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의 심부름(두 아이의 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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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rdfloorman
그림/삽화
3F
작품등록일 :
2024.04.15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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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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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6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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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쪽

자매를 찾은 두 번의 패배

DUMMY

"여신께서 우리를 돌보시길... 자, 두분 모두 두려움 없이 나아가도록 하십시오."



시작을 알리는 제 3자의 낮은 파음, 그 뭉친 내려앉음이 삭막한 전당 내부를 고고히도 울려 놓았다. 동시에 숱한 결투 끝에도 티끌 하나 없는 전승을 자랑해오던 일 인자의 위대한 검께서는 집 밖에도 나오지 못한 그의 영광스러운 육체를 언제나 그러하듯 바닥에 쿵 소리를 내, 대지 위 왕의 영토를 깃발 대신 증명해 왔다.


이는 연상의 언니 불꽃께서 그녀의 하얀 동생을 포함한 모든 일행들에게 고백 하기로 한 패전 내용과 정확히 일치 하게 되는 것으로, 이에 따른 다음 순서로는 반드시 비틀 대는 빨간 양초 하나가 말끔히 정돈된 바닥을 향해 흘러내리는 머리를 재차 곤두박질 칠 차례에 있었다.



'엉?'



그러나, 두터운 가죽이 모든 달빛을 가리워낸 오래된 술 창고처럼. 까맣게 암전 되었어야 마땅할 여자의 빈 망막 속은 예상과는 달리 처음 마주한다 하는 어색한 광경들에게서 양 눈 움집 물 주머니가 가득 차올라와, 그들의 뭉개진 시야 지도를 서서히 바깥을 향해 펼쳐 놓게 되었다.


말끔한 암석이 받쳐주던 발 밑은 어느새 울퉁불퉁 올라온 자갈들에 의하여서 그 굽으신 몸을 대신 뒤틀기로 하였고, 벽으로 둘러 쌓여진 꽉 막힌 전당 주위는 이제부터 여자의 긴 머리가 휘날릴 정도로 세찬 바람이 들어서와, 그녀의 허한 귀 뒷공간을 대신 자리 잡아 보기로 했다.


많은 사내들의 지지를 한 몸에 받기로 했던 이곳의 둥근 천장. 불청객의 시선을 의식이라도 한 듯 천장 여인은 마치 처음부터 귀신이라도 되었던 것처럼 홀연히 자취를 감추어 나가기로 하였으며, 이에 따라 같이 할 일이 없어지고 말았던 십이각형 돌기둥 남자들 역시 순식간에 나무로 돌변했던 것으로 그들만의 울창한 숲을 멋쩍게 이루기로 했다.


알 수 없 음.


이 추상적인 네 개의 문패 만이 사방팔방 뻗쳐져 가는 수 많은 나뭇가지들 사이에 제 집처럼 걸리기로 하였던 요술쟁이들의 수수께끼 같은 상황 속에서, 하린의 길 잃은 눈빛은 소위 낯설음을 상징하기로 한다.



"어어? 야, 거기 너!"



이처럼 혼란스러운 시기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유능한 늑대 눈은 특정 목표를 찾아낸다는 주어진 유일한 임무에 훌륭히 성공해내고 만다. 남들에 비하자면 매우 협소한 공간임이 사실이었던 그녀의 부족한 두뇌 공간 속에도 드디어, '어린 여자 아이' 라는 뚜렷한 정보가 몇 없는 학자들 사이에 전기 신호로써 주고 받음이 가능해진 것이다.



"너 임마, 거기서 뭣 하고 혼자 서있는 것이야? 여긴 대체 어디었고?"



서스럼 없는 붙임성이야 말로 그녀가 자랑하는 장기 중 하나가 아니었겠는가? 허나, 상대를 만지는 일과 같이 깊은 교감에 관한 것이었다면 서로를 좀 더 알아간 후 행했어야 할 신중함의 입맞춤이라는 것을... 굳은살 박힌 처자의 손은 성급히 아이의 몸통을 붙잡아 올린 뒤에야 비로소 아차 싶었던 깨달음을 가슴 근처에 철렁 이기로 한다.



"없어 졌... 네?"



