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의 심부름(두 아이의 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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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rdfloorman
그림/삽화
3F
작품등록일 :
2024.04.15 12:46
최근연재일 :
2024.09.14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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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5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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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7쪽

닮아 있는 앙숙

DUMMY

"이제 좀 그를 내려 놓으시지? 우리 아우 님을 하늘 나라로 모셔갈 예정이 아니라 하신다면 말이야."


"아니요, 그럴 순 없습니다! 당신이라는 뱀이 옆에서 숨 쉬고 있는 한은 말입니다. 이치를 깨닫는 봉황도 알 속에 있을 때는 반드시 누군가 곁을 지켜줘야 하는 법이니까요."


"허, 아무렴 내가 그를 다치게라도 할까? 그거 과보호야, 과보호. 아이 망치는 지름길이라고!"


"이미 당신이라는 지름길을 호기심 많은 아기 새는 마주해버렸습니다. 너무나 애석하게도 말입니다. 공평하게 주어지는 단 하나의 삶이란 얼레 말듯 돌이킬 수 없다 라는 것이 모든 이들에게 주어진 제약의 숙명과도 같다, 그대들은 흔히 술잔들을 나누시지요. 허나, 할 수 없었음을 이미 알음에도 세상을 바로 잡는 키에 손을 올려 두는 선장의 용기가 바로 나, 수행자가 보여야 할 인도자의 도리 라는 것입니다. 눈을 감은 자여, 이제는 그만 그 좁쌀 만한 틈을 벌려서라도 쏟아지는 빛을 가슴에 품어보심이 나이에 퍽 어울리지 않았겠습니까?"


"개소리!"


"개소리? 왈왈! 이게 당신 수준인가요? 얼마든지 맞춰 드리지요, 왈왈왈!"



크르르릉!



주인의 마당 나무 위에 놓여진 까치 둥지까지 지켜보겠다며 목청 높여 수호를 자청 해오는 이른바 신전이 길러낸 충성스러운 집 지킴이. 모성애가 흘러 넘치다 못해 폭발 직전까지 오게 된 예민한 아이 어머니께서는 한 번도 불러온 적 없는 그녀의 마른 배를 추억해 침입자를 내쫓기 위한 온갖 애를 경고에 쓰이기로 한다.


목소리를 듣자하니 어미는 분명 개가 맞으오, 이토록 그녀를 분노케 하는 존재는 과연 털 수북한 빨간 원숭이 밖에는 세상에 남아 있질 않게 되었으니... 널리 퍼진 동화를 근거 삼아서 놈의 재주 많은 정체를 잠시 모두에게 이르는 바가 되겠다.



"워워! 일단 진정하라고, 진정. 아무래도 내가 말 실수를 한 모양이야. 딱히 당신을 건드릴 생각은 아니었다고. 단지, 그렇게 계속 앞으로만 안고 있으면 우리 애가 많이 불편해 하지 않을까 싶어서 그래. 내 아우 님께선 나이와는 달리 상당히 조숙한 편에 속하시니까 말이야. 성숙한 여인의 품이 그리 편치 만은 않을 테지."


"엇! 정녕 그러셨습니까? 하긴, 이토록 배움이 빠르신 분이시니 저이의 말이 꼭 틀리지 만은 않았겠군요. 깨달은 남녀는 자리를 같이 하지 않는다는 옛말도 있고 하니 경솔히 부끄러움을 전해 드리게 된 점 정말 죄송하다 생각합니다. 자, 여기 안전한 바닥 위에 다시 내려 드리겠사오니 이제는 부디 제 등 뒤로 편히 오르시어 남은 길을 쭉... 으아악!"



어린 상대방이 편히 몸을 오를 수 있도록 무릎을 쪼그려 앉았던 것이 친절한 여인의 패인이었을까? 훤한 얼굴을 방어해볼 겨를도 없이 푸른 여인의 뺨은 이제 질퍽한 진흙 사이로 고운 분칠을 해야만 했다. 새빨간 원숭이의 달콤한 꾀에 넘어가기로 한 봉황 어머니께서는 너무나 손 쉬운 방법으로써 그녀의 작은 급소를 둥지 밖에 노출 시키기로 하였고, 이들 천적이 탐욕스러운 발을 아주 편히 내 뻗는 일로 지킴이가 지켜온 천년 성문은 드디어 재주 많은 나무꾼에 의해 우르르 무너짐을 알아 나가기로 했다.



"크하하하!"



코를 크게 웃어 젖히는 붉은 짐승의 영웅적 면모가 이어지고...


