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의 심부름(두 아이의 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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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rdfloorman
그림/삽화
3F
작품등록일 :
2024.04.15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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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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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0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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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쪽

검의 회고록 1

DUMMY

욕심과 희망, 그 사이의 꿈.


좌절과 흐트러짐, 긴 인내 속의 탄생.


어떻게 시작했는지 또, 어찌하여 이루어지게 되었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어릿광대의 시간 징검다리 장치를 건너 장차 그 뒤를 잇는 산꼭대기의 양치기가 가녀린 눈망울을 크게 떠 빛을 쫓던 그녀의 과거를 과감히 뒤돌아다 보았을 때.


지나온 길이 온통 불어난 강에 의하여 물 속 깊이 잠겨져 있단 사실을 수줍은 뺨을 지녔던 소녀는 비로소 신이 내린 계시와 같이 가라앉는 슬픔들을 차례대로 가슴 곁에 받아들이기로 한다.


새로운 시작을 다시 한번 죽음으로 꽃 피우게 한 인간 세상의 처녀는 그렇게 자신의 과거를 이런 식으로 한번 단정 지어 보기로 했다.



「여신은 우리를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그녀들은 이 땅의 생명체들을 위하여 절대로 그들 미소를 먼 바깥까지 띄워 보내지는 않기로 한다.」



누구보다도 신을 섬긴다던 양들의 믿음이 어떠한 이유에서 이처럼 냉철한 등을 돌리게 되었는지, 그 과거에 대한 나지막한 소개 말을 덤불 사이 숨어든 아기 참새처럼 부풀어 오른 가슴 깃털 속 지닌 괴로움에 대해 계속하여 뜸을 들여 보겠다.


이는 그녀 만의 이야기가 아니오, 숨을 쉬는 모든 인격체들을 향한 삶의 종지부에 모여든 쉴새 없는 뻐꾹거림이니. 어리석은 시인은 의미 없는 파종 만을 자갈 밭 아래로다 멋쩍게 심어 댈 뿐이었다.


그녀를 위한다면 당신은 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것이고, 그 반대라 한다면 가던 길을 그대는 계속해서 걷게 될 운이로다.


어머니 없는 탄생의 시작이자 아비가 바라지 않는 교훈의 끝이 곧 추수 날 농부들의 손에 의하여, 익어진 삶의 열매들을 하나하나 갈무리 지을 예정에 들었다.




***




루밀 아리우드.


철이 들기 전 무렵부터 신의 부름을 받기로 한 그녀가 혹독한 아비의 수련을 거쳐 이제 막 열 여섯 나이가 되었을 시절의 일이었다.



"오늘부터는 내가 너의 직접적인 상관이자, 검만 위대했다 말하는 소박한 가문의 가혹한 숙명 되겠느니라. 방금 전한 세상의 고귀로운 구결을, 부족한 귓바퀴는 반드시 이해해 보겠느냐?"



고작 첫 발령을 받은 일 가지고 어찌나 신입 부려 먹기로 마음을 정하게 되었을까? 세상 모든 모래를 쌓아다 올린 것만 같은 콧대 높으신 성의 주인께선 가장 높은 횃대 위에 오른 수탉과 같이 그 성긴 자존심을 달아오른 벼슬 아래 도무지 내려 올 생각을 보이지 않으셨다.


성주의 이름은 크로마 밀리스톤. 올해 스물 다섯의 나이가 된 이 건장한 대지의 청년은 풍요의 여신을 모신다는 땅의 대신관, 밸리아 필스카이 의 하나 뿐인 애제자를 이토록 험히 다룰 수 있는 유일한 신관 망나니라 할 수 있겠다.


"그냥 좀 가시죠, 존경스러운 크로마 대장님? 여느 때처럼 저의 발 밑에서 코가 파묻히고 싶은 것이 아니라 한다면 말입니다." 라고 전해 오는 오른팔 부관의 속 깊은 충언들이 애석하게 느껴질 정도로, 크로마 밀리스톤의 말썽꾸러기 혀는 "어림도 없지! 고작 검이 좀 더 날카롭다 하여 구름 위의 새까지 베어낼 수 있다 하더냐?" 라는 실 없는 소리 만을 계속해 지껄여 보기로 한다.


