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의 심부름(두 아이의 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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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rdfloorman
그림/삽화
3F
작품등록일 :
2024.04.15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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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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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0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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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쪽

흔들리는 저울

DUMMY

화르륵 -


활활 타오르는 여신상 손 위의 불꽃이 잠시 열려진 입구를 통하여서, 밀려 드는 엉킨 머릿 바람들에 의해 세차게 발산 중이시던 몸을 순간 물처럼 일렁여 놓기 시작했다.



"......"



허나, 돌로 만들어졌다 하는 여인의 앞에 나아와 앉아 무릎 꿇는 기도에 깊이 열중해 보았던 파란 신관의 감겨진 눈은 마주한 이변에도 전혀 아랑곳 하지 않으며 이어가던 소중한 일을 마저 끝마쳐 보이기로 한다.



"역시 이곳에 와있었나, 유리?"



사뿐히 다가와 지는 고양이들의 걸음걸이. 그 작은 발자국 소리가 멀찍이 떨어져 있는 입구로부터 점차 가까워짐을 알려오기 시작하면서, 젊은 수행자에게는 너무나 익숙하게만 느껴졌던 한 여인의 간드러지는 목소리가 신실한 그녀의 등을 타고 반가운 인사를 잠시 이곳에 전하여 놓기로 했다.


자연스럽게 오른쪽 자리를 착석하기로 하는 여자의 반듯한 몸에서는 평소와 같은 차 내음들이 펄럭이는 천 사이로부터 여지없이 싱긋함을 흘러 나오게 하였고, 너무나 당연하다던 그녀의 향기로운 물감들은 초록색 붓 묻힘으로 인한 채색의 놀이를 유리의 코끝 위에서부터 진득히 칠해 가기로 해 싱싱한 허브 향이 오똑한 언덕 위에서 한껏 바람을 불게 만들어 주었다.



"식사도 거르고 이곳에 왔다 들었네. 이럴 때는 분명, 그대에게 작은 문제가 하나 생겨나곤 했었다지 아마?"



옆에 앉은 이를 향하여 선뜻 말을 걸어 보기로는 하였으나, 주변의 어둠으로부터 옅은 보리차 색 빛을 띄기로 하는 여자의 황색 눈은 세상의 주인이자 풍요로움을 상징한다 이야기 하시는 위대한 땅의 여신 님을 향해 그 시선이 하나로 고정 되어 있었다. 여자의 하나 뿐인 소성 역시 이를 숱한 경험으로 알고 지내던 터이기에, 바닥을 향해 감겨진 그녀의 파란 눈을 따로 들추려 들지는 않기로 한다.



"들려주게, 오늘은 유리 나일리아에게 있어 과연 어떠한 배움들이 귀중한 시간을 함께 하기로 하였는지. 평소처럼 오라비들이 실컷 놀려 댔던 일도 좋고, 여러 아이들을 먹여 살린다는 풍채 좋은 빵집 아주머니께서 반죽에 설탕을 조금 넣게 된 일로 맛이 도저히 마음에 들지가 않았다던 그대의 작은 투덜거림 역시 나는 상당히 좋아하였으니까 말일세. 그러니 오늘 드리는 기도 내용에 대해서는, 당당히 소리 내어 고백할 것을 그대 주인 된 별로써 감히 명령하는 바가 되겠네."



따스하게 감싸 오는 품김의 말과 동시에 높으셨던 이의 부드러운 왼손은 낮은 자의 오른쪽 어깨를 향하여 지긋한 애정을 꾹 담아 누르기로 하셨다. 그제서야 유리라 칭해지던 현 시대의 여신 사도께서는 본인의 신념 어린 눈동자를 서서히 하늘 향해 우러름 치켜 세워와, 찾아온 선지자를 위한 자신의 조용한 믿음을 언제나처럼 뒤따름에 마음 밝혀 두기로 한다.


