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의 심부름(두 아이의 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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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rdfloorman
그림/삽화
3F
작품등록일 :
2024.04.15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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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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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9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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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쪽

완벽함의 투우사

DUMMY

가슴을 잡아 끄는 듯한 엄숙한 분위기. 사방이 커다란 돌로 막혀진 어스름한 수행자의 전당 안에서는 인간의 폐를 통과한 살 오른 공기가 공중 정원이 아닌 지하 신전을 향해 서서히 물개 몸을 유영하게 된다.


바닷물처럼 잘 다듬어져 있는 평평한 바닥은 육중한 소 한 마리가 뛰어 다녀도 될 정도로 충분히 여유 있게 설계되었으며, 건물 관리인에게 따로 사용 목적을 설명 받지 않아도 될 만큼 그 생김새와 형태가 매우 단순하게만 느껴졌다.


그리고, 그와 마찬가지로 일목요연한 삶을 살아왔다 자부하는 붉은 광채의 일직선적인 여자. 빛나는 머리 꼭지를 잔잔한 파랑에 떠다니는 부표처럼 바닥 위에 뻣뻣이 띄워 올리기로 한 빨간색 오뚝이는 현재, 경기장 중앙에 홀로 툭 솟아나와 있을 것을 이야기해 튼튼한 플라스틱 몸을 꼿꼿이 세우는 중에 있었다.



"후, 좋아!"



몇 번을 쉬어 놓아도 주변의 산소가 영 부족하다고 느껴졌는지, 투우장 주연이라 할 수 있었던 그녀는 큰 무대에 오르기 전 여러 차례의 가쁜 심호흡을 군중들로부터 서스럼 없이 보여오기로 한다. 인생을 건 두 번째 도전을 청춘에 맞이한 기념으로 핏줄이 꿈틀대는 것을 온몸으로 느껴본 물오른 황소 뒤꿈치는, 일몰과 동시에 나타나는 횃대들의 익숙한 눈동자들을 신호 삼아서 상대 심장을 향한 세찬 발굽질을 마구 찌르러 들 준비가 이미 끝 마쳐진 상태다.



"우욱!"



설령 놈의 부드러운 천 옷에 먼저 달라 붙게 된다는 것이 그녀가 자랑하는 단단한 뿔이 아닌 소화 되다 남은 지저분한 여물 찌꺼기가 될 지라 하더라도 말이다.



"선배님들. 저 여자, 어디 좀 이상하지 않아요?"



곧 있을 위대한 쇼에 초대 받은 행운아는 고작 해봐야 아홉 명, 그중 단 일곱 만이 전당에 미리 입석 하는 것을 자리에 희망 하기로 하였다. 준비된 시간을 천천히 기다려보기로 하는 것으로 이들 일곱 난쟁이들은 이제 대기와 차례가 가져다 주는 알싸한 묘미를 저희들끼리만 똘똘 뭉쳐 마음껏 호사 누리기로 한다.


어린 소녀 하나를 제외하여 보자면 여섯 남자의 왼쪽 가슴에는 모두 동일한 형태의 금색 휘장이 그들 이름표처럼 여신의 마음을 걸기로 하였고, 유리와 같은 수행 신관 신분임을 증명하던 이들 방랑자들은 과거, 젊음을 대표하는 네 개의 크고 작은 별이라는 뜻에서 서로를 대성과 소성이라 칭하기로 미리 약속해둔 바가 있었다.


도전자의 이질적인 낌새를 눈치챈 것은 별 중에서도 가장 빛이 옅다 말을 하던 막내 자리의 선견지명으로, 나이 만큼이나 낮은 그의 소심한 고견을 '사 소성' 은 옆자리에 계신 넷째 선배 님께 감히 여쭈어 가기로 한다.



"뭐가?"


"보세요. 숨도 헐떡거리고, 눈도 반만 뜨고 있지 않습니까? 지금이라도 말려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래? 하지만 원래부터 이상한 여자였다. 때문에 그다지 문제처럼 느껴지지는 않는구나."


