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만능 수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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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공장성소
작품등록일 :
2023.11.30 09:20
최근연재일 :
2024.04.07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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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2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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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성전으로(3)

DUMMY

마인츠의 유대인 집성촌에 군대가 다가가니 유대인들은 성전으로 인해 긴장된 분위기 때문인지 도망을 치고 비명을 지르는 등 혼돈이 벌어졌다. 그래도 병사들에게 단단히 일러둔 덕분에 그들을 보고 덩달아 혼란에 빠져 서로 죽이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우리는 그대들을 해치려 온 것이 아니다! 라인란트의 영지 여러곳에서 학살이 일어난다는 소식을 듣고 막으러 온 군대다!”


항복을 하러 온 거였는지, 아니면 미쳐서 이쪽으로 돌격해온 건지 모를 랍비가 곧장 그말을 듣고 바닥에 엎드려서 싹싹 빈다.


“알겠습니다. 저희가 가진 은을 최대한 드릴 테니, 부디 원하는 대로 하소서.”


마구 비명을 지르는 이보다는 이성적으로 보였지만 그들도 우리가 하는 말을 전혀 듣고 있지 않았다.


“우리는 너희를 강도질하러 온게 아니다!”


“그렇다면 개종시키러 오셨습니까? 부디 세례를 받을 테니 살려만 주십시오.”


“아니, 개종? 아니다. 그런 건 강제로 해서는 의미가 없지 않은가? 우리가 떠나면 곧바로 다시 너희들의 종교로···.”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정말 진심으로 개종하겠습니다.”


눈물까지 흘리면서 그러는 걸 보니 진심인가 싶었지만 당연하게도 목숨을 구걸하기 위함이었다.


“아니, 정말로 아니다. 그럴 필요 없고···.”


그렇게 말하는데 시뻘겋게 충혈된 눈으로 피를 토하는 것처럼 말하는 랍비가 소리친다.


“이미 다 들었습니다. 라인란트의 플로하임 백작이 개종하지 않는 유대인들을 죽이고 다닌다고···! 부디 저희에 사람들을 살릴 기회라도 주소서.”


“그럴 생각 없다니까!”


보다 못한 포위스 공왕께서 소리치셨다. 그 말을 들은 랍비는 살릴 기회도 주지 않을 거라고 이해했는지 모든 것을 포기한 얼굴로 바닥에 주저 앉아 꺼이꺼이 운다. 이 일련의 촌극을 본 체스터 공작이 낄낄 웃으니 오해는 더욱 깊어져 혼란은 더 심해졌다. 급기야는 병사들에게 숨겨달라고 조르는 이들까지 생겼다.


그렇게까지 혼돈이 심화되니, 웃던 체스터 공작이 웃음을 멈추고 목소리를 높인다.


“조용! 우리는 교황 성하와 황제 폐하의 요청으로 이 근방에서 벌어지는 자네들에 대한 학살을 멈추기 위해 왔다. 말 그대로다. 이를 위한 보급을 징발할 수는 있으나, 그대들의 목숨을 위험케하는 행위는 절대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겠다.”


그제야 잦아드는 혼돈에 로베르 공왕께서는 기분이 나쁜듯 하셨지만 굳이 입에 담지는 않으셨다. 자신의 아버지의 중요한 봉신에게 시기를 느낀다고 말해서 뭐가 좋겠는가.


“그 말대로다. 황제 폐하가 무고한 이유로 죽는 이들을 구하라고 하셨다. 아무리 이교도라고는 하나 같은 주를 섬기는 이를 이유 없이 죽이는 자가 아니다. 여호와의 가르침은 그런 종류가 아니지 않던가.”


이들은 신성로마제국의 황제를 생각하고 있을테니 이를 바로잡아 줘야한다.


“다시 한번 이 땅에 부활한 프랑크 제국의 황제이신 노르망디의 윌리엄께서 명령한 일이니, 그의 성전을 위한 약간의 기부금만으로 그대들의 동포를 죽인 이들을 분쇄하도록 하겠다.”


돈을 주지 않는다 하더라도 군율을 어긴 탈영병들이니 죽일 생각이지만, 돈까지 받으면 금상첨화 아닌가.


아직도 우리를 믿을 수 없는지, 이들은 미심쩍은 눈빛으로 우리를 본다. 그야 온 사방에서 자신들의 동포가 죽어나간다는데 이렇게 달려온 우리를 덥석 믿기는 힘들겠지. 마인츠에 도착하고 그렇게 어느 정도 질서를 되찾은 시점에 척후를 보냈다.


라인강을 따라서 보낸 척후들은 플로하임 백작의 깃발을 보았다고 전해왔다기에 지휘천막에 모인 귀족들에게 말했다.


“플로하임 백작이 이 학살의 주체일 수도 있겠습니다. 오히려 은자 베드로는 성지쪽으로 기동하면서 학살 했을 가능성도 있지요.”


내 말에 로베르 공왕께서 크게 펼쳐진 근처의 지형을 그린 지도를 가리키면서 말씀하신다.


