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오시리스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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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슬로상일
그림/삽화
천슬로상일
작품등록일 :
2024.05.08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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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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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4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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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재회

DUMMY

집에 도착해서 한소희는 자신의 방에 앉아 지난 기억들을 되돌아보았다.

마음을 정리하고 싶었다.

장영길과의 결혼은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이었다고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앞으로 안 좋은 일이 생길 것이라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자신의 아들인 장진수가 괴한으로부터 테러를 당했다.

그 이유조차 가늠할 수 없었다.


장진수의 직장 상사인 김 부장은 농담하듯이 지구의 재앙을 막아야 한다고 했다.

남편인 장영길도 비슷한 말을 했다.


한소희의 불안감은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장영길에게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늦은 시간이지만 그가 알려준 번호로 전화를 했다.


“여보세요, 늦은 시간에 미안해요.”

“아니요, 괜찮아요. 무슨 일이라도 있어요?”


“저, 진수가 생각보다 빨리 완치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의사 말이 진수의 갈비뼈가 좀 기형이라서 외상이 더 크게 생겼대요.”

“그런데, 그 외상이 보통 사람보다 아주 빨리 회복되었어요.”


“3일 뿐이 안 됐는데.”

한소희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 불안했기 때문이다.


“혹시 갈릴레이 사람들의 특징인가요?”

“하하, 그렇지는 않은데, 우발적 진화일지 모르겠군.”


“진화라니요?”

“갈릴레이에서는 우주 생활 시간이 긴 사람들에게 유전자의 변화가 발생하는 사례가 있기는 있어요.”


“단적으로 말을 하지는 못해도 나쁜 일은 아닌 것 같으오.”

한소희는 그다음 말을 생각하지 못했다.


알 수 없는 일을 나쁜 일이 아니라고 하는 말이 믿기지 않았다.

한소희에게 알 수 없는 일은 두려운 일이다.


“이제는 내가 진수를 직접 만날 때가 됐나 보오.”

“내가 진수에게 사실을 알려줄 필요도 있고, 몇 가지 테스트도 좀 하고 보완도 해야겠어요.”


“나는 당신네 기술의 수준을 보았으니 당신을 믿기는 하겠어요.”

“그런데 보완이란 무슨 말인가요?”

테스트와 보완이라는 말에 한소희는 상상이 가지 않았다.


“전화로 상세히 설명하기 좀 어렵기는 한데, 하여간 나쁜 일은 아니고 진수를 더 훌륭한 인간으로 만드는 것이라고나 해야겠네.”


“마치 어떤 자동차 회사가 더 좋은 신경망 회로를 갖고 있어서 더 좋은 자율주행이 가능하다고 하는 것 같은 일이라고 해야 할까...”

장영길은 말을 흐렸다.


어느 정도의 위험 부담이 있는 것은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장영길은 자신의 생각을 다시 점검해 보아도 같은 결론으로 귀결되었다.


자신의 임무는 갈릴레이 행성의 대사로서 임무를 수행하면서 갈릴레이 행성과 지구 행성의 전략적 연합을 달성해내는 것이다.


이 목적의 달성을 위해서 장진수가 필요했다.

그리고 이 방법이 지구 행성을 구하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장진수는 자신들의 아들이다.

장영길은 한소희가 본능적으로 아들을 보호하려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어느 정도의 희생을 감수해야 했다.

이렇게 생각하는 자신이 자신을 힘들게 했다.


“여보, 진수에게 나에 대하여 설명한 적이 있어요?”

“아직 없어요, 당신과 만나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어느 정도는 설명해주는 게 좋겠네요.”

“그러는 것이 좋겠어요.”


“사실 진수는 성장 과정에서 아버지에 대한 감정이 복잡했을 것이에요.”

“성장 과정에서 채워지지 않는 현실에 대한 불안이면서 오랫동안 연락조차 없는 아버지에 대한 원망 같은 복잡한 감정을 갖고 있을 것이에요.”

“흠, 이해하겠어요.”


그리고 다음 날 장진수는 병원에서 퇴원했다.

집에 오는 길에 자동차를 장진수가 직접 운전할 수 있을 정도로 좋아졌다.


“진수야, 사고 후유증 같은 게 있을지 모르니 이번 주는 회사를 쉬는 것이 좋지 않겠니?”

“그래요, 여보. 어머님 말씀대로 하세요.”


6월 9일 아침 식사 후 장진수는 가벼운 산책을 하며 몸 상태를 점검했다.

돌아오는 길에 어머니가 마중을 나왔다.


“아범아 나하고 잠깐 얘기 좀 할까?”