"아무렴 제가 저이를 멀쩡하다 여겨 드린 말씀이었겠습니까? 좀 더 진지하게 후배 말을 고려해 주십시오."


"진지하게라, 네가 그 정도로 저 여인을 생각하는 줄은 꿈에도 몰랐다. 평소에 동물을 그리 어여삐 여기더니 결국 그쪽으로 뜻을 정한 모양이구나."


"예? 그게 대체 무슨 말이랍니까?"


"아무렴 산속의 곰도 찾다 보면 귀여운 구석 하나 쯤은 반드시 발견하게 되는 법. 만물을 차별치 않고 사랑하자는 것이 곧 네가 비추게 될 길성의 의미이오, 너를 지지하는 것은 곧 대신관께서 내려주신 큰 가르침과도 같겠으니... 그를 이루고자 함은 가장 가까운 자에게 주어진다는 형제의 사명이라! 나는 너에게 우애를 칭하여 보겠노라."


"도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려는 겁니까? 제 귀가 잘 듣고 있는 것이 맞지요?"


"킥킥! 자, 나의 형제들이여. 조만간 우리는 한 쌍의 귀한 보금자리를 마련해 보아야 하겠습니다. 얌전한 고양이 먼저 부뚜막에 오른다고, 암만 막둥이라지만 보낼 때는 보내 주어야지 붙잡는다 한들 뭐 달라진다 하더이까?"



─ 크흡! 보시오, 사 대성! 제발 말 좀 가려서 하시오. 하마터면 제가 전당에서 쫓겨날 뻔 했지 않습니까? 난 웃는 배가 약한 편이니 농담은 밖에서만 해주시오.



"들었습니까, 소성? 셋째 형님께서 그대 덕에 길을 잃으셨다 하지 않소. 당신의 주인 된 별로서 이 일을 어찌 처리하면 좋겠단 말입니까?"


"선배님!"


"아이고, 귀청이야! 씩씩함은 역시 그대가 제일일세. 쫓겨나는 것 또한 전혀 마다하지 않으니까 말이오. 뒷산 덩치 큰 어미의 허락은 내 사력을 다해 받아볼 터이니 내일이라도 당장 그녀에게 장가 들도록 하시오."


"아니, 진짜..."



막냇 별의 부들 거리는 점멸 빛을 맞이한 주변의 크고 작은 항성들 사이에서는 킥킥 거리는 웃음을 막느라 양손들이 바쁘게들 움직여 댔다. 참는 배가 약하다던 셋째 대성은 결국 예를 지켜 보이라 하는 전당의 유일한 규율을 따르기 위해서라도 바깥 문을 향하여서 서둘러 달음박질 칠 것을 택하였다.



"어디 가십니까, 삼 형제님? 곧 해가 진다구요? 허허, 참 안타까운 양반일세. 이번에도 화장실이 그리 급하였나?"



여전히 너스레를 떨기로 하는 사건의 주동자. 그에게서 반성의 기미가 전혀 나타나 보이질 않자 항의성 가득 담긴 여럿의 손들이 대신 나와 그의 어깨 근처에 민심을 빗발쳐 두기로 한다. 가라 앉은 분위기를 띄워 보이는 것은 언제나 막내들에게 주어진다는 유일한 재산의 몫으로, 친밀감을 듬뿍 담아 보인 사내 특유의 거친 움직임들은 이렇듯 말로 표현 못할 애정 역시 그들로부터 충분히 이해 시키게 만드는 것이었다.



"다들 무엇이 그리도 좋았는가? 내게도 좀 들려주시게."


"아이고! 오셨습니까, 대장님. 평안한 오후입니다."



삼 대성이 나아간 길로부터 다시 비춰 내려오기로 한 것은 이 땅 가장 큰 별이자 위대한 일등성이오, 최초의 방랑자이자 일곱 별의 대표이기도 했던 여자는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황소 조련사 까지 목표로 둔 욕심쟁이 신관이라 할 수 있었다.



"들려드리기가 부끄럽게 정말 별것 없었습니다. 단지, 우리 막내 동생께서 제 짝을 찾아 오랜 여행을 시작하기로 했을 뿐이었지요."


"아닛, 형!"



