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의 심부름(두 아이의 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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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rdfloorman
그림/삽화
3F
작품등록일 :
2024.04.15 12:46
최근연재일 :
2024.09.14 01:00
연재수 :
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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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6,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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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13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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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2쪽

얼굴에서 드러나는 진실

DUMMY

풀벌레 소리가 빗방울처럼 내리기 시작하는 어느 늦은 저녁 시간.


환하게 밝혀진 촛불 속 작은 방 한 켠을 어떤 남자가 불쑥 찾아 오기로 한다.



A : 식사는 하셨습니까, 형님? 달이 저렇게나 밝게 떠있는데 나가서 한 잔 걸치고 들어와야 하는 것 아닙니까?


B : 밥이야 먹긴 했지. 헌데, 왜 벌써부터 꿈 타령인 게냐? 이 이른 시간에 침대 위로 기어 들어갈 놈도 아니면서 말이야.


A : 허, 이 막둥이 녀석의 꿈이란 것이 우리 둘째 형님이랑 술 따르는 일인 줄은 알고 계셨던 모양입니다?


B : 알았지, 예전부터.


A : 그런데도 그 고집을 부려왔어? 그러고도 네가 신관 나부랭이냐!


B : 킥킥! 네놈이 술 맛을 알면 얼마나 알게 되었다고. 마신지 삼 년도 채 지나지 못한 녀석이 감히 나랑 겸상을? 어림도 없지.


A : 열 여덟 허락 받아 지금껏 하루도 쉬어온 날이 없소이다. 이만하면 우리 사이에 벌어진 네 개의 해 정도는 충분히 채워 놓지가 않았겠소? 당장 내 검을 받아라, 이 오만한 눈깔아! 네 혓바닥 위에 깎아 만든 술잔에 대해 가르쳐주겠다.


B : 참으로 귀엽구나, 아가야. 허나, 내 다음 술자리란 유리의 소중한 첫 잔과 추억을 함께 할 예정이란다.


A : 바로 내년이잖아!


B : 그렇지.


A : 칵!



B에게 몸을 달려들기로 하는 A, 그러나 그의 공격은 그리 유효하지 못한 채로 끝이 나게 된다.



A : 졌어요, 졌어! 팔, 팔 좀 빨리 풀으시오!


B : 녀석, 고작 이 정도 가지고 까불기는.

(꺾은 팔을 도로 놓아준다)


A : 하! 나 참, 어이가 없어서 정말... 에이람 때는 아득바득 넘기시더니만 섭섭하게 유리는 또 챙겨준 답니까? 이건 좀 너무하지 않아요?


B : 시끄럽다, 억울하면 네놈 역시 떼고 태어나지 그랬느냐.


A : 못 됐어, 이 짐승!


B : 말을 다시 거두도록 하마, 넌 떼고 와도 그럴 일 없다.


A : 흥!



파란 머리 여동생이 자주 하던 행동을 A는 B 앞에서 계속 따라하기로 한다.



B : 예쁘다 예쁘다 해줬더니 네놈이 주제를 모르고 살아왔구나. 이 개짓거리를 대장님 앞에서 똑같이 하게 만들어줘야, 그때 정신을 차려올까?


A : 그대보다 두 살 연상이신 그분의 앞에서 말입니까요? 그것이라면 오늘 이미 해봤습니다만?


B : ...왜? 어째서?


A : 유리가 대장님 품에 안겨 흐느적 대고 있길래 옆자리에서 잠시 골려주기로 하였었지요.


B : 끔찍하군!


A : 그래요? 그분께선 나름 좋아하시던데 말입니다.


B : 웃기는 소리. 그보다는 유리가 무슨 연유에서 그리 되었다 말을 하더냐? 아직도 도련님 마음을 풀지 못하였어?


A : 정확히 그렇습니다요. 그 도련님이란 분, 생각보다 마음에 강단이 있으신 이 같아서 말이지요. 쉽게 용서하려 들지 않으셨습니다.


B : 충분히 그럴 수 있지.


A : 눈도 마주치지 못할 정도로 부끄럼쟁이시면서 할 말은 또박또박 다하고 가셨다니까요?


