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명탐정에게 MISS란 없다.

무료웹소설 > 자유연재 > 퓨전, 판타지

shabushabu0314
그림/삽화
샤브샤브에죽추가
작품등록일 :
2024.03.27 17:51
최근연재일 :
2024.09.17 22:00
연재수 :
132 회
조회수 :
1,332
추천수 :
3
글자수 :
694,051

작성
24.07.01 22:00
조회
8
추천
0
글자
12쪽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10)

DUMMY



“제국의 가장 높은 별을 뵙습니다, 황태자 전하.”


“..... 에드워드 경.”


식사를 마치고 집무실로 올라가던 케레스는 계단에서 에드워드와 마주쳤다. 그는 놀라는 감정을 숨기고 눈을 가늘게 뜨며, 이 순간이 우연인지 에드워드가 일부러 만든 상황인지를 파악하려 했다.


“무슨 연유로 황궁에 방문을 하였는가?”


“포르테 황자 전하께서 체스를 같이 하고 싶다는 말씀을 주시어 입궁하게 되었습니다.”


케레스가 예전처럼 자신을 살갑게 대하지 않자, 에드워드는 최대한 안절부절못하는 표정을 지었다. 이 만남이 일부로 에드워드가 꾸며낸 것임을 알려주기 위해서였다.


‘제국의 가장 높은 별이라....’


황실의 상황이 시시각각 변하며, 케레스는 이런 정석적인 인사를 오래간만에 받아보았다. 대부분의 이들이 이번 일로 케레스의 몰락을 예상했기에, 그의 앞에서 조금씩 태도가 변해있었다.


이들과는 다르게 에드워드는 입에 발린 말과 함께 애를 써가며 자신을 만나려 하자, 케레스는 곧바로 호의적인 태도를 취했다.


“여유가 있다면 나와도 체스를 두는 것이 어떠한가? 그대의 말을 들으니, 여러모로 생각을 환기하고 싶은 기분이 드는군.”


“영광입니다, 전하.”


에드워드는 리비티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간단한 계획을 세웠다. 레온, 즉 포르테가 그를 친우로서 황궁에 초대하도록 만들고, 우연을 가장해 황태자를 만나려 한 것이다. 어차피 지금 상황에서 치밀한 수를 만들 수 없으니, 일단 부딪혀보자는 심산이었다.


‘황태자 외의 황실의 사람들과 마주치지 않는 타이밍을 만드느라 고생이었지, 포르테가 아니었다면 어려울 뻔했어.’


황궁에 들어간 이후에도 난관의 연속이었다. 포르테가 수시로 시종들의 보고를 확인하며 상황을 만들어주지 않았더라면, 에드워드는 다른 황실의 사람들에게 붙잡혀 아까운 기회를 날릴 뻔했다.


타악-


“..... 솔직하게 말하지, 에드워드 경. 나는 그대가 마음을 바꾼 줄 알았네.”


“전하,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집무실에 들어오자마자 케레스가 날 선 반응을 드러냈기에, 에드워드는 조심스럽게 상황을 살폈다. 혹시나 자신이 레지스탕스의 편인 것을 눈치챈 것일까 싶었으나, 언제나처럼 케레스는 그렇게 영민하지 못했다.


“신문기사가 난 이후로, 한 번도 날 찾지 않았는가. 다른 귀족들처럼 내게 불만을 가졌다 생각했지.”


베르트로 인해 살길이 트이자, 케레스는 만만한 에드워드에게 투정을 부렸다. 그는 여태껏 성격대로 행동하지 못했던 것을 풀듯 미운 소리를 연달아했고, 에드워드는 사실 별 생각이 없었지만 비위를 맞추지 위해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을 지었다.


“.... 제 불찰입니다, 전하. 생각이 짧은지라, 일부러 부르시지 않는 것이라고 멋대로 판단했습니다. 후작가의 힘은 미약하기에, 제가 나서봤자 원대한 전하의 계획에 방해만 될 것 같았습니다.”


