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명탐정에게 MISS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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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bushabu0314
그림/삽화
샤브샤브에죽추가
작품등록일 :
2024.03.27 17:51
최근연재일 :
2024.09.1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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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5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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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4)

DUMMY

“공작님, 약속도 없이 이리 찾아오시면...”


유렌가의 인체실험에 관한 두 번째 기사가 나간 지 이틀째 되던 날, 엘든모어 공작가의 가주 고르텐은 황궁에 방문했다. 초대를 받은 것도, 미리 약속을 잡은 것도 아니기에 원래는 막아야 했지만, 황태자의 장인인 그를 정문 앞에서 바로 돌려보내긴 어려웠다.


“여왕 폐하를 뵐 것이다. 말씀을 전해 드리거라.”


고르텐이 입궁했다는 것을 전해 들은 집사장은 서둘러 그를 마주해, 우선 응접실에 머물게 했다. 그가 여왕 폐하를 뵙기 전까지는 돌아가지 않겠다고 하여, 급한 대로 취한 임시방편이었다.


‘제국이 이런 거짓된 소문이 퍼지는 것을, 황태자 전하께서는 물론이고, 여왕 폐하마저 두고 보시는가...!’


그는 걱정스러운 마음에 잠을 설칠 정도였으나, 수도도 올라오지 말라는 황태자비의 부탁을 기억했다. 그렇기에 영지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시도하며, 몇 번이고 기차표를 끊었다가 취소하는 일주일을 보냈다.


불안감에 그가 황실에 보낸 편지 또한 10통이 넘어갔다. 황실이 필요로 한다면 엘든모어 가문에서 얼마든지 힘을 보탤 테니, 상황을 설명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딸아이인 황태자비와 여왕 폐하, 심지어는 황태자에게까지 편지를 보냈으나, 모두 일관적인 답변이었다.


‘조치 중에 있다. 공작가의 배려에는 감사하나 도움은 필요하지 않다...’


답장은 금방 도착했지만 의례적인 내용일 뿐, 제대로 된 설명은 그 어떤 편지에도 적혀있지 않았다.


고르텐의 초조함을 증폭시키듯 두 번째 기사가 났고, 심지어는 오늘 아침 귀족회에서 성명서를 발표했다. 지식인층의 것과는 결이 조금 달랐지만, 요점은 같았다.


[본 귀족회는 황실이 공식적인 기관을 거쳐 현재 제국 내에 퍼져있는 의혹에 해명하기를 촉구한다. 이는 제국의 안녕을 위한 것이며-]


‘프리스, 베리마테, 페베스 공작 가문이 귀족회를 움직였군. 유렌 가문이야 당사자이니 제외한다 치더라도, 엘든모어 가문조차 부르지 않았다는 건 이미 황실을 의심하고 있다는 뜻.’


이번 일이 황실의 위기라 판단된 고르텐은,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었고 끝내 직접 황궁으로 온 것이었다.


“공작님, 말씀드렸다시피 폐하께서는 지금 몸이 좋지 않으십니다. 돌아가십시오.”


“내 병문안이라도 드리고 갈 걸세. 폐하께서 괜찮아지실 때까지 여기서 기다릴 테니 가서 일 보도록 하게.”


집사장은 여왕이 쓰러진 것을 숨기며, 어떻게든 고르텐을 황궁에서 내보내려 했으나 무리였다. 고집을 부리는 고르텐을 억지로라도 내보낼 수 있는 것은 황족밖에는 없음으로, 그는 어서 시종들이 국서를 빨리 모셔 오길 기다렸다.


벌컥-


갑작스럽게 응접실의 문이 열리자, 집사장은 국서가 도착한 줄 알고 안도했다. 기대에 찬 눈빛으로 국서를 반기려던 그는, 곧바로 이어지는 호통에 단숨에 표정이 굳어졌다.


“감히 황궁에서, 이 무슨 무례인가!”


“..... 황태자 전하.”


문을 열고 들어온 이는 간절히 바랐던 국서가 아닌, 인상을 잔뜩 찌푸린 황태자였다. 황궁의 소란을 듣고 찾아온 케레스는, 응접실 안에 있던 모든 이들을 물렸다.


심지어는 집사장조차 나가라는 명령을 내려, 그는 머뭇거렸으나 끝내 밖에서 문을 닫았다. 고르텐과 케레스 두 사람만이 방 안에 남자, 케레스는 날카로운 목소리로 고르텐을 다그쳤다.


“몇 번이나 거절의 답을 보냈는지 세기도 어려울 지경일세. 그대가 황실의 뜻을 이리도 무시할 수 있는가?”


