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의 심부름(두 아이의 이소)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일반소설

thirdfloorman
그림/삽화
3F
작품등록일 :
2024.04.15 12:46
최근연재일 :
2024.09.14 01:00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202
추천수 :
0
글자수 :
266,627

작성
24.08.03 01:00
조회
9
추천
0
글자
25쪽

시작된 심판

DUMMY

집행자, 그들이 이루는 심판의 형태란 뭇사람의 막연한 상상보다 훨씬 더 간단한 형식을 취하기로 한다.



"자리에 계신 분께서는 모두 정해진 장소에 발을 위치하여 주십시오. 답을 구하고자 하는 이시라면 저의 왼 편에 서셔서, 이해를 얻게 될 순간이 찾기까지 되도록 많은 질문들을 해오시고. 답을 요청 받을 분께서는 이쪽 오른 편으로 나아와 당신의 솔직한 답변을 있는 그대로 보이시면 되겠습니다."



현 시대의 모든 심판은 세 가지 요건이 자리에 충족 되었을 때, 비로소 주어졌던 임무를 착실히 수행해 나가기로 한다. 특수한 경우가 발생되어 그것을 계기로 하여금 상대방으로부터 하나의 요구를 이르게 된다 라는 이른바 『제 1 요청자』 와, 이에 대한 대응을 모두 이룩해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 말하는 『제 2 응답자』. 마지막으로, 그것의 결과를 결정지어 줄 『제 3 집행자』 가 같은 공간 속 함께 존재 하게 되었을 때 만이 거창한 이름을 명명 받게 된 이것은 그 이름 값에 걸 맞는 가을 날의 결실들을 보다 큰 부끄러움 없이 세상으로부터 값진 의미를 얻어갈 수 있기로 한다.


이는 천칭의 구조를 생각해보면 매우 쉽게 되었던 일로. 양 저울 위에 오른 당사자들에게서 부름을 받기로 한 정당성이라는 이가, 주어진 상황으로부터 하사 받게 될 유일한 임무란 단순히 그 나타나진 기울어짐에 대해서 보여지는 결과 값을 거짓 없이, 있는 그대로 보고 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때문에 저울 그 자체라 불렸던 둘째 별 실데론에게 있어 이번 집행의 역할이란 가히 천직이라 부를 만큼 굉장히 어울리는 옷을 입게 되었다라 적재적소를 알맞게 이야기 할 수가 있겠다.



"저는 계속 여기 서있으면 되는 것일까요? 아무래도 보여지는 맵시란 것이 상당히 어색하게만 느껴지는데 말이어요..."



오늘의 제 1 요청자 이자 여전히 형님 무릎 뒤에 숨어있기를 원하시는 검정색 부끄럼쟁이 소년. 스스로도 너무나 어처구니 없는 형국이라는 것을 잘 이해하고 계셨는지, 고개만 빼꼼 내밀어본 그가 이날의 담당관을 향하여 자신이 지닌 쑥스러움을 우물쭈물 말 여쭈어 가기로 했다.



"괜찮습니다, 그대가 지닌 특별한 사정 또한 충분히 이해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것으로 인해 나타나질 문제는 전혀 없다 라고, 보다 확실한 믿음을 당신께 밝혀 놓는 바가 되겠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루밀 신관님?"


"......"


"루밀 신관님?"


"어? 아아, 그렇네! 나 또한 그대와 같은 의견일세, 실데론이여. 이것은 단지 물음에 답하기만 하면 되는 일이 아니었던가? 보다 중요하게 생각할 것은 어린 싹의 갈증을 해소 시키는 일이지, 내가 보답 받고자 하는 일이 절대로 아니었으니 말일세. 부디 그대 뜻대로 하시게나. 그것이 분명 옳게 된 길이었겠지."



"하하." 하고 힘 없는 웃음을 떨구기로 하는 제 2 응답자의 축 쳐진 입 처마 끝이 상당히 머쓱하다 멋쩍은 이야기를 해오신다. 여자는 곧 쭉 뻗은 구레나룻 사이로 뻣뻣해진 검지 손가락을 쑥 하고 파고 들어가, 나타나진 어색함들을 서서히 부스럼 긁어 놓기로 했다.


