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만능 수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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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3.11.30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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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2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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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을 올리다(5)

DUMMY

데려온 수도사들을 활용해야할 것 같다. 창고, 성물, 유해를 확인하게끔 지시를 내리고 나는 장서관을 볼 수 있게 수도원장을 찾아간다.


“더럼 수도원의 수도원장인 터곳이라고 합니다. 감찰을 오셨다고 들었습니다. 우리 수도원에 어떤 분란이 있다고 들으셨나요?”


“그건 아닙니다. 다만, 이 근처 교구의 가장 중요한 수도원이라고 할 수 있는 더럼의 수도원을 안 보고 넘길 수 있겠습니까?”


“그것도 옳은 말입니다. 명성 높은 베드로 수사께서 저희 수도원의 흠결을 찾아주신다고 한다면 그거야말로 저희 수도원에 발전에 좋은 일 아니겠습니까? 한번 지금까지 보신 저희 수도원의 인상은 어떻습니까?”


“아름다운 약초밭이 있더군요. 이를 조성한 수도사도 봤는데 정말 훌륭한 수도사였습니다.”


“아. 알가를 보셨습니까? 젊은 나이에도 신실함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지요. 수도원을 맡길만한 인재입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수도원에 대해서 절반도 모르는 것 아니겠습니까? 서적을 모은지 오래 됐다고 믿지는 않습니다만, 장서관을 한번 살펴볼 수 있겠습니까?”


수도원장이 웃으면서 대답한다.


“물론입니다. 주변의 서적을 최대한 필사해서 만든 장서관이니 분명 마음에 드실겁니다.”


“그렇습니까? 이 근처의 역사도 잘 정리된 서적이 있습니까?”


장서관을 찾으면서 린디스판 수도원에 갈때에 쓸만한 지식까지 미리 수집해가려고 물으니 수도원장이 직접 장서관으로 나를 데려간다. 올리버를 데려가는 것도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 듯했다.


“근데 저 아이는 여자입니까? 남자아이입니까?”


이제는 나이를 제법 먹어 선이 얇아진 탓일까 이런 질문까지 듣는다. 전 같으면 얼버무렸을 것이고, 굳이 대답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내가 밑으로 적을 두기로 한 아이에 대해 언제까지 거짓을 말해야하는가?


“제 양딸입니다. 올리버라고 하지요.”


“따라다니는 아이는 남자로 들었습니다만. 아니었나봅니다?”


“이름 때문에 오해를 받기는 하지요. 하지만 여자입니다. 다른 수도사들에게는 굳이 말씀하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평화를 깰까 두렵군요.”


약초밭이 위치한 곳을 중심으로 서쪽이 예배당, 동쪽에 도서관이 있다.


“물론입니다. 여기가 장서관입니다.”


여러 자물쇠들이 걸려 있지만, 아직 일과 시간이니 만큼 자물쇠는 걸려있지 않고 앞에서 지키고 있는 수도사 한명이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씁. 지금 뭐하는 중이더냐?”


수도원장의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서 문을 열려다가 나를 보고 문을 닫다가, 다시 수도원장을 보고 문을 열다가 올리버를 보고 다시 문을 닫는다. 정말 정신 없는 놈이로세.


“문을 열어라. 이런 것도 말을 해야 아느냐?”


끝까지 기다리던 수도원장이 결국 입을 연다.


“아, 예. 음. 죄송합···.”


수도원장이 한숨을 쉬고 또 말한다.


“필요하지 않은 말은 하지 말거라. 도대체 그동안 뭘 배운게냐?”


장서관으로 들어가서 수도원장이 다시 한숨을 푹 내쉬면서 말한다.


“수도원에 온지 얼마 되지 않은 귀족자제입니다. 아직 적응을 잘 못하기에 글을 읽거나 규율이 필요하지는 않은 일을 시키고 있습니다만. 언젠가는 제 몫을 하는 수도사가 되겠지요.”


주교께서 숨기려는 것이 이자인가?


“누구의 아들인지는 아십니까?”


난처한 듯 수도원장이 고개를 젓는다.


“그건 밝히기 힘듭니다.”


“아, 이해합니다.”


생각보다 1차원적인 이유로 주교가 수도원에 우리가 가는 걸 막으려 했을 수도 있다. 그다지 자랑스럽지도 않은 사생아가 살고 있는 수도원에 가겠다는데 한번쯤 막을만도하다.겨우 그런거라면 내가 교황특사도 아닌데 굳이 누가 불순한 처녀인지 찾아서 돌맞아 죽게할 이유가 있나?


일단은 장서관을 살피기로 했다. 수도원장이 건네준 책에는 주변의 역사를 언급하면서 린디스판 수도원의 역사를 언급했다.


린디스판 수도원은 400년전부터 그 자리에 있었는데, 어느 날 하늘에 용이 불이 뿜는 등 불길한 징조 끝에 색슨족 침략자가 와서 한번 불탔다고도 한다.


