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만능 수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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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공장성소
작품등록일 :
2023.11.30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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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07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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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1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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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시아 행군(2)

DUMMY

그렇다고 내전을 벌일 수도 없으니. 직접 조사를 해봤다. 당연하지만 그의 군영에도 수도사들이 많다.


“토마스 수사. 고드프리의 군영에서 고생이 많소.”


“베드로 수사님께서 저를 찾으실 일이 어디 있습니까?”


고드프리의 군목인 토마스가 경계하듯 말한다.


“주의 아래에서 주를 따라가는 수도사였던 이가 수도사에게 교분조차 나눌 수 없던가? 이번에 길게 이어질 행군에 앞서 보급품을 확인해보려 했는데, 이를 거절했소. 혹 내게 그 이유를 알려줄 수 없는가?”


“그야 자신의 권위를 회복하기 위함 아니겠소? 독일 지역에서 온 성전군의 대한 통제를 높이려는 듯 생각되오. 아무래도 연이은 승전을 이끄신 분이 새로운 프랑크 제국의 황제시다보니 이를 자신의 권위가 떨어지는 일이라고 생각하신 것 같소.”


“그게 무슨 소리요? 공작께서는 분명히 하부 로레인의 병력과, 상부 로레인, 부르군디, 아헨의 병력을 모아서 오시고, 모든 작전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 않았소?”


그 말에 묘한 표정을 짓던 고드프리 공작의 군영목사가 반박한다.


“하지만 가장 지위가 높으신 폐하가 그 칭송을 다 받으시는 것 아니겠나?”


“그렇지만, 주의 영광은 함께 받는 것 아닌가. 그리고 이 곳에서 세워지는 세로운 왕국이나 봉토가 생긴다면 온갖 봉토를 가지고 계신 폐하가 이를 취할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폐하께서는 충실한 봉신에게 확실한 보상을 주십니다. 하부 로레인의 공작이 아무리 신성로마제국의 황제와 봉건 계약을 맺었다 한들 지금 그 권위가 닿는 황제는 누구입니까?”


바실레우스의 이름을 말하려던 수도사는 아무래도 그건 아니가 싶어 말을 멈추고 조금 힘겨워하다가 다른 말을 한다.


“제게 비밀을 지키라고 했지만, 같은 수도사에게 말하는 것이 어찌 비밀을 누설하는 것이겠습니까? 주가 저희의 비밀을 지켜주시겠지요.”


이제야 입을 열 마음이 든 토마스 수도사의 말을 고개를 끄덕이며 기다린다.


“사실, 킬리지 아르슬란의 군대에서 주님의 생사를 확인하기 위해 찔렀던 것으로 보이는 창을 찾았습니다.”


하. 한숨이 나오는 결론인가.


“그렇습니까. 그렇겠지요. 퍽이나 그렇겠습니다. 참으로 대단하군요. 그냥 오래된 창인지 어떻게 압니까?”


천년간 보관된 것 같은 창이면 그걸 누가 쓰고자 하겠는가.


“하지만 이를 확신하게 할만한 광명이 그 창에 깃들어 있습니다. 지금은 피에르 수도사가 보관하고 있습니다. 한번 보시겠습니까?”


성경에 대한 권위가 꽤 높은 나에게 한번 확인을 시켜보고 싶은지 몸이 달아서 분명 비밀을 지키라고 했을 공작의 명령을 까맣게 잊고 직접 보여주기까지 하려고 한다.


“알겠습니다. 뭐가 됐던 그런 창을 다시 강탈해가려 할것으로 우리를 낮게 보셨다니 공작에 대한 실망이 크기는 합니다.”


“그, 그런 것은 아니고, 아무래도 기적의 주인공이신 윌리엄 폐하가 존재하는 시점에서 만약 성창의 존재가 실제한다면 모두가 그 알맞은 주인은 페하라고 생각하지 않겠습니까?”


황급히 변명하지만 이 의논에 구원 같은 건 없다.


