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의 심부름(두 아이의 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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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rdfloorman
그림/삽화
3F
작품등록일 :
2024.04.15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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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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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4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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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쪽

검의 회고록 3

DUMMY

『이상 세계』


엔토니 밀소프트, 그가 바라던 세상이란 과연 무엇이었을까?



"그이가 지금껏 무엇을 바라왔냐고? 글쎄, 그것에 대해 특별히 이야기 한 적이 있었을까 싶네?"



이제 막 내려와 진 기분파 교수님의 갑작스러운 과제를, 성실한 학부생께서는 '그날 당장 해치워 놓자!' 라는 진취적인 슬로건을 앞 세워 '발로 뛰고 몸으로 부딪혀!' 라는 수행인의 오랜 답습을 오늘도 여전한 기록 속에 바통을 이어나가기로 하신다.



"잘 좀 생각해 보세요, 아가씨. 판도를 뒤집을 굉장히 중요한 사항이 될 수도 있답니다. 그가, 당신의 남편께서 어떤 한 가지 일을 깊게 파고들었다 거나, 뭐 그런 적 없었어요?"


"그렇게 말해도... 루밀, 너도 알다시피 그 사람은 맨날 있는 척 헛소리만 해 대는 부류가 아주 분명하셨으니까 말이지. 나 같이 길가에 널리게 된 흔한 여자는 그이 머리카락 근처에도 쉽게 가까이 갈 수 없다는 것이 오늘날 내게 주어지는 안타까운 현실이란다? 너무 어렵게 생각 하지 말고, 네가 직접 나서서 그 위협적인 검을 통해 놈의 목을 따로 캐물어보는 것이 어때?"


"그런 종류의 사람은 달라한다 하여, 또 협박한다 해서 내놓지는 않게 되었다 라면서, 나의 상관께선 수 많은 주의를 내게 친히 내리기로 하셨었거든. 사금을 캐는 일과 같이 조금씩 불순물을 줄여 나가야지, 사냥할 때처럼 사슴 엉덩이 만 쫓아서는 절대로 결과물을 얻을 수 없다 라고 진실로 후배 위한 신신당부를 걱정으로 해오셨어. 알게 모르게 흘러나오는 습관적인 말버릇이야 말로 그의 진심을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증거가 된다나?"


"왜 하필 그 사람은 사슴 엉덩이 쫓지 말라는 끔찍한 표현을 아가씨 앞에서 쓰기로 하셨데? 정작 본인이야 말로 맨날 사슴 엉덩이만 머리 속에 떠올리니까 그런 괴상쩍은 비유도 이리 쉽게 튀어 나오는 것이 아니야? 기가 막혀서, 정말!"


"...뭐, 아무튼! 그분 말씀대로 속 깊이 숨겨져 있는 진심을 나름 확인할 수단은 되겠네. 방금 네가 했던 것처럼 말이야."


"잉? 그건 그렇네?"



새 친구의 혜안을 받아들여, 주어진 작은 분노를 통찰력으로 승화 시키고자 '오호라?' 눈을 가늘게 뜨기로 하는 미래의 새색시. 모처럼 일게 된 승리의 예감을 그녀는 회심의 미소로 하여금 "으흐흐!" 하고 홀로 웃음 짓기를 택하였다.



"방금 전 같이 뭔가 이채롭다 하는 부분을 가라 앉은 금 조각 마냥 수면 위로 퍼 올리기만 하면 된다 이거지? 이거 이거, 생각보다 일이 쉽게 되겠는 걸?"


"그렇지, 그렇지! 특히나, 너처럼 하루 종일 곁을 붙어 다니게 된 사람은 그 기회란 녀석을 붙잡게 될 상황이 훨씬 더 많게 되었다 라는 이야기이지. 엄마 참새 품 사이에서 아기 참새가 등장하는 일처럼 매우 지당하신 결과일 뿐이었고, 그는 현재 네 손바닥 위를 알량히 노닐고 다니시는 작은 콩벌레에 불과하였다 라는 소리지. 우리에게 주어진 유일한 참이란 바로 이 정도가 될 뿐이었어."



