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의 심부름(두 아이의 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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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rdfloorman
그림/삽화
3F
작품등록일 :
2024.04.15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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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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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1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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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의 회고록 4

DUMMY

꽥꽥, 꽥꽥!



수면 경계를 누비는 한여름 수초 밭 사이를 파고들어 주둥이 사이로 열심히 물질을 하시는 참이셨던 라라미스의 터줏대감, 호숫가의 오리 양반들. 저희들끼리만 알아들을 수 있는 교양 넘치는 신경질로써 둔덕 위 서있는 어느 작은 인간을 향하여, 당차버리셨던 그들의 경고 목소리를 매우 엄중히도 대양 지도 아래 전쟁을 선포 하기로 하셨다.


동시에 편대를 이루었던 이들 함선의 도톰한 깃털 선수는 모두 재빨리 그녀로부터 반대 방향으로 선회할 것을 본부에게 명령 받아, 보이지도 않는 두 개의 노를 필사적으로 물 밑에 저어 호숫가 중심 향한 고속 기동을 전격 작전에 속히 실시 하기로 한다.



"하아..."



이 광경을 멀찌감치 떨어져 지켜보기 만을 결심 하였던 루밀 아리우드의 한숨 섞인 바람이란 더 위대했다 이르던 호숫가 요정 님의 거대하신 입김 품에 그것이 스르륵 묻혀져 가기로 해, 더이상 그 어떤 바램 역시도 라라미스 중심에 사신다 하시는 여신 님의 볼록 튀어나오신 자갈 심장 향해 억울함 늘지는 못하게 되었다 라는 시대 상의 안타까움을 암흑기 속에 눈물 알리게 하고야 말았다.



"어째서 이런 일이 제게 일어나는 것입니까, 나의 여신이시여?"



멀쩡히 임무를 수행 중이던 그녀가 이렇듯 갑작스럽게 본부로 끌려와야 했던 불명예 회군의 절대적 이유. 그것은 바로, 모두를 위해 일한다 말씀 하시는 신전의 숱한 장로들께서 그녀의 상관 님을 목적으로 둔 긴 질책의 시간들을. 회담이라는 이름 아래 날이 선 문책을 이루겠다, 매우 공들인 만남 주선 하시기로 대신관님 향해 여럿 항의를 건의에 올렸기 때문일 것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늙은 다리를 박차고 일어나 솔선수범 신전 기둥 매달린 횃불 향해 성질 급히 손 뻗기를 결심한 노인의 정체란, 땅의 신전 수많은 종파 뿌리 가운데에서도 상당히 명망 높다 칭하여 지던 테르노스 가문의 이어져 내려온 핏줄 중 하나라, 이 날의 주역 됨을 선전에 이야기 할 수가 있겠다.



─ 감히 그것이 우리의 밭을 훼손 시키기로 해?



기막힌 누군가를 향하여서 생명의 본원지라 일컬어 지는 그들 밭을 허락도 없이 건드렸다 라고, 핏줄 솟게 분노 표출 중이신 앞날이 머지 남지 않은 그가 하루 이틀 더 살기를 절대로 희망하지 않은 채 '갈 땐 가더라도 너는 내가 밟고 간다!' 라는 젊을 적에나 보였을 법한 치기를 마지막 불꽃인 양 잔잔한 기름 등잔 위에 열렬함의 순정들을 들끓음 불 붙여 보기로 하셨다.


땅의 여신, 그녀께서 인간을 이루셨던 맨 처음의 뼈라. 믿는 사람들이 모여와 여제껏 역사를 토로해 놓았다 라고 하였다면, 그 속에서 생산된 피를 심장 대신 펌프질 했던 것은 반드시 알리사 테르노스의 영원히 죽지 않는 정신이었다! 이들 혈족은 위 사실에 대해 감히 믿어 의심치 않는 삶을 지금까지 순종에 살기로 했다.


다시 말해서, 그녀가 후손을 위해 남긴 여러 권의 책들이란 이들에게 있어서는 분명 원초적 생명의 최초 운동이자 삶의 근원과도 같다 여기는 것으로, 지식 탄생 배경에 대해 알리사 자손들은 크나 컸던 영광을 현대에 대변 하지는 않을 수 없는 입장이 되었다.


그런데!



