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오시리스가 있었다

무료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SF

천슬로상일
그림/삽화
천슬로상일
작품등록일 :
2024.05.08 11:24
최근연재일 :
2024.09.20 09:49
연재수 :
58 회
조회수 :
1,492
추천수 :
11
글자수 :
275,189

작성
24.08.30 16:05
조회
28
추천
0
글자
12쪽

제54화 인공신경망 곤충

DUMMY

장영길과 깁필립은 꿈같은 지구 귀환 첫날을 보냈다.

마침내 도착한 지구에서 앞으로 어떤 생활을 할지를 생각하며 만감이 교차하는 날이었다.


장진수와 최수진으로서도 기다리던 만남이 설레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과연 몸은 없어지고 정신 활동만 남은 아버님을 막상 마주쳤을 때 어떤 감정이 들지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우주선 도착 후 둘째 날 장진수 박사가 장진수와 김필립을 집으로 저녁 식사 초대를 했다.

장진수는 장영길의 자리에 영상 통화용 태블릿을 설치했다.

장진수는 자신의 아버지가 비록 몸은 없지만, 식사시간에 소외되지 않기를 바랐다.


장진수의 우려와는 다르게 만날 시간이 가까워지자 시시각각 장진수의 마음속에서는 그 옛날의 추억이 점점 가깝게 되살아났다.

신경망만 남은 장영길을 자신의 아버지라고 인식해야 한다는 생각이 마음 속 명령처럼 느껴졌다.

장영길도 비록 음식을 같이 먹을 수는 없지만, 그의 기억 속에 남아 있던 수많은 정보가 올라오며 장진수가 나의 아들이라는 생각을 강화시켰다.


“아버님 정말 오랜만에 오셨는데 같이 식사를 하실 수 없어서 죄송합니다.”

장진수의 처이며 장영길의 며느리인 최수진이 만찬을 시작하기 전에 말을 꺼냈다.

최수진 또한 기억을 공유하고 있을 장진수와 장영길의 마음을 백분 이해하고 있었다.


“아니다. 괜찮다. 나는 여러분들이 식사하는 모습을 보면서 대화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

“단지, 작은 소망이 있다면, 밥 대신 전기나 실컷 먹어볼까 한단다. 허허.”


“하하하, 에이, 하하하.”

장영길이 분위기를 맞추기 위해서 익살을 떨었고 모두가 호응했다.

유머는 사람들의 마음을 열고 어색함을 줄이는데 큰 역할을 했다.


“할아버지는 원래부터 유머 감각이 좋으셨나 봐요.”

장새롬이 할아버지 장영길과의 대화를 이어가며 분위기를 살려갔다.

“노력 중이다. 흠.”

장영길도 손녀 장새롬의 추임새에 화답했다.


“새롬아, 내가 지구를 떠날 때 너는 아직 어렸었는데 이제는 이렇게 장성한 모습을 보니 너무나 감격스럽다.”

“장 대사님은 지구로 오는 비행 내내 새롬이 생각만 하시는 것 같았어요.”

김필립의 이 말에 모두가 다시 한 번 큰 소리로 웃으며 일체감을 확인하는 것 같았다.


“그래 새롬이는 축구 국가대표를 하며 성적이 어땠니?”

“네, A 매치에 25게임 뛰었는데요, 21골 넣었어요.”

“와 대단하구나!”

식사 초반의 대화는 주로 장새롬의 축구 관련 이야기를 중심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식사에 참여한 사람들이 저마다 사는 이야기와 맛있는 음식 이야기를 하며 행복한 분위기는 점점 무르익어 갔다.

장영길은 할아버지다운 익살을 부리면서도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그런데 새롬이는 요즘 어떤 연구를 하고 있지?”

“네, 저는 운동을 하다 보니까요, 운동능력 향상과 뇌신경세포의 발달에 관해서 주로 연구하고 있어요.”


이 장면에서 장진수 박사가 끼어들었다.

“아버님께서 저에게 적용하셨던 단백질 주사제에 관한 자료가 새롬이에게 공부가 많이 됐어요. 그러더니 어느 날 새로운 아이디어를 더했더라고요.”


“그래? 훌륭하구나. 쉽지 않은 내용이었을 텐데.”

“신경세포의 발달 과정을 제어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어요.”