저 놀라운 광경들을 두 눈에 직접 확인하기로 한 주위의 별들에게선 나타난 기현상에 대해 번뜩여 오는 머리 의구심들을 구겨지는 미간 사이 잔뜩 질문 띄워 보기로 한다.



"지금, 나만 보고 있는 것이 아니지? 저기 형님 곁에 서 계시는 분이 진실로 그녀의 언니 빛이었다고? 우리 막둥이 별이 아니었고?"



도저히 참지 못하겠다는 간질의 행위로써 마찬가지의 검지 손가락을 그녀로부터 가리켜 내기로 하는 방정 맞은 입질의 참을성 부족한 사 대성. 그의 주책 맞음으로부터, 다른 이의 마음이 현재 어떻게 변해 갔는지를 무척 이나 잘 대변해주고 있다.


위대한 여인을 변호하겠다는 명분을 앞세워 전당 내부에 감히 소리치기를 꺼려 하지 않기로 하였던 이 땅의 셋째 별 마저도 제일 깊다는 수심 속 배 다른 여동생의 푸른 머리카락 빛을 본인 얼굴 위 새파랗게 색깔 질려 놓기로 한다.



"......"



이토록 황당함이 함께한 자리였음에도 불구하고, 유일하게 반응을 나타내지 않기로 하는 첫째 별의 가장 소중했다던 소성. 누구보다도 담담하게 현상을 받아들이기로 마음 먹은 그녀의 두둑한 배짱이란 우직한 시선, 소를 닮아 있던 고집으로써 자리를 한사코 머물기로 결정해 가장 소중했다 말하는 두 사람 간의 진중한 대화를 묵묵히 귀 지켜 나가기기로 했다.



"좋습니다, 이것으로 우리는 모든 준비를 끝마쳤습니다. 도련님께선 당신이 지닌 질문들을 하나 씩 꺼내 놓으시기 바랍니다. 시간이란 우리에게 얼마든지 주어지게 되었으니, 부디 저희의 하루를 위하여 당신의 예를 더는 의식하지 말아 주십시오. 그것은 저희가 원하는 바가 절대로 아니게 되겠으며, 그대의 고민을 해소 시키는 것이야 말로 신관이란 자들에게 본디 주어졌다는 단 하나의 유일한 사명이 되었으니까 말입니다."


"...알겠어요, 둘째 신관님. 최대한 용기 내서 말을 해볼게요."


"멀리서 찾아와 주신 분이시여, 세상의 어린 가르침아. 그대 곁엔 항상 제가 있다는 사실을 결코 잊지 말아 주십시오. 전 언제나 그러하듯 예절의 곁에 남아 여신께서 남겨 주신 세상의 아름다움을 지키고자 목숨을 걸어볼 예정입니다."



우는 아이 달래는 듯한 모습과 함께 작은 감동을 일러와 주는 이날의 노련하신 집행자님. 언뜻 보면 이것은 다 큰 어른이라면 당연히 짊어졌어야 할 자연스러운 소명이었자, 누가 봐도 옳다 라는 느낌을 받게 해줄 마땅함의 행위로 의무를 여길 수도 있었다.


허나, 어린 상대로부터 보여 주는 신뢰 가득 담긴 그의 미소란. 제 2 위치의 여자에게서 불안함을 느끼게 만들었던, 같이 쌓아 올린 추억의 탑 역시 한순간 외면 시키게 해 버리는 가혹한 숙명의 것이었다 라 사건을 이치 해석해 보겠다.


절대적 위기, 집행인의 인자함은 그 의도가 어찌 되었든 간에. 서있던 여자의 가슴을 향해 점점 강한 압박을 이어 나가기로 한다. 루밀 아리우드의 심장 내부는 이처럼 재차 찾아 든 절체절명의 시기로 인하여 어제보다 더한 높이 위에서 세찬 활강을 숨 죽여 준비 하기로 하였다.



"우선 첫 번째 질문을 시작 하겠습니다."



잠시간 뜸을 들이기로 하는 여인의 공포, 그 고통스러운 첫 번째 시련을!


죽음과 닮은 아이는 나지막한 목소리로써 차분히 그녀의 죄를 현장에 고해 놓기로 한다.


