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만능 수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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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공장성소
작품등록일 :
2023.11.30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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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07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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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0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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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릴라이움 전투(2)

DUMMY

내가 작전을 전달하니, 헝가리 부대를 나 대신 이끌게 될 야노스-요한의 헝가리식 작명이라고 한다-라는 이름의 남작이 나에게 되묻는다.


“일부러 기습을 당한 후에, 선봉이 버티는 동안, 저희에게 그 구원을 맡기는 겁니까?”


“그래. 바로 그거지. 어떻게 생각하나? 할 수 있겠나?”


야노스 역시도 귀족이지만, 아무래도 나의 명령을 받아야하는 사람들이라, 그들에게는 편하게 말한다.


그가 잘기른 콧수염을 비틀면서 생각에 잠긴다. 움직여서 적을 공격하는 게 어느정도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인지해서 하는 고민이겠지.


“헝가리에서 여기까지 다다르는 데에만 기동해서 공격 훈련을 당신이 몇번을 시켰죠? 걱정 마십시오. 그렇지만, 그곳의 지형을 미리 알 수 있다면 참 좋을 듯 싶습니다.”


“내가 척후를 이쪽으로도 보내게끔 하지. 가능하다면 지형을 그린 그림을 보내보도록 하겠네.”


손재주가 좋은 수도사들에게 일러두면 되겠지.


“그렇다면 안심입니다. 그리고 양익을 어느 정도 수레들로 보강하신다면 그렇게 펼쳐진 적의 양익으로 공격하는 게···.”


“당장의 계획이지. 하지만, 상황이 어떤가에 따라서 자네가 알아서 판단해주게.”


조금 망설이는 남작의 어깨를 두드리면서 격려해준다.


“첫번째 계획대로 모든 게 흘러가는 전장은 사실 그렇게 자주 있지 않네. 그래서 계획대로 못한 상황에는 어떻게 해야할지를 두번째, 세번째 계획을 세우지. 그러니 미리 그 정도의 계획은 자네한테 알려주겠네.”


첫째로 모든 대형이 유지된 상태로 정형화된 전투를 벌이고 있다면 적들이 길게 늘여버린 전선을 무너뜨리기 위해 양익으로 병력을 둘로 나눠서 보낸다.


둘째로는 양익에 적들의 병력이 길게 늘어서지 않았다면, 예비대의 형태로 후방에서 붙은 뒤, 천천히 지형을 우회해서 상대를 포위를 시도한다.


셋째로는 대형이 무너졌다면 무너진 대형에서 후퇴하는 병력들을 인도해서 다시 병력을 재구성하는 것을 돕는다.


“어느정도 모든 상황을 고려한 계획이네. 세번째 상황에서는 제대로된 명령을 내리기 힘들수도 있으니 미리 모두를 준비 시키는 게 중요하네. 지휘관이 먼저 상황을 파악하는게 중요하겠지?”


“알겠습니다.”


12000명의 병사를 맡게 된 남작이 내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 무게를 헤아리듯이 하늘을 바라본다.


그런 그를 두고 그 후방을 맡게 될 귀족을 찾아간다.


플랑드르 백작이다.


“아, 베드로 수사! 저번에는 덕분에 은화를 많이 아꼈소! 그 상인이 정말로 싸게 많은 물자를 보내줬지. 이제 행군할 때에 우리 병사들에게 나눠주면 사기가 올라갈 것이오. 다 당신 덕분이오.”


“아닙니다. 이는 백작께서 현명하게 움직이신 덕분이니. 제게 어떤 공이 있겠습니까?”


“하하. 내가 성전이 끝나면 크게 사례하겠네. 그래서, 어떤 전략을 내게 전하러 왔는가?”


앞서 전한 내용을 똑같이 전하니, 그가 되묻는다.


“지원군 뒤의 지원군이라는 말이군. 영광이 크지는 않은 자리일지 모르나, 가장 중요한 자리인가.”


결국 마무리 하는 망치는 플랑드르 백작의 병사들이기 때문에 그가 제대로 저들을 마무리 지어주는 것이 앞으로의 성전에서 소아시아를 지나는 데에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것을 곧장 이해했다.


“그말이 참으로 옳습니다. 영광도 뒤지지 않지요. 운이 좋다면 적의 수괴를 잡는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런 일은 힘들지 않겠나, 저번에도 그랬듯이 끊어내고 도망가는 것을 아주 잘하던데···.”


폐하와 함께 킬리지 아르슬란을 쫓는 병력에 본인도 있었는지 자신이 본것을 말한다.


“그렇습니까? 각하, 각하께서는 이 날쌘 이들을 완전히 포위해서 도망갈 곳을 없애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굳이 대답하지 않고 눈을 가늘게 뜬 채로 나를 바라본다. 침묵이 잠시 이어지고, 내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될 리가 없지.


“최대한 피해를 주거나, 우리 측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알맞은 판단을 내리시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도록 하지. 그러도록 하지···.”


말을 길게 늘이면서 그도 하늘을 바라본다. 하늘에 뭐가 있는지 나도 한번 봤지만 딱히 아무것도 없다. 용이라도 나오면 놀라기라도 할텐데.