눈에 비친 현상에 따라 실제가 의식을 살 붙여갔을 때, 손 끝에 전해졌어야 할 익숙한 묵직함이라는 것이 여자의 감각 기관 속에는 반드시 존재해야만 했다. 그 당연한 무게감이 발달된 근육들을 통하여서 어깨 근처로 힘을 되돌아오지 못하였다 라는 등골 서늘한 사태가 벌어지고 난 후에야, 여자의 어린 상대는 이제야 눈치 챘냐며 자신의 흐릿한 환상을 조용히 눈 감추어 가기로 했다.


여태 진행된 이야기들을 말 안 듣는 동네 아이를 위해 꾸며낸 마을 어르신들의 무서운 설화였다 가정을 하여보자. 그렇다면 이 뒤에 응당 찾아올 내용이란 소름 돋는 비명 소리가 과연 적합하지 않았겠는가?



─ 아하하, 아하하하!



유망한 아역 배우였던 그녀가 이번에도 제때에 맞춰 그 고운 울림 소리를 모두에게 선사하기로 했다. 한치의 오차도 없는, 기대 그대로의! 가히 완벽한 모습이라 그것을 평가 하여 보겠다.



"으아아악! 저리 꺼져!"



아주 정석적인 맞받아침이 감독님의 각본으로부터 장면을 이어나가게 된다. 미시 세상에 대한 내성이 반드시 나이에 비례 해 커졌던 것은 아님을, 어느 성인 여성의 여유 넘치는 어깨를 빌어 관객들 또한 높아져 오는 목의 음계들을 서스럼 없이 바깥에 내지르기로 한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용감한 하린이 평소와는 다른 몸 상태를 지니게 되었다는 이번 특수한 상황에 대해서 공정한 관찰자라면 충분히 감안했어야 할 상대적 조건이 추가적으로 붙게 되었음을. 실험실 내부는 이미 자명해졌다는 사실처럼 현재 이야기를 가십 거리로 떠들기로 했다.


그러나, 연금술사가 건네준 물약에 이런 효능이 있었다는 것을 아는 이는 언니를 응원하는 동생을 비롯하여 전당 내부엔 그 누구도 존재를 하지 않게 되었으니... 이것이 과연 어떤 결과를 도출해 낼 지에 대해선 본 세계의 눈으로 돌아가 재점검 해봐야 할 시기가 학자들에겐 문뜩 찾아오기로 한 것이다.




***




"왜 저래?"



일곱 관중들 눈 중 홀로 다른 여인을 응원하기로 하였던 고독한 소녀 엘프 이에티아 만이, 그녀 주위를 찾아든 기묘한 감정선에 대해서 가장 쉬운 두 마디 음율을 입가에 채택하기로 했다. 매우 드물게도 이는 주변 모두로부터 동의라는 것을 구해낼 수가 있었던 사춘기 시절의 유일한 날카로움 이기도 했다.


'마구 소리 치기' 와 '마구 휘두르기'.


얼마나 '마구' 라는 말을 언니가 좋아했는지는 잘모르겠으나 지금처럼 같은 모습을 유지할 수 있다고만 한다면 '마구 하린' 이라 불리게 될 날이 머지 않게 되었음을 동생 달력은 쉽게 계산해 낼 수가 있었다.



─ 이럴 수가, 어떻게 이런 일이!


─ 맙소사, 내가 보는 것이 정녕 현실의 일이었나?



육중한 몸집의 방망이를 허공에 붕붕 휘두르는 것이 전부였던, 소위 날 뜀을 멈춰 오지 않기로 한 빨간 도깨비 전차. 그런 그녀를 향하여서, 자리를 같이하기로 한 여섯 멍청한 개구리 놈들은 마치 공명이라도 하겠다는 일처럼 그들의 못난 배를 시끄럽게도 웅성여 왔다.


절대로 있어서는 안될 일이 일어나기라도 했다는 것처럼 놈들의 못난 볼따구니는 현재, 부풀어 오른 경악의 북소리를 한 시도 턱 아래 멈춰 놓지를 못하였다. 손가락 하나 꿈쩍 못해보고 쓰러졌다는 언니의 말은 분명 거짓은 아닌 모양이다.



'효과는, 있는 것인가?'



