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만능 수도사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판타지

완결

공장성소
작품등록일 :
2023.11.30 09:20
최근연재일 :
2024.04.07 18:50
연재수 :
76 회
조회수 :
6,253
추천수 :
315
글자수 :
416,508

작성
23.12.22 18:00
조회
35
추천
3
글자
12쪽

식을 올리다(7)

DUMMY

일은 일사천리로 흘러갔다. 태워 죽이려던 아이-어른에 가까웠다-근처에서 내가 헛기침을 하니 다들 흩어졌다. 아무리 이유가 있다 한들 수도사 앞에서 사람을 태워 죽이기는 조금 그래서인가 싶었더니 모두가 거리를 벌리고 나를 보고 있었다.


“수도사님께서 집행하시려는 거 아니었습니까?”


아니 지금부터 내가 아이한테 불을 붙이려는 줄 알고 기다린 거였나?


“아니오. 이 아이가 직접 행한 죄도 아닌데 어찌 심판을 내릴 수 있겠습니까?”


오늘은 다들 이 녀석이 불타는 걸 보고 멍이라도 때리려 했나? 다들 뭔가 재밌는 장난감을 잃기라도 한 것처럼 상심한단 말인가?


“지금 어린 아이를 죽이는 것에서 기쁨을 찾으려 했던 여러분들이 제 눈에 보입니다.”


거의 어른에 가깝지만, 아직 부모의 품에서 벗어나지도 못한 아이를 두고 뭐하는 짓인가?


“원컨대, 회개 하십시오. 사람된 자로써, 어제까지 함께하던 아이를 죽이고 태우고, 고통 받는 것을 보는 것으로 타버린 집이 돌아오덥니까? 부디 원수를 용서하라던 예수님의 이야기를 기억하십시오.”


그렇게까지 말하니 실망을 보이던 마을 사람들도 물러났고, 새로운 일행이 늘었다. 다른 수도사들에게 보살펴 주기를 부탁하고 녀석에게는 크게 신경을 쓰지는 않았다. 올리버는 그 녀석이 어지간히도 불쌍한지 가는 길 내내 계속 뭔가를 챙겨주려고 했지만 정신을 그날 가족이 몰살한 녀석에게는 어떤 친절도 그다지 와닿지 않는 듯 했다.


굳이 이 녀석한테 그래도 살아야한다느니 그런 말을 하기에는 딱히 필요를 못 느껴서 린디스판 수도원에도 데려가지 않고 다른 수도사와 함께 밖에 있으라고 했지만 딱히 반박도 하지 않았다.


“저렇게 둬도 될까요?”


올리버가 아이가 걱정된다는 듯이 말했지만 아이가 아이를 걱정하는 꼴이 웃길 따름이다. 안에 든 건 아이가 아닐지도 모르겠으나. 누구에게 들릴세라 조용하게 녀석에게 말했다.


“스물 여덟살까지 살았다면, 당연히 아이를 가져봤으니 그 모성이 남아있는 건 당연하지만, 끝없는 사랑으로 낫지 않는 상처도 있단다. 시간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기다려주렴.”


그렇게 말하니 올리버가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


린디스판의 수도원은 수도원이라기보다는 성에 그 구조가 가까웠다. 대부분의 수도원은 외침으로부터의 방어도 염두에 두지만, 그 내부에서 밖으로 나가는 것을 더 경계한다. 금지된 지식, 서약, 그리고 누구도 알지 못하는 게 좋을 악마의 이야기까지···.


하지만 이곳은 밖에서 무언가가 오는 것을 더 막기 위한 모양새였다.


“제가 린디스판에서 수도원장을 맡고 있는 커스베르입니다.”


“성 커스베르와 같은 이름이군요.”


“그 이름을 딴 것이지요. 주의 축복으로 말미암은 축복받은 이름입니다. 항상 이름에 감사할 따름이고, 저의 책임을 사랑할 뿐입니다.”


감찰관으로 왔지만 이곳의 수도원장은 그야말로 성 베네딕트가 살아돌아오기라도 한 것처럼 누구보다도 경건한 사람이었다. 이 자가 죄를 지었다면 그야말로 세상 전부가 죄인들의 소굴이리라.


“당신의 말씀이 경건하기가 그지 없습니다. 제가 왕께서 부탁하신 감찰관으로 이 곳까지 오게된 연유는 알고 계십니까?”


