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만능 수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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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성소
작품등록일 :
2023.11.30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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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2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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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전으로(4)

DUMMY

농노들의 고통은 세속 군주들이 신경쓰게 두고, 나는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나아가는 군대를 말을 타고 다니면서 그들의 사기를 관리한다.


“다들, 우리가 구하는 유대인들이 우리에게 줄 무거운 은화 주머니를 생각해봐라. 벌써부터 신나지 않느냐?”


“물론입니다! 하하핫.”


심하게 쾌활한 병사가 크게 호응해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모두가 웃음을 흘리고 눈 앞에 다가온 전투에서 눈을 돌릴 수 있게 됐다.


어느 정도 돌아다니면서 부족한 물자를 파악했다. 진흙에 너무 상한 신발들을 새로이 얻어야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천싸개와 무두질한 가죽으로 만든 신발들을 보급했다.


그리고 벌어질 전투에서의 진형을 결정했다.


“종심은 가장 강력한 군세를 가지신 로베르 공왕님께 맡기겠습니다.”


이치에 맞는 배치였고, 곧장 받아들이셨다.


“좋네.”


“저와 윌리엄 경이 죄익을 맡겠습니다. 그리고 체스터 공작께서는 우익을 맡아 주십시오. 우트레드 수사는 후방과 전령의 관리를 부탁드립니다.”


백명의 기사들은 둘로 나누어 좌익과 우익의 가운데를 맡게 했고, 로베르 공왕의 기사가 아닌 기마병들이 중앙을 대응하기로 했다. 상대에게 강력한 기마병들이 있을 리는 없지만 어느 쪽이든 충분한 준비가 중요하다.


300명의 궁병은 빠른 돌파를 위해 중심을 지원하기로 했다.


“강을 건너려고 하는 적의 군대가 지나갈 수 있는 자리는 몇곳 없습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물에 빠져 죽은 세명의 병사가 있습니다.”


그들의 이름을 부르면서 성호를 한번 긋고 말을 잇는다.


“덕분에 비가 와서 강이 불어나거나 하지 않는다면 저들이 도하를 시도할 만한 곳을 찾아낼 수 있게 됐습니다. 동북쪽으로 3마일을 움직일 예정입니다. 오늘 내로 자리를 잡으면 어디로 저들이 건너든 확실하게 흐트러진 대형의 상대를 상대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밤에 움직일 예정입니다. 이견 있으십니까?”


공왕, 공작, 그리고 보안관의 아들과 주교 예정자까지 모두 달리 할말이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우트레드 수사에게 부상자들을 챙기는 데에 올리버를 부탁했다. 막상 그는 올리버가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내게 잘 보이기 위해 잘 챙기겠다고 말하는 듯 싶었지만, 직접 겪으면 녀석이 제대로 된 연금을 하는 약사라는 사실을 알게 될 거다.


윌리엄 폐하가 내게 내려주신 갑옷을 오랜만에 갖춰 입고, 기도를 드린다. 성모경과 주기도문을 드리고, 전투에 들기 위한 기도를 한다.


“주님. 적법한 살인을 하게 되었습니다. 주의 십계명이 이를 금지하지 않으니, 주님의 의분을 적들에게 보여주겠습니다. 주께 승리를 기원하지 않습니다. 다만 제게 주어진 지혜를 낭비하지 않고, 주의 정의로운 군대가 그 빛을 잃지 않게 해주시옵소서.”


투구를 쓰고, 검을 든다. 판금 장화를 끼기 위해 올리버에게 도움을 받는다.


“종자라도 된 것 같네요.”


“이미 제자니까 같은 거지. 방패를 옮길 필요는 없다. 나는 검을 양손으로 쓰는 편이 더 편하니.”


생각해보니 올리버를 전쟁터 한복판으로 데려오면서도 녀석에게 검술을 가르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어 조금이라도 시간이 나면 검을 가르쳐줘야겠다고 생각해서 나중에 검을 허리춤에 매는 것을 도와주는 녀석에게 나중에 목검이라도 마련해준다고 하니 녀석이 생각났다는 듯이 말한다.


“그러고보니 스승님, 린디스판으로 갈때 생각한 건데 검을 좀 쓰시나요?”


