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만능 수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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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공장성소
작품등록일 :
2023.11.30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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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0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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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카이아 공성전(5)

DUMMY

일견 모든 목표가 완수되고, 전쟁은 끝났다고 봐도 좋을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궁기병이라는 병종의 장점이 들어나는 전장의 상황이 펼쳐졌다.


큰 피해는 없었지만, 계속해서 누적대는 피해가 아쉽기는 하다.


“좋지 않은 상황인 것 같습니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전투에 지친 우리측의 병사의 지휘를 어느정도 맡은 선임 기사가 말한다.


“그 정도는 아니지. 설정된 모든 목표는 달성하지 않았는가. 다만, 저 궁기병이 꽤 귀찮은 일을 하고 있기는 하다.”


계속해서 쏟아지는 화살비, 하지만 저들의 물자는 이미 우리의 손에 들어왔고, 저들이 화살을 다시 모아서 올수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같은 원거리 병종으로 저들을 금방 끝장 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 화약이라는 물건을 제대로 연구해서 곧장 쏠 수 있는 무기를 만들었어야 했나 약간은 후회가 된다.


하지만, 적들의 화살도 떨어지기 마련, 적들의 화살은 우리 기사들의 갑주를 뚫지 못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폐하는 전령을 보내셔서 나에게 니카이아의 안정화에 집중하라고 하셨다. 그래서 보병들을 이끌고 뒤로 물러나면서도, 적들이 언제 반전해서 물러나는 우리 보병을 쏘러 올지 모르니 그 눈을 전투에서 떼지 않는다.


폐하께서 몇번이고 돌격을 시도해 봤지만, 확실한 것은 적들에게 그다지 위협이 안되는 것으로 보인다.



바실레우스의 지원군들만 운이 좋다 싶었다. 바다에서 미적거리기만 하고 하는 일은 없다.그의 지원군이 온지 하루밖에 지나지 않아 공성이 마무리됐으니 영광스러운 승리를 기념할 때가 됐다 싶다.


그래서 성으로 들어갔지만 아직 공성은 끝나지 않은듯,


적들은 내성에서 농성을 하고 있다. 보고에 따르면 지휘관과 그 호위병 몇몇이 문을 막고 농성을 벌이고 있었다.


“공왕 전하. 고생하십니다. 망고넬을 여기까지 옮기는 게 좋겠습니까?”


공성추를 조작하던 병사들이 끓는 물에 당하는 비명소리에 눈살을 찌푸리며 로베르 공왕이 돌아본다.


“확실히 그게 좋겠군.”


“알겠습니다.”


내가 전령에게 손짓을 하니 그 대화를 듣고 있던 그가 달려나간다. 직접 전투에 참여하지는 않지만 참 여러모로 고생한다 싶었다. 높은 망루를 자랑하는 북쪽 성벽에 수도사를 보내서 보이는 것을 기록하게 하라고 시켰다.


직접 보는게 좋을까도 싶었지만, 지금의 상황이 더 중요하다. 선임기사가 나에게 말을 건다.


“제가 비잔틴 성은 여러번 공성해봤습니다만, 이 내성의 성문을 직접 공략하는 건 많은 피해를 각오해야 하는 일입니다.”


성문이 오목하게 들어가고, 탑과 같이 높은 망루가 이를 둘러싸고 있는 모습이다. 세면에서 공격받고 있는 병사들이 공성추 안에서 비명을 지르는 소리가 또 들려온다.


“공왕 전하. 공성추를 조작하는 병사들을 뒤로 옮겨놓는 것이 더 큰 피해를 막을 방도인 듯 싶습니다.”


성문은 어느 정도 금이 가고 있던 상황이기에, 그런 판단을 내리는 귀족은 열에 하나를 겨우 꼽을 만하다고 생각했지만, 로베르 공왕이 곧장 명령을 내린다.


“그렇게 하지.”


나팔수가 주목을 끌기 위해 몇번인가 높은 소리를 내고, 깃발로 후퇴를 명령한다. 하지만 공성추가 움직이지 않는다.


“공성추가 내려앉은 듯 싶습니다.”