한동안 감겨져 있기로 한 탓에 수분을 가득 머금을 수 있었던 강물의 커다란 눈망울은 평소보다도 더 많은 빛방울들을 주위로부터 얻어갈 수가 있었고, 그녀 만이 가지게 된 영롱한 색채들을 주위 공간으로부터 아주 세차도록 무지개 빛 발산해 낼 수가 있었다.



"루밀 신관님, 혹 그대께선 누구에게도 고해 놓을 수 없다는 혼자서 만의 비밀들이... 품고 지내야 한다는 감추어진 진실 속에 거짓을 따로 구해 보신 적이 있으세요?"


"감추어야 할 비밀이라니? 어떤 종류의?"


"말 그대로 여요, 도저히 털어놓을 수 없었다는 자신만의 비밀 같은 것들이요."


"...미안해, 유리. 내가 그랬던 적은 특별히 없는 것 같아."


"그래요..."



"후~" 하고 한숨 뱉어 놓기로 하는 상대의 시름 많게 된 입. 때문에 여느 때처럼 명량한 고민을 털어올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언니의 당황함이란 동생의 양쪽 팔을 서둘러 자신 향해 붙들어 낸 일로, 상대의 나이 어린 몸을 휘리릭 하고 얼른 마주 돌려 세우기로 했다.



"어쩐 일이야, 유리. 갑자기 비밀이라니? 그런 것이 왜 나타나게 된 것이야? 혹시, 아직도 그 작은 도련님 일 때문에 그러나?"



모든 것을 마주할 수 있게 된 지금에 와서야 루밀 아리우드의 시선 끝에는 그녀의 소성 눈 밑에 나타난 작은 일렁임들이 오직 슬픔으로 인한 맑은 구슬들을 하나 둘, 감정 일러오기 시작했다. 원체 눈물 많은 성격의 강물이라 그동안은 쉽게 말을 넘길 수가 있었겠지만, 축 쳐져 가는 중이신 아련한 눈썹 사이의 가느다람과 홀로 앉아 흐느낌 이겨가고 있는 질끈 깨문 입술의 형태란. 그녀의 언니 또한 색다른 생소함을 경험할 수 있었던 이날의 가장 큰 이변이라 말을 할 수가 있었다.



"맞아요, 분명 그래요! 그분이 지금... 아니, 죄송해요. 이건 말씀드릴 수 없는 것이었어요. 그리 약속해 버린 것이어요."


"약속이라니? 대체 누구와?"


"그분과요. 저 유리가, 그대 대장 님을 믿지 못한 것은 절대로 아니었지만. 오늘 만큼은 부디, 이 바보 같은 부하를... 제발 용서해주시길 바래요, 루밀 신관님."


"...알겠어, 유리. 그대 역시 많이 힘든 일이 되겠지. 이 나 때문에, 그리 울상 짓지는 말게나. 내 사랑이 아파하는 일이 이 세상 무엇보다도 나는, 가장 원치 않게 되는 일이었으니까 말일세. 그러니 제발 눈물 닦아줘, 유리."


"루밀 님..."



털어내지 못했던 속상함, 그럼에도 불어와 주기로 약속 하는 그녀의 따스한 위로 바람. 참았던 샘들의 둑을 무너뜨리기에 내리쬐어 오는 태양의 마음은 내기에서 승리를 가져가기에 가히 충분하였던 힘이라며, 재차 겉옷을 벗어 던지기로 하는 이야기 속 남자 주인공은 그녀의 승리함에 대하여 자신의 코트를 높게 펄럭이기로 하였다.


어제에 이어 두 번 씩이나 상대 가슴에 눈물 파묻혀 내기로 하는 열 살 어린 자의 열일곱 별빛은, 한층 더 깊어진 소리를 뱃속 고독처럼 속 앓아 품기로 하여 그녀의 여렸던 등줄기를 일등성 앞에서 천천히 울음 흐느끼기로 했다.


