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오시리스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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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슬로상일
그림/삽화
천슬로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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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8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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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9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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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화 은둔의 목적

DUMMY

TV의 우주 회담 중계방송이 끝나고 김필립은 자신의 저택 옥상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천체 망원경 의자에 앉았다.


낮 시간에 이곳에 올라오는 것은 드문 일이었다.

오랜 시간 신분을 위장하며 살아온 세월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소백산 천문대에 취업을 한 이유 중 하나는 기다리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김필립이 찾고 싶어 했던 사람은 장영길 오시리스였다.


그러나 막상 그를 찾고 보니 우선은 허탈감이 몰려왔다.

동시에 현재와 같은 은둔 생활이 허물어질 수 있다는 두려움도 다가왔다.


김필립이 지구에 정착한 것은 지구 연도로 1800년 무렵이었다.

지구로 정착하기 전 그가 살던 곳은 퓨지티 행성이었다.


퓨지티 행성에는 갈릴레이에서 적응하지 못한 오시리스들이 하나, 둘 모여들면서 부락이 형성됐다.

퓨지티 행성의 자전과 공전 속도는 지구 행성과 유사하다.


퓨지티 행성은 추운 곳이다.

퓨지티의 태양은 서서히 수명을 다해가고 있었고 남은 시간은 백만 년 정도이다.

퓨지티 행성은 1년의 반은 겨울이었고 나머지 반은 짧은 봄, 여름, 가을이 지나간다.


천성이 온순한 오시리스들은 살아가기 위해서 열심히 농사를 지었다.

발달된 갈릴레이의 기술을 가능한 범위에서 적용시켜 나갔다.


갈릴레이 행성인들은 퓨지티 행성에 사는 오시리스들을 멸시했다.

인공지능 회로의 오류로 인해 발생한 에피메테우스라고 불렀다.


퓨지티 행성에서 생산하는 농산물과 식품의 규모가 커지면서 갈릴레이 행성의 교역 대상이 되었다.

퓨지티 행성에도 부가 축적되기 시작하면서 투자와 개발이 서서히 일어났다.

퓨지티 행성은 추운 날씨를 이겨내고 특색있고 살기 좋은 행성으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갈릴레이 행성에서 퓨지티로 이주하는 오시리스들이 늘어났다.

갈릴레이 행성으로서는 이런 상황을 좌시할 수 없었다.


이렇게 시작된 갈릴레이와 퓨지티의 갈등은 비극적 상황으로 발전했다.

김필립이 지구로 숨어들어오게 된 배경에는 이런 사건들이 있었다.


그는 당시 갈릴레이의 우주선을 탈취해서 지구까지 올 수 있었다.

그리고 김필립은 갈릴레이에서 적색 수배자가 되었다.


김필립은 지구에 은둔해 살면서도 퓨지티 행성을 자신의 고향으로 생각했다.

그에게 퓨지티 행성은 꿈의 낙원이며 그리움의 대상이었다.


지금 그는 목적을 달성할 때까지 돌아갈 수 없다.

그리고 퓨지티에 살고 있는 오시리스들에게 정치 경제적인 자유를 증진시키고 싶었다.


퓨지티를 더 살기 좋은 행성으로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김필립은 장영길 오시리스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갈릴레이의 체포조를 피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김필립이 보기에 장영실 아피스는 훌륭한 자질을 갖고 있었다.

장영길 오시리스 또한 좋은 품성을 타고났다.

단지 장영실 아피스의 최후가 안타까울 뿐이었다.


*


장영길은 우주 회의 후 세계 여론의 추이를 유심히 살폈다.

유엔 본부 내에 갈릴레이 행성의 대표부를 만들고 직원도 뽑았다.


그러면서도 죽변의 집은 비밀을 유지했다.

우주선을 대중들에게 상시로 노출시키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았다.


장영길은 효율적인 업무 추진을 위해서 유엔 총회 제1위원회 산하에 TF 설치를 요청했다.

TF 산하에 포토니움 탐사 및 채굴팀, 포토니움 엔진 개발팀, 그리고 엑소스켈 관측팀의 구성을 요청했다.


유엔을 무대로 정치적인 위치를 선점한 장영길의 업무 추진은 거침이 없었다.

그러나 안전보장이사회를 중심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던 강대국들은 내부적으로 견제심리가 증가하고 있었다.


안전보장 이사회에서는 TF 산하 3개 팀의 구성에 대하여 자신들과의 협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강대국들이 갖고 있는 비토권의 확장을 노린 포석의 성격이 강했다.

장영길에게는 유엔 총회를 이용해 많은 국가의 참여를 유도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다.


이러한 국제 사회의 흐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던 김필립 또한 기회를 잡아야 했다.

현재의 지구와 마찬가지로 퓨지티 행성의 숙원사업 가운데 하나가 강력한 포토니움 엔진의 확보였다.


그런데 장영길이 포토니움 엔진에 관한 기술을 지구에 공여하겠다고 하니

김필립으로서는 퓨지티 행성을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다.


김필립은 천문대에서 장진수와의 접촉 기회를 늘리고자 했다.