로베르 공왕이 크게 한숨을 쉰다. 무두질한 가죽을 두껍게 대고, 불이 붙지 않게 약초로 처리된 천까지. 그리고 두꺼운 나무로 튼튼하게 만들고, 그 위에 철판까지 덧댄 공성추를 잃는 건 뼈아프리라. 단순하게 가격을 계산해도 15파운드는 될 공성장비를 잃는 건 정예병 여럿을 잃는 것보다 한번에 느껴지는 손해가 더 크리라.


“ 공성추를 버려도 좋다!”


그래도 정예병임은 확실한지, 공성추를 버려도 좋다는 명령이 직접 십인장에게 전해지고 나서야 빠르게 도망간다.


나름대로 질서 정연하게 방패를 올리고 도망가는 그들에게 더 피해를 누적시키지는 못하고, 망루에 안에 있던 인원들이 성 옆으로 깊게 파서 만든 저들의 참호를 메우고 있던 병사들에게 공격을 한다.


그래도 이미 방패를 들고 막는 자와 메우는 자를 나누어 작업을 하고 있었고 적들의 공격은 그다지 큰 효과를 보지 못한 적들이 조금 더 큰 효과를 보기 위해 큰 바위를 옮기고 있기에, 그 밑에서 작업하는 자들을 치워버리니 적이 다시 다른 곳으로 바위를 들어서 옮긴다.


이거 멍청한 새끼들 아닌가? 화살이라면 모를까 지금 참호를 메우고 있는데 돌을 던지면 슬쩍 뒤로 빠지면 되는 것 아닌가?


“위를 잘 살펴라. 방패로 막지 못할 것을 옮길 때는 꼭 큰 소리가 나기 마련이다.”


그렇게 병사들에게 말하자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주변에 항상 큰 소리가 나는 전장에서 멍청한 소리를 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말을 걸었던 병사도, 나도 그냥 넘어간다. 헛소리를 하는 자는 전장에 어디에나 있지만, 깔끔하게 무시하면 없던 일이 된다.


하지만, 어디선가 시작된 구호는 없던 일이 될 수 없다.


라틴어로 신의 뜻대로-Deus Vult-를 연호하는 모든 병사들이 내성을 둘러싸기 시작하고, 이제는 적들이 보기에는 완전히 미쳐버린 자의 모임으로 보이겠지. 어디서 시작됐을지 모를 구호에 모두가 들떠서 움직인다.


이제 무슨말을 해도 들리지 않을 터. 외성과 내성 사이의 공간에 진지를 지을 병사들을 모은다.


아무래도 공성전은 완전히 끝나지 않은 듯 싶다. 전투에 지친 이들이 조금이나마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약탈을 하려는 자들에게 제지를 가하고, 최대한 정제된 상태로 군대를 정리했다. 그리고 망고넬이 내성으로 이어지는 길에 그 말뚝을 박고 장전을 시작한다. 부서진 건물의 잔해, 온갖 것들을 모아서 탄약으로 만들었다.


저들이 해자랍시고 팠지만 물을 끌어오는데에 실패했던 구덩이들을 메우고 로마의 뒤를 잇는 자들이 이 성을 지었다는 것을 증명하기라도 하는 듯 송수교가 내성으로 이어져 있기에, 그 송수로에 썩어가는 적의 시체를 놓았다.


주여 나를 용서하소서.


적들의 시체라고는 하나 이렇게 욕되게 하는 것이 옳은가 생각을 하면서도 이로 인해 한명이라도 더 적은 사람이 목숨을 잃는다면 좋은 일 아니겠나.


“이런 짓을 왜 하는 겁니까?”


약간 병사들의 볼멘소리도 이해가 가는 일이다.


“이교도든 누구든, 썩어가는 시체에서는 고통받는 영혼이 붙어있기 마련, 고통받는 영혼을 보고자 하는 존재가 누구겠느냐?”


잠시 생각하던 병사가 시체를 옮기다 말고 말한다.


“그야 예수님 아닙니까? 고통받는 자에게는 복이 있다고 하셨으니.”


“음···.”


