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의 심부름(두 아이의 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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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rdfloorman
그림/삽화
3F
작품등록일 :
2024.04.15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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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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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01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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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신부와 어설픈 신관

DUMMY

때는 따스한 바람이 서서히 남쪽에서 일기 시작하는 광활한 호숫가의 봄의 아침.


작은 물 웅덩이가 땅의 모습을 그리고, 적당히 큰 둑이 품게 되는 것은 이제 그들이 가진 진녹의 이끼라 세상 나무들이 더러 주장을 해왔다 라고 한다면.



"......"



현재, 소년의 눈 앞에 펼쳐지는 거대한 호수 속에서는 분명 자유로이 떠다니는 솜털의 구름들이 새파란 하늘 물결 위에 깃털처럼 몸을 차분히 안기게 되는 것으로 터전의 오리들과 함께하는 부유함의 생활을 만끽하는 중이었다 호숫가 배들은 둥둥 이야기 할 수 있을 것이다.



"실례합니다, 아가씨. 그대의 행복을 온 마음으로 축복 드리는 이가 잠시 말을 여쭈어 가고자 합니다."



큰 눈에는 청명한 물방울 두 개를, 광채 나는 그녀 머리 위에는 푸르른 하늘을 형제 몰래 슬쩍 올려둔 채 모른 척 최선을 다해 살아가기로 결심한 욕심쟁이 해신 님과 그런 아버지 밑에서 좁쌀 만한 티 하나 없이 곱게만 자라날 수 있었던 바다의 사랑스러운 외동따님.


공주라는 이름이 부끄럽지 못하도록 오직 부드러운 기운 만을 정성스레 선별하여 내어오는 중이신 고결함의 그녀께서 미천한 상대방이 체하지 못하게 끔 발을 살금살금 다가가기로한 아슬아슬한 귀족들의 놀이란


거북이 눈을 마음에 쏙 닮아냈던 순진한 모래사장의 여인이 이제 막 알에서 부화해 모래사장 위를 순진히 노닐고 다니는 세상 천진난만 함을, 먼저 선 대륙의 아이는 엄마 거북이 심정이 되어 걱정 깊게 그것을 마음 졸여 지켜볼 수 밖에는 없게 되었다.



'아가씨...'



낯선 이와의 첫 만남으로부터 받게 된 이 왜곡스러운 한 마디에 대해 아티마르 호수에 이제 막 방문하기로한 검은 머리 이방인은 그의 정수리로부터 흘러내리는 하얀 천을 슬며시 손에 매만져 보는 일로 바닷가 공주님의 용단에 구태여 반박치 아니하겠음을 하늘에 계신 그분을 향해 고이 맹세 기도를 드리기로 했다. 마차 지붕에 올려져 있던 하얀 달덩이 꽃은 분명 신부의 머리 위에 놓여 지는 것이 이곳 이치에는 타당히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신관.'



몸에 두른 정갈한 옷과 동시에 반짝이는 황금 휘장을 심장 가까이에 매달아둔 차분한 머릿결의 여인. 그런 그녀에게서 칸 소년이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된 사실 하나는 이제 푸른 여인과 신전은 지금 매우 깊은 관계에 있게 되었다는 점. 그것도, 간밤에 여행 동료와 열심히 주고 받았던 대화의 주체이자 만담의 주제가 되어주신 세상의 방랑자께서 마치 약속이라도 된 것처럼 가졌던 단아한 자태들을 반나절도 지나지 않은 짧은 시간 속에 급히도 그것을 술꾼들에게 자랑키로 한 것이었다.



"저, 아가... 씨?"



너무나 짜임새 있게 발생한 사건에 의아해 하며 뚫어져라 상대의 모든 것을 속에 담아내기로 하는 어린 신부의 동그란 옥구슬들. 때문에, 갈 곳을 잃어버린 수행자의 맑은 동공은 순간 왠지 모를 방황을 주변에 하기로 한다.


뺨 근처까지 서둘러 올라와 있을 것을 여인은 검지 손가락 끝을 향하여 강력히 요청하였으며, 날아오를 준비를 마친 물새의 파닥거림과 같이 자신의 파란 눈동자를 위아래, 빠르게 참방여 강한 물장구를 수면 위에 일으켜 왔다.



'아.'



