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의 심부름(두 아이의 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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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rdfloorman
그림/삽화
3F
작품등록일 :
2024.04.15 12:46
최근연재일 :
2024.09.14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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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7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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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쪽

묘한 제안

DUMMY

─ 어이, 패배자! 도대체 언제까지 누워 있을 심상이야? 그렇게나 뒹굴 거리실 시간 있으시면, 나가서 막대기 휘두르는 연습이나 좀 더 하고 오라고!


─ 아우 아우~! 삼 일이 지나도록 바닥에서 허리 뜨기가 영 싫어버린 것이, 아무래도 아가씨께서 주신 약발에 문제가 생긴 것 같습니다요!


─ 시끄러워, 세상 어떤 약이 여태 효용을 보게 되었다는 것이야? 멍청한 새 대가리 녀석! 무식하게 힘만 쎈 쓸모없는 곰 발바닥!


─ 별명 늘려 주러 오신 거라면 조금만 이따가 해주십쇼. 나 정말이지, 일어나기가 너무 싫은...


─ 야! 내가 너 깨우자고 여기까지 기어 나온 줄 알아? 그 깐깐한 눈썹 자식이 기어코 내 방까지 사람을 보내와 서는, 건방지게 명령질을 해대니까 아무리 짜증이 났더라도 어쩔 수 없이 오기로 한 것이었잖아!"


─ 엥? 그 재수탱이가? 갑자기 왜요?


─ 낸들 알아? 됐고, 하여튼 빨리 일어나서 저번 그곳으로 개처럼 뛰어가봐. 그 잘나신 전당인지 뭔지 하는 그쪽 땅바닥 침대가 있는 곳으로 말이야. 가서 원 없이 마저 퍼질러 자시던가 해.


─ 아이고, 그까지 또 언제 간다냐! 앞 뒤 꽉꽉 막힌 녀석이 시킨 말이었으니, 이거 못들었다 쨀 수도 없는 노릇이고...



(툴툴 거리면서도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기로 한다.)



─ 아, 그리고 한 가지 더!




─ 올 때 그 커다란 몽둥이 녀석도 함께 챙겨서 나오라던데?




***




삼일 만에 다시 밟기로 한 이 땅의 평평한 바닥, 그 광할한 수평선 위를!


수명이 간당간당한 신발 코로 누구 대신 바닥에 질질 쟁기질을 해가며, 이달의 심부름꾼께선 돈 한 푼 받을 수 없다 이르시는 무보수의 손해 막심한 목적지를 향해 의도적으로 비틀 대던 두 무릎을 조금씩 앞질러 옮겨 나가기로 했다.


길쭉하게 늘어진 소를 닮은 주둥이에서는 "흐아암!" 하는 하품 소리가 소중했던 날숨의 소리 보다 훨씬 더 높은 위치에 올라 자신의 게으른 부피를 마음껏 자랑 하기로 했고, 이제 막 세워지기 시작하는 새침한 고랑들 사이로부터 본인의 뾰족한 턱을 꾹 끼워 맞추기라도 하겠다는 양 다 자란 아랫니들을 옥수수 알 대신하여 땅 밑 씨앗 심기를 이른 봄 결정해 오셨다.


여신을 위해 만들어진 엄숙한 공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태연하기를 작정 하신 간이 배 밖으로 튀어나오게 된 여자는, 아주 별다른 고민 없이도 오직 자신 만이 지녔다 하는 속 된 나태함들을 짐승 대표로 하여금 보다 양껏 재주 선보여 놓기로 했다.



"나왔어. 뭐야, 너희들도 여기 있었네?"



칭얼대는 호밀 밭 일꾼으로부터 반가운 오후 인사를 건네 받기로 한 그들의 정체. 요 근래, 산 넘고 물 건너기를 같이 실천에 옮기자 입을 맞추었던 비슷한 처지 끼리의 깊은 역마꾼들의 인연이었다.


사랑스러운 여동생 심기를 그토록 벌집 쑤셔 건드려 보기로, 하늘에 맹세를 마지않으셨다 이야기 하시는 아가씨들 마음 속 훌륭하신 두 상극남들. 지금에 와서는 친구라는 영역까지도 낯선 발가락을 쉽게 걸쳐 놓을 만큼, 꽤나 괜찮은 느낌에서의 영예로운 이들이었다 건장한 아가씨는 친분의 말을 전해 놓을 수가 있었다.


지나간 인생 대부분을 외톨이로 지내기로 한 들개에게 있어서 이제는 썩 가까워져 버렸다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친숙함이 떨어뜨려 놓은 자그마한 열매를 보란 듯 여자 손 위에 어린 보리 싹을 소중히 영글기로 한 것이다.


다만 한 가지 아쉬웠다 하는 점이라면 모처럼의 게으름을 이겨내고 만나기로 한 두 반가운 얼굴들께서 평소와 같은 실 없는 농담으로 시작하여 둥그스럼 했던 분위기를 반죽처럼 빚으려 들지는 않게 되었다 라는 것이었고, 엄숙하다 지껄이던 이곳의 망할 분위기로부터 그들의 뒷덜미를 확 낚아 채여 버린 호랑이 새끼라도 되었던 것 마냥 본래의 말캉한 표정들을 점점 돌 굳혀 가는 중에 있었다.



"뭔 일 있었어?"