B : 그렇... 응? 그게 무슨 말이냐? 눈을 마주치지 못하다니?


A : 예? 그것은 말 그대로 입니다요? 그대 도련님께선 당시, 고개를 푹 숙인 채 대화를 이어나가기로 하셨답니다.


B : 누구로부터?


A : 대장님이요. 그분께서 도련님을 직접 찾아가기로 하셨거든요. 우리 형님의 선택이 과연 무엇이었는지 굉장히 궁금하셨었나봐요.


B : 이상한데?


A : 이상해? 뭐가 이상해요?


B : 처음 만난 상대와 눈을 마주하고 이야기 한다는 것은 매우 기초적인 예절이었다. 이를 모르실 리가 없으실 터인데?


A : 아이, 왜 그러세요 형님! 그건 예절 이전의 문제도 분명 존재 하지 않았습니까?


B : 문제? 무슨 문제?


A : 우리의 대장 별께선 사내 마음을 흔들어 놓기에 아주 충분한 양의 빛을 용모로부터 띄어 놓으시지 않으셨겠습니까? 목소리만 들어도 심장이 떨릴 상황인데 눈 마주칠 용기가 감히 어디서 나왔겠어요.


B : ......


A : 어라? 이런 쪽에선 형님 역시 '쑥맥' 이셨던 것입니까? 그렇다면 이 막내가, 술 한잔 걸치는 것으로 인연에 대해 많은 도움을 드려보도록 할까요?


B : 내가 너랑 같은 줄 아느냐? 멍청한 소리 그만하고 가서 잔이나 퍼 마시거라.


A : 참 나, 도와준다 해도 난리람! 정 궁금하면 가서 확인해 보면 될 것 아니오.



─ 내 말이 맞는지 형님 말이 맞았는지... 쳇!




***




"이봐, 잠깐!"



이틀 만에 기적처럼 병상에서 일어나기로 한 두통 환자. 주변이 밝자마자 명의 앞을 찾아 나선 그가 파란 여의사의 작은 어깨를 자신 쪽을 향해 거칠게 돌려 세워왔다.



"아이씨..."



환자인 그가 침대에 누워있는 동안 벌어진 심리적 고통들이, 찾아든 피로 물질들과 함께 안면 근육 사이로 제법 불쾌함을 누적 하게 되자 파란 명의의 얼굴에선 환자에게 비추었어야 할 의무적 감정의 꽃 수가 현저히 부족해지고야 말았다. 때문에 상대와 시선도 마주하지 않기로 하는 그녀의 내려간 눈초리는 화낼 힘조차 끌어올리기 싫었다는 양 무미건조한 답 만을 내놓아 그에게 용건만 캐물을 것을 짧게 통보 하기로 하였다.



"뭔데, 짧게 얘기하고 끝내."


"너, 바른 대로 고해. 걔한테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게 됐어?"


"일? 아아, 그거? 별거 아니야. 오늘이라도 당장 일어나 보이실 예정이니까 너무 호들갑 떨지 말더라고."


"오냐 아낄 때는 언제고, 문제 생기니까 이제는 남남이다 이거야?"


"뭐? 넌 정말 생각이란 것이 있기는 하는 놈이야? 내 모습 어디에서 그 여자를 아꼈다 말을 하는 것이지? 당장이라도 내쫓았으면 내쫓았지, 한 번을 그래온 적이 없었거든?"


"하린씨 이야기를 하자는 것이 아니야, 내 동생 님을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이라고!"


"동생? 도련... 님?"



맞물리지 못하던 그들의 대화 주체, 그것이 점차 하나의 띠로 고정되어 오면서 여자의 태도는 순간 급변함을 맞이하기로 한다. 그의 남동생에게 벌어진 일이라면 유리 나일리아 라는 잘나가는 명의에게 있어서도 더이상 남의 일 만은 아니게 되었다.



"뭐야! 왜! 도련님이 뭘 어쩌셨는데!"


"그건 내가 묻고 싶은 말이야! 멀쩡하던 얘가 왜 갑자기 식은땀을 줄줄 흘리게 된 것이었냐고."