죄책감으로 점철되어 후회하는 얼굴을 에드워드가 꾸며내자, 케레스는 약간의 의심조차 없이 넘어갔다. 에드워드의 말투와 행동 하나하나가, 여왕이나 베르트에게 받았던 그의 수모를 씻어주는 듯했다.


“전하께서 저를 찾으시는 것도 모르고, 엉뚱한 일에 몰두해 있었던 제게 벌을 내려주십시오. 달게 받겠습니다.”


“엉뚱한 일?”


“귀족들 중 중립에 있는 이들의 마음을 돌리는 일이었습니다. 약간의 성의를 보이자, 전하의 뜻을 이해하는 이들이 남아있더군요. 큰 가문들은 아니기에 아직은 미약합니다만...”


케레스는 에드워드의 말에 빠르게 머리를 굴리며 계산하다 이내 만족스러워했다. 황실재판에서 작은 귀족들의 지지라도 자신에게 가져올 수만 있다면, 이것보다 좋은 일은 없기 때문이었다.


“흠, 나름대로 노력한 그대의 성의를 봐서 용서해 주도록 하지. 다음부터는 잘 판단하게.”


“자비에 감사드립니다, 전하.”


물론 그런 일을 한 적이 없는 에드워드는, 거짓말에 쉽게 속아 넘어가는 케레스를 보며 여전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분위기가 조금 달라진 듯한 느낌은 있었으나, 그렇다고 갑자기 그가 천재로 변한 것 같지는 않았다.


“전하, 부족하지만 이런 제게도 시키실 일이 있으시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유리하게 분위기가 흘러가자, 에드워드는 충성심 깊은 모습을 연기했다.


어차피 재판장에서는 베르트와 황태자, 에드워드가 삼자대면을 하게 될 테니, 그때가 되면 이 거짓말은 자연스럽게 깨질 터였다. 그러니 그는 재판 전에 이 관계를 써먹을 수 있을 만큼 사용해 볼 생각이었다.


‘시킬 일이라....’


반면 케레스는 에드워드가 자신에게 복종하는 것이 흡족하긴 했으나, 당장 재판장에서 활용할만한 일이 없었다. 대부분의 계획들은 유렌 가문에서 조율했기에, 황태자인 자신조차 그리 바쁘지 않은 상태였다.


“..... 그대가 해줬으면 하는 일이 하나 있긴 하지.”


곰곰이 생각하느라 방 안을 둘러보던 케레스는 무심코 그림을 보았고, 그 순간 한 가지 불안 요소가 떠올랐다. 그는 즉시 일어나 집무실 책상을 뒤적거리더니, 서류 봉투를 들고 자리로 돌아왔다.


“안을 열어보지 말고 재판이 끝날 때까지 보관하고 있게. 절대로 다른 이들의 손에 넘어가는 안 되는 자료일세.”


케레스가 에드워드에게 넘겨준 서류는, 크로퀴스 지역에 싱크홀이 생긴 직후 유렌가를 압박하기 위해 사용했던 국경출입명부였다.


유렌가와 황태자 사이의 연결 고리를 입증하는 증거로서, 원래는 [환희의 축제] 그림 뒤편에 있었으나 집무실 수색 이후 황태자가 책상 주변에 숨겨두었다.


‘여왕 폐하께서 다시 수색을 명할지도 모르니, 원래는 빨리 없애려 했지만.... 유렌가의 도움을 받은 이후도 생각해야지.’


며칠 전 유렌 공작가의 저택을 방문했을 당시, 베르트의 건방졌던 태도를 그는 기억하고 있었다.


지금이야 해답이 없으니 그들의 도움을 받지만, 자신이 황제의 자리에 오르고 나면 유렌가는 가장 걸림돌이 될 것이었다. 차후 이 서류가 큰 효력을 가질지는 알 수 없었지만, 지금으로서는 챙겨두는 편이 낫다는 판단에 케레스는 이를 에드워드에게 맡겼다.


“.... 명심하겠습니다, 전하.”


에드워드는 미소가 튀어나오지 않도록, 비장한 얼굴을 유지하려 애쓰며 순순히 서류를 받아들였다. 리비티의 부탁이 성공적으로 해결된 순간이었다.