서로에 대해 어느 정도 알아 나갔다 라는 사실은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상대방 움직이는 일에 굉장히 능숙해졌음을 의미하기도 하였다. 때문에 검을 연마 한다는 집안 환경 특성상 동성 친구 만날 순간이 손에 꼽힐 정도로 부족 하였던 아리우드 집안의 선머슴 머리 위에는, 이처럼 자신에게 사람 움직이는 재주도 있었나 싶어 천천히 부풀기 시작한 그녀의 새 가슴을 새삼 떳떳하게 바깥에 뽐내 두기로 한다.



"네 말이 절대적으로 맞아, 친구야. 아무리 똑똑하다 부르신들 그는 결국 내 손바닥 안이었어! 오늘은 그 사실을 직접 확인하면 될 뿐이었고. 자, 어디서부터 시작하면 좋을까?"


"우선 그가 좋아했던 것과 싫어하는 것을 먼저 분류해 보자. 이보다 뚜렷한 맛의 증거가 세상 또 어디 있겠어?"


"좋아하는 것이라? 그것은, 바로 나? 꺅!"



퍽 퍽 퍽!


.


.


.



열 여섯 시절의 주접은 대게 이런 식으로, 자그마한 폭력들을 주위에 동반 시켜왔다. 덕분에 유연한 팔뚝을 두세 번 호들갑에 맞서야 했던 신관의 강철 같은 정신이란 오직 침묵으로써 대장 님께 얻어낼 수 있었던 어른들의 인내 기술을 지금 당장 감은 눈 깊이 구전을 전승 시켜 놓기로 했다.



"꺄악!"



정권 지르기, 조이기, 긁어 내리기, 박치기.


점점 포악해지는 그녀의 특출난 표현 감각 덕에 묵언 수행을 이행 중이시던 젊은 수도승께서도 그만, "으아아악, 제발 좀 그만해!" 라며 열반 이르는 일을 끝끝내 포기하기로 하신다.



"어머."



양팔을 허수아비처럼 벌리고 서는 붕붕 각목 휘둘러 오기로 한 그녀의 위협이란, 고단수라 불리우는 높으신 상대로부터 그저 나는 연습을 준비 중이던 노란 털 오리의 상당했던 귀여움으로 그 반항들이 어여삐 여겨져 왔을 뿐이었지만 말이다.



"좋아하는 것은 이제 됐어! 그냥 싫어하는 일부터 찾기로 하자."


"왜, 한참은 더 남았는데..."


"칵! 안 돼, 널 쫓아가다가는 일주일 넘어도 그 답을 찾지 못할 것이야. 그냥 내 말대로 해!"


"참나! 이것은 혹시 질투, 입니까? 예? 그런 거예요?"


"뭐야?"


"아얏!"



참다 못한 새끼 오리가 자기 주둥이를 사용하여 고운 아가씨 손을 잠시 깨물어 보기로 했다.



"알았어, 알았어! 이제 그만 한다니까?"


"으딀 뜨 그즛마르 하르그!"

(어딜 또 거짓말을 하려고!)


"진짜야, 진짜! 싫어하는 것, 싫어하는 것을 당장 떠올려 볼게! 음, 아하! 이건 어때? 그는 책장의 책 건드리는 일을 굉장히 싫어했어."


"음?"



"푸핫!" 하는 축포 열리는 소리와 동시에 포악했던 주둥이가 연한 손 마디로부터 픽 하고 본인 성질을 다시 바닥에 떨어트리기로 한다.



"싫어한다고? 그는, 엔토니 님은! 책이 어지럽혀 지는 것을 차마 참지 못하셨다는 소리?"


"그렇다니깐? 저번에 내 마음대로 위치를 한 번 바꿨다가 크게 다툰 적이 있어."


"다퉜다고? 그렇게 매사 침착하신 분께서 네게 정말 화를 내오셨어?"


"너도 믿기지가 않지? 나도 그땐 참 많이 당황스러웠다니까? 물론, 얼마 지나지 않아 정말 미안하다며 먼저 사과를 꺼내오긴 했지만 말이야."