“네, 무슨 말씀이세요?”

두 사람은 영주시 서천의 산책 길을 걸으며 대화했다.


“너는 아버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니?”

“네, 어머니께서 언젠가는 말씀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랬구나. 아버지가 밉니?”


“글쎄요, 두 분 다 사정이 있었으리라고 생각은 했어요.”

“반드시 미운 것은 아니지만 직접 만나 뵈어야지만 알 수 있을 것 같기는 해요.”

한소희는 아들이 대견스러우면서도 일말의 불안감이 남아 있었다.


잠시 말을 이어가지 못하던 한소희가 결심한 듯 말했다.

“아버지 한번 만나 보겠니?”

“네.”

장영길도 이미 결심했다는 듯이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진수야, 너는 아버지에 대해서 원망 같은 것 없니?”

“거의 18년 전 일 아닌가요? 이제는 제법 담담해졌어요.”


“그런데, 무슨 사연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오랫동안 가족을 방치했다는 것에 대해서는 지금도 좋게 생각되지는 않아요.”

“그렇구나, 그렇지만 아버지께서 우리를 방치했던 것은 아니란다.”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있다고 할지, 아마도 네가 아버지한테 설명을 들으면 나보다 더 잘 이해할 것이다.”

“그리고 아버님은 엄마보다 그렇게 늙지는 않아 보이실 거다.”


“아니 그렇다면 무슨 광속 여행이라도 하셨다는 말인가요? 하하하.”

“그럴지도 모르지. 네가 직접 얘기해보도록 해라. 넌 천체 물리학자 아니냐?”


“어떻게 연락하지요.”

한소희가 전화번호를 줬다.


장영길은 전화번호를 받고도 차마 바로 전화를 걸지 못했다.

점심 식사 후 다시 산책간다며 집을 나왔다.

전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여보세요?”

잠시 말이 없던 상대방이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여보세요, 진수니?”

“네.”


“반갑구나, 이렇게 통화하게 돼서.”

“네.”

“우리 만나서 이야기 좀 나눌까?”

“네 좋습니다.”


“내가 지금 머무는 곳은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인데 내가 그곳으로 갈까? 아니면...”

“제가 그곳으로 가겠습니다. 위치가 어딘가요?”


“그럼 너의 이메일로 위치를 보내주마.”

장진수는 거의 18년 만에 나타난 아버지에 대해서 묻고 싶은 말이 많았다.

그리고 자신은 이제 어엿한 천문대의 연구원이다.


“시간은 언제가 좋으시겠어요?”

“나는 이번 주 아무 때나 좋다.”


“그럼 6월 11일, 금요일 오후 2시경에 찾아뵙겠습니다.”

“그래 좋다. 기다리마. 혼자 올 거니?”

“네.”


장진수는 집에 돌아와 어머니께 말했다.

“저 이번 금요일 오후에 혼자서 아버지를 찾아뵙기로 했어요.”


“멀지 않다고 하셨는데 위치는 이메일로 보내주신댔어요.”

“그래 잘됐구나. 하고 싶은 이야기 다 하고 오거라.”


장영길은 그때야 생각이 났다.

아버지는 어떻게 자신의 천문대 이메일 주소를 알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몇 달 사이에 너무나 이상한 일이 많이 생기고 있었다.

메일로 온 위치는 죽변항 근처였다.


아내 최수진에게 말을 안 할 수는 없었다.

“여보, 모레 금요일 아버지를 만나러 갈까 해.”


“아버님이요? 오셨어요?”

“그럼 집으로 모셔야지요.”

“고맙소만 사정이 좀 있는 듯해.”


6월 11일 금요일 장진수는 천문대에 반차를 낸 후, 차를 타고 죽변항을 향해 출발했다.

숲은 이미 짙푸른 색으로 가득 찼다.

나무들은 나름대로의 사연과 비밀을 간직하면서 푸른색을 덮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장진수는 네비게이션의 도움으로 어렵지 않게 아버지가 있는 단독 주택에 도착했다.

아버지가 기거하는 집에 가까워질수록 장진수의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어머니가 아버지를 만나보라고 권유할 때만 해도 당당하게 만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장진수는 성장 과정에서 아버지라는 존재에 대하여 불만이 많았었다.


그러나 그런 불만을 토로할 상대가 존재 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은 방황할 수밖에 없었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주말이면 막연한 불만을 달래기 위해서 전철에 몸을 싣고 하염없이 헤매던 때가 생각났다.


다행이었던 것은 자신이 청소년기였을 때 아버지와의 통화 접촉이 이루어졌던 일이었다.