사 소성의 입에서 저도 모르게 밖을 튀어나오게 된 말, 개인적인 곳에서나 나누기로 하였던 극히 사사로움의 호칭이라 할 수 있었다. 일등성 앞에서 사적임을 고하게 된 사고 뭉치 막내는 찾아든 강한 부끄러움에 그만 차마 고개 둘 곳을 찾지는 못하게 된다.



"우우..."



사랑 받는 아이로만 남고 싶어했던 어머니 앞의 아들이 이처럼 작은 실수 하나 용납 하기 싫어했던 그의 어린 자존심에 맞게 어설픈 고집과 서투른 감정 사이에서의 벌게진 볼 투정을 잠시 보호자 앞에 부려 보기로 한다.



"짝? 무슨 짝을 이야기 하는가? 발하이트, 에이람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아파 본 적도 없는 배를 가지고도 어머니라 처우 되었던 것이 처녀라 불리는 옥의 입장에선 영 달갑지 않은 티 일 수도 있었겠으나, 마음씨 고운 대지의 여인께서는 제멋대로 구는 아이에게도 '에이람' 이라는 이름까지 친히 선사하기로 한다.


더불어 그녀의 새 아들에게 과연 어떠한 일이 발생하게 되었는지, 그것이 무척이나 궁금해진 참된 어머니께서는 공식적이지도 못한 처지에도 불구하고 신발 짝처럼 붙어 다닌다는 아들 친구 녀석으로부터 오늘 학교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세세한 관심을 가져 보기로 한다.



"일이 있었냐구요? 있고 말고요! 대련이 끝나게 되면 대장 님께서도 자연스레 알게 될 일 입니다. 그의 마음이 어디로 향할 지 그것을 확인하게 된다면 말이지요."


"마음? 마음이라? 에이람의 뜻이 이번 대련에 달려있다는 의미인가?"


"흐흐! 이거 큰일 나셨습니다, 루밀 대장. 이번 대련에서는 당신께서 져주셔야 옳게 된 일인 지도 모른다구요?"


"그래? 내가 진다면 그는 원하는 것을 얻게 되겠는가?"


"적어도 우리 막둥이 녀석 눈가에 강물 넘치는 일을 막을 순 있을 테지요."


"아닙니다, 아니에요! 대장님, 절대로 그런 것이 아닙니다. 제가 왜 저런 여자를 마음 속 깊이 두어야 했단 말입니까? 그럴 바엔 차라리! 사 대성의 말처럼 뒷산 곰을 찾아가 아내로 맞이하겠습니다."


"산 속의 곰을 아내로? 음, 아무리 그래도 그것은 조금 어려운 일이 아닐런지?"


"루밀 대장님? 설마, 방금 제 말을 진심으로 들으신 것은 아니시겠지요?"


"음, 곰이라... 곰, 곰을 아내로 맞아? 마음, 마음이라! 내가 지면 그가 곰의 마음을 얻게 되는구나. 음, 음... 어째서?"


"이런!"



번쩍이는 여러 빛남을 눈 앞에 두고도 혼자만의 세상에 드리워져 가는 갈색 속눈썹이 과연 무엇을 의미하게 되었는지. 숱한 경험으로부터 여섯 부관 들은 이미 결말을 들여다 볼 수가 있었다.



"큰일이다, 이러다가 진짜로 곰 신부를 찾아 놓아야 할지도 모르겠어."



첫째 별 앞에서는 그리 말조심 하라 스스로를 일러 보았거늘! 흥을 주체치 못하여 또다시 떠벌리고만 자신의 방정 맞은 나팔 입을 사 대성은 멋쩍게 턱 긁어 혼자 혼내켜 보기로 했다.



"미안하네, 에이람. 그대의 뜻이 무엇인지 나로서는 도무지 알 방법이 없겠어. 허나, 우리의 대련은 져주는 것이 허락치 못하였음을 그대 역시 잘 알고 있을 터. 이로 인해 기회를 잃는다 한들 날 너무 원망하지는 말아 주게. 대신 동물을 아내로 맞이한 일에 관해서는 어떻게든 신전에 따로 조사 요청을 해볼 것이니, 부디 이걸로 나를 용서 하시게나."