혼란스러워 하는 상대의 낯빛에게서 '곤혹스럽다, 쳐다보지만 말고 무슨 말이라도 좀 해 줘라.' 라는 속 내용을 미리 읽을 수 있었던 신부의 명달한 꽃 머리. 언젠가, 그의 주인과 나누었던 옛 일을 잠시 뇌리에 떠올린 어린 신부는 신전 사람을 위한 알맞은 인사말을 차분히 목 안에서 꺼내 헛기침과 함께 밖에 내놓기로 한다.



"흠흠, 두 어머니가 계심을 우리는 잊지 않겠습니다. 낮과 밤이, 또 수평선과 하늘이 서로 맞닿아 있듯 선은 둘로 나누는 것이 아닌 하나로 이어지기 위해 원을 그리는 것을 알리우며 그 속에 사는 마찬가지의 당신을 위해 어느 하나 다르지 않던 나를 이렇게 나마 잠시 인사로 전하여 봅니다."



조금은 난해할 수도 있었던 그들의 인사말을 큰 어려움 없이 마쳐 보인 소년. 맞잡아 올린 기도 손에 입을 살포시 맞추는 것으로 아직은 낮았던 그의 짤막한 허리를 숙녀의 앞에 예로 숙여 오기로 했다.



"아, 아아..."



그 모습을 쭉 지켜본 신전 사람의 곤혹스러운 안색은 그녀의 머리 빛 만큼이나 창백해져 가는 혈액의 온도를 얼굴 전역으로 느껴가며 파르르 겁에 질리게 된다.



"요, 용서하세요! 몰라 뵈서 죄송합니다, 소관이 경험이 부족해서 그만... 신관 님께 큰 무례를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네?"



단지 인사를 전하였을 뿐인데...


축축한 바닥에 그 고운 옷가지들을 적셔가며 파들파들 등까지 떨어보는 방랑자 신분의 젊은 수행 신관. 어찌할 바를 몰라 자리에서 팔짝 잉어를 뛰기로 한 그녀는 자신의 머리카락 한 줌을 양손에 콱 쥐어 뜯는 것으로 어린 신부의 앞으로 나아와 가졌던 괴로움을 무수히 고해 놓기 시작했다.



"왜 이러세요, 어서 일어나요!"



혹, 자신이 신전의 소중한 이를 향하여 큰 실수를 범하게 된 것은 아닐런지? 적잖은 걱정들이 머리 속을 맴돌기 시작했던 신부의 마음 속에는 어제 찾았던 무서움들이 또다시 심장 속을 되찾아 들어왔다.



"미안해요, 미안합니다. 이런 인사가 당신께 불안을 드리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저는 그저 이리 하는 것이 맞다 들었기에 행하였을 뿐, 수행자께 폐를 끼칠 생각은 추어도 없었어요!"


"폐라니요? 그렇지 않습니다! 폐는 오히려 제 쪽에서 드린 것이지요. 겉을 보고 판단하지 말라는 오랜 가르침도 다시 잊고 또 한번 어리석은 행동을 보이고 말았습니다. 부디 소관에게 강한 벌을 내려 주십시오!"


"제가 무엇이라고 당신께 벌을 드린 답니까? 저에게는 그럴 권한도, 이유도 없어요!"


"아닙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비록 신전을 떠나 있는 풀어진 몸이라고는 하나 귀에 새겨진 선대의 가르침을 어머니가 내려주신 이 혼은 절대 잊지 못하였습니다. 종과 같이 울렸던 목소리를 어찌 잊고 높으신 분께 이리도 용서를 조아리지 않을 수 있다 말을 하십니까?"


"그렇게 말씀 하셔도 전 아무것도 몰라요. 왜 당신 눈에 든 것이 잘못 되었다고만 여기십니까? 전혀 잘못되지 않았어요, 오히려 곧게 바라보았단 말입니다!"


"저를, 이 못난 저를 또 무지로부터 달아나라 말씀 하시는 것입니까? 아닙니다, 그래서는 전과 달라지는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때로 다시 돌아갈 바에야... 그렇습니다, 차라리 이 자리에서 소관의 죽음을 친히 허락 하시옵소서."



스릉.



