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오시리스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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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슬로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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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슬로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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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8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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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03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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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화 생태계

DUMMY

쉬라힐리는 갈릴레이 원로원의 부탁으로 장영길을 만나러 갔다.

나세르가 배신했을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갈릴레이 원로원은 지구 행성과의 동맹 관계가 필요했다.


이런 의도의 연장선에서 쉬라힐리는 원로원의 대리인으로서 장영길을 만나고자 했지만, 신체를 잃어버린 장영길의 실체를 알고 나서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쉬라힐리 아피스의 처지에서 이런 경우를 생각한다면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이었다.

쉬라힐리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말을 하는 장영길 신경망의 사고력이 인상적이며 평화롭게 보였다.


쉬라힐리는 자신의 사무실로 돌아와서 장영길을 만나고 온 결과를 보고서로 작성했다.

장영길과 김필립에 대한 쉬라힐리의 솔직한 인상을 가감 없이 담았다.


쉬라힐리가 보기에 장영길과 김필립은 갈릴레이 사회에 대한 기여와 헌신이 큰 오시리스들이었다.

이런 오시리스에게 나세르 같은 아피스는 피도 눈물도 없는 이기심으로 자기의 욕망만을 채우기에 급급했을 뿐이었다.


쉬라힐리 자신이 아피스였기 때문에 아피스 사회의 내부 사정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아피스 사회에는 내부적으로 치열한 경쟁이 지나쳐서 부정적인 방법조차 사용되고 있었다.

아피스 사회는 지나친 경쟁으로 인한 문제를 모르지 않았지만, 성과의 극대화를 위해서 이런 논의는 뒷전이었다.


쉬라힐리의 보고서를 받아든 원로원의 태도는 복잡했다.

장영길의 완곡한 사양의 진의가 무엇인지에 대하여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장영길의 현재 상태가 법적으로 애매하다는 점을 지적하는 의견이 많았다.

갈릴레이 사회에서도 오시리스의 신체적 죽음 이후에 남은 신경망이 그 자체로 법적 자격이 있는 존재인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었다.


그러나 이런 일이 생기게 된 배경에는 갈릴레이 행성의 내부 사정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지구 행성으로부터 인간을 데려와서 아피스와 오시리스로 재분화시킨 것이 그들 자신이었다.


끊임없이 인구가 감소하는 갈릴레이 행성의 현실적 문제가 있었다.

신경망만 남은 장영길 오시리스와 같은 경우는 예상 가능한 문제였다.


신경망만 남은 오시리스를 부정한다는 것은 자신들의 미래를 부정하는 일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결국, 갈릴레이 행성의 미래를 어떻게 그릴 것인가가 문제로 남게 됐다.


갈릴레이 행성에 인구 문제가 생기게 된 것은 기술의 비약적 발전으로 부가 축적되고, 갈릴레이 행성인의 수명이 극단적으로 연장되면서 시작된 현상이었다는 것을 원로원에서는 알고 있었다.


갈릴레이 행성인들은 그들의 수명이 극단적으로 연장되면서 그들의 미래에 대한 기대치는 늘어났고 후손에 대한 기대치는 줄어들었다.


갈릴레이 사람들은 현재의 삶에서 어떻게 행복감을 증대시킬 것인가에만 집중하다 보니

기술의 발전이 가져다준 풍요가 오히려 그들의 미래를 제약하는 딜레마가 되게 되었다.

특히 아피스들의 탐욕적인 행태는 스스로 자신들을 제어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섰다.


영악한 아피스들은 장영길의 사례를 자신들의 이익 관점으로 전환하고 있었다.

“장영길 오시리스의 경우는 우리 갈릴레이 행성의 미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가 개발한 오시리스의 신경망 회로는 어떻게 학습시키느냐에 따라서 이렇게도 우수한 인재를 탄생시킬 수 있는 것입니다.”


“제가 제안하는데, 신체 없이 남아 있는 장영길 오시리스의 신경망을 복제해서 활용 범위를 더욱 확대할 것을 제안합니다.”

현재 장영길 오시리스의 신경망을 독립된 법적 대상으로 보아야 하는가보다는 그 이용에 관심이 더 많았다.


원로원 아피스들의 발언에는 끝없는 탐욕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원로원에서 나왔던 발언들은 갈릴레이 행성과 케플러 기지로 퍼져나갔고 퓨지티 행성에도 전달되었다.


이것을 바라보는 쉬라힐리는 무엇인가가 잘못되어간다는 것을 직감했다.

장영길과 김필립은 새로운 두려움이 다가오고 있다고 느꼈다.


갈릴레이의 아피스 집단은 탐욕적이며 영악하다.

게다가 이들은 정치적 이슈가 생겼을 때 이를 선동의 도구로 삼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갈수록 태산입니다. 앞날이 걱정됩니다.”