"아, 네... 감사합니다..."



딱딱하다, 이것만 가지고 서는 여자의 사고 경도를 표현해 놓기에 턱 없이 부족하다 이야기 할 수 있었다.


루밀 아리우드 라는 위인이 지닌 일상문 처리 방식이란 일반적인 것들과는 그 궤를 심히 달리하기로 하였으니, 높이 떠 있는 이가 아랫 동네의 일을 눈 여겨 보지 못하는 일처럼 땅에 쏟아져 내리는 무수한 물방울들의 조잘거림을 창공의 여인께서는 쉽게 해석해내지 못하는 입장에 있었다. 이는 가끔씩 떠다니는 우주 먼지와 같은 천재들이 주위의 빛으로부터 그들의 힘을 좀처럼 섞여 들지 못한다는 사실과 같았으며, 남다른 시선을 지녔기에 여자가 쉽게 깨닫지 못하였을 뿐이지 결코 이해력이 부족해서 나타나게 된 결과는 아니라 단언 할 수 있겠다.


결과적으로 누군가 제일 큰 별 앞에서도 범인들이 농을 할 수 있는 때가 감히 언제냐 라고 질문 하여 온다면 그녀의 소중한 소성이었자 우리의 작은 푸른 별께서 운명 풀이를 곁에서 같이 해주실 수 있는 머뭄이 겹쳐오는 순간 만이 오직 평범한 이들에게도 입이 허락된 유일한 시간이다 라, 유능한 별꾼은 이치를 풀어 보겠다.



"유리, 이 중요한 때 왜 날 버리기로 하셨습니까? 참으로 야속하더이다."



그녀의 푸른 별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더라면 막내 별의 빛줄기는 이미 넷째로부터 쏟아져 오는 뾰족한 운석 비에 한 많은 삶을 달리하였을지도 모른다. 밤 하늘을 수놓은 저 많고 많은 반짝임 중에서도 왜 하필 가장 체구가 작다 하는 그녀의 파란 점이 첫째 곁을 그리도 마음 놓고 공전 할 수 있게 되었는지를, 그 신비로움에 대해 깨달을 수 있었던 아주 좋은 일화라 할 수 있겠다.



"유리? 그러고 보니 유리의 모습이 보이질 않는 군. 듣기로 허락 받은 이를 모셔오겠다, 내게 그리 말을 전하여 놓은 것 같은데. 그녀는 제 때 오지 못하게 되었나?"


"아, 그것은 아닙니다. 유리는 실제로 허락 받은 분을 이곳에 모셔오셨습니다. 저기 저쪽, 그 아가씨께서 계시지 않습니까?"


"아가씨? 아아, 내가 모시기로 한 은인이시군! 발하이트, 그녀가 이번 대련에 관심을 가져 주시던가?"


"정확히는 도전자 분을 응원하러 오신 모양입니다. 멀리서 지켜보았음에도 둘 사이가 상당히 각별하다는 것을 저 역시 알 수 있겠더군요."


"후후, 아무렴 그렇겠지. 그녀는 내게도 비슷한 말을 해오셨으니까 말일세. 아니 그런가, 실데론? 그대는 나의 곁에서 직접 들을 수 있지 않았었나? 정정당당히 붙어 오라 이르시던 그때의 당찬 기세를 말이야."


"크흠!"



높은 별에게서 '실데론' 이란 이름을 하사 받게 된 깔끔함이 돋보이는 둘째 별. 그는 끙 하는 신음과 함께 겉모습과 어울리지 않는 부정한 대답을 상관께 대신 내놓기로 하였다.



"루밀 신관님, 제가 당신이었다면 절대로 허락치 않을 일이었습니다. 그토록 중한 이야기를 꺼내셨음에도 그녀는 듣는 시늉 조차 하지 않아 오셨지요. 정녕 그대의 계시가 옳은 것이고 눈을 닮은 소녀가 오늘날의 진실된 빛이다 라고 하늘이 내일이라도 뜻을 정해 오신다면, 이 실데론! 모든 것을 내려놓을 준비가 당장에라도 마쳐져 있습니다."



