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만능 수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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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성소
작품등록일 :
2023.11.30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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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3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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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군(4)

DUMMY

투르크인들이 사는 땅에 다다른 것이 확실해졌다. 농민, 그리고 말을 돌보는 이 모두가 투르크어를 사용하고, 그들이 생각하는 주님을 섬긴다.


그리고 그게 확실해졌을 때, 군대는, 인간은 선의를 잃고 그 악의를 들어낸다.


집을 불태운다. 뛰쳐나오는 인간에게 창을 찌른다. 그리고 여자와 아이를 빼내서 강간한다. 그리고 아파하는 그들에게 횃불을 대면서 몸부림치는 것을 보고 웃음을 더 크게 낸다.


아이를 하늘에 던져 창에 꿴다.


“개종하겠다는 이를 죽이지 마시오!”


내가 말을 해보려 했지만 듣지 않는다.


아. 올리버의 눈을 가리고 귀를 막고 기도한다.


“주님, 저들의 본성을 일깨워주소서.”


저것이 본성이 아니기를 기도한다. 원래 저들이 저런 마음을 가진 자들이 아니기를 기도한다. 웃음소리와 비명소리. 모든게 뒤섞인다. 저들의 기도소리와 나의 기도소리가 섞인다.


약탈을 안 해본 것은 아니다. 잉글랜드에서도 끔찍한 약탈은 있었고, 저 농민들이 죽어가기도 했다. 하지만 이교도에게 하는 약탈과 성전에의 죄사함이 합쳐져 그 어느때보다도 잔인하고 악랄한 약탈이 벌어진다.


로베르 공왕께서도 눈을 가리고 성호를 긋는다. 하지만 병사들에게 얕보이면 안되기에, 도망치는 이교도들을 벤다. 수도사들도 그들을 죽인다. 물론 그들에게는 개종하겠냐고 묻는 과정이 더해져있기는 하다. 그냥 고개를 끄덕이는 이들은 살아남는다. 살아남아서 자신들의 동포가 죽어가는 모습을 본다. 자신의 남편이 찢겨 죽는 꼴을 본다.


자신의 가산이 털리는 모습을 본다. 자신의 아내가 겁탈 당하는 모습을 본다.


“아···.”


그리고 가운데에 익숙한 얼굴을 찾고 만다.


존이다.


그는 약탈하고 있지 않다. 오히려 자신과 함께하는 동료들을 만류해보려고 한다. 그에게는 이 성전이 팔자를 고치기 위한 전쟁이 아닌 참회의 전쟁이기에, 그들을 말려본다.


그리고 그 상대가 검을 뽑는다.


“잠깐!”


내가 소리를 치지만 이미 약탈을 방해받은 병사는 머리끝까지 화가 났다. 이미 악마가 머리를 지배 했는지, 멈추지 않는다. 같은 병사를 죽이고자 하는데도 주변에 다른 병사들은 낄낄 웃고만 있다.


“멈춰라!”


멈추지 않는다. 말을 달려도 늦는다. 그나마 두꺼운 누비갑옷을 입은 팔로 그 검을 막고자 들어올린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팔의 반까지 검이 박힌다. 곧장 검을 박은 그 병사를 밀쳐냈지만 이건 못 살리는 상처다. 주의 축복을 사용한다면 모를까, 당장 이 약탈을 하는 곳에서 이 녀석을 살릴 수 없다.


그대로 자신의 아군을 공격한 녀석의 목에 기사검을 꽂아넣고 머리를 잘라서 들어올린다.


“서로 공격하는 쓰레기는 즉결 처분이다!”


바로 한놈이 죽은 것을 본 모두가 곧장 서로 물건을 뺏으려던 자들이 물건을 내려놓거나 양보를 시작한다.


바야드가 당했던 상처처럼 숙련된 연금술사가 이미 외상에 대비해 준비해둔 시약을 사용해야 겨우 살릴 수 있다.


팔을 부여잡은 존의 누비갑옷을 벗긴다. 상처에서 피가 터져나온다. 정말 끝났다. 그런데 올리버가 곧장 내게 말한다.


