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만능 수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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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공장성소
작품등록일 :
2023.11.30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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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0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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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카이아 공성전 (6)

DUMMY

내성이 점령되고, 해가 질 즈음에 폐하께서도 성으로 돌아오셨다. 킬리지 아르슬란을 잡아내지는 못했지만, 그의 궁기병들을 많이 소모시켰고 포로로 잡았으니 앞으로의 성전에서 킬리지 아르슬란의 군대를 덜 의식해도 될것이라면서 기뻐하셨다.


“우리 기사들은 말을 많이 소모하기는 했지만 부상을 당한 이들이 대부분이고 목숨을 잃은 이들은 얼마 없네. 그나마도 자네의 양딸이 아주 잘 처리했지.”


그 솜씨를 보았던 폐하가 그녀 역시도 미래에서 왔는지 생각하지는 않았을까 잠시 긴장했지만, 그런 말은 하지 않았다. 굳이 폐하가 자신의 자식을 경계하기를 바라지 않으니까. 후계구도에 예민하신 폐하가 그냥 똑똑한 딸의 사생아 정도로 생각한다면 경계하지 않겠지만, 자신처럼 미래의 기억을 가진 이라면 경계할만하지 않으신가.


“자네의 의술을 배운 건가? 그 정도로 자네의 손이 예민하고 인간의 몸에 통달하고 있는 줄은 몰랐네. 이 역시도 지혜의 하나님의 은총이겠지.”


그래도 폐하가 직접 오해를 해주시니 고개를 끄덕인다. 틀린 말은 아니지 않은가?


“그렇습니다. 제 수제자이기도 하지요. 그건 그렇지만,”


비잔틴 제국의 쌍두독수리를 가리키면서 고개를 저으니 폐하도 심각한 표정을 짓는다.


“니카이아를 점령하는 영광을 빼앗긴 건 안타까운 일이기는 하군.”


그 뒤로 말을 아끼셨지만, 불만이 오를 성전군에 대해서 걱정하시는 모습이 보이셨다.


“그래도 저 바실레우스가 양심이 있다면 뭐라도 나누지 않겠습니까?”


깃발을 쳐다보면서 말을 하니 답을 하신다.


“뭐가 됐든 저 마누엘이 성문 밖으로 나오는 게 먼저겠지.”


분노에 가득찬 성전군을 보고 저들이 튀어나올지는 모른다. 어쩌면 황제의 전령이 올때까지 기다릴 수도 있다. 그 권위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니. 그렇다고 당장 튀어나오라고 소리를 지르기 시작하면 이제 이들과도 싸운다고 병사들이 생각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그것을 알고 있는 로베르 공왕도 참아내고 있다. 아주 대견한 마음에 잠시 보고 있자니 자신의 동생보다도 붉어진 얼굴로 폐하에게 와서 말한다.


“아버지. 아니, 폐하. 공격 명령을 내려주시면 저희도 호수쪽에서 금방 저들의 성을 함락시키겠습니다. 자신들의 깃발의 독수리를 까마귀로 만드는 야비한 행동을 징치해야하지 않겠습니까! 저 병사들 사이에서 말하는 구호처럼, 신의 뜻입니다!”


“아들아. 너의 마음은 알겠지만, 지금 보급을 책임지고 있는 저 비잔틴 제국을 공격하면 이제 모든 걸 약탈로 조달해야한다. 나는 그렇게 된 군대의 물자를 제대로 관리할 자신이 없다.”


그런 말을 해놓고 나를 쳐다본다. 무슨 뜻인가?


“자네라면 가능하겠지?”


눈을 빛내면서 폐하가 나를 바라보면서 말한다.


“가능할 리가 없지 않습니까.”


잠시 실망한 듯 나를 쳐다보던 페하가 다시 고개를 돌려 공왕에게 말한다.


“봐라. 베드로 수사도 불가능하다 하지 않나?”


