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만능 수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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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공장성소
작품등록일 :
2023.11.30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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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07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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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0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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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카이아 공성전(2)

DUMMY

“이곳의 성은 제대로 된 해자와 함께라면, 정말 함락시키기 힘든 성입니다. 하지만 제대로 된 해군이 동반된다면 어렵지 않지요. 크기가 너무 작습니다.”


올리버를 힐끗 본 건축가가 곧장 말했다.


확실히 아주 단단한 성벽에 비해서, 크기가 크지는 않다. 해자도 꽤 깊게 파진 것 같지만 사람을 조금 소모하면 못 메울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저 호수에서 흘러들어오는 물을 해결할 방법이 없는 것이 문제다.


“그렇습니까? 해자를 메우는 건 힘들어보입니다.”


“그렇지요. 강이나 호수를 낀 성은 그래서 공략이 힘듭니다. 병신이 아닌 이상 해자는 당연히 있고. 그렇지만 저 성의 크기 때문에 물자의 저장이 힘드니 만큼, 호수를 통한 보급을 막아낼 수 있는 해군의 존재가 중요합니다.”


“저 호수에 옮길 수 있는 작은 배를 타고 지중해, 흑해를 건널거라 생각하지는 않을 테고. 이를 바실레우스도 아는가?”


“이미 당신의 바실레우스가 해군을 요청했고, 롱보트를 최대한 옮기게끔 하시고 계십니다.”


“그걸로 적들의 해군을 충분히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고작 롱보트로 그게 될지는 의문이다.


“충분히 가능하지요? 그리스의 불의 본고장이 어디라고 생각하십니까?”


그 악마의 무기를 말하는 것인가.


“그렇습니까. 해군의 수는 몇명 정도 됩니까?”


“2000명이 100척에 나눠탑니다. 그리고 열척에 그리스의 불을 뿜는 선수가 있지요.”


어느 정도의 전력인지 감도 안잡힌다. 그리고 적들이 가진 배가 몇척이나 있는지도 모른다. 어차피 우리 성전군이 깎여 나가는 것도 아니니 신경을 꺼야겠다 싶다.


“적들의 물자가 최소한 한달에서 두달치는 있는 것으로 판단되는데, 단지 물자를 봉쇄하는 것만으로 가능합니까?”


“오. 당연합니다. 그야, 방비가 상대적으로 덜된 서쪽 방벽으로 끊임없이 압박을 받는 성은 서쪽으로 병력을 돌려야 할 것이고, 그렇다면 병력이 끊임없이 몰려오는···.”


“그러니까 성전군이 눈길을 돌려진 동안 공격한다면 가능하다는 말씀이시군요.”


“맞습니다.”


한숨이 다 나온다. 정말로 영광스러운 콘스탄티노플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이 제국은 어떻게 살아남고자 하는 계획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렇다면 성전군이 오지 않았다면 콘스탄티노플에서는 이 요충지를 어떻게 회복하실 생각이었습니까?”


“음. 저는 단순한 건축가입니다.”


난처한 듯이 그가 말한다. 수염을 기르지 않았기에 환관인가 싶어 물어봤지만 아니었나.


“그렇겠지요. 이해합니다.”


당장은 소아시아에 최대한 적은 역량을 부으면서 헝가리와 투르크에 압박받는 전선을 최대한 풀어보고 싶은 것으로 보인다. 헝가리도 이렇게 많은 성전군을 보내줬는데 헝가리를 공격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고, 아마도 투르크 쪽의 전선을 풀어보려는 생각 아닐까.


“그렇다면 더 많은 롱보트를 요청해야겠군요. 그저 압박만을 주기에는 제대로된 방어시설이 지형뿐인 방면을 포기할 수는 없으니.”


그 말에 또 침음성을 내는 건축가를 쳐다보니 그가 솔직하게 말한다.


“사실 폐하께 요청을 받았습니다. 최대한 더 많은 지원 없이 성을 함락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라고 하셨지요.”


그래서 지금 더 지원을 요청하면 본인의 입장이 애매해진다는 건가?


“그건 제가 고려할 일이 아닌 것은 아시지 않습니까?”


“하지만, 그. 제 입장이.”


“당장 목을 베서 보내줄 수도 있소. 지금까지 말한 것 중에도 거짓이 있으면 당장 말하시오.”


물론 죽이지는 않겠지만, 짐짓 당장에라도 죽여버릴 것처럼 검자루에 손을 대자 그가 사실을 고한다.


“사, 사실. 1500명 만이 옵니다.”


확인하기 힘든 사실을 날조해서 지원을 더 부르지 못하게 하려 했으니 지원을 요청해도 유의미한 숫자가 오기는 힘들겠다. 그러면 롱보트에 사람마저 적게 실어 오는데, 거기에 최대한 많은 사람을 적재한다면 몇명이나 탈 수 있을까?