장새롬이 할아버지 장영길의 말에 당당하게 말했다.


“저는 할아버지를 자랑스럽게 생각해요. 포토니움 엔진에 관해서도 지구 인류가 눈을 뜨게 해주셨고, 이번에 저의 연구에서도 큰 돌파구가 되었어요. 학위논문에서 감사의 글에 할아버지 이야기를 언급할 생각이에요.”

“오호, 고맙구나, 새롬아.”

장영길의 말에 진심이 담겨 있다고 느껴졌다.


“거참, 손녀와 할아버지의 대화가 화기애애합니다.”

김필립이 말참견을 하며 대화에 끼어들었다.


“어제 호텔에서 인터넷을 좀 보니까 요즘 기후 변화가 심각하긴 심각하더군요.”

“특히 지중해 주변의 북아프리카와 남부 유럽의 강수량 부족은 매우 심각한 상황이던데요.”


“네, 멕시코와 미국 남부 지방도 강수량 감소로 심각합니다.”

“장진수 박사는 이런 상황을 어떻게 전망해요?”


“이미 예견되어왔던 문제라고 할 수 있는데요.”

“유럽 지역은 나름대로 인프라 투자가 많이 되어 있으니까, 어느 정도는 견디겠지만,”

“북아프리카 지역의 사막화는 더욱 가속화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와는 반대로 전통적인 황무지와 사막 지역이었던 북아프리카 사헬 지역과 중앙아시아 지역은 강수량이 조금씩 늘고 있어서 메뚜기 떼의 발생을 자극하는 것 같습니다.”

장진수 박사가 전문적인 식견을 드러냈다.


“메뚜기 떼의 피해가 큽니까?”

“네, 사헬 지역 같은 경우는 만성적으로 식량이 부족한 지역인데 메뚜기 떼가 창궐하니까 주민들의 고통이 더욱 심각한 것 같습니다.”


“나는 아주 옛날, 내가 너무 오래 살아서 미안하기는 한데, 허허, 타클라마칸 사막 남부 통로를 거쳐 중국 시안으로 갈 때 메뚜기 떼의 발생을 경험해 보긴 했어요.”

경험담이라는 말에 사람들이 집중했다.


“그때는 어차피 가끔씩 발생하는 자연재해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았어요.”

“그런데 지금은 이 메뚜기 떼들이 도시 지역으로 들어와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김필립의 말에 장새롬이 말을 덧붙였다.


“왜 메뚜기 떼들이 도시 지역으로 몰려오는 것일까요?”

장새롬이 김필립에게 물었다.

“내가 보기에, 곤충들의 행동에는 무엇인가 유인하는 요인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되는데, 지금 확답은 못하겠지.”


“그러게요. 저도 기회가 되면 지금 쓰는 박사 논문을 마치고 다음 주제로 연구해보고 싶은 분야에요.”

“메뚜기 떼들이 도시 지역으로 날아오는 것은 분명히 이상한 현상이고, 무엇이 이런 행동을 유발시키는 것인지 신경세포 전문 연구자로서 흥미를 느끼고 있습니다.”


“오호, 메뚜기 분야에서도 드디어 생태적 접근뿐 아니라 생화학 수준의 연구로 접근하는 연구자가 생겼군요. 기대됩니다. 장새롬 박사”

“아니에요, 아직 박사 학위를 받지 않았습니다.”

김필립과 장새롬도 친근한 농담을 섞어가며 진지한 대화를 이어갔다.


“김필립 부장님께서는 버섯에도 조예가 깊으시고 유명한 미식가이신데 음식이 입에 맞으셨는지 모르겠어요?”

최수진이 분위기를 거들었다.


“아니 어떻게 제가 버섯 좋아하는 것을 알고 계시지요?”

“옛날에 새롬이 아빠가 김 부장님 댁에 초대받았을 때 얘기를 해줬어요.”


“허허, 그때 그랬던 때가 있었지요.”

“이 사람이, 두 분이 지구를 떠나신 후에도 여러 번 추억담으로 말하곤 했어요.”


“나는 오늘 낮에 그전에 내가 살던 단양 집에 다녀왔는데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더군요.”

“아 그러셨어요? 제가 가끔 들러서 외부인의 무단 점거는 막았었는데요.”

장진수 박사가 그간 있었던 일을 간단히 설명했다.


