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명탐정에게 MISS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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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bushabu0314
그림/삽화
샤브샤브에죽추가
작품등록일 :
2024.03.27 17:51
최근연재일 :
2024.09.1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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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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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11)

DUMMY




“.... 고르텐 공작.”


“... 예, 전하.”


케레스는 고르텐을 황태자비의 방과 이어진 작은 정원으로 안내했다.


정원의 한가운데 놓인 테이블 위에는, 고르텐이 좋아하는 향의 차와 달지 않은 롤케이크가 준비되어 있었다. 전반적인 분위기부터 사소한 장식 하나까지 모두 고르텐에게 맞춰져 있었으나, 그는 오히려 불편함을 느꼈다.


“황태자비는 지금 막 잠에 들었네. 요즘 다시 몸 상태가 악화된 것 같더군.”


고르텐은 딸아이의 건강에 대해 걱정이 되었으나, 왜 케레스가 자신을 이곳으로 데려왔는지 이유를 알 수 없어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 미안하네, 공작.”


어색한 공기를 깨뜨린 것은, 케레스의 사죄였다. 황실의 일원인 그가 잘못을 시인하자 고르텐은 반사적으로 이를 부정하려 했지만, 케레스가 입을 여는 것이 더 빨랐다.


“공작의 깊은 충심을 받아들이기는커녕, 내 기분대로 그대를 몰아세웠지.”


고개를 떨군 케레스는 후회하는 표정을 짓듯이 입매와 눈가가 내려가 있었다. 케레스가 어렸을 때를 제외하고는, 고르텐은 그에게 진정한 사과를 받아본 적이 없기에 무척 당황했다.


“내가 하지도 않은 일들에 의심을 받으니, 예민함이 극도에 치달아 있었네. 심지어는 폐하께서 아프시니, 벌판에 홀로 남겨진 기분이었지.”


고르텐은 케레스의 ‘하지도 않은 일’이라는 말에, 그동안의 불안이 눈 녹듯이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역시나 황태자 전하께서 하신 일이 아니었군. 아무리 전하께서 성군이 되시기에 모자란 부분이 있다 한들, 그런 사건을 방관하실 분은 아닌 게야.’


그의 목소리에서 서글픔과 외로움을 느낀 고르텐은, 케레스가 하는 말을 모두 진심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의심이 멈춘 고르텐에게 남은 것은, 맹목적인 믿음뿐이었다.


“여왕 폐하가 깨어나신 이후, 호되게 혼이 나고 나니 이제야 눈이 뜨이는 기분이더군. 또 감정에 휘둘려 돌이킬 수 있는 실수를 저질렀음을 깨달았네.”


이내 케레스는 자리에서 일어나, 고르텐을 향해 가볍게 고개를 숙여 보였다. 케레스를 완전히 신뢰하게 된 고르텐은 이제 이 모든 것이 과분하게만 느껴졌다.


“그대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었음을 아네, 다만.... 나를 용서해 주겠나?”


케레스의 말이 끝나자마자 고르텐은 의자를 치우고 그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


“전하. 이 고르텐, 엘든모어 공작가의 명예를 걸고 맹세하건대, 모든 것은 저의 부족된 면에서 비롯된 일이었으니 마음 쓰지 마시옵소서.”


고르텐이 복종을 맹세하듯 단단한 눈으로 케레스를 바라보자, 그는 감동을 받은 듯이 목이 맨 목소리로 답했다.


“..... 고맙네.”


서로의 오해를 풀듯이 대화를 마무리한 케레스는 고르텐의 어깨를 두드렸고, 두 사람은 다시 자리에 앉았다. 긴장이 풀리자 고르텐은 갑작스럽게 허기가 밀려오는 것만 같아, 롤케이크를 한 입 크기로 잘라 입에 넣었다. 달콤한 생크림과 과일의 맛이 그의 마음을 한층 풀어놓았다.


달칵-


30분 남짓이 지나도록, 두 사람은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눴다. 루시의 건강은 물론 공작가에 별다른 일은 없는지 물어보는 케레스의 태도에, 고르텐은 황태자와의 관계에 있어 벽이 허물어진 것만 같았다.


찻잔이 비워지며 사적인 대화가 마무리되자, 그는 이 순간이 아쉬울 정도였다.


‘애초에 그 신문기사가 나지 않았다면, 황태자 전하를 의심할 일도 없었을 것을...’


케레스를 향한 고르텐의 죄책감은, 한순간에 이 사태를 만든 자들에 대한 분노로 바뀌었다.


“전하, 황실을 욕되게 하는 그 신문기사를 낸 이들이 누구입니까? 제 손으로 그들을 모두 잡아넣을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 공작. 기꺼이 그리하고 싶지만,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닐세. 이들의 방만함을 두고 보았던 탓인지, 세력이 너무 커져버렸어.”


비어버린 찻잔을 보며, 케레스는 씁쓸하게 웃었다. 그 모습에 고르텐은 더욱 속상함을 느껴 고집을 부렸다.