"...그 일에 관해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려 주겠니, 친구야?"



이어진 그녀의 말이란 생각보다 훨씬 더 단순한 내용이라 할 수 있겠다. 말 그대로 친구 남편 엔토니는 자신의 뜻에 맞게 정돈된 책을 타인이 건드리는 것에 굉장히 신경질을 내게 되었고, 그의 아내 될 사람은 상상 이상으로 놀라게 되어 어울렸던 나이의 눈물을 자리에서 쏟아 내기로 한 것이다.


다만, 그의 소유에 있는 책장이란 집 내부에서도 상당히 구석 진 곳에 위치하여 은밀하다 까지 불려지던 것이 비단 사실이었기에. 누구 하나 들어서지 못한다 라는 처지에서 출입 허락까지 받아내 책을 만졌던 일 자체 만으로도, 엔토니에게 있어 그녀가 어떤 존재 였는지를 충분히 일러 주었던 사랑 증명식과 같다 정답을 이를 수 있겠다. 젊은 나이의 수학 선생 노트에는 이처럼 나름의 항변 적힌 방정식들이 짝 맞추어 아름다운 식을 줄지어 나타내기로 한다.


남편 역시 책의 순서를 건드려 놓기로 한 사람이 이전에는 전혀 없게 된 일이 가히 분명하다 할 수 있었고, 미숙한 감정으로부터 먼저 사과를 꺼내기로 한 일이 그리 대단한 사건은 아니었다 라며 가정 법원 중재자께선 애써 타이름을 그들에게 몇 주간의 시정 시간을 주어 여유를 가지도록 만들었다.



"책이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건의 핵이 책 이라는 오묘한 단어에서 펼쳐지기 시작했다 라는 사실은 이상 세계를 타이틀로 두고 써내려 가기 시작한 기자의 입장에선 상당히 흥미롭다, 구미 당겨지는 일이 매우 확실하였다.



"어떤 책들이 모여 있었는지, 그것을 내게 좀 들려주겠니 친구야?"



그녀에게 주어진 단 하나의 책무에 따라, 기자는 이번 사건을 끝까지 파고들기로 결심을 해낸다. 색다른 조명을 사회에 비추어 볼 것을 여자는 내일 신문 1면을 통해 자신의 특종을 대서특필 하기로 한다.




***




쾅!



뒤늦게 나마 푹 젖은 점심을 한 입 크게 담아 보려 했던 크로마의 굶주린 입, 거칠게 열려오는 나무 대문 소리에 턱 관절이 우뚝 멈춰 서기로 하여 겨우 손에 쥔 은수저 마저 침울히도 식탁 바닥에 의지를 내려놓기로 했다.



"찾았습니다, 대장님. 제가 찾았다구요!"



샛노랗게 반짝여 오는 대지의 눈동자. 그러면서도 화사하게 반사 되어 나타나는 그녀의 유려한 머리카락 후광.


어찌나 자신감이 넘치셨는지, 불끈 쥔 손에서부터 힘 있게 벌려 놓은 다리 하나까지 그 무엇도 자존을 피하지 않으셨던 역사상 인생 최고의 전성기를, 그녀 루밀은 파리한 사내 앞에서도 이토록 거룩하리 만큼 영광을 방불켜 오기로 하셨다.



"하아... 그래, 어디 한번 말이나 좀 해 보거라."



아쉬운 스프 그릇을 한쪽에 밀쳐두기로 한 크로마 밀리스톤 대장, 이내 힘 없는 손바닥을 볼 밑에 괴기로 한 그는 상체가 지닌 지친 체중을 삐걱 거리는 식탁에게 오롯이 무게 맡겨 보기로 한다.



"이상 세계 말입니다, 그의 이상 세계! 그가 바라는 것은 결국 여신께서 이야기 하신 세상과 그 방향성이 같았어요."


"여신, 님의?"


"네, 저희 여신 님의!"



성큼성큼.



차려진 식탁을 향해 역동적으로 발을 옮겨 나가시는 루밀 아리우드 신관. 곧, 상사의 옆자리에 보란 듯 의자를 끌고 앉아 펼쳐져 있던 소박한 식사 거리를 있는 힘껏 자기 입 속으로 마구 집어 넣기로 한다.