“사, 살릴 수 있어요.”


이렇게 크게 피를 흘리는 사람을 살릴 수가 있단 말인가?


“정말이냐?”


내가 할 수 있는 건 크게 없다. 단지 주의 축복을 상처부위에 조금이나마 발라주고 기도하는 것 뿐. 하지만 올리버는 확실하게 녀석을 살릴 수 있다고한다.


녀석에게 주의 축복을 약간 발라주고, 나는 물러선다. 녀석이 이미 벌어진 상처를 더 벌리고 거기에 꺠끗한 천을 마구 문댄다.


아무리 봐도 살릴 수 있을리가 없어보이는데, 녀석이 그렇게 헤집기까지 하니 존이 몸부림을 치기 시작한다.


그러자, 올리버가 이상한 자세로 존의 목을 졸라서 녀석을 기절시키고 온몸을 묶어달라고 하기에 녀석을 꽁꽁 묶었고, 그 뒤에 하던 일을 마저한다.


그리고 벌려서 뼈가 보이게 보더니, 뼈가 상하지 않은 것을 확인한 녀석은 그동안 여정을 떠나면서 머리카락을 끓여서 꼬던 실과, 빈에서 사들인 바늘에 꿰고, 이제는 항상 들고 다니는 주정이 가득든 호리병을 따서 상처부위에 뿌린다.


본인이 직접 성수를 희석해서 만든 싱거운 소금물을 계속 뿌린다.


“뭐를 위한 행동인가?”


“이물질을 없애려고요. 감염···.음, 그. 덧날 수 있으니까요.”


피가 나는 부분을 찾아낸 녀석이 바늘을 넣어서, 그 부분을 꿰매고, 그 위의 근육을 속에서 부터 꿰멘다. 굉장히 빠른 속도로 이어낸 녀석이 바깥까지 곧장 꿰매서 원래 팔의 모습으로 만들고, 강한 주정으로 씻어낸 아마포를 그 위에 덧대서 묶는다.


손놀림이 굉장히 빠르고 정확하다. 마치 수년간 이것만 연습한 사람의 숙련도다.

“다 됐습니다.”


“대단하구나. 너 역시도 학문을 수련한 사람이라는 것을 그나마 조금은 믿을 수 있겠구나.”


“조금이요?”


무시하고 존의 맥박을 확인해봤더니 계속 뛰고 있다. 녀석은 자신과 상관 없는 자를 감싸다가 검에 맞았다. 주께서도 녀석을 축복하셨겠지.


이대로 안정화 되기를 바라면서 기도한다.


그리고 주변에 벌어지는 비극이 멈추기도 바라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기도가 곧장 이뤄지는 일은 없지만, 바라고 바란다면 언젠가는 그런 일이 없어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사실 내가 이곳을 약탈하자는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면 일어나지 않을 일이기도 했다. 명령을 내리는 자는 그 뒤를 생각해야하는 법일진데. 내가 생각이 짧았다.


“챙길 것을 챙겼다면 움직여라! 여기서 이렇게 평생동안 약탈만 할 셈인가?”


조금 기다리고 모든 집이 불탔을 즈음에 말하니 병사들도 다시 허리띠를 두르고 바지를 올려입고 몰려든다. 방금전까지 사람을 도륙내고 아기를 찢어 죽인 이들이 웃으면서 대열을 이루는 게 이전과는 다른 마음이 든다.


악마같은 놈들.


하지만 이교도들에게는 그런 일도 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저 이교도를 죽이고 주의 심판대로 직접 보낼 수도 있는 거 아닌가? 이 잔혹한 경험으로 인해 저들이 연옥에서 받을 고행이 줄어들 수도 있는 것이니 오히려 감사할 수도 있는 일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본다.


“농노, 평민들은 참으로 품위를 쉽게도 잃는 것인가 싶네.”


귀족들은 손가락하나 까딱하지 않고, 농노들을 욕한다. 거기에 끼어든다.