바닥에 엎드린 채로 푸르르 몸을 떨던 양 손바닥의 분노가 튀어나온 사내 목젖을 향하게 만드는 가장 큰 동력원으로 변하여서, 심장 깊은 곳에서부터 만들어진 성급함들을 선뜻 튀어 나갈 결심을 하게 되니 비극의 도화선은 이처럼 삽시간에 웅대한 발화를 이뤄 놓기로 했다.



"커헉!"


"죽어, 죽어!"



역사적으로 두 손 원숭이에게 존재하는 적이란 비단 '개' 뿐 만은 아니게 되었고, 이제는 '게' 가 되어 보기로 작정한 여자의 맹랑한 집게는 놈의 목을 찢어발기기 위한 회심의 기합과 동시에 쭉 뻗은 달팽이 눈을 하늘 높이 치켜 세우기로 했다. 뺨에 달라 붙은 진노의 흙이 굳어 바스라져 바닷물 위로 뼛가루 대신 흩날려 놓기 전 까지는, 어미를 위한 복수의 조름을 작은 게는 절대로 멈춰오지 않을 예정이었다.



"유리..."


"헉!"



그러나 한 존재감의 다가옴이 뻘 위를 진동하면서, 서둘러 게 눈들이 하나 둘씩 껍질 속에 죄 지은 모습들을 감추기로 하였으니. 내리쬐는 바다의 영롱한 에메랄드 광선은 뒤섞인 자의 혼란스러운 정체를 이토록 차가운 이성과 함께 깨끗한 수면 위로 허물을 씻어내기로 하였다.


벌어진 최악의 죄악으로부터 서둘러 손을 내빼 보려는 독신자의 안타까운 발악 순간들이 잠시 이어졌으나 그녀의 어린 가르침은 더이상 울타리 속 제자를 말뚝에 묶어 놓는다 라는 보존 행위를 더는 잇지 않기로 마음 정한 후가 되겠다.


너무나도 인간적 성향을 띄기로 한 당돌한 아이에게서 자신과 같은 청렴한 삶을 누리라 시시한 산수를 계속해 강요하기 보다는 이처럼 맹렬한 감정들 틈 사이에서 타오르는 생활을 저들과 같이 즐기는 쪽이 훨씬 더 행복하겠다 여긴 속 깊은 양치기의 진심 어린 앞가림이었다.



"아하하하!"



멋쩍은 웃음 뒤로 뒤통수를 연신 긁어 보이는 여인의 흙 밭 미소에선 진리를 찾아 세상을 떠돈다는 방랑자의 어른스러운 면모가 이토록 훌륭하리 만큼 신전의 진중함에 대해 일러온 적이 없다. 최후 판결을 위한 마지막 변론을 원고에게 요청하여 보는 것으로, 낮은 키를 가진 판사는 슬슬 신전 여인의 인간성에 대해 세 번 망치질을 내려치기로 한다.



"흠, 두 분께선 왜 이다지도 서로를 잡아 먹지 못해 안달 들이 나시게 된 것이었을까요? 딱히 알고 지내던 사이도 아니었는데 말이지요. 혹, 이 짧은 만남 속에서도 서로를 연모 하기로 하셨던 것이었습니까?"


"예? 아닙니다, 절대로 아닙니다!"


"켁켁! 아이고, 동생아. 두 번 날 좋아했다가는 이 형님께서 곧 상을 치르시겠다. 어디 사모할 사람이 없어 독버섯과 함께 단 잠을 청해보겠느냐."


"오, 그래요? 저로서는 모두가 진실을 외는 입 같으니 더더욱 이해가 서질 않네요. 저 훌륭한 감정이 원인이 아니라고 한다면 무엇이 그토록 여러분들을 열성으로 이끌었을까요?"


"그, 그건..."



알고 있는 하나의 답. 그것에 관하여서 젊은 수행 신관의 입은 차마 혀를 내두르지는 못하게 됐다. 이는 끊어내지 못한 미움의 연속이자 대대손손 이어져 내려온다 라는 태양과 바다의 어두운 쇠 사슬이었다.


지저분한 현실의 속박에 대해서 거룩한 귀 아래 당신의 부끄러움을 낱낱이 고하게 되느니 차라리 쥐구멍을 대신해 입을 벌린 후, 돌아온 집 주인으로부터 목이 콱 막혀 죽어버리는 편이 더 낫겠다고 여긴 유리 신관의 낯 뜨거운 마음이다.