아무리 둔감한 그녀의 머리 였다지만 이를 넘겨 짚고 가지 않기에는 붉은색 지능 지수가 상당히 높은 곳에 위치한 새들의 허들처럼 여겨져 왔다. 때문에 어울리지도 못한 걱정을 띄워 보기로 하는 하린의 틀어진 눈썹은 어려움에 처한 동료를 서둘러 곤경에서 구출해 내고자, 깊어져 갔던 수심에도 전혀 굴하지 않고 용감했던 그녀의 두 다리를 겁 없이 늪 헤엄쳐 가기로 한다.



"아니요, 괜찮습니다. 우리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어요. 오히려 하린 씨야 말로 몸은 좀 나아지셨습니까? 듣자 하니, 내내 머리가 아파오셨다면서요? 그 몹쓸 년이 과거의 일에 앙심을 품고 서는 술수 부리는 일에 아주 작정을 했었나 봅니다."


"맞아요, 저도 들었어요. 이에티아가 이상한 약을 먹이게 했다면서요? 그런 일은 단 칼에 거절하셨어야지요. 자칫 큰일로 이어질 뻔 하셨다구요!"



알 수 없는 공백들이 이들 입으로부터 짧은 머뭇거림을 잠시 나타내기로 하였으나, 닮아 있다는 곳이 얼굴 구석에 하나도 남지 않기로 한 두 형제 님들께서는 언제나 그러하듯 하얀 털뭉치 비꼬는 것을 물꼬 삼아 상대라는 이가 전해오는 존재의 영향력을 아주 똑똑히도 눈 가운데 응시해 주기로 했다.


이 익숙한 재잘거림의 시작이 말 많고 한 많다 이야기 하던 검정 도령의 속풀이 춤으로 승화 되어가, 날아갈 듯한 펄럭임들을 원 없이 날개 줄지어 보고 서야 여자는 깔깔 댔던 환호 소리와 함께 대단원의 마지막을 큼지막한 마침표에 마무리 선보이기로 한다.



"걔는 있잖아요? 어쩌다 한 번씩 주방에 들러 가지고 서는, 느닷없이 키를 커지게 하겠다며 이 같은 짓거리를 똑같이 벌여 놓곤 했었는데요? 그때마다 기름에 불이 튀어선 그걸 끄려 저랑 주인님을 한참 고생시키게 만들었다니까요? 그러면서도 글쎄, 사과 한 마디를 해온 적이 없는 거예요? 솔직히 말해서 저한테 사과 안 하는 것 까지야 뭐, 딱히 상관없다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주인님께 까지 그러는 것은 진짜 천벌 받아도 좋을 행동 아니었나요? 쟤는 분명 늙은 몸으로 천수를 누려보기도 전에 벼락 맞아 세상을 하직할 운명이에요. 게다가 말입니다? 또 어떤 일이 있었냐 하면은, 인간을 개구리로 만들어 보시겠다고 솥 안에 양말에, 머리카락에, 아주 지랄 난리를..."



이번 또한 매우 신선한 이야기들로써 단단히 재무장을 하고 나오신 만담꾼 나라의 소년. 그가 쏘아 대는 궁술 실력이란 짧은 세치 혀 만으로도 청중들 귀를 화살통 벌집으로 만들 수 있다 하였던 상당히 속사라 부를 수 있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으하하, 그것 참 걸작이네! 난 운이 좋은 편이었구만? 용케 살아남았어!" 라고 깔깔 대기를 좋아하셨던 맏 언니의 올라간 광대뼈는, 오늘도 친구 집 거실에 누울 자리를 펴 도통 소파 위에서 내려올 생각을 집주인에게 따로 비치지 않기로 한다.


유독 자신에게만 까칠하게 구는 파란색 암컷 구관조와는 또 다른 이유에서, 배 다른 언니의 반달 눈은 어린 도련님의 유창한 입술을 향해 그녀의 어여쁜 감정들을 사뿐히 마음 걸어두기로 했다.



"세상의 보물아, 어서 이쪽으로 오세요. 다신 저 시궁쥐와 말 섞지 마시구요."



들리지도 않는 마음 속 세상에서 제 이야기가 나온 줄은 어찌 알고 이곳을 찾게 되었는지? 어느새 나타나기로 한 청색의 앵무는 평소보다 더 늘어뜨린 그녀의 긴팔 옷을 치마 폭 대신 사용하기로 해, 앙증맞은 도련님의 자기 주도성을 등 뒤로 한껏 목줄 감싸 안기로 한다.



"너, 어디 아프냐?"



노려보는 뾰루퉁 함의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도 여전하다 할 수 있었던 시시한 사내 녀석들의 사랑스러우신 말괄량이셨지만, 어쩐지 그 감겨져 오는 낮은 기운이란 놈이 『발작벌레』 ─ 뛰는 것을 절대 멈추지 않아 오는 딱정벌레 목 곤충 ─ 라는 별명을 붙여준 일이 전혀 아깝게 느껴지지 않던 이전과는 달리 상당히 조용하고 또 조신한 느낌으로써 올빼미들의 날개를 펼쳐 은밀한 접근을 일행들에게 시도해 왔다.


결과적으로 난생 처음 그녀의 예쁜이를 걱정해 보기로 한 하린의 낯설은 관대함이란 이 역시 난생 처음 겪게 되는 일로, 괜찮냐 했던 안부 인사를 파랑새에게 감히 편지 묶어 보이기로 한다.



"신경 쓸 것 없어, 아무렴 당신 하고는 전혀 상관 없게 된 일이니까. 아니야?"


"뭐야?"