"어쩌자고 그것을 태워 버렸답니까, 크로마 대장님? 그것도, 너도나도 보란 듯 광장 중심으로부터 말입니다."



막내가 책의 존재를 일러준 지 며칠 지나지도 않아 우리의 우두머리께서는, "우하하!" 지껄이는 끔찍한 포효 소리와 함께 일곱 권 씩이나 되는 두꺼운 책들을 하나의 꼬치처럼 바닥 통해 일직선으로 뚫어내 버리셨다. 말뚝 대신 검을 땅 깊숙이 쑤셔 박기로 한 그가, 곧 엄청 화려하였다 일컬어지는 그날의 구시대적 화형 식을. 부하 직원이 말려볼 새도 없이 아주 재빠르리 만큼 재판을 홀로 집행 시키기로 한 것이었다.


하찮은 육체 고깃 조각 몇 개를 타오르는 장작 위, 마녀로 구워보는 일 대신. 알리사 테르노스, 그녀의 장엄한 정신을 훨씬 더 좋은 불쏘시개 삼기로 한 크로마 밀리스톤 재판인. 소녀의 하나 뿐인 친구 남편으로부터 성녀와도 같다 전해지는 이의 참되신 말씀 주머니를 실로 재도 구해보지 못할 정도로 아주 활활, 인파 중심에 태울 것을 놈은 장렬히 희망해 버린다.


그 모습이 어찌나 불경스럽고 무서웠던지. 목숨 만큼 책을 아끼셨다 하는 망연자실 함의 책 주인께선 물론이오, 뒤늦게 소식을 받고 달려온 그의 다혈질 부관마저 "세상에, 이게 다 무슨 일이라니?" 하고 풀린 망아지 고삐에 힘 주는 그녀 만의 교정 일을 곧바로 실천에 옮기지는 못하기로 하신다.


결과적으로 일곱의 소중한 책들은 모두 그분, 밀리스톤 대장 님의 지독한 의도에 따라서. 바닥을 기어가는 한 줌의 먼지가 된 채 바람의 손을 맞잡아 아주 순식간 속에 가족의 품을 휙 하고, 자리 떠나가 버리기로 하셨고. 웅성웅성 떠들어 대는 풍문들 사이로 비릿한 웃음을 흘려 보이기로 하신 그가 "어떠냐? 이제는 좀 속이 후련해 지지 않던?" 이라 사탕 발림의 말들을 남자에게 속삭이기로 하매, 무릎 꿇은 젊은 학사의 마음을 그토록이나 계속해 응징해 나가기로 징벌의 마음을 정하여 오셨다.


이번의 대 사건이 삽시간에 소문으로 퍼져 나가 다음날 대서특필 하게 된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는 잔소리요, 천리를 간다 이르던 말이 테르노스 가문의 최고 연장자 마당에 뛰어 들어와 사흘도 지나지 않는 시간 속에 윤기 넘치는 가죽들을 드세게 뽐내기로 하였던 것은, 환갑이 가까워진 나이든 사나이가 전성기를 맞이했다 떠드는 이십 대 청년을 상대로 하여금 주먹 다짐을 잔뜩 내세우기로 했던 충분히 납득 가능할 만한 용인 된 근거로써 쟁의 뒷받침이 오늘날에 증거가 되어 주기로 했다.



"으아악! 따지고 보면 이것은 나의 잘못이 제일 컸던 것일까?"



타인을 미워하는 일에 서투른 열 여섯의 순진함은 이제 이 모든 것이 자신의 입방정에서부터 시작 된 일이 아닌가 싶어 때 아닌 죄책감을 아무도 없는 호숫가 위에 펑펑 늘기로 한다. 차분히 내려 앉아 있던 뒷머리를 시작으로 머리숱 전체를 헤집어 놓기로 한 그녀의 양손 두더지, 이내 만신창이가 된 주황빛 언덕들을 중력 아래로 푹 꺼뜨려 놓아 진정되지 못한 자라 가슴들을 어찌저찌 굴 속에 숨겨 보기로 했다.



'회담은, 벌써 내일인가!'



스무 명 넘는 장로들 중 마지막 한 분께서 드디어 내일 이곳에 마차 머리를 도달하실 예정이다. 그렇다면 크로마는 지금부터라도 그가 저지른 만행에 대해 조속히 죄를 고해 놓아야만 주어진 최악의 벌 ─ 신전을 나가 하직 하게 된다는 벌 ─ 만을 제발 면해 볼 길이었다.