딱히 의미 있는 정보는 아니지만, 침략자들에게 취약한 자리라는 건 알 수 있다. 설마 이미 린디스판은 노르웨이인들에게 점령됐을 수도 있나?


장서관에 책들을 하나 하나 열어서 확인해보지만, 이교도 서적이 몇개는 있을지 모르나 악마숭배 같은 주의 의지에 아주 반하는 책은 없었다. 이것도 좀 더 조사를 해봐야 알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장서관을 숨긴다면 이곳을 제외하고 또 다른 장서관을 두어 숨겨두지 않았을까.


그런 곳을 찾으려면 일단 밖에서 본 장서관의 크기와 내부의 크기를 재봐야한다. 장서관의 벽을 따라 가면서 발걸음을 샌다. 밖에서 본 크기는 예배당 뒤에 위치한 아홉 재단과 도서관의 크기가 일치한다.


아마도 처음에 지을때 그런 식으로 지혜의 주이신 여호와의 아홉 제단과 지혜를 저장하는 장서관의 크기를 같게 했을 가능성이 있다.


아직 예배당의 아홉 제단을 내가 직접 측량해보지는 않았지만, 방위와 밖에서 본 눈대중으로는 150피트 정도 되어보였다.


장서관은 이 제단과 평행하게 지었으되, 더 남쪽에 위치하고 예배당의 중앙에 교차하는 복도를 잇는다. 그렇다면, 아홉 제단보다 더 크게 지어진 중앙복도를 180피트 정도로 생각했을때, 이 장서관이 150피트에 딱 맞는다면 정사각형으로 지어진 이 수도원의 한면을 완벽하게 맞춘다.


그렇다면, 이곳의 길이가 150피트 정도가 나오는가?


20피트가 모자른다. 장서관의 남쪽 벽이 대칭에 맞지 않게 한 기둥 구획이 모자르게 지어져 있다.


하지만 이쪽의 벽이 더 두껍게 지어져 있어, 딱 이곳에 들어왔을 때는 그 비율의 모자람을 모르게 된다. 비밀통로나 비밀공간은 어떻게 보면 수도원에 자주 보이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통로를 어떻게 들어갈 수 있는지 아는 이가 있을까?


수도원장은 알 것이다.


직접 물어보면 바로 말해줄 수도 있다. 하지만 자신이 지켜야하는 수도원의 비밀을 직접 알려줄까? 내가 만약에 나쁜 뜻을 품고 이 수도원을 약탈하려 든다면 사람을 숨길 수 있는 좋은 공간을 내게 알려줄까?


오랫동안 이 수도원에 있으면서, 나에게 정보를 줄법한 책임에서 가깝지 않은 수도사가 필요한데, 안타깝게도 꼭 맞는 사람이 있는 것 같다.


첫째로는 알가다. 하지만 훌륭한 수도사에게 자신의 수도원을 배신할수도 있는 일을 시키기에는 양심이 찔린다. 둘째로는 방금 장서관 밖을 지키고 있던 훌륭함에서는 너무도 거리가 먼 수도사가 있다.


“자네, 일어나보게나.”


또 다시 잠을 청하고 있던 수도사에게 내가 말을 걸자 어딘가 경계하는 듯 나를 쳐다본다.


“어젯밤에 힘든 일이라도 했나? 왜 이렇게 맥을 못추는가.얼마전에 이 수도원에 도착한 감찰관이네. 어제 뭐라도 했나?”


일단 감찰관이라는 말에 약간 움츠러드는 것을 보아하니 꿀리는 게 있는 건가?


“기도하고 잤습니다.”


당연히 수도사라면 할법한 말이다. 근데 그냥 순수한 의문이 들어 물어봤다.


“어떤 기도를 했나? 나도 요즘 자기 전에 기도를 할 때 어떤 기도를 할지 고민이 들어서 말이네.”


땀을 뻘뻘 흘리는 녀석이 갑자기 내 바지자락을 붙잡고 고백하기 시작한다.


“살려주십쇼. 수도원에서는 그냥 있기 너무 심심해서 근처의 창관의 여자들을 지하로 여기에 들였습니다. 가,감찰관 님께 최대한 많은 은화를 드리겠습니다.”


이 자식의 이름도 모르는데 밤에 창녀를 들이고 수도원에 있으면서 돈까지 많은 것도 알게 됐다. 아버지도 모르고, 가족도 모르는데 갑자기 돈을 주겠다고 한다. 주교님의 사생아로 추정하는 사람을 죽여버릴 수 있는가?


결론만 말하면 가능이야하다. 지금 당장 그 창녀랑 매달아 놓고 불태우면서 이 둘은 주의 집에서 간음한 죄인이오! 하고 크게 소리지르면 모두 와서 소리지르면서 타 죽는 것 구경하러 와서 돌도 던지겠지.