"왱 궁 생강우루 황쥐 몸 햄씀깡용?"

(왜 그 생각을 하지 못 했을까요?)



우걱우걱 씹어 대느라 말 한마디를 똑바로 잇지 못하게 된 후배의 귀염성을 바라다 보며, 심히 골치가 아파져 온 크로마의 지친 귀는 속 내용물도 다 씹어내지 못한 채로 새로운 부드러움을 스프 아래 촉촉히 구축하는 중이신 욕심 그득한 처자를 아비 대신 혼내켜 보고자, "제발 다 먹고 이야기해라, 어디가서 우리 얼굴이라 소개 좀 하지 말고." 라 한탄을 해 저 칠칠맞은 것의 어디가 다음 후계가 맞게 되었는지를 도통 이해할 수 없기로 한다.


밸리아 필스카이. 이 능력 좋은 여인은 대체 어디서 저런 것을 알아내 가지고 서는, 이토록 제자까지도 양성해 낼 생각을 상식선에 떠올리기로 하셨는지? 그 의중이 너무나도 궁금해졌던 크로마 밀리스톤의 오랜 의문이라 할 수 있겠다.



"푸학! 죄송합니다, 밥 먹는 것도 잊고 머리를 쓰느라 그만..."

(우걱우걱!)


"에휴, 다 필요 없고! 얻어 왔다는 것이나 빨리 이야기 해 봐라. 놈이, 어설픈 학자께서 바라는 것이 정녕 여신 님의 이야기와 같았다고?"


"네, 플라라 양으로부터 그의 소중한 책들에 관한 정보를 잠시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대부분 신전과 관련된 책이라 할 수 있었으며, 살짝 오래되었다는 것이 그만의 특징이라 하겠습니다."


"내용이 오래되었다는 것이냐, 아니면 책 자체가 오래되었다는 것이냐? 의미를 확실히 해 두거라."


"책을 직접 마주하지는 못하였으나 제목으로 보아선 둘 다 임이 매우 확실해 보입니다. 저자께서 무려 『알리사 테르노스』 가 아니시겠습니까?"


"알리사 테르노스? 젠장, 재수 옴팡지게 없는 것이 걸려버렸군 그래!"


"네? 이 무슨 듣기 거북한 말씀이십니까? 테르노스 분들께서 이루어 온 업적들이 얼마나 대단하셨는지, 정녕 모르고 하시는 소리입니까?"


"알지, 너무나 잘 알지! 그래서 네 녀석도 지금 이딴 소리나 감히 지껄여 내는 것이 아니겠느냐? 「숨을 머무르는 자들에겐 반드시 일구어 놓아야 할 마땅한 의무가 존재한다」 라니? 참으로 웃기지도 않아. 별 바보 같은 말이 다 있다니까?"


"아니, 예?"



신나게 음식을 주워 담던 손가락도 덜컥 멈추어 버리며, 끝끝내 경악을 금치 못하기로 하는 신전의 어린 새싹. 신성으로부터 자라난 그녀에게 있어서 알리사 님께서 남겨 주셨던 글이란 내려오신 여신의 뜻을 홀로 집대성 했다 할 수 있었던 찬란한 문헌의 최고 지도 격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이었다.


존재하게 된 수 많은 생각들로 하여금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 에 관한 문제에 대하여서, '가지게 된 능력을 갈고 닦아 만인을 위해 여신의 이름으로 일을 펼쳐라!' 라고 그 방향성을 뚜렷이 제시해준 그녀의 높으신 가르침을! 현세에 와서도 가장 굵직하게 표기되는 도덕 중심 중의 하나라, 신전 잎새들은 수천의 입을 모아 그녀 찬양할 것을 마지 않던 중이라 할 수 있었다.


크로마 밀리스톤, 오늘부로 그 한 명을 무리에서 제외 시킨다면 말이다.