"으, 으아아악!"



위 생각을 떠올려 본 젊은 신관의 입은 더더욱 거센 크기로 하여, 다음의 비명들을 물결 위에 썰매 질러 놓기로 하신다. 생각 이상으로 긴급한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전날 나눈 상사와의 마지막 대화라는 것이 "사과? 알게 뭐야! 이참에 그냥 개 같은 일이나 때려치워 버리지 뭐." 라고 떠들어 대는 사춘기 같은 자존심이었기에. 내일을 위해 세웠다 하시는 든든한 변호 계획이란 바로 이것이었다 라고, 다가온 파도 앞의 모래 성이 지닌 위태로움을 놈은 아주 상세히도 부하 직원 통해 사실을 일러 놓기로 한 것이다.



"스승님, 스승님!"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란 것을 가득 깨우친 주홍의 거위는 곧장 날아오르기라도 할 심정으로 양 팔을 마구 휘적 대어, 그녀 스승 향한 여행 길에 푸드덕 날갯짓을 올바른 방향에 찾아가기로 한다. 이대로, 상사의 높으신 자존심을 내일 전당 가운데 순순히 내보냈다가는 충분히 용서 받을 수 있었던 작은 불성실함 마저 끝끝내 지울 수 없는 죄로 뒤바뀌게 되기에. 신전 벽에 새겨진 그의 자랑스러운 일곱 글자들을 지워진 흔적 중 하나로 후세에 부끄러움 전해야만 하는 심히 치욕스러운 역사 앞에 루밀은 놓여져 있었다 라, 운을 논 해볼 수가 있겠다.


'그런 시끄럽기만 한 놈팽이 놈, 내일 눈 앞에서 사라진다 한들 우리의 행복에는 과연 어떠하리?' 라며, 슬로건 외치듯 함성 질러 놓는 것으로 찾아 든 반골 녀석의 최후를 만찬에 즐겨 보려는 이들도 더러 존재를 했었던 반면, 믿음의 장소로부터 새내기 시절의 초심을 유지하기로 한 루밀 아리우드의 자상함이란 본인의 상관이었다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도 애써 충심 지키겠다 서둘러 그녀 지혜를 찾기 위해 뒤뚱 거리는 발걸음을 열심히 산책 길에 옮겨 나가기로 하신다.


이 둥글게 이어진 수변로를 따라서 자신의 수 많은 추억들이 다져 진 고운 흙 길 위를 반가운 개미들과 함께 쭉쭉 쫓아가다 보면, 어느새 나타난 곳은 과연 자신을 아비 만큼이나 대신 이뻐해 주기로 하신 자애로운 어머니께서 그녀가 계셔야만 한다 했던 우뚝 선 장소 안에 반드시 대신관의 모습을 올바르게 하고 계실 예정이라!


그 품에 안기기 위해서라도 거위는 "꽥꽥, 꽥꽥!" 정신없이 소리치며 달려가, 하나 뿐인 고운 주둥아리를 물가 중심에 가위처럼 한 줄기 가로지름이 되어 보기로 한다.




***




까르륵!



거위 소녀의 진심 어린 걱정을 전해 듣고도 스승이 선보인 모처럼의 반응이란 이제 막 새로 사귀게 된 친구와 별반 차이가 없었다 라며, 어린 제자는 상당한 허탈감을 힘 빠짐에 토로 할 수가 있겠다.


심히 해맑게 웃어 보이는 소중한 버팀목을 향하여 "저는 정말로 진지하다구요!" 외쳐 보이는 세상 속상함이 자리에 있기로는 하였지만은, 어머니 딸은 삐뚤어진 입을 "흥!" 하고 큰 소리 쳐본 후에야 아차 싶었던 생각이 들기로 해 묶었던 팔짱을 휘리릭 풀기로 마음을 바꾸어 왔다. 이 익숙하디 익숙한 순서는 진실로 여느 때와 다름 없었다 할 수 있는 그녀 만의 선명하였던 패배라, 머리 꼭대기 위에 사신다는 스승의 학에게서 『바보』 라는 편지를 받아들 날이 오랜 경험을 통해 루밀의 추리력은 다음 장면 상상해 냄을 극명히도 정답 일러 놓을 수가 있었다.