한동안 이어지기로 한 소녀의 색색 거리는 숨소리는 비스듬히 서있던 하늘의 초승달께서도 제일 높이 뜨여져 오는 순간이 찾을 때까지 그 헐떡거림을 잠시도 멈춰 놓지 않기로 하셨으며, 짜낼 만큼 짜내시지 않았느냐고 맹꽁이들의 뿔난 심장이 주변의 두근거림을 대신해 투덜거림을 이야기 하여 왔을 때 쯤. 비로소 그것을 그만둬 보시기로 달님께선 어리숙한 마음을 어스름 구름 사이에 안타까움 전하여 놓기로 하셨다.



"착하지, 우리 유리. 세상에서 제일 예뻐."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엄마 별께선 짧은 투정 하나를 입 밖에 꺼내 놓지 않기로 하신다. 오히려 더 짙은 부드러움을 띄기로 한 채, 푸르름의 어미 날개는 소중한 존재라 일컬었던 덜 자란 깃털들을 그녀 마음 속 폭 감싸 안기를 정해 영원히 이어져 나갈 애정들을 자리에서 온기로 약속 하셨다.


이들이 이룬 유대가 얼마나 끈끈해 보였던지. 다리를 이뤄 놓은 것을 보고 날아든 칠석의 까치와 까마귀 떼가 잘 짜여진 촘촘한 선들 위로 그들의 삼각대 같은 다리를 살포시 시험 삼아 올려 놓아, 나름의 합격점으로써 얕은 손톱의 자국들을 그녀 등 뒤로 상처 없이 매기기로 하였다.


부디 지금 순간이 내일이 와도 감히 영원해 주기를! 비밀을 품기로 한 유리 나일리아의 꿈은 그녀 언니라면 '절대 그럴리 없다' 하는 변함없는 믿음을 굳게 내세웠던 일로, 긴 밤에 찾아 든 지독한 고비들을 차분한 달빛 아래서 조용히 걱정 잊어가기로 했다.




***




"아, 신관 님. 마지막으로 하나 여쭤볼 것이 있는데요?"



먼저 자리를 일어 나고자 하는 루밀의 발걸음을 유리가 잠시 붙들어 왔다. 한참 높으신 상대였음에도 여자는 밤잠 시간까지 줄여가게 만든 저 훌륭한 울보 녀석의 변명 기조를, 너무나 당연하다는 일처럼 이번에도 쉬이 넓은 아량에 받아들여 주기로 하였다.



"얼마든지! 무엇이 그리 궁금하게 되었는가, 유리?"


"언젠가 「필요 없다.」 는 말씀을 하신 적 있으세요?"


"...뭐?"


"아니, 그... 아니다, 아무것도 아니어요! 방금 한 말은 그냥 머리 속에서 지워주세요."


"......"



"헤헤!" 하고 헤실 웃어 보이기로 하는 입과 함께 머쓱 뒤통수 긁어 놓으시는 이 시대 첫 번째 소성. 그런 동생의 모습을 바라 보며! 하늘의 일등성께선 이날 처음으로, 꼭 붙들어 쥔 손 틈 사이로다가 그녀의 비명들을 꾹 담아내 놓기로 하셨다.



"해가 뜨면 또 만나기로 하세나. 오늘도 좋은 꿈 꾸고."



주어진 만남을 향하였던 한밤 중의 최종 인사. 그것을 드디어 끝마치기로 한 루밀 아리우드의 발바닥은 건물 입구를 찾아 빠르게 바뀐 잰 걸음을 최대한의 속도로 바싹 옮겨 가기로 했다. 그녀 몸에서부터 절대로 이채로운 기운이 새어 나가지 않도록 꽤나 많은 것들을 주의해 보기로 하신 신관의 엄숙한 미간에는, 정작 가장 중요했다던 귀한 일 하나를 보여지는 바깥 풍경들로 인하여 까맣게 임무 잊어버리고야 만다.



"이제 나오십니까, 루밀 신관님. 시간이 꽤 늦었습니다?"


"엇?"



자정을 훌쩍 넘긴 듯한 깊어진 하루의 시간, 그럼에도 이 땅의 둘째 별께서는 말쑥하셨다는 복장을 모두 갖춰 입기로 하신 채 그의 상관 앞을 기도 전당 입구에서 맞닥뜨리기로 했다. 덕분에 어울리지도 않는 비밀스러운 반응을 기어코 그의 앞에서 비추고야 말았던 여인의 멈춰버린 심장이란, 밀려오는 당황스러움을 끝끝내 이겨내지 못하여 자랑스러운 입을 잠시 머뭇거리기로 했다.