“확실히 저자가 불가능하면 사실상 군대의 기동이 힘든 수준이겠다 싶습니다.”


뭐가 내가 불가능하면인가. 나는 기껏해야 글을 읽을 수 있는 어떤 이든지 할 수 있는 생각으로 어느 정도 체계화한 방식으로 군대의 행군을 효율화 시킬 뿐이다. 설마 이런 식으로 군대를 움직이는 이가 없나?


다들 아무런 기록도 하지 않고 그냥 어떤 곳에서 어떤 곳으로 가서 어떻게든 싸운다는 방식으로 움직이는가? 그럴 리가 없지 않은가? 하다 못해 저 망해가는 말만 로마인 쓰레기들도 병법서가 있지 않나.


“저는 그 정도의 인간이 아닙니다. 누구든지 제가 하는 일을 대신할 수 있지요. 겸손이 아니라 간단한 사실입니다.”


모두가 나를 무슨 괴물이라도 발견한 것마냥 쳐다본다. 환자를 나름대로 처치하고 돌아왔던 올리버도 나를 괴물처럼 쳐다본다.


“뭐, 뭐가 문제입니까? 누구든 지혜를 짜내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렇다면 내 거마관과 한번 이야기해보게나···.”


로베르 공왕이 그렇게 말을 흐리고, 윌리엄 폐하는 그냥 눈을 피한다.


“자신을 직접 본 적이 없어서 그렇지, 본인이 일하는 걸 보면 그렇게 생각 안할걸요···?”


올리버에게 조용히 하라고 손짓하고 화제를 돌린다.


“그것보다는 저 말 위에서 화살을 쏘는 병사들이 어떻게 저렇게 능숙하게 활을 쏘는 지를 우리 기사들에게도 가르쳐줘야하는 시점 아닙니까? 당장 마누엘이 이렇게 나올 생각을 하지 않으니 주께서 저희에게 주신 시간을 가치있게 써야겠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기다리면 또 그가 애용하는 자신의 전령을 쓰지 않겠는가.


“말 위에서 화살을 쏘는 건 그런 식으로 훈련을 한다 해서 배워지는게 아닐세.”


폐하가 말씀하시기에, 그래도 숙련된 이들이 있으면 도움이 되지 않겠는가 싶어 말한다.


“훈련으로 불가능한게 없다고 말씀하신 건 폐하 아니셨습니까?”


“그렇지만 보게나.”


저 이교도들이 쓰던 곡궁을 들어올린 폐하가 말 위에 올라타신다.


“내가 지금부터 저 표지판을 겨누고 쏠 것이네.”


표지판 정중앙에 명중한 화살을 가리키면서 말한다.


“자, 멈춰 있을 때에는 할만하지.”


말을 움직이시면서 활을 쏘시기 시작한다. 지면과 수평을 항상 유지하시면서 활을 드시고, 화살을 쏘신다. 움직일 때의 말의 등이 움직이는 것을 완벽히 인지하고 해야할 듯 보였다.


“이건 평생에 걸쳐 만들 수 있는 기예지, 훈련하여 가르칠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다. 보지 않았는가? 말이 움직이는 것을 느껴서 활을 쏘는 것을 보았는가? 무예를 어느 정도 닦은 자네들에게는 방금의 것이 얼마나 힘들지 알았으리라 믿는다.”


알고 있다. 그게 쉬웠다면 다들 활을 들고 다니지 않았겠나?


“그렇기에, 저렇게 많은 수의 궁기병을 만들어낸 데에는 어떤 비밀이 있지 않겠습니까?”


내 말에 폐하가 한숨을 푹 내쉬고 말을 이으셨다.


“그렇게 대단한 비밀이 있지 않네. 그냥 저들이 말과 함께 살아가는 민족이기에 그렇지.”


그게 무슨 뜻인가, 목장이 존재한다는 말인가?


“저희도 말과 함께 살아갑니다만.”