검이 주는 날카로움의 경지만 놓고 따지자면 태양의 주인님 ─ 불의 여신 ─ 다음으로 번쩍임을 나타냈던 그녀 루밀 아리우드가 상당히 순종적이고 또 수동적이었던 성격의 소유자란 사실은, 우주를 계획하셨다는 드높은 창조주께서 크로마 밀리스톤을 그토록 사랑했다 여기시는 생명 연장의 역설이라며 걱정 많은 그의 부관이 만물의 균형 잡힘에 대해 매 순간 감사 고개를 숙여 보는 커다란 은혜의 보배로운 근원이 되기로 했다.



"인연이 주는 배움에 대해 저는 어떠한 불만도 없겠습니다, 크로마 님. 라미유 님,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보다 많은 가르침을 부탁 드리겠습니다."



한 때는 그녀 아비의 제자였자 이제는 동문 스승이 되어버린 남자, 존경을 마지 않았다던 밸리아 대신관께서 손수 지정해 주기로 하신 이 땅의 인도자 님을. 설령 9할 9푼의 승률을 유지하던 차인 그녀의 압도적인 강함이라 하였어도 빛나는 새벽의 검은 보잘 것 없다 이르는 사내의 허장 성세를 이처럼 아주 온순하리 만큼, 그녀 상전 자리에 다분히 인정해 보이기로 했다.


때문에 더더욱 못난 이의 콧대가 높아질 것을 우려했던 걱정 많은 언니 손가락께서 "절대로 그녀를 직접 부리지는 마시길 바랍니다, 이것은 엄중한 경고예요? 두 번째 기회는 없을 줄 알라구요!" 라며, 불성실함의 일 역시 세상 모든 어머니들을 대표해 하는 수 없는 잔소리를 길게 느시기로 하셨다.



"아주 서로들 감싸주기 바쁘시구만 그래? 쯧쯧, 이래서 여자들이란! 한 없이 휘어 잡아 보아야지 아니면 반드시 헛짓거리를 계획해 낸다니까?"


"뭐야? 이게 뒤질라고!"



비록 지금은 주어진 명에 따라서 서툰 그림자 밑에 자리를 펴기로 하는 그녀 유랑자 뿌리였다지만, 스물 다섯의 나이보다 두 해는 더 경험 많기로 한 라미유 콘티라스의 두터운 나이테란 단련된 그녀 발 기술로 하여금 스스로의 우두머리를 가차 없이 짓밟는 일에 매우 유용히 사용해 보기로 했다.


결과적으로 "아파, 아파!" 하고 계집애 같은 신음을 바닥에 웅크려 내기로 하신 세련됨의 대표 님께선, 모처럼 꾸며 입은 깔끔한 색 망토 위에 진흙 잔뜩 뒹굴 거리는 커다란 반려견이 이제 막 산책 나오기라도 한 일처럼 망연자실한 개 주인 감독 아래 원 없는 황토색을 지독히도 털 틈에 물들일 수 있기로 한다.


이 균형 잡힌 트리오의 구상을 제일 처음 떠올려 보았던 이는 스무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대지의 대표에 오르기로 하신 훌륭함의 여성이었자, 이제는 마흔 셋이라는 지긋한 경험을 눈가에 두기로 하는 밸리아 필스카이로. 항상 순종적이기만 하였던 자신의 나비 같은 애제자 녀석을 톡톡 튀어 오르는 것이 주특기라 말할 수 있는 말 안 듣는 살쾡이 녀석의 머리 맡 근처에 과감히 올려 두기로 해 아직은 여렸다 하는 그녀 날개를 열심히 단련 시키는 한편, 까칠한 삵이 너무나 팽팽한 기를 펼치지 못하게 끔 엄마 늑대 한 마리를 그들 감시자 역할로써 바짝 붙여주기로 했다.