“아, 그래서 그나마 보존이 된 것이었군.”

“장 박사, 감사합니다.”


“새롬 어미야, 그때 그 버섯 말이다, 이번에 내가 퓨지티 행성에 가서 많이 먹고 왔다.”

장영길의 이 말에 모든 사람이 다시 크게 웃었다.


사람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고 장영길이 다시 한 번 더 농담을 꺼냈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렇게 맛나 보이는 음식을 전기와 같이 먹으니까 더욱 맛있는 것 같은데?”

“하하하하...”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저녁 만찬은 이어졌다.


*


그 시각 저 먼 우주에서는 엑소스켈 함대가 시시각각 지구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나세르 장군과 니꾸세 사령관은 지구 정복 계획에 대하여 숙의를 거듭하고 있었다.


“이번에 우리가 지구를 정복한다면 테라포밍 작업으로 지구를 엑소스켈인들의 낙원으로 변모시키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 계획이 성공한다면 케플러 기지는 나세르 장군님께 영원히 할양하겠습니다.”


“허허허, 감사합니다.”

“그런데 니꾸세 사령관님께서는 지구에서 이미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고 하셨는데 그것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갈릴레이 행성의 기술은 엑소스켈보다 늘 한 발짝 먼저 가지 않습니까? 그래서 우리도 갈릴레이처럼 오시리스 곤충을 좀 만들었습니다.”

“오시리스 곤충이라면...”


“임의의 곤충에게 작은 규모의 인공지능 신경망 세포를 형성시켜서 우리의 지시사항을 이행하도록 만든 것입니다.”

“갈릴레이의 오시리스 인간보다는 못하지만 우리는 곤충의 뇌에 인공신경망 세포를 발생시켰습니다.”


“재미있군요.”

“인공신경망 곤충을 훈련시키는 작업을 지금 지구에서 하고 있습니다.”

“아, 벌써요? 그렇군요.”


“우리는 곤충을 이용해서 지구에 혼란을 일으키고 테라포밍 작업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테라포밍까지 준비 중이라면 아주 장기적인 계획을 추진하고 있으셨군요.”

“그렇습니다.”


“그런데 지구에는 중력장 집속포라는 독특한 무기체계를 보유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에 대한 대비가 있습니까?”

“예, 이 우주 전함 자체가 그 대비책입니다.”


“네?”

“이 우주 전함의 크기를 생각해 보십시오.”


“지구의 중력장 집속포로는 이 정도 규모의 우주 전함을 파괴할 수 없습니다. 지난번 침공에서 큰 실패를 겪고 대비책을 세웠습니다.”

“우리는 면밀한 구조 계산을 통해서 이 우주 전함의 크기와 구조를 결정했습니다.”


“흠, 지구의 중력장 집속포 정도로는 우리의 전함에 약간의 떨림 정도, 그 이상의 영향을 주지 못합니다. 해결책은 간단했습니다.”

“아, 엑소스켈의 기술과 전략이 대단합니다.”


“우리 선발대의 보고에 의하면 지구의 통신망을 마비시키는 훈련이 성공을 거듭하고 있으며 훈련을 반복하면 할수록 인공신경망 곤충의 작전 효율이 향상되고 있다고 합니다.”


“테라포밍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기본적으로 지구의 기온을 약간 높여서 인간들은 살기 어렵고, 엑소스켈인들은 살기 좋은 조건을 만드는 것입니다.”


“상대적으로 엑소스켈에게 유리하도록 하는 겁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갈릴레이 행성에서도 지구에 대하여 크게 매력을 느끼지 못하겠네요.”


“그것이 우리의 전략입니다.”

나세르는 갈릴레이인으로서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 같았다.


*


엑소스켈 함대의 검은 그림자가 지구를 향해 접근하는 사이,

지구에서는 행복한 시간이 이어졌다.


장영길과 김필립은 전날 저녁 만찬이 너무 흡족했다.

“김필립 님, 지구로 오시길 잘하셨지요?”


“네, 정말 오랜만에 갖는 가족 만찬이었습니다.”

“그리고 새롬이가 성격이 참 좋은 것 같습니다. 이야기도 잘하고, 연구에 센스도 있고요.”


“그럼은요, 누구 손녀인데요, 하하하.”

“팔은 안으로 굽던가요? 하하하.”


