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만능 수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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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공장성소
작품등록일 :
2023.11.30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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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1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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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을 올리다(4)

DUMMY

폭풍우라도 오면 우리를 먼저 바쳐버릴 것처럼 쳐다보던 뱃사람들 사이의 생활도 얼마 남지 않고, 더럼 근처의 바다 마을에 다다랐다. 폐하께서 해안선마다 짓도록 명령하신 등대를 보고 금방 위치를 알 수 있어서 항해법은 읽어본 적 없는 내게도 위치를 금방 알 수 있었다.


내가 치료해준 그 선원은 뭔가를 본 모양인지. 하루종일 기도만 했다. 한명의 길 잃은 양을 또 주의 길로 인도한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더럼의 수도원에 계신 더럼의 주교께 인사를 드리는 게 좋을 것 같다.


내리자마자 온갖 욕지거리가 들렸지만 어쩌겠는가. 저들이 검을 갈고 닦아서 나를 죽이면 되는 일 아닌가? 다만 주께서 나를 보호하시니. 절대 승리하지 못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 이상한 생각을 하고 있자니 더럼에 도착한다.


성 칼레의 윌리엄 주교께서 나를 따뜻하게 맞아주신다.


“왔는가? 저 무도한 뱃놈들이 뭐라하지는 않았는가 걱정이네.”


여기서 예. 정말 무도한 말을 많이 하더군요라고 말한다면 곧장 본인이 가진 군대를 이끌고 저 배를 나포하겠다고 하시지 않을까 싶다.


“별일 없었습니다. 제가 의기로운 분노로 한놈의 관자놀이를 뭉개버리니 입을 닫더군요.”


“역시. 주의 대전사 답다. 그 롤랑의 용기도 자네보다는 적었을 것이야. 바다 한가운데에서 뱃사람들만이 있는 곳에서 검을 뽑다니. 그래서, 이 아이는 예전에 데리고 다니던 그 아기인가?”


그렇게 듣고보니, 올리버도 있는 곳에서 정말 바보같은 짓을 했다 싶었다.


“아닙니다. 주의 보호에 아주 정신이 나가버린 게지요.”


그것도 맞는 일이지. 보호해야 할자가 분노를 못 참는 것도 아주 멍청한 일이라고 할수 있어 하고 혼자 수긍한 주교께서 말을 잇는다.


“사실 이번 일은 내가 요청한 일이네. 노섬벌랜드에 영지를 얻으셨겠다, 자네를 부르기에 딱 알맞은 일 아닌가?”


“어떤 일입니까?”


“일단은 우리 베네딕트회의 수도원이자, 우리 산하의 수도원으로 저 린디스판의 섬의 수도원을 만들기는 했네. 아주 신성한 장소라고도 하더이다. 성 에이단이라는 분께서 저곳을 지었다고도 하던데.”


잉글랜드에 오면서 읽은 문헌에 의하면 그는 이 땅에 앵글로 색슨인들을 기독교인으로 개종시키는 데에 큰 역할을 했다고 한다.


“맞습니다. 이 땅의 이교도들이 지금처럼 신실한 이들이 되는 데에는 그런 성인들의 노력이 있었지요.”


“저들이 노르웨이 인들의 배를 훔쳐서 해적질을 한다는 소문이 있네. 저 섬에 있다보니 그런 소문이 도는 것인지, 아니면 실제로 그런 것인지 알 수가 없네. 노섬벌랜드의 백작이 상선을 침몰시킨 것도 그런 이유지.”


갑작스런 정보에 약간 혼란스러워서 물어봤다.


“그러니까, 해적들이 있는 겁니까? 아니면 그런 소문이 있는 겁니까, 아니면 피해가 있는데 그 진범을 모르는 상황입니까?”


“피해가 있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가서 확인한 자가 없지. 듣기로는 해드스톤이 그 피해를 받았다고 하네.”


노섬벌랜드의 여러 서류를 살피고 이곳에 왔지만 그게 어딘지 모른다.


“어디 있는 마을인지 아십니까?”