김필립이 말했다.


“물론 우리가 거부 의사를 분명히 표시하면 얘기가 달라질 수는 있겠지만 앞길이 험난해 보입니다.”

“결국, 이 정도에서 그치지 않을 겁니다.”

김필립은 장영길보다도 더 비관적인 의견을 보였다.


“지구의 경우를 생각해 보세요.”

“지구의 인구가 2050년의 100억 명을 정점으로 줄어들고 있지요. 과연 그 끝은 어디를 향할까요?”


“제가 보기에 갈릴레이의 현재는 미래의 지구 상황을 예측하는 데 모델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지구의 인구 문제와 기후 온난화의 종착점은 어디로 갈까요?”

“지구의 인류는 과연 올바른 방향을 찾을 수 있을까요?”


“저는 좀 회의적으로 생각합니다.”

“그들도 시간의 차이만 있을 뿐 결국 갈릴레이 행성과 같은 모습으로 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지구의 현재 상황은, 현재 상태에서 문제의 악화를 막는다고 해도 향후 200년 정도는 나쁜 영향이 지속될 것이거든요.”

“현재의 지구 인류는 현재의 관점에 매몰되어 있는 상태에서 못 벗어날 것이고 미래에 올 재난적 상황을 이해하기 힘들 겁니다.”


“장 대사님, 저는 어젯밤 지난 과거의 경험을 되돌려 보았습니다.”

“제가 조선에 오기 전에 저는 흑해 연안에서 출발해서 당시의 무역로를 따라서 지구인들의 문명을 체험하는 여행을 하고 있었습니다.”


“당시의 기후는 매우 온난하고 강우량도 적당했었습니다.”

“타클라마칸 사막의 남부 교역로를 따라 이동하며 사람들이 풍요로운 작황으로 풍족한 생활을 즐기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저도 행복한 마음이 들었지요.”


“그러다가 타클라마칸 사막의 동부 경계 지역에 들어섰을 때 사막 메뚜기 떼의 대량 발생으로 풍요로웠던 농지가 하루아침에 폐허로 변하는 광경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제가 곤충들의 생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이 사건이었습니다.”


“메뚜기 떼가 휩쓸고 지나간 자리는 황무지와 다를 바 없었습니다.”

“하늘을 까맣게 덮고 있는 메뚜기 떼로 세상은 어두워졌고 사람들은 공포에 질렸었습니다.”


“기후 변화처럼 행성 차원에서 갑자기 발생하는 사건은 인간의 사고 범위를 벗어나는 일이 많습니다.”

“이런 종류의 불확실성은 공포로 연결되기 쉽습니다.”


“우리의 생태계가 예측 가능한 범위에 있을 때 우리는 행복하지만, 이 범위를 넘어서면 우리의 인식 능력은 마비되는 것 같습니다.”

“지금 갈릴레이 행성의 상황이 이런 상태 직전 단계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지금처럼 현재의 이익만을 좇아서 온갖 선동을 일삼고 자신의 존엄성조차 희생시킨다면 이들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요.”

오늘따라 김필립은 열변을 토했다.


“저는 저의 존엄성을 지키고 싶습니다.”

“김필립 님께서도 저와 같은 오시리스로서 저들이 우리의 신경망을 복제하겠다는 발언에 분노하시는 것 같군요.”


“그렇습니다. 아피스 그들이 과연 무엇을 내놓으려 하겠습니까?”

“허허, 오늘은 이 정도만 해야겠습니다. 분노는 오시리스에게 해롭습니다.”


지구 연도 2076년 9월 27일, 지구의 장진수 박사에게서 연락이 왔다.

“두 분 모두 안녕하신가요?”


“우리는 잘 있습니다. 그곳도 별일 없지요? 가만있자, 새롬이가 대학 졸업반이겠군.”

“하하, 그러면 별일이 있는 것이구먼요.”


“네, 새롬이는 요즘 새로운 전공 공부 따라가느라고 매우 바쁩니다.”

“그렇구나, 의과학 공부가 재미있다고 하던?”

“네, 자기가 선택한 일이니까요.”


“자, 장 박사는 무슨 일로 연락을 했습니까?”

“네, 김 부장님. 요즘 들어 한국에도 다시 메뚜기 떼의 내습이 빈번해지고 있습니다.”


“여름이 지나고 가을바람이 불면 여지없이 대규모의 메뚜기 떼들이 서쪽에서 날아오고 있습니다.”

“게다가 그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어서 그냥 자연 현상의 일부라고 보기에는 한계에 온 것 같습니다.”


“지금 기후 온난화 현상이 어느 정도입니까?”

“네, 지구 전체적으로는 20세기 초보다 대략 2° C 정도 높습니다만 북극권의 온도 상승은 거의 6° C에 이릅니다.”