매사에 진중한 첫째의 모습이야 말로 가장 이상적인 것이라 진리를 여기우며, 그것을 닮는 것이야 말로 최상의 선이라 주장하였던 남자는 당돌하다 라는 표현이 절로 떠오르는 당시의 버릇 고약한 상황을 그리 썩 좋게 봐주지는 못하였다. 존중이라는 커다란 대들보가 실데론이라는 사내의 척추 속에 제철을 맞이한 게와 같이 살이 단단히 들어차 있을 적에는 하얀 소녀가 둘째 별로부터 용서라는 말을 받아내기란 하늘의 별따기로 매우 어렵게만 느껴져 왔다.



"실데론... 그대, 아직도 그 일에 분을 풀지 못하였나? 손님을 먼저 맞이한 입장에서 예를 구하는 것 역시 어리석은 일이라, 내 견을 그리 전하였지 않았나?"


"설령 그렇다 하여도 세상에는 정도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았겠습니까? 이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셨어야 할 일이라, 소관은 지금도 봅니다."


"실수의 기준이란 각자가 다 다르게 된 법. 이것은 겪어온 경험에서부터 또, 받게 된 교육에서부터도 그 방향성이 쉽게 틀어지는 법 일세. 오롯이 그녀 만을 탓할 수는 없게 된 일이었지."


"그 말엔 백 번도 공감하겠습니다, 나의 가르침이여. 허나, 같이 지내온 또래 도련님을 비추어 볼 때 교육의 부재는 없었다라 소관은 확신을 해두겠습니다. 딸 아이의 부족한 언사는 훌륭한 어머니의 면을 계속해서 먹칠해 나갈 것이며, 존경 받는 그의 아비는 곧 손가락질 받을 처지가 돼 처형장 위에 오르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었습니다. 이를 미리 알고 바로 잡아 보는 것이야 말로 저희에게 주어진다는 거룩한 임무 중 하나가 아니겠습니까?"


"그렇게 까지 말을 하는가? 그렇다면 알겠네. 그대 뜻을 나는 반드시 기억하겠네."



본래부터 단호하다 여기었던 그의 황색 눈이 이번 일을 맞아 한 층 더 강한 빛을 띄어오게 되었다는 것을, 은행잎을 닮아있던 홍채는 충분히 전해져 오는 눈부심으로부터 자극이 찾았음을 현저히 느끼게 됐다. 그렇기에 오렌지 빛을 띠는 여인의 엷은 앞 머리는 이제부터 눈썹 아래로 깊이 수그러져 갈 것을 고개들의 왕에게서 갈대 잎 같이 굴복 받게 된다. 붉기를 마지 않아 바래 왔던 남자들의 소중한 두 입술, 언제나 그러하듯 그녀의 따뜻한 생기를 입술은 촉촉한 눈망울 속에 다시 되돌려 놓기를 결정 한다.


깊어지는 고민의 밤이 여인의 낯을 풀 죽이게 만들었던 것을 어찌 할 줄 몰라 등만 돌려 놓기로 마음 정하였던 부족한 사내들께서 받게 될 양심의 고통이라 할 수 있었다.



"이 대성, 그대 또한 유리와 같이 도련님을 그리 높게 평가 하기로 하셨습니까? 허허, 대체 얼마나 귀한 분이시길래 다들 이러는지 저도 좀 만나 봐야 하겠습니다."



모든 우주의 핵들이 동시에 힘을 잃어버리는 것을 원치 않았던 발하이트의 통통 튀는 별. 이런 일은 나름 익숙하다는 것처럼 작은 양초를 손에 하나 지펴 올린 꾸러기는 그의 몸 주위로 열심히 열을 둘러 보이기 시작했다. 넷째가 지닌 초의 가슴 심지가 이렇듯 스스로를 태우노라 당당한 말을 꺼내올 적에는 제 아무리 강직함을 자랑해왔을 큰 별 눈가의 굳은 촛농이라 할지라도 바스락 대는 딱딱한 몸을 천천히 일으켜 올릴 수 밖에는 없는 일이었다.