그가, 동생의 형님이! 상처 받은 마음으로 인하여 침대 자리를 뜨지 못했던 어제의 하루 기간. 그 상실의 시간 동안에 어린 피붙이에게는 과연 무슨 일이 나타나게 되었는지... 보호자 행세를 자처하는 중이신 이글 거리는 눈빛의 주인께서는 파란 눈의 주치의로부터 강아지 윽박 지르는 일처럼 설명을 강하게 요구하기로 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아파? 그분이 아프셔? 어디가? 왜! 대체 어디가 아프시다 하시는데!"



다만 남자의 상대란 더이상 냉철한 판단력을 지닌 전문의의 입장에서 이성적 의견을 단호히 펼칠 수는 없는 사람이 된 후였고, 발을 동동 거리며 수술실 문 밖에서 결과를 기다리는 수 많은 어머니들 중 하나가 현재 그녀가 서있다는 기다림의 위치라 입장을 재정립 할 수가 있었다.



"시끄럽게 소리만 꽥꽥 지르지 말고 좀 더 제대로 된 의견을 내놔. 어제 녀석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어? 꽃 주변에서 벌에게라도 쏘여 온 것이야?


"거긴 근처에도 안 갔어. 위험한 벌이 나다니는 곳에 내가 왜 그분을 모시고 갔겠어!"


"그렇다면 먹을 것은? 혹, 음식이 상했던 것은 아니고? 물이라던지!"


"그랬다면 나도 같이 아팠겠지. 나도 똑같이 입을 댔으니까!"


"그렇다면 뭐가 문제인데! 왜 녀석이 아파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냐고!"


"몰라, 모른다고! 왜 자꾸 나한테 묻는 거야? 난 정말 잘못한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단 말이야!"



흐아앙~



아이 아빠 입에서 몰아쳐 나오는 쉴 틈 없는 거센 압박 틈 속에, 서툰 엄마의 볼은 그만 서운함의 눈물 방울을 원 없이 터트려 놓기로 했다. 서로가 할 일 하기에도 너무나 바빴던 몸이기에 아이 돌보는 일을 알게 모르게 상대로부터 미루기로 하였던 초보 부모들 대다수가 저도 모르게 내놓기로 하는 매우 보편적 대화 오류라 할 수 있었다.


이 문제는 자칫 큰 불 까지 번져 나갈 수 있다는 아주 위험 천만 했던 녀석으로, 이를 초기 진압하기 위해서라도 주변 가족들에게는 특단의 대책 하나가 간간히 요구 되어오기 마련. 보통 이는 전통적으로 손윗사람들이 발 벗고 나서 발생 시킨 산불을 조용히 진압 시키곤 했다.



"유리, 왜 울고 있는 것이냐."



이번 산불로 인해 그들 부부를 찾기로 한 쪽은 여자 측의 둘째 오라버니. 길 한복판에서 엉엉 울고 있는 배 다른 여동생의 찡그린 코를 보고 최근 들어 울음이 많아졌다 라는 그녀에 대한 보고가 거짓은 아님을 오라비는 깨닫기로 한다.



"나 때문에, 내가 못나서 도련님이 아프시데요! 우아앙!"


"너 때문에? 어째서? 울지 말고 똑바로 좀 이야기 하거라."



결코 흔들리지 않는 저울이라 불렸던 그의 이명에 걸맞도록, 바다의 눈물을 마주하자마자 감싸려 들기로 한 첫째 언니의 따스한 품과는 달리 둘째 오라버니의 메마른 손은 사건의 전말을 보다 명확히 세워 보고자 그의 억센 천칭을 동생의 눈앞까지 쭉 들이밀어왔다.



"신관님, 저랑 따로 이야기 하시지요. 저는 아디프라에서 온 조일이라고 합니다. 현재 아이의 형님 노릇 하고 있는 사람이지요."



동일한 옷을 걸쳐 놓기는 하였지만 확연히 느껴지는 둘의 무게감 차이에서 이미 커다란 격을 알아차리기로 하는 타지 사람의 참된 눈썰미. 본인 이름을 서둘러 밝혀냈던 것으로 아이 형님은 진실된 신관을 향하여 깍듯한 허리를 고개 숙여 놓기로 한다.