“끊임없는 해드스톤과 온갖 마을들의 화재 때문이겠지요.”


이건 또 새로운 소식이다. 해드스톤 만이 그런 것이 아니라 온갖 마을에서 동시다발 적으로 낙뢰가 그렇게 떨어질 수가 있나?


“용 때문입니다. 동쪽의 불길한 징조가 있을 때면 용이 나타났습니다.”


문헌에서 본 침략에서 버티기 위한 켈트족들의 분투를 말하는 건가?


“그에 대해서는 읽어본 적이 있습니다.”


“저는 목도했습니다. 용은 실제로 있습니다.”


용이 실존한다고 이 수도원장은 말한다. 성 미카엘이라도 불러와야하는가?


“숫자가 맞습니다. 첫번째 천년기가 지나고, 적그리스도의 징조에서 50년이 지나, 성전이 이교도에게 점령당했지요. 그렇다면 30년 전의 혜성은, 하늘의 불꽃은 그야말로 용이지 않습니까. 그 불을 뿜는 모습이며, 그 속도까지.”


혜성을 보고 말하는 것인가.


“더 크게 그 모습을 볼 방법이 없으니 그를 용이라고 말한들 증명할 길이 없지 않은가? 그리고 실제로 혜성이 용이었다고 한들, 30년이 지난 지금 집이 불에 탈 이유가 있나? 솔직해지게, 노섬벌랜드의 백작이 노르웨이 상선을 침몰시킨 것과 관계된 일이 아닌가?”


갑자기 수도원장이 말한다.


“나를 믿어라. 숫자는 거짓을 말하지 않는다. 성전을 승리해야만이 이 불길의 도래를 막을 수 있다.”


미쳐버린 건가? 너무도 많은 지식에 노출되기 마련인 수도사들은 이런 일이 비교적 흔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태의


“그렇다면 더 묻지 않겠습니다. 성전에 나서는 모든이들의 사면은 교황께서 보장하신 바이니 제가 왈가왈부할 게 아니지요. 다만, 윌리엄 폐하의 성전군에 합류하시는 것을 권장드립니다.”


“물론이오, 그의 군대만이 진정한 구원자의 군세이니.”


조사를 할 필요도 없어졌다. 이들이 또 새로운 성전군을 꾸려서 요크셔에서 모여, 배에 타면 될 듯 싶다. 이들의 보급에나 신경써야겠다. 이 신성한 섬에서 성전의 군대가 조직된다는 건 고무적이다.


근처의 온갖 성전에 나서고자 하는 이들, 귀족의 사생아들, 혹은 후계구도에서 더 이상 희망이 없는 이들이 자신의 자산을 전부 털어서 맞춘 갑옷과 말을 타고 모여든다. 말이 없는 이들도 많다.


감찰관이라는 직책으로 조금 들쑤시기 시작하면 모두가 차라리 성전에 나서겠다고 눈물을 줄줄 흘리는 기적이 계속 이어지니 내가 가기도 전에 오는 이들이 생겼다.


그리고 시간은 한달이 넘게 지나, 폐하가 11월의 끝을 알리며 배를 타고 오셨을 때, 모인 사람의 수는 수백을 넘었다. 폐하도 소식을 미리 듣고 넉넉한 수의 배를 가지고 오셨지만 그 수를 보고 질린 표정을 지으셨다.


“이게 다?”


죄인들이냐는 물음에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반 정도는 그렇습니다만, 정말 열성적으로 성전에 나선 이들이 많습니다. 죄를 지은 자 중에서는 아비가 자신의 죄를 씻기 위해 움직이라며 버린 이도 있고, 이런 식으로 자신의 가족을 보냈으니 한동안 반란은 꿈도 꾸지 못하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그만큼 노르웨이 왕의 침략에 취약해지기는 했습니다.”


사람 수를 보고 만족스레 수염을 쓰다듬으시던 폐하께서 멈추고 대답한다.


“그래서 아들 윌리엄이 한 스코틀랜드 국왕과의 결혼이 중요한 것 아니겠나.”


“여부가 있겠습니까.”


배에 올라서 폐하와 긴밀하게 말하고 있으니 선원들이 나를 쳐다보는 게 느껴진다. 어떤 말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놀라는 듯한 공기가 느껴진다.


