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오시리스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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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슬로상일
그림/삽화
천슬로상일
작품등록일 :
2024.05.08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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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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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4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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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파도

DUMMY

2055년 6월 4일 금요일 천문대에서는 연구 결과에 대한 내부 발표회가 있었다.

장진수의 2055GX1 소행성에 대한 발표가 단연 관심을 집중시켰다.

김필립 부장의 우주 자원의 확보 방안에 대한 리뷰 논문 발표로 이날의 발표는 마무리되었다.


지성렬 박사는 발표를 마치고 나오는 장진수에게 말을 걸었다.

“진수야, 오늘 발표회는 어쩐지 분위기가 평소보다 뜨겁더라.”


“그러게, 어휴, 좀 지친다.”

“하하, 어제 잠은 좀 잤어?”

“아니, 자게 생겼냐. 허허”


“진수야 나도 앞으로 연구 방향을 우주 자원 탐사 쪽으로 돌려야겠어.”

“흠, 그렇게 생각해?”


“김필립 부장의 발표를 들으니, 미지의 물질이라던 포토니움의 잠재력이 대단할 것 같던데.”

“김필립 부장님은 참 괴물 같은 사람이야. 어느 틈에 준비해서 그런 발표를 할 수 있는지.”


“음, 나도 그렇게 생각되더라. 그럼 우리 협동 연구로 할까?”

“좋지.”


퇴근 무렵에 김필립 부장으로부터 장진수 박사에게 전화가 왔다.

“장 박사 오늘 금요일인데, 저녁 식사나 같이 할까?”


“아 네, 좋지요.”

“그럼 이따 퇴근해서 아래 휴게소에서 산채 비빔밥이나 같이 하세.”

“요즘 산채가 향기 좋은 게 많다고 하더라고.”


두 사람은 휴게소 식당에서 만났다.

식당 아주머니가 직접 소백산에서 채취한 산채는 다양하고 풍성했다.


“아주머니 혹시 식사 후에 더덕과 산마를 같이 넣고 갈아서 쥬스 만들어 주실 수 있어요?”

산마 더덕 쥬스는 이 식당의 유명 아이템이다.


“부장님 오늘 산채 비빔밥 정말 좋네요.”

“그렇지? 신선한 향기도 매력적이지만 몸이 건강해지는 것 같구먼. 하하하”


“장 박사 오늘 발표 내용 아주 좋았어. 논리 전개도 분명했고 정리도 잘 되었던데.”

“감사합니다.”


“부장님 발표는 감동적이었습니다. 그렇게 무한한 가능성을 놓칠 수 없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그랬어? 허허.”


“지성렬 박사가 포토니움에 관련해서 같이 협동 연구를 하자고 하던데요.”

“그래? 좋지. 같이 잘 해보게.”


“글쎄, 어떻게 말해야 좋을지 모르겠지만, 앞으로 포토니움에 대한 연구를 하지 않으면 지구 차원의 큰 재앙이 닥칠 수도 있다고 생각해.”

김필립이 정색을 하고 말했다.


“네? 지구 차원의 재앙이라면 뭘 말씀하시는 것인가요?”

“아, 내가 너무 빨리 갔나? 음, 차츰 얘기하세.”


장진수가 생각하기에 김필립 부장은 계속해서 무엇인가를 알고 있으면서 이야기를 안 하는 부분이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부장님, 부장님은 포토니움의 가능성을 어느 방향으로 중요하게 생각하세요?”


“허허, 사람, 급하기도 하네.”

“아무튼, 포토니움에 대한 이해는 우주 시대에 에너지원으로써 필수 사항이 될 거야.”


“자, 이 쥬스 마시고 힘 내세나.”

“네, 어쩐지 힘이 불끈 솟는 것 같습니다.”

“그래? 이거 마시면 잠도 푹 잘 수 있을 거야, 하하하.”


그렇게 즐거운 저녁 식사를 마치고 두 사람은 각자 차에 올랐다.

장진수는 영주 방향으로, 김필립 부장은 단양 방향으로 각자 차를 몰았다.


장진수는 차를 운전하면서 김필립 부장의 이야기가 자꾸 떠올랐다.

“지구 차원의 재앙이라니 너무 나가는 것 아니야?”


“이 연구 안 하면 재앙이 온다고 겁주는 거야?”

“지구 차원의 재앙이라니, 무슨 기후 변화 얘기야? 핵무기 얘기야?”


그런 엉뚱한 생각을 하면서 차를 몰다가 다시 생각이 났다.

“지구 차원의 재앙이라면 우주 차원의 사건이 생긴다는 말인가?”

“흠, 그 양반 뭔가 알고 있는 것 같은데 왜 말은 안 하지?”


“김 부장님은 미스테리한 사람이야.”

“단양의 집도 그렇고... 무슨 돈으로 4층 건물에 개인 천문대까지 만들고 사는지...”


“친척이 미국에 한 사람 있다 하고, 건강진단 받을 때는 특이 체질이라며 연차까지 쓰면서 미국으로 가고.”