그 내용이란 이제 다음과 같겠다.




이 땅의 첫째 별을 뵙게 된 날, 저는 그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볼 수가 없었답니다.


당시 그녀의 눈이란 저에게 있어, 먹구름에 가려진 태양처럼 본래의 당연한 모습들을 전혀 보이지 못하는 상황이었고. 그 속은 알 수 없는 공허들로 붐벼와 무서운 분노들이 가득 넘쳐 흐르게 되었습니다.


마주하지도 못한 공허를 어찌 분노라 표현하였느냐 라고 물으신다면, 손바닥 피까지 졸이게 만드는 붉은색 번뜩 거림이 가려진 흐림 사이로부터 중간중간 지닌 날카로움을 알려 오기로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는 마치 종이 위로 연필 선을 마구 그어낸 모습과 닮았으며, 나무 판이 닳아 없어질 정도로 천천히 표면을 베어내기로 하였던 엷은 검흔의 흔적들을 손에 확인하는 일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분노 라는 이야기를 감히 꺼낼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구요.


제 첫 질문은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루밀 신관님.


당신께선 현재, 바라보는 세상에 대하여 어떠한 마음을 품고 계십니까?


혹, 신관 님을 반하게 하실 만한 일들이 주위로부터 거슬림을 나타내기로 한 것입니까?




아이의 형님께서 미리 일러 놓았던 아이의 순수함을 닮았다는 부끄러움이 과연 무엇을 의미 하였는지, 너무나 추상적인 질문들로부터 주변인들의 난처하게 된 마음은 그만 어떠한 답도 구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그럼에도 관객들의 얼굴이 지녔던 난해함을 찡그러뜨림 대신 경악에 띄워 놓기로 한 것은, 그들 대장께서 뜸 들여 고민을 해보시는 평소 같은 자연스러움을 얼굴에 밀쳐내고 서는 자리에 풀썩 쓰러지기로 이채로움을 선보여 오셨기 때문일 것이다.



"대장, 님?"



셋째의 손이 막연한 주인의 옆구리를 떠나 쓰러져 가는 여인을 향해 강한 방향성을 가리켜 내었다. 그러나 벌벌 떨리는 손바닥으로부터 양 눈을 푹 감싸기로 하는 그의 상관 모습이란, 평생을 차분하기로 했다던 그 존경스러운 호흡마저 스스로의 장점을 모두 잃어버린 후가 되겠다.



"저는, 저는..."



너무나 안타깝게도, 이날의 루밀 신관은 어린 싹의 질문에 대하여 그 어떤 대답도 제대로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 된다. 그렇기에 이날의 집행자께선 다음 진행을 이어가기 위한 정해진 순서를 어쩔 수 없이 잠시 뒤바꿔 보기로 한다.



"질문자께선 다음 순서를 우선 이어가 주시겠습니까? 괜찮습니다, 이 또한 정해진 일이라 저는 말을 해 보이겠고. 충분히 예상하던 바였다 라 상황을 설명 드릴 수 있겠습니다. 하오니 저를 믿으신다면, 부디 다음 걸음을 용기 있게 이어나가 주십시오."



꿈처럼 느껴지기로만 한 형님의 맞선 상대, 그녀가 보여오는 격렬한 거부 반응 때문에 완성 되어 있다는 성인 남자의 몸 또한 벌어진 어깨를 움찔 거려 놓을 수 밖에는 없었다. 이때 생겨나게 된 빈틈으로 인하여 본인 역시 여인의 상태를 살펴 보기로 한 작은 마음은, 철썩 이는 파도처럼 그 거센 흔들림들이 키워내지 못한 작은 관록 속에 도저히 감정 감춰 낼 수는 없어 헉 소리 냈던 입을 손에 비명 틀어 쥐고야 말았다.


허나, 굳세게 나아가 달라는 믿음의 부탁을 재차 받아 들기로 한 작은 결심에선 이제 막 새로 돋아난 어금니들을 입에 악 물게 되었던 것으로. 제 살 깎는 다는 다음의 질문들을 힘겹게 이어나가기로 결심을 하게 된다.




알겠어요, 이어지는 것은 제 두 번째 질문이 되겠습니다.