결의에 찬 눈에 들어 올려지는 것은 푸근한 호숫가와는 어울리지 못한 독기 가득 담긴 서슬 퍼런 검날의 빛. 갑작스레 죽음을 선언하여 오는 정신 나간 신의 사람은 햇살과도 같았던 첫 인상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멀리 떨어진 외딴 섬을 향하여서만 가졌던 이성의 끈을 뚝 유배 보낼 것을 원해 왔다.



"아닛! 이게 무슨 짓이에요!"


"잘 가라, 신께 어울리지 않게 된 자야. 네가 빛을 보는 순간은 땅 아래로 영영 묻히게 될 때가 될 지어니. 우둔한 생을 추레하게 이을 바에야 차라리 바닥의 생명들을 위해 지금 당장 너의 보잘 것 없는 피를 뿌리거라."


"그만, 그만! 알겠으니까!! 벌을 드릴 테니까!!!"



절망적인 사고를 막기 위한 처절한 움직임으로써 신부의 가여운 몸짓은 이제 날선 검에게서 폭군의 심장을 지켜 보기 위한 하얀 꽃잎들을 머리 뒤로 흩날리기로 한다. 이렇게 이루어진 둘의 잔혹한 몸싸움은 지혜로운 인간의 아이가 해신의 어여쁜 딸에게서 귀하신 바닷물들을 옥석으로부터 짜낼 때 까지 한동안 쭉 이어져야 했으며,



"흐아앙! 난 진짜 쓸모 없는 년이야!"



나중에 그의 딸에게 전해 듣기로, 소년이 주인에게 배울 수 있었다던 최초의 인사말이란 녀석은 각 신전의 대표라 일컬을 수 있는 대신관들이 그들 후배를 위해서나 내주게 되었다는 아주 특별한 종류의 것으로, 어린 사제라면 입관 시에나 한 번 들을까 말까 했다던 심히 어려운 교전의 첫 머리말이 바로 그것이었다고 한다.


하여, 그가 신전과 관련 된 사람이 전혀 아니다 라는 기막힌 사실을 여자를 향해 소년이 여럿 성토하여 놓았음에도 불구하고 파란 눈의 수행 신관은 그를 교리의 높은 지도자라 받드는 일에 쉽게 포기하지 않겠다 라는 짙은 고집을 끝끝내 지녀 보기로 마음을 먹게 된다.




***




못난 울음과 손잡고 있던 생떼의 소란스러움이 잦아들며 호숫가 주변에는 드디어 물까마귀가 그토록 기다리던 낮은 평온들이 잔잔한 물결과 함께 고요히 부리 틈 사이로 깃들어 온다.



"죄송합니다, 아가씨. 아니, 도련님..."



스스로를 '유리 나일리아' 라고 소개한 푸른 방랑자께선 상대 소년으로부터 얻은 두 가지 설명에 대해 모두 듣고 나서야 현 상황에 관해 절반 정도는 얕은 머리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가 내려준 설명 중 하나는 소년이 신전이 전혀 세워지지 않은 북쪽에서 이제 막 내려오게 된 사람으로, 지금까지 신전 문턱에는 발 끝도 들여보지 못했던 문외한 중의 문외한이요. 둘은 머리에 이고 있는 것이 과연 신부들의 꽃은 맞았으나 그것이 신부를 지칭하는 것은 또 아니라며 누가 들어도 어처구니 없어할 이상한 말들 만을 잘도 일목요연하게 그럴듯함으로 꾸며오고 있었다.



'내가 잘 들은 것이 맞겠지?'



입으로는 동의를 표해보았으나 어느 것 하나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한 젊은 신관의 두뇌는 짧은 번뇌의 시간을 스스로 가지기로 한다. 자신을 완전한 문외한이라 까지 낮춰 부르는 앞의 이가 걸음을 뗀 직후부터 몸을 담가왔던 자신보다 주어진 교리 내용을 더욱 깊게 꾀고 있다는 사실에 어떤 방법을 통하여서 그녀 자긍심 속 순종을 받아 들이게 할지 참으로 민망한 순간이 아닐 수 없었고, 새색시라 오해 받고 싶지 않았다면 당장이라도 머리에서 꽃을 내리면 될 것을 "나 참, 이걸 쓰지 않았다고 해서 결혼 생활이 불행해 진다는 것이 가당키나 해? 정말 바보 같은 속설이라니까!" 라고 툴툴대기 까지 하는 그의 덜 자란 입이 뭇한 사내들의 다양한 허세처럼 느껴져 상당히 못미덥게만 여겨져 왔다.