김필립이 장진수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있었던 것은 사실 장영길을 만나기 위함이었다.


김필립은 장영길이 오시리스로서는 드물게 포토니움 엔진에 관한 기술을 갖고 있다는 것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래서 장영길을 만나고자 했던 것이다.

그렇지만 김필립은 갈릴레이의 적색 수배자 신분이라 최대한 노출을 피했다.


장영길은 갈릴레이를 대표하는 대사로서 지구를 찾아왔다.

과연 장영길이 오시리스의 이익을 대변할지 또는 아피스의 이익을 대변할지 알 수 없게 되었다.


장진수는 이제 포토니움 엔진 개발에 있어서 국제적인 리더로 부상하고 있었다.

그런 장진수가 김필립의 부하 직원이다.


그리고 아직도 세상은 장영길과 장진수가 부자지간이란 것을 모른다.

김필립 자신이 포토니움 엔진 개발팀에 들어갈 수 있다면 어렵지 않게 포토니움 엔진 기술에 접근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포토니움 탐사와 채굴팀은 구성부터 난관이 발생했다.

각 나라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했다.

국가의 이해관계 앞에서 유엔의 기능은 제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엔진 개발팀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이해관계의 대립이 첨예하지는 않았다.

엔진 개발팀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국가의 기술 역량에 대한 판단이 필요했으며, 더 큰 문제점은 앞으로 막대한 자금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었기 때문이다.


반면에 관측팀의 구성은 이견이 없었다.

엑소스켈 행성과 갈릴레이 행성에 관한 정보는 공공재의 성격이다.

천문대를 보유한 국가 간의 협력에 문제가 있을 수 없다.


김필립은 장진수를 자신의 방으로 불렀다.

“장 박사 요즘 활약이 대단한 것 같아.”


“아닙니다. 제가 오히려 죄송합니다. 자주 천문대를 비워서요.”

“아니야, 나는 이전부터 장 박사가 뭔가 중요한 일을 할 것으로 생각했었어.”


장진수는 자신이 교통사고를 당해서 병원에 입원했을 때의 일이 생각났다.

김필립 부장은 왜 지구 차원의 재앙을 막아야지라고 말했는지 궁금했다.

이제는 장진수에게 중요한 일을 할 것으로 생각했다고 하는 말투가 마치 자신은 이런 상황 전개를 미리 알고 있었다는 것 같았다.


“저기 말일세, 혹시 나도 포토니움 엔진 개발에 관심이 있는데 빈자리가 있을까?”

“아, 워낙 국가 간의 막후 대화가 복잡해서 뭐라 말씀을 못 드리겠습니다.”


“그래? 그렇군.”

김필립 부장으로서는 실망스럽지만 그렇다고 목적을 포기할 사람은 아니었다.

기회 상황은 계속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었다.


장진수는 오랜만에 장영길에게 전화를 걸었다.

“진수야, 요즘 바쁘지?”


“저보다는 아버님이 더 바쁘시겠지요.”

“하하하, 바쁜 게 나쁜 일은 아니다.”


“그런데 무슨 일이라도 있니?”

“저, 갑자기 우리 천문대의 김필립 부장이 포토니움 엔진 개발팀에 자기를 넣어 달랍니다.”


“흠, 그자는 좀 수상하다.”

“내가 보기에 지구에는 나 말고 다른 우주선이 암약 중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거든.”


“그럼 김 부장을 의심하시는 건가요?”

“아니, 아직 그런 증거는 없지만, 주의해서 살펴야 할 사람이라는 생각은 든다.”


“제 느낌에도요, 뭔가 저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너에게 테러를 가한 세력에 대한 수사결과는 아직 없니?”

“아무 말이 없습니다.”


“흠, 갈릴레이로부터 안 좋은 소식이 들어왔다.”

“갑자기 무슨 말씀이세요?”


“엑소스켈의 우주 전투함이 사라졌다는 연락이 왔다.”

“그렇지만 지구로 온다는 말은 아니지 않습니까?”

“알 수 없지.”


2055년 11월 8일 유엔 총회 제1위원회 관측팀으로부터 언론 브리핑이 있었다.

카이퍼 벨트에서 비정상적인 궤도로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를 발견했다는 내용이었다.


외계 행성과의 전쟁을 대비해야 한다는 여론이 움직이는 상황에서 뜨거운 뉴스가 나온 것이다.

전 세계의 여론은 분분했다.


제1위원회 관측팀은 아직 불확실하지만 경계 태세에 들어가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2017년 발견되었던 ‘오무아무아’와 같은 성간 천체일 뿐이라는 사람도 있었다.


심지어 포토니움 탐사 및 발굴팀 구성에 불만을 품은 국가에서는 제1위원회의 TF가 특정 세력에 의해서 조종되고 있으며 이번 일로 과도한 위기 상황을 조성하고 있다는 비난이 터져 나오기까지 했다.


안전보장이사회까지 나서서 긴급 진상조사위를 꾸리겠다고 했다.

국제 사회의 분위기는 점점 어지러워져 갔다.