"진정하세요, 라미유 님. 오늘 가야 할 길이 분명히 정해져 있는데 벌써부터 이러시면 아니 되십니다."


"응?"



살쾡이 놈의 삐죽 튀어 나온 주둥이를 열심히 앞 발로 쾅쾅 내려쳐 보았던 것이 엄마 늑대에게 주어진 가혹한 교육 지침이라 임무를 정리해 보았다면, 그녀 콧잔등 위에 슬쩍 올라가 잠시 숨 쉴 틈 마련해 보던 것이야 말로 가장 나이 어린 요정 날개에게 주어진 다소곳한 천명이라 중도를 이야기 할 수 있겠다.



"그래, 루밀아. 네 말이 분명 옳구나. 이런 버러지 놈을 상대로 시작부터 이러하다면 나중에는 내 체력이 일도 남아 나지 못할 것이야. 아무렴 그래서는 아니 되겠지."



코를 씩씩 대는 것을 마지막으로 본인의 장악 능력을 여지없이 뽐내기로 하는 어미 늑대의 날카로운 이빨. 상대의 부드러운 날갯짓을 봄 날의 지혜로 받아들여 훌쩍이는 상관 놈의 몸통을 부하 직원은 마지막으로 팽 하고 걷어차, 두세 번 더 땅바닥을 뒹굴게 만들었다.


저 회복력 좋은 청춘대로 속의 사내 놈은 어차피 가만 놔두어도, 벌어진 상처를 자력으로 극복해 내어 휘청 거리는 두 다리를 새끼 사슴처럼 조급히 일으켜 낼 예정이었다. 그동안은 눈 앞의 빛나는 노을색 도자기 만을 열심히 애정으로 닦아내기만 하면 될 뿐이었던 것이, 가족의 터전 위에 오직 모성으로써 주어진 어머니의 기쁨들을 딸과 함께 나눠 가지도록 만들었다.



"내가 대표인데, 내가 대장인데..."



냉정한 부하가 정해둔 신뢰라는 예언처럼, 영웅적 기상으로 절망에서부터 뚝심 있게 일어서기로 하는 크로마 밤비 스톤. 불행으로 가득 찬 그의 숙명에 대하여, 맺혀져 오는 눈물 방울을 어린 사슴은 두어번 땅 밑에 떨궈 보기로 한다.


그러나, 유일하게 그를 인정해 주기로 한 밸리아 대신관이 이곳에선 힘이 되어 주는 자리를 같이 하지는 못하는 상황이 되었고. 대부분의 건아들이 그러하듯 찾아드는 육신의 고통을 크로마는 벌어진 근육 주머니 사이에 씁쓸히 외로움 당겨 받기로 했다.


이것이야말로 셋의 영향력 상태를 가장 잘 나타내는 균형 잡힌 삼각형이라 할 수 있었으며, 앞으로도 이들은 서로가 주는 조화로움 속에서 수 많은 사건들을 차차 해결해 나갈 예정에 있었다.


다만, 시간이 주는 곧은 평행선 상의 실들이란 삶이라는 틈 바구니 속에서 잦은 뒤엉킴으로 인한 못된 인연들을 차근차근 배워 나가게 되고. 원하든 원치 않든 조우할 수 밖에 없는 그 흔들림으로 인하여 끝에 매단 황금 추를 펜듈럼과 같이 자신 명 안에 서서히 시험 받기로 한다.


이들에게 주어진 힘겨운 시련이란, 아래의 다음과 같겠다.



"제 이름은 슈티모 타르티오, 땅의 신전을 후원하는 가장 큰 상단의 유일한 후계이자 여신의 뜻을 전파 한다는 제일 높은 날개들 중 하나 입니다. 오늘 여러분을 자리에 모시기로 한 것은 마땅한 심판이 제게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램에서 입니다."