여자의 표현법에 따라 시대의 마법을 요술쟁이가 부려 오는 정신없는 장난이다 라 명명 정하기로 하였을 때, 개구리들의 여왕께서 어떤 재주를 부려 그토록 잘나신 승리를 챙겨오게 되셨는지를 엘프 이에티아는 어느 정도 확신의 감을 잡기로 했다. 그녀가 만들어낸 무용의 약이 효용을 보게 되었다 라는 사실은 곧, 최강자라 군림하는 녀석의 비열한 수가 만 천하에 공개 되었음과 그 의미를 상통 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결국 너도 하나의 장난질이었을 뿐이었군?'



내심 기대를 걸기로 한 강자를 향하였던 동경 어림의 눈. 그 가리킴이란 다시금 안타까운 약자를 향하여서 서둘러 유감을 표하기로 한다. 이는 모처럼 지능범이라 불리우신 범인을 붙잡기로 한 사립의 탐정께서 놈의 사연 많은 인생을 마주 하게 됐다 라는 책의 마지막 주저림과도 같았으며, 높은 기대를 져버렸다는 유희의 신을 향해 바쳐지는 주인공 남성의 한숨 섞인 담배 연기와 그 허무한 생을 깊이 공유하는 것이었다, 비유를 들어 볼 수 있겠다.


번쩍이는 검날을 슬쩍 내비쳤던 것으로 이미 현혹된 상대를 준비된 판 위에 끌어들인다. 그리고는 마치 더 높은 경치가 있다는 양 계속 거짓을 꾸며 댔던 일로 녹색 호구들의 감긴 눈을 어설피도 속여내었다.


이 어린 짐승을 상대할 적에나 가능하다던 야무진 속임수가 부디 사건의 진상은 아니었기를! 어머니께 열심히 간청 드린 라의 눈은 결국 오늘도, 시시했던 잠자리를 그의 달 동생 곁에 누워 구슬피 이불 청하기로 한다.



─ 으아아아!



다만, 진실에 맞닿아 있다는 그의 귀한 눈물을 건네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언니의 인간적이었던 몸이란 온전한 완전체로서는 진리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라는 것이 오늘날 범인에게 주어진 안타까움의 현실. 어중간히 경계를 오고 가는 중이신 반인반신의 흔들리는 정체성 때문에라도 하린의 어리숙한 정신은 서서히 붕괴를 향해 치달아 가고 있었다. 이대로 라면 다잡은 개구리 꼬리도 놓치게 되고 말았다 했던 것이 동생 사건 수첩에 적혀지게 된 마지막 추리 내용.



"야, 정신 차려! 눈 좀 똑바로 떠봐! 거의 다 왔단 말이야, 이 멍청아!"



엘프를 이루는 물질의 총 질량을 합친 것보다 여덟 배는 더 커 보이는 검은 쇳덩이들의 결합체가 지속적으로 불연속적인 운동을 하여왔다. 심술궂은 골목대장의 나뭇가지처럼 휘둘리고 있는 녀석의 위험천만한 상황에서도 겁 없다 이야기 하는 어린 아가씨께서는 언니 앞에 나아갈 것을 굳게 다짐 하기로 한다.



"위, 위험합니다!"



웃음이 내어오는 역경과 고난을 이겨내고 전당에 다시 돌아오기를 택한 용감함의 셋째 별. 그의 젊을 적 숨도 고르지 못할 아주 짧은 시간 속에서 누구보다도 먼저 아이 뒤를 쫓을 것을 남자는 본능적으로 택하기로 했다.



"위험해요, 어서 이리로 나오세요!"



상대의 가느다란 양손을 재빨리 붙잡아 보인 사내의 다부진 손은 행여 여린 몸이 다치기라도 할세라, 끌어내리기 위한 결속의 주박에 적당히 힘 조절을 가해 놓기로 한다. 허나 가당치 않은 배려였다 라는 사실을 알기까지는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으니, 방심한 성인 남성의 팔뚝은 곧 뚜둑한 비명 소리와 함께 뼈마디 곳곳에서부터 질러 나오는 원 없는 원성들을 몸 전체로부터 저주처럼 귀에 받아 들이기로 한다.



'악! 이게 무슨!'



저 작은 몸뚱이 어디서 이런 괴력이 튀어나오게 되는 것인지? 무지막지한 힘을 지닌 조랑말 다리를 가슴 팍 사이에 꽉 붙들어 놓기 위해서라도 평생 쓸 최선을 끌어다가 그물을 펼쳐 놓아야만 했던 셋째의 긴장된 허리 춤에는, 악에 바친 마음이라는 녀석과 함께 사랑스럽게 팔짱을 끼기로 해 필사의 각오를 앉은 자리에서 다지기로 했다.