"사람에게 주어진 능력은 누구나가 다 다르게 되겠고, 이를 수행으로 말미암아 자신만의 길을 더욱 푸르게 발전시켜 남을 돕자고 하였음이 도대체 어디가 잘못됐다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그로 인해 세상은 그녀의 의지에 따라, 더욱 풍족해져 감을 알아 가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아무렴 그러시겠지. 이가 부실한 늑대 또한 커다란 이빨에게서 먹이를 얻어 먹고는, 불러온 배만 더욱 커지면 되었던 일 아니었겠어? 그러다 보면 꼴에 새끼도 쳐 보시겠지. 그것이 곧 여신께서 말하시는 풍요가 되어 보이겠고! 어때, 내 말이 너무 틀리셨나?"


"......"



그녀가 내어 주신 하얀 옷을 입고도 어찌 저리 불경한 소리를 쉬쉬 입 밖에 낼 수가 있었는지? 하늘의 종자라 불렸던 땅의 아이는 자신의 상관께서 어떤 연유로 주변으로부터 세상의 이단아라 불리게 되었는지를 새삼 이유 깨달아 가기로 하신다.


나아가, "흥, 결국 너도 뻔하디 뻔한 족속 중 하나에 불과 했어. 이게 어딜 봐서 다음 세상의 길잡이가 된다 라는 것이지? 밸리아는 늘 이런식이야. 그럴듯함을 거짓으로 꾸며 내어 항상 진리를 속이려 들 뿐이었지." 라는 심히 섭섭한 중얼거림을, 루밀은 나름 친분 있다 여기던 사내에게서 얄궂은 상처들을 귓가에 긁혀내야만 했다.



"여기서 그분 이야기가 대체 왜 나오는 것입니까? 부족함은 그저 저를 탓하면 될 뿐이지 않았습니까!"



그녀 스스로는 얼마든지 욕을 먹어도 좋다 생각을 하였으나 존경스러운 스승님 석상 마저 깎여지는 것엔 철저히 대항하기로 마음 먹은 충의의 제자. 난생 처음으로 그의 상사에게 어린 치기를 대뜸 대들기로 하였다.



"어라? 누가 엄마 딸 사이 아니랄까봐, 이제는 위아래도 없이 막 들이박으려고 하네?"


"일찍 어머니를 여윈 저를 그분이 품어준 것이 뭐가 그리 대수랍니까! 왜, 저 같이 어린 녀석에게 뒷 자리를 내어준 것이 그리도 분하다 지금껏 한탄을 여기어 오셨습니까? 딱히 제가 아니었어도 그 자리에 당신 몫이란 따로 없지 않았습니까!"


"허허, 이제는 큰소리도 막 치기로 하네? 그리고, 자리에 대한 내 몫이라니? 애초에 난 그쪽에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었다고?"


"거짓말 하지 마세요! 그 이유가 아니라면 왜 제게 자꾸 후계니 다음이니 하는 탐탁치 못한 마음들만 계속해서 끄집어 내는 것 입니까? 그것이 다 욕심이나 그러신 것 아닙니까?"


"뭐어? 욕심? 푸하하!"



몇 년 만에 처음으로 진심 어린 화를 내본 것인지, 그조차 몰랐을 정도로 타인 미워하는 것에 심히 서툴러 있으셨던 밸리아의 사랑스러운 아기 새. 이를 목격하고 식탁 위에 끅끅 엎드려 웃기를 택한 못된 남자 하나 때문에 새는 끓어오르는 분노 대신 통통해진 부리 만을 질끈 깨물어내야 했다.


마음 같아선 내려 놓은 검집으로 놈의 뒤통수를 한대 후려치고 싶던 것이 소녀의 진심이 되었겠지만, 눈물까지 처마 끝자락에 걸쳐 가며 거짓 없이 활짝여 오는 상대의 미소를 바라 보곤 '아, 이 사람은 진심으로 자신을 질투하는 것이 아니었구나.' 라는 사실을 분명히 할 수가 있었기에.


본인을 향하여 대체 어떤 연유에서 자꾸만 퉁명스러움을 계속해 비추기로 하시는지, 그 사실에 대해 알기 전까지는 그의 곁에 남고 싶었다 하였던 것이 현재 새가 바라는 화의 변덕이라 할 수 있겠다.