“윌리엄 말렛경. 당신의 병사가 같은 당신의 병사를 죽이려 들기에 즉결처분했습니다. 그리고 상처입은 병사를 치료했습니다.”


서포크의 영지를 가지고 있는 젊은 귀족은 오히려 괜찮다는 듯이 너털웃음을 지으면서 손을 내젓는다.


“아 들었습니다. 베드로 수사. 윌리엄 폐하께 지휘권을 받았으니 할 수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게도 아무리 약탈 중이라 한들, 그렇게 서로를 공격하는 자는 필요 없습니다.”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만, 그렇다 한들 말 없이 지나갈 수는 없는 일 아니겠습니까.”


“아, 그리고 치료받은 병사는 누군지 알 수 있겠습니까?”


이미 죽은 이는 알필요도 없어서일까 곧장 치료받은 이를 물어본다.


“존입니다. 아실겁니다.”


“아, 그 약을 잘 아는 병사 말씀이십니까? 잘 알고 있습니다. 확실히 사는 겁니까? 죽는다면 꽤 아깝겠습니다만.”


기억난다는 듯이 말하는 윌리엄 경에게 속단은 못하지만 살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니, 그렇다면 산거 아니겠냐며 하하하 웃는다. 절대 아니라고 말했지만 이미 듣고 있지 않았다.


존은 실제로 살 확률이 높다. 그냥 대충 싸메고 살아남기를 기도하던 다른 사람들 보다는 훨씬 낫지 않겠는가? 올리버가 여러번 그 뒤로 주정을 붓는 등의 여러 조치를 계속 취해주면 살 것이라고 했지만, 그걸 어떻게 아는가? 나와 같은 뛰어난 학자가 조치한다해도 죽을 수 있는 이가 살기는 아무리 조치를 끝냈다한들 모르는 일이다.


그렇게 남동쪽으로 8시간정도 행군하고, 야영준비가 시작됐다.


야영준비를 하는 길에, 약탈하면서 부상을 입은 병사들을 조치했다. 기껏해야 손톱에 긁힌 상처, 곤봉에 맞아 부어오른 상처 정도였기에 재고에 있는 약초로 조치를 취했다.


실실 쪼개면서 약탈에서 이교도 아이까지 남김없이 죽였다며 말하는 병사에게 분노했지만 딱히 벌을 줄만한 언동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해서 가라앉히고 바로 다음 병사를 조치했다. 녀석도 약탈에서의 무용담을 쏟아내기에 그냥 다른 수도사들에게 모두 맡기고 나와버렸다.


그리고 존이 쉬고 있는 천막에 다다랐다.


“오랜만이구나 존.”


“제가, 죽었는가 봅니다. 그래요. 죽을 때는 당신이 보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헛소리 마라. 정신 차려라.”


다른 천막에서 헛소리를 듣던 분노로 뺨을 때리니 녀석이 현실로 돌아온 듯 보였다.


“아. 그렇군요. 괜히 약탈하는 녀석들에게 한마디 했다가 검에 맞고.”


뒤로는 생각이 나지 않는지 조용해진다. 그래 12살한테 목졸려서 쓰러졌다고 한들 목에 졸려 기절한 것은 기절한 것이니 기억이 나지 않을 수 있다.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날뛰는 녀석을 말릴려고 한건가?”


“그야, 아기를 죽이려고 하기에 저도 모르게 한마디 했습니다.”


자신이 저질렀던 일과 겹쳐 보여 더 그랬겠지. 이해가 안되는 건 아니다.


“그렇다면 최소한 녀석이 검을 들고 벨때 너가 먼저 검을 들어 벨 수 있는 정도의 무력을 가지고 해야하는 일 아니겠나? 한심하구나.”


“그러게 말입니다.”


“그래도 확실히 죄를 씻고자 한다는 것을 알겠구나. 장하다.”


“저, 죽은 거 맞죠?”


또 한번 헛소리를 하는 녀석을 버려두고 나온다. 아주 팔팔해보인다. 온몸을 묶고 겨우 벌어진 상처를 꿰멘지 하루도 안 지난 녀석이 헛소리도 하는 걸 보니 다행이다 싶었다.