"아, 그러셨군요?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저는 실데론이라고 합니다. 이전 일은 정말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전에 미리 알 수 있었더라면 제 손에서 조치를 취했을 일일 진데, 정말 면목 없게 되었습니다."


"아닙니다, 살다 보면 그런 일 또한 나타나게 되는 법이지요. 무엇보다 제 잘못이 없다고 할 수는 없는 일이었으니, 그 일에 관하여선 너무 개의치 마셨으면 합니다. 그보다는 현재 동생의 안위가 저를 몹시 불안에 떨게 만드네요. 부디 그대의 혜안을 좀 나누어주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그야, 얼마든지요! 현재 도련님의 어디에 문제가 나타나게 된 것입니까?"



이제서야 본론에 들어갈 수 있기로 하는 형님의 입은 잠시 나마 안도의 빛을 띄우기로 한다. 괴팍하기 짝이 없다란 키만 자란 여인네와는 달리, 눈 앞의 남성 분께선 연상인 그에게 있어서도 깊은 경외감을 느끼기에 전혀 부족함 없다 이야기 할 수 있는 진정한 신관임이 분명하였다.



"어젯밤 일이었습니다. 옆에서 끙끙대는 소리가 들려 오기에 몸을 슬쩍 일으켜 세우니 글쎄, 동생 녀석의 상태가 영 이상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몸을 막 흔들어 깨워 보기로 했지만 바로 일어나지는 못하더랍니다."


"악몽, 입니까? 그것도 좀 심한 수준의?"


"비슷합니다. 단지 녀석의 경우에는 겨우 꿈에서 깨어났을 때에도 좀처럼 마음을 다잡지 못하여 제 품에서 몸을 오들오들 떨더군요. 식은 땀까지 줄줄 흘려내면서 말입니다."


"이맘때의 아이들은 간혹 그런 경우가 있긴 합니다만... 그것과는 다른 경우라 생각하셔서 지금 제게 도움을 요청하시는 것이겠지요?"


"......"



아이 형님은 "네." 라는 대답 대신 털이 수북 했던 고개를 두 번 끄덕이기로 했다. 아이들의 악몽, 그 형태가 어떠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그 시절을 지내고 성인이 된 이들 머리라면 당연히 이해 할 수 있는 아주 쉬운 내용의 일이었다.


꿈이란 것은 본디 몸의 주체가 가진 정신적 폭에 따라 그 내용 역시 대략적으로 정해지게 되는 법. 고작 해봐야 흔들리는 커튼 그림자 속에서 깜찍한 유령을 떠올려 보는 일이 그 또래 머리가 유추해 낼 수 있는 최선의 상상이라, 아이의 형님은 이 사실을 여태 믿어 의심치 않으며 살기로 했다. 그러나 이번에 마주하기로 한 동생 사태의 경우, 그 악몽이란 녀석의 짜임새가 어쩐지 심히 남달라 보이기 까지 한다.



"그 나이대 꿈에 나타나게 되는 '악령' 이란 대부분 자기 자신을 쫓아오게 되지 않았겠습니까? 그런데도 녀석의 입은 「다른 이를 살려 달라!」 묘한 말만 계속해서 반복하기로 하더군요. 이름 모를 어느 누군가의 옷깃을 열심히 붙잡아 가면서 말입니다."



어쩌면 이것은 저택에서 만나게 된 열두 살이란 아이가 나이에 어울리지 못한 생각을 머리 속에 담고 있단 사실을 인정한 순간에서부터 일이 예견되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기에 늑대 울음소리가 들려오는 노숙을 청할 적에도 편히 잠만 들기로 하였던 동생 녀석의 행복한 시간들을, 한순간 악몽으로 뒤바꾸기로 한 현실의 출처가 과연 무엇이었는지. 형님은 그것에 대해 파악하기 위해서라도 서둘러 모든 머리를 굴려 내기로 한다.