"이런! 미안하게 됐네, 실데론. 이 늦은 시간에 그대를 여기서 만나게 될 줄이야, 참으로 몰랐다지 뭔가? 반가움 대신 놀라움을 표하기로 한 것은 부디 작은 실수로 가벼히 넘어가 주게나."


"별말씀을 다하십니다, 신관이시여. 무려, 저희 사이의 일인데 말입니다?"


"후후, 그렇지. 나도 참, 오늘 밤은 왜 이러는지 원... 아무래도 유리의 슬퍼하는 모습이 주인 별이라는 내게 있어서도 꽤나 낯설게만 느껴졌나 보오. 호된 둘째 앞에서 이런 실수까지 다하게 되고야 말이지."


"유리가 그새 또 울었답니까? 허허, 그것 참! 이 일을 어찌하면 좋겠단 말입니까? 우리의 하나 뿐인 푸른 행성을 위합신다고 예절 바른 도련님을 태양 바깥에 밀어 낼 수는 없게 되었으니까 말입니다."


"그녀에게 너무 그러지 말게나. 적어도 오늘 만큼은 다른 이유에서 가슴 앓이 한 것이 분명 하였으니까 말일세."


"그렇습니까? 혹, 그녀가 당신께 다른 말을 고해 놓던가요?"


"아니, 그러지는 않았어. 이번에는 굉장히 특별한 사유가 그녀에게는 하나 있었다나봐. 내게까지 비밀이라 하였으니 좀처럼 쉬운 일은 아니게 되었겠지."


"그렇군요? 그래도, 모처럼 펑펑 우는 얼굴을 쳐다보는 것이 저는 매우 좋았더랍니다. 유리는 이렇듯 가끔씩 울려주어야 보기가 썩 괜찮아 졌으니 말입니다."


"하아, 차라리 지금처럼 그대가 가서 그녀를 울려 놓는 편이 그동안은 백 번 천 번 나았다 나는 말을 해 보이겠네. 이 나쁜 오라비들의 대표 녀석아!"


"이 또한 별말씀을..."



심장 가까이로 손을 올려 놓기로 하는 남자. 어이없어라 하는 언니 얼굴을 향해서 그는 예법에 의거하였다던 곧은 경례를, 차분한 밤 거리에서도 반듯한 형태에 나타나 보이기로 했다. 그의 손 근처에 매달린 깨달음의 휘장에서는 머금어진 달빛들이 소박한 힘을 내오기로 하면서, 현재 그들이 이곳에 존재하게 되었음을 옅게 나마 장소에 증명해 보이기로 했다.



"발하이트가 누구의 빛을 닮아 있었는지, 미련한 여자가 그새 또 잊고 있었군 그래? 날 그만 붙잡게나, 실데론. 이 지친 몸뚱아리가 바닥에 머리 기대어오길 간절히 바라는 중이시니까."


"그래요? 그거 참 아쉽게 되었습니다, 아가씨. 모처럼 둘만의 시간을 함께 하기로 하였는데 이처럼 얕은 피로 따위에 연을 흘려 보내야 한다니 말이지요?"


"또, 이상한 소리! 내일은 얼마든지 시간을 내줄 터이니, 갖은 잔소리는 그때 가서나 하시게. 내 말, 잘 알아 들었지?"


"네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기로 합지요."



─ 푸흡!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 알량한 말투를 팔짱 끼는 형태로 대체 하여본 세상의 둘째께서는 스스로도 어처구니 없음을 이해하셨는지 장난기 가득 머금은 웃음을 입 속 한껏, 풍선 터트려 내기로 하셨다.



"후후후!"



이를 마주하셨다 하는 첫째의 주변에서도 마찬가지로, 같은 의미를 지닌 크나 큰 행복들이 후- 하는 풍선 부는 소리와 함께 다양한 감정들을 환히 쏟아 내기로 했다.



