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오시리스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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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슬로상일
그림/삽화
천슬로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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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8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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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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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03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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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화 생각하는 존재

DUMMY

지구 연도 2076년 2월 4일 월요일, 장진수 박사는 57세의 나이이지만 여전히 열정적으로 자신의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천체물리학자인 장진수 박사도 매스컴에 오르는 사회적 이슈로부터 자유롭지는 못했다.


“원인을 알 수가 없군. 지금 엑소스켈의 우주 기뢰가 있는 것도 아닌데.”

지구는 현재 메뚜기 떼의 대량 발생으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문제가 되는 메뚜기는 체장이 5cm 정도 되는 메뚜기였다.

누구는 풀무치 종류라고도 하고 어떤 전문가들은 사막 메뚜기라고 불렀다.


더군다나 이번에 발생한 메뚜기 떼는 도시로 날아들어서 무선 통신망을 방해하고 있었다.

무선통신 기지국의 안테나마다 수많은 메뚜기 떼가 다닥다닥 붙어서 득실거리고 있었다.


메뚜기가 왜 무선 안테나에 붙는지 이상한 일이었다.

특히 이런 일은 동아시아에서 유독 심하게 발생하고 있었다.

이로 인한 사회적 혐오 현상이 문제로 떠오르고 있었다.


“몇 년 전 지구 기상과 비교해서 특별히 변화한 것도 없는데 왜 이런 현상이 생기는 것이지?”

“지구온난화가 점점 심해지고 있기는 하지만 메뚜기 떼의 발생과 무슨 관계가 있지?”

천체물리학자인 장진수 박사에게 지구온난화보다 메뚜기 떼의 발생은 더 이해하기 힘든 문제였다.


“그나저나 인류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구온난화가 이렇게 진행된다면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겠어.”

“차라리 지구온난화 주장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주장처럼 소빙기라도 오면 좋겠군.”


어쨌든 지구의 표면 온도는 21세기에 들어서 이미 2° C 정도 상승했으며,

해수면은 40cm 상승하고 있었다.

상하이, 텐진 그리고 자카르타 같은 저지대에서는 광범위하게 해수 침수 피해가 발생하고 있었다.


“지구온난화와 메뚜기 떼의 출현에는 어떤 관계가 있으려나?”

“흠, 나보다 오래 살아본 두 분이 계시니까 한번 물어보아야겠군.”

장진수 박사는 혼자 말을 중얼거리며 양자통신 장치 앞으로 갔다.


“두 분 안녕하십니까?”

“오, 장 박사. 안녕하신가?”

장영길이 반갑게 말했다.


“아직 신체를 구하지 못해서 많이 불편하시지요?”

“괜찮네. 그런데 갑자기 무슨 일로 연락을 하신 건가?”


“김필립 부장님께서는 생물학에도 조예가 깊으시고 오랜 경험을 갖고 계시니까 여쭤볼 게 좀 있습니다.”

“그래? 환영일세.”

김필립이 반갑게 대답했다.


“지금 지구에서는 메뚜기가 도시에 대량으로 나타나서 문제입니다.”

“문제라면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인가?”


“인구 밀도가 높은 도심지에는 무선통신 기지국이 많습니다. 그런데 기지국 안테나에 메뚜기 떼가 붙어서 통신에도 지장이 발생하고 있고 이를 본 사람들의 사회적 혐오 현상이 심각합니다.”

“과거에도 이런 일이 있었는지 두 분께 여쭤보는 겁니다.”


“흠, 메뚜기의 대량 발생이 특별히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하네, 늘 역사적으로 있었던 일이니까.”

“그런데 메뚜기 떼가 하필이면 도심의 통신 안테나에 몰린다는 것은 매우 이상한 일 아닌가?”

“네, 그렇지요.”


“엑소스켈과의 연관성이 찾아진 것은 없는가?”

“아직까지는 발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재로서 메뚜기 떼 문제는 좀 더 두고 봅시다.”


“그런데 해수면 상승이 심각하구먼.”

“네, 경제적 손실이 어마어마합니다.”


“얼마 전에 한국과 중국 간에 여자축구 국가대표 평가전이 상하이에서 열릴 예정이었는데 해수 범람으로 취소되는 일도 있었습니다.”

“그러면 새롬이도 국가대표 선수단에 들어있었겠구나.”


“네, 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새롬이가 요즘에는 공부에도 재미가 생겨서 부전공을 시작했습니다.”


“그래? 어떤 분야를 전공하려고 하지?”

“의과학을 공부하고 싶다네요. 축구를 하면서 스포츠와 의학이 중첩되는 분야에 흥미가 생겼나 봅니다.”

“허허허, 좋은 일이다.”


“자, 오늘은 통화 시간이 길어졌구나. 장 박사가 바쁠 텐데.”

“네, 다음에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모처럼 세 사람은 부담감은 내려놓은 것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대화를 나누었다.