"아아, 이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아우야. 소가 풀을 뜯고 늑대가 양을 씹어 대는 일처럼 지루하리 만큼 당연한 이야기에 불과 했지. 나의 가족들이 바다를 물리쳐온 역사의 깊이란 신전을 지탱하는 단단한 돌 기둥들이 보아온 오랜 세월과도 같단다. 조상 님께서 뼈 틈 사이에 꼬박꼬박 숨겨 오셨던 세밀한 크기의 골자들을, 제 아무리 뛰어난 의술쟁이가 시대에 살았다 한들 어찌 고쳐 놓을 수가 있었겠느냐?"


"조상님, 이요? 늑대가 양을 먹는 것처럼 당연해? 그러니까 두 분 싸움은 지금 선대부터 내려 오게 된 본능과도 같다, 이리 말씀 하시는 건가요?"


"그렇지, 그렇지! 아무렴 독수리에게 무를 찔러 먹으라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느냐? 다툼을 미워하는 너의 곧은 심정은 십분 이해하겠으나 모닥불이 주전자 물을 날리고 양동이 물이 그 불을 꺼버리는 일처럼 저 여자와 나 사이에서 연속적인 투쟁이 발생 되는 것은 서로에게 주어진 당연한 의무이자 그분께서 계획하셨다 하는 주요한 삶의 모습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단다. 참고로 나의 여신께서는 저 소심한 양동이 물의 주인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으셨다 하지. 「되도록 멀리하라.」 라고 신전 높다란 곳에 친히 글까지 펴시기로 하셨으니까 말이다. 이는 강물과의 사투가 절대로 죄가 아니오, 오히려 신실하다 여길 수 있는 좋은 근거가 되어 오늘날에도 타오르는 불씨들에게 커다란 믿음이 되어 주고 있단다."


"여신께서, 싸움을 계속하라 라며 친히 글까지 하사 하셔요? 그분들은 인간을 위해 계셨다고, 저는 그리 알고 있었는데요?"


"하하, 이것이야 말로 불의 영원한 고독이자 우리의 유일무이 한 고결함이로다! 부싯돌은 결국 부딪혀야만 꽃을 튀어 내는 법. 우리라는 존재가 태생적으로 갈등의 골에서만 피어나 세상 밖으로 지펴지는 것이다. 빛을 내기 위해사라면 무엇 하나 태워낼 수 밖에 없었던 것이 바로 불의 숙명이었지. 그 상대가 아주 손 쉬운 죽은 나무가 아닌 주인의 영원한 숙적이자 가장 위협적인 바닷물로 택하였던 것은 뜨거웠던 존엄들께서의 위대하신 자존심이라. 내 붉은 눈은 오늘도 영광을 외치고 있다."


"그런 말을 들려준다고 해서 제가 「와, 정말 멋있어요. 저도 불이 되고 싶었어요.」 라고 할 줄 아셨나요? 이 문제아들! 대체 얼마나 엄마 속을 썩여야 철이 드실 예정이신가요?"


"그런 예정은 없다, 아가. 우리는 영원히 싸운다. 설령 상대가 신의 계시를 손에 쥔 태초의 종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으하하하!"


"옳소, 옳소! 우하하하!"



먼저 타오른 불씨가 옆 친구들을 하나 둘 일 깨우는 일처럼, 하하-모니를 이루어 본 불 하린과 꽃 조일의 친근한 조화는 오늘도 둘 사이에 커다란 어깨동무를 자랑처럼 피워내기로 했다.


이런 식의 대화 흐름들은 항상 나머지 주변인의 미뢰들을 향하여서 오묘한 맛이 특징적인 다양한 침묵들을 와인과 같은 느낌으로 목구멍에 선사하게 되었고, 손님의 입을 꾹 다물게 만드는 솜씨 좋은 웨이터를 만난 탓에 아직 그 어떤 주인도 모시지 않았다 라던 중립 국가의 흰 머리 사장님께서는 신들의 회의에서 발언권을 갖게 된다는 아주 멋진 기회를 잠시 나마 얻어 가기로 한다.



"치고 박고, 아주 보기들 좋으신데 말이야. 저기 누구네들이 막 달려오는데도 왜 아무도 신경이란 놈을 쓰지 않지? 뭐, 말 대가리에 치여 죽는 꿈을 지금껏 꿔오기라도 했어?"


"엉?"



─ 이럇!


─ 하!