“물론, 연금술사는 값진 것이 많으니 그 지위를 강도당하지 않을 정도로 높이거나 누가 공격하려 든다 한들 모두 물리칠 수 있을만큼 강해져야 한다. 그건 전쟁에서 모든 이들에게 해당하는 말이기도 하지.”


녀석이 고개를 끄덕이고 심각한 표정을 짓는다. 그래, 그 둘 모두에게 해당되는 올리버는 지금 꽤 위험하다는 걸 알겠지. 물론 바야드를 찾아서 이 녀석을 지키게 하고 싶은 마음이지만, 바야드도 전쟁에서 공을 세울 기회를 줘야겠지 않는가.


검을 든 남자에게 그 미천함을 벗을 기회는 그 어느 것보다도 중요한데, 내가 나의 욕심으로 공방을 지키게만 했는데 여기서도 그렇게 끼고 돌아다닐 수는 없지 않은가.


“바야드, 너는 군마를 내어줄테니 나와 함께 가보자꾸나.”


오랜 행군으로 지쳐있다가 진을 치고나서 눈에 띄게 상태가 나아진 바야드가 의욕을 보이면서 자신의 갑옷도 갖춰입는다.


전쟁에서 본인의 검을 사용하는 건 처음일 테니 말 위에서는 창을 사용하는 게 좋을 거라고 말한뒤에 창을 쥐어주고 투창을 여러개 챙겨줬다. 이제 살아남는 건 본인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고 하니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들뜬 걸까? 녀석이 상점에 침입하던 여러 강도를 잡아내고, 온갖 훈련과 10년에 달하는 단련을 해서 어느정도 자신감을 가질만하다는 건 안다. 하지만 어딘지 불안해서 수천명이 붙는 전장에서 그런 마음가짐은 좋지 않다고 말해주니 그제야 웃음기를 가라 앉히고 심호흡을 하고 녀석이 어렸을 때에 알려준 방법으로 명상을 한다.


“아직도 기억하고 있구나. 그래, 오늘 곧장 전투가 벌어질 가능성은 적지만 미리 마음을 추슬러 두거라.”

그제야 조금 긴장하는 듯한 녀석에게 녀석이 훈련하던 방패와 같은 무게로 만든 통짜 쇠로 된 방패를 건넨다.


“선물이다. 파티마에게 몸 성히 돌아가야하지 않겠느냐?”


결혼한지도 얼마 안 된 총각이 곧장 자신에게 주어진 신성한 의무에 응해 왔으니 어떤 돈이 들어가더라도 그 선물을 줘야하지 않겠는가? 강철이 많이 들어가서 가격이 크게 나왔지만, 적에게 허무하게 화살을 맞고 죽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는가?


물론 한낱 백작가에서 많은 궁수를 동원할 거라고 상상하기는 힘들지만, 준비는 아무리해도 모자르니.


“그, 파티마랑 같이 왔는데요?”


“그렇구나.”


잠깐 뭐라고?


“지금 파티마를 성전에 데려왔다고 한건가?”


“네.”


“지금 정신이 빠진 건가, 아니면 생각이 없는 건가? 지금 저 동쪽의 베두인들을 무찌르러 가는 원정에 아름다운 베두인 여인을 데려왔다는 건가? 너가 잠시 자리를 비우면 어떤 일이 벌어질 줄 알고 그러느냐?”


“아니,”


녀석이 뭔가 변명을 해보려고 입을 열지만, 들을 필요도 없다. 한낱 색욕에 눈이 멀어 자신의 부인을 가장 위험한 전쟁터로 데리고 오다니!


“아니가 아니다. 너가 사랑하는 이를 잃은 슬픔의 무게를 너의 나이에 알더냐? 믿거라, 모르는 게 낫다···.”


그런데도 녀석은 어떤 변명이든 만들어내려고 입을 놀린다.


“이유가 있습니다.”


“그렇더냐, 정말 좋은 이유가 필요할 거다. 아니면 내가 삯을 챙겨줄 테니 너의 부인을 데리고 다시 잉글랜드로 돌아가야할 테니.”


“유다가 제게 결혼식 날 밤에 맹세하게끔 만들었습니다.”


잠시 이 녀석이 악마의 속삭임을 들었나 싶은 생각에 녀석에게 경을 치려다가 정신을 차렸다. 이제 유다라는 이름을 받은 알 투그라’이를 말하는 것인가.


“그런가.”


