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만능 수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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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공장성소
작품등록일 :
2023.11.30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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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07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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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0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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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도릴라이움 전투(1)

DUMMY

“저희 제국이 최대한 성전 군의 보급 부담을 줄여드리도록 약속하겠습니다. 부디 그것만은 참아주시지요···.”


야만인은 이래서 안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 뻔한 마누엘에게 구원의 말을 폐하께서 내려주신다.


“저희가 어찌 신앙의 형제를 약탈하겠다는 생각을 하겠나? 앞으로도 원래의 비잔틴 제국의 백성들을 본다면, 그들을 구해서 니카이아로 보내는 것을 우선하지.”


“폐하의 은혜로운 마음을 예수께서 축복하실겁니다.”


이를 악문 목소리로 말하는 마누엘을 로베르 공왕이 작게 비웃는다. 일부러 마누엘이 들을 수 있을 정도의 크기를 조절해서 내는 악마적인 재능까지 보인다.


“물론이오. 사람들이 나를 성스러운 황제라 부르지 않을까 걱정이군, 그런 허명을 얻게 되면 어찌 주께 불경한 일인가.”


사실 황제가 성전을 한 시점에서 그런 이름이 붙을 만도한 상황이기에 내가 거기에 한마디 얹는다.


“폐하의 경건함은 마누엘도 익히 아는 바 아니겠습니까? 그렇지 않소?”


한낱 수도사가 그래도 지체높은 귀족이라고 자부하는 자신의 이름을 찍찍 부르니 기분이 나쁘겠지만, 어쩌겠는가? 그럼 번영하는 국가의 수도사하던가.


“물론···.입니다.”


그가 억지로 말하는 모습을 그대로 두고, 거기에 여러가지 물자의 보장을 이권으로 보장하게끔 폐하께서 말을 이으신다.


“첫째로, 아나톨리아 남부에 항구를 탈환할 경우, 그 항구에 드나드는 모든 성전군의 물자 보급선과, 해당 국가의 무역선의 관세를 없게끔 하시오.

둘째로, 앞으로 우리가 점령하게 되는 성들의 지배권을 인정하기오. 단, 아나톨리아의 동북부의 도시들과 성채는 우리가 양보하겠소.

셋째로 그 과정에서 약탈하게 되는 룸 술탄 제국의 보물의 2할을 우리에게 넘길 것을 주께 맹세하고, 바실레오스가 서약하는 식으로 보장하시오.

넷째로, 콘스탄티노플에 드나드는 노르만인의 군대들의 범죄는 노르만인 귀족만이 재판할 수 있게 하시오.”


그가 입을 닫는다. 본인이 황제의 전령도 아니고, 이런 사항을 맘대로 정할 수 있을 리가 없으니. 하지만 폐하께서는 이 요구 중 하나라도 이루어지면 이득이라고 판단하신 건지 대충 던져버리신다.


“이를 최대한, 이룰 수 있게하시오. 일주일 내로 행군하는 우리에게 조약에 대한 전령이 오지 않는다면, 우리는 곧장 회군하여, 골든 혼을 건널 것이오. 배가 없는데 어떻게 콘스탄티노플을 공격할 건지는 묻지 마시오. 타란토의 노르만인을 기억하시오. 그들은 이탈리아에서 그대들의 영토로 걸어서 왔던가? 나 역시 노르만인이고, 나의 제국은 노르만인의 제국이며, 나의 밑에 있는 기사는 1만이 넘소.”


점점 창백해지는 그의 얼굴에 폐하가 쐐기를 박는다.


“그대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성의로 최소한 첫번째 조항을 가능케 하겠다는 약속을 한다면 내가 한달 내로 콘스탄티노플을 공격할 일은 없다고 전하시오.”


로베르 공왕이 휘파람까지 분다. 천박하기 그지 없는 행동에 조용히 그의 허벅지를 꼬집으니 왜 그러냐는 표정으로 쳐다본다.


“또한, 모든 그리스도인들의 의리로, 물자를 보급할 배까지 얹어 주신다면 금상첨화일듯 싶습니다. 저 투르크인들을 죽이는 대가로는 이 모든 조항이 개인적으로는 싸다고 생각합니다만.”