지적인 눈을 찌푸리는 최연소 사장님의 하얀 눈썹이 꿈틀대기가 무섭게 꽤나 가까운 곳에서부터 말굽 진동의 기운들이 기수의 기합 소리와 함께 힘을 터트려 오기 시작했다. 무리에서 가장 어렸다는 사내가 그 수를 손가락으로 세려 들었을 때 네 발 달린 긴 머리의 개수는 대략 이십에서 삼십 여 구 정도. 굉장히 위협적인 이들 전투 기동에서 신경질 적인 코와 일행의 몸이 맞닥뜨릴 때 까지의 접점 시간이란 대략 2분 남짓 한 일로 상당히 짧은 거리처럼 느껴져와 그들로부터 서로에게 다급함을 외우게 했다.



"내려가, 어서 길에서 비켜!"



마을 높이 세워진 경종을 성급히 울려 대며 어린 남동생을 왼쪽 품에 껴안아 보이신 집안의 나이 지긋한 형님. 길 옆에 나있는 얕은 턱까지 그는 서둘러 육중한 몸을 던져 보이기로 했다. 동시에 붉은 색과 하얀 색 장발 또한 유성과 같은 현상으로 가장의 곁에 스스로를 낙하해 왔다.



"저 여자는 저기서 뭐하고 서 있는 거야. 야, 빨리 안 내려와?"



아무리 내놓은 자식이라 한들 한 핏줄은 한 핏줄. 같은 솥 밥을 떠 먹기로 작정한 이상 좋든 싫든 여자의 숨을 보존해야만 했던 것이 가장에게 주어지는 단 하나의 막중함이라 할 수 있었다. 때문에 닥쳐온 위협까지도 무릅써가며 수염을 가득 머금어본 남자의 단단한 어금니는 내려온 죽음의 문 턱을 또다시 올라가기로 굳은 결심을 먹게 된다.



"여기요, 여기!"



지옥 무리가 이끄는 사신의 검은 망토를 눈에 마주 하고도 피하기는 커녕 한쪽 팔까지 쭉 뻗어 환영 인사를 마쳐 보이는 철딱서니 없는 아낙네. 칙칙한 가장 따위에게 내줄 관심이 그녀에겐 더는 남아 있지 않는 듯 보여왔다. 그렇기에 그토록 지겹게 내려온다 하는 아버지와 딸 간의 피할 수 없는 투닥거림이 오늘도 그 시시한 명목을 법처럼 이어나가기로 한다.



"이 멍청한 여자가, 빨리 이리로 오지 못해!"


"뭐라고? 내가 왜?"


"진짜 죽고 싶어서 그래? 저 밑으로 끼어 들어갔다가는 환자 신세로 멈추지 않는다고! 내일 관에 박혀야만 정신을 차리겠어?"


"히히! 보라지, 요 겁쟁이 녀석. 언제는 죽기 직전 까지 싸운다 어쩐다 떠들어 대던 놈이 이토록 작은 위협 하나에도 엉덩이 내빼기 바쁘기는? 이 진실 어린 용기와 지혜를 태양보다 높이 우러러 보도록 하여라 부족한 자야. 몰아치는 폭풍우를 가라 앉히는 것은 커다란 성벽도 단단한 바위도 아니요, 이처럼 나아오는 자의 한결 같은 믿음이 될지어니."



총 총 총.



반갑게 손 인사 하다 못해 이제는 통통 뛰어오르기까지 하는 작은 돛단배. 녀석의 등골 서늘한 모험 덕에 가장의 목 구멍에 안착 된 오랜 고혈 주머니는 들끓는 것에 가히 충분해질 만큼의 열을 이마로부터 무성히 내려 받기로 한다.



"이놈, 당장 이리로 오지 못해!"


"아야, 아프잖아! 빨리 이거 안 놔?"


"시끄러워! 다음에는 머리통을 물어 뜯어 주겠다."


"뭐야? 아! 아프다니까, 글쎄? 근데 이 개자식이 아까부터 계속 열 받게 만드네? 어디 대가리 맛 좀 봐라 이 자식아!"



빡!



섬세한 표현과 너무나 어울리게, 남자의 멱을 확 끄집어 내는 파란 말괄량이 아가씨. 그녀 이마 단단함을 아비의 것과 견주어 보는 것으로 아주 기본적인 실험 하나를 아가씨는 벼락처럼 경도 크기를 진행하기로 하였다. 피실험인의 "억!" 지르는 소리와 함께 찬란했던 사내의 광석 조각이 바닥 부스러기로 힘없이 주저 앉게 되면서, 과학자의 섬세한 눈에 적혀지는 표의 결과 값에는 '승리' 라는 멋스러운 표현 보다는 '보다 강함' 이라는 무미건조한 글자만이 후대를 위한 공정함으로써 기록에 거두어지기로 한다.