“몽고와 타클라마칸 사막 인근은 어떻습니까?”

“네, 이 지역의 평균 기온 상승은 거의 3° C에 이릅니다.”


“그렇다면 이 지역의 강우량 변화는 어떻습니까?”

“동절기에는 예년보다 20% 정도 늘어났고 하절기에는 10% 정도 늘었군요.”

“그렇다면 메뚜기의 발생에는 매우 좋은 조건이 갖춰진 것인데...”


“장 박사, 내가 보기에 중앙아시아의 타클라마칸 사막이나 고비 사막 인근의 기온이 오르고 강수량이 늘었다는 것은, 이 지역 초원의 생육이 크게 좋아졌을 것이고, 이런 호조건으로 인해서 사막 메뚜기가 대량으로 발생했을 것이고, 이런 상태에서 가을바람이 불면 메뚜기 떼들은 좋은 조건을 찾아 한반도 주변으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크지요.”


“그렇겠군요. 말씀을 듣고 보니 수긍이 갑니다.”

“그런데, 메뚜기들이 무선 안테나 주변으로 모여든다는 것이 이상합니다.”


“무턱대고 살충제를 뿌려댈 수도 없고 점점 난감한 상황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양자 역학에 정통한 장진수 박사도 메뚜기 문제는 풀 수가 없는 모양입니다. 허허허.”


“생태계의 문제는 서로서로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원인과 결과를 예측하기 힘듭니다.”

“메뚜기 떼의 문제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있던 문제이긴 하지만 빈도와 규모가 커졌다면 모든 것을 기후 온난화만으로 해석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는 것 같습니다.”


김필립의 메뚜기 떼에 관한 견해는 오랜 경험에서 나온 말이었다.

장진수와 장영길도 공감이 하지 않을 수 없었고 해결책은 더욱 떠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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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제56화 테라포밍 24.09.13 16 0 10쪽
56 제55화 공포 군무 24.09.06 16 0 11쪽
55 제54화 인공신경망 곤충 24.08.30 29 0 12쪽
54 제53화 지구를 향해서 24.06.08 22 1 11쪽
53 제52화 증오 24.06.07 18 0 10쪽
52 제51화 케플러 기습 작전 24.06.06 21 0 11쪽
51 제50화 미끼 24.06.05 18 0 11쪽
50 제49화 발판 24.06.04 18 0 10쪽
» 제48화 생태계 24.06.03 18 0 10쪽
48 제47화 생각하는 존재 24.06.03 18 0 10쪽
47 제46화 음모 24.06.02 18 0 10쪽
46 제45화 배신자 24.06.01 20 0 10쪽
45 제44화 사령관 해임 24.06.01 20 0 10쪽
44 제43화 먹이 상자 +2 24.05.31 20 0 10쪽
43 제42화 뛰는 자와 나는 자 24.05.30 17 0 11쪽
42 제41화 흐르는 눈물 24.05.30 21 0 11쪽
41 제40화 살인자 24.05.29 18 0 11쪽
40 제39화 숨겨진 기록 24.05.29 19 0 10쪽
39 제38화 환생 24.05.28 20 0 11쪽
38 제37화 두상 24.05.28 18 0 10쪽
37 제36화 죽음과 소멸 24.05.27 18 0 10쪽
36 제35화 연결 24.05.27 20 0 10쪽
35 제34화 회상 24.05.26 20 0 10쪽
34 제33화 분노 24.05.25 20 0 11쪽
33 제32화 프로메테우스 24.05.24 23 0 11쪽
32 제31화 장영실 24.05.24 22 0 10쪽
31 제30화 카이퍼 전투 24.05.23 24 0 10쪽
30 제29화 오르트 전투 24.05.23 21 0 11쪽
29 제28화 행성 전쟁 24.05.22 23 0 11쪽
28 제27화 죽음 다음 24.05.22 22 0 11쪽
27 제26화 무량수 24.05.21 22 0 11쪽
26 제25화 중력장 집속포 24.05.21 24 0 11쪽
25 제24화 지구 전투선 24.05.20 22 0 12쪽
24 제23화 초전 24.05.20 21 0 12쪽
23 제22화 은둔의 목적 24.05.19 23 0 11쪽
22 제21화 일출봉 우주 회담 24.05.18 24 0 10쪽
21 제20화 우주선 출현 24.05.18 23 0 10쪽
20 제19화 더듬이 24.05.17 24 0 10쪽
19 제18화 실마리 24.05.17 25 0 10쪽
18 제17화 우주 시대 24.05.16 22 0 10쪽
17 제16화 신인류 24.05.16 26 0 10쪽
16 제15화 나는 인간이다 24.05.15 29 0 11쪽
15 제14화 재회 24.05.14 25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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