말이 더 얹어지자, 계속 대화를 하면 할수록 요구사항이 늘어난다는 사실을 이제야 깨달은 마누엘은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이며, 할 수 있는 최대한을 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하지만 폐하는 주께 맹세를 요구하셨고, 그래도 수도사인 내가 이를 말렸다.


“폐하. 어찌 이미 주가 보고 계신 신성한 약속을 두번 맹세하게 만듭니까? 더 이상 주의 이름을 망령되이 일컫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실상의 맹세를 했다는 듯이 말을 했지만, 그래도 직접 입으로 뱉지는 않게 배려를 해주는 것이다. 만약 그가 이판사판으로 우리를 죽이고 농성하겠다고 생각하면 또 수고로운 일을 하게 되지 않는가.


그렇게 협상이 끝나고 니카이아를 떠날 채비를 전군에 명령하고, 하루가 지나서야 모든 물자를 지정된 수레에 옮기는 데에 성공했다. 그리고 그동안 콘스탄티노플에서 내려진 추가 물자도 도착하여 추가 소요가 발생했지만, 다음날에는 움직이는 것이 가능했다.


행군을 시작하고 척후를 보내는데, 투르크의 척후가 계속 눈에 띄고, 수상한 기색이 보인다.


“흠. 매복이 있을 것 같군.”


시기가 다른데도, 큰 전개는 크게 다르지 않나. 하고 중얼거린 폐하가 나에게 말씀하신다.


“병력을 둘로 나누겠다. 한쪽은 병사의 수가 많고, 기병이 적은곳. 그리고 다른쪽은 그 반대로. 병사의 수가 많은 곳에는 자네와 타란토의 보헤몽, 플랑드르 백작과 툴루즈 백작의 병력을 모아서 움직이고, 그 이외의 모든 병력은 내가 직접 이끌도록 하겠네.”


매복이 있을 것 같으니 병력을 둘로 나눈다는 건 무슨 뜻인가.


“물자의 모자름도 없을 것 같은데, 굳이 병력을 둘로 나누는 이유가 어떤 전략적 판단인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비잔틴 제국의 물자가 뱃길로, 땅으로 이어질 텐데 무엇을 위해 그렇게 나눠가면서 거점을 점령할 이유가 있는가? 물론 적들을 끌어내기 위한 행동일 수도 있지만, 그렇다면 보통은 본인에게 몰리게끔 하는 폐하가 다른 이들을 전면에 세우는 데에는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남쪽의 길을 뚫고, 항구를 확보해야 그 과정에서 물자가 사라졌습니다 같은 소리를 못하지 않겠나? 내가 남쪽의 길을 뚫도록 하겠네.”


뭔가 알고 있는 듯한 표정으로 폐하가 말씀하신다. 무엇을 노리는 것일까?


“폐하.”


미래의 성전의 기록을 알고, 그 상황을 다시 재현하기 위해 움직이시는 것 같아 말한다.


“지식은 의존할 대상이 아닙니다. 지식의 주인 역시도 하느님이십니다. 기적으로 알고 있는 지식 역시도 주께서 주신 축복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진정 하느님의 본질에 기대셔야합니다.”


약간 질린 듯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더니 말하신다.


“자네는 저 동쪽의 이야기를 모르겠지. 세개의 나라가 나뉘어 싸우는 곳에서, 아주 유능한 책사가 있었네···.”


닭을 먹는 군주가 그날의 암호가 닭갈비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전투가 길게 늘어지는 데에 반해 얻을 것은 얼마 없다는 뜻으로 말한 것을 알고 철수명령을 내리기에, 그의 지혜를 두려워하여 죽였다고 한다.


“그 자는 임의로 판단하고 군주를 대신해서 명령을 내린 것 아닙니까? 그것은 겸손을 갖추지 못한 채 지혜만을 가진 그자의 잘못 아닙니까.”


“그, 그렇긴 하군.”


“만약 제가 그 선을 넘는다면 분명히 그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이번의 조언이 그런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지식은 어떤 때에는 오히려 독이 됩니다. 끌어들여서 적들을 미리 끊어내려는 판단이었다면 제가 폐하의 생각을 반대할 이유가 있습니까?”