“도무지 알 수 없는 사람인데, 연구성과는 잘 내니 할 말은 없네.”


장진수가 그런 생각을 하며 죽령 고갯길을 내려오는데 뒷 차가 붙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쩌다 그럴 수도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장진수의 차도 속도를 내지 않을 수 없었다.

“뭐야, 이러다 사고 나겠는데, 아 저 사람이.”


그렇다고 추월도 하지도 않으면서 장진수의 차에 바싹 차를 붙였다.

위험하다고 판단한 장진수는 풍기에 다 와서 첫 번째 주유소로 재빨리 들어갔다.


뒤따르던 차가 휙 하고 그냥 지나갔다.

“뭐 하는 자야? 왜 나한테 이러지?”


기왕 주유소에 들어온 김에 장진수는 차에 기름을 보충했다.

“휴, 다행이다. 이곳에 주유소가 있어서. 요즘 같은 전기차 시대에도 이런 시골에서는 그래도 내연기관 차가 좋아, 운전하는 맛도 있고.”

이런 생각을 하니 다시 기분이 돌아왔다.


금요일 퇴근길이라 여유로운 마음으로 운전을 하며 풍기를 벗어났다.

어느덧 저녁 어스름이 깔리고 있었다.

그런데 어디서 나타났는지 아까 그 차가 다시 쫓아왔다.


순식간이었다. 커브 길에서 뒷 차가 장진수의 차를 들이받았다.

순간적으로 장진수의 차는 방향을 잃고 길 밖으로 튕겨 나갔다.

“아니, 왜 이래!”

한순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장진수의 뇌리에 지난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아버지를 생각하며 하늘의 구름을 쳐다보던 장면이 생각났다.

아득한 옛날 일들이 지나갔고, 그리고 정신을 잃은 것 같았다.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이며 빨리 빨리라고 소리치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다시 정신을 차려보니 병원 응급실에 누워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어머니와 그의 아내 최수진이 딸 새롬이를 업고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진수야, 이제 정신이 드니?”

“여보.”


“아, 누가 내 차를 들이받았어.”

“그래 사고 조사보다 먼저 몸을 살펴야지.”

그러고는 장진수는 엑스레이 사진을 전신 구석구석에 걸쳐 찍었다.


기다리던 의사가 왔다.

장진수의 외상을 살피면서 사고 상황에 관해서 물었다.

다양한 부위의 사진을 보더니 고개를 갸웃하고 다시 엑스레이 사진을 점검했다.


“환자분 지금 어디가 아프시지요?”

“네 가슴과 옆구리가 아픕니다.”

“가슴과 옆구리의 외상은 심합니다만 뼈에는 이상이 없습니다.”


“이 정도면 갈비뼈에 심각한 손상이 갔을 것 같은데 뼈는 멀쩡하십니다. 다행입니다.”

“1주일 정도 입원하셨다가 외상이 아물면 퇴원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의사는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자리를 뜨면서 어머니를 복도로 불렀다.


“어머님 혹시 알고계신가 해서요.”


“환자가 외상은 심한데 뼈에는 이상이 없는 게요, 사실은 제가 보기에 뼈가 좀 기형인 것 같습니다.”

“뭐라 할까요, 굉장히 튼튼하다고 할까요? 보통 사람하고는 좀 다릅니다.”


“늑골이 아주 넓고 강한 구조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외상이 좀 심하게 생긴 것 같으니까요, 외상 치료에 신경을 쓰면서 관찰을 해야겠습니다.”

“아 그렇군요. 저는 지금까지 몰랐습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의사가 떠나고 한소희는 아버지 장영길에게 전화를 했다.

“여보, 놀라지 마세요.”


“무슨 일인데?”

“진수가 교통사고를 당했어요.”

“다행히 뼈는 다치지 않았고 가슴과 옆구리에 외상만 입었어요.”


“큰일 날 뻔했네. 그런데 큰 부상은 아닌가 보네?”

“아니요, 의사 말이 뼈는 이상 없는데 외상이 심해서 병원에 입원해서 관찰이 필요하데요.”


“그렇군. 다른 말은 없었고?”

“그런데 갈비뼈가 좀 튼튼한 기형 같다네요.”

“허허허, 알겠어요. 크게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아요.”


전화를 끊고 한소희는 좀 서운한 생각이 들었다.

자기 자식이 교통사고를 당해 다쳤다는데 걱정 안 해도 된다니 황당했다.

16년간의 이별로 감정이 무뎌졌다는 서운함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에 김필립 부장이 병원으로 찾아왔다.

“아 이 사람아, 좀 어떤가? 이야기는 들었는데 큰일 날 뻔했네.”

“네, 죄송합니다.”


“다친 데는 좀 어떤가?”

“차가 반파됐다는데 저는 운 좋게 뼈도 다친 데가 없고 외상만 좀 있습니다.”


“허허, 그렇군. 천문대에서 연락이 와서 알고 바로 온 것일세.”