"저, 아, 그게..."



그럼에도 유리 나일리아는 어쩐지 그를 함부로 대할 순 없다란 기분이 들어 과거 유창하다 유창하다 칭찬만 받아온 자신 있는 선홍빛 혀를 계속해 자존심 구겨야 했다.



"맞다, 그러고 보니 묻고 싶은 것이 하나 있다 제게 말을 하셨었지요?"



다행히도, 그녀의 높으신 분께서는 젊은 신관의 작은 부끄러움에 대해 크게 문제 삼지 않기로 한 넓은 아량이 맞으셨고, 어린 방랑자가 원하는 가르침에 언제든 답을 내놓을 준비가 되어 있다 말을 하는 맑은 혼의 소유자이자 많은 지혜인들의 참 스승님이라 할 수 있었다.



"예! 도련님께서 위에서 내려오셨다는 것을 두터운 신이나 겉옷에서부터 부족한 소관 또한 쉽게 알아 볼 수 있었습니다. 해서, 그대가 계신 곳에 관하여 이렇게 나마 잠시 올바름을 구할까 하옵니다."


"그랬나요? 제가 사는 곳의 어떤 점이 그리 궁금하셨을까요, 우리 유리 신관 님께서는?"


"편하게 유리라 부르셔도 됩니다. 도련님, 도련님은 혹 셋테이아 라는 마을에 다녀와 보신 적 있으십니까? 소관은 그곳에 용무가 있어 이리 호수를 건너오게 된 것이었습니다."


"오호, 그렇다면 너무나 잘된 일이네요. 전 그곳에 대해 꽤나 많이 알고 있는 처지랍니다."


"그렇습니까? 물의 여신 님께서 오늘도 저를 그녀의 길가에 편히 인도하여 주시나 봅니다! 그 작은 마을에는 하얀 머리를 가진 엘프가 숲 속 깊이 산다 들었습니다. 그분을 저희가 잠시 모셔가는 일에 대해 소녀 분을 소관이 직접 찾아가 예로 허락을 구하고자 합니다."


"엘프를 모신다니... 어째서?"


"어째서? 아, 진실로 처음부터 말을 올리는 것이 구하는 자가 보여야 할 순리에 맞게 되겠군요. 소관은 현재 방랑인의 신분으로서, 루밀 신관 아래 자신만의 배움을 찾고자 수행에 나서고 있습니다."


"루밀 신관님. 여러분들 즉, 방랑자 분들의 지도자라 저는 그리 이야기 하면 되는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그녀 역시 신전에 몸을 담게 된 자, 지도자라는 표현이 수행인이라는 자리에는 전혀 어울리지가 않습니다. 대지는 평등하다. 서로의 높낮이를 구분하지 말자 하는 것이 그녀, 루밀 신관의 뜻이기도 하였지요. 물론, 저를 포함한 다수의 분들이 가슴 깊이 그녀를 존중하는 마음에 루밀 신관을 높이 칭하는 일이 있긴 합니다만 그리하여 저희는 보통 그녀를 대장님 이라 칭하기로 서로에게 약속을 하게 되었답니다."


"루밀 대장님. 과연, 그렇게 부르면 되겠군요."


"그대께서 그녀를 높여 부르지는 않으셔도 되시오나 혹여 그것이 편하다 여기신다면 소관, 먼저 가서 말을 일러 두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많은 선배님들이 일선에 계심에도 불구하고 부족한 노력을 값지게 인정 받아 그녀의 오른팔 역을 감히 맡게 되었습니다. 이번 일 역시 매우 드물게 그분께서 직접 부탁을 해오신 참이었기에 엘프 소녀를 찾는 일에 소관이 몸소 나서 그녀가 있다는 마을을 향해 걸음을 옮기게 된 것이었습니다."


"유리의 말은 지금 본인의 뜻이 아닌 루밀 대장 님에 의해서 그녀를 찾는 중이었다 이리 이야기 하고 계시는 건가요? 그렇기에 그녀를 호수 밑으로 데려가고자 하는 중이었고?"


"네, 맞습니다! 듣기로, 그녀는 눈의 마을에 살고 있다 사람들이 입 모아 말을 전해오더군요. 이곳에 계시면서 그녀를 만나 뵌 순간이 도련님께선 따로 있으십니까?"