이는 분명 예삿일이 아니게 되었다! 남자의 오랜 경험은 몇십 년 만에 나타난 위기 관련 촉을 날카롭게 곤두세워와, 찾은 고난에 대비토록 하라는 생존 강령을 스스로에게 잔뜩 이르기로 한다.



"혹, 몸 속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닌가 하여 그녀로부터 아이 건강에 영향이 끼칠만한 사건이 있었는지에 관해 잠시 캐묻기로 하였습니다만... 역시 별다른 일은 없는 듯 보입니다. 하기야 제 몸보다 애지중지 모시는 모습을 저도 여럿 지켜보았는데, 그 일을 허투로 했을리는 없었겠지요."


"분명 그렇습니다. 저희 입장에선 과하다 느껴질 정도로 유리는 온 신경을 그에게 기울이기로 했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선 문제가 없었다 라고 제가 확신의 답을 내놓기로 하겠습니다."


"그렇다면 머리, 즉 정신적인 영역이다 라고 밖에는 생각할 수 없겠군요. 그러나, 그것이 무엇 인지에 대해선 저로서는 도저히 알 길이 없게 되고야 말았습니다."


"음..."



당금의 고민을 입 안 살짝 머금기로 결정하는 실데론의 임무 막중했던 혀, 짧게 나마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것을 그는 고독을 음미하기로 했다. 상대가 말하는 정신의 영역, 그것이 뜻하는 바는 이제 새롭게 겪게 된 맞닥뜨린 충돌에 대해 알 수 없는 하나의 사건을 자리에 이르기로 하였다. 즉, 일어난 아이의 상태 변화 원인이란 이 땅 어딘가에서 마주하였다 라는 알지 못할 '그것' 과 관련되어 있다고, 이시각 남자는 그의 의견을 애둘러 주장하고 있는 것이었다.



"흐극! 윽!"



예의 바른 이의 사정을 가장 뜻 깊게 알고 있다 하는 사람은 실데론의 사랑스러운 후배였자 여전히 한쪽에서 코를 훌쩍 대기로 하신 방랑자들의 훌륭한 첫째 소성으로, 물이란 물은 얼굴에서 죄다 쏟아 내리기로 결정 하셨던 세상의 폭포수께서는 죄를 좌지우지 한다 라는 오라비의 지독한 저울 위에 오른 뒤에도 최후의 해명을 해보기는 커녕 여전히 눈물 닦을 손을 뺨 근처 수영 멈추지 않아 왔다.



"일단 도련님을 만나서 이야기 나눠보시지요. 그녀의 상태가 이러하니 이곳에서의 대화는 그리 큰 의미를 지니지 못할 것 같습니다. 저 또한 이번 주제와는 벗어난 말을 여쭙고자 그분을 잠시 찾아 가려던 길이었으니, 형님께서도 저희와 동행하시여 부디 동생 분께 함께 가도록 하시지요."


"그러셨습니까? 녀석을, 제 동생을 찾고 계셨어요?"


"예, 그렇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 못할 일이 하나 나타나게 되어 남동생 분을 잠시 나마 만나려던 참이었습니다. 아, 따로 걱정 하실 만한 일은 아닙니다. 그저 저희 대장 님과 눈을 마주하지 못하였던 일이 진실로 그녀의 용모 때문인가 하는 사소한 궁금증에서 시작했을 뿐이었지요."


"눈을, 마주하지 못했다구요? 그럴리가요? 머리가 하얀 녀석이라면 모를까, 그 아이는 뼛속까지 착실한 놈이라 절대 그럴 일 없습니다."


"과연 그렇습니까? 저만 이상하다 여기던 것은 아니었군요."



신관의 황색 눈은 이날 처음으로 환한 태양 빛을 그의 동공 속에 번뜩이기로 했다. 그녀 오라비에게 있어 어찌보면 가장 우려스러운 결과였다 라고 이야기 할 수 있었겠지만 어찌 됐건 세상의 예의라는 소년이 이곳에 와서 마주한 충격적인 경험이란 그의 고결함과의 만남에서 비롯되었다 라는 유일한 단서 하나를 둘째 별은 상대방과의 대화에서 착실히 얻어낼 수가 있었다.