확장과 보호를 지칭하기도 하는 그녀, 세상의 대지 여신 님께선. 그녀 믿는 자들을 향해 풍족한 삶을 살라, 정확한 방향성을 기록에 명시해 둔 바가 있다. 때문에 그녀 식솔들은 가장 드넓은 번영을 누리는 것을 삶의 최고 목표로 삼아서 그 누구보다도 많은 자원을 축적하기 위해 온갖 신경을 그들 창고에 기울이기로 한다.


이와 같은 과정 속에 믿음의 높낮이 차이란 그들이 지닌 소유 능력에 따라 확실한 명암이 명명백백 구분되어 왔으며, 대상인이라는 자랑스러움의 간판은 한낱 인간에 불과했다던 개인이 낮은 하늘 아래 길성이 되었다 라는 등용문의 사실을 보다 뚜렷이 일러주기로 한 열정 증명서와도 같았다 라 입신양명을 이를 수 있겠다.


그러한 하늘의 빛과 바다의 소금께서 심판이란 말 까지 감히 꺼내기로 하시며 신전 사람을 향해 시시비비를 가려줄 것을 직접 요청하시게 된 일이란! 이제 막 태어난 3인조에게 있어서 상당히 막중한 임무였다 라고 두 줄 짜리 밑줄을 강조로 둘 수가 있겠다.



"제 후대를 이어줄 여인이 얼마나 중요한 사람인지는 특별히 이야기 하지 않겠습니다. 문제는 그 역할에 퍽 어울리겠다 하는 이곳의 아리따운 처자가 저보다 먼저 몹쓸 사내에게 이끌려 여신께서 주신 계획을 스스로 뭉그려 뜨렸다는 점에 있겠지요."


"뭉그려 뜨렸다니요? 즉, 그녀는 이미 혼약을 마치셨다는 말 입니까?"



되물어 오는 부관의 미간이 환했던 얼굴 만큼이나 고운 상태를 유지하지 못하기로 한 것은, 비단 꺼드럭 대는 부자 놈의 열 받는 태도 ─ 그것도 감히 여신 님의 뜻까지 들먹이면서 ─ 때문 만은 아니게 되었다. 그 뒤에 이어질 뻔뻔스러운 자식의 요청 내용이란 것이 이미 맺어진 인연을 어떻게든 무효로 되돌려 달라 하는 웃기지도 않는 생떼를 부릴 수도 있겠구나 싶었던 골 아픈 의심에서부터 였다.



"아니요, 다행히 그녀는 아직 혼례를 치르지 않았습니다. 여신 님의 뜻대로 미리 의도를 알아챈 저희 일가 측에서 그들의 일을 서둘러 막아낼 수가 있었거든요."


"막다니요? 둘이 결혼한다 하는 것을 당신네 사람들이 힘으로 틀어 막았다구요? 그걸 지금 제정신이라고 하는 소리입니까?"



너무나 당당히 죄악을 고백 해오는 세상의 대부호, 놈의 용기에 오른팔 보다 목청이 높아질 수 밖에 없었던 크로마 밀리스톤 대장. 다만, 젊으신 그의 상대께선 "왜 당연한 일에 화를 내고 그러십니까? 그러면, 그 팔푼이 자식한테 그녀가 시집가도록 손 놓고 내버려 두기라도 했어야 한다는 말입니까?" 라고 반박을 해와 적반하장의 태도를 오히려 고수해 놓기로 하셨다.


결과적으로, "이런 뭣 같은 새끼를 봤나!" 하고 튀어나가는 한창 때의 혈기 왕성함을 침착한 이들 막내는 섬섬옥수 같은 손으로 하여금 오라비의 입을 바짝 틀어 막기로 한다. 상황이 더 나쁜 쪽으로 기울지 못하도록 세심하였던 조절을, 집안의 막내는 끓는 솥뚜껑 위에 누름돌을 가하여 놓기로 했다.



"일 한 번 제대로 받아냈네, 진짜!"


"악! 왜 나를 때려!"