루밀 신관 님을 뵌 그날, 저는 어떠한 꿈을 잠시 꾸기로 하였답니다.


그 꿈에 나타난 장소란 하얀 자갈 밭이 둥굴게 펼쳐진, 잔잔한 물이 발목까지 차올라 있던 곳으로. 호수 중심부가 마치 섬처럼 되어있는 한적한 장소의 땅이었습니다.


솟아난 섬 중앙에는 커다란 나무가 유일하게 하나 서있기로 합니다. 하늘 높이 치솟게 된 그것이란 그 끝이 구름을 뚫고 나아갈 정도로 한계가 보이지 않기로 하는 높다란 나무였지요.


높은 나무 곁에는 한 명의 소녀가 자리를 함께 하기로 하였습니다. 하얀 옷을 두루 입은 그녀는 자신의 왼손을 나무 줄기에 기댄 자세에서 구름 너머를 향해 본인의 시선을 보다 높이 두기로 하였지요.


이곳 주위는 그다지 바라보기 싫다 라는 사람처럼 말이에요.


참방이는 물을 가로 지르며 저는 꿈속 그녀 곁을 향해 몸 가까이 다가가기로 하였습니다. 그리고는 경악을 감추지 못했어요, 두려움을 느끼고야 말았지요!


수평으로 뻗어져 있는 날카로운 가지에는 사람의 신체가, 때까치가 꿰어 논 고깃덩이처럼 주렁주렁 시체 매달려 있기로 했거든요.


들쭉날쭉한 키를 지닌 이들은 전원, 나무로부터 심장을 관통 당한 상태로. 이들 발끝에서 흘러내린 피는 모두다 굳어져 검은 죽음을 발가락 방향에 나타내기로 하였답니다.


가까이서 확인해본 바로는 그들은 나이만 달랐지 모두가 같은 사람이었다는 것을 저는 알 수가 있었어요.


이들은 여인이자 하나같이 긴 머리를 지니기로 하였으며, 왼손의 약지 손가락이 본래의 자리에 존재하지 않게 된 모습을 함으로써 상처 입은 상황을 보다 쉽게 알려 놓기로 했습니다. 마치 힘으로 뜯어낸 것처럼 그 절단면이란 꽤나 성치 못한 상태가 되었어요.


그들이 누구였는지는 유일하게 숨이 붙어있는 소녀를 마주 했을 때, 비로소 그 정체를 한 눈에 알아 볼 수가 있었습니다.


달빛에 반짝이는 그녀의 얼굴이란 마치 어린 시절 루밀 신관 님을 연상시키는, 눈이 아주 차분해 보였던 아이였어요. 약지 손가락이 존재하지 않는 그 불완전한 모습을 한 채로 어린 신관님 그곳 자리를 또렷이 서있기로 하였지요.


나무에 걸리게 된 이들은 모두 어린 시절부터 시작한 지금 까지의 루밀 님으로, 이곳저곳 죽은 시체들로 하여금 불행이 가득 걸려져 있었다 라 지금 까지의 상황을 정리해 말할 수가 있겠어요.


이런 말도 안되는 상황 속에서도, 작은 루밀 님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표정으로 넋 놓아 하늘 바라보기를 계속 하셨습니다. 보이지도 않는 저 구름 너머를 향해 말이에요.


......


저 역시 마찬가지로 넋 놓고 그것을 바라보기로 하였을 때, 많은 거북이들이 이쪽을 향해 올라오는 중이란 사실을 뒤늦게 달그락 거리는 소리에 깨닫기로 했습니다.


가장 처음 나무 뿌리에 도착한 거북이는 어느새 사람의 형상을 모습에 이루어와 어린 신관 님 앞에 그 무릎을 천천히 꿇어다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분의 입은 『필요 없다.』 라는 말 만을 계속해 늘기로 하셨지요.


그러자 낯선 이의 몸은 전신이 양초처럼 녹아 내려갔고, 나무 뿌리 위에 지닌 모든 것들을 남김 없이 바닥에 쏟아내기로 하였습니다.


앉아 있던 사람은 곧 하얀 조약돌이 되었고, 바닥에 툭 하며 지닌 앙금을 떨어뜨려 놓기로 했습니다.