폐하가 장고를 거듭하시다가 내게 물어보신다.


“적이 어떨 때에나 공격할 것 같나?”


“제가 포로들에게서 모은 정보로는 그는 기병을 더 중요시하는 지휘관이고, 끊고 잘라낼 때를 정확히 알고 있는 지휘관입니다. 손해를 본다 하더라도 언젠가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면 언제든 후퇴하는 자라고 하더군요. 그렇다면 확실하게 적에게 유리한 상황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전에는 공격하지 않겠지요.”


그런 이가 군대를 모으게 두는 것 역시도 문제가 있기는 하다. 물자가 모자르지 않다는 사실은 적은 모른다. 그런 전제하에 병력을 나눠 적들을 끌어들이는 전략적 판단은 나쁘지 않다.


“도릴라이움 도시 근처에서 전투가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평지로 지나는 곳에 언덕이 있어 길을 개척하기 힘들고 매복을 당하기 좋은 곳이지. 그래서 한번 자네에게 맡겨보고 싶은데 어떤가?”


“헝가리의 병력들을 말입니까?”


“아니지, 보헤몽이 선봉을 맡고, 자네가 그 후방을 맡을 것이고, 진군하는 데에도 병력을 나누면 되겠지. 그리고 그 후방을 나머지 병력이 맡게끔 할것이네. 그리고 우리 기마병 중에 갑주 없이 속도가 빠른 자들을 지원으로 보낼 것이고.”


“전투가 벌어진 건 어떻게 알립니까?”


소리로 알려질 정도로 가깝다면 알릴 필요가 없을 것이고, 당연하게도 아무리 기마병이라 한들 제대로 된 위치로 전투를 지원하기 위해서는 전투가 벌어지는 곳을 알릴 이정표가 필요하다.


“봉화를 급조해서 만들어보는 게 어떤가? 그를 위한 물자를 미리 챙겨가서 빠르게 만들면 날씨가 좋다는 가정하에 이를 볼 수 있을 정도의 자리에 있도록 하겠네.”


“그런 지원군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이미 나눠진 군세로 이길 수 있을 상태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형이 불리한 상태에서 기동 중에 하는 전투는 내가 회피하고 싶어하는 전투지만 성전을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어디로든 전진을 해야할 것 아닌가.


“그렇다면 최소한의 준비는 하고 가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제가 선봉에 서겠습니다. 병사는 둘째치고, 타란토의 보헤몽 대공과 함께 의논할 것도 있고··· 헝가리의 군대 역시도 어느정도 체계가 잡혔으니.”


“음. 그렇게 하게. 자네의 무예는 나도 익히 알고 있으니.”


그렇게 편성된 군대에서 타란토의 보헤몽이 반갑다는 듯이 아는 체를 한다.


“베드로 수사! 정말 오랜만이군, 10년만인가?”


아무래도 노르만 귀족이다보니 면식이 있기는 하다. 이 자가 있기 때문에 베이유의 주교께서 교황청을 공격할 계획까지 세웠다보니 여전히 알고 있는 사람이다.


“대공 전하. 비잔틴 제국에서 약탈을 하다가 이제는 구원자가 된 기분이 어떻습니까?”


“하하. 과거는 중요한게 아니지 않나? 그래서, 이번 작전을 폐하께서는 자네가 직접 전해줄 것이라고 했는데, 어떤 내용인가?”


“이 남쪽에 있는 도시인 도릴라이움 근교에 적의 매복이 있는 것을 판단하고 있습니다. 상대의 척후가 계속해서 발견 되는 건 그런 연유지요. 그래서 저희의 대열이 어느정도 후방과 거리를 두고 적을 유인할 것입니다.”


기나긴 약탈과 전쟁으로 병사들의 장비와 숙련도가 높은 보헤몽의 군대는 정예하다. 그래서 정해진 인선이라고 생각한다.


“저 역시도 모든 장비를 갖추고 대열에서 싸울 것입니다. 그러니 한번 이교도들을 꾀어내봅시다. 신의 뜻대로···.”


대공이 마음에 든다는 듯이 말한다.


“그러니까 간단하게 우리가 미끼라는 말이군.”