은화도 받은 후에 그렇게 해도 딱히 상관이 없을 것이지만, 수도원장이 분명 잘 봐주겠다고 약속했을 그 귀족이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수도원장에게 항의를 할 수도 있고 군대를 끌고 올 수도 있다.


“흠.”


갑자기 몇배는 더 복잡해진 상황에 신음을 흘리니 녀석이 울기 시작한다.


“아이고, 제발, 아직 세상 살날이 너무 긴데. 이렇게는 안됩니다. 아이고···.”


은화를 뜯기에도 귀찮고, 못 본 척하기에는 올리버도 들었다.


“성전에 나서겠다고 서약을 하시오. 내가 요크셔에 연결점이 있는 로베르 말렛의 아들이 성전에 나가겠다고 했다는 말을 들었소. 명예도 얻고, 수도원생활도 벗어날 일 아니겠소? 거기에 죄도 씻겨나가니 어찌 좋은 기회가 아니오?”


“아, 그렇게 하겠습니다. 살려주시기만 한다면 뭐든 못하겠습니까?”


“그렇게 하시게나. 대신 또 오입질 하지 말고 지금 가진 돈 모두 성전에 쓰도록 해라.”


그렇게 말하다 보니, 이딴 녀석은 서약이고 뭐고 성전에 떠나라고하면 도망갈 것 같으니 생각을 바꿨다.


“너가 먼저 성전에 가겠다고 나한테 말한 것으로 하지. 수도원장께는 내가 말씀드리겠네. 폐하께서 나를 찾으러 오실 때에 그 배를 타고 함께 가도록 하지.”


나와 함께 가자는 말을 듣자마자 다시 어두워지는 모습을 보아, 어제 붙어먹은 여자와 함께 도망갈 생각이라도 하고 있었는가 싶다. 이쯤되면 숨겨진 공간이고 뭐고 상관없이 그냥 이놈을 숨기려고 주교께서 가지 말라고 하신 게 맞는 것 같다. 이 정도면 못미더울 만하다.


“여기 장서관에 숨겨진 공간에 대해서 아나?”


“네, 네. 거기로 창녀를 들여왔어요. 바깥이랑 이어지거든요.”


“거기로 안내하게나.”


근성도 없고, 수도원에 대한 충성심도 없고, 수도원장에 대한 순종심도 없는 그야말로 수도사의 반면교사다. 그래서 올리버에게 녀석을 손가락질하고 얼굴을 찌푸리자 고개를 끄덕이고 말한다.


“확실히 못생겼네요.”


이게 정말로 미쳤나?


그래도 체면을 구기기 싫으니 녀석을 쥐어박거나 하지는 않고 이 자식이 안내하는 비밀통로에 다다랐다. 지하실을 통해서 벽처럼 보이는 문을 열고 올라가면 나오는 출구에 가까운 공간이다.


책이나, 유해, 보물 같은건 보이지 않고 서류가 있다.


MXCV라고 적힌 맨 가운데의 로마 숫자를 보아하니 중앙에 제출할 서류의 양식이다.


아, 폐하께서 요구하신 서류인가? 그런데 하나같이 미완성이다. 이게 어찌된 일인가? 이번년의 기록은 이미 제출했어야 할텐데?


어느 정도 처음에는 조사를 하던 흔적이 보인다. 그 주변 서류도 전부 이곳에 있지만, 주변의 백들을 어느정도 조사하다 말고 빠르게 마무리지은 듯한 모습이 보인다.


이곳에 관련된 서류를 어느정도 요약해서 필사한 양피지를 안주머니에서 꺼내서 보고 이를 대조한다.


보아하니 여기서 어느 정도 조사한 것을 바탕으로 대충 만들어낸 자료인 게 대조된다.


“잘했다.”


이름도 모르는 누군가의 사생아의 어깨를 두드리면서 말을 잇는다.


“이 수도원의 부정을 직접 밝힐 생각을 하다니. 주의 정의가 가장 낮은 곳까지 닿는 진정한 순간이라고 볼수 있겠구나.”


“네? 네?”


이 통로를 내게 알려준 너를 앞세워서 감찰을 하기에는, 내가 너무 가진 것이 몇없다. 그리고 이 자식은 아마도 이 수도원에 어떤 기반도 없겠지. 일단 증거 몇개를 바꿔치기해서 압류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겠다.


감찰을 위해 받아온 정부에서 쓰이는 종이가 있으니 최대한 비슷한 책으로 엮는 작업을 일주일간 하면 될 것 같다.


모두가 필사할 때에 이 작업을 하면 바꿔치기할 때 들킬 수 있으니, 밤에 필사실에 들어가서 작업을 해보아야할 것 같다.


“필사실을 가보자. 자네는 장서고 앞을 다시 지키게나.”


작가의말

매일 오후 6시 연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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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니카이아 공성전(2) 24.01.01 21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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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식을 올리다(8) +1 23.12.22 38 3 12쪽
27 식을 올리다(7) +2 23.12.22 35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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