“그렇다고 생각합시다, 뭐가 되었건 이를 누구에게도 주고 싶지 않아하고 욕심을 내며 주의 기적을 자신의 것으로 하고 싶어하는 이를 우리의 주께서 달갑게 여기시겠습니까? 한번 깊게 생각해 보십시오.”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사실 할 말이 없습니다만···. 어쨌든 직접 실물을 보셔야만 합니다. 직접 그 자태를 보고도 이게 주에게서 비롯된 물건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어떤 불경한 말이 나올지 기다렸지만 그대로 토마스 수사는 말을 흐린다. 선이 어디에 있는지 잘 아는 사람이라 생각하고 있자니 수도사가 앞장을 서서 고드프리의 군영을 그대로 가로지른다.


“주께서 함께 하시길.”


몇번이고 인사를 반복하고 성호를 긋는 병사들에게 마주 성호를 그어주고 나니 휘황찬란한 천막에 다다랐다. 고드프리 공작의 천막인가 생각했지만 그의 가문의 깃발은 없고 흰 바탕에 붉은 십자가만이 그려진 깃발이 꽂혀있다.


천막을 열고 나니 황금빛 광채가 눈을 덮는다.


언젠가 봤었던 것 같은 이 광채가 누구의 권능이고 어떤 존재의 부분을 가져온 것인지 알 수 있다. 그래, 나는 모든 것을 봤었다. 기억이 돌아올 듯한 느낌에 머리 속이 불타오르는 것 같다. 첫번째로 다다랐던 예루살렘의 샘물이 생각난다.


베데스다의 샘물에서 나는 천사의 손짓을 기다렸다. 주에게 가까운 그 종의 손짓을 기다렸다. 폐하의 즉위식에서 보았던 그 빛을 다시 한번 보기 위해서, 세계의 본질을 보았던 날을 다시 한번 만들기위해서 죽을 듯이 연금을 했고, 결국 한번 더 보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베데스다의 샘물을 계속 바라봤다.


천사의 손짓이 다다를 때까지 기다렸다. 밥도 물도, 생각조차도 하지 않고 그 샘물만을 바라봤다.


다시 한번 주가 직접 이어진 무언가가 보일때까지 기다렸다.


그리고 샘물이 일렁였고, 이때 나는 황금빛 광채를 다시 한번 봤다. 그리고 모든 것을 보았다. 세계를 이루는 모든 축이 주를 향해 있고 모든 것의 중심은 어느 곳도 아니다.


단지 주의 존재가 세상을 이루고 있는 것을 보았다.


이번에는 내 맨눈으로 모든 것을 보았다. 과거에서 부터 시간의 끝까지. 시간은 끝나지 않기에 그것을 전부 인식하는 것이 내 존재를 모순되게 만든다. 끝이 없음을 인식하는 것은 마치 개념처럼 생각할 수 있지만, 그 무한을 직접 인식하는 것은 필멸하는 인간의 뇌로는 불가능하다.


불가능이 가능한 것은 세계의 모순이다.


모순이 된 나는 조금씩 부스러지지만, 모든 것의 주인이신 하나님의 눈길이 이를 막는다.


–너의 파괴를 허하지 않는다.


죄가 깊다. 나는 죄인이다. 나는 모든 것을 끝내야만한다.


–죄가 깊으니 영원함을 얻어라.


영원히 참회하면서, 영원히 고통 받거라. 그 고통 안에서 너가 끝끝내 나를 선택할 수 있을지 보겠다. 주변의 모든 것이 파괴되고 너 혼자만 존재한다 한들···.


깨어났을 때에 나는 연금술의 완성만이 머릿속에 남았다. 이 모든 기억이 떠오르고 나서야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깨달았다.


나는 참회해야만 했다.


그리고 나는 너무 많은 것을 알아버렸다. 우주에 찍힌 점에 불과하고 나는 아무것도 아님에도 영원을 명받았다. 저 창은 주에게서 비롯된 작은 물건이다. 그 모든 것에 어떤 이유가 있겠는가.