"워워, 이게 다 무슨 일이야?"



어느 집 가장의 눈물 겨운 사투와는 별개로 죽음을 몰고 다녔다는 통곡의 무리들은 서서히 말굽을 멈춰 세워와 유일하게 살아남은 여자의 발 밑을 향해 그들의 거친 발을 사뿐히 내려 놓았다.



"유리, 저자가 그대를 괴롭히는 것처럼 보였는데 이 역시 괜한 걱정일 뿐이었나?"


"다니안 선배님, 아무렴 제가 저런 놈팽이 따위에게 당하고야 있겠습니까? 이런 멍청한 사내 자식, 머리 한방이면 충분 합니다."


"오오, 그렇지! 그렇고 말고. 으하하하!"



─ 우하하하!



무리의 수장 격으로 보이는 젊은 사나이가 여성 신관의 기상 넘치는 손가락 움직임에 따라 명쾌한 웃음보를 마음껏 터뜨리자 뒤에 서 있던 말들 또한 같은 내용의 울음 소리를 힘차게 띄워 놓기로 한다. 그녀가 꺼낸 선배라는 말에 담긴 의미처럼 그들 역시 세상의 방랑자. 즉, 지금은 알 수 없는 하나의 가르침을 찾아 신전 지붕을 잠시 떠나있기로 결정한 수행 신관들의 젊은 모임이라 할 수 있었다.


방랑자 무리의 등장은 곧 이들 편지 일행이 그들 정착지에 매우 가까워 졌다 라는 사실을 일깨우는 상당히 주요한 사건으로, 기절해 있는 아버지의 의지와는 상관 없이 성숙한 여인 둘, 그리고 한 쌍의 어린 부부를 뒤에 태우는 것으로 방랑자들은 힘찬 초대의 발길질을 짧은 구령 속에 말 고삐 힘을 주기로 했다.


루밀 아리우드 라는 거대한 별과의 만남이 엘프 이에티아 에게 더더욱 가까움을 가져다 오는 우주 이끌림력 현상의 순간이 되겠다며, 후대 천문학자들은 이날의 기록들을 아주 샅샅이 문서에 기록 하기로 하였다.




***




흥미로운 첫 탑승식을 기념하며 안장 위에서 밝은 웃음을 잃지 않았던 타지의 문명 아이는 코 속에 불어 닥친 바람 무리들의 감각을 잊지 못해 멈춰있는 땅 위에서도 여전히 그의 작은 심장을 뛰어 댔다.


이백, 혹은 삼백 마리의 말이 동시에 날뛰는 힘 역시 고향에서 수차례 경험을 겪어오며 이제는 시큰둥한 표정 만을 정해진 뒷좌석에서 초연히 지을 수 있게 된 아들 녀석의 가슴이었건만! 단 하나의 녀석에게서 이처럼 마음을 빼앗겨버린 모습을 아이 아버지가 슬픈 눈으로 확인 할 수만 있었다고 한다면, 본인의 커다란 하얀 애마 앞에서 남자는 굉장히 침울해 하였을 일일 지도 모른다.



"다행히 이곳이 마음에 드셨나 봅니다. 지금까지 여길 가꿔 온 것이 비단 헛된 일 만은 아니었어요. 아주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기름을 가득 먹고 산다는 철마의 마주가 새로이 아내를 들이기로 하였다는 공식적인 기록이 숱하게 퍼진 나라 기관 가운데서도 단 한 군데 적혀지질 못하는 실정이었지만, 젊고 뻔뻔한 그의 새 어머니께서는 여전히 검은 머리 남자 아이를 자신의 친 자식으로 삼겠다 오늘도 그녀의 애정을 당차게 마음 밭에 심기는 중에 있었다.



"꾸미지 않아도 멋진 곳이라는 것을 저는 알겠어요. 만나는 분 마다 큰 활기를 띠어 오시는 걸요? 여기까지 오시기에 그대와 많은 동료 분들께서 얼마나 깊은 애와 땀을 흘리셨을지 크게 상상이 갑니다.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우리 유리 신관님."


"수고라니요? 당연히 해야 할 일을 소관은 하였을 뿐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막지 못한 제 입가의 반달 모양 허물은 부디 덮어주시어요."


"이럴 때는 또 내숭을 꺼내시네요? 유리 신관 님께서는 잘한 일과 잘못한 일을 서로 바꿔 생각하시는 것이 아닌가 몰라요."