"내일 해에 뵙게나, 실데론. 그대 역시 좋은 밤 보내도록 하시게."


"잠시만요. 잠시만요, 신관님! 아주 중요한 것 하나를 잊으셨습니다!"


"중요한 것?"



예절 바름으로 첫째 간다 라는 정직한 믿음의 사나이가 마지막 인사를 전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주인 없다 라는 여인의 손을 늦은 밤 다시 붙잡아 보기로 했다. 조금 전, 그녀의 여동생이 내비치기로 했던 매우 기묘한 사건과 그 모양새를 잔뜩 닮아내기로 하면서 말이다.



"가슴을 한 번 쳐다 보기로 하세요, 아직 휘장을 매지 않으셨다지 뭡니까?"


"휘... 장?"



순간 철렁이게 된 마음을, 하나 뿐인 구명 줄 마저 놓치고 말았다 하던 루밀의 기름 얽혀버린 손. 그녀의 손가락 끝에서는 몰아쳐 오는 너울들 덕분에 차가운 불안을 뒤집어 쓰기로 한 낮은 체온에서는 떨림으로부터 전해져 오는 딱딱한 감정들을 차마 감정 속여 내지는 못하게 되었다. 그의 말을 듣고서 올려다 놓은 그녀의 가슴 위란, 부드러운 천의 느낌 말고는 그 어떤 감각 역시 감히 물체를 느껴볼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대께선 기도 전당에 들기 전 항시 휘장을 빼두기로 하셨었지요. 그리고는 나오기 전 입구에서 다시 매어 두기를 결심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이번에는 잠시 잊기로 하셨던 모양입니다?"



계속해서 맑은 웃음을 선보였던 것으로, 눈 앞에 서 계신 여성을 향해 본인 휘장 가까이로 손가락을 가리켜 보는 이 땅의 매너 넘치는 신사. 정말 별일이 아닐 수 없다 라는 얼굴로 사내는 또 한번의 껄껄 웃음들을 인자한 미소로부터 가득 기쁨 짓기로 한다.



"아아, 내 정신 좀 보게. 살다 보니 이런 일도 생기는가 루밀 아리우드여? 고맙네, 나의 가르침아. 아무리 꾸준하였던 일도 이렇듯 잊어버릴 수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해주어서."


"세 번이나 같은 말씀을 드리게 생겼군요."



─ 별말씀을요...



그의 이 말을 마지막 삼아서 세상의 첫째 별은 혼자만의 공간을 향해 초조한 발걸음을 슥슥 옮겨 가기로 하셨다. 상대방에게서 완전히 모습이 가려졌다 싶은 순간이 찾아왔을 무렵에서는 누가 시켜라 할 것도 없이 그녀의 두 다리가 몇 년 만에 처음으로 거친 달음박질을 뛰게 되었던 것으로, 아무도 없는 거리 위를 오직 그들 둘만이서 드러난 밤 사이를 몰래 질주해 나가기로 하였다.


실수, 평소의 그녀라면 절대 내보이지 않았을 끔찍하디 끔찍한 실수!


여동생이 건넨 마지막 질문을 감히 심장 근처에 받아 들이기로 하였을 때, 급격히 날뛰어 오르기로 한 빨간 녀석의 분노를 주인의 숨소리는 도저히 박동 사이에 숨겨 놓을 수가 없었다.



"헉헉..."



아무도 오지 못할 곳까지 들어서야 심장은 거칠어진 숨을 한껏 몰아치기로 했다. 두 번 다시 이런 실수를 반복하지 말아야겠다 다짐하는 터질 것 같은 속이 여전히 같은 자리에서 안심한 몸을 뛰어 대기로 하였지만, 안타깝게도 이곳의 유능한 후임 별께서는 번갯불 같은 짧은 만남 속에서도 기어코 진실을 찾아내고야 말았다는 굉장한 통찰 능력의 소유자였다.