"넌, 뭐야! 이거 안 놔? 이거 놓으라고 이 망할 개구리야!"


"아가씨이... 큭! 제발 내 말 좀 들으세요, 크게 다치실 수도 있단 말입니다!"


"시끄러워, 언제 봤다고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야! 거의 다 왔어, 거의 다 왔단 말이야! 이길 수 있는 길에 분명 찾아 들어서 왔다고! 하린, 하린! 대답해, 당신!"



─ 하린!



목청 놓아 부르짖는 아련한 언니의 이름. 이에 따라 동생 곁을 찾기로 한 범의 형상이란 비단 이름의 주인공 뿐만은 아니게 되었다.



캉!


.


.


.



"...마, 맙소사."



흉포한 쇠 그을림 소리가 전당 주위를 강하게 찢어 발기자 젊은 남자의 심약한 가슴 앞에는 이해할 수 없는 크기의 거대한 심판이 그의 미련 많은 미간 위에 아슬아슬 형을 놓여지게 됐다.



"제법 멋들어진 일격이었네."



슬며시 흘려 보이는 미소, 그 흐뭇한 감정의 끝엔 어느샌가 뽑혀 올려진 루밀의 유려한 검날이 그 곧은 자태를 마음껏 뽐내기로 하였다. 경합 장소가 양 끝자락에서 불청객들 머리 위로 잠시 바뀌어져 왔을 뿐, 무대는 그리 중요치 않다 라며 두 번째 승부까지 끝마쳐 보인 두 오랜 쇠붙이 사이에선 교차점에 의해 나타나진 하나의 합을 통해 질긴색 불꽃들을 연속해서 쏟아 내리기로 했다.


역사상 가장 강하다 이름 붙여진 하나의 철 날이 집 밖을 나오지 않기로 했던 오랜 칩거의 기간이란, 루밀 아리우드가 패배를 잊어버린 그날의 겨울로부터. 무려 십 년 가까이 빛을 거부해온 은둔자의 하얀 피부는 이처럼 느닷없는 주인의 변덕으로 인해 화려한 복귀식을 번갯불 보듯 치르기로 한다.



"다니안, 다니안. 내 말 들리는가?"


"...예?"



맑게 울리는 범종이 품어낸 번뇌의 세상에 빠져들어 허우적, 갈매기의 꿈을 저도 모르게 꾸기로 한 다니안 이라 불렸던 남자. 그는 어머니와도 같은 이가 내오는 부름에 저도 모르게 잠긴 목을 응답하기로 해, 세상 모든 흔들림과 잡념들이 내 뻗는 유혹을 단숨에 떨쳐 내고서는 그녀에게서 배워낸 단 하나의 울음소리를 배에 세차게 질러내기로 했다.



"아, 네! 저 다니안, 듣고 있습니다."


"다행일세. 그렇다면 옆에 계신 아가씨께 내 뜻을 부디 전달 하게나. 얼마 걸리지 않겠다고 말이야."


"네? 아, 알겠습니다!"



얼마 걸리지 않겠다, 그녀가 전한 이 말의 뜻을 이해 못할 사람은 정신이 희미해진 자를 하나 제외 시키자면 대탈출을 감행하려 했던 중이신 어린 저택 아가씨 밖에는 수가 남지 않게 된다.



"뭘 알겠다는..."



하얀 머리 아가씨께서 주둥이를 툴툴 대기로 하셨던 일이 이제에 와서야 그리 이채로운 것은 아니게 됐다. 단지 중간에 그것을 멈추어 놓았다 라는 특별한 사실만이, 자리에 없는 소년이 들었을 때 그것을 매우 신기해 했을 따름이다.



─ 카학!



음식을 훔치려는 떠돌이 개가 가게 주인으로부터 복부를 가격 당했을 때나 낼법한 소리를 소녀의 언니는 깨갱, 입 밖에 꺼내 두기로 했다. 시끄러운 아이가 입을 멈추기로 한 침묵의 계절 틈에서 어두운 장막을 뚫고 먼저 튀어나오기를 결정하였던 것은 루밀 아리우드가 휘둘러낸 순식간의 반짝임으로.