약간 답답한지 가슴을 두드린 폐하가 좀 더 세세하게 설명을 하신다. 길게 말씀을 하셨지만, 단순하게 유대인들처럼 방목을 하면서 살아가지만, 양대신 말을 데리고 돌아다니는 이들이라고 한다.


저들이 마호메트라고 하는 선지자가 적은 경전을 신봉한다는 것 외에는 아는 것이 없다. 성지 순례 할 때에 저들의 문화를 어느 정도 파악했다고는 생각했지만 그것도 아니었는가 싶다.


“그렇다면 그런 문화를 백성들에게 전파하는 것도 방법이겠습니다?”


“그게 더 좋은 삶의 방식이라면 가능하겠지만, 그런게 가능할 것 같나? 집도 없이 천막을 치면서 방목지를 찾아다니는 삶이? 그런 삶의 방식을 선택하게 할 방법은 그렇게 많지도 않다네.”


뭐가 됐던 잠시 멈춰서 쏠 수 있다면 그것도 괜찮은 방식이라고 생각한 나는 알아들었다고 폐하께 이야기 한뒤, 포로로 잡힌 녀석에게 물어본다.


“말 위에서 활을 쏘는 것을 어떻게 배웠나?”


갑자기 투르크 어로 내가 물어오자, 그가 깜짝 놀라서 나를 쳐다보다가 입을 꾹 다문다.

그야 그렇겠지 싶어 내가 미소를 지으면서 녀석에게 말한다.


“걱정하지 말게, 아무리 같은 주를 믿지 않는다 한들, 뿌리는 같은 것 아니겠는가? 나는 성전에서 마구 이교도를 죽여야한다고 믿지 않는다네.”


“흥, 하지만 결과를 봐라. 너희는 우리 사람들을 죽이지 않았는가.”


“그것은 국가와 국가간의 전쟁에서 온 비극이지. 그리고 너희도 이 땅을 얻어내기 위해서 비잔틴 제국의 백성들을 학살하지 않았나? 어떤 연유로 동쪽에서 이곳으로 오게 됐는지는 내가 잘 알지는 못하지만, 살아가던 이들을 공격하는 너희들에게도 이유가 있지 않았는가?”


자신의 동료들을 잃은 분노를 보이는 그에게 내가 부드럽게 말한다.


“우리 역시도 우리의 이유가 있는 법이다. 하지만 죽음은 가슴 아픈 일이고, 나는 이를 미안하게 생각한다네.”


그리고 그의 어깨를 두드리면서 허리춤에 달아 놨었던 포도주를 녀석에게 주고, 팔을 묶은 밧줄을 풀어주고, 녀석에게 다시 말해준다.


“그러니, 자네하고 자네의 부하라도 앞으로의 삶을 생각해야하지 않겠나?”


라고 말한 뒤, 짐짓 곤란한 척 말을 또 잇는다.


“자네를 좋게 보내주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다만은, 이미 명령을 받아버려서 말이야. 혹시라도 생각이 바뀌면 베드로를 찾게나. 미리 자네를 돌보는 병사한테 말해둘테니.”


당장 정보를 캐낼 수는 없으니, 좋은 인상을 남기고 떠난 다음에 다시 와서 말해볼까 싶다. 나를 친구라고 생각하는 포로는 이따금 단순한 정보 외에도 많은 것을 알려주기도 한다.


“예수께서 자네와 함께하기를 기도하겠네.”


“흥. 내가 의지하는 알라의 대리인은 한분 뿐이다.”


“물론이지요, 하지만 예수님 께서는 그런 당신에게도 그 품을 빌려주신답니다.”


다시 미소를 지으면서 천막 밖으로 나가고, 그 포로의 부하라고 판단된 부하를 같이 넣어주고, 다시 한번 말해준다.


“당신을 믿습니다.”