"유리가, 아이를 높이 여겨?"


"예, 그렇습니다. 모르셨습니까?"


"내가 알기로 유리는 아이와 지내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는 않았네만? 이것은 어찌 된 일인가?"


"대장님께서 꺼내오신 말이 항상 사실을 이야기 하였던 것처럼 유리가 아이를 달가워 하지 않는 다는 말 역시 우리는 믿고 있습니다. 흐흐, 그러나 이를 어찌 한답니까?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 순수함들을 극히 꺼려하기로 한 우리의 파란 별께서는 아주 놀랍게도! 키가 푸르름의 절반도 오지 못한 어느 귀한 집 도련님의 참한 뒤꽁무니를 쫄래쫄래 쫓아 가기로 정하셨다고 합니다. 그대께서 도착하시기 불과 몇 분 전의 일이었지요."


"발하이트, 그대의 말재주가 나보다 높이 있다는 것을 나는 몇 번이고 인정해 보이겠네. 그러니 이제는 내가 알아듣기 쉽게 설명해 주시게나. 그녀가, 유리가 이곳에 왔었다는 말인가? 그리고는, 아이를 쫓아 나가?"


"그렇다니까요? 제 입을 믿지 못하겠다 하신다면 다른 이의 허락을 구하셔도 좋습니다. 안 그렇습니까, 이 대성?"


"사실입니다, 루밀 신관님. 그리고, 그녀가 따라 나선 것에 대해서 저는 충분히 그럴 만한 이유였다 생각합니다."


"...이상해, 나만 바보가 된 기분이야. 단 한 마디도 이해를 하지 못하겠어."



순간, 루밀 신관의 머릿속에 찾아 든 고민의 내용은 총 3가지. 그 고민의 내용에 관해 잠시 설명하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첫째로, 앞서 그들의 이야기처럼 유리 나일리아라는 말괄량이가 나서서 아이를 쫓아 갔다는 사실은 루밀에게 있어선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과 같았다. 조사와 수련이라는 갖은 핑계를 어디선가 수도 없이 긁어오기로 하면서 어린 싹들과의 주선을 철저히 피해 보기로 했던 철부지 부관의 역사를 주인 별은 너무나도 잘 파악하고 있었기에. 열 둘이라는 한참 어린 아이의 뒤를 스스로의 의지로 쫓아 갔다는 어리석음의 말을 루밀의 뇌는 사실로써 쉽게 받아들일 수는 없는 상황이 되었다.


둘째, 대련을 앞둔 전당 안을 나가게 된 일은 지금까지의 그녀에겐 없는 전례라 할 수 있었다. 일등성의 유일한 동생 별이 언니 별의 경지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것은 그녀 또한 너무나 잘 알고 있던 사실. 때문에, 이처럼 좋은 기회를 스스로 차버린 것에 대해서 언니는 강한 의구심을 품을 수 밖에 없었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도 가장 이해가 되지 않는 점은 아이를 향한 실데론의 부드러운 태도였다. 규칙과 절차, 예와 범. 이 한 글자 한 글자 모두가 그의 심장을 구성하는 최소 단위의 것임에는 반드시 이견이 없었어야 했으며, 그 하나하나가 전부 아이라는 이름이 가진 성질과는 세찬 반향성을 지닌다는 것을 세상에 모르는 이는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다른 누구도 아닌 실데론이 이토록 그의 지지를 외쳐오는 가?'



이 말도 안되는 결과 값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둘 중 하나의 조건이 무조건 적으로 충족되어야만 했다. 실데론이라는 이름 값에 걸맞게 대쪽 같이 살아온 예절이라는 사나이가 어느날 갑자기 태도를 바꾸어 먹고는 인자한 할아비와 영혼을 거래하기로 해 그들을 서로 맞바꾸게 되었다던가, 혹은 저들 도련님이라 부르는 이가 나이에 걸맞지 않는 부드러운 자태를 지니게 되어 날카로운 그의 합격 틀에도 불구하고 모난 곳 하나 존재하지 않는 아름다운 그릇이 되어 보였던가. 물론, 그 어느 쪽 모두 '허상' 이라는 사실에는 전혀 변함이 없지만 서도 말이다.