결과적으로 이날 찾아 든 작은 이변의 씨앗들이 떠오를 내일 해로 인하여 성장함을 맞이하게 되었을 때란, 과연 어떠한 참담함들이 이곳 잔디 밭 위를 드리워 놓게 되었을지... 억지로 안심 시켜 보이는 여자의 불안한 눈동자는 감춰 놓은 진실에 대하여 정식으로 심판대 위를 오르게 될 일이 내일 당장 운명으로 처해 지게 된다.




***




어느 누구보다도 차분하다 여기었던 여자의 형상이 죽음과도 같은 밤의 품으로다가 그 존재 그림자를 모두 드리워 놓기로 하자, 이번에는 또 다른 형태의 스멀거림이 나타나 그 흐릿한 모습들을 점차 주위로부터 각인 시켜 갔다. 절반만 달빛에 비추기로 하는 반인반수와 같았던 얼굴. 곧 의미를 깨달을 수 없는 말들로 하여금 당당히 펴진 등을 향해서, 그의 두렵다 말하던 얼굴을 놈의 시선과 마주 하기를 바래왔다.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이건 보통 일이 아니게 될 것이 분명 하였다구요?"



둘째와 같은 옷을 입기로 하신 등 뒤의 정체불명 남자. 보통 일이 아니었다 라는 그가 내뱉은 말과는 반대로, 세상 침착한 표정을 지니기로 한 나뭇가지의 부엉이는 적당한 선율 위 고요 하였다던 그의 평온을 아주 점잖게도 발가락 끝에 유지해 놓기로 했다.



"보통 일이 아니면? 이대로, 덮어진 진실을 숨겨내야만 했을까?"



이전의 상냥함은 온데 간데 없이 사라지고, 이제는 밤 빛에 그을려진 서슬 퍼런 예기 만을 정체불명의 사나이로부터 살벌히 쏟아내기로 하신 둘째의 냉철해진 눈빛. 그런 상관의 매정어림 덕분에, 어두운 하늘 아래 전신 모두를 드러내기로 결심하는 서운함의 날개께서는 "하..." 하는 짙은 한숨 만을 허공 향해 실컷 내쉬기로 하셨다.



"제 주인 별 되는 이께서 아무렴 저울을 사랑하셨다 이야기 하셨지만은, 상대는 무려 저희의 일등성이 아니었겠습니까? 그녀의 추 무게는 항상 일정함을 이야기 해왔고, 이 사실을 몰랐다는 이가 과연 저희 형제들 중에는 몇 이나 남아 있기로 하였을까요?"


"뭔가 대단한 착각을 하는구나, 제이. 그녀의 추가 평형을 의미 한다고 대체 누가 정의를 내렸다지?"


"그대가 곁에 남아 있지 않았습니까, 나의 주인 되시는 사람아. 그것 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일 아니었습니까?"


"헛소리! 내가 그녀 곁에 남기로 한 것은 결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 아니오, 오히려 그 반대의 말이 훨씬 더 맞아 들 것이다."


"반대, 말입니까? 어째서 그리 되는 것이었을까요?"


"그동안의 나는 상시, 그녀를 관측하고 또 기록하기로 했지. 그렇다고 하여 특별히 결론 짓기로 한 것은 따로 아니기로 하였어. 저울이란 자고로 흔들림이 있게 된 후에야 진정한 값이 매겨지게 되는 법. 그녀가 시험대 위에 올라가 졌을 당시, 그 어떤 변화의 기울임도 여태 한 번을 나타내지 않아왔음을. 다시 말하자면 하나의 결과 값 조차 나는, 제대로 구하여본 적이 딱히 없었다 라는 것이지."


"그러니까, 지금까지는 값을 매기지 못하여 그것을 알아 내시고자 줄곧 그분 곁을 지키기로 하셨다는 것입니까? 언제 실수를 내비쳐 올까, 그것을 계속 기다려 오신 것이라구요? 너무 고약한 취미가 되지 않았습니까? 우리는 그 누구보다도 당신이 제일 먼저, 루밀 신관을 따랐다 마음 여기고 있었는데 말입니다."