정의라는 이름 아래 신전 최대 후원자를 차마 두들겨 팰 수는 없었던 신관 라미유, 보다 튼튼해 보이는 상관의 정강이 뼈를 있는 힘껏 대신 걷어차기로 했다. 한껏 짜증을 찌푸렸던 그녀의 말마따나 이번 일은 정말이지 지독하기 짝이 없다라 외칠 수 있을 만큼 심히 썩어 있는 임무임이 과연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앞으로도 이들 셋은 부유한 집 자식 놈의 비위를 어떻게든 잘 구슬려 내어가, 더러운 만 가지 수를 계획해서라도 맞이한 시련을 용케 마무리 지어 보는 것이 하늘 사자에게 주어진다는 탐탁치 않은 순종 내역이라! 움직이는 수레바퀴는 정해진 한 가지 답 만을 자꾸만 비웃어 내놓기로 한다.



"실례합니다, 혹시 플라라 님이 맞으십니까? 엔토니 님이라는 분과 혼례를 치르기로 하셨다는?"



떠맡은 계시의 가장 보람차다 하시는 일은 보다 경험 많은 두 남녀께서 오붓이 한 쌍의 역사를 이루어 가실 수 있도록, 눈치 껏 자리를 비켜 보기로 하는 지혜로운 열 여섯 살. 사건의 핵심이라 부를 수 있는 어느 여성을 향해, 단 걸음에 찾아가 용안 만나 뵙기를 감히 인사 올리기로 하였다.


이날의 용감한 형사 님께선 두 수컷 싸움에 팔이 얽혀버린 가련함의 여 주인공이란 분이 자신 또래의 너무나 앳된 여성이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마주하고 서는, 놀라움에 벌어지는 두 눈동자를 굳이 감추려 들지 않기로 한다.



"네, 제가 플라라 입니다. 그런데, 당신은 누구셔요?"



말을 걸어온 이의 행색을 보고 놀라버린 것은 매력적인 새색시 또한 마찬가지. 한 눈에 봐도 어린 모습을 비추던 그녀의 작은 용모란 유려한 겉모습을 떠나서도 매우 드문 장면이었다며, 플라라의 경험 안에서 강한 이채로움을 치솟듯 손꼽아 보기로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아직은 어리다 말 전했던 상대방의 왼쪽 허리 맡에는 현재 신전 집행자의 지위를 보여준다는 단조롭고도 위엄 있는 검이 보란 듯 단단한 빛을 그녀 곁에서 강인하게 비춰 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눈을 동그랗게 뜬 상태에서 "정말로 신관님이세요? 제 친구가 아니었구요?" 라고 묻는 어찌 보면 무례할 수도 있었다 하는 그녀의 순수한 질문에, 루밀 신관은 "의외로 둘 다 일수도 있겠네요, 플라라 님." 하고 그녀 스승이 즐겨했던 개구쟁이 같은 수수께끼의 답 만을 부드러운 미소로 하여 응답 돌려 주기로 했다.



"놀랍네요, 실례가 안된다면 올해 나이가 어떻게 되시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저는 올해 열 여섯 입니다. 플라라, 당신께서는요?"


"세상에나, 저도 열 여섯이랍니다. 어쩜 이럴 수가 있다 하죠? 정말로 저랑 같은 나이에, 그곳 집행 일을 맡아 하기로 하셨다구요?"


"그건 제가 드릴 말씀이에요. 정말로 저랑 같은 나이에, 평생을 함께하겠다 하는 남편을 곁에 들이시려 하신다구요? 10년은 성급히 결정하신 일 아닐까요?"


"어머!"



펄럭이는 소매 뒤로 붉은 입술을 살포시 가려 보는 앙큼함의 어린 부인, 이내 까르르 하는 맑은 웃음과 함께 수줍은 감정을 천 바깥에 터트려 오셨다. 이제껏 나눈 대화에선 나란히 서게 된 두 사람 모두가 오직 진실 만을 정직히 털어 놓았기 때문일 것이다.


