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오시리스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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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슬로상일
그림/삽화
천슬로상일
작품등록일 :
2024.05.08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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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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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4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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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화 장영실

DUMMY

뉴욕 유엔본부에 있는 갈릴레이 대사관의 대사 집무실에서 장영길 대사와 나세르 함대 사령관이 마주 앉았다.

두 사람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장영길 대사, 현재까지 갈릴레이와 지구의 외교 관계는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장영길 대사로서는 난감한 질문을 나세르 장군이 던졌다.


“보는 관점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겠지요.”

장영길 대사가 적극적인 자세로 말을 받았다.


성공한 아피스인 나세르 장군은 오시리스 출신인 장영길 대사에 대하여 부정적 평가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갈릴레이 행성을 대표하는 대사로서 장영길은 평정심과 위엄을 놓치지 않으려 했다.


“앞으로, 이번 전투에서 승리한 갈릴레이와 지구 사이의 협력 강화 정책이 필요합니다.”

“네, 대사로서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어떤 구상을 갖고 계십니까?”

나세르 사령관이 물었다.


“양 측의 관심사에 대한 협의가 우선되어야겠습니다.”

장영길 대사가 차갑게 대답했다.


나세르 장군의 얼굴에 불만이 서렸다.

“우선은 인적 교류부터 시작하는 게 좋겠습니다.”


장영길 대사는 이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 있었다.

그는 아직도 장진수 박사를 자신의 함대로 데려가려는 것이었다.

장영길은 나세르의 장진수 박사에 대한 집착이 지나치다고 생각했다.


이미 거절된 사안을 다시 들고나오는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이번 전투에서 중력장 집속포의 위력을 보았기 때문이다.

갈릴레이 함대에도 이런 무기가 필요했다.


장영길 대사는 이에 대하여 특별한 의견을 말하지 않았다.

그가 원하는 것이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그럴수록 장진수 박사에게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자, 나는 오늘 기자 간담회가 있어서 이만 실례하겠소이다.”

나세르 장군은 할 말을 다 했다는 듯이 자리를 떴다.


이날 저녁 뉴스에는 나세르 사령관의 기자 간담회 내용이 상세히 도보 되었다.

갈릴레이와 지구의 젊은 과학자들을 교류해서 두 행성의 친선을 강화하자는 내용이었다.

이에 대한 첫 번째 실천 사항으로 지구의 선발대 10인 정도를 자신의 함대에 초대했다.


지구방위사령부의 제임스 사령관이 갈릴레이 함대의 나세르 사령관을 초대했다.

이 자리에서 나세르 사령관은 제임스 사령관에게 장진수 박사를 초대하고 싶다고 했다.

노련한 제임스 사령관은 원론적인 답변만을 했다.


다음 날 제임스 사령관이 장영길 대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장 대사님, 갈릴레이 측에서는 왜 이렇게 우리 장진수 박사에게 관심이 많습니까?”


“하하하, 글쎄요. 일단 갈릴레이 함대 사령관의 개인적 견해로 이해해 주십시오.”

제임스 사령관은 이 말에 장영길 대사가 부정적 의견을 표시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날 저녁 뉴스에는 갈릴레이 함대에서 장진수 박사를 함대로 초청했다는 기사가 나왔다.

이에 대한 여론이 부정적일 것으로 예측한 지구방위사령부의 언론 플레이였다.

그러나 나세르 사령관은 이에 구애되지 않고 지구의 주요국 방문을 이어나갔다.


2066년 10월 5일 대한민국의 주요 언론에 이례적인 기사가 떴다.


지구방위사령부에서 지구 전투함 개발을 이끌고 있는 장진수 박사는 갈릴레이인일 가능성이 있다는 폭로성 기사였다.

그러면서 이 기사는 장진수 박사의 갈릴레이 함대 방문을 막아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사람들은 경악했다.

엑소스켈 우주 전쟁 직후의 미묘한 시점에 예상하기조차 힘든 내용의 기사가 터졌다.


장진수 박사라면 지구방위사령부에서 포토니움 엔진과 중력장 집속포를 개발한 핵심인물이다.

그리고 이번 엑소스켈 우주 전쟁에서 지구가 승리할 수 있었던 결정적 이유이기도 했다.


사람들은 받아들일 수 없었다.

모든 사람의 안위가 걸린 문제라고 생각했다.


동시에 깊은 의구심이 생기고 있었다.

“갈릴레이 행성은 지구보다 과학기술이 앞선 행성인데 이미 그들이 침투해 있었다는 말인가?”

사람들은 나름대로의 상상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이어서 다음 날에는 장진수 박사의 아버지가 장영길 대사라는 기사가 떴다.