.

.

.




“.... 집사장, 저번에 고집을 피웠던 일은 미안하네.”


에드워드와 케레스가 만난 다음 날, 엘든모어 가문의 공작 고르텐은 여왕의 부름을 받아 입궁했다. 케레스에게 일방적인 축객령을 당한 이후 그는 곧바로 공작령으로 내려갔기에, 다시 수도로 올라오는 것이 부담스러웠으나 황실의 명령을 거절할 수는 없었다.


“아닙니다, 공작님. 황실을 위하시는 마음에 그리 하셨던 것이 아닙니까.”


“그렇다고 한들. 신하로서 옳지 못한 모습만 보였지.”


몇 주가 채 지나지 않았건만, 고르텐은 그때 이후로 많은 고민을 겪은 듯 낯빛이 좋지 않아 보였다. 집사장은 그와 개인적인 친분이 있기에 여왕의 집무실로 향하는 동안 여러 말을 건넸으나, 그는 평소의 당당한 모습을 회복하질 못했다.


끼익-


“어서 오시게, 고르텐 공작.”


“제국을 밝게 비추시는 태양을 뵙습니다, 폐하.”


축 쳐진 고르텐이 집무실 안에 발을 디뎠을 때, 낮 시간대인지라 환한 햇빛이 방안을 밝히고 있었다. 그 속에서 여왕은 언제나처럼 천천히 서류를 확인하며, 옅은 미소를 띤 채 그를 맞았다.


“.......”


“왜 그리 가만히 있는가?”


“소, 송구하옵니다.”


군을 통솔했었던 자인만큼 빠릿빠릿하게 움직여왔던 고르텐이 달리 행동하자, 여왕은 그를 의아하게 쳐다보았다.


그만큼 고르텐은 순간적으로 감격에 젖어있었다. 케레스의 말 때문에 그는 다시는 여왕을 보지 못하리라 생각했다. 재판이 공표되고 여왕이 직접 자신을 부른 그 순간에도, 고르텐은 무너진 여왕의 모습을 보게 될까 봐 마음이 복잡할 뿐이었다.


하지만 그 말과 추측을 부정하듯 여전히 건재한 여왕을 마주하자, 자신도 모르게 감정이 터져 나왔다.


“자네도 나이가 먹을수록 감성이 풍부해지나 보군. 루시가 보면 섭섭해하겠어.”


뜻 모를 여왕의 말에 고르텐은 그제야 자신의 눈가에 눈물이 살짝 고였다는 것을 알아챘다. 루시의 결혼식 때도 고르텐이 울지 않았던 이야기를 꺼내며, 여왕이 분위기를 풀기 위해 농담을 한 것이었다.


그가 서둘러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자, 여왕은 그의 감정을 가라앉길 잠시 기다렸다. 이내 고르텐이 민망한 듯 웃으며 차를 마셨고, 그녀는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본론을 꺼냈다.


“이전부터 황태자가 자네에게 실망스러운 짓을 많이 했기는 하다만.... 짐이 자리를 잠시 비울 적에, 큰 무례를 범하지는 않았는가?”


고르텐은 여왕의 말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망설였다. 그는 황태자와의 대화 이후, 크나큰 혼란에 빠졌다. 진정한 충신에 대한 것과, 맹목적인 믿음, 딸아이에 대한 생각까지 합쳐져 무엇 하나 쉽게 결론을 내릴 수 없었다.


“.... 아닙니다, 폐하.”


하지만, 고르텐은 신하로서 이 모든 것을 털어놓지 못했다. 이것은 자신이 삼켜야 할 문제라 생각했고, 그렇지 않다 한들 여왕에게 걱정을 끼칠 수는 없었다.


“황태자 전하께서는 황실을 위한 판단을 내려, 저를 돌려보내셨을 뿐입니다. 오히려 쓸데없는 불안감으로 인해 제가 황실에 폐를 끼쳤습니다, 폐하.”