─ 나 역시 그를 보고 많이 배운 단다, 아가. 그러니 너 또한 그를 보고 지혜를 닮아 나가거라.



정식으로 그의 밑에 들어가기 전 그날 밤, 어머니가 들려주신 이 한 가지 말을. 딸은 다시 한번 머리 속 지침을 새겨 앉은 의자 위 차분히 바른 자세를 잡아 마음을 고쳐 잡기로 했다. 아비가 들려준 무사의 평정심을, 검의 최정상에 오른 소녀는 또 한번 명경지수를 입에 외어 보기로 한다.



"아이고, 누가 그 아저씨 자식 아니랄까봐."



어린 감성을 그토록 흔들어 대기로 했던 못된 양아치 녀석, 이제는 차분히 내려 앉은 상대방 머리를 속도 없이 결 쓸어 내리기로 애정을 다짐 했다. 보여지는 반짝임에서 딱히 흑심이 생겼났던 것은 아니었으나, 무뚝뚝한 검에게서 같이 고생한 나날을 떠올려 보기로 한 크로마의 눈빛은 이 작은 것이 잘도 이리 커주었구나 하는 부모의 감정이 들기로 하여 한 생명의 성장을 이토록 칭찬해 주기로 마음을 바꿔 먹게 된 것이었다.



'그래, 제 입으로 다 살았다 떠드는 늙은이 조차 모를 것을 네가 어찌하여 이미 알겠느냐? 앞으로 배워나가면 그만 인 것을.'



"미안하다, 특별히 네가 미워서 한 소리는 아니었어. 단지 나는, 너희 생각과는 그 의견이 약간은 달라서 그래." 라 들려주는 상대방의 진심 어린 사과를, 아직 깊은 심상에 들기로 한 참이었던 감긴 눈은 피 하고 입만 삐죽 내밀어 퍽 마음에 들다 여기던 머릿 감촉과는 달리 뾰족 표출해 놓은 그녀의 불만 가득 씨를 아주 있는 힘껏 주둥이 바깥에 토하기로 했다.


그러면서도 다리 위에 올려 놓은 주먹 쥔 양손께서 평생의 짝이 아니라 하는 이성의 접근을 밀쳐 내는 작업에 구태여 동원 되지 않기로 하였음은...



"나 왔어, 오늘은 별 일 없이 마무리... 이 더러운 새끼가, 저리 안 꺼져!"


"크악!"



다가오는 익숙한 발자국 소리가 그녀 언니의 것임을 옆 사람 보다 먼저 동생은 알아챌 수가 있었기에, 오히려 계속해서 그를 곁에 붙들고자 하였음이 나쁜 자식으로부터 본보기 철퇴를 톡톡히 일러주고 싶었던 열 여섯 소녀가 계획해낸 작은 복수 극이라!


처녀를 지키신다는 먼 나라의 신께서 몸 약한 이들을 대신하여 그녀의 지혜를 짐승 뒹굴음 소리와 함께 흐뭇한 미소를 만 면에 띠우기로 하신다.




***




"그러니까 네 말은 지금 그 남자가, 그녀의 신랑께서 현재 상단 사람들을 너무나 존중하고 있었다는 뜻이야? 그래서 본인 결혼을 앞두고도 갈팡질팡 일을 미루기로 한 것이었고?"


"정확히는 제 믿음 존중하여 그들을 차마 내칠 수는 없었다 라는 것이겠지. 놈에게 있어서 대상단이란 글자가 주는 의미는 능력 그 자체를 의미하는 바가 되겠으니까 말이야."


"즉, 이런 이야기란 말씀이십니까 크로마 대장님? 엔토니 님이, 그녀의 남편 될 사람이 생각하기에 그들 타르티오는, 테르노스의 뜻에 맞게 발전 된 정함에 가장 가깝게 된 인물들로써 설령 주어진 자연스러움을 거슬렀다 했을지언정 충분히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기에 그리 행동을 하게 된 것이었다. 그 고결한 뜻에 대해 속 깊은 이해를 하기 전까지는 본인 행복과 관련된 일이라 할지라도 사사로움을 뒤로 미루어 보는 편이 되려 그녀의 가르침에는 옳게 된 일이었다. 이것이 맞습니까?"