아니나 다를까? 이번 측은지심에 의해 정해져 온 결과란 이제 막 알게 된 여동생 녀석의 연금 제작 비화를 다뤘던 내용처럼 그 어떤 전조 현상도 보이지 않은 채 새빨간 기름 단지 위 거대 했다던 이날의 불을 아주 영화로이도 성화 이루게 하였다.



"듣자 듣자 하니까, 이건 너무 한 거 아니냐? 나보다 나이도 한참 어린 것이 걱정을 해줘도 이딴 식으로 틱틱 거려? 누가 이렇게 가르쳤어, 어? 너희 엄마가 그러라고 가르쳤어?"


"왜? 엄마한테 배웠다고 하면, 네가 가서 우리 엄마 혼내 줄 거야? 응? 그럴 거야?"


"아니,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에잇! 이따가 그 여자 오면 그때 싹 다 불어버릴 것이야. 당신이 좋아 죽는 저 까칠이 아가씨가 글쎄, 완전히 글러 먹게 생겼다고! 네 언니가 얼마나 딱딱한 사람이었는지는 나보다 네가 더 잘 알고 있지? 나중에 혼났다고 해서 눈물이나 질질 짜지 말더라고, 알아 듣겠어?"


"마음대로 하시지요, 이 망나니 같은 여자야! 그런다고 해서 누가 무서워 할 줄 알아?"


"이..."



말이라는 것은 본디 입과 인연이 깊게 되었던 일로, 그 모든 것들이 분명 머릿속 창고에서부터 차곡히 쌓여진 지식들을 잠시 빌려 오기로 한 것이었다. 그렇기에 이러한 행위에 있어서라면 더더욱 눈앞의 여자를 이겨 먹지 못한다 라는 쉬운 자연 섭리를 이해하기로 하였던 하린의 뇌는, 아둔한 몸뚱아리의 주인으로부터 조속한 항복을 권고할 것을 꼬여 가는 한심한 뒤통수를 향해 빨간 경고 신호등 빛을 내비치기로 한다.


대부분의 상황에서 이럴 경우 발작 벌레의 어린 아비께서 "떽!" 하고 소리를 질러와 위엄 있는 손가락을 딸년 미간 종잇장 꾸부릴 용도로 쓰시기 까지, 여자는 막연한 고대감 만을 지니기로 해 입 깨문 기대 속 작은 희망 주머니를 만지작 조물 대기로만 하였다.


최대한 불쌍한 표정을 지어 보았던 것으로 존경스러운 자가 서있는 곳을 향해 비굴했던 마음을 보다 많은 동정심으로 환산하기를 바라며, 여자는 그의 환심 사들이기를 바짓 가랑이 붙들어 내일 애원 하기로 한다. 최근의 잦은 경험으로부터 빗물에 싹을 돋아나게 만들 수 있었다 하던 그녀 나름대로의 작은 콩나물 지혜라 할 수 있겠다.



'응?'



그러나, 속 시커먼 여자의 기대와는 달리 오늘의 그녀 아비께선 어쩐지 너무나 상냥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언제나 고지식하게 굴기로 하였던 그의 어깨는 연상 상대로 하여금 버릇없게 행동한 딸년의 입을 예전처럼 대차게 혼내 키기는 커녕 보자기 같은 손바닥을 천천히 위로 올려 들어 보드랍다 이르던 자식 녀석의 복숭아 껍질을 슬며시 볼 쓰다듬어 주기까지 했다.



"너무 무리 하지 마세요, 유리. 유리가 아프면서 까지 이렇게 해야 할 이유는 그 어디에도 없잖아요?"



다정하게 말을 건네오는 아비의 손을 향하여 건방졌던 딸년은 "괜찮아요, 도련님. 저, 충분히 이겨낼 수 있어요." 라고 새색시들의 믿음을 반듯이 포개어 놓기로 했다. 차분히 내려 앉아지는 현모양처의 푸른 속눈썹에서는 별다른 감정 없이 살기로 한 딱딱한 팥 씨의 마음 속에도 애틋함이란 것이 심히 스며 들게 만들었던 사뭇 처량함이 깃드는 것이었다.


상당히 아슬아슬 한 위치까지 내려져 가는 젖은 날개의 모습은 실컷 구박 당해온 빨간 황무지 처자에게도 다시 한번 측은한 마음을 일으켜 세우는 또 한 가지의 슬픔의 형태라 일컬어 보겠다.



"보세요, 형제. 여기엔 사정이 좀 숨어 있습니다."



더 나아가, 누구보다도 새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주장 하던 갈색 머리 투견 마저 "오늘은 이쯤하고 넘어가 주시죠." 라고 시시한 제안을 해올 정도가 되었으니. 예쁜이의 상태가 영 좋지 않았다 라는 것을 붉은 여인은 재차 이유를 캐묻지 않아도 현 상황에 대해 충분한 이해를 가질 수 있었다.



"뭔지는 몰라도 일이 있긴 있었나 보네. 그런데, 이 상황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나를 그 깐깐한 녀석은 도대체 왜 불러다 놓은 것이지?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제삼자의 입장이 맞아 보이는데 말이야?"



알 수 없는 무엇이 존재 한다 라는 것을 큰 노력 없이도 깨닫기로 한 진홍빛 머리, 의표를 찌른다는 멋들어진 행위를 여인은 일행들 앞에서 생전 처음 지혜를 밝혀 두기로 했다. 제삼자 라는 말에 담겨진 그녀 말의 의의처럼 이번 사건과 연관하여 하린이란 인물이 이곳 장소에 모습을 드러내야 할 필요성은 본 사건 당사자들 역시 딱히 이렇다 할 이유를 전혀 찾아내지 못해, 어려운 수수께끼로만 그것을 의문에 남겨 두어야 했다.