솔직하지 못한 대답이란 것을 여왕도 알고 있었으나, 그녀는 더 캐묻지 않았다. 지난번 황궁에 찾아온 것에 대해서는 마음 쓰지 말라는 말을 덧붙인 여왕은 그를 북돋울 수 있는 말을 생각했다.


“고르텐, 짐은 자네를 이렇게 다시 볼 수 있게 되어 기쁘다네. 아직도 제국과 황실은 자네의 연륜과 능력을 필요로 하는 상황이지. 그러니...”


마음을 드러내지 못하는 그에게 여왕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위로는, 그가 걸어온 길을 존중하는 것뿐이었다.


“지금처럼 종종 내 말벗으로서 황궁에 오게나. 황태자의 스승이나 장인이 아닌, 내 조언자가 되어주었으면 좋겠군.”


“..... 받들겠습니다, 폐하.”


과분하다 말하려 했던 고르텐은 고개를 들었다가, 여왕과 파란 눈을 보았다. 처음 그가 여왕의 앞에 충성 맹세를 했던 그날처럼, 여왕의 눈동자에는 작은 불길이 일렁이는 것만 같았다. 이를 본 고르텐은 여왕 앞에서 그 어떠한 것도 거절할 수 없었다.


“잘 생각했네. 영지에서 수도까지 올라오느라 고생이 많았겠어. 황태자비를 만나고 갈 테지?”


“..... 그렇습니다, 폐하.”


“딸아이와의 시간을 짐이 방해해서는 안 되지.”


사실 고르텐은 루시와 만나는 것을 망설이고 있었으나, 여왕의 앞에서 이것 역시 사실대로 말할 수 없었다. 하는 수 없이 그는 여왕과의 대화가 끝나는 대로, 자신이 한 말에 따라 황태자비의 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저벅저벅-


고르텐은 루시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들이 많았지만, 동시에 대답을 들을 용기가 나질 않았다. 망설이는 동안 야속하게도 발걸음은 금세 황태자비의 방 앞에 도착했고, 그는 몇 번의 심호흡 끝에 시종에게 자신이 도착했음을 알리라 말했다.


똑똑-


시종이 밖에서 몇 번인가 문을 두드리자, 누군가 바로 모습을 드러냈다. 고르텐은 황태자비인줄 알고 숨을 삼켰으나, 그의 기대와는 다른 사람이었다.


“오셨습니까, 공작.”


“..... 황태자 전하.”


순간 당황함을 내비친 고르텐에게 케레스는 방 안으로 들어오시라 권했고, 쿵-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닫혔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회귀한 명탐정에게 MISS란 없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04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16) 24.07.07 8 0 12쪽
103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15) 24.07.06 9 0 11쪽
102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14) 24.07.05 9 0 11쪽
101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13) 24.07.04 7 0 11쪽
100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12) 24.07.03 7 0 12쪽
99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11) 24.07.02 7 0 12쪽
»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10) 24.07.01 9 0 12쪽
97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9) 24.06.30 9 0 11쪽
96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8) 24.06.29 8 0 11쪽
95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7) 24.06.28 8 0 12쪽
94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6) 24.06.27 8 0 11쪽
93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5) 24.06.26 7 0 11쪽
92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4) 24.06.25 10 0 11쪽
91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3) 24.06.24 11 0 11쪽
90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2) 24.06.23 6 0 11쪽
89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1) 24.06.22 11 0 11쪽
88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21) 24.06.21 8 0 11쪽
87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20) 24.06.20 10 0 11쪽
86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19) 24.06.19 8 0 12쪽
85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18) 24.06.18 9 0 11쪽
84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17) 24.06.17 8 0 11쪽
83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16) 24.06.16 9 0 11쪽
82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15) 24.06.15 10 0 11쪽
81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14) 24.06.14 8 0 11쪽
80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13) 24.06.13 8 0 11쪽
79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12) 24.06.12 8 0 11쪽
78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11) 24.06.11 8 0 11쪽
77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10) 24.06.10 5 0 11쪽
76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9) 24.06.09 8 0 11쪽
75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8) 24.06.08 6 0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