"뭐, 그렇게 되겠지."


"야잇! 이게 대체 뭔 일 이래? 정말로 놈들보다 먼저 남편 신념이랑 맞서 싸웠어야 했다고? 그것도, 세상을 위해 평생 봉사하셨다는 거룩한 테르노스의 뜻이랑?"


"아, 그렇다니까 글쎄? 처음부터 말했잖아, 그 자식 영 수상해 보였다고! 세상에 지 결혼식 뜯어 말린 사람들 말을 들어보자는 고추 놈이 대체 몇 이나 있었겠냐고? 생각 머리는 사는 내내 있었다고들 하니까, 어디서 쓸데 없는 글이나 주워와서 머리 속에 품고 사는 반푼이 일 것이라 나는 확신을 하기로 했지."


"그랬었군요. 과연, 남편 분께서 방향을 정하지 않는 지금에서야 저희가 앞장 서서 상단을 압박할 수는 없는 일이 되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너무나 이상합니다! 그들이 정녕 엔토니 님의 말처럼 그 뜻이 알리사 님을 닮아 있기로 했다면, 왜 이토록 다른 이의 짝을 탐내기로 마음을 작정 한 것이었을까요? 그것은 뻗어 나가던 빛줄기와는 한참은 어긋나 있다 라, 새삼 그릇됨을 깨닫게 되었어도 엔토니 님께선 여전히 그들 타르티오를 테르노스로 인정하기로 하신 것이었을까요?"


"넌 첫날을 제외하곤 놈들이랑 말을 섞어 보질 못하였으니 아마 이 이상함에 대해 따로 눈치채진 못하였을 것이다. 그 장손이라 하는 작자, 지가 원한다는 신부 이름 조차 정확히 기억 해내질 못해 말을 더듬게 되더라고. 이게 정말 아리따운 신부를 얻고자 하는 새 신랑의 관심이 맞나? 그녀가 어떻게 생겼는지 조차 그는 제대로 기억이나 했을까?"


"이건 또 무슨 이야기 랍니까? 라미유 님, 정녕 그가 플라라를 알지 못하더라 말을 전하던가요? 그러면서도 계속 그녀를 원한다 중재 요청을 해 왔구요?"


"음, 나도 정확히는 이해 못하겠지만 우리 대장님 말씀이 제법 틀린 이야기는 아니야. 그 자식, 매번 만날 때마다 지껄이는 소리가 '자기 언제 결혼 시켜 줄거냐?' 가 아닌 '언제 그를 쫓아내 줄 것이냐?' 에 더 혈안이 되어 있었으니까. 플라라 양의 이름이 입에 오른 적은 단 한번도 없더라지, 아마?"


"끄응..."



순간 지끈거려 오는 골치를 막내는 어린 머리에 손을 감싸 쥐기로 한다. 당최 무슨 상황인지 파악 하지를 못하였던 그녀의 상식은 '단순히 그냥 괴롭혀 왔다는 거야? 그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라는 결론을 혼자 어설피 내리기로 했다.


그 모습을 유심히 옆에서 지켜보던 그녀 담당관께서는 "특별히 그 자식이 미운 것 같지도 않아. 하기야, 저희들 좋다고 떠드는 젊고 똑똑한 선생님을 싫어할 이유가 딱히 있기야 하겠어?" 라고 말을 전해주어 그녀의 엇나간 부분 또한 재차 지적을 해주기로 한다.



"그렇다면 도대체가 그의 결혼을 방해할 이유가 뭐야! 어? 이렇다 할 명분이 없잖아, 명분이! 여자도 아니야, 명예도 아니야. 뭘 원한다는 거야, 대체!"