여러 약탈품을 저들에게 분배하고, 식량등 보급품에 해당하는 것을 일괄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하루를 보냈다.


오히려 약탈로 인해 지난 시간 때문에 행군 시간은 더 길게 걸렸다.


콘스탄티노플로 곧장 향하려는 중, 동 트라키아 에 돌입하자, 황제의 전령이 다시 왔다.


“바실리코스 메나토르가 전한다!”


명령이 내려지는 순간에 로베르 공왕이 곧바로 라틴어로 말을 끊는다. 상대는 당연하게도 그리스어를 하고 있었지만.


“우리는 바실레우스의 신하가 아니다. 나는 웨일스의 포위스 지방을 프랑크 제국의 황제인 윌리엄 폐하께 하사받은 포위스 공왕이다. 어떤 권위로 내게 명령을 전하는 건가?”


“무, 무슨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이미 알아들은 것 같은데 어떻게든 소식을 전하기 위해서 모르는 척을 하려는 느낌이었다. 수염을 기른 것으로 보아 비 환관인 ‘수염 기른 자’들이고, 복장을 보아 그렇게 높은 지위의 인간도 아니다. 내가 그리스어로 그들에게 말한다.


“우리는 바실레우스의 신하가 아니니, 명령을 받을 이유도 없다. 우리는 오로지 성지를 찾기 위한 전쟁을 도우러 왔고, 그 이상의 희생을 우리에게 강요할 수도 없다. 그러니 만약 명령의 내용이 우리에게 북쪽을 평정하라는 내용이라면 돌아가라.


나의 주군에게 받은 명령과 상충받는 명령을 받아 우리까지 적으로 돌리고 싶은 것이 아니라면 더더욱 입을 다물어라.”


이들의 관료제는 책임을 마치 유대인들의 고리대금업처럼 여기저기서 돌려가며 눈덩이처럼 불려 결국 황제에게 옮기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 같다. 결국 강력한 중앙집권은 이런 식으로 변하는 건가?


“그, 그럼에도 저는 명령을 전달해야만 합니다···!”


“그러면 이 동쪽 트라키아도 약탈해볼까?”


공왕에 한마디에 그들은 그런 책임을 지고 싶지는 않은지, 돌아간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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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도릴라이움 전투(1) 24.01.07 26 3 12쪽
47 니카이아 공성전(7) 24.01.06 23 3 12쪽
46 니카이아 공성전 (6) +2 24.01.05 23 3 11쪽
45 니카이아 공성전(5) +1 24.01.04 25 3 12쪽
44 니카이아 공성전(4) +2 24.01.03 27 3 11쪽
43 니카이아 공성전(3) +1 24.01.02 23 3 12쪽
42 니카이아 공성전(2) 24.01.01 22 3 12쪽
41 니카이아 공성전(1) 23.12.31 24 3 13쪽
40 정복 황제 윌리엄의 독백 23.12.30 39 3 14쪽
» 행군(4) +1 23.12.30 23 3 12쪽
38 행군(3) +1 23.12.30 28 3 12쪽
37 행군(2) +2 23.12.29 25 3 12쪽
36 행군(1) +1 23.12.28 26 3 12쪽
35 전투 후 처리 23.12.27 29 3 12쪽
34 바트크로이츠나흐 전투 +3 23.12.26 38 3 12쪽
33 성전으로(4) +1 23.12.25 28 3 13쪽
32 성전으로(3) 23.12.24 33 3 11쪽
31 성전으로(2) 23.12.23 31 3 12쪽
30 성전으로(1) 23.12.23 36 3 13쪽
29 식을 올리다(9) 23.12.22 42 3 13쪽
28 식을 올리다(8) +1 23.12.22 38 3 12쪽
27 식을 올리다(7) +2 23.12.22 37 3 12쪽
26 식을 올리다(6) 23.12.21 36 3 13쪽
25 식을 올리다(5) 23.12.20 45 3 12쪽
24 식을 올리다(4) 23.12.19 41 3 12쪽
23 식을 올리다(3) 23.12.18 52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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