"있지요, 어디 만났을 뿐이겠어요? 저는 그녀가 어디 사는 지도 확실히 기억하고 있답니다."


"아아, 역시! 분명 당신께선 물의 여신께서 내려주신 저의 귀인이 맞으신가 봅니다."



검을 잡는 손이 맞나 싶을 정도로 고운 두 손을 맞잡으며, 좋아라 기뻐하는 유리 신관의 반달 눈. 그런 그녀를 보고 '아직 기뻐하기는 이를 텐데~' 하는 마음을 감추기 어려워진 소년의 오목한 입술은 행복해 하는 상대방 몰래 작은 한숨을 곁에 토해내기로 했다.


그녀 여신께서 본인의 운명을 편히 이끌어 주고 계시다라 젊은 신관은 지금 지속된 믿음에 대해 의심치 아니함을 주장 하여 왔지만 주인 없는 자의 외로운 눈을 기준으로 그녀의 옆면을 면밀히 들여다 보고 있자면 이보다 꼬인 실타래가 있나 싶을 정도로 파란 신관의 주인분께선 운명 물레를 엮는 그 손재주가 심히 아쉽게만 느껴져 왔다.


그가 살던 곳에서 천상의 아버지로부터 받게 될 여신의 이름은 분명 직녀는 아니었으리라.



"저와 함께 그녀를 만나보시지 않겠습니까? 그대께서 옆에 계셔 주신다면 본 소관, 어떤 고난도 헤쳐 보일 용기를 바깥에 증명해 보이겠습니다."



희망이 담긴 작은 손을 곱게 감싸 안는 유리 신관의 양손에는 푸른 머릿결과는 관계 없어 보이는 일반적인 따스함이 소년의 피부로부터 차분히 전해져 왔다. 유리 나일리아가 가진 두 개의 물방울 빛은 오늘처럼 반짝임을 가졌던 적이 이전에는 또 없게 된다.



"저런, 어쩌지요? 난 지금 밑으로 내려가 봐야 하는데."



다만, 모든 기대가 항상 좋은 결과로만 귀결되는 것은 위에 계신 유일한 그분이 계획하신 삶의 공식과 가장 어긋나는 일이라 할 수 있었기에. 서툰 여신을 모시는 해신의 딸은 그녀의 가는 눈썹 꼬리가 무거워져 바닥으로 가라앉는 난파선들을 따라 찰나의 기쁨들을 모두 심해 어둠 속에 감추어 버린다. 깍깍 울어 대는 바닷새의 날개 짓을 닮은 내려가는 포물선 그림을, 들뜬 마음 사이에 애석히도 그려 놓아야 했던 유리 나일리아의 참담한 인생 미술 시간이었다.



"밑에는, 밑에는 어떤 용무가 있으십니까? 제가 같이 가겠..."



훌쩍!



이곳의 신관이란 본디 알고 있는 예를 무엇보다도 중시 해야 하는 법. 상대방을 보고 귀한 이라 이미 말을 꺼낸 이상 작은 존재가 가진 사소함 보다는 높은 자의 안내를 우선시 행해야 했던 것이 그들이라 불리우는 이가 행해야 할 마땅한 임무라 여겨졌기에. 올라오는 고생을 무릅쓰고서라도 눈물 젖은 각오를 다져보는 자야 말로 진정한 신의 사역이라, 유리 나일리아는 참혹한 각오를 다질 수 있었다.



"같이 안 가서 우는 건가요, 아니면 못 가서 우는 건가요?"



코를 훌쩍이는 드높은 연상의 여인을 앞에 두고 대관절 어느 부분이 마음에 들어 막중한 책임을 지녔다는 자신의 오른팔을 맡기게 되었는지. 가장 훌륭했다는 루밀 아리우드의 의중이 크게 궁금해지는 칸의 현실적인 고민이 있었다.



"아닙니다, 소관 절대로 울지 않았습니다. 비록 이 긴 호수를 또 배로 건너야 하는 것이 제게 주어진 가혹한 시련이라 할지라도 말입니다."



뱃멀미.


여린 그녀의 발바닥이 즈려 밟아야 하는 가시밭길 중 제일 커다란 고난이라 할 수 있다.



'아니, 본인 입으로 물의 신도라더니?'