"오호라, 오늘은 어쩐지 쬐끔은 머리가 빨라지기로 하셨네? 우리 루밀이가 커진 키 만큼이나 다른 곳 역시 자라났다는 증거 쯤 되려나?"



말로서는 오묘한 칭찬들을 장황히 늘기로 하셨으나, 넓게 흘러내린 소매 뒤론 감춰 낸 짙은 웃음들을 절대 숨기지 않기로 하는 밸리아 필스카이 대신관. 어린 상대 앞에서도 그녀는 자신의 딸 귀여움에 대해 팔불출 가득한 부모의 웃음을 키득키득 소리 내어 웃기로 했다. 때문에 여자 제자는 지금 부풀어 오르기로 한 짙은 항의성 뺨을, 복어 턱 마냥 아주 버럭 하고 바늘 화내기에 얼굴을 굳히기로 한다.



"오늘은 장난 칠 때가 아니라니까요? 비상사태 라구요, 비상사태!"



빼액 소리를 질러 오시는 엄살 많게 된 강아지. 그런 그녀에게서 "아유, 아유! 그러셨어요, 우리 새깽이? 얼마나 화가 나셨으면 지금처럼 전당에서 소리를 다 질러오기로 하셨을까요?" 라고 우쭈쭈 말을 일러주기로 해, 토실한 엉덩이를 두어번 토닥여 주기로 한 신전의 유능하신 대표 님께서는 손 위에 올라온 작은 무당 벌레 하나를 조종하는 일처럼 너무나도 손 쉽게 상대 마음 요리해 내는 것에 건반 치기를 성공하기로 하신다.


고도로 단련한 신체를 근거 삼아 두 번 다시 지지 못할 검을 지녔다 일컬어 오는 루밀의 날렵함이 '이 또한 하늘을 이겨보는 일엔 당최 무리가 있다' 라며, 스스로의 한계를 속단 하여 보는 땅 짐승들의 우울한 참회 시간을 같이 하기로 했다.


하여 그녀는 최후의 보루로써 "엄마!" 하고 빽 소리를 질러 대기로 하였고, 비밀스럽게 약속한 둘만의 사사로운 호칭을 조용해야만 했던 공간 속에 깡총 뛰어 오르게 만드는 것으로 그들 끼리의 가까움을 앙증맞은 애교와 함께 경이롭게 된 소문을 고을 근처에 퍼트려 두기로 하셨다.



"알겠어, 알겠어. 충분히 알아 들었다니까 그러네? 킥킥!"


"정말로 제 말 듣고 있던 것이 맞아요? 이대로 가면 내일 큰일이 벌어 진다니까요?"


"음, 큰일이라! 과연 누구에게 큰일이 되었을까? 크로마? 아니면, 너?"


"예?"



지금 상황이 마냥 즐겁기만 하다는 일처럼 커다란 눈을 동글동글 반짝여오는 중이신 루밀의 높으신 상대. 그녀는 "너한테 큰일이 난 것이라면 내 당장이라도 나서야 하겠다만 크로마, 그놈은 글쎄? 내가 굳이 손을 써서 해결을 봐야만 하는 일이었을까?" 라고 능청스러운 휘파람까지 불기로 하시어, '어서 대답해보시지?' 라는 뉘앙스를 열살 아이도 알아 들을 수 있으리 만큼 아주 쉽게 소녀 눈치를 옆구리에 부추기기로 했다.



"그게 뭐가 그리 중요 했데요? 좀 진지하게 생각해 주시라니까요?"



허나, 어렸을 적부터 품어왔던 꼬마 맹수는 어느덧 어른스러움을 가장 큰 덕목처럼 내세우려는 시시한 노인들과 그 비루한 뜻을 함께하기로 맹세해 버린 후가 되겠고, "쳇, 그게 뭐야? 하나도 재미 없게! 거기까지 가서 단 둘이 있었을 때도 분명 있었을 것 아니야? 정말이지, 둘 사이에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았어?" 하고 되물어 오는 처녀들의 가르침께서 정녕 순결을 잃을 생각이 일도 없었느냐 라며 새삼 비통하심을 몇 주 지속된 기대 속에 실망을 이르게 만드셨다.