공간을 가로지르는 반달 모양의 잔상들이 강물 속 비친 가재의 모습들을 본 받아 보일랑 말랑, 그 일렁임을 엘프의 의심 많은 눈동자로부터 보여져 왔을 때. 그때에는 이미 두 번째 패배가 초래하게 되었음을, 언니의 탄탄한 등 바닥은 넓은 대지 품에 안겨 단단히 그 충격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내게 서있던 것 만으로도 그대는 이미 훌륭하다 할 수 있었네. 당신의 성장에는 경의를 표하도록 하지."



할 일을 마친 여자의 검. 마치 정해진 길이 있다는 것처럼 허공을 두어 번 휘적 댔던 것으로, 어미 제비 제 둥지 드나들 듯 매끄럽게 그녀의 집을 찾아가기로 했다. 그 그림 같은 모습에 눈을 홀딱 빼앗겨 버린 어린 날의 황홀은 언니에 대한 걱정도 잠시 잊은 채 한동안 검의 곁에서 시선을 머물기로 한다.



"아가씨, 아가씨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부디 허락하여 주시겠습니까?"


"뭐?"



모든 일을 마쳐 보인 검사께서 누구보다도 먼저 소녀에게 다정한 말을 걸기로 했다. 그 대상이 올려다 보기에 이보다 더 높은 단계가 없다 할 정도로 루밀이라는 상대가 가졌던 고요함이란 자신감과 부드러움으로 그 속이 가득 차, 그녀의 동공을 유려히도 빛내오는 중이었다.



"...하세요."



맹랑한 아가씨에게 있어서 눈 앞의 여자는 더이상 개구리들의 여왕이 아니게 된다. 자연스럽게 수그러진 어린 백성의 고개는 이제 순종의 의미를 점차 배워 나가기로 한다. 엘프에게 인정 받은 최초의 여왕님이자 현존하는 최강의 검이라 할 수 있었던 여인이 숙연해진 아이의 모습을 보시고는 매우 흡족한 미소를 띄워 오셨다 라며, 이 위대한 일화에 대해 충만해진 후배들의 가슴은 먼 훗날 까지도 이날의 기록들을 빠짐없이 전달키로 한다.



"아가씨, 저이가 일어나게 된다면 제일 먼저 당신이 그녀를 높여와 주십시요. 대련의 승패를 떠나 그대가 응원하는 이는 분명 찬사 받아 마땅한 인물이었습니다. 상대의 정신이 혼미하다 느껴졌을 무렵, 그녀가 처음으로 택하게 된 행동이란 스스로의 거슬림에 덤비는 것이 아닌 당신을 지키고자 함에 있었습니다. 저 독특한 모습의 무구가 저가 아닌 이이의 머리를 향하였다는 것이 그 사실을 바로 증명하기로 하였지요."



승자들의 왕이시던 하늘 위의 날개께서 이토록 갑작스럽게 역적과도 같다 이르던 소녀의 언니를 친히 높이고자 행차 하기를 정해 오셨다. 이에 당황한 그녀의 피붙이는 어울리지도 않던 소심한 응답을 꺼내 감히 왕 앞에 나와 무릎 꿇어 의문을 건네 보고자 한다.



"나를, 지켜요? 하린이?"


"네, 하린. 당신의 멋진 동료가 말입니다. 다니안이 그대를 지키려 하였던 일, 어지러운 그녀 머리로는 아마 정확한 상황을 읽어내지 못하였을 테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 친구께선 그대 목소리만 듣고서 위기를 판단하기로 하였던 것입니다. 「자기가 움직여야 한다.」 라고 말이지요. 이것이 얼마나 기쁜 일인지 아직 어린 당신의 귀는 쉽게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제가 드리는 이 말을 그대께선 반드시 기억해주셨으면 합니다."



낮아진 상대와 눈을 마주하기 위한 왕의 배려심, 높은 자리의 신관께선 하얀 천으로 뒤덮인 그녀의 고운 무릎을 서스럼 없이 흙 바닥 밑으로 낮추어 왔다. 그리고는 그녀의 손바닥 하나를 하얀 아가씨 머리 위에 감히 올려냈던 것으로 경계심 많던 고양이의 희귀한 머리 털을 조금씩 쓰다듬어 나가기로 했다.