아버지에 대한 환상 같은 존재감이 그나마 자신을 잡아주었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아버지와의 접촉이 이루어진 후에야 장진수는 공부에 집중할 수 있었다.

장진수의 학습 능력은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할 정도였다.


장진수는 무난히 최고의 대학 천체 물리학과에 입학하였다.

주변에서는 장진수가 소위 말하는 인기 학과에 입학하지 않은 것을 두고 칭찬이 많았다.


그러나 장진수의 마음속에서는 아버지에 대한 갈망이 그를 천체 물리학을 전공하도록 했었으며 그 내면에는 젊은이의 분노 같은 감정도 살아 있었다.

그런데 지금 그토록 만나보고 싶던 아버지를 직접 만나기 위해서 아버지의 집을 찾아왔다.


지난날에 대한 회상과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변화에 대한 불안감이 몰려왔다.

여기서 돌아설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장진수는 호흡을 한번 깊게 들이키고 전화기를 꺼내 들었다.


전화로 도착 사실을 알렸다.

대문이 자동으로 열렸고 장진수는 그 안으로 차를 타고 들어갔다.

막상 문이 열리고 차를 타고 들어가는 순간 그의 마음속에는 오히려 우주의 고요 같은 것이 느껴졌다.


마당의 적당한 위치에 차를 세우니까 장영길이 현관에 나와 있었다.

그의 표정에서 감격스러워 하는 것이 느껴졌다.

아버지의 감격스러움과 아들의 고요한 분노가 만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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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제56화 테라포밍 24.09.13 16 0 10쪽
56 제55화 공포 군무 24.09.06 16 0 11쪽
55 제54화 인공신경망 곤충 24.08.30 29 0 12쪽
54 제53화 지구를 향해서 24.06.08 22 1 11쪽
53 제52화 증오 24.06.07 18 0 10쪽
52 제51화 케플러 기습 작전 24.06.06 21 0 11쪽
51 제50화 미끼 24.06.05 17 0 11쪽
50 제49화 발판 24.06.04 17 0 10쪽
49 제48화 생태계 24.06.03 17 0 10쪽
48 제47화 생각하는 존재 24.06.03 18 0 10쪽
47 제46화 음모 24.06.02 18 0 10쪽
46 제45화 배신자 24.06.01 19 0 10쪽
45 제44화 사령관 해임 24.06.01 20 0 10쪽
44 제43화 먹이 상자 +2 24.05.31 20 0 10쪽
43 제42화 뛰는 자와 나는 자 24.05.30 17 0 11쪽
42 제41화 흐르는 눈물 24.05.30 21 0 11쪽
41 제40화 살인자 24.05.29 18 0 11쪽
40 제39화 숨겨진 기록 24.05.29 18 0 10쪽
39 제38화 환생 24.05.28 19 0 11쪽
38 제37화 두상 24.05.28 18 0 10쪽
37 제36화 죽음과 소멸 24.05.27 17 0 10쪽
36 제35화 연결 24.05.27 19 0 10쪽
35 제34화 회상 24.05.26 19 0 10쪽
34 제33화 분노 24.05.25 19 0 11쪽
33 제32화 프로메테우스 24.05.24 22 0 11쪽
32 제31화 장영실 24.05.24 21 0 10쪽
31 제30화 카이퍼 전투 24.05.23 24 0 10쪽
30 제29화 오르트 전투 24.05.23 21 0 11쪽
29 제28화 행성 전쟁 24.05.22 23 0 11쪽
28 제27화 죽음 다음 24.05.22 22 0 11쪽
27 제26화 무량수 24.05.21 22 0 11쪽
26 제25화 중력장 집속포 24.05.21 23 0 11쪽
25 제24화 지구 전투선 24.05.20 21 0 12쪽
24 제23화 초전 24.05.20 20 0 12쪽
23 제22화 은둔의 목적 24.05.19 23 0 11쪽
22 제21화 일출봉 우주 회담 24.05.18 24 0 10쪽
21 제20화 우주선 출현 24.05.18 22 0 10쪽
20 제19화 더듬이 24.05.17 24 0 10쪽
19 제18화 실마리 24.05.17 24 0 10쪽
18 제17화 우주 시대 24.05.16 22 0 10쪽
17 제16화 신인류 24.05.16 25 0 10쪽
16 제15화 나는 인간이다 24.05.15 29 0 11쪽
» 제14화 재회 24.05.14 25 0 10쪽
14 제13화 파도 24.05.14 23 0 10쪽
13 제12화 조우 24.05.13 24 0 10쪽
12 제11화 신에너지 24.05.13 28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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