“우리가 지구로 와서 웃을 일이 생겼습니다.”

“그러게요.”


“오늘은 우선 장진수 박사와 만나서 앞으로 할 일을 좀 정리하는 게 좋겠습니다.”

“그게 좋겠습니다.”

김필립의 아침 식사 후 장영길은 장진수와 전화로 회의를 위한 약속 시간을 잡았다.


“장 대사님, 어제 새롬이가 한 말에 저는 매우 공감합니다.”

“메뚜기가 도시로 몰려온다는 것은 분명 이상한 현상이며 그 배후에는 반드시 원인이 있다고 보아야 합니다.”


김필립은 그 원인이 무엇일지는 모르겠지만 또 다른 도전에 직면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장영길은 고개를 끄떡이며 동감을 표하면서도 알 수 없는 미래가 걱정되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그곳에 오시리스가 있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소설 매회마다 AI삽화를 그려 넣고 있습니다. 24.09.21 8 0 -
공지 8월 30일부터 연재를 재개합니다. 연결글 참고하세요. 24.08.29 10 0 -
공지 감사했습니다. 24.06.09 20 0 -
58 제57화 공포의 정체 24.09.20 11 0 11쪽
57 제56화 테라포밍 24.09.13 16 0 10쪽
56 제55화 공포 군무 24.09.06 16 0 11쪽
» 제54화 인공신경망 곤충 24.08.30 29 0 12쪽
54 제53화 지구를 향해서 24.06.08 22 1 11쪽
53 제52화 증오 24.06.07 18 0 10쪽
52 제51화 케플러 기습 작전 24.06.06 21 0 11쪽
51 제50화 미끼 24.06.05 17 0 11쪽
50 제49화 발판 24.06.04 17 0 10쪽
49 제48화 생태계 24.06.03 17 0 10쪽
48 제47화 생각하는 존재 24.06.03 17 0 10쪽
47 제46화 음모 24.06.02 18 0 10쪽
46 제45화 배신자 24.06.01 19 0 10쪽
45 제44화 사령관 해임 24.06.01 19 0 10쪽
44 제43화 먹이 상자 +2 24.05.31 20 0 10쪽
43 제42화 뛰는 자와 나는 자 24.05.30 17 0 11쪽
42 제41화 흐르는 눈물 24.05.30 20 0 11쪽
41 제40화 살인자 24.05.29 18 0 11쪽
40 제39화 숨겨진 기록 24.05.29 18 0 10쪽
39 제38화 환생 24.05.28 19 0 11쪽
38 제37화 두상 24.05.28 18 0 10쪽
37 제36화 죽음과 소멸 24.05.27 17 0 10쪽
36 제35화 연결 24.05.27 19 0 10쪽
35 제34화 회상 24.05.26 19 0 10쪽
34 제33화 분노 24.05.25 19 0 11쪽
33 제32화 프로메테우스 24.05.24 22 0 11쪽
32 제31화 장영실 24.05.24 21 0 10쪽
31 제30화 카이퍼 전투 24.05.23 24 0 10쪽
30 제29화 오르트 전투 24.05.23 21 0 11쪽
29 제28화 행성 전쟁 24.05.22 23 0 11쪽
28 제27화 죽음 다음 24.05.22 22 0 11쪽
27 제26화 무량수 24.05.21 21 0 11쪽
26 제25화 중력장 집속포 24.05.21 23 0 11쪽
25 제24화 지구 전투선 24.05.20 21 0 12쪽
24 제23화 초전 24.05.20 20 0 12쪽
23 제22화 은둔의 목적 24.05.19 22 0 11쪽
22 제21화 일출봉 우주 회담 24.05.18 23 0 10쪽
21 제20화 우주선 출현 24.05.18 22 0 10쪽
20 제19화 더듬이 24.05.17 24 0 10쪽
19 제18화 실마리 24.05.17 24 0 10쪽
18 제17화 우주 시대 24.05.16 22 0 10쪽
17 제16화 신인류 24.05.16 25 0 10쪽
16 제15화 나는 인간이다 24.05.15 28 0 11쪽
15 제14화 재회 24.05.14 24 0 10쪽
14 제13화 파도 24.05.14 23 0 10쪽
13 제12화 조우 24.05.13 24 0 10쪽
12 제11화 신에너지 24.05.13 27 0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