"예의란 그 무엇과 견주어 놓았을 때에도 자연스레 앞을 나서게 되어있기에, 그토록 저희로부터 많은 인정을 받기로 하였던 것이겠지요. 그대 동생께서 저와 같은 생각을 비추었다는 것을 짧은 인연 속에서도 전혀 믿어 의심치 않기로 했습니다. 자, 그분과의 만남이 도련님께는 과연 어떻게 다가오게 되셨는지, 그 진실을 저와 함께 마주 들으러 가시지요."




***




두 신관과 한 남자, 그들의 여섯 수 발목이 옛 수련 공간이 아닌 다시 배정 받기로 한 손님의 방 문턱 위에 잘 짜여진 가죽 신을 코 가까이 도착하기로 하였을 때.



"도련님..."



그새 파리 해진 소년의 낯빛에서부터 안타까움을 발견하기로 한 유리 나일리아의 눈동자는 서둘러 그의 침대로 달려나가 힘들게 멈춰 세운 눈물을 재차 다리 위에 쏟아내기로 했다.



"유리..."



하룻밤 사이의 악몽이 얼마나 고단하게 되었는지 파란 머리를 쓰다듬는 아이의 여린 손은 다 죽어가는 나비의 다리가 되어버린 것 마냥 그 움직임이 심히 부드럽지를 못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함께하기로 한 ─ 이곳의 누구보다 경험이 낮기로 하는 ─ 작은 아이의 입은 "저 때문에 괜한 걱정을 끼쳐 드렸던 걸까요?" 라는 상대 위한 배려심을 평소 버릇으로 인하여 공중에 흘려보내기로 한다.



"아닙니다, 도련님. 이 주변에 약한 고뿔이 나타났다 하여 단순히 확인 차 오게 되었습니다. 다른 곳 역시 이미 둘러보고 오는 길이었지요."


"그랬어요, 둘째 신관님? 이곳에 잠시 감기가 돌기로 했었나요?"


"네, 그렇습니다. 그대 역시 첫 앓이를 좀 심하게 하기로 하였을 뿐이오니 너무 심려치 마시기 바랍니다. 심적 안정이야 말로 완쾌의 지름길이 되어줄 터이니까 말입니다."


"그랬군요? 감사합니다, 실데론님. 지금 저에겐 너무나 힘이 되는 말이었어요."


"별말씀을요."



별말씀 다하냐는 으레 건네는 인사를 꺼내기로 하였으나 힘겹게 웃어 보이는 어린 상대의 희미한 미소로부터 실데론의 뒷맛은 착잡하게 씁쓸해져감을 느끼게 된다. 그를 위해 내세운 거짓말이 빛을 보았던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 여길 수 있는 일이었으나 이토록 남을 생각할 줄 아는 착한 아이의 이마가 병마로 인해 큰 근심을 얻게 되는 장면은 그의 굳어버린 눈가 감정 또한 축축히 되살아나게 만들었던 몹쓸 운명의 지독한 장난이라 할 수 있었다. 게다가,



"사실은 알고 계셨지요? 제 말이 거짓이라는 것을."


"네? 아, 네..."



이마저 당신을 위한 작은 배려였다는 것을, 지혜를 닮은 잿빛 눈동자는 한참 어른인 그의 황동 눈을 마주하자마자 이미 알고 있었다는 일처럼 눈치 빠른 행동을 별다른 고민 없이 택하기로 했다. 평소라면 감히 방랑자들의 별을 업신 여긴 놈의 처사에 대해서 나무 방망이 훈계 소리에 부러지도록 귓가를 흠씬 두들겨 주어야 마음이 풀렸겠지만, 누구에게서 배워낸 것인지 조차 모를 저 순수함이 내뱉는 거짓 놀이에는 실데론의 냉정한 저울 역시 감히 평가를 내릴 수는 없게 되었다.