당연히 악마라고 대답할 것이라 생각하고 대답을 유도했는데 정말 좋은 대답을 하는 병사때문에 말문이 막혔다. 보통의 수도사들이라면 여기서 화를 내면서 아는 체하지말라고 하고 하려던 말을 이어갔겠지만, 그가 던진 화두가 너무도 깊어 말문이 막혀버렸다.


“자네, 말이 맞지. 그 와는 상관 없이 더러운 물을 먹으면 병에 걸리지 않더냐? 그래서 썩어가는 시체를 이 송수로에 놓음으로 저 안에서 이 물을 먹게 될 자들이 병에 걸리지 않겠나.”


솔직히 그냥 송수로로 공격을 해볼까 생각했지만, 입구가 너무 좁고 망루로 단단히 방비되어 있어 그러기는 힘들었다.


안 그래도 들어가는데에 좁은 길을 개척하기 위해서 온갖 공성무기가 등장하는 것인데 방비되어 있는 곳으로 걸어 들어가기 위해서 이 공성전을 하는 것도 헛짓거리 아니겠는가.


“그렇습니까? 물이 흐르면 괜찮아지는 줄 알았습니다만, 아닌가봅니다.”


병사는 나름대로 생각이 있었는지 말하기에 그 생각을 바로잡아 주었다.


“그렇지. 그건 단지 더 많은 양의 깨끗한 물이 들어와서 깨끗해지는 것이지, 항상 흐르는 물에 오물을 버릴 때에는 조심하거라. 어느 날 돌림병이 돌지 모르는 일이니.”


단순하게 악마들이 와서 그렇다는 말을 들어왔을 병사에게 너무 혼란스러운 말일까 싶어 그쯤하고 시체를 옮기라고 재촉하니 빠르게 움직인다.


이름은 물어보지 않았다. 이 기나긴 원정에서 몇명이 죽어갈지, 그리고 몇명이 살아남을지 모를 상황에서 굳이 단순한 희망만으로 정을 붙이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망고넬을 쏘기 시작하면서 성벽 앞에서 벗어난 병사들이 진지에서 자신의 무기들의 정비하는 모습을 보다가 바야드의 모습을 보고 반가운 마음에 인사한다.


“바야드. 이쪽 병력에 있었구나!”


기사검에 묻은 피를 닦아내던 녀석이 나를 보고 투구를 올리고 인사한다.


“아, 안녕하세요. 동쪽 전선은 어떻게 됐나요?”


“어느 정도 정리가 됐다. 하지만, 저 킬리지 아르슬란의 군대는 대부분이 기병이다보니 추적에 애를 먹고 있는 상황이지.”


고개를 끄덕이던 녀석이 웃음을 짓다가 한숨을 푹 내쉰다.


“왜 그러느냐?”


녀석이 어두워진 표정으로 내게 말한다.


“저는 오랫동안 단련해왔고, 그래서 쉽게 죽지 않을 거라고 생각은 하는데···.”


녀석의 얼굴에 있는 감정을 나는 안다.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살아있던 이들이 죽어있고, 분명 앞으로 잘 지내보자고 말했던 이들이 땅속에 있겠지. 앞날은 모른다. 우리가 아는 건 하나 뿐이지. 모든 건 신의 뜻대로 될 것이라는 것.”


“이제 저는 그 뜻을 모르겠어요.”


“배가 불렀구나.”

녀석의 판금 장화를 연결하는 가죽끈이 느슨해져 있기에 꽉 매듭을 조여주고 말을 잇는다.


“항상 주의 뜻을 생각하면서 움직이는 건 너의 신실함이겠지만, 믿음을 가지는 것 역시도 신실함이란다. 당장은 너가 아는 일을 해라.”


뭔가 나에게 하는 말인 것 같기도 한 말을 그에게 한 후에 녀석에게 준 방패에 난 흠집들을 헤아린다. 강철에 난 흠집이, 격렬했던 전투들을 말해주는 것 같다.


“너의 삶은 결코 의미없이 흩어지지 않을 테니까.”


그리고 동쪽의 내성에서 커다란 함성소리가 들려온다. 대부분이 그리스어로 들리는 함성.


“바실레우스에게, 알렉시오스에게 영광을!”