루밀 아리우드라 불리는 젊은 나이가 검이 한다는 일을 도맡아 하기에는 세상에 존재하게 된 위협들이 그리 녹록치 만은 않게 된 것이라, 악인들은 그들이 지닌 힘을 뻔뻔스레 강압 외쳐 놓을 수 있는 상황이었고. 플라라 리프로아 라는 처녀께서 통념적으로 세상 반쪽을 만나 자신의 아이를 키워보겠다 육아를 떠들어 오기에는, 넘어가야 하는 신부 수업의 수란 것이 북쪽 설산 봉우리 만큼이나 산더미처럼 포진해 있어 주어진 가혹함들을 아가씨께 이실직고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그녀들은 자신이 정해 놓은 한 가지 길에 대하여 어떻게든 똑바로 나아가겠다 투쟁 주장하고 있었고, 이토록 억척스러운 여자가 세상에 과연 또 있었을까 하고 스스로의 뚝심을 자학적으로 빈정대던 와중 의외의 맞닥뜨림을 아니 땐 장소에 피어오른 연기처럼 기적을 잠시 동공 속에 품기로 하니... 하늘을 날던 오리 또한 그 천장 위를 바라보지는 않을 수 없었다 하는 기묘한 유성우 무리가 그녀들 창공 위에 반짝임을 발생 시키기로 한다.


한마디로 말해 둘은 아주 깜짝 놀라 버렸다 라는 어설픈 설화의 시작 구절 같은 것이라!



"아하하! 진짜 이상한 사람이네? 뭐 좋다고 남 혼내는 일에 벌써부터 뛰어들게 되셨을까?"


"참나, 그러는 당신이 훨씬 더 이상해 보이거든요? 그게 뭐 좋은 일이라고 남 뒷바라지 하는 일을 이렇게나 일찍 서두르려 하셨데요?"



두 아가씨께서 순식간에 친구로 붙어버리는 것은 여러 물방울이 하나로 뭉쳐지는 일 만큼이나 그 결과란 것이 너무나 당연해 보였다. 막다른 벼랑 끝 상황에서도 정오에 사라지는 아침 안개 인 것처럼 스르륵 시련 잊기로 하는 두 막역함이란, 어떤 풍파가 찾아와도 더는 상관 없었다는 일 마냥 몰아치는 바람 속 어린 민들레 씨가 되기로 해 서로의 손을 붙잡곤 정처 없이 마을 위를 부유해 다니기로 했다.



─ 루밀, 루밀! 보여 줄게 있어, 어서 이리 와봐! 빨리 빨리!


─ 알겠으니까, 플라라. 뛰지 말고 천천히 좀 가!




까르륵 까르륵!

.


.


.




"내가 대체 뭘 보고 있는 것이지?"



이제 막 선배 품 사이로 뛰어 들어오게 된, 무엇보다 침착함과 조신함을 자랑하였던 그녀. 해변가에 도착한 강아지처럼 이리도 해맑게 폴짝이는 모습을 보고선 세상의 찌든 때를 상대하느라 어느새 눈 밑이 초췌해짐을 알렸던 소모임의 리더는, 흐르는 피가 같지 못한 명목 상의 딸로부터 멀찍이 떨어져 앉기로 해 귀하신 담배 하나를 잠시 입 위에 물어다 놓으셨다.



"왜, 보기 딱 좋구만 그래."



그러나 그 귀한 담배 역시 또 다른 딸년 손에 의하여 같은 자리를 오래 머물지는 못하는 상황이 되었고, 맛있게 한 모금 해보려던 아버지의 시무룩해진 콧구멍은 하는 수 없이 옆자리서 내뱉는 한번 사용한 숨결 만을 서둘러 재활용 하기로 하셨다.



"x 같은 새끼들! 그 자식들 전부 모가지 따버리고, 이참에 신전일 때려 쳐 버릴까?"