"있긴 뭐가 있다고 그래요! 제가 뭐 그녀처럼 결혼이라도 마음에 품었을까 봐요?"


"왜, 그게 뭐 어떻다고?"


"뭐, 어떻냐니... 나한테 어떻게 그러실 수가 있어요? 딸이, 이 어린 자식께서! 왠 남정네 품에 안겨진 장면이 그렇게나 썩 보기가 좋으시겠어요? 끔찍하지는 않으셨냐구요!"


"참나! 그 말은 즉, 이 애미 더러 들으라고 하는 소리 더냐? 이 나이 먹도록 남자 손 한 번 못 잡아 보고, 대체 어디서 뭣 하고 지냈느냐 라고?"


"아니, 내가 언제 말을 그리 했다고 그래요?"


"그게 그 말 아니야? 으흑, 이 애미 가슴에 못이나 박고! 아흐흑!"


"으, 으아아아!"



잘 참아내던 바위 산 원숭이는 끝내 태양을 집어 삼킬 것처럼 번쩍 손을 들어 올리는 것으로 꽉 차버린 울분을 세상 바깥으로 감정 포효해 내기로 하셨다. 이 성난 울음 소리가 안개 위를 슥 지나가기로 하면서, 잠시 그것을 목격하기로 한 공중의 학이 깔깔깔! 하고 구름 떠나가라 박장대소를 하기로 한다.


얼마를 자라났든지 어디가 커졌든지 간에, 루밀 아리우드란 결국 땅에 붙은 뿌리와 줄기로부터 벗어날 순 없었던 속박 됨의 잎과 같은 존재. 자유로이 삼 차원을 누비며 무한한 경계를 즐기는 중이시던 가벼운 몸의 부들 씨앗은 비를 나다니는 해파리가 된 것처럼 우직히 서있는 나무 향하여 유유히 발 놀리는 맛에 인생의 행복감을 코 끝에 느끼기로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 만을 쳐다보는 나무의 눈빛이란 어찌나 강렬하고 사랑스러웠던지. 밸리아 필스카이는 예나 지금이나 할 것 없이 자식 놈의 말랑한 뺨을 자신 쪽으로 쭉 끌어 당겨와 어미 볼 가까이에 그녀가 가진 부드러움을 애정으로 하여금 마찰 시켜 놓기로 한다. 이는 이들만의 오래된 사랑 표현이자 그 지나온 세월 만큼이나 아이에게 주는 심리적 영향력이 보다 막강하게 되었음을, 연꽃은 두 모녀 통하여 뿌리 얽혀나감을 진흙 속에서 이야기 할 수가 있겠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내 새끼!"



이마 향해 입을 꾹 맞추어 오시는 나의 어머니 라는 사람, 마구 날뛰던 불효자 마저 고요함을 가르치게 만든다 하는 실로 신비함을 갖춘 존재라! 자랑스러운 차분함을 되찾기로 한 대지의 딸은 상대의 어른스러움에 파묻힌 자세에서 보다 또렷하도록, 그녀 진심 들리는 심장 소리로 다가가 자신의 연약한 용기를 위대함 앞에 마음 고백하기로 한다.



"저보다 먼저 이야기 하셨잖아요, 그는 어쩌면 제게 가장 필요한 사람이 될지도 모른다 라고. 저 역시 그 말을 믿겠어요, 어머니. 그런 이유에서 그분이 내일 있을 회담에 성급히 하직을 결정 짓게 만들고 싶지는 않아요."


"아가, 너는 정말로 그가 이곳을 떠나고 싶다 라고 원함을 이야기 하는 것 같니?"


"알고 계셨어요? 크로마 그분께서, 제게 굉장히 불손한 말을 전해 왔다는 사실을?"


"알다 마다! 나라고 그 뻔뻔한 소리를 한 번 못 들어 봤을까? 제 대신관이라는 사람에겐 아주 밥 먹듯이 지껄여 오던 소리가 바로 그것이란다."


"참 여러모로 대단한 분이세요. 이유나 좀 물어보시지 그러셨어요."