“뒤에서 차가 받았다며?”

“네.”


“뼈를 안 다쳤으면 아마 금방 날 수 있을 걸세.”

“오늘은 어제보다 많이 좋아진 것 같습니다.”


“허허, 그럴 걸세. 사무실에서 보세나. 지구 차원의 재앙을 막아야지. 허허허.”

이런 모습을 한소희는 조용히 응시하고 있었다.


김필립 부장이 떠나고 장진수는 묘한 감정을 느꼈다.

아침부터 문병도 오고, 평소와 다른 김 부장의 태도가 과장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사도 아니면서 금방 나아질 거라느니, 마치 잘 알고 있다는 듯이 말한다고 느꼈다.


6월 7일 월요일 담당 의사가 회진을 왔다.

“좀 어떻습니까?”

“거뜬한 것 같습니다.”


“그래요? 어디 상처 좀 봅시다.”

“아니 이럴 수가?”


장진수의 상처는 거의 다 아물고 회복되어 있었다.

“정말 회복이 빠르십니다. 젊으셔서 그런가요? 3일 만에 이렇게 나아지기는 어려운데요.”

“내일 아침에 퇴원 여부 결정하겠습니다. 하루 더 쉬신다고 생각하십시오.”


어머니 한소희는 이런 모습을 찬찬히 보면서 집히는 부분이 있었다.

이 아이는 아버지로부터 어떤 능력을 물려받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심코 들었던 장영길이 했던 말들이 예사롭지 않다는 생각이 스쳤다.

그렇다면 지구에 큰 위기가 올 수 있다는 말은 무엇이란 말인가?

정말로 그런 일이 올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마음속에 스며드는 것 같았다.


한소희는 최수진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집으로 가면서 자신에게 닥쳐올 일을 생각했다.

장영길과의 결혼이 내포하고 있던 우려가 이제 현실화 되는 것 같았다.

이제는 며느리와 손녀까지 있는 단란한 가정에 거대한 파도가 다가오고 있다는 생각이

알 수 없는 두려움으로 바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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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제54화 인공신경망 곤충 24.08.30 29 0 12쪽
54 제53화 지구를 향해서 24.06.08 22 1 11쪽
53 제52화 증오 24.06.07 18 0 10쪽
52 제51화 케플러 기습 작전 24.06.06 21 0 11쪽
51 제50화 미끼 24.06.05 19 0 11쪽
50 제49화 발판 24.06.04 18 0 10쪽
49 제48화 생태계 24.06.03 18 0 10쪽
48 제47화 생각하는 존재 24.06.03 18 0 10쪽
47 제46화 음모 24.06.02 19 0 10쪽
46 제45화 배신자 24.06.01 20 0 10쪽
45 제44화 사령관 해임 24.06.01 20 0 10쪽
44 제43화 먹이 상자 +2 24.05.31 20 0 10쪽
43 제42화 뛰는 자와 나는 자 24.05.30 17 0 11쪽
42 제41화 흐르는 눈물 24.05.30 21 0 11쪽
41 제40화 살인자 24.05.29 18 0 11쪽
40 제39화 숨겨진 기록 24.05.29 20 0 10쪽
39 제38화 환생 24.05.28 21 0 11쪽
38 제37화 두상 24.05.28 18 0 10쪽
37 제36화 죽음과 소멸 24.05.27 18 0 10쪽
36 제35화 연결 24.05.27 20 0 10쪽
35 제34화 회상 24.05.26 21 0 10쪽
34 제33화 분노 24.05.25 21 0 11쪽
33 제32화 프로메테우스 24.05.24 23 0 11쪽
32 제31화 장영실 24.05.24 22 0 10쪽
31 제30화 카이퍼 전투 24.05.23 24 0 10쪽
30 제29화 오르트 전투 24.05.23 21 0 11쪽
29 제28화 행성 전쟁 24.05.22 23 0 11쪽
28 제27화 죽음 다음 24.05.22 22 0 11쪽
27 제26화 무량수 24.05.21 22 0 11쪽
26 제25화 중력장 집속포 24.05.21 24 0 11쪽
25 제24화 지구 전투선 24.05.20 22 0 12쪽
24 제23화 초전 24.05.20 21 0 12쪽
23 제22화 은둔의 목적 24.05.19 24 0 11쪽
22 제21화 일출봉 우주 회담 24.05.18 24 0 10쪽
21 제20화 우주선 출현 24.05.18 24 0 10쪽
20 제19화 더듬이 24.05.17 25 0 10쪽
19 제18화 실마리 24.05.17 25 0 10쪽
18 제17화 우주 시대 24.05.16 22 0 10쪽
17 제16화 신인류 24.05.16 27 0 10쪽
16 제15화 나는 인간이다 24.05.15 29 0 11쪽
15 제14화 재회 24.05.14 25 0 10쪽
» 제13화 파도 24.05.14 25 0 10쪽
13 제12화 조우 24.05.13 24 0 10쪽
12 제11화 신에너지 24.05.13 29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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