"제가 당신을 속이고자 함은 지금부터 전해드릴 이야기가 그만큼 중요한 일이 될 것 같아 그렇습니다. 제 솔직함을 보여드리고자 이처럼 돌아오기를 결정한 것이었지요. 도련님, 부디 저와 나누시게 될 앞으로의 말씀 속에선 그대 또한 진실 만을 이야기 해줄 것을 제게 약속하여 주시겠습니까?"


"약속, 이요?"



진실 만을 이야기 하여 달라! 다른 말로 풀어 설명 하자면 어떤 상황, 어떤 이유에서든지 간에 제발 거짓 만은 꾸며내지 말아 달라 하던 것이 그가 바라는 진심 어린 요청 사항이라 할 수 있었다. 때문에 더더욱 깊은 고민에 빠져들기로 한 어린 자의 길다란 속눈썹은 앞 사람에게서 자신의 가장 길었던 모습을 낯빛에 비추었던 일로, 주어진 슬픔에 대하여 처마 끝을 보이기로 한다.



"괜찮으시겠어요? 제 입에서 그 어떤 말이 튀어 나온다 하더라도?"


"네, 이미 각오한 바가 되겠습니다. 설령 그 대상이란 것이 제 하나 뿐인 상관 님과 관련된 일이라 할지라도 말입니다."


"예?"



둘째 별 오라버니, 그의 갑작스러운 대답에 깜짝 놀라기로 한 사람은 당사자 소년이 아닌 옆에 누워 계신 파란 눈알의 고개.



"그게 무슨 말이에요, 선배님? 대장 님께서 왜요?"


"......"



하나, 오라비의 단호한 눈빛이란 길 잃은 여동생의 손을 길가에 혼자 내버려 두기로 이미 호된 마음을 정해 놓은 후로, 첫 대화 상대에게서 그의 시선을 돌리지 않겠다 고개 근육들을 잔뜩 굳혀낸 뒤였다.



"알겠습니다, 제가 겪은 그대로를 당신의 귀에 들려 드리도록 할게요."



상대가 내세워 오는 맹세가 얼마나 굳건 한 것이었는지 그 흔들림 없는 눈동자를 통해 진심을 깨우치기로 한 병상 위 어린 환자. 한숨 크게 내쉬는 것을 마중물 삼아 환자는 너무나 어처구니 없는 종류의 사실 하나를 몸 속 깊은 곳에서부터 여의주처럼 비밀 꺼내기로 한다.



"여러분들의 대장님, 루밀 아리우드 님께서는 정녕..."



─ 저희와 같은 사람이 맞으십니까? 혹, 다른 무엇의 존재는 아니셨구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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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의 심부름(두 아이의 이소)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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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검의 회고록 6 24.09.14 3 0 26쪽
22 검의 회고록 5 24.09.07 5 0 29쪽
21 검의 회고록 4 24.08.31 7 0 26쪽
20 검의 회고록 3 24.08.24 9 0 25쪽
19 검의 회고록 2 24.08.17 9 0 24쪽
18 검의 회고록 1 24.08.10 11 0 24쪽
17 시작된 심판 24.08.03 10 0 25쪽
16 묘한 제안 24.07.27 9 0 34쪽
15 흔들리는 저울 24.07.20 7 0 24쪽
» 얼굴에서 드러나는 진실 24.07.13 8 0 22쪽
13 자매를 찾은 두 번의 패배 24.07.06 6 0 26쪽
12 완벽함의 투우사 24.06.29 9 0 25쪽
11 똑 같은 후회, 색 다른 결과 24.06.22 8 0 24쪽
10 닮아 있는 앙숙 24.06.15 10 0 27쪽
9 산군의 약속 24.06.08 9 0 26쪽
8 어린 신부와 어설픈 신관 24.06.01 10 0 26쪽
7 가짜 부부 24.05.25 9 0 26쪽
6 붉은 갈기 24.05.18 10 0 25쪽
5 산뜻한 시작 24.05.11 12 0 22쪽
4 계약은 천천히 24.05.04 11 0 23쪽
3 편지의 뿌리를 찾아서 24.04.27 9 0 28쪽
2 찾아온 손님 24.04.20 10 0 22쪽
1 남아서 집을 지키는 것 24.04.15 21 0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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