그러나 그들이 나누었던 대화와 생각은 상식적인 내용일 뿐 음모적 상황을 감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양자통신 대화가 종료되자 출입구의 모니터가 켜졌다.

“장 대사님, 쉬라힐리가 찾아왔나 봅니다.”

“벌써요? 이 사람 정말 집요하군요.”


“김필립 님께서 더이상 쉬라힐리를 속여넘길 수가 있을까요? 허허.”

“허,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 사람이 워낙 눈치가 빨라서요.”

“그렇지요? 오늘은 그냥 만나보는 것으로 합시다.”


김필립은 자신의 사무실로 가서 쉬라힐리를 만났다.

“안녕하십니까? 쉬라힐리 님.”


“네, 두 분도 안녕하시지요?”

“우선, 제가 두 분에 대해서 여기저기에서 말을 많이 해서 부담스러우셨겠습니다.”


“네, 아니라고 하면 거짓말이겠지요. 그렇지만 괜찮습니다.”

“제가 그렇게 말을 하고 다니는 이유는 두 분께서 지금처럼 사시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입니다.”


“무슨 말씀이신지요?”

“나세르로부터의 부당한 공격이 문제가 아니고요, 두 분의 역할과 성과가 충분히 평가를 받으셔야 하는데 이런 부분이 너무 묻혀있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그렇게 말씀하시면 부담스럽습니다.”

“장영길 대사님께서도 그렇게 생각하실까요?”

쉬라힐리의 압박이 시작되었다.


“오늘은 장영길 대사님을 꼭 뵙고 가고 싶습니다.”

“제가 갈릴레이의 전투선을 가로질러 비행을 감행할 때 저는 이미 두 분에 대한 믿음을 확인했습니다.”


“어쩔 수가 없군요. 저와 같이 가시지요.”

김필립은 쉬라힐리를 장영길이 연결되어 있는 우주선으로 안내했다.


“여기 좀 앉으시지요.”

“네, 그런데 장영길 대사님은 어디 계신가요?”

쉬라힐리는 텅 비어있는 우주선을 보고 당황해했다.


“장 대사님, 쉬라힐리 님께 인사하시지요.”

“네, 쉬라힐리 님, 이렇게 만나보게 되어 반갑습니다.”


“네, 그런데 장 대사님은 지금 어디 계신 것인가요?”

“여기 있습니다. 우주선의 내부에 연결되어 있습니다.”


“아니 그렇다면 신경망만 남아 있다는 말씀인가요?”

쉬라힐리는 놀랐지만 냉정함을 앓지 않았다.


“네, 지구에서 퓨지티로 오는 동안 감정적인 소모가 너무 커서 저의 생명유지장치의 수명이 짧아졌습니다.”


“그런데 김필립 님의 덕분에 이런 형태로나마 살아남아 있습니다.”

“지금 장영길 대사님의 신체 역할을 하는 것은 이 우주선입니다.”

김필립이 부연 설명을 했다.


“사실은 나세르의 악행을 입증하는 증거를 찾아낸 분이 바로 장영길 대사님입니다.”

“장영실 아피스가 타던 이 우주선의 신경망에 대사님의 신경망을 연결하고서 얼마 있다 찾아내셨습니다.”


여기에 장영길이 설명을 추가했다.

“장영실 아피스는 용의주도한 인물이었습니다. 아마도 자신에게 다가오는 위험을 감지하고 그 기록을 보존하기 위해서 관련 자료를 이 우주선의 신경망 내부에 숨겨놓았다고 생각합니다.”


“아, 그렇게 된 일이었군요.”

“그런데 어떻게 하지요? 장영길 대사님의 신체가 있어야 외부 활동을 하실 수 있는 것 아닙니까?”

쉬라힐리가 난처한 얼굴로 말했다.


“쉬라힐리 님, 말씀은 고맙지만, 이제 와서 무슨 외부 일을 하겠습니까?”

“지금 상태로도 괜찮습니다.”


“아닙니다. 장영길 대사님은 아직도 하실 일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너무나 훌륭하신 업적들을 남기셨습니다.”

“사람들은 갈릴레이의 지구 행성 대사직도 계속 수행하시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과찬이십니다. 이제는 어떻게 소멸의 길로 가야 하는지를 생각할 때입니다.”

완고한 사양의 뜻이 담겼다고 쉬라힐리는 생각했다.

“아닙니다. 지금 갈릴레이에서는 장영길 대사님의 아드님이신 장진수 박사의 능력에 모두 감탄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부터 지구와 양자 정보 통신이 가능해진 것이 장진수 박사의 업적입니다.”

“그리고 장영길 대사께서는 퓨지티 행성용으로 포토니움 엔진을 개발하셨습니다.”

김필립이 말을 거들었다.


“그런데 김필립 님, 오시리스의 생명에 관한 윤리 문제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요?”