“자네는 좀 영지를 받고, 지위를 탐내게나. 저 선원들도 자네의 겉모습만 보고 대했다가 당황하고 있지 않나? 내 조언자면 좀 체면을 지키는게 어떨까 싶네.”


“항상 진실되게 행동하는 이들을 이렇게 만나지 않습니까? 폐하나, 안셀무스 대주교처럼 말이지요. 지위가 높아서 그 행동아 바뀐 거라고 답하실 수도 있습니다만, 그보다는 그런 자가 높은 자리에 오르는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 말에 미소를 짓던 폐하가 웃음을 지우고 짐짓 진지한 듯 폐하가 말하신다.


“내가 자네를 부끄럽게 생각하게 된다는 말일세 내가.”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이야기로 조금 이야기를 나누던 폐하가 잉글랜드의 해안선을


“즉위식은 어디의 대주교께서 행하시기로 했습니까?”


“마음 같아서는 안셀무스 대주교께 맡기고 싶지만, 제국의 부활이라는 부분을 깊게 생각하신 교황폐하께서 직접 행하시기로 했다네.”


그렇다면 ‘주의 축복’을 진정한 주의 대리자께 보여드릴 기회가 온 것인가?


“교황폐하께서 직접 즉위식을 주관하신다니, 참으로 축복받은 일입니다.”


“교황이 여기까지 와서 그런 행사를 하고, 성전에 우리를 축복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는 말이기도 하지. 원래는 이렇게까지 급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단순한 업적쌓기가 아닐 수도 았겠어.”


“그렇습니까? 안 그래도 린디스판 수도원의 수도원장이 성전을 이길 유일한 방법이 폐하라고 헛소리를 했습니다.”


“그게 왜 헛소리인가?”


내가 말한 말을 생각해보니 이상하게도 들리겠다 싶어 둘러댄다.


“가끔, 수도원에는 책이 너무 많다보니 돌아버리는 인간들이 자주 나옵니다. 성전을 승리로 이끄실 분이 폐하라는 건 당연하지만, 용을 봤다느니 하면서 떠드는 꼴을 보아하면 헛소리인것이 분명합니다.”


그제야 알았다는 듯이 하얗게 뒤덮인 해안선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폐하께서 말하신다.


“그런 얘기였나. 본인이 예언자니 뭐니 하는 그런 광인이군. 런던에 정박하지 않고 곧장 플랑드르에 내릴 걸세. 괜찮겠지?”


“물론입니다. 수백명이 배에 타고 있으니 곧장 가는 게 좋을 듯 싶습니다.”


그 수백명의 성전군을 이끌게 된 더럼의 수도원장에게 말을 전하니 모두에게 이야기를 전한다.


“이미 많은 수의 성전 군이 플랑드르에 모였네. 만을 넘긴다고도 하고, 여러 백작과 제후들도 성전에 나가겠다고 선언한 이가 많네. 그만큼 성전에 가기 전에 동쪽의 제국과의 관계를 정리해야하지.”


어차피 동쪽으로 가는데 뭘 또 정리하는가?


“비잔틴 제국으로 가는 것 아닙니까?”


“아니, 저 로마도 아닌 것이 로마를 칭하는 이들 말일세.”


아 그 영주들이 모여서 왕을 투표로 뽑는다는 말같지도 않은 나라를 경계 하시는가.


“저들은 하나로 뭉치지 못할텐데 무엇이 문제입니까?”


“최근 저들은 달라졌네. 왕이 죽은 때도 아닐텐데 선제후 아래에서 강력하게 뭉쳐서 행정체계를 갖추고 있으니. 자네가 말한 그 장미십자회의 미래인이 실제로 뭔가 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네. 이를 방치하면 성전간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일 아닌가.”


그 학자같은 이가, 자신의 맹세를 깨고 직접 정치관계를 정리하는 데에 앞장섰을 수도 있다는 말인가? 이제는 그야말로 노인이 되었을 크리스티안이? 그렇다한들 몇년이 걸릴지 모르는 성지로의 전쟁을 눈앞에 두고 추측만으로 안심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 않은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자리를 오래 비우실 것이니 어떤 준비도 과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인리히는 우리 가문에 밀려 도망간 가문의 후예니. 이를 이용해서 성질을 긁어 성전에 함께하자고 해볼 작정일세.”