"후후, 그 또한 정말 재밌게 된 부분이었지. 남들은 그가, 크로마가! 떠벌려 대는 입 만큼이나 명예에 목마른 녀석이라고 손가락질 하기 바빴지만, 정작 놈은 직위나 자리 따위에 무게를 두지 않기로 했던 실로 초연한 가벼움이었는걸? 오히려 너무 귀찮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넘겨준 것 마저 상자에 되돌려 놓는 일이 그에게는 비일비재 하였더랬지. 바닥이라는 제 꼴에 위에서 그것을 보고 있노라면, 너무나 기가 막힌 일이지 않았겠니?"


"내준 것도 도로 돌려 놓았다구요? 그런데도 왜 매번 그분은 중요한 자리 때마다 자신의 발언을 높여 달라, 존중을 요청 하기로 했던 것이었을까요?"


"그것이야 말로 고 깍쟁이 녀석의 오묘한 부분이라 할 수 있겠지. 그 철없는 푼수 놈은 제가 떠드는 말이랑 움직이는 행동이 무엇을 이야기 하는지 반쪽만 의미를 알고 있더라니까? 타인으로부터 본인의 이상을 듣게 만들고 싶다면 보다 높은 위치를 고수 하였으면 그만이야. 그런데도 녀석은 심술쟁이 역할 만을 몇 년째 지속하기로 하고 있어. 이 엄마가 얼마나 속이 터져 나가는지, 루밀이 너는 상상이나 가겠니?"


"하아, 어머니. 이제는 저도 알 것 같아요. 속이 썩는 다는 말 말이에요!"


"그렇지, 그렇지. 놈은 현재에도 남들로부터 본인의 이야기를 경청하되 지위에 대한 의무는 쏙 빼 달라고 철없는 주장을 자꾸만 해온단다. 이는 결국 누군가를 사랑하였으되 혼약은 꿈도 꾸지 말라는 이야기처럼 여전히 미친 소리로만 우리들에게 들려 오기로 해. 네게 전했던 사실처럼 때로는 그 특출남이 보지 못한 풍경들을 세상에 가져다 주기도 하겠으나, 설령 그것이 참이라 하더라도 누군가에게 있어서 이를 규칙으로 세우겠다 이야기를 꺼내었다면 적어도 옆자리 앉은 사람에게 지지 악수를 건네 받을 줄 아는 사람이 그는 되어야만 하겠지. 이것을 과연 크로마가 어느 세월에 깨우쳐 낼지는 더 오래 숨 쉬어 봤다 말하는 이 애미 조차 차마 맞는 시기를 이르지는 못하겠구나."



"에휴..." 한숨 뿜기로 하시는 스승이자 어머니를 바라 보기로 하면서, 어린 제자의 머릿속에는 공감이라는 단어가 새삼 뼛속 가득 그 의미를 담아 내기로 한다. 이 조악한 사내놈께서는 분명 "왜 그의 보물을 태우셨습니까? 그것도 신전의 말씀을요! 그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을 떠나 역사를 모시는 자라면 응당 하지 말았어야 할 행위가 아니었습니까?" 라고 묻는 당시의 그녀 진중함에 대해, "흥, 갑자기 뭘 그리 나에 대해 궁금해 하고 그러시나? 언제부터 너희들이 내 말에나 관심이 깊었다고! 그냥 평소처럼 마음대로들 생각하셔." 라 맞받아 친 적이 최근 들어 한 번의 불편한 만남을 소녀와 이루었기 때문이었다.


참다 못해 "그냥 이참에 세상 밖으로 내보내버릴까요?" 일러 오시는 불신자 목동에게서 믿는 어른 역시도 "나도 맘 같아선 그러고 싶구나." 하고 같은 답을 전하기로 하였던 것은, 비단 주어진 현실의 삭막함으로부터 수행자들이 최초의 자애로움을 잊게 되었다 라는 선조들의 가르침이 새삼 틀리지 만은 않았다 라고, 도 지나친 놈의 까탈스러움을 예시로 들어 땅의 대표 님께선 이 주장의 타당성을 토론의 의제로 감히 꺼내 들어 보시겠다.



"왜 하필 테르노스 였을까?"


"네? 방금 뭐라고 하셨어요?"


"아니, 왜 하필 테르노스 였냐 이 말이지. 그 녀석의 발화점 말이야. 이래 보여도 크로마는 어지간한 일 가지고 서는 사고 안치는 부류에 많이 치우쳐져 있기로 하였거든? 가끔 이런 식으로 성대하게 불을 질러서 말썽일 뿐이었지."