"그 도련님이라 하는 분께선 어찌하여 견학하고 싶단 마음까지 고쳐 드시고는 전당을 나가기로 결심 하시었나? 실데론, 그대가 답을 해보게."



간만에 찾은 머리 지끈거림을 애써 감추기로 하며, 루밀 아리우드는 두통의 근원 중 하나를 콕 집어 낱말 풀이의 답을 정확히 요구하기로 했다. 이 지독한 수수께끼를 몇 초라도 더 이어나갔다가는 중요한 대련 시간까지 영향이 미쳐지리라 여긴 것이 큰 별께서 새롭게 띄어 올리신 내일의 걱정이다.



"셋째가 들려준 말을 근거 삼아 이야기 하겠습니다. 오시게 된 네 분 일행 중에는 대표자 격의 남성 분이 한 분 계십니다. 그는 도련님으로부터 형님이라 부름 받는 자요, 유리와는 머리를 박을 정도로 심히 원수지간이었다고 합니다."


"원수지간?"


"하찮은 눈동자 놀이겠지요. 왜, 오랜 일 하나 있지 않습니까? 불과 물 사이의 일 말입니다."


"아아, 그렇군. 그의 형님께선 태양을 섬기는 분이셨어."


"그렇습니다. 그러한 이유에서 지혜로운 강은 의도적으로 남자를 이 일에서 배제 시키기로 한 모양입니다. 불빛에 그을리는 일로 하여금 행여 그대의 검을 놓칠세라, 유리는 나름의 사전 준비를 홀로 하기로 하였던 것이지요. 다만, 한 걸음 더 내디딜 생각은 미처 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동생이 형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꽤 쉬운 사실을 그녀는 너무나 쉽게 간과하기로 하였지요. 이곳을 향한 사내들의 꿈이란 대부분 얼추 들어 맞지 않았겠습니까? 그 기회를 홀로 갖게 된다 라는 것이 도리를 외는 동생의 입장에선 영 불편하게 느껴졌을 일이었습니다. 하여 소년은 혼자만의 추억으로 축제의 즐거움을 마주하기 보단 소중한 형님과의 안타까운 시간을 같이 보내야 하겠다, 훌륭한 마음씨를 실천에 옮겨 보이기로 하신 것이지요. 이에 저는 그의 맑은 영혼에 큰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물론, 푸른 별을 꾸짖는 일 또한 잊지 않아가면서 말입니다."


"과연 그런 일이. 그래서 유리가 이 자리를 다 마다하게 됐군? 그에게 용서를 빌기 위해서 말이야. 이제는 이해가 돼. 무엇보다, 그대의 마음에 맞는 아이가 정말로 세상에 존재했다니... 이는 참으로 여신께 감사드릴 일이 아니던가?"


"하하! 그 뼈가 담긴 말씀에는 매번 부끄러움을 느끼게 됩니다. 다만, 어쩐지 오늘 만큼은 굉장히 뿌듯해지는 속을 감추기가 어렵겠군요."


"후후, 되도록이면 그러지 말게나. 그대가 웃는 모습이란 좀처럼 찾기 어려운 일이니 말일세."



부드러움이 완연히 피어오른 깨달음의 미소가 별들의 대장으로부터 빛처럼 마음을 흘러내려 왔다. 감추어진 모든 미련들은 이제 막 떠오른 달빛에게서 하나 둘, 꼬인 신발끈을 척척 풀어가기로 한다.


한층 홀가분 해진 어깨를 느끼며 당차게 바닥을 일어서기로 한 오늘의 투우사께서는 제 할 일을 마치겠다, 등장 행사를 나서게 된다. 여섯 별들 사이를 성큼 앞 딛어 보이기로 한 여인의 당찬 용기 뒤로는 흐르는 웃음 소리가 그녀의 발자취 옆에 맑음을 따라 붙어왔다.



─ 뭘 이렇게 꾸물대, 당신! 그렇게 노는 시간이 많아?