“황제쯤 되는 이가 그런 도발에 넘어갈지도 의문이고, 그렇게 도발에 넘어가 끌어모으는 군세에 응집력이 있을지도 의문이고, 보급은 될지 의문이며, 과연 그렇게 많은 병력이 필요할지도 의문입니다만, 뭐 폐하께서 생각이 있으리라 생각하겠습니다.”


여러가지 의문점을 드니 폐하의 안색이 눈에 띄게 나빠지고 쓴웃음을 지으신다.


“그냥 반대를 하게···. 물론 다른 생각이 있기는 하네. 저들이 약해지면 동쪽 방면의 국경의 방어를 조금 덜 생각해도 되지 않겠는가?”


황제가 주도한 성전이 곧장 동쪽 방면의 국경의 안정화로 이어질지도 의문이지만 안하는 것보다는 낫겠지. 그런데 보통은 저들의 국력을 밖으로 표출할 생각도 못할만큼 내부의 정치가 개판인 저 ‘제국’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진정 저들의 국기는 쌍두 독수리가 아니라 로마라는 시체를 쪼아먹는 까마귀에 가깝지 않은가.


“아마 신경쓰지 않으셔도 될것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성전에 합류하는 게르만 지방의 영주들의 말을 한번 들어보시죠.”


플랑드르에 다다르고, 그 기회는 그렇게 멀지 않았다.


“저 복식을 봐라. 누가봐도 게르만인 아니냐?”


바바리아 양식의 복식을 한 노란 머리의 귀족이 남부 게르만어로 뭐라고 말하고 있었다.


“보라. 이 세상을 불태우는 저 이교도들의 군세 뒤에는 유대인들이 있다.”


이게 뭔가? 폐하도 뭔가 말씀하시는데 헛다리를 마구 짚는다.


“나는 게르만어는 모르지만 저런 자는 익숙한데···. 어디 사람이지? 색슨인인가?”


“아니, 폐하. 남부 게르만어를 모르십니까? 억양과 복식을 보아도 저자는 바바리아 인입니다.”


황제가 될 사람의 학식의 부족함을 이르니 입을 다무신다.


작가의말

오후 6시 연재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중세 만능 수도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2 소아시아 행군(2) 24.01.11 25 3 12쪽
51 소아시아 행군(1) 24.01.10 21 3 12쪽
50 도릴라이움 전투(3) 24.01.09 19 3 12쪽
49 도릴라이움 전투(2) +1 24.01.08 20 3 11쪽
48 도릴라이움 전투(1) 24.01.07 26 3 12쪽
47 니카이아 공성전(7) 24.01.06 22 3 12쪽
46 니카이아 공성전 (6) +2 24.01.05 22 3 11쪽
45 니카이아 공성전(5) +1 24.01.04 24 3 12쪽
44 니카이아 공성전(4) +2 24.01.03 27 3 11쪽
43 니카이아 공성전(3) +1 24.01.02 21 3 12쪽
42 니카이아 공성전(2) 24.01.01 21 3 12쪽
41 니카이아 공성전(1) 23.12.31 24 3 13쪽
40 정복 황제 윌리엄의 독백 23.12.30 37 3 14쪽
39 행군(4) +1 23.12.30 22 3 12쪽
38 행군(3) +1 23.12.30 28 3 12쪽
37 행군(2) +2 23.12.29 25 3 12쪽
36 행군(1) +1 23.12.28 25 3 12쪽
35 전투 후 처리 23.12.27 28 3 12쪽
34 바트크로이츠나흐 전투 +3 23.12.26 37 3 12쪽
33 성전으로(4) +1 23.12.25 27 3 13쪽
32 성전으로(3) 23.12.24 31 3 11쪽
31 성전으로(2) 23.12.23 30 3 12쪽
30 성전으로(1) 23.12.23 36 3 13쪽
29 식을 올리다(9) 23.12.22 41 3 13쪽
28 식을 올리다(8) +1 23.12.22 38 3 12쪽
» 식을 올리다(7) +2 23.12.22 36 3 12쪽
26 식을 올리다(6) 23.12.21 36 3 13쪽
25 식을 올리다(5) 23.12.20 44 3 12쪽
24 식을 올리다(4) 23.12.19 41 3 12쪽
23 식을 올리다(3) 23.12.18 52 3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