단지 하루 하루를 지나갈 뿐, 주의 축복을 만들 수 있는 내 두손을 생각할 뿐. 최대한 내가 주의 마음에 맞게 살아가기를 바랄뿐이다.


그리고 이 성전이 무엇을 위함인지 알겠다. 이 성전은 저 이교도들을 전부 죽이고 그곳에 기독교의 도시를 만들기 위함이 아니다.


앞으로도 이곳은 나뉘고 나뉘고 나뉘어서 파멸의 단초가 될 지방이다. 저 곳을 모두 통합해야만한다. 그리고 종교의 이유로 다시 한번 전쟁이 나지 않게끔 무너지지 않을 왕국을 만들어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보헤몽도, 고드프리도, 그 누구도 예루살렘의 왕이 되게 할 수는 없다. 윌리엄 폐하는 이곳에 머물 수 없다. 그렇다면 어찌 해야하는가?


폐하의 아들인 로베르 공왕이 그나마 괜찮은 군주로 보인다.


그렇다면 어찌해야하는가? 앞으로 올 영광을 최대한 그에게 몰아줘야한다.


이 성창은 진실된 성창이지만, 주의 존재를 인간들에게 일깨우는 것 외에는 큰 효과가 없다. 조지아가 강해져 셀주크 튀르크의 힘을 줄이고 튀르크가 부활하는 일을 막아야하며 이집트의 이슬람의 힘을 줄이고, 최대한 비잔틴 제국과 비슷한 노르만 문화를 도입해야한다.


그냥 문화를 바꾸는 것이 아닌 더 살기 좋은 삶을 약속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공왕전하가 이 땅을 점령하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비슷한 문화권의 누군가가 이 소아시아를 점령해서 분쟁과는 별개로 문화권을 통합하는게 중요하다.


이 땅, 에데사를 볼로뉴쉬르메르의 볼드윈에게 주는 것이 좋아보인다.


이 모든 생각이 이어지고 성창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니 토마스 수도사가 내게 말한다.


“타, 탐을 내거나 하지는 않겠지요?”


“그럴 리가.”


어차피 주의 손길이 직접 닿은 모든 것은 주의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겠나. 내가 어떻게 하고자 의지를 가지건, 가지지 않건 모든 것은 주의 뜻대로 되겠지.


무력함을 느낄 만한 이야기가 될 수 있지만 주는 우리에게 자유의지를 주심으로 그 선택을 보신다. 주를 믿는 선택이 될 수도, 주가 바라지 않았던 선택이 될 수도 있지만, 주의 손길이 직접 닿았던 무언가는 직접 움직이신다.


보라. 주의 피를 받아 빛나는 이 창을 보아라. 천년이 지났음에도 주의 광명이 사라지지 않고 모두에게 기억을 일깨워주지 않던가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주께서 나를 보호하기 위해서인지 모든 것이 떠오르지는 않았다. 앞으로 일어날 일을 안다한들 나는 수도사일뿐이고, 지금은 주께서 도래한지 천년 조금 넘게 지났을 뿐이다.


눈 앞의 성전만이 지금 내게는 중요한 일이고 단지 성전만을 생각하기로 마음 먹었다. 주께서 내게 내리신 사명을 언제까지나 이어갈 것을 생각하면서 성호를 긋는다.


하지만 이 성전이 주께서 바라시는 것인지는 의문이다. 앞으로도 수천년간 종교라는 이름 아래에서 벌어지는 전쟁을 기억한다.


“주의 손길이 닿은 물건입니다. 덕분에 많은 것을 보았습니다. 이 물건을 소중히 사용하시기를.”


갑자기 내가 욕심을 내지는 않을까 걱정하는 듯했던 두 수도사는 내말을 듣고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욕심은 주께서 사랑하시는 것이 아니니, 부디 두 수도사께서도 이 물건에 대한 욕심을 내고 있으시다면 부디 이 미혹에서 벗어나기 바랍니다.”