사람들은 혼란스러웠다.


이 뉴스에 갈릴레이 함대의 나세르 사령관 역시 놀랐다.

그러나 곧바로 자신이 취해야 할 행동을 정했다.


나세르 사령관은 바로 장영길 대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 장 대사님. 아드님이 있으셨다는 사실을 몰랐습니다.”


“네, 사실입니다.”

“그렇군요, 언제 두 분을 한 번 같이 초대하겠습니다.”


“장진수 박사의 어머니는 지구인입니다.”

“뵙더라도 지구에서 뵙기를 바랍니다.”

“좋은 시간을 잡아 보겠습니다.”


장영길은 생각했다.

이런 날이 오리라는 것은 예측 가능한 일이었다.

이미 인도네시아의 보로부두르에서 예측했던 일이었다.

따라서 자신은 떳떳하게 임하리라 생각하고 있었다.


장영길은 당분간 외부 활동을 줄여야겠다고 생각했다.

대사관에는 당분간 휴가를 간다고 알리고 자신의 우주선을 타고 죽변의 집으로 향했다.


거의 몇 달간 사용하지 않았던 집 마당에는 잡초조차 가을 색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불현듯 자신이 집으로부터 너무 오랫동안 떨어져 있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겨울을 준비해야겠다는 스산한 생각이 들었다.


장영길은 오랜만에 집안 청소를 했다.

청소가 끝나갈 때쯤 개인 휴대폰에 이메일이 도착했다는 신호음이 울렸다.


소백산 천문대의 김필립 부장이 한번 만나서 중요한 내용의 대화를 하고 싶다고 했다.

평소 김필립에 대해서는 수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한번 만나보고 싶었다.


장영길 대사가 좋다고 하자, 바로 회신이 왔다.

불편하지 않으시다면 꼭 자신의 집으로 초대하고 싶다고 했다.


장진수는 이미 초대받아 갔던 집이다.

장영길 대사는 바로 승낙했지만 식사는 사양했다.

10월 20일 오후 2시에 방문하기로 약속했다.


장영길이 단양에 있는 김필립의 집에 도착한 것은 오후 1시 40분경이었다.

김필립은 문 앞까지 나와 반갑게 맞아주었다.


“누추한 곳까지 오시게 해서 죄송합니다. 세상의 눈을 피해야 해서요.”

“집이 너무 좋습니다.”


두 사람은 거실에서 차담을 나누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김필립은 발효차와 정성스럽게 빚은 다식과 약과를 내왔다.


“아, 가을에 먹는 다식과 약과가 계절의 운치를 더하는 것 같습니다.”

“대사님께서는 예술적 감각이 높으신 것 같습니다.”


두 사람 간에 의례적인 대화가 잠시 오갔다.

“혹시 대사님께서는 저를 기억하시는지요?”


김필립의 갑작스럽고 엉뚱한 질문에 장영길은 잠시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무슨 말씀이신지...”


“그러면 나세르 장군에 대한 기억도 없으신가요?”

“네, 그렇습니다만.”


“장영길 대사님, 사실 저는 아주 오래전부터 대사님을 알고 있었습니다.”

“네?”


“그러니까, 지금부터 624년 전이었다고 할 수 있겠네요.”

순간 장영길의 표정이 놀라움으로 굳어졌다.


“제가 천문대에서 일을 하게 된 것도 사실은 장영길 대사님을 만나기 위해서였습니다.”

“반드시 전해야 할 말이 있어서입니다.”


“600여 년 전의 일이라면 장영실에 관한 이야기입니까?”

장영길은 겨우 정신을 차리고 되물었다.


“그렇습니다.”

장영길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김필립의 말에 집중했다.


“장영실 아피스에 관해서는 아시는지요?”

“네, 그렇지만 제가 모르는 궁금한 점이 많습니다.”


장영길의 신경망은 순간적으로 전환되었고 극도의 집중 상태를 유지했다.

“장영실 아피스의 죽음에 관한 갈릴레이의 자료는 은폐된 부분이 많습니다.”


“장영실 아피스는 유능했고 많은 일을 성공시킨 영웅적 아피스였습니다.”

“그리고 그의 마지막 임무는 퓨지티 행성을 진압하는 것이었습니다.”


“당시의 퓨지티 행성은 갈릴레이에서 적응하지 못한 오시리스들이 모여 살던 곳이었습니다.”

“개개인으로서 오시리스들은 대부분 착하고 성실한 사람들이었습니다.”

“단지, 아피스들에게 적응하지 못한 사람들이었지요.”


“오시리스의 공동체가 경제적으로 규모를 이루자 사회적으로 세력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아피스로부터의 박해가 시작되었습니다.”