쌍두독수리의 발 아래 정십자가 금색으로 자수된 깃발이 성벽 위에서 걸려진다.


“보아라! 비잔틴 제국의 영광 앞에 킬리지 아르슬란의 심복은 항복했다! 모두 쓸모없는 저항을 멈추면 살려주겠다!”


마누엘 보우토마이트. 그가 끌고 온 해군이 내성을 무너뜨린 모양이다.


내 명령을 받아서 땅굴을 파고 있던 광부들만 웃긴 꼴이 됐다. 어떻게 저 성을 함락 시킨 건가? 그야말로 한줌에 불과한 그의 군대가 어떤 수로?


건축가가 말하지 않았던 어떤 통로가 있던 것인가? 그러고보니 그는 내성의 구조에 대해서 달리 말해준 것이 없다. 일부러 정보의 불균형을 만들어 우리가 시선을 끄는동안 자신들이 마지막에 성을 함락시킨 공을 독차지하기 위함인가?


만약 우리가 저들을 함락시켰다면 그 안에 있던 모든 물자를 다시 성전에 쓸 것이 분명하고, 아예 이 성의 영주를 자처할 자도 몇명 있으니.


단순한 참주의 시선으로는 할 수 있는 판단이지만, 분노할만한 상황이기는 하다 싶어 바야드를 바라보니,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듯했다.


전쟁에서 공을 세워 귀족이 되겠다던 아이의 마음은 이미 꺾여 버린 것인가? 아니면 단순한 전투가 끝났다는 병사들의 마음에 공감하는 것일까?


무엇이든 신의 뜻대로 될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성벽으로 다가가니 로베르 공왕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었다.


“이 개같은 놈들이 한창 싸울 때는 가만히 있다가···!”


나도 함께 분노할까 고민하다가 그게 무슨 꼴인가 싶어 전하를 진정시킨다.


“전하. 당장은 이 난장판을 정리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불이 붙은 민가와 바닥에 난장판으로 떨어진 검과 창, 그 사이에 무질서하게 지어진 진지, 그리고 빠르게 설치하느라 부품들이 이곳 저곳 비틀어진 망고넬. 바닥에 널브러진 시체들. 그것을 둘러보던 전하께서 깊게 한숨을 쉬시고 명령을 내리신다.


“빠르게 전후 처리를 하지. 냄비도 올리고.”


정말 눈에 띄게 현명해진 로베르 전하를 바라보고 있자니 참 시간이 오래도 지났다 싶어 하늘을 바라본다. 태양은 아직 땅밑으로 사라지지 않고 우리를 비추고 있었다.


그렇게 지나간 시간에 비해 오늘은 참 천천히 흐르는 것을 실감한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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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니카이아 공성전 (6) +2 24.01.05 21 3 11쪽
» 니카이아 공성전(5) +1 24.01.04 24 3 12쪽
44 니카이아 공성전(4) +2 24.01.03 27 3 11쪽
43 니카이아 공성전(3) +1 24.01.02 21 3 12쪽
42 니카이아 공성전(2) 24.01.01 21 3 12쪽
41 니카이아 공성전(1) 23.12.31 23 3 13쪽
40 정복 황제 윌리엄의 독백 23.12.30 37 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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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행군(2) +2 23.12.29 24 3 12쪽
36 행군(1) +1 23.12.28 25 3 12쪽
35 전투 후 처리 23.12.27 27 3 12쪽
34 바트크로이츠나흐 전투 +3 23.12.26 36 3 12쪽
33 성전으로(4) +1 23.12.25 27 3 13쪽
32 성전으로(3) 23.12.24 31 3 11쪽
31 성전으로(2) 23.12.23 29 3 12쪽
30 성전으로(1) 23.12.23 35 3 13쪽
29 식을 올리다(9) 23.12.22 41 3 13쪽
28 식을 올리다(8) +1 23.12.22 38 3 12쪽
27 식을 올리다(7) +2 23.12.22 35 3 12쪽
26 식을 올리다(6) 23.12.21 35 3 13쪽
25 식을 올리다(5) 23.12.20 43 3 12쪽
24 식을 올리다(4) 23.12.19 40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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