“부디 그들의 정체를 알려 주십시오, 전하. 엘든모어 가문의 이름을 걸고 처단토록 하겠습니다. 얼마만큼의 힘을 지니고 있든 간에, 황실 위에 서 있을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강경한 고르텐의 반응에도 케레스는 망설이는 듯이, 고개를 돌려 정원에 핀 꽃들을 바라보았다. 시간이 조금 흘렀을까, 그는 결정을 내렸는지 입술을 깨물었다가 고르텐을 향해 입을 열었다.


“공작, 정말 나를 도와줄 수 있겠는가? 그대의 충심을 의심했던 내가 지금 와서 부탁하기에 미안할 뿐이네.”


“무엇이든 말씀만 주시옵소서, 전하.”


고르텐은 대체 어느 집단이기에 이렇게까지 황태자를 어렵도록 하는 것인지 속이 끓었다. 그의 머릿속에서 그들은 이미 반역도였다.


“이 일을 이렇게 몰아세운 것은 레지스탕스일세. 그들이 이번 사태를 꾸며냈더군.”


“....! 기어코 그 자들이!”


처음부터 고르텐은 레지스탕스는 물론, 그들을 옹호하는 이들까지도 좋게 생각한 적이 없었다. 그에게 레지스탕스는 범죄 집단일 뿐,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질 못했다.


“가장 큰 문제는 그들을 잡아낼 수가 없단 걸세. 이제껏 경관과 기사단이 노력했음에도 번번이 실패했지. 그렇다고 레지스탕스와 연관되어 있다는 의심만으로, 지식인층을 모두 잡아낼 수도 없는 일.... 다행인 것은, 아직 신께서 기회를 남겨주셨다는 것이지.”


다른 이들이 듣지 못하도록 케레스는 좀 더 고르텐에게 가까이 다가가, 입을 가리고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이 모습에 고르텐은 황실의 내부에도 그들이 섞여 있는 것인가 싶어 속으로 탄식했다.


“그 우두머리가 재판장에 등장할 것이라는 소문이 있더군.”


의외의 정보에 고르텐은 동공이 커졌다. 늘 거슬리던 그들을 잡아낼 수 있는 기회가 생각보다 가까웠기에, 그는 벌써부터 손이 근질근질했다.


터억-


이러한 고트렌의 기분을 이해한다는 듯이, 케레스는 시종을 불러 긴 상자 하나를 그에게 넘겨주었다.


“이건, 어느 충성된 이가 내게 바친 신기한 무기일세.”


충성된 이라는 말에, 고르텐은 케레스의 편에 남아 있을 만한 귀족들을 떠올렸다. 여러 인물들 중에서도 황궁에서 마주쳤던 바몬 후작가의 소가주가, 번뜩 그의 머릿속을 스쳤다. 머리가 비상해 보이는 자였기에, 고르텐은 이 무기를 그가 전해준 것으로 오해했다.


“열어 보게. 총과 같이 생겼지만 다른 용도로 쓰이는 물건이지. 방아쇠를 당기면 마치 사냥할 때 동물을 잡듯이 그물이 튀어나오는 구조일세.”


고르텐이 상자의 덮개를 젖히자 특이한 구조의 총이 눈에 들어왔다. 리볼버보다 조금 두꺼운 듯한 이 특수총은 군데군데가 붉은빛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재판 날, 시종을 시켜 이 총을 건네줄 테니 그대가 이것으로 레지스탕스의 우두머리를 잡아내도록 하게.”


“받들겠습니다, 전하.”


여왕이 부탁했을 때와는 달리, 고르텐은 고민조차 하지 않은 채 대답했다. 케레스가 내린 이 명령은 그에게 거리낄 것 하나 없이 마음에 들었다.


“든든하군, 공작.”


케레스가 신뢰를 보이자, 더욱 들뜬 그는 비장한 눈빛으로 결의를 다졌다. 눈앞의 임무에 집중한 고르텐은, 케레스의 비틀린 미소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




.

.

.




“여기 계셨군요. 대표.”


“.... 데릭”


♩♬♪♬♩-


재판이 열리기 전날 밤, 리비티는 밝게 빛나는 오페라 극장의 지붕 위 동상 뒤편에 기대 있었다. 극장에서는 클래식 연주가 흘러나오고 있었고, 데릭은 그녀의 곁에 함께 앉았다.


“의외라는 둥, 그런 말은 안 하네?”


“꼭 귀족과 돈 많은 이들만 공연을 좋아하란 법은 없지 않습니까. 닿을 수 있는 기회만 있다면 누구든 예술을 사랑할 수 있죠.”


리비티와 대화를 주고받으면서 데릭은 품에서 작은 종이봉투를 꺼내 가운데를 갈랐다. 그러자 동글동글하니 귀엽게 블루베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야채가게를 하는 쿠닐을 거리에서 마주쳤는데, 대표에게 전해달라고 하더군요.”