“아닙니다, 전하. 그저....”


케레스는 평소와 완전히 다른 태도였다. 그는 늘 불편한 기색을 보이면서도 고르텐의 눈치를 살폈으나, 오늘은 날것의 감정을 그대로 드러냈다. 고르텐은 그의 기분을 더 상하게 만들지 않으려, 진심을 내보였다.


“엘든모어 가문은 이럴 때를 위해 존재해 왔습니다, 전하. 황실이 모함을 받고 있는데, 어찌 가만히 있으라 명하시는 겁니까?”


그는 일평생 황실을 수호하는 엘든모어의 가주로서 살아왔다. 황실의 결정을 옹호하느라 귀족회에서 비난을 받을 때도, 엘든모어 가문은 황실의 사냥개라며 여론의 조롱을 받을 때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황실의 검으로서 살아가는 것은, 고르텐의 긍지였다.


“부디 어떤 명령이든 내려주십시오. 엘든모어 가문은 황실에 충성을 다할 것입니다.”


고르텐은 케레스의 앞에 한쪽 무릎을 내려놓은 채, 마치 호위 기사처럼 그에게 고개를 숙였다. 굳건한 충심이었건만, 케레스는 그를 흘겨볼 뿐이었다.


‘.... 지긋지긋하군.’


목에 칼이 들어올지라도 바른말을 하며, 자신이 아닌 여왕 폐하께 복종하는 자. 원래도 그에게 좋은 감정은 없었지만, 정신없는 와중에 도움을 자청하며 나타난 고르텐은 오히려 케레스의 화를 돋웠다.


“하하- 고르텐 공작. 무엇이든 하겠다고 말했는가?”


잔뜩 삐뚤어진듯한 케레스의 목소리에, 고르텐은 움찔했다. 자신의 발언 중 무엇이 케레스의 심기를 건드린 것인지, 여전히 모른 채였다.


“그렇다면 황궁 밖으로 나가서, 이번 일이 그대가 한 짓이라 밝히게.”


고르텐은 숙였던 고개마저 다시 들 정도로 당황했다. 자신이 잘못 들은 것인가, 몇 번이고 곱씹어봤으나 의미가 달라질 부분이 없었다.


“황태자의 권력을 몰래 사용해, 베르트 공작의 편의를 봐주었다. 이에 대한 대가로 유렌가에서 여러 이권을 받기로 거래했다, 기자에게 말할 수 있겠나?”


믿을 수 없는 질문이 케레스의 입에서 다시금 떨어졌다. 신뢰했던 사람에게 배신을 당한 것처럼, 고르텐은 동공이 커진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왜, 못하겠는가?”


비웃는 듯한 말투에도, 고르텐은 이를 부정할 정신조차 없었다. 케레스의 명령을 받드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으나, 방금 전 대화로 드러난 진실에 그는 흔들렸다.


“이번 일이 정녕.... 전하께서 묵인하신...”


그가 충격을 받은 것은, 유렌 가문의 인체실험을 케레스가 알고도 내버려 두었다는 사실이었다. 어떤 이득이 있을지라도 사람이라면 해서는 안 될 짓을, 케레스는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반응했다.


“고르텐 공작. 내가 유렌가의 인체실험을 알고 있었든, 모르고 있었든 진실이 중요한가?”


케레스와 눈이 마주친 고르텐은 머릿속이 새하얘져만 갔다. 그와 대화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투명한 벽을 마주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아무리 말을 해도 상대방의 속내는 알 수가 없었고, 답을 구걸하는 자신만이 비쳐 보이는 듯했다.


“폐하, 폐하께서는....”


혼란스러워하는 고르텐의 모습에 케레스는 만족스러움을 느꼈다. 늘 자신이 올려다봐야 했던 자가, 여느 제국민들처럼 자신의 호의와 자비를 바라고 있었다.


이 와중에도 여왕을 찾는 모습이 더욱 우스워 보여, 케레스는 일부러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다.


‘여왕 폐하의 상태에 대해 황태자 전하께서 침묵하신다는 것은 극비라는 뜻... 폐하께서는 병환이 악화되어 깨어나지 못하시는 것인가.’


이제야 고르텐은 이상하게 돌아가는 황실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여왕이 국정을 돌볼 수 없으니, 황태자가 모든 권한을 위임받았으나 그는 위기 앞에서 제대로 된 대처를 하지 못했다.


황녀였던 시절 대화재를 홀로 극복해 냈던 여왕과는 정반대의 행보였다.


“그러게 황태자비가 공작령에만 있으라는 조언을 지키지 그랬나. 어차피 그대는 진실을 알려준다 할지라도 아무것도 하지 못할 테지.”