“흠, 우리도 그것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퓨지티라면 누가 크게 문제 삼지는 않지만 갈리레이 행성에서는 윤리 문제를 야기할 수 있겠지요.”


쉬라힐리가 정색을 하고 말했다.

“김필립 님, 다른 신체를 구하면 되지 않나요?”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구하기도 어렵지만, 장 대사님 본인이 반대하십니다.”


“그러시군요. 저는 지금까지 이런 사정이 있는 것을 몰랐습니다.”

“아, 그렇다면 나세르의 공격이 있던 날 이 우주선을 멋지게 조종했던 분이 장 대사님이셨다는 말이 되는군요?”


“장 대사님 대단하십니다.”

“감사합니다.”

장영길이 감사를 표했고 쉬라힐리는 장영길을 정상적인 오시리스로 인정하는 대화 내용이었다.


쉬라힐리가 돌아가고 장영길과 김필립이 마주 앉았다.

“장 대사님, 오늘 아주 잘 대처하셨습니다.”

“저도 오늘 약간은 긴장했지만 쉬라힐리 아피스가 선선하게 저를 받아들이는군요.”


“과연 제가 오시리스라고 할 수 있을까요?”

“또는 새로운 형태의 인간일까요?”


“과연 저를 생명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저에게는 생물적 요소가 어느 곳에도 없습니다.”

“그렇지만 분명한 자의식을 갖고 계시지 않습니까?”


“그럼 나에게도 죽음이 찾아올 수 있을까요?”

“생명체와는 다른 형태의 죽음이 있을 수 있겠지요.”


“나는 어떻게 죽음을 맞이할까요?”

“우주의 별도 죽음을 맞이합니다.”


“자연의 구성원 중에는 무생물도 부분을 이루고 있지요.”

“그렇다면 저의 의식을 구성하는 신경망도 자연의 일부라고 할 수 있을까요?”


“자연에 속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는 없을 뿐 아니라 우주의 흐름에서 벗어나지도 않겠지요.”

“자연도 당연히 우주의 흐름과 법칙을 거스르지 못합니다.”


“생명체는 태어나고 기간이 지나면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자연입니다.”

“나의 신경망이 소멸하면 나의 생각도 없어지겠지요.”


“생각은 신경망 안에서도 생겼다가 없어지기를 반복합니다.”

“자연에게는 생각이 없습니다.”


장영길은 생각이 없는 상태가 자연스러운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장영길은 이렇게 말하며 자신의 존재에 대한 생각을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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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제56화 테라포밍 24.09.13 16 0 10쪽
56 제55화 공포 군무 24.09.06 16 0 11쪽
55 제54화 인공신경망 곤충 24.08.30 29 0 12쪽
54 제53화 지구를 향해서 24.06.08 22 1 11쪽
53 제52화 증오 24.06.07 18 0 10쪽
52 제51화 케플러 기습 작전 24.06.06 21 0 11쪽
51 제50화 미끼 24.06.05 17 0 11쪽
50 제49화 발판 24.06.04 17 0 10쪽
49 제48화 생태계 24.06.03 17 0 10쪽
» 제47화 생각하는 존재 24.06.03 18 0 10쪽
47 제46화 음모 24.06.02 18 0 10쪽
46 제45화 배신자 24.06.01 19 0 10쪽
45 제44화 사령관 해임 24.06.01 20 0 10쪽
44 제43화 먹이 상자 +2 24.05.31 20 0 10쪽
43 제42화 뛰는 자와 나는 자 24.05.30 17 0 11쪽
42 제41화 흐르는 눈물 24.05.30 21 0 11쪽
41 제40화 살인자 24.05.29 18 0 11쪽
40 제39화 숨겨진 기록 24.05.29 18 0 10쪽
39 제38화 환생 24.05.28 19 0 11쪽
38 제37화 두상 24.05.28 18 0 10쪽
37 제36화 죽음과 소멸 24.05.27 17 0 10쪽
36 제35화 연결 24.05.27 19 0 10쪽
35 제34화 회상 24.05.26 19 0 10쪽
34 제33화 분노 24.05.25 19 0 11쪽
33 제32화 프로메테우스 24.05.24 22 0 11쪽
32 제31화 장영실 24.05.24 21 0 10쪽
31 제30화 카이퍼 전투 24.05.23 24 0 10쪽
30 제29화 오르트 전투 24.05.23 21 0 11쪽
29 제28화 행성 전쟁 24.05.22 23 0 11쪽
28 제27화 죽음 다음 24.05.22 22 0 11쪽
27 제26화 무량수 24.05.21 22 0 11쪽
26 제25화 중력장 집속포 24.05.21 23 0 11쪽
25 제24화 지구 전투선 24.05.20 21 0 12쪽
24 제23화 초전 24.05.20 20 0 12쪽
23 제22화 은둔의 목적 24.05.19 23 0 11쪽
22 제21화 일출봉 우주 회담 24.05.18 24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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