"오호홍! 농이 지나치 십니다, 도련님. 제가 언제 그랬다구요."



한 놈은 이불에서 기절, 한 년은 외로운 방에서 대기. 뽑아낸 잡초보다 더 쓸모 없다 여긴 불씨 녀석들이 순식간에 둘 씩이나 자취를 감추어 내자 유리의 몸 상태는 말 그대로 최고조에 이르기로 한다. 이 이상 여인의 심기를 건드릴 만한 일이 그 어떤 것도 주위에는 남지 않게 되었으며 오롯이, 그를 향한 마음 표출하는 길에만 모든 힘을 기울이면 됐던 기회 잡은 파란 눈은 가진 카드를 거리낌 없이 꺼내 대상의 거울 같은 눈동자 앞에 서둘러 그녀의 전부를 비쳐 보이기로 했다.



"앞으로는 어찌하실 예정이신가요? 따로 계획이 있으세요?"


"계획이요? 글쎄요, 일단은 우리 이에티아 양께서 루밀 신관께 폐를 끼치지 않는 다는 선에서 일을 마무리 해준다면 참 좋을 일일 텐데 말이지요. 그것이 생각보다 많이 염려스럽네요."


"아가씨 일 말씀이시지요? 날선 모습이 자주 목격 되시긴 하셨으나 크게 걱정될 부분은 아니었다 라고 소관 스스로는 그리 생각하고 있습니다. 대장 님께서는 단 한번도 화를 내신 적 없는 아주 온화한 분이시지요. 그분의 따뜻하고 충만한 지혜가 부족한 아가씨 마음 또한 충분히 덮어 주실 것이라 저는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보다는 보다 후일을 바라보심이 어떨까 라고 그대께 올려 보이는 제 작은 간청이 하나 있겠습니다."


"후일? 루밀 대장 님의 용무가 마쳐지는 그날을 의미하고 계신가요?"


"분명 그렇습니다."


"음, 그때가 언제 올지는 아무도 모를 일인데... 유리의 말은 마치 곧 있을 일에 대비하라는 것처럼 내용이 들떠 있는 것만 같아요. 어째서요? 어째서 지금 제게 이런 질문을 물어오시게 되었나요?"


"아, 이것은 소관의 경험에서 유추하여 나온 하나의 결과입니다. 오늘과 같은 이유에서의 방문이 전에도 여럿 만남을 이루었기 때문이지요. 애석하게도 루밀 대장 님께서는 그 어떤 만남에서도 특별한 답을 내놓지는 못하셨습니다. 그러나, 어찌 보면 그것은 매우 타당한 일이기도 하지요."


"답을 얻지 못하였음이 타당하였다라? 한 편으로 이번 만남이 실패로 끝났으면 좋겠다 라는 말처럼 들릴 수도 있겠어요. 이것은 꽤나 큰 실수가 아닐런지?"


"아하하... 마, 말을 좀 바꿨어야 했네요. 제 뜻은 그분께서 일을 이루지 못하셨으면 좋겠다 함이 절대로 아니었습니다. 다만, 그녀가 얼마나 많은 노력을 쌓아왔는지 소관은 충분히 알고 있고, 그 숱한 노력들을 담아낼 만한 자가 과연 아가씨의 그릇이 될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에서 이번 만남이 그리 특별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당돌한 예견을 하기로 하였던 것입니다. 그대가 곁에 계셔 준 일만 해도 아가씨께선 분명 훌륭한 분이 맞으실 겁니다. 허나, 그것 만으로는 대장 님의 마음을 채울 수 없다 라는 것이 제가 내린 작은 결론이 되겠습니다."


"이번에는 계시가 함께 해주었는데도 말입니까? 그럼에도 유리는 그녀가 해내지 못할 것이라 여기세요?"


"......"



수행 신관 유리 나일리아는 '아니' 라는 대답 대신 보기 드문 씁쓸한 미소로 고개를 좌우 젓기로 했다. 안타까움, 알 수 없는 이유의 슬픔이 걸린 그녀의 아련한 표정에게서 저도 모르게 호기심이 이끌렸다는 사실을 작은 발바닥께서는 당장에 눈치채지는 못하였다.



"알겠습니다. 유리의 말대로 뒷일을 한 번 생각해 보기로 하지요. 특별히 제게 내어줄 좋은 제안이, 신관 님께선 따로 있으십니까?"


"있습니다, 있어요!"


"아이쿠야, 그렇다면 제발 좀 들려주시겠습니까? 저의 멋진 신관 님아?"