자리에 없는 인간 언저리들을 향하여 욕지거리 또한 서슴치 않기로 하는 나름 교양 있다 말 전하는 그녀, 20년 가까이 품어온 풍요로움의 뜻 까지 저버리면서 여자는 너무나 짧은 시간 속에 놈과 놈의 일족을 향한 뜨거운 적개심을 가슴 깊이 품기로 했다.



"뭐? 지고로우신 여신 님의 의지까지 어겨 가면서 자신이 다른 여자를 찾아봐야 하는 이유가 대체 무엇이냐고? 이게 제정신 박힌 놈들이 내뱉을 법한 소리야?"



끈질긴 신전 측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타르티오의 혈통은 그들이 내세운 의견에 조금도 굽힐 의사를 나타내 보이지 않기로 했다. 나아가, 그들 장손의 편을 들지 않고 한 줌 모래에 지나지 않는다 하는 엔토니 밀소프트 의 부질 없는 손을 어이없이 지지하는 형국에 대하여 정식으로 신전에 항의 하겠음을, 젊은 신관들을 향해 강한 정치적 포부 또한 스스럼 없이 권력 비춰 놓기로 했다.


무엇 하나 제대로 가진 것 없는 비참한 사내 놈이 하루 바삐 멍청한 등을 돌려 제 갈길 찾아 갈 수 있도록. 그들 검으로부터 마땅한 압력을 행사해 보라 했던 것이 놈들이 바라는 오직 한 가지였다 라고, 임무를 부여 받게 된 수행인들은 매우 어처구니 없음을 가감 없이 토로해 볼 수 있기로 한다.



"좀 참아 이 망할 아가씨야. 그런다고 세상이 달라질 것 같아? 그토록 튼튼한 말 허벅지 근육 말고, 제발 머리 쓸 생각을 좀 해봐."


"입 닥쳐, 대신 네놈 대가리를 양파처럼 썰어 버리기 전에."


"뭐? 어휴..."



상대로 하여금 고운 담배로부터, 억지로 자유를 찾기로 하는 크로마의 여전히 비어있던 양손. 걸레 쥐어 짜듯 그의 아픈 머리를 그룹의 대장은 열심히 빨래 헝클어 보기로 한다.


한동안을 그렇게 흙 바닥 쳐다보기로 하는 축 쳐진 나귀 귀에서는 열 여섯 꽃다운 처녀들의 꺄르르 떠드는 소리가 오솔길 딱따구리보다도 더 명쾌한 높이에서 저들 만의 행복 지수를 청초에 일러 놓기로 했다.



'이 요망한 여우가, 이래서 나를 가져다 놓으셨구만?'



어떤 연유로 신전의 이단아인 그를 이들 조합의 대표로 감히 세워다 두기로 하셨는지? 그 커다란 깊이를 이제 서야 이해하기로 한 크로마 밀리스톤의 아둔함이란 허벅지 위에 올려다 놓은 그의 두 손을 부들부들, 분노에 떨어 댈 수 밖에는 없었다.


이번에 나타난 꽤나 민감한 사항에 대하여 높디 높으신 대지의 대신관께서는 보다 정확한 정보들과 함께 나름의 사유 깊은 고민들을 쭉 해오셨을 것이 분명한 일이었고, 이들에겐 일반적인 상식이 통용되지 않는다는 기막힌 사실 역시 높이 산다는 여인네는 너무나도 쉽게 나타나진 결과 값에 대하여 사전 통보 받을 수 있었을 것이라.


이는 단순히 개인과 개인의 문제가 아니었으며, 하나의 권위를 이겨내야만 한다는 비루한 논리의 처세술에게서 이번 일의 명운이라 할 수 있는 등불 위의 불꽃 달림이 빛나는 별처럼 그 희미함들을 초승달 끝자락에 처량히 비춰 내고 있었다.



'권력 앞에 나아가 못나게도 목 비틀어 보는 것, 그 하나 만큼은 내가 전문이었다 이거지?'



자, 눈이 있으면 고개를 들어 세상을 보라! 그 말고 이 주변에 과연 누가 남기로 하였는지를.