"실데론 님께서 불러서 오셨다, 지금 그리 이야기 하신 것입니까? 이 땅의 둘째 별께서 그대를 이곳으로 불러냈어요?"



'깐깐한 눈썹' 이라 여동생과 함께 단 둘이 뒤에서 수군 거렸던 일을, 귀가 밝게 된 사내는 그날 엿들을 수 있었던 모양. 하여, 두 번째 별이라는 낯 부끄러운 말까지 꺼내 놓기로 한 낭만주의자를 향해 오랜 동료를 어깨 위에 걸쳐 본 현실주의 여성은 엘프 동생이 들려준 있는 그대로의 놈의 말을 형제에게도 친히 전달해 주기로 한다.



"응, 우리 아가씨가 나더러 이곳에 오라 말을 전해 받았다 하던데? 요놈까지 꼭 챙겨 가라 하면서 말이야."


"정말입니까? 진실로 당신 더러 이것을 들고 찾아오라, 그리 말씀을 전하셨다구요?"


"그렇다니까? 그래서 내 딴에는 「이번에는 놈이 나랑 한판 붙고 싶어하는 건가?」 라는 생각이 잠시 들기는 했었는데 말이지, 아무래도 그것은 좀 아닌 것 같고... 어때? 형제는 나보다 머리가 훨씬 더 똑똑한 처지이니, 그 이유를 좀 알아낼 수 있을 것 같아?"


"아니요, 그것에 대해선 저 또한 진의를 파악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단지, 이번 일로 누군가 다치지는 않았으면 하는 것이 제 미숙한 바램이 되었을 뿐이지요."


"다치다니? 직접 치고 박고 할 것도 아니면서 뭘 그리 두려워 하고 있어? 내가 엎어져 자는 동안 놈들이랑 싸울 일이라도 생겨난 것이야?"


"아뇨 아뇨, 절대 그렇지는 않습니다. 이것은 뭐랄까... 아이고, 저도 이런 일은 처음인 지라 뭐라 말씀을 못 드리겠네요. 그저 약간의 민감한 이야기를 물어보려 한다. 그 정도로만 여겨주시겠어요?"


"민감한 이야기? 갑자기 비밀이라도 들춰내 보시게?"


"뭐 그럴 수도 있고, 혹은 아닐 수도 있구요."



멋쩍게 귀 옆을 긁어 보이는 친구에게서 특별히 진실을 숨기려는 거짓 됨이 잡혀오진 않게 되었다. 게다가, 눈 앞의 남자는 분명 자신과 같은 성질을 지녔다는 빨간 눈의 동향 사람. 불이 전해 주는 투명하다는 믿음을, 하린은 어쩔 수 없이 모두 신용해 보여야만 했다.



"알겠어, 아무튼 놈이 올 때까지 한 번 기다려 보자고. 그때 가면 도대체 뭔 일이 일어나게 된 것인지, 알기 싫어도 확실히 알게 되겠지."



어깨 위로 들쳐 메었던 거대한 친구가 이번에는 바닥으로부터 수직에 세워 지기로 한다. 이는 반드시 동료를 향했던 신뢰의 징표이자, 맡은 바 소임을 두고 전장을 떠나가지는 않겠다 하였던 그녀만의 부동한 맹세이기도 했다.


이 같은 기다림의 행위가 얼마 지나지 않은 시간 속에서, 두런 대는 발소리들과 함께 만남이란 유일한 기대 값을 쇠에 맺히게 되는 순간이란! 새벽녘 이슬처럼 그 결과물들이 슬그머니 운명 미끌어 지게 된다.


안개처럼 뿌옇던 이날의 흐릿함, 점차 맑음을 되찾으려 하는 아침 빛줄기를 맞아 떠오르는 태양과 함께 다시 선명함을 지켜내었음을. 편지 일행은 곧 일곱 별빛의 품 속에서 내일 찾아 들 개벽함의 일에 대해 미리 광명을 찾아 나서기로 한다.




***




"잠시만,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이 대성, 오늘은 분명 어린 싹을 위한 가르침의 자리라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헌데, 어찌하여!"



─ 이곳이, 저희가 왜 심판의 형태를 띄우기로 한 것이었습니까?



고지식한 둘째 별을 앞 세워 두었음에도 불구하고 전당 내부에서 감히 고함 치기를 선택한 청량한 목소리의 주인공. 거대한 쇠 몽둥이로부터 하얀 소녀를 구출해 보았다던 다니안이라 불리는 올곧은 믿음의 사나이였다. 황토색 장발을 날갯죽지 까지 늘려 놓기로 한 그의 찬란한 영혼 색은 지금, 자신이 어디에 서있는지 조차 장소를 감히 잊어낼 정도로 부드러운 인상 속 어울리지 못한 혈기를 경직된 뺨 위에 가득 띄워내는 중이었다.



"진정해라, 다니안. 그러다가 목구멍 달아나시겠다."



최고참 형님께서 꺼내 놓으시는 어설픈 농담 속에 주변 분위기는 더더욱 싸늘해져 감을 느끼게 된다. 가장 유순하다 이야기 하시는 셋째께서 목에 핏대까지 세워 항의를 하시게 된 마당에, 한참은 뒤틀려버린 상황 만큼이나 어울리지도 않는 농담을 자꾸 털어내기로 하시는 둘째의 기막힌 모습이란! 다른 형제들로 하여금 곡선의 등줄기로부터 한기 느껴가기에 가히 충분한 일로만 불행이 느껴져 왔다.