"내 말이 정녕 그것이 거짓이라 하였더냐? 올해 스무 살에 올랐다지만 네 녀석 머리는 한참을 과거에 밀려나 있구나. 몽땅 헛 배웠어, 이 어린 놈의 자식은!"


"아니, 뭡니까 정말! 이랬다가 저랬다가. 저더러 여기서 뭘 더 어찌 하라구요!"


"시끄럽다, 욘석아! 툴툴 댈 힘이 남았으면 재빨리 짐 싸서 당장에라도 이곳을 떠나가거라. 네게 배움을 더 나눠 준다고 하여 세상의 무엇이 달라지겠으며, 누가 너의 덕으로 만개를 이루겠다 후대에 기록을 남기려 하겠느냐? 네 빈 자리 채워 주실 분이 마침 한 분 이곳에 계셔주기로 하던 참이었으니, 작은 미련 하나 남기지 말고 내일 해가 떠오르는 즉시 바로 이곳을 떠나가도 좋다."


"꼭 그렇게 까지 말씀하셨어야 됩니까? 5년을 붙어 먹은 제게도요? 진짜, 유리에게 빼곤 완전 못돼 먹은 인간이었다니깐?"


"......"



"매정한 놈!" , "철면피!" , "여자 치마 밝히는 호색한!" 등등을 외치며, 본격적으로 시위를 시작해 보는 '제이' 라 불리웠던 남자. 상당한 섭섭함을 받아 본 일처럼 그의 끝없는 투덜거림은 법전 들여다 보는 일이었던 마냥 줄줄줄, 역사를 이어나가기로 하셨다. 계속해서 중얼거리기를 결심 하시는 한 많은 입, 5년이란 세월이 절대 무의미 하지는 않았다는 것처럼 꽤나 깊게 된 한스러움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시장에 물품 즐비 하기로 한다.



"그래서요? 방금 전 일로 과연 무엇이 달라져 왔는데요?"



등 돌려 팔짱을 껴봤던 일로 수상하다 이르던 남자는 이곳의 사 대성이 누군가의 앞에서 따라 해보았다는 일처럼 소위 말하는 '토라짐' 을 여동생 별 따라 마음 밖에 그려 보기로 하였다. 허나 그가 던졌다는 질문에 담겨진 모처럼의 예리함과 날카로움에 대하여, 이를 퍽이나 좋아하기로 하셨던 냉철한 별의 주인께서는 자신의 유일한 후계 녀석이 이토록 아낄 수 밖에 없는 머리를 지니게 되었다며 고슴도치 엄마들의 팔불출을 현장에 자처하기로 했다.



"고얀 놈, 냄새를 맡았다는 것은 네놈도 어느 정도 느낌이 왔었다는 소리겠지? 그런데도 이따위 잡담으로 날 시간 허비하게 만들어?"


"허, 그게 대체 저랑 무슨 상관이랍니까? 어차피 곧 있으면 짐 싸서 나가야 할 판이었는데요! 왜, 이제서라도 절 붙잡아 보시렵니까?"


"아주 주둥이만 살아 가지고 서는! 내일이다. 내일 오후에는 반드시 결과가 나타날 것이야. 좀처럼 실수를 드러내지 않는 그분께서 드디어 강한 휘청임을 보여줘 오기로 하셨으니까 말이다. 천하의 루밀 아리우드께서 휘장 매시는 것을 잊으시다니, 세상에 이런 기회가 언제 다시 찾아와 줄까!"


"내일 오후 말입니까? 어떤 결과가 나오든지 간에 그대께선 괜찮겠다 라는 뜻으로, 저 제이는 임무를 받아들이면 되겠습니까? 모든 것이 그분을 위해 행해지는 것이다 라고?"


