 가장 효과적이다.


“물론이지, 연금술을 해본 적 있나?”


올리버가 입이 근질근질해 보이기에, 흐름을 깨기전에 깃발을 든 시종에게 손짓해서 멀리 데려가게 하고 말을 잇는다.


“납으로 하여금 금을 만드는 것이 목적인 학문에, 확실하게 금을 만들었는지 확인하는 방법이 가장 중요하지 않겠나? 1할이나 들어있으면 다행인 것처럼 생겼군.”


거의 새빨간 거짓말이지만, 어느 정도 직접 보는 것만으로 금 혼합물이 어느 정도의 품질인지는 알 수 있다. 순수함에 가까운 황금의 빛은 다른 금속으로 만든 동전 위에 금박을 씌운 것과 모양도, 무르기도 무게도 다르다. 사실상 은화와 같은 무게를 가진 금화가 어느 정도의 품질일지는 감이 잡힌다.


“알겠습니다···.”


이제는 이대로 칼에 찔려 죽어도 할 수 있는 게 없는 상인이 곧장 인정한다.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그래서 어쩔거냐는 듯이 플랑드르 백작 로베르를 눈짓하니 그가 한숨을 크게 푹 내쉬고 말한다.


“괜찮소, 이제부터 싸게 물자를 파는 것으로 용서해주겠소.”


아무래도 그는 쉽게 넘어갈 생각인 듯 싶어 자리를 뜨려고 했는데 이어지는 말에 잠시 발걸음이 멈췄다.


“전부 시세의 반값으로 가져오시오. 그대로 오지 않으면 그대들 상단에 이어진 모든 가족을 죽일 것이오. 이름을 아는 자도 죽일 것이고, 언젠가 콘스탄티노플로 돌아가서 자네를 죽일 것이오. 이해했소? 아, 물자를 조금 가져와도 죽일 것이고, 가격을 높이 책정하고 반값으로 팔다가 걸려도 죽일 것이오.”


말만 예의를 잃지 않았지 사실상 협박에 가까운 말에 이걸 막아야 하는가 싶었지만, 이미 상인이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고개를 끄덕이고 있기에 입을 다물었다.


“아,알겠습니다.”


확실히 이 정도로 나오지 않으면 이제는 비잔틴 제국에까지 부유하다는 소문이 난 플랑드르 백작에게 또 어떤 상단이 그에게 사기를 치려들지 모르니 확실하게 나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제 저 상인은 자신이 속이려고 했던 저 백작에게 원한을 가지기 보다는 중간에 끼어든 내게 원한을 가질까?


그래봤자 상인. 그 얍삽해보이는 면상을 뇌리 한편에서 지운다.


작가의말

매일 6시 연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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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니카이아 공성전(7) 24.01.06 22 3 12쪽
46 니카이아 공성전 (6) +2 24.01.05 22 3 11쪽
45 니카이아 공성전(5) +1 24.01.04 24 3 12쪽
44 니카이아 공성전(4) +2 24.01.03 27 3 11쪽
» 니카이아 공성전(3) +1 24.01.02 22 3 12쪽
42 니카이아 공성전(2) 24.01.01 22 3 12쪽
41 니카이아 공성전(1) 23.12.31 24 3 13쪽
40 정복 황제 윌리엄의 독백 23.12.30 37 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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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행군(3) +1 23.12.30 28 3 12쪽
37 행군(2) +2 23.12.29 25 3 12쪽
36 행군(1) +1 23.12.28 25 3 12쪽
35 전투 후 처리 23.12.27 28 3 12쪽
34 바트크로이츠나흐 전투 +3 23.12.26 37 3 12쪽
33 성전으로(4) +1 23.12.25 27 3 13쪽
32 성전으로(3) 23.12.24 32 3 11쪽
31 성전으로(2) 23.12.23 30 3 12쪽
30 성전으로(1) 23.12.23 36 3 13쪽
29 식을 올리다(9) 23.12.22 42 3 13쪽
28 식을 올리다(8) +1 23.12.22 38 3 12쪽
27 식을 올리다(7) +2 23.12.22 36 3 12쪽
26 식을 올리다(6) 23.12.21 36 3 13쪽
25 식을 올리다(5) 23.12.20 44 3 12쪽
24 식을 올리다(4) 23.12.19 41 3 12쪽
23 식을 올리다(3) 23.12.18 52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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