"진정하라니요? 제가 지금 어떻게 진정..."


"그만! 거기까지만 해라, 동생아. 그 이상은 더는 허락하지 않겠다."


"......"



윗선의 강압적인 태도에 타오르는 말을 끝까지 마쳐 보이지 못한 벌게진 눈동자, 뜨거움이 서려지게 된 그것의 표면에선 한 맺힌 깊은 서리가 조금씩 홍채 곁을 향해 투명한 뿌리를 슬며시 내 뻗어왔다. 그럼에도 이것을 꾹 삼켜 내기로 결정해야 했던 셋째의 꿈틀거리는 이마 핏줄은 본래 자리로 돌아갈 것을 이야기해 수평선 같은 눈꼬리 위 서슬 퍼런 원망의 빛을 복수 대신 감정 띄워 놓기로 한다.


다음 찾을 재앙의 시기에는 절대로 나서는 것을 참지 않겠음을, 넘어가는 것은 오직 이번 한 번 뿐이었다며 조용히 웃고 있는 망할 대상을 향해 다니안은 진득한 경고를 눈빛에 이르기로 했다.



"아이고, 무서워라."



그런 동생의 진심을 도대체 아는지 모르는지, 여전히 심드렁한 대답 만을 마치신 둘째께서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사람처럼 전혀 문제될 것 없다는 가벼운 발놀림으로 만남 주선을 위한 전당 중심을 향해 서둘러 머리 위치를 바꿔 놓기로 했다. 유리와 마찬가지로 전날 입은 예복보다 훨씬 더 긴 펄럭임을 갖기로 한 그의 팔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생동감 있는 당당함이 보다 활력 있는 그림으로써 남자가 지닌 자신감을 주위에 알려 놓기로 했다.



"......"



그 뒤를 이어서, 도살장에 끌려가는 눈빛으로 주선자 꽁무니를 개미처럼 잇기로 하시는 이 땅 유일한 태양이었자 곱게 빛나시던 노을 빛의 주인공. 루밀 아리우드라 불리우는 저 위대한 여인은 이제부터, 자신이 걷는 길이 마치 그녀 운명의 끝을 향해 뻗어져 있다는 사실을 이미 눈치채고 있기라도 하는 사람처럼. 본인 뒤를 따라 드리워진 숙연함의 그림자 끝에서, 타오르는 주변 눈동자들로 인한 매서워진 공기의 형태들을 단 한순간 침묵으로 얼어 붙게 만드시는 얼음 왕국의 왕좌 계단 위에 첫발을 사뿐히 올라가 보이셨다.


그토록 당당하게만 느껴졌던 여자의 걸음걸이도 이때를 기점으로 하여금 주어졌던 용기와 각인된 믿음들을 전부 잃기라도 한 천사처럼 어울리지도 못한 죄인의 초조함을 신을 모셨다 하는 영광스러운 발 밑에 점점 머뭇거림을 나타내기로 한다.


어째서일까?


잘못된 것이라곤 전혀 없다는 완전무결함의 삶을 드디어 얻게 되었노라 라고, 여자는 스스로를 절대 믿어 의심치 않기로 했었다. 그럼에도 떨쳐내지 못한 알 수 없는 불안과 변수들은 자신의 오른손을 계속해 붙들어가며, 검 손잡이 근처에 항시 손을 머무르라! 머리 주인에게 오래된 감촉 만을 계속해 안정 촉구해 오고 있다.


이는 단련을 경험해본 신체에서 나타내오는 모종의 긴급 신호라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으로, 죽음으로부터 스스로의 숨을 지켜내라 하였던 원초적 살기 어림이 경고라는 이름 아래 감정 구현 된 것 같다 말을 할 수 있는 것이었다.



"아, 안녕하십니까, 루밀 신관님. 저는 조일이라고 합니다. 여기, 이 녀석의 형님 노릇을 하고 있는 사람이지요. 하, 하하하!"



그러나, 여자의 관성적인 발걸음이란 정해진 끝자락 목적지 까지 주인의 명줄을 진실로 거뜬히 옮겨 내고야 만다. 저승사자와도 같은 암운을 품고 있는 어린 새를 가리켜 형님 소리를 지껄여 보는 속세의 인간이 그 사실을 재차 증명해 주고 있다.



"반갑습니다, 루밀 아리우드 라고 합니다. 제게, 도움을 요청 하셨다구요?"



이루어진 첫 만남을 향해 소박한 인사를 잠시 전하기로 하였으나, 루밀의 머리 속에는 당최 말하는 대상의 생김새란 것이 영 떠오르지가 않게 된다. 오직 다리 뒤편에 계신 작은 존재를 향해서만 두 눈은 배 닻 내리듯 시선을 고정 시키기로 하였다. 모든 감각을 총동원 하여 그를 향했던 이빨의 치명적 곤두세움을 루밀은 짐승들처럼 아주 날카롭게도 위협 선보여 낼 뿐이었다.



"도, 도움을 요청 드리기는 하였지만 그마저도 잘한 일이었을까 싶어 저는 지금도 일을 헷갈려 버립니다. 굉장히 부끄럽게도 동생 녀석이 할 질문의 내용이란 아이들의 순수함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것과 같거든요. 이러한 일로 신관 님의 귀하신 시간을 붙잡아 두는 것이 정녕 옳게 된 일이 었는지, 저는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물론 오늘의 만남에 대해선 이 땅 모든 여신들께 향해 무척 이나 감사 올리고 있는 상황이지만서도요. 아하하!"