그의 설명을 들으며, 리비티는 블루베리를 하나씩 입안에 던져 넣었다. 곧 새콤달콤한 맛이 기분 좋게 퍼져나가자, 그녀는 쿠닐이 좋은 것을 골라줬구나 싶어 고마움을 느꼈다.


몇 개를 더 먹던 리비티는 실수로 무른 것을 하나 잘못 집어, 손이 과즙으로 물들었으나 이를 물끄러미 보고만 있었다.


“데릭, 할 말이 있어.”


“말하시지요.”


“..... 만약에 이번 일에 실패해 나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내 후계자는 협회장 중에서 투표로 뽑도록 해. 다들 책임감이 넘쳐서 누가 맡더라도 잘할 거야.”


냉정한 리비티의 말이 들려왔으나, 데릭은 아무렇지 않은 척 손수건을 꺼내 리비티의 손에 물든 보라색 과즙을 닦아냈다.


“복수심에 불타서 레지스탕스 방향이 무너지지 않게끔, 네가 잘 잡아줘야 해. 그리고 티시포네가 더 날뛸 수 있으니-”


“두려우십니까?”


리비티가 자신의 죽음을 상정한 채, 대책이랍시고 이후의 일들을 늘여놓자 데릭은 머릿속에서 다양한 대답이 떠올랐다.


벌서부터 진 이후를 생각하면 어떡하냐. 자신만큼은 당신이 아니면 다른 누구도 대표로 인정하지 않을 거다. 감정이 담긴 말들이 입에서 맴돌았으나, 데릭은 이를 말하는 대신 그녀의 속마음을 꿰뚫어 봤다.


“.... 무서워.”


음악이 끝나고, 공연을 즐기던 사람들이 공연장 밖으로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지붕 위에서 그들을 보니 점과 같았지만, 모두 각자의 삶이 있는 사람이었다.


‘이번과 같이 레지스탕스의 일원들을 잃을까 봐 겁먹으셨군. 자신이 죽어서라도 그것만큼은 막고 싶으신 건가.’


레지스탕스에서 데릭은 리비티와 함께했던 기간이 가장 길었기에, 그녀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더 나은 삶을 보여주겠다 해놓고, 그들의 숨을 앗아가 버렸어. 레지스탕스가 없었다면, 여전히 그들은 살아있었겠지.”


리비티의 얼굴에는 후회가 가득했다. 죄책감과 슬픔을 바쁜 업무로 억눌렀으나, 이 감정은 수시로 소용돌이쳐 그녀를 괴롭혔다.


“대표, 레지스탕스가 처음 만들어졌던 때를 기억합니까?”


과거를 묻는 질문에, 리비티는 극장의 입구를 보던 시선을 다시 데릭에게로 돌렸다.


“우리가 ‘레지스탕스’라는 이름 아래에 만나게 된 날은, 스스로의 손으로 소중한 이들의 장례를 치렀던 시기였죠. 어떤 대의 아래에 뜻을 이루기 위해 뭉친 것이 아니라, 더 이상 우리 같은 사람들을 만들지 않고자 서로의 손을 잡았습니다.”


리비티도 데릭의 말에 따라 서서히 시작을 기억해 냈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사람들이 많지 않았으나, 모두의 눈동자에 슬픔이 가득했다.


“그때 함께 맹세했지 않습니까. 만약 또 옆에 있는 이들의 손을 놓치더라도, 전부 껴안은 채 나아가자고.”


비장한 얼굴을 한 사람도, 아직 눈물이 멈추지 않는 이들도 있었다. 그럼에도 모두 그 의견에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누군가를 잃게 되더라도, 이 맞잡은 손의 의지는 흩어지지 않게 하자고 굳게 다짐했다.


“대표, 이번에는 단 한 명도 죽지 않을 겁니다. 그 누구보다도 당신이 그리 만들지 않을 것이니까요.”


“.... 응.”


시간이 걸리기는 했지만, 리비티는 데릭을 마주 보며 목소리를 내어 대답했다. 샘솟았던 불안감이 그의 말 한마디에 흐릿해지는 듯했다.


습관처럼 블루베리 쪽으로 손을 뻗은 그녀는 어느새 싱싱한 것과 무른 것이 구분되어 있음을 알아차렸다. 데릭의 손가락은 리비티의 검지에 묻은 것보다도 더 짙게 보라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 모두가 무사히, 재판에서 이겨서 돌아올게.”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울컥하는 기분에 눈물이 날 것만 같아, 리비티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결심을 입 밖으로 꺼냈다. 다시금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리비티에게, 데릭은 답하듯이 보좌관으로서 짧게 목례했다.


깊었던 밤이 서서히 끝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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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11) 24.07.02 8 0 12쪽
98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10) 24.07.01 9 0 12쪽
97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9) 24.06.30 9 0 11쪽
96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8) 24.06.29 8 0 11쪽
95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7) 24.06.28 9 0 12쪽
94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6) 24.06.27 8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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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3) 24.06.24 11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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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14) 24.06.14 8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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