"발화, 점?"



난데 없는 질문 속 루밀의 스쳐가는 추억에는 과거의 한 장면이 딱 자리를 잡기로 한다.



"테르노스, 테르노스... 알리사, 알리사 테르노스! 숨을 머무르는 자들에겐 반드시 일구어 놓아야 할 마땅한 의무가 존재하기로 한다."


"음? 방금 뭐라고 했니, 아가? 숨이 어떻다고?"


"「숨을 머무르는 자들에겐 반드시 일구어 놓아야 할 마땅한 의무가 존재한다」 알리사 님의 그 말, 크로마 님은 굉장히 싫어한 것처럼 느껴졌어요. 이것 때문에 제가 그분과의 설전을 기약한 적이 있을 정도로요."


"마땅한 의무가 존재한다. 마땅한, 마땅한 의무... 그래, 그랬단 말이지?"


"어떻게, 알아내신 것이 좀 있으신 거예요?"


"......"



평소의 그녀 답지 않게 밸리아 필스카이 대신관은 어린 신관의 눈을 조용히 응시 하기만 할 뿐, 알아낸 비밀에 대해 곧바로 입을 열지는 않기로 했다. 그녀가 아는 지식에 대해 침묵 하였다는 것은 곧 주어진 진실을 푸는 행위가 그리 좋지 못한 결과를 나타낼 수도 있다 라는 반증을 내포한 것이기도 하였기에,



'......'



그렇기에 루밀 또한 마찬가지로, 그녀의 쌓여진 과거 경력으로 인하여 섣불리 그 내용을 스승에게 캐물을 수는 없기로 한다. 단지, '아, 여기까지구나.' 라는 정해진 마음 만을 자연스레 속에 품게 되어 힘 주었던 정수리 위 여우 귀를 그녀는 다시 한번 천천히 계단 밑을 내려오게 할 뿐이었다.



"뭘 그리 상심 까지 하고 그러십니까, 우리 딸? 딱히 들려주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답니다. 나는 그저, 네게 이것을 어찌 들려주면 좋을까 하고 방법을 고민 하던 차일 뿐이었다고."


"예? 제게 어떻게 들려줄까, 라니요? 저와도 관련이 있는 일이 되었어요?"


"아니라고 할 수는 없겠지, 아마?"


"...어째서?"



무심한 엄마의 고백에 순간 말이 짧아져 버리기로 한 딸, 계속해서 이유 캐내 볼 것을 아이는 더이상 괴롭게 고민하지 않기로 한다.



"그것이 과연 저랑 어떻게 엮이게 된 것이지요? 어서 말씀을 해주세요!"


"그것이 말이다? 음, 음... 아하! 이렇게 말을 하면 되려나?"


"이렇게?"


"응, 이렇게! 예를 들어, 너의 오랜 꿈을 잠시 이야기 해 보자꾸나. 그것을 슬쩍 내게 들려줄 수가 있겠니?"


"얼마든지요, 그게 뭐 어려운 일이라구요. 제 꿈은 영원토록 여신 님의 뜻 아래 살아가는 것이 되겠지요."


"아니 아니, 그렇게 거창한 것 말고. 네 쪼꼬미 시절부터 이어져 내려온 깜찍한 그것 말이다."


"깜찍한? 아아, 여신 님의 심장 위에 제가 심은 씨앗이 싹으로 돋아 나는 것 말이지요?"


"그렇지, 그렇지. 자, 지금부터 하는 말은 조금은 어려워 질 것이야? 부디 놓치지 말고 끝까지 들어보렴? 보시오, 루밀 신관이여! 그대는 현재 스스로가 하는 '노력' 에 대해서 과연 어떠한 생각을 지니고 계시는 지요?"



슬며시 분위기를 바꾸어 놓으려는 상대의 딱딱해진 호칭에 따라 루밀이라 일컬어지는 신관 역시 흐트러졌던 자세를 가다듬어 본연 직위에 어울리는 정돈된 심상을 바르게 가꾸어 놓기로 했다.



"제가 해온 '노력' 에 대해 특별히 의미를 둔 적은 따로 없습니다. 그저 해야만 하였을 의무에 불과 하니까 말이지요."