주께하는 멩세를 깨게 할 수는 없으니 조용히 수긍한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주께하는 맹세를 남발하는 태도는 충분히 경을 칠 일이기에 단단히 일러두었다.


그렇게 행군의 준비를 마치고, 6시간 정도의 행군 이후에 중간 지점에 진을 치기 시작했다.


깃발을 높이 드리우고 천막들과 말을 쉬게하고 다시 한번 전략을 정리한다.


“각각 강을 도하할 수 있는 지점에 봉화를 만들게 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높은 감시탑을 만들어 종을 두고, 종을 치기 시작하면 곧장 전투태세를 갖출 수 있게 모든 병사들에게 어디로 모일지, 어떤 분류로 나뉠지 미리 정해두시기 바랍니다.


이를 위해서 깃발의 끝에 횃불을 달아두겠습니다. 아무리 어두운 밤이라도 곧장 모일 수 있게끔, 각각 집결지를 정해서 병사들을 이끄는 기사에게 확실히 숙지 시키시면 되겠습니다.”


낮에는 말들을 쉬게하고, 마갑을 풀어두게끔 하고, 밤에 마갑을 미리 씌워두는 식으로 어두워서 마갑도 없이 작전을 하게 되는 일을 예방하게 하는 등 군략에서 가장 사소한 부분을 기사들과 십인장, 그리고 귀족들을 모아두고 말했다.


평민들이 얼마나 그 명령을 잘 따를지는 의문이지만 확실한 지침이 있으면 아무리 지능이 낮은 자라 한들 그 역할을 하기 마련이다. 우물물에 달린 도르래가 생각을 하는게 아니라 그냥 돌아가는 것처럼 말이다.


이런 식으로 할 일을 미리 분배해주니 십인장들은 좀 더 긴장을 덜한 듯한 모습이었다. 적지에 있으니 만큼 기습에 대한 두려움은 항상 떠오르지만 이런 식의 여러 방어 장치가 있다는 건 이들에게 큰 안도가 될 것이다.


이제 밥을 먹어야하니 많은 이들이 불을 피우고 냄비를 걸기 시작한다. 몇몇 놈들은 강에서 물고기를 잡아다가 자신들의 십인대에 나눠먹기까지 한다. 어느 정도 긴장이 풀린 군대에서는 이런 식으로 자유로운 행동까지 나온다.


물론 아주 늘어지는 것은 좋지 않지만 기다림이 길어진 것치고 긴장과 여유의 균형을 찾은 것 같다. 병사들은 곧 벌어질 전투에 대해 말하면서도 맛있는 식사를 기다리고, 경계를 갖추면서도 너무 긴장해서 힘이 빠지지는 않는다.


이는 이들이 이미 전투를 경험해본 숙련병들이 태반인 이유도 있고, 자신들의 지휘관에 대한 믿음이 있어서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특히 불안해하는 병사들의 천막을 찾았다. 깃발은 서포크의 깃발을 하고 있다. 그래, 윌리엄 말렛의 군세인가. 아직 어린 후계자의 지휘를 받게 된 이들의 불안감은 높을 수 밖에 없다.


“하. 도련님이 잘 하실까?”


“그래도 베드로 수사가 같이 지휘한다잖아?”


“...수도사가 뭘 안다고?”


조금 거슬리는 말을 듣고 말았지만 가만히 천막 뒤에서 두런거리는 그들의 말을 들어본다.


“하. 이번에 웨일스에 안간 티를 내는구만. 백명도 죽지 않고 수천명을 항복시킨 베드로 수사의 전략을 몰라?”


입꼬리가 올라갈려하지만 참아내고 성호를 긋는다. 수도사는 쉽게 웃지 아니한다. 베네딕트회의 성규를 떠올리면서 나의 오만에 용서를 구한다.


일단 윌리엄 말렛과의 면담이 필요할 듯 하다.


깃발이 앞에 꽂힌 천막에 들어가니 그가 화들짝 놀란다.


“어쩐 일로 오셨, 왔는가?”


많이 놀랐는지 말까지 더듬는다.


“윌리엄 경, 지금 병사들이 불안감을 보이는데 한번 이들을 진정시킬 연설을 해보실 생각 있으십니까? 당신의 대한 믿음을 병사들에게 심어줄 필요가 있습니다.”