물의 여신을 모시는 일과 뱃멀미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라는 것을 이미 답으로 알고 있었지만 으레 떠오르는 이 말을 하지 않고서야 넘길 수 없었던 어이 없는 연하의 마음은 답답한 분통의 물을 파렛트 위에 터트려 놓기로 한다.



"딱히 숨길 생각은 없었으니 배를 몇 번 더 타야 할까 라는 괜한 걱정을 더는 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그보다 더 큰 우려가 우리에겐 이미 지천에 널려 있게 되었으니 말이예요."


"예? 숨길 생각이 없으시다니요? 그리고, 우리... 요?"


"소녀를, 엘프를 그대 대장님 곁에 데리고 가시겠다면서요? 설마하니 그녀가 순순히 신관 님의 손을 따라 자리를 벌떡 일어나줄 것이라 예견 하셨었나요?"


"...아닌가요?"


"아이고! 운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이게 뭐야! 하고 뒤집어 질 정도로 순해 빠지기만 했던 젊은 신관의 물렁한 계획은 작은 상대에게서 두 손가락을 미간 사이에 꼬집게 만드는 것에 가히 충분한 힘이라 할 수 있었다. 그의 세계에서 도도새가 인류 곁을 떠나게 된 모종의 이유에 대해 갸웃 거리기만 하는 중인 여자의 고개를 살펴본 연구자의 반쯤 풀린 눈은 반 이상 그 진의를 확실히 얻어갈 수가 있었다.



"일단 물어는 보겠어요. 루밀 대장께서는 대체 어떤 연유에서 그녀를 찾겠다 이야기를 하셨습니까? 우리와 다른 곳에서 온 이가 이 땅에 용서치 못할 큰 죄라도 지었답니까?"


"아하, 그것이 걱정되셨던 것이었군요? 그녀가 저희 집행자로부터 벌을 받게 되지는 않을까 하고 말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저희 대장 님께서는 그분께 한 가지 부탁을 드리고자 이렇듯 일을 찾아 뵙게 된 것입니다. 은인으로 모셔 가기 위해서지요."


"은인으로 모시다니? 그 악마를?"


"예? 악마... 말 입니까? 누가요? 누가 신의 대적자를 감히 자청한단 말입니까?"


"이런, 저도 모르게 말이 헛 나왔네요. 방금 한 말은 부디 기억에서 지워 주시길..."


"아, 네. 분부대로..."


"자, 처음으로 돌아가서! 루밀 대장의 부탁에 대해 유리는 혹시 들은 내용이 있으실까요?"


"있습니다!"


"어떤 내용 인지에 관하여 제가 알게 되는 것이 혹 그분께 실례가 되지는 않을 수 있을까요?"


"그럼요, 사실 많은 분들이 알고 있는 내용이기도 합니다. 그분이 찾는 것이라면 반드시 '그것' 일 터이니까요."


"그것 이라 하심은?"


"나무 말입니다, 나무. 라라미스의 자갈 밭에서도 성대히 자라나게 될 영그러운 자의 성엄한 나무. 이미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아, 나무 말이지요? 그것도 라라미스 자갈 밭의? 오호라! 그렇지요, 그렇지요. 성엄한 나무 말이지요? 압니다, 알고 말고요. 어떻게 그걸 모를 수가 있겠어요! 비단 전 신전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또, 라라미스가 무엇인지도 전혀 알지 못하는 촌놈 중의 촌놈이지만 거친 자갈 밭에서 쭉쭉 자라게 될 전설 같은 나무 따위야 누구나 쉽게 알 수 있지 않았겠어요? 무엇 때문에 루밀 신관 님이 그녀를 찾는 지에 대해서도 벌써 명확히 답을 내버렸답니다. 아아, 이를 어쩐 담? 어디가서 자랑이라도 크게 한바탕 해야 하지 않나 싶어. 내 스스로가 너무나 대견스러운걸?"


"죄송합니다, 다 말씀 드릴게요. 그러니 너무 성 내지 말아주세요. 정말 무섭습니다."


"저처럼 작은 사람이 유망하신 신관 님께 성을 낼 이유가 과연 몇이나 있겠어요. 제가 드린 말을 그대께서 너그러이 믿어주시기만 한다면 말이지요."