100여척. 무리에 무리를 거듭해서 30명정도는 적재할 수 있다고 생각해보자. 3000명이 바다에서 롱보트에 의지해서 벽을 오른다면?


“그러면 적측의 지휘관이 조금만 유능하다면 유의미한 숫자를 태우지 못할 롱보트를 아예 무시하고 한 곳에 병력을 집중하지 않겠나?”


“맞습니다···.”


“지원을 부른다해도 제대로 된 지원이 안 오겠군요.”


그렇다면 방법은 보급을 요청해서 물자를 비축하는 방법이다.


“그렇다면 물자나 보내달라고 요청해야겠습니다.”


“그거라면 아마 보내줄 겁니다. 지금 군대와 군사가 모자르지 세금은 오히려 더 걷힙니다.”


“정말입니까? 현재 제국의 영토가 절반도 넘게 줄은 상황 아닙니까?”


그런 거라면 본받을 필요가 있겠다 싶어 물어보니 이해가 안되는 대답이 돌아온다.


“군인들에게 교회의 땅을 나누어주고, 그 땅에 정해진 세금을 못내면 직접 채워 오게끔 하는 것이지요.”


그말을 들은 올리버도 어리둥절한지 나를 쳐다본다.


“예?”


“말 그대로입니다. 땅에서 생각했던 양만큼의 세금이 들어오지 않으면 본인의 가산을 털어서라도 내게끔 하는 것이지요. 이를 실패하면 그 땅은 다른 군인에게 갑니다. 그 군인은 땅을 잃게 되겠지요. 때에 따라서는 직위를 잃기도 합니다.”


지금 내가 무슨 말을 듣고 있는 건가?


“그럼 세금이 잘못 책정됐을 경우에는 어떡합니까?”


“더 ‘열심히’ 농사해서 더 많은 소출을 내면 그만입니다. 적을 경우에는 15년에 한번씩 내려오는 감찰로 확인하는 것이죠.”


“많이 책정되었을 경우에도 감찰이 와서 확인하지는 않습니까?”


“현제 진정한 로마는 여러 위협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세금을 줄일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이런 식이면 자신의 검을 팔아서 세금을 내는 이들도 있지 않겠나? 이러면 군대가 유지 될 수는 있는가? 봉건제와 비슷한 말도 안되는 체계에 약간 머리를 굴리고 있자니, 생각해보니 내가 걱정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 눈 앞에 있는 성에 대해 생각한다.


“당신이 이 성에 대해 잘 안다고 하지 않았소? 가능하다면 어떤 식으로 이뤄져 있는지 한번 그려보시오. 여기 펜이오.”


종이보다는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는 양피지에 그리게끔 양피지를 가져다 달라고 올리버에게 시켰다.


“엑.”


요즘은 내가 바빠 제대로 살피지 못했더니 이런 반항까지 시도하기에 녀석에게 재촉한다.


“빨리.”


그제야 움직이는 녀석을 보고 잠시 한숨을 쉬니, 건축가가 내게 말한다.


“사생아라 한들 그렇게 다정하게 기르니 보기가 좋습니다.”


다 안다는 듯이 나를 쳐다보면서 그렇게 말하기에 항상하는 말을 한숨을 쉬면서 한다.


“양딸입니다. 부디 오해 마시길.”


“아. 그렇습니까.”


그럼에도 다 안다는 듯한 표정을 지우지 않는 건축가에게 더 설명할까 싶었지만 변명이 궁해서 그만뒀다.


“모든 비밀통로와 설계상 취약점, 그리고 공격하면 좋을 곳까지 적으셔야 할겁니다. 시간은 이틀이면 되겠습니까?”


대신 일이라도 더 시키니 입을 다물었다. 원래 사람들은 괜히 입을 열었다가 손해보면 그 손해를 기억해서 침묵은 금이라는 사실을 떠올린다. 성 베네딕트의 규율까지 떠오르게 하는 참으로 지혜로운 방법 아니던가?


“그리고 가능하다면 설계상의 준비 단계와 정확한 면적도 측량한 게 있다면 곧장 적어주십시오.”


거의 이제는 서책이 될 것 같은 양의 작업을 요구하자 뭐라도 말하려는 듯 건축가가 입을 열기에 곧장 천막 밖으로 나온다.


올리버가 그 사이에 양피지를 가지고 왔기에 내가 천막을 열고 이를 던져 주고, 펜과 잉크도 줬다.


“지금까지의 성전이 어떤 것 같으냐? 이런 걸 눈앞에서 보는게 쉬운 일은 아니었을 텐데. 이따금 토를 하고 힘들어하는 이가 있다.”


그리고 밀렸던 이야기를 묻는다.