‘....!’


케레스의 그 어떤 말보다도, 고르텐은 동요했다. 그는 루시가 이 일에 관해 아예 모르고 있을 것이라 생각해 왔다.


딸아이는 병약해 황태자비의 업무를 하는 것조차 힘에 부쳤을 테고, 루시의 성격상으로도 이처럼 잔인한 일을 그냥 넘기지 못할 터였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라도 루시가 케레스의 편을 들었다면, 고르텐에겐 이보다 더 충격적일 수 없었다.


“유렌 가문의 행위를 묵과한 것이 사실이라면, 그대가 날 고발할 수 있겠는가? 사실이 아니라 한들, 그대는 아까 내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지.”


루시의 언급에 고르텐이 흔들리는 것을 본 케레스는, 더욱 그를 몰아붙였다.


“자네가 자랑스럽게 여기던 충심은 여기까지 인 게야.”


아니라고 부정하고 싶었지만, 고르텐은 생각이 멈춘 것처럼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충격적인 사실들과 케레스의 언변을 그는 이겨낼 수가 없었다.


“공작님께서 돌아가신다는구나. 길을 안내해 드리거라.”


잠깐의 침묵이 내려앉는 사이, 케레스는 응접실의 문을 열고 시종들을 불렀다. 그들은 무릎을 꿇고 있는 고르텐의 모습에 움찔했으나, 놀란 표정을 금세 감추고 그에게 다가갔다. 케레스는 그를 내버려 둔 채 자신의 집무실로 향했다.


“쓸데없는 곳에 시간을 허비했군. 아바마마께서는 어딜 가신 건지.”


“여왕 폐하의 침실에 가신 듯합니다.”


케레스의 뒤를 따르던 시종들이 의문을 곧바로 해소시켜 주었으나, 그는 짜증 가득한 표정을 지우지 않았다.


‘의미도 없이 왜 시간을 낭비하시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군. 이럴 때 도움을 주시지는 못할망정.’


케레스는 고르텐과 얼굴을 마주하는 것조차 싫었기에, 얼른 국서가 와서 중재해 주길 바랐다.


집사장을 내보냈기에 그가 금방 올 줄 알았으나, 국서는 하필 여왕의 상태를 확인하는 중이었다. 이럴 때면 그는 시종들이 밖에서 불러도, 침실 안에서 한참을 나오지 않았다. 아랫것들의 말에 따르면 대답이 돌아오지 않음에도, 여왕에게 여러 가지 이야기를 전하는 듯했다.


달칵-


집무실에 도착한 케레스가 의자에 앉자, 시종들이 그를 위해 차를 내왔다. 마침 케레스는 목이 마른 터라, 몇 모금을 마시고는 깊게 생각에 잠겼다.


‘두 번째 신문기사 때문에 여론이 완전히 돌아섰군. 이를 어쩐다....’


이제 자신에게 남은 패는 많지 않았다. 귀족들과 지식인층의 반응이 심상치 않은지라, 최대한 재판을 미루는 것이 할 수 있는 전부였다. 결국 언제가 되었든, 한 번은 대중들의 앞에서 자신의 무고를 증명해내야 했다.


‘에드워드, 그가 날 도울 수 있을는지.’


유렌 가문을 제외하고 나면, 그나마 믿을 만한 것은 에드워드밖에 없었다. 가문의 힘은 그리 강하지 않았지만, 엥겔 백작저에서 보인 모습들이 매우 흡족했기에 케레스는 기대가 컸다.


머리가 좋은 에드워드라면 어쩌면 이 난감한 상황 속에서 해답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그는 희망을 품었다.


“저, 전하. 큰일 났습니다!”


그때 노크 소리가 들려오더니, 케레스의 시종이 밖에서 전해온 말을 듣고 크게 놀란 반응을 보였다. 무슨 내용인가 싶어 말하라 명령하자, 시종은 사색이 된 얼굴로 그에게 고했다.


“여왕 폐하께서... 병상에서 일어나셨습니다.”


분명 방금 갈증을 해결했던 케레스였으나, 사막 한가운데 버려진 여행자처럼 목이 다시금 바짝바짝 타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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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10) 24.07.01 8 0 12쪽
97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9) 24.06.30 9 0 11쪽
96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8) 24.06.29 8 0 11쪽
95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7) 24.06.28 8 0 12쪽
94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6) 24.06.27 8 0 11쪽
93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5) 24.06.26 7 0 11쪽
»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4) 24.06.25 10 0 11쪽
91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3) 24.06.24 11 0 11쪽
90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2) 24.06.23 6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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