“그렇다면 지금쯤 그자는 바바리아에 있겠지. 아니면 물자를 모으기 위해 유대인을 학살하면서 빠르게 기동했거나.”


그리고 체스터 공작이 골똘히 생각하다가 묻는다.


“둘 다는 불가능한가?”


생각한다가 나온게 기껏해야 이거라서 한숨이 나올 뻔했지만, 체스터 공작이 작전을 입안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떠올리며 참는다.


“날개가 돋아나면 모를까 힘들지요.”


그 틈을 타 올리버가 대답하니 모두가 아이를 바라본다. 그제야 조금 부담스러운지 딴청을 피우면서 바닥에 그림을 그리는 척을 한다.


“이 녀석은 왜 이 천막에 있는건가.”


뭔가 못마땅한 듯 보안관의 아들인 윌리엄 말렛이 올리버를 가리키며 말하기에 최대한 화제를 돌렸다.


“어떻게 됐건 이 라인강을 따라서 북쪽으로 가야합니다. 그게 마지막으로 목격된 약탈의 장소였다고 하니, 거기서 행군의 발자취를 추적하면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형을 잘 모르는 곳으로 무작정 행군하다가 각개격파 당할 수도 있으니.


“일단은 군대를 나누지 않습니다. 긴 행렬을 만들지 않고 최대한 뭉쳐서 행군합니다. 잉글랜드에서는 아는 지형이라서 작전 계획을 짜는 데에 어려움이 없었지만, 이제는 대략적인 지형밖에 모르는 곳에서 전투를 펼쳐야 합니다.”


모두가 고개를 주억거리며 동의를 표한다. 하지만 로베르는 할말이 있어보였다. 그에게 의견이 있으신지 물으니 답하셨다.


“그렇지, 하지만 우리 병사들은 정예하고, 전투도 겪은 닳고 닳은 병사들이지 않나? 지형보다는 이들의 기량이 뛰어남을 염두에 둬야한다고 생각하네.”


“옳으신 말씀입니다. 그래서 기동 방식의 난이도를 고려하지 않고 방진과 함께 움직이게끔 하는 겁니다.”


그렇군. 하는 말과 함꼐 수긍한 로베르는 곧장 자신들의 병사들을 데리러가고 나머지도 그렇게한다. 나의 직속 병력은 200명 남짓. 그래도 열명의 기사가 나와 함께한다. 각각의 영지의 기사들과는 달리, 윌리엄 황제폐하의 직속 기사다. 저들도 언젠가 영지를 받고자하는 원대한 꿈이 있을까 싶어 물어보게 된다.


“자네들은 성전에 왜 자원했나?”


그 말에 어딘지 익숙한 노기사가 내게 말한다.


“그야, 폐하께서 성전에 나서시니, 함께하는 것이 봉신의 도리 아니겠습니까?”


“자네는 잉글랜드에서 징집병을 모을때 함께하던 기사였군. 오랜만에 보는 군 그래.”


이 자도 전쟁에서 한몫을 잡았는지 통짜 강철을 이어붙여 만든 갑옷을 입고 있다. 아첨꾼인 건 여전하지만 훌륭한 기사인 것은 아마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듯 싶다.


이틀간 라인강을 따라서 적들이 바트크로이츠나흐의 실개천 동쪽에 자리를 잡았다. 강을 끼고 있는 상태로 적들이 이 근방에서 건널 수 있는 건 돌다리 같은 짓다만 다리뿐이다 군대가 지날만큼 얕은 지류를 찾아서 진을 치고 기다린다.


그렇게 지루한 기다림이 이어지는 중에, 희소식이 들어온다.


적의 척후병을 두명 사로잡았다.


우리가 보급해준 장비도 아닌 이상한 장비를 가지고 있고, 게르만어를 한다. 아마도 현지의 병사들인가 싶다.


“그대들은 누구를 섬기는가? 플로하임 백작의 병사인가?”


“아, 아닙니다. 은자 베드로님의 성전군의 척후입니다.”

“그가 님이라고 불릴만한 위인은 아니지. 아무런 작위도 없기도 하고. 저 은자 베드로의 군세에 몸을 담았다면 프랑크인 아닌가? 왜 프랑크어를 하지 않지? 내가 누군지 아나?”


그 말에 당황한 척후병이 신음을 흘린다. 보통 같으면 이제 손톱을 뽑고 손가락을 잘라내면서 정보를 불라고 하겠지. 하지만, 척후를 이쪽으로 보낸 것을 보면 행군 방향을 바꾼다 한들 정찰에 잡힐 듯 싶다. 좀 더 많은 수를 정찰에 할애하고 주변 마을 과의 연결을 좀더 공고히 하면 이들이 아주 반대쪽으로 가지 않는 이상 오게 되어있다.


이들의 정체를 정확히는 모르겠으나, 은자 베드로의 군세와 플로하임 백작의 군세가 섞인 듯 보인다.