“음. 직접 눈 앞에서 보는 것으로는 충격적이기는 한데, 피가 흐르고 사람들이 죽는 건 몇번 봤다보니 그렇게 충격적이지는 않네요.”


“그렇다면 다행이다.”


그래도 영혼의 나이는 마흔이 넘는 아이이니 충격을 크게 받지는 않았는가 싶다.


“전쟁을 딱 한번 봤거든요, 오기 전에. 적어도 그 정도는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녀석은 더 심한 참상을 봤겠구나.


“천년 뒤에는 사람이 많겠지. 그만큼 전쟁의 죽음도 많을 테고. 하지만 내게는 그런 광경을 상상하기는 힘들구나.


미래에는 어떤 무기를 쓸까? 미래에는 어디서 싸울까? 분명 인간은 하늘도 바다도 그 발 밑에 두고 전쟁의 무기로 사용하겠지. 더 효율적인 파괴를 위해 매일 같이 궁리했을 사람들이 얼마나 멀리 갔을지 나는 두렵구나.”


올리버는 난처하다는 듯이 웃는다.


“글쎄요. 제 생각에는 너무 멀리갔다고 생각했는데, 그보다 더 멀리 갈 수도 있었다는 걸 알고 죽었어요.”


“죽었다? 그냥 시간을 건너온 게 아니구나?”


시간을 건너 올 때는 이미 죽어있는 상태로 영혼이 아직 천사의 입맞춤을 받아 새로운 영혼이 그 몸에 들어가기 전에 자신의 영혼이 들어간 것인가?


“그···렇죠? 당연히 그렇게 아실 줄 알았는데. 그러고보니 한번도 말한 적이 없군요?”


“주의 기적이라 한들 법칙이 있는 법. 당연하다고 생각한 것 역시 한번쯤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일견 복잡해보이는 것이 진실로 보일 때가 있는데, 대부분은 단순한 것이 진리인 일이 많다.”


“오. ‘오컴의 면도날’이네요?”


처음 들어보는 이름을 들어 말을 하는 녀석과 눈을 맞춘 채로 잠시 침묵이 이어지다가 내가 입을 연다.


“그게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유명한 이라면 아직 태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겠구나.”


참 이상한 대화라고 생각하면서도 재밌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면도날이라.


“그런가요?”


“면도날이라는 말이 괜찮은 비유로구나, 필요 없는 것들을 제한다는 의미에서 면도날이라는 거겠지? 뭐 이것으로도 책을 적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건 나중에 태어나실 오컴씨에게 미안한 일이니 그냥 개념만 알아두자꾸나.”


“넵.”


“뭐, 다른 이들에게 계속 말하는 이상 어느 식으로든 이름이 붙을 수 있지만, 가장 간단한 것을 찾아보면 되는 거지.”


가장 간단한 것, 가장 간단한 것이라. 불현듯, 이 생각이 괜히 떠오른 생각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복잡하게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더 멀리 돌아가는 길로의 첫걸음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렇다면 적들은 지원군이 도착한 것을 어떻게 판단할지, 그 간단한 생각을 해본다.


“올리버, 정말 잘했다.”


투석기를 발사하는 이들에게, 적의 망루를 집중적으로 타격하게끔 명령을 내린다.


“적의 망루를 무너뜨리면 우리의 승리다.”


망루가 달리 없다한들, 저들의 성벽 위에서 우리 군의 배치는 잘 보인다. 하지만, 언덕 너머의 전투를 알 방법이 있겠는가? 6마일이나 떨어지 곳에서 지원군을 공격한다면 언덕 너머의 지원군은 먼지구름 이외에는 이들을 판단할 방법이 있겠는가?


먼지구름이다. 간단하게도 적들은 1만에 달하는 궁기병이 다가오는 것으로 궁기병의 도착을 판단하겠지. 지원군을 불렀다한들, 그들이 언제오는 지를 전달받지는 못했을 테니까.


“그러니까 망루를 무너뜨리고, 우리의 기마병으로 먼지구름을 일으켜 지원군이 온 척을 한다?”


“간단하지 않습니까? 적들의 지원군이 아직 오지 않았을 때에, 지원군이 왔다고 착각하게끔 하는 것이지요.”


꽤 튼튼한 망루지만, 모든 투석기를 집중하면, 곧 무너질 것이다. 이제 정말로 시간과의 싸움이다.


작가의말

매일 오후 6시 연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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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니카이아 공성전(4) +2 24.01.03 27 3 11쪽
43 니카이아 공성전(3) +1 24.01.02 21 3 12쪽
» 니카이아 공성전(2) 24.01.01 22 3 12쪽
41 니카이아 공성전(1) 23.12.31 24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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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행군(1) +1 23.12.28 25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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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식을 올리다(7) +2 23.12.22 36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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