“린디스판보다는 남쪽에 있고, 이곳보다는 북쪽에 있지. 해적에 당했다고 하니 당연하지만, 해변 쪽에 있다. 한번 가보겠나?”


“아니오. 더럼 역시도 한번 살펴봐야하는 곳입니다.”


“아, 자네와 나 사이에 그게 필요한가? 같은 베네딕트회의 수도사가 그래야하는가? 그렇다면 수도원 말고 내 집무실에서 쉬겠는가?”


그가 캥기는 게 있는 것인가, 아니면 빠르게 린디스판과 해드스톤의 일을 해결해주기를 바라는 건가. 어느 쪽인지 알수 없지만,


“베네딕트회의 규칙은 형제간의 관계를 중요히 하지만, 맹목적인 믿음을 강요하지 않습니다. 성 베네딕트님의 의지를 곡해하고자 하십니까?”


그 말에야 그가 말을 멈추고 내게 항복하듯이 웃는다.


“하하. 그럴리가 있나. 살필 게 있다면 마음껏 살피게나.”


“그리고 여기 수도사들도 여독이 깊습니다. 저도 심신이 피로하기도 하니, 꼭 저를 감찰관이라고 생각하지 마시고, 비바람을 피해 온 수도사로 봐주시길 바랍니다.”


내가 꼬리를 내리듯 웃으면서 말하자 그제야 주교께서 웃음을 지으신다.


“하하. 당연하지! 내가 잘못한 일이 없는데 어찌 긴장하겠나? 자네야말로 나를 벌써부터 죄인으로 보는 건 아니겠지?”


이따금 사실을 감추고자 말이 많아지는 사람들이 있다. 편지도 나누고, 여러가지 종교적인 의견을 주고받은 이가 그런 모습을 보이는 데, 모르는 척하고 싶지만 주변을 좀 더 살피게 된다.


10년전에 지어진 아주 깨끗한 벽은 아름답다. 마치 어제 지어진 것처럼 매끄럽고 아름다운 수도원이 그 성벽과도 같은 자태를 자랑한다.


“지어지지 얼마 되지 않은 수도원은 전통은 모자를지 모르지만, 그 아름다움은 뒤지지 않는다네.”


수도원에 들어서기 전, 마지막으로 주교께서 말씀하시고, 수도원 밖에 있는 본인의 집무를 보는 주교저로 돌아가셨다. 아직 일과시간인 수도원에서 조용히 나를 맞으러 왔던 수도사들도 일을 하러간다. 주교께서 우리보고 따라오라는 듯이 손짓하고, 그렇게 다다른 곳은 기숙사였다.


완만한 삼각형의 지붕을 받치는 지지대가 나무로 벽과 지붕을 연결하고 있고, 넓은 창문이 빛을 받아들일 수 있게 지어져 있다. 어디서 자야할지 몰라 주변을 둘러보니 수도사가 말한다.


“여기서 주무시면 됩니다.”


침묵을 항상 지켜야하는 것도 아니고 필요할 때는 말을 하는 것이 당연하니 만큼 감사하다는 말로 받았다. 굳이 겸양을 떠는 데에 말을 하지는 않고 미소 짓는 것으로 대신한다. 훌륭한 수도사다.


올리버에게 손짓을 해서 저런 수도사가 되라고 눈짓을 하니 그냥 생글생글 웃기만한다. 미친 건가 싶어 귀엣말을 하니 ‘그러게요 잘생겼네요.’ 라고 하길래 머리를 쥐어박았다.


그래서 한 구석으로 가서 베네딕트회 규칙을 잘 지키는 수도사를 본받으라는 말이었다고 한시간이 넘도록 이야기하고 나서야 녀석이 수도원에 어울리게 진중한 표정을 되찾았다. 그제야 수도원을 살피는 일에 집중할 수 있었다. 먼저 약초밭을 살핀다.


독이 있는가? 환각을 보게하는 약초가 있는가?


이 두가지 사실은 많은 것을 알려주지는 않지만, 세가지를 알려준다. 첫째로, 연금술을 연마하는 이가 있는지는 알려준다. 만약 약초밭의 배치가 천구의 행성을 상징하기까지 한다면 그 연금술사가 약초밭을 관리하기까지 하는 걸 알 수 있다.