만약 정말로 이를 틀어 정 반댓방향으로-북서쪽-으로 가기 시작한다면 부르군디와 하부 로레인에 다다른다. 그럼 저들이 고향이 근처니 흩어질텐데 그렇게 되어도 괜찮은가?


물론 그러려면 정말 몇달에 걸친 강행군을 해야겠지만 인간은 나약해서 싸우지 않아도 된다는 마음의 유혹은 정말로 크다. 저들이 탈영을 못하게 휘어잡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할까?


그럴리가 있나. 저 치는 우리에게 합류해서 갈 때에도 일직선으로 배를 구해서 이탈리아 반도를 지나 최대한 빠르게 저 발칸 반도에 다다르자고 했다. 저 동로마 제국의 물자를 믿어야한다고 말하던 그를 기억한다. 누가 보아도 이 유대인들에게 충분한 은화를 받아냈다면 곧장 일직선으로 성지로 향할 것이다.


폐하가 향한 바바리아에서 보낸 편지는 아무런 흔적도 찾지 못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응당 이곳에 있을 것이니. 기다림만이 길이다.


“언제까지 기다려야하는가? 성전에 다시 합류해야하지 않은가?”


물론 모두가 이 기다림을 달갑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루 이틀 기다림이 길어지고, 상대의 움직임이 점점 가까워 오는 듯 싶을 때,


“윌리엄 말렛 경. 저를 신뢰하기 힘들다면 저를 신뢰하는 체스터 공작 각하와 포위스 공왕 전하를 믿으십시오. 당신의 아버지도 저번 전쟁에서 저를 믿고 따라왔습니다.”


너는 아무런 직위도 없으면서 병사 한줌 들고 나에게 트집을 잡느냐고 말하려던 것을 참고, 어린 나이에 집을 떠나 자신의 가문의 역량을 모아다가 동쪽의 영지를 차지하고자 나선 아이가 느낄 압박감을 떠올린다. 가문을 가져본 적이 없는 나에게는 쉽게 떠올리기 힘들지만, 생각해본다.


어린 나이에 두 샤이어의 보안관의 아들로 태어나, 높은 작위를 받고자 고군분투하는 아버지를 매일같이 봐오며 살았다면 나는 어떻게 자랐을까.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황금률에 입각하여 이자의 마음을 이해하고자 하니 화가 가라앉는다.


“그러니 걱정 마십시오. 저들은 이곳을 지날 것이고, 강을 건너는 적들을 요격하면 정말 쉬운 승리가 될 것입니다. 빠른 승리 역시 중요하지만, 확실하고 안전한 승리 역시 중요합니다. 집을 떠나 머나먼 자리에 온 이들의 목숨을 판돈으로 도박을 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야 맞지. 그렇군. 이해헀네. 베드로 수사. 참을성 있게 설명해주어 고맙네.”


그제야 보안관의 아들인 윌리엄이 수긍했다. 혹시나 본인들의 무장수준이 좋으니 본인의 병력만으로도 저들을 밀어낼 수 있다면서 뛰쳐나갈까 걱정했는데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일단은 바트크로이츠나흐의 물자를 징발해서 부족한 보급 소요를 보충했다.


충분한 은화로 보상했고, 그렇게 마르크를 받아든 이들은 입이 찢어져라 좋아했다.


그대로 약탈 당할 줄 알았더니 값까지 치뤄준다며 이상한 짓을 한다던 이들이 있을 정도로 심하게 좋아했다.


그렇게까지 좋아하니 조금 어색해진 병사들이 그냥 약탈을 할까 지휘관에게 물어오기까지 했다.


잉글랜드와 신성로마제국의 내전은 양상이 조금 다른 듯 싶다. 그야 저들에게는 옆 영지와의 아무런 동질감도 없는 비효율적인 정부체계아닌가? 이곳의 평균은 약탈과 방화인가?


그들의 웃음을 보면서 고통받던 농노들에게 주의 축복이 있기를 바라며 성호를 긋는다.


작가의말

매일 오후 6시 연재입니다.

라인란트 백작을 플로하임 백작으로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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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니카이아 공성전(2) 24.01.01 21 3 12쪽
41 니카이아 공성전(1) 23.12.31 24 3 13쪽
40 정복 황제 윌리엄의 독백 23.12.30 37 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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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행군(3) +1 23.12.30 28 3 12쪽
37 행군(2) +2 23.12.29 25 3 12쪽
36 행군(1) +1 23.12.28 25 3 12쪽
35 전투 후 처리 23.12.27 28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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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전으로(3) 23.12.24 32 3 11쪽
31 성전으로(2) 23.12.23 30 3 12쪽
30 성전으로(1) 23.12.23 36 3 13쪽
29 식을 올리다(9) 23.12.22 42 3 13쪽
28 식을 올리다(8) +1 23.12.22 38 3 12쪽
27 식을 올리다(7) +2 23.12.22 36 3 12쪽
26 식을 올리다(6) 23.12.21 36 3 13쪽
25 식을 올리다(5) 23.12.20 44 3 12쪽
24 식을 올리다(4) 23.12.19 41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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