"아아, 그렇지! 그대의 말이 진실로 옳아. 자네가 드디어 올바름을 나타내기로 하였어. 결과를 나타내게 되는 것이 비단 죄인을 결정짓게 하는 요인은 아님을, 오히려 이것이야말로 우리의 대장 별을 보다 명확히 바라볼 수 있도록 신께 받게 된 이 저울로부터 잠시 도움을 얻어가는 것 뿐이지. 내일 있을 일을 절대 두려워 하지 말게나, 나의 소성아. 그녀를 사랑하는 마음은 나 역시도, 언제나 너희 형제들과 진심을 함께 하였으니 말일세."


"그렇습니까?"



가슴 근처에 놓여진 휘장 가까이에 한쪽 손을 가져가 보기로 하는 둘째 소성. 방금 전 실데론이 그의 유일한 상관에게 내보였던 이날의 충성을, 이번에는 주인 된 별을 향하여서 제이가 하나의 의와 함께 순종하겠음을 자리에 나타내 보이기로 했다.



"그대가 상대를 움직이시는 저울이라면 저는 상시 변하지 않는 눈금이 되어야만 마땅한 결과를 기회에서 도출해 보겠지요. 좋습니다, 방랑자들의 둘째시여. 당신의 그 편집증과도 같은 신념이 과연 얼마나 참된 기준으로 세상에 드리워져 올지, 영양가 있는 의미를 제가 한 번 이룩해 보겠습니다."



─ 내일 있을 심판에서 우리는 다시 한번 그녀를 존경하게 될 것입니다. 이 결과 값에는 그 어떤 변함도 없게 되겠나이다.



각오, 짧지만 강렬했던 이것을 마쳐 보인 저울의 소성. 일말의 미련도 남기지 않은 채 주인이 주던 궤도를 그는 잠시 벗어나기로 한다. 한 번 나아가면 영원히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는 신의 굴레에서 평생을 떠돌이 혜성으로 살아갈 수도 있다 라는 매우 위험천만한 기로에 남자는 서있기로 하였지만, 성냥처럼 몸이 타 올라 간다는 소멸을 위한 삶을 둘째 소성은 별 다른 고민 없이 우주 공간 속을 거니는 일부터 차근차근 시작해 나가기로 한다.



"자식, 입만 늘어 가지고 서는..."



그런 동생의 씩씩한 등을 바라보며 초생의 시간이었음에도 찾아 든 세상의 밝은 빛을, 형님께선 환한 보름달처럼 얼굴에 환희를 물들이기로 한다.


이는 곧 뒤바뀌지 않는 고결한 우정의 증표가 되겠으며, 그 의미라 하였음은 과연 변함없는 믿음을 항시 가리켜 내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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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의 심부름(두 아이의 이소)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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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검의 회고록 6 24.09.14 3 0 26쪽
22 검의 회고록 5 24.09.07 4 0 29쪽
21 검의 회고록 4 24.08.31 7 0 26쪽
20 검의 회고록 3 24.08.24 8 0 25쪽
19 검의 회고록 2 24.08.17 8 0 24쪽
18 검의 회고록 1 24.08.10 11 0 24쪽
17 시작된 심판 24.08.03 9 0 25쪽
16 묘한 제안 24.07.27 8 0 34쪽
» 흔들리는 저울 24.07.20 7 0 24쪽
14 얼굴에서 드러나는 진실 24.07.13 7 0 22쪽
13 자매를 찾은 두 번의 패배 24.07.06 5 0 26쪽
12 완벽함의 투우사 24.06.29 8 0 25쪽
11 똑 같은 후회, 색 다른 결과 24.06.22 7 0 24쪽
10 닮아 있는 앙숙 24.06.15 10 0 27쪽
9 산군의 약속 24.06.08 9 0 26쪽
8 어린 신부와 어설픈 신관 24.06.01 9 0 26쪽
7 가짜 부부 24.05.25 8 0 26쪽
6 붉은 갈기 24.05.18 10 0 25쪽
5 산뜻한 시작 24.05.11 12 0 22쪽
4 계약은 천천히 24.05.04 10 0 23쪽
3 편지의 뿌리를 찾아서 24.04.27 9 0 28쪽
2 찾아온 손님 24.04.20 9 0 22쪽
1 남아서 집을 지키는 것 24.04.15 20 0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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