그렇게 아무것도 없는 하늘을 잠시 보고 출발하기 이전에 올리버는 폐하께 맡겼다. 올리버를 맡기자 어이가 없다는 듯이 나를 쳐다보던 폐하가 녀석에게 어색하게 인사를 하시는 것을 확인하고 타란토 대공의 군대에 합류하기 위해 말을 달렸다.


행군이 시작됐다. 먼지구름이 둘로 나뉘고 동쪽에 더 치우친 남쪽으로 폐하의 군세가 향하시고, 타란토 대공의 군대는 남동쪽으로 움직인다. 멀리에 언덕의 능선이 보이고, 그나마 낮은 경사의 자리를 지나가도록 한다.


도릴라리움으로 가는데에는 보병들이 포함된 군대의 입장에서는 시간당 3마일의 속도로 움직여 언덕에서는 느려지고, 내리막에서 느려지는 것을 감안하여 생각하면 3일 정도가 걸린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틀차에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하게끔 진지를 꾸리게끔 할까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렇게 진지를 만든 후에 진지 내에서 공격당하면 대응하기 힘들 수 있으니. 야영을 좀 더 일찍 하고, 다음날의 기동을 천천히 하는 것으로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그 행군 속도를 후방에 나눠진 군대 역시도 맞춰야 하니 전령을 보낸다.


그리고 갑옷을 가볍게 갖춘 말에 수도사를 태워 보내서 적이 매복했을 곳, 앞으로 지나갈 곳을 그려오게끔 했다.


“살아서 돌아오겠습니다···.”


“재수 없는 소리 하지 마라.”


그렇게 저들을 보내고 돌아 왔을 때에 두 언덕 사이로 지나야 하는 길을 그려온 수도사들의 그림을 보고 대공과 내가 한숨을 내뱉었다.


“확실히 이곳이겠군.”


“그렇지요?”


길목이 좁지만, 언덕의 경사가 어느정도 있는 이곳은 우회해서 공격하기에 여러 애로사항이 있다. 아마도 원거리 무기로 저 언덕 위에서 공격하겠지. 언덕을 돌아서 오기에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결국 그래봐야 절벽도 아닌 언덕, 우회가 불가능 한건 아니지만 병력이 적다해도 어느 정도 대등한 싸움을 벌일 수 있는 곳.


아무래도 각개격파를 노리는 것보다는 유리한 지형을 선택한 듯 보인다.


“불리해. 그렇지만 기다리고 버티는 데에는 생각보다 더 쉬워질 수 있겠군.”


그림에 여러가지 작전 게획을 그리고, 이를 전달하게끔 전령에게 대공이 그 그림을 건네주자, 그가 곧장 후방 부대에 이를 전하러 간다.


높은 확률로 적들은 구덩이도 파고, 쇳조각도 뿌리고, 여러 함정까지 준비해놓았을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이들을 확인할 선봉부대를 꾸린다. 사실상 죽으라고 보내는 거나 마찬가지인 부대지만, 그래서 그들이 버텨낸다면 전투는 더욱 쉬워진다.


“저기까지 다다르기 전에 새로이 수정된 작전 계획을 만들어야한다. 오늘은 지휘관들에게 미리 이를 확인 시키는 것을 목표로 빠르게 작전을 수립한다.”

끊임없는 토론끝에 후방의 병사들 중 기마병들을 차출해서 언덕을 우회해서 적의 후방을 공격하는 것을 새로운 작전으로 수립했다. 적들의 군대가 언덕에 어느정도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 수가 언덕 전부를 확인할 만큼 크지는 않다는 확신하에 내린 판단이다.


“지금까지 척후가 확인한 투르크인의 척후의 수를 생각해보면 본대의 수도 어느정도 유추가 가능합니다. 거기에, 적의 진지를 이곳저곳에서 찾아내서 확인한 결과. 적의 규모는 궁기병 6000, 그리고 보병 7000을 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차출된 기병이 보병의 후방을 공격하거나, 궁기병을 노릴 때에도 저들이 막아내거나 남은 병력으로 이들을 오히려 포위할만한 병력이 나오지 않는다는 뜻이다.


“적들이 우리가 예상한 것보다 많을 경우, 단순하게 기사들은 곧장 뒤로 돌아 말을 달리거나, 어떻게든 공격을 하면서 말에서 내려서 보병만을 노리는 것도 괜찮을 것이라고 지휘관들에게 미리 전해야겠군.”


아무리 준비해도 전쟁은 생각치 못한 일들에 맞닥뜨리게 되고, 이번에는 지형이 생각한 것보다 더 불리하다는 것을 알았다.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중요하다.


언덕 위로 오르는 것도 방법중 하나겠지만, 병력의 수가 많다보니 질서를 유지하면서 언덕의 행차와 전투를 시키기는 힘들 것 같아 이를 방법에서 제외했으니.


평야에서 우리의 군대가 최대한 잘 싸워주기를 바라야한다.


아니면 내가 직접 잘 싸우거나.