존재를 보이지 않던 남자에게서 상당히 유창한 말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다. 그제서야 시선을 살짝 올려다 보기로 했던 여자의 생각은 자신의 소성을 그토록 괴롭혔던 강한 불꽃의 존재에 대해 나름의 해우를 잠시 가져 보기로 한다.


스스로에 대한 겸손함, 그리고 타인을 배려 하고자 하였던 원숙함이 묻어져 나오는 그만의 작은 친절들.


투쟁심만 가득하기로 하였던 붉은색 보석들이 감히 지혜와 버금 간다 말씀 하시던 바다의 따님과 도대체 어떠한 연유에서 대등한 싸움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었는지를, 그 이유에 대해 언니 별은 비로소 한 가지 길을 확연히 깨달을 수가 있게 된다.



"그렇지 않습니다. 그대와 같은 분이시라면 얼마든지 시간을 내어도 좋겠다고, 그런 느낌이 막연히 들기로 합니다. 저를 위해 스스로를 낮춰 오지 마시고 부디 동등한 위치에서 알고 계신 세상에 대해 보다 많은 이야기를 나누셨으면 합니다."


"세상에, 그렇게 까지 저 같은 놈을...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존경하는 이시여."



조일이란 남자에게 있어서 이번 만남의 일이란 말 그대로 감동 그 자체라 이야기 할 수 있겠다. 그녀를 알게 된 스무 살 시절부터 이어져 내려온 한 청년의 오랜 상상력은 어떤 이유로 이곳 자리를 마련하였는지 그 목적도 하얗게 잊어버릴 만큼, 차오르는 보배로움으로 인한 털 난 마음들을 한껏 망상에 취해 놓기로 한다.



툭툭.



여러 방향으로 정신 차리라는 의미에서 등 뒤에 숨어 계시던 꼬마 마누라 님이 자신의 쬐깐한 검지 손가락을 통해 남편 허벅지를 쿡쿡 찔러 놓기로 하셨다. 그제서야 "아." 하고 정신을 차려보기로 하는 아둔한 남편께서는 "헛헛!" 하는 멋쩍은 웃음 만을 계속해서 띄어 놓기로 해, 속 터지는 아내로부터 기막힌 여지들을 잔뜩 의심 심겨 두기로 한다.



"제 동생은 이미 만나셨다 하셨지요? 요놈이 원래 이런 녀석은 아니었는데, 조금 쑥스러운 일이 생긴 나머지 신관님 앞을 감히 나서지 못하겠다 이야기 합니다. 뒤에 숨어서 말하게 된 부적절함에 대해서는 부디 넓은 아량으로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렇습니까? 저번 만남에서도 그대 도련님께선 저와 눈을 마주치지 못하셨지요. 알겠습니다, 이 또한 저희 소관 안의 일이오니 형님 분께선 이 일로 너무 심려치 마시길 바랍니다."



삼 대성이 보여 놓은 걱정과는 별개로 루밀과 조일의 대화란 상당히 밝은 분위기 속에서 그 흐름들을 계속해 이어 나가기로 했다. 이를 확인하기로 한 주위의 낯빛에서도 쥐구멍에 볕이 든 집주인의 일처럼 굳혀가던 표정들을 서서히 밧줄 풀어보기로 한다.



"저기요."



순간 해이해진 분위기를 타 '할 말이 있다' 라, 이 소성 제이는 붉은 머릿결 곁을 거슬러 타고 올라가 빨간 머리의 주인으로부터 슬쩍 말을 걸어 보기로 했다.



"응? 뭐냐, 너?"



위대한 여자와 같이하는 일행의 시간들을 유심히 관찰해 보기로 하셨던 검은색 쇠 몽둥이. 얼굴은 대충 알고 있었지만 딱히 말을 섞어 보진 않기로 했던 어린 사내 자식 놈이 갑작스레 이성을 향해 말을 걸어 놓기로 하시자, 관심 없던 마음과는 별개로 어려 빠지기만 한 놈을 향해 여성은 잠시 나마 그녀의 흥미를 내어주지는 않을 수 없게 된다.



"제 이름은 제이라고 합니다. 오늘 처음 인사 올리는 것이지요? 아, 그래도 큰소리로 답 하지는 마세요. 아니면 이렇게 속닥 거리게 된 일이 모두 쓸모 없어져 버리니까요."


"잉?"



한 손으로 입을 쏙 가려가며 최대한 소곤소곤 말하기로 하는 상대. 때문에 특별히 숨길 이유가 없던 연상의 여자마저 지녔던 다부진 몸을 괜히 움츠려 보기로 한다.



"하얀 머리 아가씨가 보내서 오셨죠? 그거 제가 부탁한 거예요. 당신이 와줬으면 해서요."


"네가 날 불렀다고? 저 깐깐한 놈이 아니라?"


"네네, 맞아요. 일을 편하게 진행 시키고자 잠시 그분의 이름을 빌리기로 한 것 뿐이었죠. 아무튼 제가 당신을 이곳에 모시고자 한 이유는 여기서 한 가지 부탁을 드리고자 그렇습니다."


"부탁?"


"예, 부탁. 대단한 것은 아니었고요. 그저 예, 아니오로만 답을 해주셨으면 합니다. 여기까지 제 말, 잘 알아 들으셨나요?"