사실 이렇게 됐다가 도망갈 궁리를 해서 그대로 도망칠 염려도 있다. 그러면 그대로 상관 없다. 저들에게 잘 대해주면 항복한 뒤에 어떤 식의 대우를 받았는지 적들에게 전해지면 적들이 더 쉽게 항복하지 않겠나?


밖에서 지키고 있던 병사에게도 말한다.


“굳이 목숨을 버려가면서까지 저들을 막지 마라. 목숨이 위험해진다 싶으면 곧장 도망가라.”


“엇, 알겠습니다.”


그런 말하지 않아도 그러려 했다는 듯한 표정에 열이 받아 녀석을 한대 쥐어박으니 왜 그러냐는 듯한 표정으로 쳐다보기에 한대 더 때리고 녀석을 훈계라도 하려다가 그대로 그냥 열심히하라고 말하고 움직인다.


그리고 3일간을 녀석에게 공을 들이니 이제는 완전히 친구가 된양 행동하는 포로의 이름까지 들었다. 케이너, 영혼과 용기를 뜻하는 이름이다.


“그래서 케이너, 자네의 지휘관께서는 어떤 사람인가?”


“킬리지 아르슬란께서는 냉정하시면서도 자신의 사람을 챙기는 사람이시지. 아르메니아인들의 실리치아를 정벌하실 때에는···. ”


유능한 군대의 지휘관이라기보다는 유능한 기병지휘관에 가까운 남자이고, 끊고 잘라내는 것이 심하지만, 그럼에도 확실한 정치적인 근거가 있는 행동만을 하기에 그 원망을 받지 않는다. 그는 유능한 정치인이고, 유능한 기병지휘관이다. 속도가 빠른 궁기병을 이용해서 기병대 기병의 싸움으로 끌고가는 것을 좋아하는 듯하다.


앞으로 아나톨리아를 지날 동안 만나게 될 지휘관은 아마 그가 될 듯하니, 미리 정보를 얻어두게 된 것에 쾌재를 불렀지만, 쓸모 없는 정보인 양 넘기고, 그에게 물어봤다.


“역시, 이 상황에서도 자네는 어떻게 말 위에서 화살을 쏘게 훈련했는지는 말할 생각이 없겠지?”


그 말에 그가 조금 망설이는 듯하더니, 고개를 젓는다. 항상 자신이 지혜롭다고 생각하는 자는, 자신의 꾀에 넘어간다.


이미 필요한 정보는 전부 얻은 저 포로를 어떻게 할까 생각하던 도중, 어느 정도 정리가 완료된 니카이아 성 북쪽에 있는 콘스탄티노플 게이트에 나팔 소리가 들려왔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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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니카이아 공성전(7) 24.01.06 22 3 12쪽
» 니카이아 공성전 (6) +2 24.01.05 22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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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니카이아 공성전(4) +2 24.01.03 27 3 11쪽
43 니카이아 공성전(3) +1 24.01.02 21 3 12쪽
42 니카이아 공성전(2) 24.01.01 21 3 12쪽
41 니카이아 공성전(1) 23.12.31 24 3 13쪽
40 정복 황제 윌리엄의 독백 23.12.30 37 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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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행군(3) +1 23.12.30 28 3 12쪽
37 행군(2) +2 23.12.29 25 3 12쪽
36 행군(1) +1 23.12.28 25 3 12쪽
35 전투 후 처리 23.12.27 28 3 12쪽
34 바트크로이츠나흐 전투 +3 23.12.26 36 3 12쪽
33 성전으로(4) +1 23.12.25 27 3 13쪽
32 성전으로(3) 23.12.24 31 3 11쪽
31 성전으로(2) 23.12.23 30 3 12쪽
30 성전으로(1) 23.12.23 36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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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식을 올리다(8) +1 23.12.22 38 3 12쪽
27 식을 올리다(7) +2 23.12.22 35 3 12쪽
26 식을 올리다(6) 23.12.21 35 3 13쪽
25 식을 올리다(5) 23.12.20 43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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