어느쪽이 됐든 전투가 시작되면 몇시간 동안 모두가 피와 땀을 흘리면서 다른 쪽을 죽이고자 하겠지. 적들 역시도 자신의 백성을 지키기 위해서라는 말을 하면서 기도했겠지. 나 역시도 그런 기도를 한다.


주여. 제게 이유를 주소서. 하루를 지나갈 이유를, 전투에 나갈 이유를. 그리고 다른 이의 다음날을 빼앗을 권리를.


그리고 다음날이 밝았다.


“Deus vult! Deus vult!”


우리가 이곳에 있다는 것을 숨기려는 노력도 하지 않고 우리의 병사들은 구호를 외치면서 자랑스럽게 발걸음을 옮긴다.


타란토 대공 보헤몽이 말하기로는 귀족들 중 몇몇은 5주내로 예루살렘에 다다르고 성지를 탈환할 것이라는 말까지 할 정도로 성전군의 사기가 높다고 한다.


그래서 저들끼리 구호를 반복하다가 온 군대가 한입을 모아서 소리지를 정도가 되고, 우리는 이미 대형을 이루고 전투를 준비하고, 킬리지 아르슬란의 군대가 ‘기습’을 시작한다.


빠르게 올린 방패를 보고 적들이 과연 낌새를 눈치 챌까? 이미 갑옷을 입은 기사들을 보고 저들이 도망칠까?


그리고 저들 가운데 가히 홀로 공작새와 같은 기품을 뽐내는 이가 있었다.


투르크어로 검이라는 이름을 받은 이유가 무엇인지 알것 같은 남자가 있었다.


“아르슬란···.”


나는 모든 갑옷을 갖춰 입고 기사검을 양손으로 쥔채로 방패를 들어올린 대열 가운데 함께 서있었다. 지휘를 하기 위해 합류한 것이 아닌, 버티는 역할을 더 오래하기 위해 가운데 대열애서 최대한 적들을 막아내기 위해 움직이고자했다.


온갖 구덩이, 그리고 함정들을 이겨내고 살아남은 백명 중 단 열명의 대열에 합류한 내가 검을 높이 들어올리고 갑옷 안에서 울리는 목소리로 소리친다.


“Deus vult!”


모든 것은 신의 뜻대로 움직이고, 나는 그 작은 역할을 하는 작은 종에 불과하다.


아침햇빛이 반사되어서 내 검의 빛이 킬리지 아르슬란을 비춘다.


“이교도들은 신의 뜻대로 스러질 것이다! 아닌가?”


“Deus vult! Deus vult!”


지축을 울리는 함성소리 아래 기다린다. 적들이 오기만을 기다린다. 언제 저들이 올 것인가. 우리와 저들의 거리가 점점 가까워 온다. 방패를 올리고 걸어오는 보병과, 활을 든 적의 기병이 다가온다.


그래. 모든 것은 신의 뜻대로 이어질 것이다. 병사의 눈높이로 적을 바라본다. 내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나를 잘 지켜주던 말에서 내려, 오래된 판금갑옷만을 의지해서 적을 베어야한다. 숨을 크게 내쉰다.


“신의 뜻대로···.”


한번 더 말하고 검을 양손으로 쥔다.


작가의말

매일 오후 6시 연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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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릴라이움 전투(2) +1 24.01.08 21 3 11쪽
48 도릴라이움 전투(1) 24.01.07 26 3 12쪽
47 니카이아 공성전(7) 24.01.06 22 3 12쪽
46 니카이아 공성전 (6) +2 24.01.05 22 3 11쪽
45 니카이아 공성전(5) +1 24.01.04 24 3 12쪽
44 니카이아 공성전(4) +2 24.01.03 27 3 11쪽
43 니카이아 공성전(3) +1 24.01.02 21 3 12쪽
42 니카이아 공성전(2) 24.01.01 22 3 12쪽
41 니카이아 공성전(1) 23.12.31 24 3 13쪽
40 정복 황제 윌리엄의 독백 23.12.30 37 3 14쪽
39 행군(4) +1 23.12.30 22 3 12쪽
38 행군(3) +1 23.12.30 28 3 12쪽
37 행군(2) +2 23.12.29 25 3 12쪽
36 행군(1) +1 23.12.28 25 3 12쪽
35 전투 후 처리 23.12.27 28 3 12쪽
34 바트크로이츠나흐 전투 +3 23.12.26 37 3 12쪽
33 성전으로(4) +1 23.12.25 27 3 13쪽
32 성전으로(3) 23.12.24 32 3 11쪽
31 성전으로(2) 23.12.23 30 3 12쪽
30 성전으로(1) 23.12.23 36 3 13쪽
29 식을 올리다(9) 23.12.22 42 3 13쪽
28 식을 올리다(8) +1 23.12.22 38 3 12쪽
27 식을 올리다(7) +2 23.12.22 36 3 12쪽
26 식을 올리다(6) 23.12.21 36 3 13쪽
25 식을 올리다(5) 23.12.20 44 3 12쪽
24 식을 올리다(4) 23.12.19 41 3 12쪽
23 식을 올리다(3) 23.12.18 52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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