"어어, 계속 해봐."


"좋습니다. 저번 대련의 당신께선 모처럼 단박에 쓰러지지 않기로 하셨었지요. 혹시나 하여 여쭤보는 것인데 그것을 스스로도 느끼고 계셨습니까? 전과는 달라졌다 라고?"


"저번과는 달라졌냐고? 달라지기야 했었지! 우리 아가씨께서 요상한 약을 지어 주시는 바람에 그것을 꼴딱 삼키기로 했었거든. 지금도 약 기운이 머리에 남아 아주 미쳐 돌아버릴 지경이야."


"오호라, 듣던 소문대로 아직 증상이 남아 계셨군요? 그것 참 다행입니다."


"다행? 다행이라고? 내가 죽겠다는데, 그게 다행이야? 이 놈을, 확!"


"아니, 잠시만!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위협적으로 주먹을 들어 올린 빨간 곰과 그것을 막기 위해 양 손바닥을 닿지 않을 만큼 뻗어 보이는 사냥꾼. 눈 앞의 여인보다는 주위 풍경만을 계속해서 의식하기로 한 그가 쉬쉬 소리를 내며 성난 곰의 팔을 조심스레 뜯어 말리기로 했다.



"조금만 작게, 작게 말씀해주세요. 제가 당신이랑 속닥 거린 것을 넷째 형님께서 보신다면, 일 년치 놀림 감은 충분히 되고도 남을 것이라구요! 그리고 말입니다? 다행이라는 것은 당신이 아파해서 다행이란 것이 아닙니다. 약효가 남아 있어줘서, 그것이 행운이란 뜻이었어요."


"행운?"


"네, 행운! 제가 생각한 대로 당신만이 들어줄 수 있는 한 가지 부탁을 저는 여기서 드릴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지요. 어때요, 한 번 들어보시겠어요?"



운 소리를 감히 입에 지껄이던 그는 이제 생글 웃음 까지 짓기로 한다. 세상 천진난만한 미소를 띄운 상대를 보고 옛말 따라 차마 웃는 얼굴에 화를 낼 수는 없었던 빨강의 분노는 "계속 해봐." 라는 텁텁한 답 만을 아주 못 미덥도록 자리에 내비치기로 한다.



"지금부터 그대 도련님께서 루밀 신관 님을 향해 여러 질문을 시작하실 예정이신데요. 당신께선 다른 곳에 신경을 두지 마시고 오직 저희 대장 님께만 주의를 두셨으면 합니다. 쉽게 말하자면 그분께서 특이한 행동을 보여 오시는 가 만을, 계속해서 확인해 달라는 뜻입니다."


"나더러 저 여자를 잘 지켜 보라고? 네놈들 대장을 감시라도 해 달라는 말이야?"


"그렇지요."


"제정신이냐?"


"제정신이라니요? 왜요? 어디 문제 있어요?"


"......"



너무나 어처구니 없는 제안에 하린의 입은 결국 말문을 열지 못하였다. 그녀 생각에 이곳 사내놈들이란, 저 앞에 서있는 여자를 향해 내놓고자 하였던 기초적 감정이라 하였음은. 품에 들이고 싶다 라는 암수의 욕망을 포함하여 태어남으로부터의 감사, 즉 부모를 향한 존경 그 이상의 것을 닮아 있다라, 떠 받들어 줬던 행위 만큼이나 놈들이 지닌 충성심의 본질을 하린은 애정이라고 인류애를 믿어 의심치 않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토록 좋아 죽을 때는 언제고, 이제와서 내뱉기로 한다는 말이 고작 쥐새끼들이나 지껄인다는 뒤 구린 배신이라니? 곧바로 목을 좌우 비틀고 싶었음을, 눈을 동그랗게 치켜뜬 채 갸웃 거리기만 하는 저 모질이 앞에서 감히 진심을 들춰내 보이고 싶었던 하린의 의기투철 한 마음이 있었다.



"꺼져! 그런 쓰레기 같은 말, 더는 듣고 싶지도 않아. 이 한심한 양아치 새끼 같으니 라고."


"어어? 대체 뭐가 문제입니까? 그냥 대장 님만 잘 감시해 달라니까요?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었잖아요?"


"시끄러워, 난 너처럼 비겁한 놈이 세상에서 제일 싫어! 내 손에 꺾이기 싫으면 빨리 네놈 형님들 한 테나 가서 빌 붙어 보는 쪽이 좋을 거다. 저 여자가 곁에 없는 이상, 네 녀석들은 이제 무엇도 아니게 되니까! 이 개똥 쓰레기 같은 놈들."


"...뭔가 오해를 하고 계시는 모양이네요. 좋습니다, 그렇다면 말을 좀 달리 해보지요."



어째서 인지 낮게 된 자신을 향해 희뜩한 살기를 한껏 뿜어 내기로 하시는 여자, 그런 상대를 보고 이 소성은 그의 생각에 강한 오류가 있다는 사실을 문득 깨닫기로 한다.


하늘도 가를 수 있다 이야기 하시는 대장 님의 검을 향해 꺼지지 않는 투기를 용기 있게도 비춰왔던 것으로, 이제껏 두 번이라는 패배를 연속해 속 쓰라리기를 결심한 하린이라 이름 붙여진 여자. 그런 그녀가 약함으로부터 탄생하게 되었다 라는 강함에 대한 대개의 질투심 보다야 강자에 대한 존경과 쌓아 올린 노력에 대한 충분한 인정으로써 속마음을 충만히 채워 놓았다는 것을, 제이는 '생각보다 괜찮은 사람인가?' 라고 여인 몸 속 협이 가득 찼음을 비로소 실력 인정하기로 하였다.