이게 뭘 뜻하냐고?


“올리버, 너의 무지를 다른 이에게 투사하지 말거라.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는 법이다. 첫째로 무엇을 숨기는가에 대한 첫번째 질문이 생긴다. 이곳에 연금술을 수련하는 이가 있는가? 이를 숨기는가? 혹은 이를 숨기지 않는가? 이 간단한 질문으로 이들이 과연 뭘 숨기는 지에 대한 질문에서 답이 아닌 것을 하나 지워낼 수 있는 것이다.”


수도원에서 사람이 죽어나가지 않는 이상에야, 이 다음으로 오는 것은 금서다. 교황청에서 금한 책을 이 수도원에서 가지고 있는 것이다. 다만, 이를 왕의 감찰관이고 한낱 수도사에 불과한 내가 문제 삼을 수 있는가는 또 다른 이야기다.


그렇다면 유해나 성물이다. 다른 수도원의 성물을 어떤 경로로든 구해서 이곳에 옮겨놨거나, 돈에 눈이 멀어 이 수도원에서 보관하던 성인의 유해를 팔았거나.


이곳에 성인의 유해가 있던가?


혹은 악마다. 흉흉한 소문이 돌고 억울하게 죽은 이가 나타난다는 소문이 돌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을 살피기 위한 첫걸음이 약초밭일 뿐이다.


그리고 악마가 나온다는 소문에 대한 답이 될 수도 있다. 물론 나온다는 이야기는 없지만, 환각을 보게 하는 약초를 잘 배합하고 특정한 상황을 유도하면 악마를 봤다고 생각하게 만들 수도 있을 법하다.


그래서 약초밭을 봤다.


약재상에서 볼법한 약초들이 있다. 그리고 농민들이 곧잘 고통을 호소하고는 하는 통풍이나 감기, 소화불량 같은 것에 잘 드는 약초들이 있다. 그래도 잘 보다보니 그 중에 약한 독성을 가진 약초도 있기는 하다. 독보리가 있다. 설마 보리를 심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으리라 믿는다.


그때 기숙사에서 잘 곳을 말해준 수사가 다시 와서 묻는다.


“약초밭에 관심이 있으십니까?”


“아, 안녕하십니까.”


네면이 벽으로 둘러쌓인 가운데에 놓인 약초밭은 네개의 구획으로 나뉘어있었다. 설명을 하고자하는 눈치의 수도사에게 말할 기회를 주는 건 그에게도 좋은 일이겠지.


“이 네개의 구획은 어떤 기준으로 나눈 것입니까?”


“아, 좋은 질문입니다. 주께서는 여러번 방위에 대해 말씀하십니다. 하지만 그 방향이 우리가 듣기에 당장 동쪽을 가리키는 듯한 오른쪽은 오른쪽이 아니라 남쪽을 의미하지요. 그를 위해 이 약초밭에 다다르는 곳의 오른쪽은 실제 방위로는 남쪽입니다. 이렇게 각각의 방위를 약초 밭의 쓰임새로 나누면서, 실익을 가져가면서 성경 속 말씀의 가르침까지 가져오는 것이지요.”


“그렇습니까? 아주 깊게 생각해서 이 약초밭은 만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각각의 약초가 의미하는 덕목까지 생각해서 심을 약초를 나누지 않았습니까?”


“아 알아보셨습니까? 이렇게까지 감탄해주시니 몸 둘바를 모르겠습니다. 그 어떤 수도사라도 이 정도는 쉬운 일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하, 이 약초밭을 구성하신 것도 수사님이셨습니까? 부디 이름을 알려주시지 않겠습니까?”


그 말에 그가 당치도 않다는 듯이 손사래를 친다.


“명성을 바라는 것도 아닐 뿐더러, 그렇게 기억할만한 이름도 아닙니다. 그래도 만체의 베드로께서 제 약초밭을 인정해주신 것만으로도 저는 이미 주의 축복을 받은 듯한 기분입니다.”