어떤 성유물이든 어떤 물건이든, 결국 중요한 것은 주의 율법이고 주의 경전이다.


“이런 성유물이 수십개가 있다한들, 성경의 글자들의 무게에 반도 미치지 못합니다. 물론 주의 기적을 행하심을 증거하는 물건이 있음은 미혹에 시달리던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경험일 수도있지만, 하나이신 하느님을 믿던 이들에게 이런 물건들은 단지 주께서 내려주신 성스러운 물건에 불과하지 않습니까?”


“그 말이 지혜를 가지고 있으니 새겨 듣겠습니다.”


수도사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고 미소를 짓는다. 이리도 신실한 자들이 이 군영의 병사들을 가리키니 어찌 좋지 않은가?


천막을 나서니 고드프리가 화난 듯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흥. 어떻게든 군영에 침입하는 꼴이라니. 어떻게 할 셈이지? 너의 주군에게 영광이라도 돌릴 생각이냐?”


“하부 로레인의 공작 각하. 저는 그럴 생각입니다. 영광을 저의 주인께 돌릴 생각이지요.”


“그럴 줄 알았···.”


그의 말을 끊으며 답한다.


“이 모든 영광은 우리의 주 하나님과 그 아들 예수 그리스도와 신성한 성령의 보살핌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공작 각하 역시, 그렇게 생각하실 것이라 믿습니다.”


본격적인 행군에 들어가기도 전에 성유물을 두고 분쟁을 벌일 뻔했지만, 잘 넘겼다.


“그야··· 당연한 소리지.”


“신성하고 귀한 물건임은 분명합니다. 다만 저와 제 주군께서는 당신의 군대가 얼마나 잘 먹고 입으면서 소아시아를 지날 수 있는 지를 알고 싶었던 것입니다. 조사를 허가해주시겠습니까?”


“그러지···.”


뭔가 말렸다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그가 수긍한다. 십만명의 병사가 어떻게 앞으로 나아갈까. 아직도 머리가 아프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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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소아시아 행군(1) 24.01.10 21 3 12쪽
50 도릴라이움 전투(3) 24.01.09 19 3 12쪽
49 도릴라이움 전투(2) +1 24.01.08 20 3 11쪽
48 도릴라이움 전투(1) 24.01.07 25 3 12쪽
47 니카이아 공성전(7) 24.01.06 22 3 12쪽
46 니카이아 공성전 (6) +2 24.01.05 21 3 11쪽
45 니카이아 공성전(5) +1 24.01.04 24 3 12쪽
44 니카이아 공성전(4) +2 24.01.03 27 3 11쪽
43 니카이아 공성전(3) +1 24.01.02 21 3 12쪽
42 니카이아 공성전(2) 24.01.01 21 3 12쪽
41 니카이아 공성전(1) 23.12.31 24 3 13쪽
40 정복 황제 윌리엄의 독백 23.12.30 37 3 14쪽
39 행군(4) +1 23.12.30 22 3 12쪽
38 행군(3) +1 23.12.30 28 3 12쪽
37 행군(2) +2 23.12.29 25 3 12쪽
36 행군(1) +1 23.12.28 25 3 12쪽
35 전투 후 처리 23.12.27 27 3 12쪽
34 바트크로이츠나흐 전투 +3 23.12.26 36 3 12쪽
33 성전으로(4) +1 23.12.25 27 3 13쪽
32 성전으로(3) 23.12.24 31 3 11쪽
31 성전으로(2) 23.12.23 29 3 12쪽
30 성전으로(1) 23.12.23 35 3 13쪽
29 식을 올리다(9) 23.12.22 41 3 13쪽
28 식을 올리다(8) +1 23.12.22 38 3 12쪽
27 식을 올리다(7) +2 23.12.22 35 3 12쪽
26 식을 올리다(6) 23.12.21 35 3 13쪽
25 식을 올리다(5) 23.12.20 43 3 12쪽
24 식을 올리다(4) 23.12.19 40 3 12쪽
23 식을 올리다(3) 23.12.18 51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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