이후의 일은 이것의 반복이라 할 수가 있겠어요. 거북이들은 계속해서 올라와 사람이 되기로 하였으며, 인간이 된 이들은 그녀 앞에 나아가 끝끝내 작은 돌이 되었답니다.


그럼에도 신관 님은 여전히 필요 없다 라고 만 그 허무함을 예외 없이 반복해 나가셨어요.


이 일을 한 없이 바라 보기로 했던 와중에, 저 멀리로부터 파란색 거북이 한 마리가 힘겹게 올라오는 중임을 제 눈은 포착 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녀가 누구였는지는 보자마자 그 정체를 단박에 알 수가 있었죠.


서둘러 뛰어가 그녀를 말려 놓기로 했습니다. 밀어내고 밀쳐도 보고, 계속해서 파란 거북이를 먼 호숫가로 되돌려 보내 주었어요.


그럼에도 불행을 막지는 못했습니다. 제가 그녀를 돌려보낼 때마다 호숫가의 물들이 점점 섬 중심을 향해 영역을 넓혀 오기로 했거든요.


결국 파란 거북이는 유리가 되어버렸고, 그녀 또한 루밀 님 앞으로 나아가 투명한 물이 되어 한 없이 바닥 밑에 흘러 내려져 갔습니다.


때문에 저는 자리에서 울음을 멈추지 않기로 하였으며, 어린 그녀를 더 없이 원망해 보기로 하였죠.


왜 그랬냐는 저의 한 담긴 말에 소녀는 여전히 필요 없다 라는 답장만 이미 정해졌다는 일처럼 무심히 선고 내려주기로 하였답니다.


자, 이것은 제 두 번째 질문이 되겠습니다. 루밀 신관 님이시여.


당신은 지금, 어디를 바라보고 계시나요?


그곳에서 우리란 대체 어떤 의미를 지니게 되었을까요?


당신은 저희를...


사람을, 사랑하고는 계신가요?




쾅!


.


.


.




자신을 사랑하고 있느냐 라는 열두 살 철 없는 질문에, 그것을 대신 답 하기로 하였던 것은 주저 앉은 잔잔한 노을 빛이 아닌 어느새 수평선 위로 떠오르기로 한 새빨간 태양의 진노 였다.




***




"이봐요, 당신! 이게 대체 무슨 짓입니까? 가르침을 청하는 신성한 자리에 끼어든 것도 모자라 감히 신관 님을 공격하다니! 정녕 목숨을 잃고 싶은 것입니까?"


"입 닥쳐, 주둥이만 산 재수 없는 넷째 놈아! 내가 지금 눈깔 안 돌아가게 생겼어?"


"뭐요? 이 사람이 진짜!"



어느새 둘로 갈라지기로 한 진영. 둘째라는 점을 기준으로 하여금 그의 오른 편에는 다니안의 손에 이끌려온 루밀의 다리가 차가운 바닥을 향해 나란한 한 쌍을 힘 없이 누이게 되었다. 그녀가 서있던 장소는 이제 빨간 여자의 몽둥이 찜질에 의하여 말끔했던 평탄함이 움푹 달 표면을 닮아가기로 한다.


그런 미친 여자를 향하여서, 서둘러 경계심을 발휘하기로 한 넷째 별 발하이트는 그의 성난 검을 꺼내 들어 나타난 적을 향해 집행자들의 날카로움을 위협 선보여 놓기로 한다. 허나,



"이게 어떻게 된 것이냐, 루밀. 이놈은 아직 절반도 자라나지 못한 작은 애송이에 불과하다. 그런데, 무기를 휘두른 나한테도 보이지 않았던 살기를 감히 이 힘없는 녀석에게 향해 들어? 제정신이냐? 지금 나랑 장난치자는 것이야!"



곧이어 쏟아지는 강력한 적색 폭로에 갈고 닦은 기세들이 별 볼일 없이 꺾여져 내려가, 평형을 유지했던 그의 검 무게를 땅 속 깊이 고개 숙이게 만들었다.



"대장, 님?"