"진실로 저희들과 아무런 연관이 없으십니까? 저는 도무지 믿기지 않는..."


"없어요."


"네, 알겠나이다."



단단한 용의 긴 꼬리말 마저 단 칼에 내려칠 수 있을 만큼 벼려진 호된 거절의 날. 말로는 알았음을 다짐 해본 그녀의 입이라지만 이런 무서운 호통마저 유년 시절의 스승님들을 차례로 떠올리게 만드는 것이었기에. 여전히 그를 높이 존중하여야 한다는 미련을 쉽사리 뿌리쳐 내지 못하는 유리 나일리아의 소심한 이마 주름이었다.



"라라미스는 이곳 아티마르 다음으로 넓게 된 호수가 자리 잡은 곳입니다. 땅의 신전이 가장 거룩하게 세워진 장소이기도 하지요. 그곳에는 오랜 풍습이 하나 있사온데 땅의 여신을 모시는 대신관께서 어린 수행자의 손을 잡고 호수 중앙에 있는 좁다란 자갈 밭 까지 건너가 작은 씨앗 하나를 그들에게 심게 하십니다. 자갈 밭이 워낙 거칠고 황량하기에 그곳에선 식물이 따로 자라 나지는 않습니다만 그럼에도 대신관께선 아이들에게 이리 이야기를 해오십니다. 너희가 진실로 신을 따르는 이라 하늘이 인정을 하여준다면 이곳에서는 필히 너의 나무가 곧게 일어날 것이다 라고 말입니다."


"흠, 무언가 이상하네요. 대신관께서 그런 자갈 밭에 나무가 자라는 것을 진정 바라고 계시지는 않을 진데. 여러분들이 말하는 깨달음의 '만개' 를 위해 그처럼 아이들에게 목표를 이르셨던 것일까요?"


"......"


"왜요? 왜 말이 없어요? 제 말이 너무 틀렸어요?"


"아니요, 맞습니다. 그대의 말이 정녕 옳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그렇구 말구요!"

(보아라, 난 틀리지 않았다. 정녕 이분이 아니라면 과연 누가 더 높이 가까웁다 말을 할 쏘냐!)



수직으로 관통해 버리는 그의 짜릿한 정리를 귓가에 담으며, 그러면 그렇지! 라고 쾌재를 부른 유리의 코. 스스로의 안목에 대해서 앞으로 그녀는 더 많은 자신감을 가질 것을 불끈 쥔 손에 가득 담아 보기로 했다. 그가 꺼낸 깨달음, 만개와 같은 말들이 세간에선 그리 자주 통용 되는 것이 아님을 그녀 역시 분명히 알고 있었기에. 어젯밤 들었을 법한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라는 진실에 가까운 정답을 젊은 신관이 유추해내기란 상당히 어려운 문제였다 할 수 있었다.



"루밀 대장님께서는 이미 다방면을 통해 그것에 관한 깊은 고민과 수행들을 깊게 쌓기로 하셨으나, 현재까지도 좀처럼 나아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라 매번 아님을 이야기 해오고 계십니다. 그러던 어느날, 기묘한 계시를 받게 되었다며 제게 갑자기 이런 말을 일러 오시더군요."


"계시요?"


"예, 계시! 우연히 마주한 기연으로부터 『고민에 대한 답을 얻고자 한다면 하얀 엘프 소녀를 곁에 두어 봐라.』 라는 말을 전해 받았다 하십니다. 그리고는 그녀가 다시 말을 건네볼 틈도 없이 기연께선 연기처럼 홀연히 모습을 감추었다고 하지요. 하여, 그분께선 제게 계시 라는 표현을 직접 써오시지 않았나 싶습니다."


"듣고 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단지 왜 하필 그녀, 하얀 엘프 소녀 였을까 싶은 의심이 드는 것을 저로서는 도저히 막아 낼 도리가 없지만서도요."


"참으로 묘하십니다, 엘프 소녀가 제 입에서 나타나게 될 무렵부터 도련의 입은 자꾸만 한숨을 내뱉고 계시네요. 저로서는 알지 못할 고된 순례의 길이 그대가 이곳에 계시는 동안 예언처럼 나아 오게 된 것이옵니까?"