주인공 여성의 멋들어진 등장에도 불구하고 열리는 문으로부터 그녀를 열렬히 맞이하기로 한 것은 지지자들의 환호 함성이 아닌 어린 관객의 카랑카랑한 야유 소리. 거친 어른들의 경기장에 어떻게 허락 받아 구경 오게 되었는지 그 사실을 까마득 잊은 듯한 어린 소녀의 입에선 비난의 화살이란 녀석이 동굴 박쥐처럼 빗발쳐 나오기로 한다. 당사자보다 더 격앙된 목소리를 품게 된 소녀의 외침은 이제 경기 속행을 위한 진행의 메아리를 맹렬히도 경고해 보기로 한다.



"미안합니다, 아가씨. 제가 그만 그대를 조급하게 만들었나 보네요. 그 대가라 하기는 뭐하지만 최선을 다해 정정당당 서있을 것을 그대의 신을 향해 자리에서 약속 드리겠습니다. 아가씨의 뜻처럼 말입니다."



그럼에도 맨 땅의 지조 높은 소 조련사께선 그녀 곁에 유유히 흐르는 붉은 깃발의 부드러운 움직임을 관객에게 훌륭히 선보이면서 시종일관 여유를 잃지 않기로 한다. 여자가 지금껏 만나보게 된 것은 대표자로서의 다양한 경험들이오, 그리하여 쌓게 된 것은 분명 모래언덕 만큼이나 두터워진 강자로서의 수많은 승리로다.


하늘이 구분 하여준 남여라는 완성된 파이에서 같은 조각을 집어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기도 하는 목소리가 이토록 차이 지게 만들어졌던 것은 위의 이유에서 기인한 것이 가장 크게 된 원인일 것이라! 때문에 이 사실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던 가까운 미래의 어머니께선 야유 부리는 새내기 엄마를 향한 참된 조언 또한 그녀의 펄럭이는 깃발 아래 이름과 함께 적을 것을 반드시 잊지 않기로 했다.


경기가 끝난 직후 상대 팀이라 불렸던 자신으로부터 멋진 기념품 하나를 선사 받게 될 먼 미래의 아이 어머니가, 훗날 좀 더 건강히 자라났으면 하였던 것이 베테랑 소 꾼인 그녀가 바란 유일한 소망이 되었기에. 루밀 아리우드 라는 투우사는 오늘도 새로 날뛰는 도전자 한 명을 경기장 위에 친히 거두어 들여 다음 시련을 여전히 이어나가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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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의 심부름(두 아이의 이소)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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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검의 회고록 6 24.09.14 3 0 26쪽
22 검의 회고록 5 24.09.07 4 0 29쪽
21 검의 회고록 4 24.08.31 7 0 26쪽
20 검의 회고록 3 24.08.24 8 0 25쪽
19 검의 회고록 2 24.08.17 9 0 24쪽
18 검의 회고록 1 24.08.10 11 0 24쪽
17 시작된 심판 24.08.03 10 0 25쪽
16 묘한 제안 24.07.27 9 0 34쪽
15 흔들리는 저울 24.07.20 7 0 24쪽
14 얼굴에서 드러나는 진실 24.07.13 7 0 22쪽
13 자매를 찾은 두 번의 패배 24.07.06 5 0 26쪽
» 완벽함의 투우사 24.06.29 8 0 25쪽
11 똑 같은 후회, 색 다른 결과 24.06.22 8 0 24쪽
10 닮아 있는 앙숙 24.06.15 10 0 27쪽
9 산군의 약속 24.06.08 9 0 26쪽
8 어린 신부와 어설픈 신관 24.06.01 9 0 26쪽
7 가짜 부부 24.05.25 9 0 26쪽
6 붉은 갈기 24.05.18 10 0 25쪽
5 산뜻한 시작 24.05.11 12 0 22쪽
4 계약은 천천히 24.05.04 10 0 23쪽
3 편지의 뿌리를 찾아서 24.04.27 9 0 28쪽
2 찾아온 손님 24.04.20 10 0 22쪽
1 남아서 집을 지키는 것 24.04.15 21 0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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