정신 나간 상대의 말만 듣고서 순간 뒤돌기를 결심한 발하이트의 눈동자. 자신의 섣부른 행동을 그는 심히 결과 탓하기로 한다. 여자가 내질러 온 비겁함의 의미를 깨닫고선 스스로가 고개 돌리기를 아니하기로 결정하였다면, 이런 일은 한동안이나마 그에게 관측되어 오지는 못하였을 진데...


그의 손 윗사람에게서 부축 받는 중이신 여자의 형상이란 더는 그가 알고 지내던 이 땅의 유일한 빛이 아니게 된 후라 할 수가 있겠다.



"지워야 해, 지워야 해... 그를 지워야만 해. 버림 받지 못하게, 그의 눈으로부터 나를..."



─ 나를, 숨겨내야만 해.



의미 모를 말만 계속해서 중얼대기로 하는 여자의 입. 그것은 주변의 별들에게서 나타나는 모든 빛과 열들을 한 점 숨 속에 전부 빼앗아 가버린, 우주의 깊은 수렁이라 할 수 있는 것이었다.


이 시각 루밀 아리우드를 향해 유일하게 입 구멍을 떠벌려 낼 수 있었던 비틀린 존재란 저 앞에 나아가 코를 열심히 씩씩 대기로 하시는 지독히 성격 더러운 빨강 벼슬 싸움 닭 뿐. 둘째 소성이 말한 유효한 약효란 어쩌면 이러한 것을 이야기 하였던 것인지도 모른다.


이 땅 정점에 서있다는 여자가 짓눌러 오는 압력 속에서 폐에 공기를 들이 쉬어 보겠다 라는 심히 머저리 같은 행위는, 머리를 최대한 가볍게 또, 가슴은 누구보다 뜨겁게 살아가기로 한 태양을 반만 모방하기로 하였던 미친 여자 말고는 도무지 따라 할 수 없다 이야기 하던 인간 외 경지라 할 수 있었다.



"......"



"크아악, 다 죽여버리겠다!" 하고 분노를 표출 하기로 하는 부담스러운 영장목 앞에서, 이것의 출처를 잠시 주변에 확인하고자 하는 집행인 실데론의 짙어져 가는 눈썰미. 주위를 둘러본 그의 맹금류 같은 눈빛에서 주인을 향해 열심히 엄지를 치켜세워 오는 중인 속 없는 녀석의 미소가 모처럼 범인 포착되어 오기로 한다.



'저놈이, 진짜!'



한 대 맞을 것을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는 것인지, 그 누구보다도 멀찍이 떨어져 있기로 한 제이에게서 주인 별은 어찌 할 줄을 몰라 답답한 주먹 만을 명치에 내려 치기로 한다. 망할 녀석의 의도가 무엇이었는지 그 또한 잘 이해하고 있는 부분이 되겠으나, 결과적으로 놈이 이룩하기로 한 이번 일의 최종 결말이란 말릴 사람이 하나 늘어난 것 밖에는 따로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어디서부터 꼬인 실을 풀어 가야 하나? 이것 참, 꽤나 난감한 상황이 되었네 그려.'



말썽꾸러기 동생 덕분에 일이 배로 늘어나게 된 가족의 맏형님, 그의 자신 있는 두뇌란 핏줄보다 두터운 형제 녀석들이 현재 어떠한 공포를 느끼고 있을지에 관해서는 특별히 관심 비치지 않기로 한다. 이 다음 이어질 그림에 대해서만 꽉차 가는 상상의 가경들을, 형님은 그의 머리 속에서 천천히 정립 쌓아 가기로 하였다.


오늘날의 루밀 아리우드, 그녀는 대체 무엇으로부터 자신을 이토록 숨겨내고 싶어 하는 것이었을까?


이토록 작은 소년이 일러 놓은 말 중 대체 어느 부분에서, 세상의 빛이라 떠들어 댔던 그의 위대한 상관이 이처럼 부끄러움을 일게 만드시는 중이었을까?


단서가 두 개나 모였음에도 불구하고 평소와 같이 서둘러 답을 속단 해낼 수 없었던 것이, 지금 그가 서있다 하던 불완전한 판사의 지지부진한 입장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사내는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는 일 마냥 찡찡 대던 머리 가벼운 여자를 바늘의 미끼 삼아서, 대어 낚시에 이용하여 볼 것을 임기응변에 방법 결심하기로 한다.