나를 아는가? 내 교리해설서는 그렇게 유명하지는 않으니, 연금술을 수행하는 수도사일수도 있겠다 싶다.


“수도사가 수도사의 이름을 묻는 것이 어찌 속세의 허명을 쫓는 것과 같은 일이겠습니까? 이름을 알려주시지요.”


훌륭한 수도사의 마음가짐인 건 둘째치더라도, 이름을 알아야 다른 이들에게 이 자가 뭘 하는지 물어볼 것 아닌가?


“아, 그렇게까지 말씀해주신다면···. 전 알가라고 합니다.”


“어디의 알가인가?”


“이곳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더럼의 알가입니다.”


“알겠네. 참으로 훌륭하게 수도하는 젊은이라서 보기 좋네.”


훌륭한 수도사다. 나고 자란 곳에서 자신의 수도원장의 말을 따르며 한 수도원에서 닦을 수 있는 지식을 최대한 닦고 있는 것 아닌가. 성 베네딕트께서도 흡족해하실 자가 아니겠는가?


“혹시 연금을 하는가?”


“예. 부끄럽지만 형제님께서 집필하신 연금술의 이해를 정말 인상 깊게 읽었던 뒤로 연금을 했습니다.”


심지어 내 저서를 읽고 연금술에 열중하던 사람이기까지 한가. 좋게 보이는 것과는 별개로, 뭔가 의심스러운 일이 있거나 하면 이 친구일 가능성이 크다. 연금의 목적과는 상관 없이 지식은 악용될 범위는 무궁무진하지만, 여기 있는 약초로는 그런건 불가능하다.


“혹시 따로 숨겨둔 약초밭이 있나?”


“네? 연금술에는 그런게 필요한가요?”


순수하게 그게 연금술에 도움이 되는지 물어보는 순수한 되물음에 적당히 웃으면서 넘긴다.


“아닐세. 혹시나 해서 물어봤네.”


이 수도원에 어떤 일이 있다 한들, 이 친구는 그 거리가 멀 듯 싶다. 그럼 주교가 보이던 그 수상한 행동은 무엇일까? 왜 우리가 이 수도원에 오는 것을 경계했을까?


아직은 알 수 없다.바라건대 아무런 죄악도, 비밀도 없었으면 한다. 주여 이 수도원을 보우하소서.


작가의말

매일 오후 6시 연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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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도릴라이움 전투(1) 24.01.07 25 3 12쪽
47 니카이아 공성전(7) 24.01.06 22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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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니카이아 공성전(5) +1 24.01.04 24 3 12쪽
44 니카이아 공성전(4) +2 24.01.03 27 3 11쪽
43 니카이아 공성전(3) +1 24.01.02 21 3 12쪽
42 니카이아 공성전(2) 24.01.01 21 3 12쪽
41 니카이아 공성전(1) 23.12.31 24 3 13쪽
40 정복 황제 윌리엄의 독백 23.12.30 37 3 14쪽
39 행군(4) +1 23.12.30 22 3 12쪽
38 행군(3) +1 23.12.30 28 3 12쪽
37 행군(2) +2 23.12.29 25 3 12쪽
36 행군(1) +1 23.12.28 25 3 12쪽
35 전투 후 처리 23.12.27 27 3 12쪽
34 바트크로이츠나흐 전투 +3 23.12.26 36 3 12쪽
33 성전으로(4) +1 23.12.25 27 3 13쪽
32 성전으로(3) 23.12.24 31 3 11쪽
31 성전으로(2) 23.12.23 30 3 12쪽
30 성전으로(1) 23.12.23 35 3 13쪽
29 식을 올리다(9) 23.12.22 41 3 13쪽
28 식을 올리다(8) +1 23.12.22 38 3 12쪽
27 식을 올리다(7) +2 23.12.22 35 3 12쪽
26 식을 올리다(6) 23.12.21 35 3 13쪽
25 식을 올리다(5) 23.12.20 43 3 12쪽
» 식을 올리다(4) 23.12.19 41 3 12쪽
23 식을 올리다(3) 23.12.18 51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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