"자신을 이기고 남을 위하겠다 하는 것은 좀처럼 이룰 수 없는 희망이 되었습니다. 그녀가 당신이란 사람을 얼마나 사랑하는 지에 대해서 그대께선 정녕 상대의 진심을 알아 둘 필요가 있겠어요. 제 생각에 아가씨는 진실로 복에 겨운 사람이었습니다."


"복? 내가 그런게 어디 있데요? 그리고, 사랑? 웃기지 마세요. 그런 것 나누어줘 봤자, 어차피 도로 가져갈 것 아니었어요?"



한두 번의 작은 교화가 이루어지기는 하였으나 동갑내기 친구가 겪은 고생들이 꽤나 보람있게 느껴질 정도로 루밀 손 바닥 밑의 작은 생명께선 그녀가 가진 거친 이빨을 숨기는 것에 대해 본능을 쉬이 허락하지 않아왔다.



"그대의 말이 뜻 하는 바가 무엇인지 저 또한 잘 알겠습니다. 그러나, 여신의 뜻을 탐구하고 있다는 저 루밀 아리우드가 이처럼 세상을 대신하여 미래에 있을 그대께 미리 말을 전해 두겠습니다. 당신의 친구를 소중히 여겨 주세요. 그것이 여신께서, 또 저 루밀 아리우드 라는 이가 바라는 단 하나 뿐인 땅의 바램이 되겠습니다."



어떠한 투정을 부리든지 간에 눈 앞의 하얀 고양이가 여전히 사랑스럽게만 느껴졌던 동네의 아가씨는 머리부터 턱 끝까지 어린 새싹의 모든 것을 쓰다듬어보고 난 후에야 그녀의 소망을 자리에 남겼던 일로 이곳 출구를 향해 유유히 발걸음을 옮겨 나갔다.



"......"



그렇게 다시 한번 찾게 된 익숙한 침묵이란 뾰루퉁 서있던 고양이 귀 마저 축 쳐지게 만드는 묵직한 무게의 공기로, 이는 분명 소녀가 완전한 패배를 겪게 되었음을 그 안타까운 내리막 속에 고히 내포하게 되는 것과 같았다.


요술쟁이들의 마법을 이용하여 전승이라는 높은 고리를 취해왔을 것이라 여긴 엘프의 뾰족한 추측은 신의 사자라는 이가 보여와 준 신기에 가까운 검격을 마주하였던 일로 완전히 빗나갔음을 자리에서 깨닫기로 한다. 이 땅 가장 강한 호랑이께서 사냥을 나서기 전 도구를 필요로 하는 일 따위 절대로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날렵한 상어가 먹이를 잡기 위해 낚싯대를 들어 올린다는 말 역시 세간 사이에는 전혀 입방아에 오르지 못한 처지가 되었다.



"제길!"



언니에게서 배워낸 훌륭한 감탄사를 곧장 써먹어 볼 기회가 배움 빠른 동생에게 날이 찾아와 주게 된다. 이 속 빈 빌어먹음을 입 밖에 토해본 하얀 동생의 좌절감은 이내 언니 품 위에 누어 털썩, 몸을 쓰러트리기로 한다. 어찌 보면 이번 대결에서 패배 하게 된 사람이란 언니와 동생 즉, 양측 모두라 할 수 있었다.



"아직이야, 아직이라고..."



마지못해 중얼거리기를 결심한 작은 입에서는 임무를 마친 아저씨들의 담뱃불처럼 그 한쪽 면이 지긋이 구겨져 왔다. 이 모습을 보고 귀하다 여기는 이는 그리 많지 않았을 터.


허나 꺼져 가는 담뱃불 또한 기억해야 할 말이 하나 있듯이, 이 또한 아직 타오르게 된 강한 불씨라는 것을. 잠잠해진 나무 장작 위에 나타나 끝까지 버텨 보기를 청하는 엘프의 이글거리는 호승심은 여전한 그녀의 몸을 조금씩 불살라 가기로 한다.


고개를 숙였을 지언정 눈은 숙이지 않겠다! 자존심을 재차 눈에 치켜 뜨기로한 소녀의 감기지 않은 불굴은 다음 있을 승리에 대해 좀 더 많은 꿈을 꿔 보기로 한다.




***




기록적인 대련으로 피어오른 커다란 모닥불이 세상의 단 하나 뿐인 그를 위하여 하룻밤 내내 거룩한 기도를 하늘에 지새우기로 하자, 이에 응답이라도 하듯 유일함이라 이르던 하늘은 다음 있을 일출의 곁에 새파란 청명함을 하나 더해 놓기로 하였다.