"알지 못할 고된 순례 길이라... 그대라면 꼭 그렇지만도 않겠지요. 저쪽을 한 번 보세요! 강 건너 존재한다는 신의 사자가 맞이하게 될 커다란 시련이라는 녀석이 이제 막 저승의 배를 빌려온 참이 되겠으니까 말이에요."


"예? 이 무슨 어려운 말씀을 또 제게... 아앗!"



위대한 가르침을 따라 여인이 시선을 옮겨 향한 곳. 그곳에는 여자가 그토록 찾고자 했던 하얀 엘프, 그리고 두 명 분의 어른 형상이 추가로 그녀 쪽을 향해 거짓말처럼 발걸음을 옮겨 오고 있었다.



"저 놈은!"



게다가, 두 인형 중 하나는 분명 그녀가 진실로 마주하기 싫은 인간 목록 중에서도 제일 첫 줄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사상 최악의 인물. 하루도 말끔한 모습을 비추지 못하였던 삐죽 뻗은 긴 머리와, 날씨와는 관계 없이 마구 주워 입은 주먹구구식 옷들. 여자의 몸이라는 것을 완전히 잊어버렸는지 헤질대로 헤져 올라가 버린 닳디 닳은 상의들과 지 마음대로 규칙을 떠벌리고 다니는 고약한 심보의 입까지!


어느 것 하나 기준치에 미치지 못하는, 푸른 신관인 자신과는 가히 대척점에 서 있다 할 수 있는 악의 구렁텅이 같은 존재가 "엉?" 따위 소리를 내며 날선 집행자의 눈 앞을 한 번 베보라는 듯 목 내밀어 얄팍한 도발을 해오고 있었다.



"......"



한 여름에 떨어지는 우박과 같이 좀처럼 예상하지 못했던 붉은 재앙과의 재회는 바다의 딸에게서 그녀의 달린 비늘 털들을 바르르 떨으라 자리에 명하게 만들었다. 차가운 분노를 차분히 속에 삭히는 것으로 다가올 전쟁에 대해 그녀는 서둘러 용기를 대비케 만들었다.



"뭔데?"



이 일촉즉발의 위험한 상황에서도 콧바람 하나 신경 쓰지 않기로 한 하얀 악마께선 주인공 입장이 된 줄도 모른 채 이들 틈 사이를 심드렁히 끼기로 했다.


일말의 관심 없는 소녀를 사이에 두고 시작되는 해와 바다의 어설픈 쟁탈전. 그 개막을 알려오는 짐승의 몹쓸 으르렁 댐은 보기 민망할 정도로 치열한, 또 치졸한 전투로 끝이 날 것을 물가의 오리들은 보이지 않는 미래를 어찌 예견 하였던지 하나 둘 이들 곁을 떠나 넓은 호수 중앙을 향해 귀하신 날개를 열심히 펄럭여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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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의 심부름(두 아이의 이소)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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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검의 회고록 6 24.09.14 3 0 26쪽
22 검의 회고록 5 24.09.07 4 0 29쪽
21 검의 회고록 4 24.08.31 7 0 26쪽
20 검의 회고록 3 24.08.24 9 0 25쪽
19 검의 회고록 2 24.08.17 9 0 24쪽
18 검의 회고록 1 24.08.10 11 0 24쪽
17 시작된 심판 24.08.03 10 0 25쪽
16 묘한 제안 24.07.27 9 0 34쪽
15 흔들리는 저울 24.07.20 7 0 24쪽
14 얼굴에서 드러나는 진실 24.07.13 7 0 22쪽
13 자매를 찾은 두 번의 패배 24.07.06 6 0 26쪽
12 완벽함의 투우사 24.06.29 9 0 25쪽
11 똑 같은 후회, 색 다른 결과 24.06.22 8 0 24쪽
10 닮아 있는 앙숙 24.06.15 10 0 27쪽
9 산군의 약속 24.06.08 9 0 26쪽
» 어린 신부와 어설픈 신관 24.06.01 10 0 26쪽
7 가짜 부부 24.05.25 9 0 26쪽
6 붉은 갈기 24.05.18 10 0 25쪽
5 산뜻한 시작 24.05.11 12 0 22쪽
4 계약은 천천히 24.05.04 11 0 23쪽
3 편지의 뿌리를 찾아서 24.04.27 9 0 28쪽
2 찾아온 손님 24.04.20 10 0 22쪽
1 남아서 집을 지키는 것 24.04.15 21 0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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