사랑이라는 형편 없는 이름 아래, 마음 맞는 둘을 당연히 이어주어야 마땅하다며! 조화를 유지 시켜야 하는 본분도 잊은 채 청소와 대학살을 주장 하기로 하시는 당찬 혁명가의 뜨거운 출사표를, 정도로 받아들여 법을 감정 집행 시켜야 하는가?


아니면 저 멀리 노다니는 나비와 벌의 관계 같이, 너무나 당연하리 만큼 자연의 순수함에 물들어버리기로 한 꽃다운 소녀에게서 "무슨 이유에서든 저는 그녀가 행복해지기 만을 바래요." 라고 했던 기막힌 처녀들의 소망을 이날의 기념비 삼아 구연 동화의 끝에 낭만을 맺어지게 해야 하는가?


그 어느 쪽도 선택해서는 안되는 것이야 말로 현세를 살아가는 올바른 지식인의 할 일이라, 항상 떠들어 댔던 겉멋 뿐인 자신의 수다가 이처럼 비수가 되서 돌아온 지금에서야 기어코 과거를 원망해 보기로 한 크로마 밀리스톤의 신념은 주어진 시련 앞에 땅을 치고 후회해 보기로 한다.



'결국 모든 것은 놈에게 달려있는 셈이로군?'



속으로 많은 것을 포기하기로 하는 신전의 대리자, 잘 정돈된 잔디 위로 그의 고단한 몸을 잠시 뉘어 보이기로 했다.


첫 만남부터 썩 마음에 들지 않았던 어리숙한 자식. 다만, 자신의 총명한 뇌에 따르자면 이번 일의 핵심은 모두 그 놈 손바닥 위에 달려 있게 된 일이었다. 능력 있는 검사 님께서는 확실하였던 추론을, 떨어지는 사과 없이도 냉철히 판단 내릴 수가 있었다.


많은 이에게 활기를 선사해 준다는 꽃 처녀들의 흥망성쇠가 오직 깃털 듬성 달린 볼 품 없는 도도새의 손에 걸리게 된 기막힌 사실이란, 시대를 살아가는 현자에게 있어서도 건방진 혀를 매 순간 주의해 보아야 하겠다 하는 스스로의 맹세를 더욱 굳건 하게 만들어 가기로 해. 기록적인 형편없음이라 불리우는 내 손 떠나간 불가항력을 구겨진 자존심 속에 실패 기록할 수 있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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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의 심부름(두 아이의 이소)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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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검의 회고록 6 24.09.14 3 0 26쪽
22 검의 회고록 5 24.09.07 4 0 29쪽
21 검의 회고록 4 24.08.31 7 0 26쪽
20 검의 회고록 3 24.08.24 8 0 25쪽
19 검의 회고록 2 24.08.17 8 0 24쪽
» 검의 회고록 1 24.08.10 11 0 24쪽
17 시작된 심판 24.08.03 9 0 25쪽
16 묘한 제안 24.07.27 8 0 34쪽
15 흔들리는 저울 24.07.20 6 0 24쪽
14 얼굴에서 드러나는 진실 24.07.13 7 0 22쪽
13 자매를 찾은 두 번의 패배 24.07.06 5 0 26쪽
12 완벽함의 투우사 24.06.29 8 0 25쪽
11 똑 같은 후회, 색 다른 결과 24.06.22 7 0 24쪽
10 닮아 있는 앙숙 24.06.15 10 0 27쪽
9 산군의 약속 24.06.08 9 0 26쪽
8 어린 신부와 어설픈 신관 24.06.01 9 0 26쪽
7 가짜 부부 24.05.25 8 0 26쪽
6 붉은 갈기 24.05.18 10 0 25쪽
5 산뜻한 시작 24.05.11 11 0 22쪽
4 계약은 천천히 24.05.04 10 0 23쪽
3 편지의 뿌리를 찾아서 24.04.27 9 0 28쪽
2 찾아온 손님 24.04.20 9 0 22쪽
1 남아서 집을 지키는 것 24.04.15 20 0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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