"감히 이 전당 안에서 위협을 가하였다 라는 불경스러운 행위는 그 끝을 보아야 결과가 마땅해질 것입니다. 둘 중 하나는 눈을 뜬 채로 밖을 나갈 수 없게 되었다 라는 말입니다. 제 말이 무슨 의미인지 그대는 이해하셨습니까?"


"아아, 그렇고 말고! 저 개 같은 년의 대가리를 박살 낼 기회가, 이 내게 다시 한번 주어지기로 했다는 것이지. 내 말이 틀렸어?"


"......"



표현은 굉장히 마음에 들지가 않았으나 가장 중요했다던 의미는 일단 상통하고 있는 중이었다. 이에 따라 얼음장 같은 분위기 속에서도 피식 하는 웃음 참는 일에 남자는 저도 모르게 실패를 하고야 만다.


그의 생각에 어쩐지 오늘이라면, 무적이라 불리던 고결한 하얀 검을 상대로 이 철 없는 몽둥이께서 첫 승을 가져갈 수 있을지 모른다는 경이로운 망상이 무심코 들기로 한다.



"신관 님을 다시 자리에 모셔와라. 그분이 일어나지 못하겠다 말을 전하신다면 너희들이 부축해서라도 이곳까지 일으켜 세워드려라."


"형님!"



그들 대장의 상태를 보고도 일을 진행시키겠다 외치는 둘째의 매정함에 넷째는 그의 맞형님 뒤를 따라 전당의 예절로부터 자신의 그림자를 멀리 벗어나 보기로 한다.



"뭐가 그렇게 재밌다 합니까? 지금 상황이 눈에 보이질 않으세요? 대체 여기서 뭘 더 어쩌겠다 하시는 건데요!"


"시작을 했으면 끝을 보아야지. 왜? 겁이 나느냐? 그녀가 잘못되기라도 할까, 그것이 두려워? 그게 네놈들이 말하는 그녀에 대한 그토록 강한 믿음이더냐?"


"뭐요?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셨습니까?"


"그래, 말이라고 했다. 내 말이 틀렸느냐? 존경이랍시고 뒤꽁무니나 졸졸 쫓아다니더니, 여인이 내는 향에 취해 정작 중요한 빛도 읽지 못하는 이가 내 눈앞에 서있다 하는 너희 신관이라는 나부랭이들이었다. 이를 두고 세상은 부끄럽다, 속 된 이야기를 겁 없이도 지껄여오겠지."


"형님!"


"데려오라! 진실로 그녀를 받치고 위하는 존재가 너희들이라고 했다면 내 말에 정신이 들어 대장을, 루밀 아리우드라는 별을 하루 바삐 빛의 길로 온전히 인도할 지어다. 그것이 내가 외치는 자랑스러운 동생들이었고, 둘도 없다 이야기 하는 나의 소중한 형제 님이셨다. 두려움을 이겨내고 비추는 미래를 향해 바라보는 꽃들의 용기를 지니거라, 발하이트. 세상에 흔들리지 않는 것은 아무 것도 없고, 우리의 샛별은 그저 난생 처음으로 그것을 마주하게 되었을 뿐이었다. 이날의 아픔은 곧 나중을 위한 회복에 있음이야. 그것을 이끌어 보는 것이 우리가 받은 은혜를 돌려주는 가장 큰 일이 될 수도 있어! 나를 믿어라, 형제야. 부디 나를 의지하여 그분을, 그녀를! 반드시 이곳에 모셔 놓거라. 이 형님께서 네게 이렇게 고개 숙여 부탁을 하마."


"......"



한참을 고민해 보던 남자의 동생, "젠장!" 이라는 익숙한 패배감과 함께 고개를 푹 숙인 최초의 팔을 어깨 뒤 거칠게 들쳐 매기로 했다. 그의 반대쪽에서는 셋째 형님의 결연한 허리 또한 또 다른 기둥이 되어 망연해진 허리를 최대한 가깝게 붙들어 매기로 했다.



"이곳에서 도망쳐야 해. 나는, 여길 벗어나야만 해."