“더 이상의 발전과 세력화를 막으려는 것이었습니다.”


“그 당시 진압군의 대대장 중 한 사람이 장영실 아피스였습니다.”

“선천적으로 장영실 아피스는 정의롭고 성실했습니다.”


“장영실 아피스는 퓨지티 행성의 현실을 파악하고 상부 지시에 반발했습니다.”

“그런 갈등 끝에 현장 사령관은 장영실 아피스를 암살했던 것입니다.”


장영길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모든 신경망이 요동치는 것 같은 혼란이 찾아왔다.


“아니, 어떻게 그럴 수가...”

장영길 자신은 아피스들로부터 철저하게 이용당했다는 것을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갈릴레이의 아피스들은 기본적으로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물불을 가리지 않습니다.”

“그들은 대의를 말하지만, 극도로 조직 이기주의만을 추구합니다.”

“그래서 그들은 언젠가는 큰 위기를 자초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나세르 장군에 관한 이야기는 무엇입니까?”

“네, 그것은 좀 더 지난 뒤에 말씀드리는 게 좋겠습니다.”


“제가 오늘 대사님을 뵙자고 한 것은 세 가지 이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 첫째가 장영실 아피스의 억울함을 풀고 명예 회복을 위해서이고요.”

“둘째는 현재의 상황이 대사님께는 매우 심각한 위기 국면이라는 것을 알려드릴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셋째는, 우리의 미래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너무나 갑작스런 말씀이라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럼, 김필립 부장님께서는 어떤 분이십니까?”


“아, 그렇군요, 제가 어떤 사람인지를 먼저 말씀드려야겠습니다.”


김필립의 얼굴에 회상과 결심이 스치는 것 같았다.

김필립의 집에서 내다보이는 들판과 남한강에는 쓸쓸한 가을바람이 지난 역사의 진실을 소환하겠다는 듯이 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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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제54화 인공신경망 곤충 24.08.30 29 0 12쪽
54 제53화 지구를 향해서 24.06.08 22 1 11쪽
53 제52화 증오 24.06.07 18 0 10쪽
52 제51화 케플러 기습 작전 24.06.06 21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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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제49화 발판 24.06.04 17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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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제47화 생각하는 존재 24.06.03 18 0 10쪽
47 제46화 음모 24.06.02 18 0 10쪽
46 제45화 배신자 24.06.01 19 0 10쪽
45 제44화 사령관 해임 24.06.01 20 0 10쪽
44 제43화 먹이 상자 +2 24.05.31 20 0 10쪽
43 제42화 뛰는 자와 나는 자 24.05.30 17 0 11쪽
42 제41화 흐르는 눈물 24.05.30 21 0 11쪽
41 제40화 살인자 24.05.29 18 0 11쪽
40 제39화 숨겨진 기록 24.05.29 19 0 10쪽
39 제38화 환생 24.05.28 19 0 11쪽
38 제37화 두상 24.05.28 18 0 10쪽
37 제36화 죽음과 소멸 24.05.27 17 0 10쪽
36 제35화 연결 24.05.27 19 0 10쪽
35 제34화 회상 24.05.26 19 0 10쪽
34 제33화 분노 24.05.25 19 0 11쪽
33 제32화 프로메테우스 24.05.24 22 0 11쪽
» 제31화 장영실 24.05.24 22 0 10쪽
31 제30화 카이퍼 전투 24.05.23 24 0 10쪽
30 제29화 오르트 전투 24.05.23 21 0 11쪽
29 제28화 행성 전쟁 24.05.22 23 0 11쪽
28 제27화 죽음 다음 24.05.22 22 0 11쪽
27 제26화 무량수 24.05.21 22 0 11쪽
26 제25화 중력장 집속포 24.05.21 23 0 11쪽
25 제24화 지구 전투선 24.05.20 21 0 12쪽
24 제23화 초전 24.05.20 20 0 12쪽
23 제22화 은둔의 목적 24.05.19 23 0 11쪽
22 제21화 일출봉 우주 회담 24.05.18 24 0 10쪽
21 제20화 우주선 출현 24.05.18 22 0 10쪽
20 제19화 더듬이 24.05.17 24 0 10쪽
19 제18화 실마리 24.05.17 24 0 10쪽
18 제17화 우주 시대 24.05.16 22 0 10쪽
17 제16화 신인류 24.05.16 25 0 10쪽
16 제15화 나는 인간이다 24.05.15 29 0 11쪽
15 제14화 재회 24.05.14 25 0 10쪽
14 제13화 파도 24.05.14 23 0 10쪽
13 제12화 조우 24.05.13 24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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