이제는 장영길이 직접 나서야 하는 단계로 가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소백산 천문대의 김필립 부장 명의로 된 보도자료가 나왔다.

천문대의 명의로 나온 보도자료가 아닌 점이 특이했지만, 내용은 명쾌했다.


김필립 부장은 이미 오래전부터 이 외계물체를 관측해 왔으며 최근 카이퍼 벨트 대에 들어오면서 급격히 감속하는 물체의 운동을 탐지했기 때문에 이것은 외계 우주선의 의도적 비행 형태라는 내용이었다.

김필립 부장은 그 근거가 되는 데이터까지 그대로 공개했다.


마침내 올 것이 왔다는 충격이 전 지구를 강타했다.

장진수도 데이터를 직접 검토했다. 부인할 수 없는 내용이었다.


김필립은 이미 천문학계에서는 어느 정도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학자였다.

다소 파격적이었던 이번 발표는 김필립을 국제적으로 대중적인 천문학자로 만들었다.


장진수는 즉각 장영길에게 전화를 걸었다.

장영길도 이미 자료를 검토한 후였다.

“어떻게 하지요?”

“시간이 너무 없다.”


“그렇지만 지구로 접근하는 속도가 너무 느린 점은 특이하다.”

“일반적으로 엑소스켈 우주 전투함의 속도가 아니다.”

“그럼 이 속도의 의미는 무엇일까?”


장영길은 김필립 부장에게 한번 만나자고 요청을 했다.

김필립 부장은 쾌히 응했고 두 사람은 천문대에서 만남을 가졌다.

김필립 부장은 평소와 달리 과장된 모습을 보이며 힘찬 악수를 하고 가벼운 포옹까지 했다.


두 사람의 진지한 대화의 결론은 이 물체가 인공적인 비행체라는 데 일치했다.

“김필립 부장님의 천문 지식은 정말 해박하십니다. 놀랍습니다.”

“아닙니다. 제가 영광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의견의 일치에 만족하면서도 끝나지 않은 대화의 여운을 남긴 채 헤어졌다.

갈릴레이 대사 장영길은 김필립을 모르지만 김필립은 장영길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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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제55화 공포 군무 24.09.06 16 0 11쪽
55 제54화 인공신경망 곤충 24.08.30 29 0 12쪽
54 제53화 지구를 향해서 24.06.08 22 1 11쪽
53 제52화 증오 24.06.07 18 0 10쪽
52 제51화 케플러 기습 작전 24.06.06 21 0 11쪽
51 제50화 미끼 24.06.05 17 0 11쪽
50 제49화 발판 24.06.04 17 0 10쪽
49 제48화 생태계 24.06.03 17 0 10쪽
48 제47화 생각하는 존재 24.06.03 17 0 10쪽
47 제46화 음모 24.06.02 18 0 10쪽
46 제45화 배신자 24.06.01 19 0 10쪽
45 제44화 사령관 해임 24.06.01 20 0 10쪽
44 제43화 먹이 상자 +2 24.05.31 20 0 10쪽
43 제42화 뛰는 자와 나는 자 24.05.30 17 0 11쪽
42 제41화 흐르는 눈물 24.05.30 21 0 11쪽
41 제40화 살인자 24.05.29 18 0 11쪽
40 제39화 숨겨진 기록 24.05.29 18 0 10쪽
39 제38화 환생 24.05.28 19 0 11쪽
38 제37화 두상 24.05.28 18 0 10쪽
37 제36화 죽음과 소멸 24.05.27 17 0 10쪽
36 제35화 연결 24.05.27 19 0 10쪽
35 제34화 회상 24.05.26 19 0 10쪽
34 제33화 분노 24.05.25 19 0 11쪽
33 제32화 프로메테우스 24.05.24 22 0 11쪽
32 제31화 장영실 24.05.24 21 0 10쪽
31 제30화 카이퍼 전투 24.05.23 24 0 10쪽
30 제29화 오르트 전투 24.05.23 21 0 11쪽
29 제28화 행성 전쟁 24.05.22 23 0 11쪽
28 제27화 죽음 다음 24.05.22 22 0 11쪽
27 제26화 무량수 24.05.21 22 0 11쪽
26 제25화 중력장 집속포 24.05.21 23 0 11쪽
25 제24화 지구 전투선 24.05.20 21 0 12쪽
24 제23화 초전 24.05.20 20 0 12쪽
» 제22화 은둔의 목적 24.05.19 23 0 11쪽
22 제21화 일출봉 우주 회담 24.05.18 24 0 10쪽
21 제20화 우주선 출현 24.05.18 22 0 10쪽
20 제19화 더듬이 24.05.17 24 0 10쪽
19 제18화 실마리 24.05.17 24 0 10쪽
18 제17화 우주 시대 24.05.16 22 0 10쪽
17 제16화 신인류 24.05.16 25 0 10쪽
16 제15화 나는 인간이다 24.05.15 28 0 11쪽
15 제14화 재회 24.05.14 24 0 10쪽
14 제13화 파도 24.05.14 23 0 10쪽
13 제12화 조우 24.05.13 24 0 10쪽
12 제11화 신에너지 24.05.13 28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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