사내놈들의 사랑은 결국 정신이 혼미해진 상태에서 다시금 저울대 위를 항하게 된다. 이것 만큼은 어떻게든 피해 보고자 열심히 몸을 바둥 거린 손아귀 속 금붕어를 본 딴 그녀였지만, 양쪽의 굳센 믿음으로 인하여 단단히 결박 되어 오는 여자의 육체는 죄인의 신분으로서 다시 한번 검은 달의 심판을 온몸에 내리쬐기로 한다.



털썩.



본래 자리로 돌아와 힘 없이 주저 앉기로 하는 주홍 빛깔의 죄. 공허한 색을 내기로 하는 그녀는 이제서야 눈높이가 맞아 떨어져 온 사신의 눈동자를 향하여 이끌리듯 그 속을 원 없이 응시해 보기로 한다.



"......"



어째서 일까?


여태 피하기 바빴던 상대의 동공은 더이상 죄인의 눈길을 더는 피하지 않기로 마음을 바꾸어 오셨다. 지금에와서야 루밀 아리우드라는 빛바랜 존재를 제대로 인식하기라도 했다는 일처럼 저 타다 남은 잿빛의 혼은 자신을 향해 역겨운 동정을 지독히도 내리 쏘아오고 있었다.



"큭, 큭큭큭..."



최후의 최후까지 도달해 서야 이렇듯 망할 헛웃음이 입 안 흘러 나오기를 작심해 낸다. 모든 것을 포기한 순간이 찾게 된 후에야 저 재수 없는 여유 녀석이 나타나 향기롭던 입 안을 마음껏 활개쳐 나갔다.



'결국 이렇게 되는가, 루밀 아리우드여? 너의 거짓은 어디서부터 시작하였으며 그것이 대체 무엇이길래 이리도 벌을 받기로 하는 것이더냐.'



내려놓자.


모든 것을 내려 놓고 눈 앞의 심판에게 자신의 죄를 고백하기로 하자.


도망갈 곳을 잃은 들개는 배를 바닥에 붙여 보아 높으신 상대를 향해 그녀의 낮은 복종을 자세에 취하기로 했다.



"잠시, 잠시 제 이야기를 들려 드려도 되겠나이까 나의 심판이시여? 이를 듣고서도 저를 용서치 못하신다면, 그때는 부디 당신 뜻대로 하겠나이다."



이후 이어질 일들이란 그녀가 전해 주는 빛의 어두운 과거 이야기가 되겠다.


루밀 아리우드가 지닌 유일한 비겁함이 침묵을 뒤따르는 걸음 속에 아주 조용하게도, 그녀의 발 끝을 회상에 옮겨가 보기로 한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구름의 심부름(두 아이의 이소)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3 검의 회고록 6 24.09.14 3 0 26쪽
22 검의 회고록 5 24.09.07 4 0 29쪽
21 검의 회고록 4 24.08.31 7 0 26쪽
20 검의 회고록 3 24.08.24 8 0 25쪽
19 검의 회고록 2 24.08.17 8 0 24쪽
18 검의 회고록 1 24.08.10 11 0 24쪽
» 시작된 심판 24.08.03 10 0 25쪽
16 묘한 제안 24.07.27 8 0 34쪽
15 흔들리는 저울 24.07.20 7 0 24쪽
14 얼굴에서 드러나는 진실 24.07.13 7 0 22쪽
13 자매를 찾은 두 번의 패배 24.07.06 5 0 26쪽
12 완벽함의 투우사 24.06.29 8 0 25쪽
11 똑 같은 후회, 색 다른 결과 24.06.22 8 0 24쪽
10 닮아 있는 앙숙 24.06.15 10 0 27쪽
9 산군의 약속 24.06.08 9 0 26쪽
8 어린 신부와 어설픈 신관 24.06.01 9 0 26쪽
7 가짜 부부 24.05.25 9 0 26쪽
6 붉은 갈기 24.05.18 10 0 25쪽
5 산뜻한 시작 24.05.11 12 0 22쪽
4 계약은 천천히 24.05.04 10 0 23쪽
3 편지의 뿌리를 찾아서 24.04.27 9 0 28쪽
2 찾아온 손님 24.04.20 10 0 22쪽
1 남아서 집을 지키는 것 24.04.15 21 0 2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