그의 물음에 언제 그랬냐는 듯 달덩이처럼 환해져 손을 흔들기로 한 해맑은 이의 방긋한 뺨은 그녀가 밀물 썰물이 확실하였다던 바다의 딸이 아주 맞았음을, 세상 그 어떤 어미에게서도 부정 못하게 만들어 버렸다. 덕분에 기가 막힌 여인의 참된 지혜는 스쳐가는 많은 집착들 대부분을 수중에 내려 놓기로 하였으며 그 빈 자리에는 '유리' 라는 이름이 적힌 말괄량이들의 입간판 만을 그의 강연장 한 구석에 당차게 입석 시키기로 정하였다.



"두 도련님 아가씨를, 멍청한 여자와 입만 산 남자가 아닌 저 유리 나일리아가 직접 모시는 일은 어떠신지요? 여러분들의 수호를 앞으로 저희 수행자들이 이어 받게 되는 것입니다."


"신관 분들이 저희를 위해서요? 흠, 이를 어쩌지요? 비슷한 제안을 저는 이미 받았던 적이 있어서 말이예요. 이럴 경우엔 선약을 먼저 지키는 것이 도리에는 맞게 되겠는데요?"


"예? 비슷한 제안 말입니까? 대체 어느 분께서 저와 같은 슬기를 내기로 하셨는지요?"


"신관께서 말씀하시는 입만 산 남자 분께서 며칠 전 해오셨지요?"


"힉! 어째서 놈이?"


"어째서라, 「존경 받는 루밀 신관의 일을 돕는 경우가 되었으니 이를 계기로 친분을 이용하여 보자, 그들은 신의를 중시하는 분들이시니 받은 것들을 결코 쉬이 넘기지는 않을 것이다.」 하였던 것이 그가 남긴 마지막 전언이었다지요, 아마?"


"그렇습니까? 정말 알 수 없는 놈 입니다. 해를 추앙 하는 인간 답지 않게 교묘한 수를 자꾸만 써오기로 하네요. 녀석들은 대게 들이박기에만 급급 하였는데 말 입니다, 그 얼간이 여자처럼 말이지요. 좌우지간, 교활한 여우 녀석을 주시해야 하는 것 만큼은 보다 확실해 진 것 같습니다."


"유리, 그대가 교활함이라 칭하시는 분은 말이지요? 심성 하나 만큼은 정말로 올곧은 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조모의 유지를 잇기 위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무려 10년 가까이 글 공부를 몰두 하신 분이시니까요. 잊혀진 글자를 알아내기 위하여 지식의 대신전 앞을 제 집처럼 드나드셨다고 해요."


"잊혀진 글자? 지식의 대신전? 하, 이제야 알겠군! 어쩐지 주제에 너무 떠든다 싶더니만 결국 놈은 우리에게서 베껴내었을 뿐이었잖아? 잘 들으세요, 도련님. 그가 찾아간 곳은 제가 몸 담고 있는 곳이자 강과 바다의 사원이랍니다. 세상의 모든 지혜가 담겨져 있는 곳이기도 하지요. 그 불경한 놈이 감히 주인의 영토에 발을 들이게 된 계기를 소관이 현재에는 알 수 없겠으나, 놈의 지혜가 여우 머리로부터 나온 것은 아니었음을 부디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저희의 샘은 들이켜 보는 일 만으로도 짐승들이 진리를 떠들 수가 있었기에, 그가 내뱉는 말에 혹하시면 절대로 아니 되십니다."


"뭘 그렇게 까지야. 설령 유리의 말이 모두가 사실일지라도 참된 지혜가 그리 쉬운 방법으로 인간에게 받아 들여 질리는 없지 않겠어요? 조일이란 사람의 부단한 노력이 여러분의 맑은 종으로부터 드디어 울림을 나타내기로 하였던 것이지요."


"하아, 나의 주인이시여. 당신의 자비로운 맑은 가르침이 그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소서. 그가 눈을 빛내오는 친애의 지혜가 바닥을 기는 뱀으로부터가 아닌 당신의 것임을 미리 알리옵시고 단아하고 맑은 순수한 자태가 둔탁한 어리석음을 친구 삼게 하지 마옵소서. 이번 일은 그대께서 제게 보내시는 하나의 천명으로도 여기겠사오니, 저 유리 나일리아라는 작은 물방울이 그를 올바름에 정화할 수 있게 이 땅에 감히 사명을 세우소서."