쾅 하고 탁자를 내려쳐 보는 재빠른 발의 부관. 허나, 그녀 호승심에 반응 하여줄 뜨거운 형제가 일주일 정도 지내게 된 익숙한 식탁 주변에는 의협심 넘치는 모습을 따로 비추지 않는 듯 보여졌다. 비단, 부관을 너무나 좋아하고 잘 따르던 참한 막둥이 동생께서 바로 옆 의자에 앉아 다소곳 한 다리를 새색시처럼 정리해 두고 있었을지라도 말이다.


그만큼 이번 사항이란 매우 어렵고 또 신중히 접근해야 할 까다로움의 집합체로, 잘못했다가는 그들 투쟁의 대상이 대상단의 장손에게서 높이 올라서 계셨다는 테르노스의 위인에게 옮겨 갈 수도 있다 하는 아슬아슬함 속 얼음 징검다리라!


그 정처 없는 한가운데를, 모임은 덜 자란 철부지 마냥 호수 중앙 위 아주 미련하게도 급류 앞에 운명을 맞서기로 한다. 찾아 든 위기가 앉은 셋의 조용한 침묵으로 내뱉어져 가는 것으로, 뿜어져 나오는 연기만큼 이나 그 크기를 열심히 부피 설명하기로 했다.



"너무 성급한 결과를 내릴 수야 없겠지. 우리 신참께서 알아오셨다는 내용이 정녕 사실로 받아 들여지기 전까지는 말이야."



정해진 규칙에 따라 먼저 자리를 일어서기로 하는 집단의 지도자. 이번 문제의 퍼즐 조각이 제법 본인 세력 아래로 모여 들기 시작했다 생각을 하자, 영웅은 마침내 확고히 정한 뜻 하나를 날카롭게 벼려 내어 의지라는 화선지 위 한 점의 굵은 정책을 명료히 내세워 보기로 했다.


"어디로 가십니까?" 라고 붙잡아오는 칠삭둥이 딸의 가녀린 손도 뿌리친 채, 사내는 "나는 내 할일 하러 간다. 니들은 니들 할일 알아서 해라." 라 애석한 말만 전해 놓기로 하여, 평정 나서신 아비의 무거운 등을 집에 남겨진 아이들로 하여금 냉정함 속에 겨울 추억 남겨 두게 만드셨다.


이것을 보고 누군가는 매정하다라 가벼운 이야기를 풀기도 하겠으며, 반대로 짊어져야만 하는 삶의 무게였다 라 무거운 공감을 해주었던 것이 오늘날 굳어진 관습처럼 너울의 들납 순서에 맞춰 차례대로 소금 눈물을 옷깃 사이에 젖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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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의 심부름(두 아이의 이소)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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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검의 회고록 6 24.09.14 3 0 26쪽
22 검의 회고록 5 24.09.07 4 0 29쪽
21 검의 회고록 4 24.08.31 7 0 26쪽
» 검의 회고록 3 24.08.24 9 0 25쪽
19 검의 회고록 2 24.08.17 9 0 24쪽
18 검의 회고록 1 24.08.10 11 0 24쪽
17 시작된 심판 24.08.03 10 0 25쪽
16 묘한 제안 24.07.27 9 0 34쪽
15 흔들리는 저울 24.07.20 7 0 24쪽
14 얼굴에서 드러나는 진실 24.07.13 7 0 22쪽
13 자매를 찾은 두 번의 패배 24.07.06 6 0 26쪽
12 완벽함의 투우사 24.06.29 9 0 25쪽
11 똑 같은 후회, 색 다른 결과 24.06.22 8 0 24쪽
10 닮아 있는 앙숙 24.06.15 10 0 27쪽
9 산군의 약속 24.06.08 9 0 26쪽
8 어린 신부와 어설픈 신관 24.06.01 9 0 26쪽
7 가짜 부부 24.05.25 9 0 26쪽
6 붉은 갈기 24.05.18 10 0 25쪽
5 산뜻한 시작 24.05.11 12 0 22쪽
4 계약은 천천히 24.05.04 11 0 23쪽
3 편지의 뿌리를 찾아서 24.04.27 9 0 28쪽
2 찾아온 손님 24.04.20 10 0 22쪽
1 남아서 집을 지키는 것 24.04.15 21 0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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