"우우, 도련님. 제가 잘못했다니까요? 이제 그만 용서해주세요."



이토록 하늘이 자신을 닮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파란 우울감에 젖어든 새 신부의 얼굴은 오늘도 색다른 고민의 빛을 지겹게 창 밖에 띄어 놓기로 한다. 어린 신랑의 꽁무니를 졸졸 뒤쫓을 때마다 나타나지는 그녀의 울상 물결이란 바위 표면에 달라 붙은 홍합의 이라도 된 일처럼 쉽게 자리 비킬 생각이 따로 나타나지 않기로 하였다.



"......"



지속적으로 잡혀오는 귓가의 거슬리는 파장이 슬슬 임계치 까지 인내심에 다다르기로 하자, 하는 수 없던 서방의 작은 발께선 결국 뒤돌기를 결심해낸다.



"자꾸 뭘 잘못하셨다는 거예요, 글쎄? 유리는 본인 할 일 하셨다니까요? 그러니까 그만 용서 구하세요."



앞선 신혼 부부의 대화들을 표면만 놓고 보자면 이 짧은 단서들만 가지고 서는 도저히 그들로부터 눈길 돌려줄 친근한 이웃 찾아 내기가, 널린 공항 어디를 살펴 보아도 만나보기 힘든 일이 되고야 말았다.


그러나 곧 울음보를 터트려 올 것만 같은 연상 신부의 소리 없는 흐느낌을, 쭉 관심 있게 들여다 보기로 한 가슴 따뜻한 선배 부부가 이들 상황을 우연찮게 마주하게 되었다 라고 한다면. 그들의 애정 넘치는 노하우를 잔뜩 들려주지 않고서는 귀가 하겠다 라는 매정한 선택지를 고르는 것이 둘에게는 몹시 가혹한 일이 될 수도 있었다.



"최소한 기회를 한 번 더 주세요, 되돌릴 기회를 말이에요! 이러다가는 저, 얼마 못 가 무덤 위에 올릴 글을 떠올리고야 말겠어요."


"무덤 위의 글이요? 좋네요, 그거! 글귀는 이걸로 하시죠. 「나, 유리 나일리아. 괴롭힘의 정점을 알고 이곳에 묻히다.」 라고. 미리 축하 드릴게요. 당신을 위한 커다란 행사가 능력 좋은 악당들 사이에선 매년 벌어질 예정이니까요."



방랑자들의 땅에 온 것을 기념이라도 하듯 소년의 말씨는 어느새 날카로움의 싹을 흙 바닥으로부터 틔워 내기로 했다. 적이라 여긴 이가 바랬던 것이 무엇인지, 아주 정확히 알고 있던 강물의 지혜. 그런 그녀가 생각해낸 훌륭한 범람의 계획이란 물에 젖은 망아지 하나를 징검다리에 한가운데 가두겠다는 최초의 번뜩임을 성공해냄과 동시에 땅에 심겨져 있던 아이의 숨은 어둠마저 발현을 이루기로 한 것이다.



"치졸한 사람."



그 결과, 자신만만한 상류의 폭포수처럼 흐르던 여자의 찬란한 삶은 과거의 영광을 강둑에 괜히 부딪혀 봤던 일로 흙탕물 사이에 걸려든 낙엽의 이슬들과 좁은 자리를 같이 지내기로 하였다. 무척이나 정적인 삶을 얻게 된 그녀의 이후 삶이란 넓고 낮은 하류를 맞이한 기념으로 강한 애처로움을 남김과 동시에 몇 안 남은 생애의 눈물 방울을 조금씩 마른 흙에 돌려주기로 했다.



"우애앵!"



이 모든 일의 최후가 뻔하디 뻔한 눈물 바람으로 마무리를 장식하였던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라며, 뻔뻔한 각본가께선 여전한 변명 만을 관중에게 전달해 오는 추세가 되었지만 "그래? 어디 한 번 두고 보자!" 라고 다음을 다짐해 보는 그들의 뚱한 표정 속에서 소년의 마음이 현재 어떠하였는지를 무척이나 잘 표현해주고 있었다.



"무슨 일인가, 유리. 왜 울고 있는 것이야?"



구세주.