"좋습니다. 그렇다면 그대가 일구어온 이 '노력' 들은, 과연 어떠한 이유에서 삶에 행해져야만 했을까요?"


"그녀의 품 밑에서 살아가기 위함이지요. 제게 주신 사랑 만큼이나 부끄럽지 않은 세상을 만들기 위하여, 해야 할 일을 할 수 있도록 저 스스로를 능력 있는 사람으로 바꾸어 놓아야만 했습니다."


"다시 말해 루밀 신관은 곧, 「여신 님이 바라는 풍요로운 세상을 위해 보다 능력 있는 사람이 되어야만 했다.」 라고 다시금 이야기를 정리 할 수가 있을까요?"


"특별히 문제 없어 보입니다."


"오호라! 그리하면 그대의 어린 시절 꿈이, 즉 그녀의 심장에서 당신의 씨앗이 싹튼다는 믿음에 대한 인정이,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라고 미래를 예견하고 계신 다는 뜻이네요?"


"그렇습니다."


"그것을 저 또한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신의 사자여. 허나, 제가 누군가에게 듣기론 그것이 비단 옳은 일 만은 아니게 되었다 라고 색다른 뜻을 전한 바가 있습니다. 이 '노력' 이란 놈이, 그것이 주게 될 특출난 '능력' 들이, 세상을 재차 어지럽혀 놓고 있다 라고 말이지요."


"네? 누가 감히 대신관께 그런 말도 안되는 모욕을 전한다 합니까? 그렇다면, 하루 종일 방바닥 위를 굴러 다니는 무가치한 놈팽이 녀석과 한 해의 절반 넘도록 밭에 나가 땀 흘려 일하시는 집안의 가장들이 같은 선상에서 가치를 논하게 된다는 것 입니까? 그것은 속됨 이자 그릇됨이었습니다. 입에 담아서도 안될 것이 가히 분명하였습니다!"


"그래요, 루밀 신관. 그대를 포함한 많은 이들이 대부분 그리 생각을 하며 내일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노력을 보다 높은 미덕으로 여기면서 말이지요. 하지만 이를 어쩐 답니까? 제가 아는 어느 누군가는 그렇지 않다 라는 이야기를 제게 쭉 지속해 왔던 것을요."


"그자가 대체 누굽니까? 존함을 들어서라도 인사를 좀 올려야 하지 않나 싶어서요."


"킥킥! 인사는 이미 나눴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말이지요? 벌써 잊으셨습니까? 우리가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지?"


"네? ...아아!"



'설마 여기서 또?' 하고 외쳐오는 것만 같은 벌어진 놀람을 앞에 두고, 밸리아 필스카이는 그녀만이 아는 다음 내용을 다시금 뒷 페이지에 글 이어 나가기로 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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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의 심부름(두 아이의 이소)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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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검의 회고록 6 24.09.14 3 0 26쪽
22 검의 회고록 5 24.09.07 4 0 29쪽
» 검의 회고록 4 24.08.31 7 0 26쪽
20 검의 회고록 3 24.08.24 8 0 25쪽
19 검의 회고록 2 24.08.17 8 0 24쪽
18 검의 회고록 1 24.08.10 10 0 24쪽
17 시작된 심판 24.08.03 9 0 25쪽
16 묘한 제안 24.07.27 8 0 34쪽
15 흔들리는 저울 24.07.20 6 0 24쪽
14 얼굴에서 드러나는 진실 24.07.13 7 0 22쪽
13 자매를 찾은 두 번의 패배 24.07.06 5 0 26쪽
12 완벽함의 투우사 24.06.29 8 0 25쪽
11 똑 같은 후회, 색 다른 결과 24.06.22 7 0 24쪽
10 닮아 있는 앙숙 24.06.15 9 0 27쪽
9 산군의 약속 24.06.08 9 0 26쪽
8 어린 신부와 어설픈 신관 24.06.01 9 0 26쪽
7 가짜 부부 24.05.25 8 0 26쪽
6 붉은 갈기 24.05.18 10 0 25쪽
5 산뜻한 시작 24.05.11 11 0 22쪽
4 계약은 천천히 24.05.04 10 0 23쪽
3 편지의 뿌리를 찾아서 24.04.27 8 0 28쪽
2 찾아온 손님 24.04.20 9 0 22쪽
1 남아서 집을 지키는 것 24.04.15 19 0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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