한숨 기도를 마쳐 보인 여인의 깨끗한 사명, 여느 때처럼 여자는 눈 앞의 작은 아이를 가슴 품 속에 꼭 껴안기를 결심했다. 그리고는 자신이 얼마나 그를 사랑스럽게 여기는 지를 그토록 증오하는 해에게서 증명이라도 하겠다는 양 아이의 볼과 이마를 향해 중얼대는 입맞춤을 수차례 퍼붓기로 한다.



"그가 여우를 감싸 안음을 소녀는 질투하지 않겠습니다. 그 역시 훌륭한 인품이 나타내는 무수한 결과 중 하나 이겠지요. 그리고..."


"유리? 제 말 들리세요? 내 말 듣고 있어요?"


"그것이야 말로 이치에 맞는, 아니 이치에 옳다는 것을 소녀는 증명해 보이겠습니다. 아아, 그렇습니다! 바닥의 균열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는 어린 양을 늑대에게서 구해내는 것이 제게 주어지는 단 하나의 임무였습니다. 이토록 오랜 기간 수련에 몰두하게 하심은 과연 이때를 위해 저를 준비토록 하셨던 것입니까? 소녀, 이번에야 말로 그대의 찬란한 샘에 마주 앉아 당신의 고결함을 본 받으며 이 땅을 당신의 은혜로 가득 물들이길 바래 주어진 세상의 복을 만인들로부터..."


"...이런, 또 틀렸네!"



잔악한 범을 가르쳤다는 작은 선생님에게 있어서도 세상의 녹이 낀 야생마를 상대하는 것이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앞으로도 그녀의 자라나는 발굽 고집을 수십 수차례의 칼질을 통해 발에 치일 걱정까지 해가며 뼈를 잘라주어야만 했고, 다치지 않게 뛰는 법부터 시작하여 편히 쉬는 방법 까지도 스승은 그녀를 위해 천천히 생존 방법을 일러두어야 할 것이다.


새삼 자신을 키워낸 친 어머니와 생각을 길러준 저택 주인의 위대함에 고개 숙여 경의 표하며, 한 위인이 들려주었던 고단한 길에서의 행동 교칙을 스승은 잠시 동안 마음 깊이 외우기로 한다.


언젠가 너랑 똑 닮은 애 낳아서 한 번 고생해봐라!


말 안 듣는 고집쟁이에게 해줄 말은 이것 밖에 없었다며 마트 인형 코너 앞에서 울음을 멈추지 못하였던 그의 여동생 때문에 고집에 못 이긴 어미가 기어코 장난감을 카트에 담아냈던 일을, 참다 못한 외할머니께서 나아와 그녀 특제 양념이 담겨진 오랜 비법과 함께 고풍스러운 주문들을 동생에게 걸기로 했다.


이는 반드시 일을 이루고야 말았다는 아주 대단한 예언이라는 것을, 의젓한 손자께서는 그의 외할머니로부터 "네 엄마도 똑같이 그랬다!" 라고 명확한 미래를 전수 받은 바가 되겠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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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의 심부름(두 아이의 이소)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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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검의 회고록 6 24.09.14 3 0 26쪽
22 검의 회고록 5 24.09.07 4 0 29쪽
21 검의 회고록 4 24.08.31 7 0 26쪽
20 검의 회고록 3 24.08.24 8 0 25쪽
19 검의 회고록 2 24.08.17 8 0 24쪽
18 검의 회고록 1 24.08.10 10 0 24쪽
17 시작된 심판 24.08.03 9 0 25쪽
16 묘한 제안 24.07.27 8 0 34쪽
15 흔들리는 저울 24.07.20 6 0 24쪽
14 얼굴에서 드러나는 진실 24.07.13 7 0 22쪽
13 자매를 찾은 두 번의 패배 24.07.06 5 0 26쪽
12 완벽함의 투우사 24.06.29 8 0 25쪽
11 똑 같은 후회, 색 다른 결과 24.06.22 7 0 24쪽
» 닮아 있는 앙숙 24.06.15 10 0 27쪽
9 산군의 약속 24.06.08 9 0 26쪽
8 어린 신부와 어설픈 신관 24.06.01 9 0 26쪽
7 가짜 부부 24.05.25 8 0 26쪽
6 붉은 갈기 24.05.18 10 0 25쪽
5 산뜻한 시작 24.05.11 11 0 22쪽
4 계약은 천천히 24.05.04 10 0 23쪽
3 편지의 뿌리를 찾아서 24.04.27 8 0 28쪽
2 찾아온 손님 24.04.20 9 0 22쪽
1 남아서 집을 지키는 것 24.04.15 19 0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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