그는 너무나 잘 어울리는 시간 속에 흐르는 음율 사이로 나타나 그 완벽한 몸을 세상 위에 등장 시켜왔다. 슬피 우는 자로부터 그분의 때가 도래하게 되었음을! 시작과 종말을 같이 고하기로 한 어느 여성의 속삭임은 흐느끼는 자, 그 귀 뒷편으로부터. 신의 존재에 대해 철저한 믿음을 심장 위 각인 시키기로 했다.



"루밀 대장님..."



고된 기다림 끝에 지친 순례자가 철퍼덕 소리를 몸에 둘러 보는 것으로, 서둘러 빛의 품에 안기기를 가엾이 희망하였다. 아주 잠시 동안의 쉬는 시간이 그녀의 여윈 몸 위에 한 여름 단비처럼 가뭄 바닥을 찾기로 한다.



"저, 너무 힘들어요."


"힘들다니? 무엇이 그대를 그리 힘들게 하였는가?"


"다요, 모두 다."


"......"



모든 별을 통틀어서 가장 어려운 말을 해오는 이가 그녀의 작은 별이라는 것을, 루밀 신관의 밝은 머리는 과거로부터 너무나도 그것을 잘 알고 있는 처지였다. 때문에 첫째 소성의 말을 이해하는 것은 가장 나중의 일이라고 판단한 구세주의 발 빠른 손은 어제에 이어 오늘도 가여운 자의 머리를 쓰다듬는 일에 짐짓 최선을 다하기로 한다.



"잠시 쉬게나. 그 후에는 반드시 또 다른 혜안들이 그대의 머릿 속을 가득 채우게 될 것이야. 지금 손에 붙잡지 못한다 해서 구태여 불안에 떨지는 말게. 그대는 어떤 일도 휼륭히 해낼 위인이 분명하였으니까! 유리 나일리아야 말로 나의 하나 뿐인 지혜가 아니시던가?"


"루밀 님..."



한 폭의 풍경화를 마주하기라도 한 것처럼 풋풋한 감동의 전선들이 둘에게서부터 온기를 몰아쳐 나오게 된다. 이 애틋한 모습을 마주 하고도 눈 자위를 훔치지 않을 자신 있는 별은 아직 세상에 그 존재를 드러내지 못하는 실정이 됐다.



"......"



단지, 고개 숙인 눈물 방울의 주동자란 사람만이 떨려오는 마음을 빛에게서 감추어 내느라 서둘러 고개를 숙여왔을 뿐으로...


몹쓸 말로 여자의 별을 울려낸 나쁜 아이에 대한 처벌이란 곧, 심판자의 손에 의하여서 그 형량의 세기라 일렀던 것이 족족 정해져 내려올 것을. 이미 정해둔 일처럼 운명을 일러와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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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의 심부름(두 아이의 이소)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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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검의 회고록 6 24.09.14 3 0 26쪽
22 검의 회고록 5 24.09.07 4 0 29쪽
21 검의 회고록 4 24.08.31 7 0 26쪽
20 검의 회고록 3 24.08.24 8 0 25쪽
19 검의 회고록 2 24.08.17 9 0 24쪽
18 검의 회고록 1 24.08.10 11 0 24쪽
17 시작된 심판 24.08.03 10 0 25쪽
16 묘한 제안 24.07.27 9 0 34쪽
15 흔들리는 저울 24.07.20 7 0 24쪽
14 얼굴에서 드러나는 진실 24.07.13 7 0 22쪽
» 자매를 찾은 두 번의 패배 24.07.06 6 0 26쪽
12 완벽함의 투우사 24.06.29 9 0 25쪽
11 똑 같은 후회, 색 다른 결과 24.06.22 8 0 24쪽
10 닮아 있는 앙숙 24.06.15 10 0 27쪽
9 산군의 약속 24.06.08 9 0 26쪽
8 어린 신부와 어설픈 신관 24.06.01 9 0 26쪽
7 가짜 부부 24.05.25 9 0 26쪽
6 붉은 갈기 24.05.18 10 0 25쪽
5 산뜻한 시작 24.05.11 12 0 22쪽
4 계약은 천천히 24.05.04 11 0 23쪽
3 편지의 뿌리를 찾아서 24.04.27 9 0 28쪽
2 찾아온 손님 24.04.20 10 0 22쪽
1 남아서 집을 지키는 것 24.04.15 21 0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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