"저희 대장 님으로부터 그대 도련님을 구해주세요. 이건 분명 하실 수 있는 일이시지요?"


"뭐?"



지붕을 내리깐 채 집요한 화를 이어가는 중이셨던 하린의 일자 눈, 또 한번 놈의 농간으로 인하여 그녀의 눈꺼풀을 동그랗게 뜨일 수 밖에는 없었다. 이 생글 굴러다니는 남자 놈의 입에게서 도대체 몇 번째 놀아나게 되었던 것인지? 모든 사실을 다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자의 마음은 반복되는 같은 이변을 통해 된통 뒤통수를 허락해주어야만 했다.


어린 놈이 내뱉는다는 말에 담겨진 숨겨지지 못하였던 진의란, 저 빛과 같다 칭송 받던 여인네가 갑작스레 자신의 콩알 만한 도련님을 위협해 감히 공격 의지를 드러내 올 것이 다분히 존재하였다 라는 말이 아니던가? 머리가 작다는 쪽이 이것을 듣게 되었을 지라도 그 해석은 반드시 하나로 나타날 수 밖에 없는 것이었다.



"너 진짜 죽고 싶어? 사람 놀리는 일이 그렇게나 재미있어?"



이 역시 마땅하였던 화를 여자는 당연히 성질 질러 오기로 한다. 그러나, 움츠러들 것이란 피해자의 기대와는 달리 가해자 녀석은 한술 더 뜬 승리의 말을 슬며시 미소 지어 맞 받아치기로 한다.



"여기서부터는 순전히 믿거나 말거나 싸움 입니다. 현 상황에서 대장 님의 진심이 담긴 일격을 막아낼 가능성이란 하린씨, 당신 밖에는 남지 않게 되었는 걸요. 지금껏 그녀의 경지 근처에도 다다르지 못한 저희의 게으름을 목청 높여 탓하셔도 좋습니다. 너무나 앞서 가버린 저희 일등성을 한 없이 원망하셔도 좋아요. 다만 그보다 훨씬 더 좋게 된 일이란, 우리의 사랑스러운 도련님께서 소중한 몸을 다치시기 전에 그대께서 친히 그분을 지켜 주시는 일이 되겠지요."



─ 저는 당신을 믿겠습니다, 믿음직한 도전자여. 이전 아가씨의 일처럼 이번에도 그녀의 검으로부터, 부디 그대 도련님을 확실히 지켜내 주시기 바랍니다.



놈이 지껄이는 말에 하린은 재차 반박을 가하지는 못하였다. 멍하니 먼산 쳐다 보기로 하는 그녀를 향해 의미 모를 미소만 실컷 띄어 놓기로 한 저 어린 놈의 자식은, 제 할 말은 더이상 없었다는 양 너무나 교양 넘치도록 현 자리를 쉬이 떠나 가기로 하셨기 때문이다.



"아이씨, 도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길어봐야 이틀 정도의 공백, 그 짧은 게으름의 시간들이 이런 식으로 본인을 괴롭혀 올 것이라곤 전혀 상상 할 순 없었던 복잡해진 더벅 머리. 여전히 죄 없는 뒤통수 만을 계속해서 긁어 대기로 하여 심히 재수 없던 녀석의 말에 따라 하는 수 없는 감시자 역을 억지로 떠 맞기로 한다.


그녀의 천명은 이제부터 아이를 지키는 보모요, 붉은 기운을 뿜어 내는 양 눈은 지금부터 태양과 달을 대신하는 등대 불빛으로 파장을 전환을 해 한 여인을 향한 주목된 빛을 강하게 집중 시켜 보기로 한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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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의 심부름(두 아이의 이소)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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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검의 회고록 6 24.09.14 3 0 26쪽
22 검의 회고록 5 24.09.07 4 0 29쪽
21 검의 회고록 4 24.08.31 7 0 26쪽
20 검의 회고록 3 24.08.24 8 0 25쪽
19 검의 회고록 2 24.08.17 9 0 24쪽
18 검의 회고록 1 24.08.10 11 0 24쪽
17 시작된 심판 24.08.03 10 0 25쪽
» 묘한 제안 24.07.27 9 0 34쪽
15 흔들리는 저울 24.07.20 7 0 24쪽
14 얼굴에서 드러나는 진실 24.07.13 7 0 22쪽
13 자매를 찾은 두 번의 패배 24.07.06 5 0 26쪽
12 완벽함의 투우사 24.06.29 8 0 25쪽
11 똑 같은 후회, 색 다른 결과 24.06.22 8 0 24쪽
10 닮아 있는 앙숙 24.06.15 10 0 27쪽
9 산군의 약속 24.06.08 9 0 26쪽
8 어린 신부와 어설픈 신관 24.06.01 9 0 26쪽
7 가짜 부부 24.05.25 9 0 26쪽
6 붉은 갈기 24.05.18 10 0 25쪽
5 산뜻한 시작 24.05.11 12 0 22쪽
4 계약은 천천히 24.05.04 10 0 23쪽
3 편지의 뿌리를 찾아서 24.04.27 9 0 28쪽
2 찾아온 손님 24.04.20 10 0 22쪽
1 남아서 집을 지키는 것 24.04.15 21 0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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