폐하의 총신으로 보이는 내가 함께 한다면 절대로 그냥 버려지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을 테니 어느 정도 면피가 됐다고 생각했는데 노골적인 말에 잠시 할말을 잃었다.


“물론 자네가 있으니 그냥 그렇게 넘어갈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래서 어떤 준비를 할 건가?”


“수레를 행렬의 앞으로 옮기겠습니다. 그리고 가죽으로 그 수레들을 보강하지요. 이는 수도사들을 시키겠습니다.”


물자는 많으니 할 수 있는 이상한 전략이다. 수레를 장애물로 삼아 최대한 측면을 지켜내며 버틸 수 있는 상황을 만들게끔 수레를 보강하고 그 수레를 그냥 행렬의 일부인 양 옮기다가 전투가 벌어지면 뒤집어서 장애물로 사용할 것이라고 하니 그런 작업을 할 병사를 따로 차출시키고 내게 말했다.


“이렇게 매복에 대비하고 있다는 티를 팍팍내는데 적들이 과연 처들어올까?”


“우리도 저들처럼 말에 타서 활을 쏘는 것을 몰랐듯이, 우리가 이런 짓을 할 것이라고 적도 생각하지 않을겁니다. 원래 전쟁은 그렇습니다. 이러지는 않겠지. 싶은 일들이 패배를 불러오지요. 상대는 절박한 상황이니, 이 또한 통할 가능성이 또 높지요.”


그리고 내가 들은 킬리지 아르슬란은 분명 조금이라도 성전군을 깎아낼 수 있다고 판단한다면 공격해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가? 한번 믿어보지.”


“신뢰에 감사드립니다. 주께서 당신과 함께하시길.”


생각보다 선선히 동의하는 대공에게 인사하고 물러나고, 후방을 맡게될 지휘관들을 찾는다.


작가의말

매일 오후 6시 연재입니다.


니카이아 공성전은 원 역사에서는 비잔틴 제국이 공성에 힘을 쏟은 십자군과 상의도 없이 항복한 투르크인들을 자신의 영토로 편입시켜 큰 불만을 샀지만, 성전군이 딱히 이에 한 일은 없습니다. 원래는 오히려 알렉시오스 황제에게 봉건 계약을 하지 않으면 니카이아에서 떠나지 못하게까지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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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도릴라이움 전투(2) +1 24.01.08 20 3 11쪽
» 도릴라이움 전투(1) 24.01.07 26 3 12쪽
47 니카이아 공성전(7) 24.01.06 22 3 12쪽
46 니카이아 공성전 (6) +2 24.01.05 22 3 11쪽
45 니카이아 공성전(5) +1 24.01.04 24 3 12쪽
44 니카이아 공성전(4) +2 24.01.03 27 3 11쪽
43 니카이아 공성전(3) +1 24.01.02 21 3 12쪽
42 니카이아 공성전(2) 24.01.01 21 3 12쪽
41 니카이아 공성전(1) 23.12.31 24 3 13쪽
40 정복 황제 윌리엄의 독백 23.12.30 37 3 14쪽
39 행군(4) +1 23.12.30 22 3 12쪽
38 행군(3) +1 23.12.30 28 3 12쪽
37 행군(2) +2 23.12.29 25 3 12쪽
36 행군(1) +1 23.12.28 25 3 12쪽
35 전투 후 처리 23.12.27 28 3 12쪽
34 바트크로이츠나흐 전투 +3 23.12.26 37 3 12쪽
33 성전으로(4) +1 23.12.25 27 3 13쪽
32 성전으로(3) 23.12.24 31 3 11쪽
31 성전으로(2) 23.12.23 30 3 12쪽
30 성전으로(1) 23.12.23 36 3 13쪽
29 식을 올리다(9) 23.12.22 41 3 13쪽
28 식을 올리다(8) +1 23.12.22 38 3 12쪽
27 식을 올리다(7) +2 23.12.22 35 3 12쪽
26 식을 올리다(6) 23.12.21 36 3 13쪽
25 식을 올리다(5) 23.12.20 44 3 12쪽
24 식을 올리다(4) 23.12.19 41 3 12쪽
23 식을 올리다(3) 23.12.18 52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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