그 말에 그는 망설인다.그가 대귀족까지는 아니니, 원래 연설과는 거리가 먼 사람인가?


“혹시 웅변을 해보신 적이 없습니까?”


우물쭈물하면서 대답을 피한다. 단둘이 독대하니 이렇게까지 말을 잘 못하는데 도대체 무슨 일이 있는 건가?


“제게 편하게 말씀하셔도 괜찮습니다. 제가 비록 50년을 넘게 산 늙은이이기는 하나, 아무런 작위도 없는 범부일 뿐입니다.”


“그, 그런 것이 아니라. 나는 전쟁이 두렵네.”


이런 거라면, 병사들의 불안감도 그의 조급함도 이해가 간다.


“전쟁은 본디 두려운것입니다. 윌리엄 경. 폐하와 같은 이름을 가진 자로써 용기를 보여주십시오.”


그렇게 말하자 그가 한숨을 푹내쉬면서 다시 그의 고뇌를 뱉는다.


“두려운데 어찌 용기를 낼 수 있겠습니까? 롤랑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라나 전쟁을 동경하며 자랐지만 막상 다가온 전투는 동경으로 드리운 빛에 큰 그림자를 드리웁니다···.”


“두려움과 용기는 함께하는 것입니다. 검 한자루와 누비갑옷을 입은 농노는 당연히도 전장에서 스러질까 두려움을 느낍니다. 그것은 온몸을 철로 두른 기사라 한들 같습니다. 하지만 그 두려움을 어찌 이겨낼 수 있는가는 항상 모든 것의 답이신 한분이 계십니다. 당신도 아시고, 가장 위대하신 분이지요. 생각해내실 수 있겠습니까?”


“우리의 주 하느님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정답입니다.”


어렸을 적, 수도원 밖으로 나를 데리고 나오던 스승님이 말씀해주시던 말이 나의 입에서 다시 나온다.


“위대함과 용기는주께서 주는 것이고, 두려움은 악마가 주는 것인데 어찌 그 둘을 저울질할 수 있겠습니까? 당신의 마음이 주께 기울면 그 미혹과 두려움은 아침햇살에 흩어지는 안개와 같이 사라집니다. 아직도, 두려우십니까?”


어느 순간 불안함은 그의 얼굴에서 사라지고, 눈을 크게 뜨고 빛을 바라본다. 그의 두려움이 눈물이 되어 빠져나오는 듯하다.


작가의말

매일 오후 6시 연재입니다.

전화에서 오류가 있었습니다. 라인란트 백작이 아닌 라인란트 지방의 플로하임 백작이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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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도릴라이움 전투(2) +1 24.01.08 21 3 11쪽
48 도릴라이움 전투(1) 24.01.07 26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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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니카이아 공성전(5) +1 24.01.04 24 3 12쪽
44 니카이아 공성전(4) +2 24.01.03 27 3 11쪽
43 니카이아 공성전(3) +1 24.01.02 22 3 12쪽
42 니카이아 공성전(2) 24.01.01 22 3 12쪽
41 니카이아 공성전(1) 23.12.31 24 3 13쪽
40 정복 황제 윌리엄의 독백 23.12.30 37 3 14쪽
39 행군(4) +1 23.12.30 22 3 12쪽
38 행군(3) +1 23.12.30 28 3 12쪽
37 행군(2) +2 23.12.29 25 3 12쪽
36 행군(1) +1 23.12.28 25 3 12쪽
35 전투 후 처리 23.12.27 28 3 12쪽
34 바트크로이츠나흐 전투 +3 23.12.26 37 3 12쪽
» 성전으로(4) +1 23.12.25 28 3 13쪽
32 성전으로(3) 23.12.24 32 3 11쪽
31 성전으로(2) 23.12.23 30 3 12쪽
30 성전으로(1) 23.12.23 36 3 13쪽
29 식을 올리다(9) 23.12.22 42 3 13쪽
28 식을 올리다(8) +1 23.12.22 38 3 12쪽
27 식을 올리다(7) +2 23.12.22 36 3 12쪽
26 식을 올리다(6) 23.12.21 36 3 13쪽
25 식을 올리다(5) 23.12.20 44 3 12쪽
24 식을 올리다(4) 23.12.19 41 3 12쪽
23 식을 올리다(3) 23.12.18 52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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